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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39화 (39/201)

쾌속 (1)

권기택 감독의 혼잣말에 바로 옆 제작 PD가 되물었다.

“감독님,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괴물이요?”

“아니.”

하지만 팔짱 낀 권기택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혼잣말이야.”

나긋나긋하게 답한 권기택 감독. 그는 지금 취조실 속 강우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현재 우진은 같은 씬 솔로 컷을 찍는 중.

‘연기가 저리 터무니없는데 오디션을 볼 이유가 없었겠지. 쟤 입장에선 이 드라마가 방영 타면 러브콜이야 쏟아질 테고.’

우현구 그놈은 저 강우진이란 친구의 연기를 못 본 건가? 봤다면 필히 오디션부터 들이밀진 않았을 터였다.

‘지금이야 몰락 중이다만 거장급 우현구를 거절한다라- 애가 강단이 있는 건지 겁이 없는 건지.’

그러다 권기택 감독이 아침에 봤던 강우진의 모습을 상기했다.

‘대형 스튜디오를 보고 신기해하던 게 아니었나? 지금과 이미지가 달라. 연기할 때와 평상시 모습이 다른 부류?’

곧, 권기택 감독이 제작 PD에게 다시 물었다.

“저 신인 말이야, 자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아?”

제작 PD 역시 강우진을 계속 보고 있었는지 빠른 대답을 내놨다.

“대단합니다, 연기적인 부분도 흠잡을 게 없다만. 뭐랄까요, 디테일이 말도 안 된다고 봅니다. 좀 더 가까이서 구경하고 싶을 정돕니다.”

“호흡의 절제, 통제. 그러면서도 폭발력이 있어. 저 시선 처리를 좀 보라고. 기가 막혀. 저걸 바로 앞에서 본 류정민은 소름이 돋았겠지.”

여기서 같이 온 캐디(캐스팅 디렉터)도 거들었다.

“메소드과겠죠. 저걸 연기라고 보긴 어렵고, 인물 자체를 끌어다 보여주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대본 분석력이나 파악력이 뛰어나다는 소리겠고.”

제작 PD가 고개를 돌렸다.

“김 캐디님도 처음 보는 얼굴이에요? 전 일단 처음 보는데.”

“네, 저도 낯설어요. 솔직히 연극, 뮤지컬, 엔터들 안 돈 곳이 없습니다. 저도 좀 당황스러워요, 저 정도 배우면 눈에 분명 띄어야 했는데······죄송합니다, 감독님. 제 서치가 좀 부족했습니다.”

캐디가 고개를 숙이자 권기택 감독이 잔잔하게 고개를 저었고.

“아니, 어쩌면 갑자기 뚝 떨어졌을지도 모르지. 사정이야 송PD님이 제일 정확하게 알 것이고. 그보다.”

세트장 속 류정민과 강우진을 번갈아 보던 권기택 감독이 턱을 쓸었다.

“연기 퀄을 높인다는 소문은 진짜였던 모양이야. 류정민이, 내 생각을 훨씬 웃돌아. 저거 이 갈고 나왔어.”

“예, 확실히 폼이 예전보다 훅 올랐습니다.”

“저건 폼이 올랐다는 거론 부족하고. 배우로서 크게 한 걸음 내디딘 거지.”

잔잔히 읊조린 권기택 감독이 검지로 강우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마 이 작품 배우들의 연기 폼을 끌어 올린 시발탄은, 저 신인 아이가 쐈을 거야.”

“저 강우진이란 신인이요?”

“그래. 내 보기엔 저 애가 류정민을 보고 가는 게 아니고, 류정민이 쟤를 붙잡고 가는 것처럼 보여. 보통이면 탑들이 현장 기둥이 되는 게 맞잖아? 현장 기름칠도 탑들이 해주는 거고.”

“그렇죠, 분위기라든지 스탭들과의 관계 등등.”

