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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59화 (59/201)

< 급류 (4) >

예능계 거물 윤병선 PD, 그는 기획력도 좋지만 뭣보다 사람 보는 능력이 탁월했다. 또는 스타성이라고 할지. 남들이 무시하고 넘어갈 부분도 윤병선 PD는 기가 막히게 캐치하는 것이 있었다.

덕분에 그의 손을 거친 스타들도 많았다.

예능계에서 십수 년 구른 짬밥과 그만이 가진 감각. 윤병선 PD는 몸은 한 개지만 운영하는 팀은 여러 개였다. 구독자 300만 이상의 너튜브 ‘운동회’ 채널과 종편 방송사 HTBS를 동시에 활동했다.

자잘한 것부터 대형까지 윤병선 PD를 거친 예능만 백여개.

현재도 ‘운동회’ 채널에서만 3개 예능 라인을 굴리고 있는 데다, 종편 방송사에서도 새 예능을 기획 중인 미친 인물.

그런 그가.

“강우진 배우도 합류시키시려구요?”

“응, 난 저 친구 포텐 터질 것 같은데?”

뜬금 강우진에게 관심을 가졌다.

“마스크나 저 미친 연기력을 제외하고도 볼 게 많을 것 같은 느낌?”

이에 작가들은 살짝 의아하기도 했다.

“······대체 어딜 보고 말씀하시는 건지.”

“맞아요. 현재로선 비주얼, 연기력 빼면 뭐 볼 수 있는 게 없지 않아요?”

예능 진행 중 출연 연예인의 조사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저 강우진에 대해선 정보가 많지 않았으니까. 보통 정보가 많이 없으면 살짝 꺼려지는 게 사실이었다. 검증된 부분이 부족하니까.

하지만 윤병선 PD는 자신의 느낌을 우선하는 부류였고.

“눈을 봐, 눈을. 연기할 때의 저 미묘한 눈빛이 평소엔 어떨까 궁금하지 않냐? 표정이라든지 말투도 궁금하고.”

“그런가?”

“당연히 평소엔 저런 싸이코패스는 아니겠다만, 뭐든 저 모습과 상반된 느낌이 나오면 그림 괜찮게 뽑히겠지. 예를 들어 연기 안 할 땐 텐션 만땅 에너지 뿜뿜이라던가.”

“그럼 좀 귀엽긴 하겠다.”

이어 마음을 거의 굳힌 윤병선 PD가 비죽 웃었다.

“어느 쪽이 됐든 집요하게 굴리면 무슨 매력이든 줄줄 흐르겠지.”

예능 PD 특유의 악마 같은 웃음이었다.

같은 날 점심쯤, 강우진의 원룸.

전국이 ‘프로파일러 한량’으로 야단법석이지만 강우진은 의외로 원룸에 있었다.

집에서나 입는 약간 후줄근한 반팔에 츄리링 바지. 그 모습으로 턱 괸 채 노트북을 유심히 보고 있다. 언뜻 몇 달 전 백수의 모습 그대로였다.

“흠-”

최성건이 오늘 이른 오후에 데리러 온다는 말을 전했기 때문. 그렇다고 강우진에게 아무 입질이 안 오는 건 아니었다. ‘프로파일러 한량’ 첫방 이후 bw엔터엔 강우진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었다.

‘흥신소’와는 화력이 하늘과 땅일 정도로.

그럼에도 강우진이 당장 움직임이 없는 건 간단했다. 최성건의 판단.

‘언론이고 방송 쪽이고 섭외나 인터뷰 요청 오지게 오는데, 첫 등장은 중요해. 어물어물 애매하게 보이는 것보단 강하게 한 방으로 터트려 주는 게 좋아. 일단 넌 숨 좀 고르면서 작품부터 골라.’

