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20화 (20/201)

리딩 (1)

무표정? 확실히 강우진의 얼굴은 지금 퍽 무심했다. 그저 앞에서 웃고 있는 여신을. 아니, 탑여배우 홍혜연을 빤-히 응시할 뿐.

“······”

마음도 평온하긴 했다.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이건 진짜 평화가 아니었다. 난데없는 상황에 사고가 멈춘 것일 뿐.

‘···엥?’

홍혜연의 등장부터 얼어붙어 있던 강우진이었고 그때의 표정이 굳어진 것. 이것이 자연스레 우진의 컨셉을 유지시켜줬다. 누군들 사고가 멈추지 않겠는가? 별안간 여신이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하나도 안 놀라네? 어쨌든 나 ‘흥신소’ 해도 되죠?”

단편 영화를 하고 싶단다.

‘아- 잠깐만. 잠깐잠깐. 뭐가···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이거.’

초대형 드라마 여주인공이 뭐땀시 여기 와서 단편을 한다고 하지? 뭔가 낌새라도 있었다면 이해됐겠지만, 홍혜연은 어떠한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었다. 아니 애초에 우진은 그녀와 대화 자체를 많이 하지 않았다.

‘이거 또 일이 요상하게 흘러가지 않냐?’

강우진은 가까스로 멈춘 뇌에 시동을 걸었다. 일이 커진다. 신동춘 감독이 진행하는 판을 대차게 엎을 때보다 수천 배는 더.

홍혜연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린 것은 이때.

“우진씨, 근데 너무 평온하지 않아? 혹시 내가 ‘흥신소’ 하겠다는 거, 예상이라도 했어요?”

아니요, 전혀요. 강우진은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탓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삑사리라도 날까 걱정돼서였다. 덕분에 그저 고개를 저었고.

-스윽.

약간 얼굴을 꺾은 홍혜연이 재차 되물었다.

“근데 왜 이렇게 차분하지? 재미없게. 이번엔 좀 놀랄 줄 알았는데.”

놀랐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이건 진심으로 얘기해도 되겠지. 곧, 우진이 가까스로 낮은 음성을 냈다.

“놀랐습니다.”

“웃기시네, 감흥 1도 없는 얼굴이면서.”

이즈음 강우진은 어렵사리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이 여신이 어째서 여기 있는지에 대해. 그러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쳤다. 그것을 읊조리는 강우진.

“혹시, 송만우 PD님이 얘기하셨습니까?”

신동춘 감독과 송만우 PD는 친한 사이. 굳이 홍혜연과 이어진 선을 찾자면 이것밖엔 없었고, 정답인지 어쨌는지 웃으며 홍혜연이 긴 생머리를 쓸어 넘겼다.

“반쯤은 정답.”

좋은 냄새가 난다. 아, 안돼. 강우진은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일단 명확한 확인이 먼저였다.

“···그래서 진짜 ‘흥신소’를 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렇게 말했잖아요. 안돼요?”

“장난치시는 거라면.”

“아니거든요? 내가 막 계속 노는 것 같겠지만 바쁘다구요. 장난칠 시간이 어딨어.”

새초롬하게 칭얼대는 모습마저도 여신이다. 뭐가 됐든 그래주면 나야 땡큔데? 너무너무 감사하지. 현재 주변의 평판이 끝없이 높아진 강우진이었지만, 속 알맹이는 아직 소시민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 소시민이 하려는 작품에 홍혜연이 끼겠단다.

‘전투력 100만 배 상승.’

순간, 강우진의 열정이 대폭 높아졌다.

“하고 싶으시다면 상관없겠죠.”

“응, 콜이죠?”

와중 우진과 홍혜연의 대화를 멍청하게 서서 바라보던.

“······아.”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입을 열었다.

“저, 저기 혜연씨. 일단 앉아요.”

하지만 홍혜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다음 스케줄 있어서 금방 가야돼요. 아, 동춘 PD님. 오랜만이네요. 인사를 지금 하네.”

