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28화 (28/201)

촬영 (3)

3월 11일, 수요일 오후.

경기 파주에서 이틀째 촬영을 진행 중인 ‘흥신소’팀. 5시가 넘는 현재엔 별장 근방에 있는 오래된 카페가 촬영지였다. 음식점과 합쳐진 카페였다. 방금 씬 하나를 마쳤는지, 카페 주변으로 ‘흥신소’의 열댓 명 스탭들이 분주했다. 뒷정리 중인 것.

영화판엔 펼치고 접는다는 말이 있다.

판을 벌이고 정리한다는 뜻인데, 상업 영화에서도 야외 촬영이 끝나면 신속히 뒷정리한다. 단편 영화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그보다 두 배는 더 빨라야 했다.

어쨌든.

-드륵!

갓길에 주차된 벤에 탑여배우 홍혜연이 올랐다. 벤에 타자마자 흰색 롱패딩을 걸친 그녀가 머리를 등받이에 툭 기대며 긴 한숨을 뱉었다.

“후우-”

덤으로 긴 생머리를 뒤로 쓸어넘긴다. 뭔가 분위기가 있는 것이 샴푸 광고의 한 장면 같다.

그런 홍혜연은 방금의 씬으로 ‘흥신소’의 촬영은 모두 끝났다. 총 5일의 촬영 중 이틀을 함께한 셈. 원래는 3일 일정이었으나, 그녀의 기타 등등 바쁜 스케줄 덕에 좀 빡빡하게 찍었다. 직전의 씬은 ‘흥신소’ 주인공인 강우진과의 투샷 장면이었다.

롱패딩을 여미던 홍혜연이 감정과 머릿속에 남은 씬을 곱씹는다.

‘모니터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 직접 두 눈으로 겪으니까 또 달라. 나 중간 약간 주눅 들었었지? 왜 그랬지?’

속으로 자신에게 되묻던 홍혜연이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연기 합을 맞추는 와중에 내 연기가 아쉽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홍혜연은 강우진과의 연기에서 거리감을 느꼈다. 자신은 탑여배우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강우진의 배경은 아직 무명이었다. 그런데도 멀었다. 한참 멀게 느껴졌다.

‘몰라, 중간부턴 오기로 한 거 같아.’

자신이 못 미더워 신동춘 감독에게 리-액션을 몇 번 부탁하기도 했다. 재촬영이 들어갈수록 강우진의 김류진은 진해졌고, 먼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물론, 크게 보면 그녀의 연기가 나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었다. 신동춘 감독이 흡족해했으니까. 심지어 홍혜연은 국내 탑여배우 중에선 연기력이 상위였다. 그저 강우진이 너무 말도 안 되는 존재일 뿐.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그거? 걔를 보고 있으면 진짜 극 세상 속에서 몇 년을 구른 표현을 뿜어. 그 눈빛 하며- 그냥 재능?’

강우진의 미친 연기를 파헤치고자 ‘흥신소’에 합류한 그녀였지만, 막상 경험하고 나니 더욱더 수렁에 빠져들었다. 거기다 이번엔 새로운 충격도 받았다.

“······김류진은 박대리와는 완벽히 다른 톤이었어. 작품을 동시 진행하면서 어떻게 두 인물의 경계선이 그렇게 확실하지?”

박대리는 끈적하며 심오했다면, 이번의 김류진은 허술한 생활감이 몸에 밴 연기법이었다. 강우진의 박대리와 김류진은 완벽히 따로였다. 이는 절대 신인이 가질 수 없는 기술.

“다중인격이냐고-”

다중인격. 그래, 다중인격으로 보일만 했다. 성격이 명확히 제각각인. 순간, 홍혜연은 탄식했다.

“그런 거 배운다고 가능하긴 한 거야?”

심지어 강우진 걘 독학이랬는데. 현재로선 알 수 없었다. 불가능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녀로서는 계속 봐야 했다. 강우진을. 연기를 더 잘하고 싶었으니까.

곧, 홍혜연이.

-스윽.

핸드폰을 꺼내 소속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즉, 최성건 대표였다.

“오빠! 강우진 계약금 얼마로 정했어?? 뭐? 좀 적지 않아??”

한편, 촬영 뒷정리가 한창인 카페 안.

대체로 허름한 느낌의 카페 창가 쪽에 강우진이 앉아 있다. 팀과 같이 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중. 현재 그의 의상은 김류진 그 자체였지만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속은 달랐다. 기분이 상당히 좋은 상태.

‘안았다.’

정확히는 홍혜연이 강우진의 뒤에서 가볍게 백허그하는 씬이 있었다. 애정이 담긴 컷은 아니다. 오히려 소름이 돋는 씬이었다. 하지만 백허그는 백허그. 홍혜연의 온기가 우진의 등에 선명했다. 알맹이가 소시민인 우진에겐 입꼬리를 올릴만한 일이긴 했다.