“근데 이 작품 남주인 류정민은 지금 그딴 것 없이 연기에만 필사적이야, 저 류정민 눈을 보라고. 주위를 둘러보나? 오로지 반대편 신인만을 보고 있어. 계속 배역을 유지하고 있는 거야.”

제작 PD나 캐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확실히 류정민은 오로지 연기에만 치중하는 것 같았다. 그림상 강우진이란 신인이 더 선두에 있는 느낌. 어쨌든 권기택 감독은 확신했다.

“앞뒤 상황이야 모르겠다만, 저 강우진이란 아이에게 동해서 류정민 포함 배우들이 독기를 품은 거겠지.”

“음-”

“생각해보라고. 가뜩이나 거물 송 PD 현장에 그 박은미 작가 작품이야. 근데 이름 모를 무명 신인이 연기를 더 잘해버리면 대중들이 그걸 모르겠나?”

“대단하신 탑들 자존심에도 기스가 나죠.”

“종합적으론 작품의 질이 올라. 저 신인이 이 드라마 대들보 역할을 해주고 있는 거야, 쟤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때, 대형 세트 스튜디오 주변을 훑던 캐디가 끼었다.

“감독님, 일단 확인할 건 다 하셨으니 빠지시는 게 어떻습니까. 스탭들이나 배우 진영 매니저들이 힐끔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이었다. 특히나 류정민 진영이 수군대고 있었다. 더 있다간 소란스러워지는 건 시간 문제. 하지만 푸근한 권기택 감독은 발길이 안 떨어졌다.

‘아쉽군, 상황만 괜찮다면 끝까지 보고 싶은데.’

조금 더 구경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다. 류정민도 그랬지만, 저 말도 안 되는 강우진이란 신인을 계속 눈에 담고 싶었다. 더 정확하게는 그의 연기가 당겼다.

“저 아이의 연기, 시선을 감는 힘이 있어.”

아쉬움 서린 한숨을 뱉은 권기택 감독이 발길을 옮기면서도 나지막이 읊조렸다.

“근데 내내 뭐하다가 이제사 나타난 거지?”

수 시간 뒤, 오후.

‘프로파일러 한량’ 팀은 정신없이 촬영을 이어나갔다. 아침 일찍 모여서 현재는 오후. 점심시간을 빼면 거의 촬영에만 몰두했고, 그 덕에 꽤 많은 촬영 컷들을 쳐낼 수 있었다.

다만.

“조명팀! 여기 조명 깜빡거리는데요?!!”

“아- 지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붐 마이크!! PD님이 정신 차리랍니다!! 아까처럼 스르륵 내려와서 카메라에 잡히면 안 돼요!”

“예예!”

“커피커피! 여기 커피 좀 채워 주세요!”

여전히 대형 세트 스튜디오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해는 이미 졌지만, 수십 스탭들의 에너지는 아침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달리고, 뛰고, 세팅하고, 외치고, 확인하고.

쉴 틈 없이 굴러가는 현장. 당연히 스탭들 전원은 피곤했겠지만, 그런 기색을 내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신바람이 났다.

“방금 씬들도 죽여 줬죠??”

“맞아맞아, 정민씨하고 우진씨 진짜 신들려서 연기하는데···어후.”

“이거이거 진짜 시청률 대박 나는 거 아냐?”

“나야죠! 하하, 간만에 저희도 포상 휴가도 가고!”

첫 촬영부터 배우들의 연기가 말도 못 하게 좋았으니까. 그것은 곧, 영상으로 뽑힐 그림의 퀄이 높다는 것. 결과적으론 시청률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는 없다.

즉, 수많은 스탭들은 기대감이 가득했다.

와중.

‘죽는다. 진짜 죽을지 몰라.’

취조실 세트장에 앉은 강우진은 영혼이 빠질까 말까 한 상태였다. 물론, 습관적으로 컨셉질을 붙잡고 있기에 표정은 단단했지만, 속으로는 곡소리를 내는 중이었다.

