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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8화 (18/201)

반전 (3)

“······A급에 타, 탑급이요? ‘흥신소’에 말입니까?”

당장은 이해가 어렵다는 표정의 직원이었다. 반면, 불독 서구섭 대표는 확신에 찬 눈빛이다.

“그런 게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되잖냐? 애초 ‘흥신소’ 그거 완성되고도 2년 넘게 표류한 쓰레기였다고?”

“마, 맞습니다.”

“근데 우리 정혁이를 메인 남주로 주고 더불어 투자금에, 끼워파는 거라지만 신인들까지 붙여 준댔잖아? 한큐에 지금 몇 개가 정리되는 거냐고? 고작 단편 영화에 이런 조건이 있냐?”

“없습니다.”

“근데 시발 그 조건을 깠잖아. 아무리 정혁이 과거가 좀 걸린다 한들, 해봤자 제작비 몇천짜리 단편이 그런 걸 따질 때냐?”

“······”

여기서 직원이 뒤쪽 5인 소파의 박정혁을 힐끗하며 목소리를 죽였다.

“마, 만약 ‘흥신소’로 ‘미장센 단편 영화제’ 수상을 노린다면···살짝은 신경 쓰일 것 같긴 합니다.”

“언제적 일인데 신경이 쓰이긴 지랄. 그딴 영화 제작하게 되는 것도 감지덕지지, 그리고 정혁이는 양반이야. 더한 놈들도 잘만 ‘미장센 영화제’ 나가는구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서구섭 대표가 박정혁이 앉은 5인 소파로 움직였다.

“박실장은 뭐래? 걔가 신동춘한테 신인들 데려갔었잖아? 갔을 때 딴 배우 붙은 낌세는 없었대?”

“아- 예예. 처음 보는 무명 배우와 미팅 중이었다는 거 빼곤 딱히.”

“무명?”

“예. 아예 안면이 없는 얼굴이었다고.”

‘무명 배우’란 단어에 짧게 혀를 찬 서구섭 대표가 별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뭐 대충 단역으로 쓸 병신하나 면접 보고 있었나 보네. 그런 쓰잘대기 없는 애들은 됐어. 박실장이 다른 얘긴 없었고?”

“예, 그것 말고는. 대표님, 만약 신동춘 감독한테 지금 A급 이상의 배우가 붙었다면···푸른시선 영화사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건 맞아.”

인정한 서구섭 대표가 검지로 소파 팔걸이를 톡톡톡 때렸다. 와중 왼쪽에 앉은, 귀공자스런 박정혁이 꼰 다리 방향을 바꾸면서 끼었다.

“푸른시선 영화사 모르게 뒷구멍으로 도모한 거 아니려나? 신동춘 감독 인맥 나쁘지 않잖아요.”

그러자 서구섭 대표가 자신의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그렇지. 과거 드라마 PD로 꽤 굴러먹었으니까 자기 인맥을 엮었든······아, 신동춘 그 새끼 송만우 PD랑 친하지 않냐?”

대답은 박정혁이 했다.

“친해요, 둘이 형·동생 하면서 지내.”

“그 송만우 PD 뒤에 탑급만 몇인데. 둘이 짝짝꿍한거면 ‘흥신소’에 A급 이상 배우 붙은 게 이상하지도 않지.”

여기서 직원이 조심스레 의견은 첨언했다.

“탑급 배우는 아닐 것 같습니다. 메리트가 없습니다. ‘흥신소’가 아무리 ‘미장센 영화제’에 나간다고 해도······A급도 좀 과하고, 잘해봐야 조연롤의 B급 정도. 신동춘 감독이 저울질하다가 지레 겁먹고 B급 배우를 선택한 게 아니겠습니까?”

“음-”

과거 탑이었어도 물의를 빚었던 박정혁보단 안전빵인 B급 배우를 선택했다는 소리.

“B급이나 그보다 아래면 더 빡치는데.”

뭐가 됐든 GGO 엔터의 수장인 서구섭에겐 매우 짜증 나는 상황이었다. 까딱 언론에 알려진다면 박정혁이 복귀작부터 까였다고 달려들겠지.