‘아니, 내가 언제 홍혜연한테 백허그를 받아보냐? 김대영한테 자랑할 게 또 늘었네.’

이때였다.

“우진씨.”

망상에 빠진 강우진을 남자 목소리가 깨웠다. 돌아보니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 웃고 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백허그요. 라고는 못하니 우진은 대충 다른 말로 둘러댔다. 촬영 중이니 연기가 좋겠지. 강우진이 근엄하게 읊조렸다.

“다음씬 생각 중이었습니다.”

거짓말도 이런 새빨간 거짓말이 없었다. 이를 알 리 없던 신동춘 감독이 돌돌 만 촬영 콘티를 바지 뒷주머니에 꽂았다.

“너무 무리는 말아요. 이미 충분히 넘치게 잘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우진씨 쓰러지면 우리 올스톱이야, 알죠?”

“신경 쓰겠습니다.”

만족 섞인 미소을 머금은 신동춘 감독이 우진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주제를 바꿨다.

“우진씨, 아직 소속사 계약은 안 했죠?”

“예, 아직.”

“이번 ‘프로파일러 한량’ 리딩장에서 명함은 꽤 많이 받았을 거잖아?”

뭐지, 이 아저씨. 돗자리 깔아야겠는데? 강우진이 가만히 쳐다보자,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나도 과거엔 드라마 PD였으니까요. 나 나름 괜찮았다고? 대본리딩땐 엔터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하니까, 걔네가 우진씨를 봤다면 무조건 명함을 줬겠다 싶었지.”

“그렇군요.”

“고민되죠? 음- 다른 조언은 모르겠고, 신인이나 무명은 원래 회사 들어갈 때 계약금을 안 받아요. 오히려 돈 주고 들어가는 형편인 걸 뭐.”

“······”

“신인 데려다 키우는 건 엔터고 걔네가 돈을 붓는 입장이니까. 신인, 무명이 보통 5년 길면 7년 계약을 하고, 뒤로 수익 나는 건 빨라야 3년? 4년도 걸리고.”

여기서 신동춘 감독이 돌연 표정을 바꿨다.

“그런데 우진씨는 계약금 받아요, 받고 들어가. 특별하잖아요? 이미 연기로 수익을 내고 있고, 그 규모가 말도 안 되게 크니까. 아, 내 거 말하는 거 아니고 ‘프로파일러 한량’ 말하는 겁니다.”

“예.”

“송만우 PD님이랑 박은미 작가님이 어마어마한 거 알죠? 그 작품에 합류하는 거 탑배우들도 빡세다고. ”

얼마를 불러야 하는지가 궁금합니다만? 우진이 속으로 물음표를 던졌을 때, 신동춘 감독이 멋대로 답을 내뱉기 시작했다.

“지금 엔터들이 왜 그렇게 우진씨를 탐내냐면, 많게는 억 단위 돈이 들어가는 연습생 시절이 킵되니까 그래요. 그거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겁니다. 돈도 돈이고 시간도. 3년에서 5년을 당기는 거죠.”

“얼추 알고는 있습니다.”

“근데 진짜 무서운 건 불확실성. 그렇게 교육하며 돈 붓고 홍보하고 제작사 방송국 돌면서 영업 뛰고, 쌩지랄을 해서 3년 정도 키워놔도 뜨는 애는 백에 하나. 나머진 싹 망한 거고. 심지어 그 하나도 어렵사리 단역 자리 잡는 게 다라는 것.”

개무섭네 연예계.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강우진은 속으로 치를 떨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동춘 감독이 뜬금 강우진을 검지로 찍었다.

“그런데 지금 우진씨는 어때요? 우리 ‘흥신소’에서 주인공이죠? ‘프로파일러 한량’에서는?”

“준·조연입니다.”

“이제 시작인데 3에서 5년 공백없이 바로 주인공에 준·조연? 심지어 연기마저 완성형이야, 교육시킬 필요가 없어. 스타성도 보이고. 목숨 걸고 영업을 뛰어야 단역 하나 딸까 말깐데, 우진씨는 혼자 알아서 몇 배 이상을 만들어 놨다. 이거 엔터들이 군침 안 흘리겠어요?”

미친 듯이 흘리겠네, 듣고 보니 백번 이해가 가는 강우진이었다. 와중 팔짱 낀 신동춘 감독이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고.

“내 생각에 계약금으로 2000만 정돈 불러도 되지 싶은데?”

강우진이 격하게 되물었다. 물론, 속으로.

‘예?! 2000만 원이요???’

이후.

강우진이 ‘흥신소’ 촬영에 다시금 투입됐을 때쯤, ‘프로파일러 한량’ 측은 대본리딩도 끝났겠다 홍보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중이었다.