“아···예. 오랜만이긴 합니다만. 혜연씨가 정말로, 진짜로 ‘흥신소’를 하신다구요? 죄송합니다. 믿기가 좀 힘들어서.”

“네, 하고 싶어요.”

짧게 답한 홍혜연이 옆구리에 챙겨온 종이뭉치를 책상에 올렸다. ‘흥신소’ 시나리오였다.

“저 벌써 시나리오 몇 번은 완독했어요. 감독님만 괜찮으면, 전 ‘아내’ 역을 하고 싶은데.”

“혜연씨···정확히 알고 계시는 거죠? 그 아내 역은 주연도 아닌 주·조연이고, 이 ‘흥신소’는 그저 그런 단편 영화라는 거?”

“응, 네. 알고 있죠. 거기다 이 영화 ‘미장센 단편 영화제’ 출품할 거라면서요?”

“······어? 그건 어찌 아셨습니까?”

되물음에 홍혜연이 눈웃음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실력 좋은 우리 대표가 알려줬어요.”

“잠깐, 잠깐만요.”

워낙 많은 일이 한 번에 몰려와서인지 신동춘 감독은 힘없이 의자에 푹 앉았다. 이 순간 뭔가 번뜩 떠오른 그가 다시 홍혜연과 눈을 맞췄다.

“아! 근데 혜연씨 출연료를···제가 맞추는 건 불가능한데.”

“그것도 알아요.”

빠르게 읊조린 홍혜연이 청재킷 주머니서 명함 한 장을 꺼냈다. 그 명함을 그대로 신동춘 감독에게 전하는 홍혜연.

그녀의 미소가 짙어졌다.

“근데 우리가 투자자라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예? 투자자라니.”

말끝을 흐린 신동춘 감독이 받은 명함을 확인했다.

-bw 엔터테인먼트.

-대표 최성건.

명함엔 홍혜연의 소속사와 대표가 적혀 있다. 그런 명함을 보던 신동춘 감독이 다시금 고개를 올렸다.

“아, 최대표님.”

“아시죠?”

“알죠. 모르는 게 더 이상하신 분이고. 근데 bw가 투자까지 맡는다는 겁니까?”

“네. 자세한 건 감독님이 직접 대표님한테 연락하시면 진행될 거예요.”

일이 휙휙 급발진한다. 이에 강우진은 그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지켜볼 뿐. 뭐가 뭔지 모르겠다만 그냥 닥치고 있자. 그쯤 슬슬 갈 때가 됐는지 홍혜연이 몸을 돌렸다가 멈칫.

“아, 그리고 동춘 감독님. 제가 합류한다는 거나 기타 등등, 저와 관련된 건은 외부에 비밀로 해주세요. 가능하면 작품 출품할 때까지.”

그녀가 대여 사무실 문손잡이를 잡았다가 돌연 강우진을 휙 돌아봤다.

“근데 왜 하필 ‘흥신소’예요?”

어디선가 비슷한 질문을 들었었다. 그 바람에 우진은 그때와 유사한 답을 근엄히 뱉었고.

“감으로.”

“···감? 하! 진짜 골때리네. 우진씨 본인도 알죠? 좀 별종인 거?”

“글쎄요.”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홍혜연이 작게 읊조리며 사무실을 나섰다.

“뭐, 지켜보면 알겠지. 연락해요.”

-달칵.

문이 닫히자마자 신동춘 감독이 바로 강우진에게 달려들었다.

“이게 지금 대체! 우진씨! 우진씨도 전혀 몰랐습니까??!”

하지만.

“······”

강우진은 단단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이건 컨셉질을 유지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연락해요??’

연락하란 홍혜연의 말이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날 오후. 강우진의 원룸.

아침부터 정신없는 사건이 터진 바람에 강우진은 지금 이불 위에 나자빠져 있었다. 멍청하게 천장을 올려보는 건 덤.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긴 했지만, 지금 가장 큰 부분은 오전에 봤던 홍혜연이었다.

당연히 좋긴 했다. 신동춘 감독도 마찬가지. 그래도 약간 꿈속을 걷는 기분인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홍혜연님이랑 연달아 두 작품을 같이 하는 건가?”