‘이거 진짜 생각보다······더더더 빡센데? 나 오늘 여기 와서 뭐 했지? 아- 그래, 연기. 괜찮아, 연기는 제대로 했던 것 같아.’

‘흥신소’ 때와는 굴러가는 호흡 자체가 판이했다. 분명, 송만우 PD에게서 ‘컷’이 들렸는데 바로 ‘액션’이 들려왔다. 그리곤 다시 ‘컷’. 바로 ‘액션’.

이 속도는 대체 뭔가?

각오는 했지만, 분량이나 속력이 마음가짐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배우 된 지 이제 두 달 차인 강우진에겐 버거웠고, 현장의 급박한 분위기 역시 적응될 리 만무했다. 우진은 이 거대한 공간에서 자신만 붕 뜬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뒤는 없다. 후진할 순 없다. 그러니 어금니를 빠득 무는 수밖에.

‘하- 몰라 씨.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진짜 뒤질 리는 없잖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강우진이 소유한 ‘박대리’가 전과 비교해 더욱 견고해졌고, 꺼내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 선명히 각인된 대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새삼 강우진은 아공간의 능력에 감사를 표했다.

이때.

-스윽.

헤어 점검을 마친 류정민이 세트로 들어왔다. 한 손에 대본을 든 그는 강우진의 반대편에 앉았고, 그의 등장과 함께 우진은 포커페이스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

“······”

둘은 오늘 아침부터 대화가 많지 않았다. 류정민 쪽은 유지형 배역에 톤을 이어가는 것이지만, 강우진은 그냥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문 것이었다. 존잘 탑배우가 어색하기도 하고.

이것을 보던 스탭들이 감탄했다.

“둘 다 촬영 안 들어갔는데 엄청 심각하네요?”

“들은 적 있어. 예민한 컷 찍을 땐 배우들끼리도 기 싸움한다고.”

“아아, 그럼 두 분은 아직도 유지형이랑 박대리로 서로 심리전을 벌이고 있는 건가?”

“그렇다고 봐야겠지. 저 정도나 되니까 그림이 오지게 찍히는 거고.”

반면, 강우진은 그저 자신과 심리전을 벌이고 있었다. 류정민이 대본을 보고 있으니 나도 보는 척을 해야 하나? 따위의. 덕분에 우진이 차분하게 대본을 집어 펼쳤다.

‘근데 여기 좀 춥네.’

봄이지만 아직 밤엔 찬바람이 불 정도였다. 거기다 이 스튜디오 자체도 냉기가 가득했다. 그렇기에 강우진은 살짝 오한이 들었다. 손끝이 미세히 떨리는 정도의. 하지만 건너편에 앉아 우진을 힐끗대던 류정민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박대리, 감정 회복이 쉽지 않죠? 울컥울컥 댄다거나. 나도 아까 손에 경련 오고 그랬어요.”

과연 탑배우의 눈썰미. 다만 강우진은 뭔 소린가 싶었다. 갑자기 뭔 감정 회복? 도통 이해는 어렵지만, 우진은 일단 류정민을 무겁게 응시했다. 여기선 진실을 말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러니 인간미 한 스푼.

“아니요, 좀 추워서.”

“···괜찮아요. 배우가 모든 게 완벽할 순 없어. 감정 회복은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고. 굳이 숨길 건 없어요. 저번 대본리딩 회식 때도 감정 회복한다고 못 나온 거 알고 있어요.”

아니, 춥다니까요 선배님? 왜 믿어주질 않는 거지. 거기다 대본리딩 때 강우진은 꿀잠을 잤었다. 우진은 속으로 약간 답답했으나 이를 모르던 류정민은 기분 좋은 미소를 보였다.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편하게 생각해도 된다고.”

“···배려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 순간 조명 감독 등의 키스탭들과 대화하던 송만우 PD가 외쳤고.