『[스타톡]‘프로파일러 한량’은 지금 대본리딩중, 스타들 대거 참석/ 사진』

『과연 기대작인가? 콘도 빌려서 리딩 진행한 ‘프로파일러 한량’, 소문만큼 내용도 탄탄할까?』

탑배우들이 가득한 리딩 장면과 간단한 배우들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출처는 있는 여러 소문들이 기사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이슈체크]‘프로파일러 한량’측 “첫방은 5월로 가닥 잡았다”』

『4월 말 제작발표회 한다는 ‘프로파일러 한량’, 아마 금토로 방영할 듯』

『‘박은미 작가’가 말한 제대로된 씬스틸러 배우는 누구? 누리꾼들 사이로 소문 확산』

드라마의 주제를 알릴 1차 포스터도 공개됐다. 검은색과 회색 연기가 출렁이는 배경에, 류정민과 홍혜연 등 주연들의 사진이 박힌 프로필이 바닥에 뿌려진 형식이었다.

프로파일러라는 느낌을 강조한 것.

물론, 1차 포스터라 정식 포스터가 나오면 바뀌겠지만, 대중들에게 제작 속력을 낸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엔 성공이었다. 하루가 지난 목요일엔 ‘프로파일러 한량’ 공식 너튜브 채널로 1차 티저가 공개됐다.

-탑배우들 대거 몰린 대본리딩 맛보기? 이건 못 참지!!|프로파일러 한량

-[SBC]/ENG SUB

-2020. 3. 12

대본리딩이 주가 되는 30초짜리 짧은 영상. 하지만 이 영상의 조회수는 짧지 않았다.

-조회수 1,001,332회

쌓아온 기대감 때문일까? 거물들이 대거 참여한 파괴력 덕분? 티저영상은 업로드 하루 만에 100만 조회수를 넘겨버렸다.

그렇게 어느덧 14일 토요일 늦은 오후.

강우진은 파주 별장의 2층 화장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니, 지금 그는 김류진이었다. 눈에 경계가 가득하며 몸을 벽에 바싹 붙였다. 서서히 문 뒤로 몸을 숨기는 김류진.

그 상태로 약 10초.

쥐죽은 듯 조용한 2층 화장실을 향해 누군가가 우렁차게 외쳤다.

“컷!! 오오케이!!!”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었고, 그가 눈시울을 붉히며 덤덤한 강우진에게 달려갔다.

“고마워요!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우진씨!!”

“고생하셨습니다, 감독님.”

단편 영화 ‘흥신소’의 촬영이 모두 끝났으니까.

같은 날, 늦은 밤.

강우진을 포함한 ‘흥신소’ 팀은 파주 숙소 근방의 고깃집에서 조촐한 회식을 진행했다. 시간은 밤 10시가 넘었다. 일정 중간쯤 빠진 홍혜연은 아쉽지만 없었다. 아, 물론 아쉽다는 건 강우진의 마음.

어쨌든.

“여기 테이블마다 삼겹살 3인분씩만 깔아주세요!”

“예예-”

“소주는 일단 3병만 주시구요!”

테이블 4개를 합친 곳에서, 대충 15명 되는 ‘흥신소’ 팀의 뒤풀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래도 그 별장 정들었는데 아쉽네요.”

“맞아요, 완전 내 집같이 편했는데.”

“하하하. 열심히 해서 별장 하나 사면 되죠?”

“별장이 왜 별장인지 아세요? 하늘의 별 따기라 별장이래요.”

열댓 명 스탭들이나 배우들은 5일간 꽤 친해졌는지 하하호호 떠들기 바빴다. 그런 그들을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 흐뭇하게 바라본다. 신입 감독으로서의 뿌듯함이었다.

와중.

“······”

신동춘 감독의 옆에 앉은 무표정의 남자. 바람막이 지퍼를 목까지 올린 강우진은 말없이 컵을 가만히 내려보는 중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촬영’이 섞인 지난 5일을 되짚고 있었다.

‘기분이 어째 좀 묘하네. 시원섭섭한 느낌?’

우리는 그걸 아쉽다고 표현한다. 우진은 조금이지만 미련이 남았다. 성취감이라는 걸 정말 오랜만에 느껴봤으니까.

‘촬영 마지막에 OK 들렸을 땐 좀 전율까지 느껴지더만.’

단편이지만 첫 영화, 첫 촬영, 첫 주인공.

강우진에겐 모든 것이 처음에 생소했고, 5일간 지속하는 촬영에 더럽게 힘들었지만 재미는 있었다. 낯선 환경 덕에 쌓이는 피로감보다, 매일 주입되는 신기함과 흥미로움이 더욱 컸다. 아 물론, 우진에겐 컨셉질을 유지하느라 파생되는 정신적 부담도 있긴 했다.