이때 단골인 친구 김대영을 떠올리는 강우진. 지금 이 말을 들으면 걘 어떨까? 진심으로 지리지 않을까? 잠시간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강우진이 돌연 스르륵 일어났다.

일단 하나는 확실했다.

“가만히 있질 못하겠구만.”

강우진의 의욕과 전투력이 어제와 비교해서 활활 불타올랐다. 그런 우진이 집은 것은 어제 받은 ‘프로파일러 한량’ 1부 정식 책대본. 표지는 연보라색에 타이틀은 붓글씨 느낌으로 흰 글씨였다.

“이게 정식 책대본이구나- 확실히 뭔가 있어 보여.”

종이뭉치와는 달리 정식 책대본은 사람을 들뜨게 하는 힘이 있었다. 지금의 강우진만큼은 그리 느꼈다.

“크- 내가 딱 이걸 보면서 촬영장에 있는 거지?”

망상도 펼쳐졌다. 수많은 스탭이 뛰어다니는 촬영 현장에서 이 책대본을 보는 자신. 덕분에 뭔가 본격적인 마음이 드는 강우진이었고.

-스윽.

작게 미소지은 그가 책대본 옆에 붙어 있는 검은 사각형을 대수롭지 않게 찔렀다. 금세 우진은 아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끝없이 캄캄한 공간.

무한한 아공간의 느낌은 여전히 똑같았다. 다만, 강우진은 이제 약간의 공포심을 빼면 매우 태연했다. 퍽 드나들었으니 당연했고.

“보자-”

강우진이 몸을 돌려 둥둥 떠 있는 흰 사각형 앞으로 움직였다. 재밌는 것은 나열된 흰 사각형의 개수가 꽤 단출해졌단 것.

지금은 딱 3개만 보였다.

원래라면 3개는 넘어야 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우진이 아공간 실험을 통해 ‘삭제’ 기능을 알아냈으니까. 방법은 간단했다. 필요 없는 흰 사각형을 선택하고 입으로 삭제를 외치면 지워졌다.

외부로 나가는 ‘퇴장’명령과 비슷했다.

원래도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강우진이었기에 이 기능은 꽤 마음에 들었다. 보기에도 편하고 깔끔하잖아?

뭐가 됐든.

-스윽.

우진이 3개로 줄어든 흰 사각형을 쭉 확인했다.

-[1/시나리오(제목: 흥신소), B급]

-[2/대본(제목: 프로파일러 한량 1부), A급]

-[3/대본(제목: 프로파일러 한량 1부), A+급]

곧, 그가 예상했다는 듯 혼잣말을 뱉었다.

“역시. 대본 초고랑 정식 책대본은 따로 인식하네.”

‘프로파일러 한량’ 얘기였다. 사실, 어제까지 우진의 아공간의 흰 사각형은 2개였다. 그런데 방금 하나가 추가되어 3개가 됐다.

즉, ‘프로파일러 한량’ 1부의 정식 책대본이 리스트업 됐다.

이렇게 되면 답은 간단했다. 종이뭉치였던 초고와 책대본인 정식 대본은 따로라는 것. 당연하긴 했다. 내용만 같을 뿐 정식 책대본엔 분위기 등 약간의 수정이 들어가니까.

이쯤.

“응?”

흰 사각형들을 보던 강우진이 방금 추가된 것에서 뭔가 다른 점을 발견했다.

-[3/대본(제목: 프로파일러 한량 1부), A+급]

끝에 표시된 급이었다.

“A+? +가 붙었네?”

원래의 초고는 그냥 A급이었다. 그런데 이번 정식 책대본은 +가 추가됐다. 즉, 급이 올랐다 봐야 했다.

“A급 위에서 A+? 그럼 그 위는 A++? 아니면 S급?”

뭐가 됐든 새로운 발견이었다. 처음 본 A+급 단계도 그랬지만, 강우진은 다른 것에 집중했다.