“오케이! 정민씨, 우진씨! 다음 씬 대사부터 리허설 가봅시다!”

대본을 로드인 장수환에게 넘긴 강우진이 방금의 상황에서 어렴풋 뭔가를 느꼈다.

‘이거···컨셉질을 폭로해도 사람들 안 믿는 거 아니냐??’

이후.

강우진이 참여한 ‘프로파일러 한량’의 첫 촬영은 늦은 밤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그리고 이번 촬영에서 한 가지 기록이 세워졌다.

그 기록을 복귀하는 승합차서 당당히 외치는 송만우 PD.

“야야 오늘 NG가 총 몇 번 나왔는지 아냐? 15번이야, 15번. 그중에서 조명 문제나 그런 현장 실수로 나온 게 다섯 개, 배우 NG는 열 개가 다라고?”

NG가 극히 적었다는 것. 류정민이 7번 정도였고 강우진이 3번이었다. 다만, 우진의 NG는 실수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다. 표현이 너무 진해서 발생한 NG였다.

따지고 보면 강우진은 실수가 전혀 없었다.

뭐, 아공간의 버프를 받는 그였으니 없는 게 당연하긴 했다. 이것을 남주 류정민도 모르진 않았다. 덕분에 돌아가는 벤 안에서 류정민은 다시금 독기를 품었다.

“7번······그 중에 대사 실수가 5번이야.”

“정민아, 7번도 엄청 적은 거잖냐?”

“강우진은 최소 대사 실수는 없었어. 오늘 걔가 선배님 하는데 괜히 쪽팔렸다고.”

“그건···강우진 걔가 좀 비정상.”

“탑배우 명찰 달고 신인보다 대사 많이 틀리는 게 비정상이야. 형, 오늘 나 대사 좀 맞춰줘.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어? 아······그, 그래.”

반면, 강우진은 꽁지머리 최성건과 헤어짐과 동시에.

“우진씨! 오늘 최고였어요, 최고! 알지??! 송 PD고 스탭들이고 죄다 우진씨 극찬했다고!”

“아, 예. 극찬. 예.”

“몇 시간 못 자겠다만 푹 쉬어요! 내일 아침 7시 스탠바이니까, 5시엔 데리러 올게!”

“수고하셨습니다.”

원룸에 도착한 강우진은 가까스로 컨셉을 풀고 입은 옷 그대로 이불에 풀썩 쓰러졌다. 씻는 것도 귀찮았다. 온몸이 천근만근. 배우고 나발이고 이대로 24시간 풀로 자고 싶었다.

“하- 진짜 조오오온나 빡세다.”

어차피 5시간 30분 뒤엔 다시 나가야 했다. 이 상태로 잤다가 그대로 나가도 괜찮겠지.

“아 그래도 이빨은 닦아야 되나.”

머리는 하라고 시키는데 우진의 몸이 움직여주질 않았다. 난생처음 경험한 대형 현장과 종일 유지한 긴장과 긴박감이 아직 몸에 선했다.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났다. 그저 촬영, 촬영, 촬영이 다였다.

에라 모르겠다. 강우진은 스르륵 눈을 감았다.

이때.

-우우웅, 우우우웅.

청바지 뒤에 껴진 핸드폰이 긴 진동을 뱉었다. 겨우겨우 발신자를 확인하는 강우진. 상대는 무려.

-홍혜연씨.

탑여배우 홍혜연이었다. 뭔가 첫 촬영도 끝났겠다 격려 등을 해주려는 것이겠지만.

“······”

왜인지 강우진은 핸드폰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평소라면 신기해하며 냅다 받을 텐데 말이다. 곧, 강우진이 눈을 감으며 핸드폰을 내렸다.

“죄송합니다, 홍혜연님.”

지금은 잠이 우선이었으니까.

이어 다음 날 이른 아침.