심지어 복귀작인 게 고작 단편 영화였다.

전체적인 일을 매우 비밀스럽게 진행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 다만, ‘흥신소’의 신동춘 감독에게 GGO 엔터가 까인 것은 변하지 않은 사실.

“하- 시발 기분 엿 같네.”

불독과 유사한 서구섭 대표의 얼굴은 점점 구겨졌다. 그런 그가 앞에 선 직원에게 서늘하게 지시했다.

“신동춘 주변 확인 좀 해봐. A급 이상 배우가 붙었으면 어떻게든 소문이 돌 테니까. 뭣도 없으면 쓰잘대기 없는 배우 붙들고 도망친 거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부 엎고 새로 하는 거니 투자자를 구하려고 할 거다. 독립, 단편 제작사 위주로 돌면서 약 좀 풀어.”

“······어떤 약을 말씀하시는 건지.”

“‘흥신소’에 돈 한 푼 대지 말라고 은근 흘리고 다니라고 임마!”

“아! 알겠습니다!”

“B급이 붙건 뭐건 돈이 없으면 만들 시도조차 못 할 테니까.”

으르렁거리던 서구섭 대표가 고개를 왼쪽의 박정혁으로 돌렸고.

“정혁이 넌 ‘미장센 영화제’ 들어가는 단편 시나리오 몰아서 넘길 테니까, 세세하게 확인해서 내일 안에 다시 골라.”

박정혁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예예- 대신에 대표님, 이렇게 된 김에 확실히 밀어주시는 거죠?”

“말이라고 하냐? 제대로 힘 실어 줄 테니까, 너도 적당히 하지 말고 이 악물고 연기해. 최소 ‘흥신소’ 보다는 그림 잘 뽑힐 수 있게.”

“에이, 제가 그래도 짬이 몇 년인데요.”

쌓인 필모만 본다면 박정혁을 무시할 감독이 없기는 했다. 꽤나 화려하긴 하니까. 곧, 서구섭 대표가 불독마냥 얼굴을 구기며.

“무조건 ‘흥신소’ 찍어 누르란 말이야. 내 자존심까지 걸린 일이니까. 가능하면 ‘미장센 영화제’서 수상할 퀄은 뽑아.”

살기 섞인 말을 뱉었다.

“신동춘 그 새끼가 땅을 치고 후회할 수 있게.”

이후.

얼결이든 우연이든 강우진이 발을 걸친 작품들이 각자 알아서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후- 우진씨도 확정됐고, 일단 영화사들부터 쭉 돌아야겠지.”

‘흥신소’의 신동춘 감독이었다. 진행되던 모든 것을 엎었으니 일단 제작사 컨택이 최우선이었다. 덕분에 강우진의 계약도 당장은 밀렸다. 주연 관련으로 구두 계약만 하고 제작사가 확정된 뒤에 정식 계약을 하기로 한 것.

거기다 투자자. 즉, 돈도 필요했다.

제작사야 중요하다기보단 기본이고, 신동춘 감독은 제작사 컨택과 함께 투자자까지 알아봐야 했다. ‘미장센 단편 영화제’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으니까.

“정 안 되면 내가 주변으로 어떻게든 돈을 융통해봐야 돼.”

하지만 무턱대고 거금을 빌려줄 이는 많지 않았다. 심지어 망할 가능성이 높은 단편 영화 투자금으론 더더욱. 한 마디로 신동춘 감독의 현실은 더욱이 힘들어졌다.

거의 2년 전으로 돌아간 것과 다름없을 정도.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딱 하나. 주인공으로 강우진이 박혀있다는 것. 재밌는 것은 신동춘 감독이 전과 달리 매우 활기가 넘쳤다. 그런 그가 친한 형님인 송만우 PD에게 현 상황을 적당히 알렸다.

“형님, GGO 엔터랑 진행되던 거 전부 엎고 판 다시 짜고 있습니다. 물론, 강우진씨 주인공으로요.”

핸드폰 너머 송만우 PD는 당연하겠지만 응원했다.