하지만 주인공인 강우진의 결론은 ‘즐거웠다’였다.

‘이런 기분 디자인회사 다닐 땐 개뿔 느껴본 적 없었는데. 뭐, 여튼 빡세긴 개빡세네. 단편이 이 정도 레벨?’

불현듯 제대로 된 상업작품이나, ‘프로파일러 한량’의 촬영 고통이 상상되는 강우진이었다. 제대로 짚긴 했다. ‘흥신소’는 준비 운동인 셈.

‘하- 체력을 좀 키워야겠네.’

여하튼 강우진의 인생이 참 요지경처럼 변해버렸다.

그때.

“우진씨?”

여자 배우가 강우진을 불렀다.

“안 힘들어요? 엄청 덤덤하게 앉아 계시네?”

주제가 강우진으로 변하자 배우들이나 스탭들이 하나둘씩 말을 보탰다.

“맞아, 우진씨 촬영 내내 표정 하나 안 바뀌시던데. 대단하다 싶었어요.”

“하긴. 촬영 막판엔 진짜 우진씨만 쌩쌩했죠? 피곤한 기색 본 적 없는 거 같아.”

“와중에 연기 톤도 안 흔들리고 단단하고. 진짜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아니요? 빌어먹게 힘들었습니다만. 허나 빌빌대는 모습은 쎈척이 가미된 강우진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그러니 대답 역시 비슷해야겠지.

“버틸 만했습니다.”

뒤로 신동춘 감독이 하하하 웃으며 강우진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체력도 좋고, 멘탈도 딴딴하고. 솔직히 우리 우진씨는 배우로서 뭐 부족한 게 없어요. 내가 드라마 PD였어도 바로 캐스팅하지.”

“감사합니다.”

“뭣보다 이제 초대형 현장 투입될 예정이잖아요? 이 정도는 끄떡없어야 하는 게 맞지.”

알아요, 압니다. 기껏 잊었는데 이 양반이 공포를 상기시켜주네. 강우진의 속마음이야 어쨌든 다른 배우들이 달려들었다.

“아 맞다! 뭐 찍으시는 거예요? 영화? 드라마?”

“어우- 부럽다. 근데 우진씨는 인정. 그 연기력이면 어디든 충분히 먹히고도 남지.”

“TV나 스크린에서 우진씨 보면 막 주변에 자랑해야겠다. 아! 우진씨 저 사인 좀 해주세요.”

“···사인?”

사인이란 단어가 뱉어지자 배우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그것을 말린 것은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었다.

“하하하, 그런 건 나중에 하고. 우진씨 일단 촬영 자체는 끝났어요. 전 내일부터 바로 후반 작업에 들어갈 거고.”

즉, 편집에 돌입한다는 얘기.

“근데 아마 후시 작업이 있을 겁니다.”

신동춘 감독은 짤막한 설명을 이었다. 대충 나레이션이라든가, 주변 환경에 의해 소리가 뭉개진 컷 등등 때문에 오디오 후시 작업이 있을 거라는 것.

“것도 하루에 몰아서 할 겁니다. 스케줄 잡기 전에 연락드릴게요.”

모조리 처음 듣는 지식과 정보들이었지만 강우진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알겠습니다.”

나름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미장센 단편 영화제’ 일정은 나왔습니까?”

“아니요, 아직. 원래 정확한 일정은 2주 전에 나와요. 도는 소문으로는 4월 중순에서 말쯤 보고 있답니다. 한 달 좀 넘게 남았으니까, 다행히 후반 작업이 빡빡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렇군요.”

순간, 신동춘 감독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우진씨 컷들. 그러니까 재료들 퀄이 상당해요. 그림 기깔나게 뽑힐 겁니다.”

그러다.

“아.”

강우진의 소주잔을 채우던 신동춘 감독이 대뜸 주제를 바꿨다.

“우진씨, 정장은 있죠?”

정장? 있기야 하지. 면접 때 입었던 거. 강우진이 1+1으로 샀던 싸구려 정장을 떠올렸다.

“있긴 합니다.”

“음- 근데 있어도 하나 사요. 돈 좀 들여서 괜찮은 놈으로.”

“이유가 있습니까?”

“솔직히 우진씨 만나기 전에는 꿈이라 생각했는데, 왜인지 지금은 현실이 될 것 같아서? 저번에 한 번 말했었죠? 수백 출품작 중 ‘미장센 영화제’ 본선에 올라가는 건 수십 작품이 다라고. 심사 기준에 배우 연기 비중도 꽤 크다는 것도.”

“예.”

여기서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 자신감 넘치게 비죽 웃었고.

“본선 작으로 초청되면 당연히 주연배우도 영화제에 참석해야 돼요.”

강우진을 가리켰다.

“영화계 어마무시한 인물들 올 텐데 폼은 나야지?”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