일산에 있는 초대형 세트 단지 앞. 당연히 ‘프로파일러 한량’ 현장이었고, 주차장에 세워진 승합차에 송만우 PD가 혼자 타고 있다. 턱수염을 쓸며 핸드폰을 내려보고 있는 그.

그때.

-드르륵.

뜬금 차 뒷문이 열리며 푸근한 남자가 올라탔다. 어제도 현장에 왔었던 거장 권기택 감독이었다. 재밌는 건 뜬금없는 그의 등장에도 송만우 PD가 퍽 여유롭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반가워요. 어젠 인사 못 드렸네요, PD님.”

이유야 간단했다. 이미 둘 사이에 약속이 오간 상태니까. 송만우 PD의 바쁜 스케줄 덕에 권기택 감독이 다시 방문한 것이었다.

“하하, 괜찮습니다. 서로 할 게 있었잖습니까.”

“오늘도 바쁜데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나긋나긋 말을 뱉으며 송만우 PD와 악수하는 권기택 감독. 어쨌든 승합차엔 영화판, 드라마판 거물이 마주 앉았다. 대화의 물꼬는 송만우 PD가 빨랐다.

“어제 류정민씨는 잘 보셨습니까?”

“그래요, 연기 폼이 아주 좋아졌더군.”

“다행이네요. 감독님 차기작 캐스팅으로 보신 겁니까?”

“맞아요. 아직 대외비지만.”

“그렇군요. 저도 함구하겠습니다.”

천천히 고개 끄덕이던 권기택 감독이 작게 웃었고.

“그런데 어제 그 신인 있잖아요, 강우진이라는.”

송만우 PD가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예, 우진씨. 놀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놀랐다? 아니. 내가 어제 잠을 못 잤어요, 그 아이 생각에. 오늘 보자고 한 것도 사실 강우진이란 아이 때문이기도 하고. 어디서 찾았어요? 연극? 우리 쪽 캐디도 아예 모르고 있더라고.”

“제가 찾았다기보단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졌습니다.”

“···갑자기 떨어졌다? 진짜 그랬나. 그 말인즉슨 PD님이 찾은 게 아니란 소린가요?”

“예. 본인이 때에 맞춰 나타났다는 게 정확합니다.”

“음, 괜찮으면 그 아이 정보를 좀 알려줄 수 있어요?”

“저도 아는 건 많이 없습니다. 워낙에 우진씨가 베일에 싸인 친구라.”

“적어도 괜찮아요.”

곧, 송만우 PD가 잠시간 권기택 감독의 얼굴을 가늠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엔 욕심이 가득했으니까.

“일단, 우진씨는 연기를 혼자 해왔습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음? 그게 무슨 소립니까. 혼자 했다니.”

드라마판 거물이 영화판 거물에게 착각을 전염시킨다.

“좀 조사해보시면 알겠지만, 우진씨는 국내 연기판에 연고가 전무합니다. 독학이 거의 확실합니다.”

“···?”

송만우 PD가 숙주였다.

같은 시각, 강우진의 승합차.

강우진과 꽁지머리 최성건을 포함한 강우진 팀의 승합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당연히 목적지는 ‘프로파일러 한량’의 대형 세트장이었다.

그중 강우진은.

“······”

시니컬하게 창밖을 내다보고 있긴 했지만 속으론 혼이 빠진 상태였다. 잠이 부족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수석 최성건이나 스타일리스트 한예정은 전투력이 높다. 오늘 촬영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간다.

그러다.

“아, 맞다맞다. 우진아.”

조수석 최성건이 몸을 돌려 강우진을 불렀다.

“대본 생각 중에 미안한데, 이거 구했다.”

그런 그가 우진에게 종이 뭉치를 건넸고, 강우진이 종이뭉치를 받으며 낮게 되물었다.

“감사합니다. 근데 이건?”

비죽 웃던 최성건의 답은 간단했다.

“구해달라매? 일본 쪽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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