“그래, 잘했다. 당장은 길이 더럽게 험난하겠다만 멀리 보면 그게 맞다. 강우진 만나보니까 어땠어?”

“대단했습니다. 제 ‘흥신소’에 애착을 가져주고, 뭣보다 감독인 저보다 시나리오를 더 세세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작품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안 그래 보이는데 속은 열정적이랄까?”

“겉으론 티가 안 나는 타입이지. 타이밍 좋았어. 강우진 걔는 금세 비싸질 거다.”

“그러겠죠, 형님 거 방영되면 러브콜 쏟아질 테고. 저 촬영 전에 만나서 우진씨 스토리나 좀 알려줘요. 본인한테 묻기는 좀 뭐해서.”

“나도 개뿔 몰라. 워낙에 베일에 싸인 친구라. 아는 대로는 알려줄게. 그래서 다른 쪽에서는 연락 안 왔고?”

“예? 다른 쪽? 어디요?”

“뭐, 상상도 못 할 인물이라던가···아니, 아니다.”

끝으로 송만우 PD는 여전히 궁금한 것을 물었고.

“근데 강우진 걔가 네 시나리오를 어디서 얻었다냐?”

신동춘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아- 그건 정신없어서 못 물어봤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어느새 평일이 가고 22일 토요일. 즉, 주말이 찾아왔다. 여전히 신동춘 감독은 미친 듯이 뛰어다녔고, 그의 열정만큼 ‘프로파일러 한량’도 진행에 부스터를 달았다.

프리프로덕션의 중후반부에 접어든 것.

몇몇 남았던 배우들까지 모두 확정됐고, 극 초반에 사용될 세트와 로케 촬영지 등이 결정됐다. 더불어 각 배우들에게는 1부 정식 책대본이 전달됐다.

거기다 대본 회의와 제작 회의를 거듭하며 포스터 촬영과 제작발표회 등도 윤곽이 잡혔다.

그 기세를 몰아 씨블루 스튜디오는 중반부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슈체크]상반기 최고 기대작 ‘프로파일러 한량’ 프리프로덕션 막바지, 대본리딩 준비 중』

『‘프로파일러 한량’ 여주 ‘홍혜연’, 패션 브랜드 파티에서 여신미모 뽐내/ 사진』

『SBC 일 내나? ‘프로파일러 한량’ 날이 갈수록 화제성↑』

와중 스타작가 박은미는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음-”

자리에 앉아 노트북으로 한 영상을 보는 그녀. 재생되는 영상 속엔 강우진이 나오고 있다. 우진이 처음으로 ‘박대리’ 역을 보였던 영상이었으니까.

그런 영상을 보며 박은미 작가는.

“그래, 조금 더 초연하게. 하지만 행동을 할 때는 눈에 광기가 좀 담기는 게 좋겠어.”

영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재밌는 그림이었다. 배우가 완벽히 구현한 ‘박대리’ 역을 모티브 삼고 있는 느낌?

덕분에.

-타다다닥!

손이 빨라진 박은미 작가는 이미 4부까지 나온 대본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2부부터 4부까지. 이 수정본은 주말이 지난 월요일에 얼추 완성됐다. 그리고 대본 회의로써 완성된 수정본을 읽은 턱수염 송만우 PD는.

“······바, 박작가.”

커진 눈으로 박은미 작가를 극찬.

“대본 퀄이 몇 배는 높아졌어! 인물들 심리부터 글의 밀도가······거기다 딴 인물들도 그렇지만.”

아니, 칭송했다.

“박대리 뭐야? 입체감이 죽이는데??”

다음 날 25일, 화요일.

장소는 한 화보 촬영장이었다. 수십 스탭들과 커다란 카메라들 그리고 정장 입은 여배우가 보였다.

“나이스! 혜연씨! 이번엔 재킷 풀어볼까요??”

긴 생머리를 늘어트린 홍혜연이었다. 잘빠진 정장에 명품 구두를 입은 그녀.

-찰칵! 띠디디디!