“이거 급이 확정값이 아니구만?”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뜻. 하긴, 영 이상한 건 아니었다. 작품 하나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과정과 변경이 생길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 정식 책대본은 왜 급이 올랐을까?

퀄이 높아져서? 약간의 수정이 있었기에?

어느 쪽이든 급이 높아진 건 청신호였다. 낮아진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높아진 건 별 상관없겠지. 적당히 읊조린 강우진이 하려던 것에 관심을 돌렸다.

“가능하면 전부 리딩(경험) 해두자.”

‘프로파일러 한량’ 1부의 정식 책대본 속 인물들을 경험하는 것. 가능하면 전부. 물론, ‘박대리’도 포함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게 강우진에겐 연습이었으니까.

“전 인물 독파가 목표다.”

박대리의 시선만이 아닌 ‘프로파일러 한량’ 전체 남자 인물들의 시선을 가지는 것. 이러면 이해도는 높아지겠지.

“안 그래도 난 이쪽 지식이 딸리니까, 뭣보다 어마무시한 탑배우들 사이에서 컨셉질 유지할라면 뭐라도 지니고 있어야지.”

이것이 대본 분석 중 중요한, 각 인물 분석과 호흡 이해인 것을 강우진은 몰랐다. 이로 인해 연기 퀄리티가 더 높아짐을 알 리 없었다. 그저 일반인의 시선에서 내린 간단한 결론일 뿐.

그렇게 강우진은.

-[3/대본(제목: 프로파일러 한량 1부)을 선택하셨습니다.]

-[리딩(경험) 가능한 인물을 나열합니다.]

-[A:유지형, B:정상민, C배세준······E:박 대리]

먼저, 남주 배역부터 선택했다.

[“‘A:유지형’ 리딩 준비 중······”]

곧.

[“······준비 완료. 완성도가 매우 높은 대본이나 시나리오입니다. 구현도는 100%입니다. 리딩을 시작합니다.”]

강우진이 박대리가 아닌 유지형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틀 뒤.

늦은 아침에 눈을 뜬, 머리가 산발인 강우진이 눈을 부비벼 화장실로 이동할 때였다.

-♬♪

우진의 핸드폰이 벨소리를 우렁차게 뱉었다. 처음엔 알람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전화였다. 상대는 신동춘 감독. 곧, 고개를 갸웃한 우진이 일단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를 깔 필요는 없었다.

-스윽.

일어난 직후라 단단히 잠겨 있기에.

“네, 감독님.”

반면, 핸드폰 너머 신동춘 감독의 목소리를 상기됐다.

“우진씨! 하하, 몇 시간 뒤 늦은 점심쯤에 저랑 어디 좀 가셔야겠습니다!”

“어디를?”

“가보시면 알아요! 아, 혹시 예정이 있습니까?”

예정? 딱히 없었다. 하지만 너무 안 바쁜 척을 하는 건 컨셉질에 차질이 있다. 그렇기에 우진은 잠시 생각하는 척을 시전했다.

“음- 점심쯤은 무리고. 오후 3시쯤 어떠세요.”

“알겠습니다, 그쯤 뵙는 거로 하죠.”

뒤로 몇 시간 뒤.

날을 풀렸지만 적당히 패딩을 걸친 우진이 원룸 건물에서 나와 좀 걸으니, 길가 갓길에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 싱긋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진씨! 타세요!”

힘이 넘치는 신동춘 감독의 뒤에는 검은색 승합차가 세워져 있었다.

“하하하, 필요해서 장기로 좀 빌렸습니다.”

차로 직접 데리러 오는 거 기분 나쁘지 않네. 우진은 미래의 매니저를 상상하며 승합차에 올랐고, 뭔가 텐션이 높은 신동춘 감독이 빠르게 운전석에 탔다.

-부후웅!

그래도 출발하는 승합차. 승합차는 고속도로에 진입하며 빠른 속력을 냈다. 와중에 운전하는 신동춘 감독은 조수석 우진에게 연신 떠들어댔다.