즉, 애매한 사이즈의 예능이나 인터뷰는 전부 컷하겠다는 소리. 드라마로 어그로 끌 수 있을 만큼 쭉 당기고, 언론·여론이 알아서 굴려주는 떡밥을 죄다 빨아 먹겠다는 심산이 깔렸다. 괜찮은 판단이긴 했다.

핵폭탄이 터진 지 이제 하루밖에 안 됐으니까.

따라서 강우진은 오늘 아침부터 가족들이나 불알친구들 등에 연락을 돌렸다. 강우진 부모의 반응은 열정적이었다. 극찬에 칭찬에 과찬에. 반면, 여동생 강현아는.

‘오빠!! 드라마는 언제 캐스팅된 거야??! 몇 화까지 나와?? 촬영은 다 했어??! 아니 것보다 어떻게? 왜? 연기를 왜 잘 하는데??’

여전히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불알친구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지금 현재도 단톡방에선 발광을 떨곤 있지만. 더불어 우진은 나머지 애매한 관계들의 연락은 전부 무시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거 중독이네 중독.”

강우진은 현재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잠도 3시간 밖에 못 잤다. 기사와 댓글 등의 반응을 읽는다고 밤을 새웠으니까. 불특정 다수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건 세상 재밌었다.

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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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SNS는 이미 5만 명에 가까운 팬들이 몰리는 중이었다. 신기하면서도 진귀한 경험.

강우진은 붕- 뜬 기분과 함께 걱정이 공존했다.

하지만 뭐 당장은 좋았다.

“몰라 씨, 일단은 즐겨.”

읊조린 그가 노트북을 덮고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쌓여있는 대본과 시나리오들. 소속사에서 받아온 것이었다. 대충 봐도 십수 권은 넘는다. 간만에 시간이 남으니 전부 확인해야 했다.

뭘 할지 골라야 하니까.

다만, 강우진에겐 상당히 쉬운 과정이었다. 딴 배우들이야 백날천날 앉아서 저것들을 읽어야 했지만 우진은 그저.

-푹!

대본이나 시나리오 옆에 붙은 검은 사각형을 손가락으로 찌르면 됐으니까. 아공간 진입 퇴장 반복. 작품을 읽는 것은 등급을 확인한 뒤에 하면 됐다. 그렇게 강우진은.

“윽, E급? 패스.”

신속하게 쌓인 작품들을 확인했다.

“D급? 음- 이것도 일단은 패스.”

타 배우들이 본다면 땅을 치고 부러워할 장면이었다. 알 바인가? 강우진은 별수롭지 않게 아공간과 현실을 오갔다. 적당한 기준점은 있었다.

“C급 밑으로는 컷.”

그랬더니 거의 모든 작품이 걸러졌다. 영화나 드라마 또는 스릴러, 액션, 로코, 멜로. 장르가 뭐가 됐든 살아남은 게 거의 없다. 우진은 새삼 느꼈다.

“A급이나 S급이 초초초 대박이긴 했네.”

‘흥신소’와 ‘프로파일러 한량’이 어마어마한 작품이라는 것을. 이러한 작업 후 남은 것은 딱한 작품이었다.

-[4/시나리오(제목: 마약상), B+급]

“B+라- 이건 뭐라드라 까메오? 그거로 들어가는 거랬나?”

작품은 영화였고 제목은 ‘마약상’. 최성건의 설명으론 감독이 우진을 ‘미장센 영화제’서 봤다고 했었다. 배역으론 까메오. 특별출연과 비슷하지만 보통 까메오는 극 중에서 임팩트가 강렬한 편.

“당장은 B+이라도 등급이 오를 수도 있겠지?”

이어 강우진이 ‘마약상’ 시나리오를 펼쳤다. 첫 장부터 범죄 스릴러 냄새가 술술 풍겼다. 뭐, 제목부터 ‘마약상’이니 당연한가? 어느새 우진은 나름 집중하며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 수장.

“오- 재밌네.”