터지는 셔터에 맞춰 바뀌는 표정과 자세 등 그녀는 과연 프로였다. 누구라도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미모는 덤.

그러다.

“오케이! 의상 교체하고 10분 뒤에 다시 가겠습니다!”

스탭의 외침으로 정장 재킷을 벗던 홍혜연이 자신의 자리로 움직였다. 자리엔 이미 10명에 가까운 팀이 기다리고 있었고.

“언니, 고생하셨어요!”

홍혜연에겐 생수통과 핸드폰이 전달됐다. 이어 그녀가 의자 위에 올려진 종이뭉치를 들며 앉았다. 약간 헤진 종이뭉치의 표지엔 이런 글자가 박혀있다.

-‘흥신소’

즉, 종이뭉치는 ‘흥신소’의 시나리오였고, 요 며칠간 홍혜연은 ‘흥신소’ 시나리오를 정독하는 중이었다. 이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바로 이때.

-우우웅, 우우우웅.

그녀의 핸드폰이 울린다. 상대는 홍혜연의 소속사인 bw엔터 대표 최성건이었다. 안 그래도 그와 거래한 게 있기에 홍혜연은 바로 전화를 받았고.

“어, 오빠.”

핸드폰 너머 최성건이 물었다.

“화보 중이지? 통화 할 수 있겠냐?”

“응, 지금 쉬는 시간.”

“그럼 일단 짧게 할게. 핵심만. ‘흥신소’ 말이다, 좀 털어보니까 제작 스톱됐나 보더라.”

“어?? 왜?”

“정확하게는 신동춘 감독이 엎은 거지. ‘흥신소’ 맡았던 게 푸른시선 영화사. 거기선 쉬쉬하는데 내 라인으로 확인하니까 GGO 엔터가 끼어 있더라고?”

“···GGO 엔터? 난 전혀 못 들었는데?”

“꽤 은밀히 진행한 모양이야. 여튼 조각들 조합해봐라.”

최성건 대표가 추측한 것을 읊었다.

“원래는 GGO 엔터가 끼어 있던 판이었다. 근데 뭣 때문인지 신동춘 감독이 엎었다. 그사이에 네가 말한 강우진이란 애가 등장. 딱 GGO 엔터 그 불독 새끼가 구린 짓 하다가 물먹은 느낌이잖어. 최근 GGO 엔터에서 구린내 난다면 누구겠냐? 박정혁.”

“아.”

“슬슬 복귀시킬 때 됐지. 내 추측이다만 GGO가 ‘흥신소’로 박정혁 세탁시키려고 했겠지? 그게 잘 안됐을 거야. 그림 상 신동춘 감독이 GGO를 깐 게 됐어. 당연히 GGO 엔터는 빡쳤고 지금 독립, 단편 제작사들에 입김을 넣고 있더라.”

“입김? 무슨 입김?”

“GGO가 투자도 맡기로 했었나 보지. 근데 엎어지면 신동춘 감독은 돈을 다시 구해야 되고. 빡친 GGO 불독 서구섭이 가만히 있겠어?”

최성건이 예측한 그림은 얼추 정답에 가까웠다. 이에 미간을 찌푸린 홍혜연이 벌떡 일어났다.

“그러니까 주인공을 바꿨는데, 지금 투자금 없어서 ‘흥신소’ 그거 제작 못 할 판이라는 거야?”

“이대로면?”

“제작비 얼마라는 데?”

“그거야 신동춘 감독만 알겠고.”

“······”

이쯤 왜인지 생각에 빠졌던 홍혜연이 뜬금 핸드폰에 대고 읊조렸다.

“오빠, 우리 bw엔터도 투자 사업 준비 중이라고 했었지?”

한편, 같은 시각. 박은미 작가의 작업실.

무표정의 강우진이 작가사무실의 주방 식탁에 꼿꼿하게 앉아 있다.

‘작업실인데 걍 아파트랑 같네?’

송만우 PD의 부름을 받고 온 것. 우진이 도착한 건 방금이었고, 그의 반대편엔 송만우 PD와 박은미 작가가 자리했다.

이때.

“우진씨.”