“투자가 다행히 아주 깔끔하게 해결됐습니다, 하하하. 혜연씨가 아주 귀인입니다, 귀인.”

bw엔터가 새로운 투자자라는 둥, 바로 영화사를 구했다는 둥, 배우들 수급도 빠르다는 둥. 이쯤 우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여유를 보였다. 그렇게 약 2시간쯤 달렸을까?

-끼익!

승합차는 경기 파주에 도착했다. 그대로 차에서 내리는 강우진. 이어 우진은 앞쪽에 시선을 맞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변엔 앞에 있는 꽤 큰 별장 빼곤 뭣도 없었으니까.

“아.”

별장을 보자마자 우진은 느꼈다.

“저 별장.”

‘흥신소’ 속의 별장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이를 증명하듯 우진의 옆에 선 신동춘 감독이 기분 좋게 웃었다.

“맞습니다. 이 별장이 우리 ‘흥신소’의 메인 촬영지입니다.”

2층 높이, 안이 훤히 보이는 넓은 창이 달린 거실, 인적이 드문 주변 길가, 별장 뒤로 펼쳐진 나무 가득한 산 등등.

약간 음산한 것이 ‘흥신소’의 별장과 판박이였다.

여기서 별장 방향으로 몇 걸음 걸은 신동춘 감독이 설명을 추가했다.

“제작비가 팍팍해서 세트는 생각도 못 합니다. 대부분의 단편 영화들이 비슷한 형편이죠.”

그렇구나. 근데 저렇게 비슷한 별장은 어떻게 구했을까. 우진이 속으로 읊조릴 때 몸을 돌린 신동춘 감독이 말을 이었다.

“시나리오 초반 작업 때 우연히 여길 발견하고 계속 마음속에 저장해 놨었습니다. 이번에 투자가 해결되면서 바로 여기부터 섭외했죠.”

뒤로 신동춘 감독은 별장의 주인인 노부부가 흔쾌히 허락했다며 하하하 웃었다. 그런 그가.

-스윽.

뜬금 강우진의 앞으로 걸어와 옆구리에 챙겨온 흰 서류봉투를 보였다. 곧, 진중한 얼굴로 변한 신동춘 감독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읊조렸다.

“우진씨. 투자자와 영화사 모두 해결됐습니다. 나머지 배우들도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캐스팅될 것 같구요. 혜연씨도 마찬가지고.”

“다행이네요.”

“모두 강우진씨 덕분입니다.”

내가 뭘 했다고? 딱히 한 게 없다 생각한 우진과는 반대로, 약간 눈시울이 붉어진 신동춘 감독이 서류봉투를 강우진에게 내밀었다.

“이제 계약은 메인 주인공 한 명 남았습니다. 정식 계약섭니다.”

덤덤히 서류봉투를 받는 강우진. 이로써 강우진은 첫 주연 영화가 확정됐다. 단편이긴 하지만. 이어 신동춘 감독이 우진과 눈을 맞추며 브리핑을 이었다.

“다만, 시간이 없어 대본리딩과 본 촬영 스케줄은 겹칠 것 같아요. 3월 10일에 본 촬영 바로 시작입니다. 촬영 기간은 5일 보고 있고요.”

오늘이 2월 28일 금요일. 즉, 3월 10일까진 대략 열흘 정도 남았다. 급작스레 촬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강우진이 시니컬함은 유지하면서도 속으로 읊조렸고.

‘와- 막상 닥치니까 좀 떨리네.“

이 순간.

-우우웅.

강우진의 핸드폰에 짧은 진동이 울렸다. 도착한 것은 톡이었고, 신동춘 감독에게 양해를 구한 우진이 톡 발신자와 내용을 확인했다.

-송만우 PD님.

-[대본리딩 및 단합 MT 일정 공유]

-[3월 7일 토요일~ 8일 일요일, 1박 2일 일정]

‘프로파일러 한량’ 대본리딩은 일주일 뒤였다.

그리고 그날이, 3월 7일이 도래한 것은.

『[스타톡]탑배우들 대거 합류한 ‘프로파일러 한량’, 대본리딩으로 MT 떠난다···내일 출발』

눈 깜짝할 새였다.

────────────────────────────────────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