괜찮았다. 술술 넘어가는 것도 그랬지만, 범죄 스릴러 특유의 자극과 통쾌한 맛이 잘 스며들었다. 물론, 강우진은 그저 독자로서 ‘재밌다’라는 감상이 전부긴 했다.

이때.

-우우웅, 우우우웅.

가까운 곳에 놓인 핸드폰이 긴 진동을 뱉었다. 전화였고 상대는 최성건. 슬슬 오시는 건가? 하며 우진이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언제나 방심은 금물이니까.

“네, 대표님.”

우진의 근엄함 뒤 핸드폰 너머 최성건의 약간 상기된 목소리가 들렸다.

“어어, 우진아. 3시쯤 데리러 갈게. 뒤에 샵부터 들르자.”

“3시. 알겠습니다.”

“너 근데 대본은 좀 보고 있어? 양이 좀 많지? 천천히 신속하게 훑어봐.”

“얼추 확인 끝났습니다.”

“벌써? 그 많은 작품들을 벌써 다 읽었다고?”

“아니요 다 읽진 않았고 적당히 봤습니다. 다 별로고 하나만 괜찮네요. ‘마약상’이요.”

“아아아- 그 까메오?”

“예.”

“흠, 알았어. 네 감이면 믿고 가는 거지.”

하하 웃는 핸드폰 반대편 최성건. 우진은 착각이 쌓이다 못해 굳어졌구나 싶었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그렇습니까?”

“그래, 임마. 어쨌든 ‘마약상’ 김감독이 좀 급해 보이던데, 너만 괜찮으면 최대한 빨리 미팅 잡는다?”

“네, 부탁드립니다.”

곧, 최성건이 주제를 휙 바꿨다.

“그리고 송PD님 연락 왔는데 너 윤병선 PD 알지? 뭐 모를 수가 없지. 예능계 초거물이니까.”

당연히 강우진도 알고 있었다. 윤병선 PD는 뭐랄까 연출자라기보단 유명인에 가까웠다. 일반인들에겐 매우 친숙한 PD. 그의 예능을 우진도 몇 개는 즐겨 보기도 했었다. 근데 그 사람을 갑자기 왜 묻지?

“예. 알아요, 윤병선 PD.”

“‘프로파일러 한량’이 주연들 위주로 이번 주부터 홍보 스케줄을 돌 거든? 당연히 혜연이도 그렇고. 그 사이 목요일에 ‘운동회’란 너튜브 채널 스케줄이 있어. 윤병선 PD가 운영하는.”

“봤습니다.”

“예능이랑 토크쇼 짬뽕된 프론데 너 그거 할래? 혼자는 아니고 다른 배우들도 있어. 녹화도 짧고. 뭐 포맷은 간단해 토크하고 게임 하는.”

예능? 속으로 놀란 강우진이 일순 멈칫했다. 갑자기 예능? 괜찮나?

‘예능 하다가 컨셉질에 위기 오는 거 아니냐?’

컨셉에 문제가 생길지 몰랐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배우 하면 언젠가 한 번은 예능을 할 거잖아? 그렇다면 초기에 다져두는 것도 괜찮지 않나? 거기다 그 윤병선 PD의 예능에 나갈 기회였다. 매일 너튜브나 TV로만 봤던 곳에 말이다.

가끔 상상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고 강우진은.

‘몰라, 씨. 내가 잘하면 되겠지.’

속된 말로 빠꾸없는 직진을 선택했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할게요.”

몇 시간 뒤 오후, 방송국 KBC.

KBC 드라마국 한 중형 미팅룸에 너덧 명이 앉아 있다. ㅁ자형 책상 창가 쪽엔 남자 셋, 그들의 건너편엔 중년 여자. 남자 셋은 드라마국 CP급 간부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반대편 여자에게 빌빌댄다.

“하하하, 작가님. 지인짜!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새 더 젊어지신 것 같은데요? 어디 가면 30대로 보겠어요.”