턱수염 송만우 PD가 작게 웃으며 물꼬를 텄다.

“박작가 작업실은 처음 와보죠?”

강우진은 이 작업실에 도착한 후부터 연신 마인드 컨트롤 중이었다. 쎈척과 허세를 장착하기 위해서였다. 어찌보면 이곳은 전쟁터였다. 물론, 강우진에게만.

‘방심은 금물.’

덕분에 우진의 얼굴엔 냉정함이 서렸다. 좀 과했는지 눈빛엔 은은한 광기까지 담겼다. 본인은 잘 몰랐지만.

“예. 그렇습니다.”

“하하, 말이 작업실이지 집이랑 다를 게 없어요.”

“그러네요.”

“근데 우진씨. 본론 전에 나 하나만 물어봅시다.”

작은 미소를 머금은 송만우 PD가 우진에게 돌연 질문을 던졌다.

“‘흥신소’ 시나리오는 어떻게 얻었어요?”

밑도 끝도 없이? 별말 없는 것 보니 박은미 작가도 아는 내용인 듯 보였고, 이즈음 강우진의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아, 맞네. 그러고 보니까 송 PD 이 아저씨, 그 사각턱 감독님 친구랬나? 뭔가 엮여 있어서 나도 놀라긴 했었다.’

뭐, 그건 그거고. 이 상황에 구구절절 설명하긴 귀찮다 싶은 우진이었다. 굳이 거짓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그냥 적당히 답하는 그였다. 압축하고 압축해서.

“지인한테 얻었습니다.”

“지인?”

동시에 강우진이 거만한 느낌 한스푼을 첨가했고.

“구한 경로가 중요합니까?”

“하하, 아니아니. 솔직히 그건 그냥 내 단순한 질문이고, 진짜 궁금한 건 왜 ‘흥신소’를 택했냐는 겁니다. 이 타이밍에.”

“······”

“신동춘 감독한테 들어보니까 시나리오에 애착을 가졌다고?”

말끝에 박은미 작가도 끼었다.

“우리 드라마도 진행 중인데 굳이 ‘흥신소’까지 가는 이유가 있어요? 박대리가 쉬운 역은 아니잖아요? 뭔가 나는 굳이 우진씨가 직접 찾아가서 ‘흥신소’를 하려는 게 좀 신기해서.”

“신기할 정돕니까?”

대답은 송만우 PD가 대신했다.

“솔직히 도박을 걸기엔 판이 좀 위험하잖아? 단편이고 현 상황도 썩 좋진 않으니까. 근데 지금 우진씨는 뭐랄까, 너무 확신에 찬 모습으로 보이거든.”

확신이 맞긴 했다. 판단 근거는 우진만이 가진 아공간. 거기서 볼 수 있는 작품의 급들. 뭐가 됐든 강우진은 대답을 골랐다. 음, 적당한 허세와 묵직함이 필요했다. 앞의 두 거물은 오래 봐야되니 대답을 회피하는 것도 별로다. 말이 길어질 답도 탈락.

시크하면서 약간 두루뭉술하게.

‘응, 미묘하게 가자. 어차피 아공간을 말할 수도 없고.’

이어 강우진의 입이 열렸고.

“그냥 감이었습니다.”

“······감?”

“예. 움직인 건 감이 제일 큽니다.”

이 정도면 합격이지. 강우진은 스스로를 칭찬했다. 반면, 턱수염 송만우 PD나 박은미 작가가 건너편 우진을 빤-히 바라본다. 그러다 송만우 PD가 어렵사리 되물었다.

“우진씨는 원래도···감이 좋은 편?”

“좀 그런 편입니다.”

자존감 넘치는 우진의 대답에 송만우 PD가 속으로 읊조렸다.

‘감. 다른 말론 작품 보는 눈 또는 본능. 허- 만약에 진짜 ‘흥신소’가 잘되면 얘는······’

농도가 짙은 탄성이었다.

‘이미 별종 괴물이면서 심지어 기민한 감까지 가졌단 얘긴가?’

결 다른 착각의 눈덩이가 방금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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