반면, 장신구가 과한 중년 여자는 새침하게 받아쳤다.

“립서비스 그만 좀 해요. 어딜 봐서 내가 30대야? 누가 봐도 50대구만.”

“에이, 작가님. 립서비스 아닙니다, 진심이죠 진심!”

CP급 간부들의 아부가 과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중년 여자가 바로 이월선 작가였으니까. 그녀 역시 박은미 작가와 비슷한 스타작가 중 한 명이었다. 그러니 간부들이 과한 립서비스를 던질 수밖에.

어쨌든.

“작가님! 이번에 저희와 같이 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드라마 제대로 찍어서 박은미 작가 한번 넘어 봅시다!”

CP 한 명이 에너지를 뿜자 이월선 작가가 되겠냐는 듯 팔짱을 꼈다.

“박작가가 제대로 일치긴 했더라구요. 근데 첫 방 20%를 넘길 수나 있어? 힘들지. 어휴 걘 좀 적당히 하지.”

“왜 안 되겠습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작가님 1화 대본 봤는데, 로코 치곤 스릴러도 은근 섞여 있어서 겁나 재밌더라고요!”

“그럼 다행이구요.”

“자자, 그럼 일단 프리 얘기를 좀 해볼까요? 뭐 스탭 꾸리는 거야 우리 이작가님인데 문제 될 게 없고. 어- 혹시 대본 집필 전에 봐둔 배우가 있습니까? 프리 돌입 전에 접촉해두면 편하니까요.”

던져진 물음에 팔짱을 푼 이월선 작가가 책상 위에 올려진, 드라마국 측이 준비한 태블릿을 집었다. 그녀가 접속한 건 너튜브였고 바로 한 영상을 검색했다.

-[스페셜]제대로 씬스틸러! 박대리의 미친 장면모음!!!|프로파일러 한량

박대리 모음 영상이었다. 곧, 이월선 작가가 검지로 영상 속 배우를 가리켰고.

“얘요.”

CP들이 바로 수긍했다.

“아아아, 강우진? 시끄럽죠 어제 오늘.”

“그렇지? 들어보니까 충무로 블루칩이랑 라이징한 신인 둘 다 먹겠더라고.”

“대중들 반응도 괜찮더만?”

이들의 말끝에 이월선 작가가 끼었다.

“일단 얘는 필요해요. 뭐, 지금 나 같은 작가가 한 둘은 아니겠지만 욕심나요. 한량 쪽 아는 스탭한테 들었는데, 강우진 얘 평소엔 되게 점잖고 시니컬하다고 그랬어요. 촬영 내내 힘든 티도 없고. 제일 땡기는 건 유학파래.”

“···유학파? 그게 무슨?”

“몰라요, 해외 쪽 출신이라고만 들어서. 여튼 그래선지 일반적인 배우들이랑 결이 다르다나? 풍기는 냄새 같은 거. 연기 톤도 마음에 들고. 신인이라 밍숭맹숭하지도 않아. 전체적으로 많이 욕심나는데, 캐스팅 가능하죠?”

되물음에 CP들이 걱정말라는 듯 세차게 웃었고.

“물론이죠! 이월선 작가님이 픽했는데 어렵겠습니까?”

“한창 뜨는 신인이 고르고 뭐고 할 게 어딨습니까, 하하하하! 작가님 거면 무조건 고겠지!”

이월선 작가 역시 약하게 미소지었다.

“강우진 얘한테 내가 욕심낸다는 멘트 꼭 전해요.”

한편, 박은미 작가의 작업실.

헤어밴드를 찬 박은미 작가는 책상에 앉아 미친 듯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첫방 20% 돌파의 미친 결과를 기뻐할 새가 없었으니까.

“······음, 아니야. 이건 좀 밋밋해.”

그녀는 현재 ‘프로파일러 한량’의 마지막 화를 집필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집중이 안 됐다. 틈만 나면 인터넷이나 너튜브에 들어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곤 했다. 아무리 울트라급 스타작가라 해도 그녀도 사람이니까.

그때.

“······하해!”

“잘됐······!”

방 밖으로 약간 부산스런 외침이 들렸다. 지금 있는 사람이라곤 보조작가들뿐. 따라서 박은미 작가는 작게 한숨을 쉬며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거실을 보니 보조작가 대여섯 명이 실제로 난리법석이었다.

그런 그녀들을 보며 박은미 작가가 재차 한숨을 뱉었고.

“하- 얘들아 골이 울려. 다들 뭐 때매 그리 방방 뛰는 거야?”

여러 명에게 축하를 받던, 호리호리한 몸에 안경 낀 보조작가가 소심하게 손을 올렸다.

“······작가님. 저저 됐어요.”

“응? 나나야. 너는 작가 한다는 애가 말 앞뒤를 다 자르고 말하니?”

“죄, 죄송해요. 저 넷플렉스 공모전 당선됐어요.”

순간, 두 눈이 커지는 박은미 작가.

“어머! 정말? 너네 전부 냈다는 그 공모전?”

“네네. 단막 공모전이요.”

바로 헤어밴드를 벗어 내팽개친 박은미 작가가 안경 낀 보조작가의 손을 잡았다.

“잘됐네! 진짜진짜 잘됐어, 나나야. 근데 나나만 붙은 거야? 나머지는? 다 같이 냈다며.”

“······”

“······”

“으이그. 명색의 박은미 작가 팀인 애들이. 그래도 나나가 내 체면 세워주네.”

“감사···합니다. 저 근데 아직도 현실 같지가 않아요.”

“정신 차려! 근데 뭐 됐는데? 대상?”

“아니요. 대상은 아니고 최우수요.”

“상관없잖아? 대상이고 최우수고. 얼핏 들었는데 그 공모전 당선된 작품들 넷플렉스가 전부 영상화시켜 준대매?”

“네. 단막 프로젝트라고 들었어요.”

다시금 보조작가를 안아주는 박은미 작가.

“입봉작 치고 판은 큰 편이야. 제대로 잘 해봐.”

“감사합니다······작가님.”

눈시울이 불어진 보조작가에게 박은미 작가가 대뜸 질문을 던졌고.

“넷플렉스면 배우도 어지간해선 네가 원하는 쪽으로 맞춰 줄 거야. 혹시 생각해둔 배우는 있어?”

우물쭈물하던 보조작가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강···우진 배우님이요. 연기보고 반했어요.”

“······”

박은미 작가가 꽤 길게 침묵하다가 머리를 긁었다. 약간의 탄식은 덤.

“하- 우진씨? 음. 너무 세다. 물론 우진씨가 신인이긴 한데···일반적인 신인이랑은 좀 달라. 아니 엄청 되게 많이 달라. 독학 포함 연기 경력 따지면 어지간한 중견 배우 뺨칠 정도라. 허들이 좀 높네?”

“그 정도예요?? 나, 남주로 어려울까요?”

“나도 우진씨 합류시킬 때 좀 매달렸던 것 같아.”

“작가님이요??”

“응. 어렵지 않을까? 안 그래도 우진씨한테 지금 대본이나 시나리오 엄청 들어갈 텐데. 굳이 단막을 할 이유는 없지.”

“그렇···겠죠?”

단숨에 소심해진 보조작가의 어깨를 두드리던 박은미 작가였고.

“마음 같아선 내가 우진씨한테 부탁하고 싶은데 그건 아니잖아? 그래도 넷플렉스 쪽에 얘기해서 대본 보내는 봐. 돈 드는 건 아니잖아? 혹시 몰라, 우진씨가 워낙 별종 같아서.”

그녀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

“대신 절대 큰 기대는 하지 말고.”

< 급류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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