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류 (6) >
국내 몇 없는 스타작가 이월선 작가의 대본이 아닌 보조작가의 단막대본을 선택한 강우진. 그럼에도 단막대본을 찍은 우진의 표정은.
“······”
평범하게 냉담했다. 그런 우진을 보며 최성건은 잠시간 멍때렸다.
“아?”
나름 강우진과 같이 지내며 꽤 적응됐다고 생각했건만. 아직 멀었단 말인가? 곧, 최성건이.
“···그러니까.”
덤덤히 검지를 내리는 강우진에게 되물었다. 음성이 약간 떨렸다.
“이월선 작가 거 말고 그 단막을 하겠다는 거지?”
“예,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너- 이월선 작가가 누군지는 알고 있나?”
물론이지. 우진도 이월선 작가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 과거 박은미 작가를 검색했을 때 그녀와 비교하는 식의 기사를 몇몇 봤으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대단하신 작가님인 것.”
“근데도 그 단막을 선택했다는 거고.”
“맞습니다.”
최성건은 당황했다. 그래도 극심하진 않았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예전에 있기도 했으니까. 우현구 감독 말이다. 다만, 이해는 어려웠다. 대체 왜 그런 선택을 내렸는지에 관한.
“······이유. 이유가 궁금한데.”
이유? 강우진은 잠시간 침묵했다. 사실, 우진은 두 대본을 적당히 읽어본 뒤 선택 전 남몰래 아공간에 진입했었다. 대본이 두 개니 두 차례. 이 작업은 이제 강우진에게 필수 코스니까.
뒤로 온통 컴컴한 아공간은 정답을 알려줬다.
‘솔직히 등급에 큰 차이는 없었어.’
그랬다. 두 대본에는 극명한 차이가 없었다.
-[5/대본(제목: 얼어죽는 연애), C+급]
-[6/대본(제목: 남사친), B급]
‘얼어죽는 연애’가 이월선 작가의 대본이고 ‘남사친’이 보조작가의 단막대본. 두 대본의 등급 차이는 해봤자 한 단계.
‘뭐, 세세히 뜯어보면 스타작가 대본이 단막에 한 단계라도 밀린 건 문제긴 하지.’
뭐가 됐든 평타긴 했다. C에서 B는 보통이거나 그보다 좀 더 위의 결과.
당장 작품만 보면 우진은 ‘얼어죽는 연애’를 선택해도 됐다. 아니, 오히려 이월선 작가 쪽이 나을지도 몰랐다. 작품은 평타라도 박은미 작가를 이어 스타작가의 작품에 연달아 박힌 파급력은 대단할 테니.
반대로 단막은 결과는 좀 더 나을지라도 화제성이나 홍보력이 좀 미미할 거고.
결과가 비슷하다면 배경을 놓고 판단하는 건 기본. 작품의 등급이 오르는 경우까지 상정한다면, 현재 급부상한 배우 강우진은 이월선 작가의 작품이 이득이긴 했다. 그런데 왜 강우진이 단막을 선택했냐고? 그 답을 최성건 바라보는 우진이 외쳤다.
물론, 속으로.
‘이유? 겁나 심플. 단막은 시작부터 키스씬이 있으니까!’
작품의 등급이 아닌 내용을 보고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이 ‘남사친’이란 단막, 작가분이 마음에 들어. 첫 장면부터 시원시원하게 키스를 때리잖아?’
단막 ‘남사친’의 첫 컷은 여주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현재의 상황을 먼저 보여주고, ‘이게 왜 이렇게 됐냐면’ 따위의 멘트 후 과거를 보여주는 방식. 그 여주의 첫 장면이 키스씬이었다.
그럼 그 상대는 누구겠는가?
‘바로 나지.’
반대로 이월선 작가의 ‘얼어죽는 연애’는 시작부터 숨이 턱턱 막혔다. 왜? 남주가 결벽증이 심한 캐릭터였으니까. 타인의 터치를 상당히 두려워했다. 오래 볼 것 없이 대본 첫 줄부터 그 얘기가 나왔다.
‘뭐, 내가 남주는 아니겠다만 남주가 결벽증이면 달달한 게 중후반부 돼야 나올 거고, 전체 극의 분위기가 좀 텁텁하달까? ’
변명이었다. 강우진은 순수하게 키스씬에 홀린 것이었다. 다른 배우들이 본다면 또라이 병신으로 볼지 모르지. 그러나 우진은 남들에게나 독종 괴물 배우지, 알맹이는 아직 건장한 20대 남자일 뿐이었다. 배우보다 소시민의 냄새가 여전히 짙다.
남자. 남자가 키스씬을 어떻게 참지?
당연히 키스씬도 연기였다. 연기겠지만 이왕 로코나 멜로를 찍을 거 좀 달달해도 좋잖아?
‘지금껏 얼마나 많은 지옥을 경험했는가?’
실로 그랬다. 강우진이 배우를 시작하고 리딩(경험)한 건 대부분 추악하고 잔악했다. 내장이 썰리며 죽고, 살인, 죽음의 목격, 총질, 도망 등등. 심지어 목도 잘려봤다. 이 얼마나 역겨운 경험인가? 남들은 평생 구경도 못 할 것을 우진은 지속해서 견뎠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아무리 담담해도 한계라는 건 있는 법.
‘목까지 잘려봤으면 어? 좀 따듯하고 달달한 것 좀 원해도 되잖아?’
우진은 지금 병신이라 욕해도 괜찮다는 마인드였다. 물론, 연기니 작품은 열심히 할 생각이기도 했고. 이때, 잠시간 입 다문 우진에게 최성건이 다시 물었다.
“이유···를 말해주기 어렵냐?”
잠시 고민하는 강우진. ‘키스씬!’이라고는 대답 못 하잖아? 했다간 컨셉질이 와장창 박살 날 거고. 따라서 적당히 에둘러서 표현해야 했다. 뭐, 키스씬만 빼면 괜찮겠지.
“이 단막, 전개가 시원시원합니다.”
“시원시원?”
“예. 첫 줄부터 느껴지네요.”
그게 전부라고? 최성건은 우진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 미친 감이 발동한 건가?’
멋대로 판단을 내리기까지 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이월선 작가 대본이 별로 감이 안 좋냐? 이 단막이 터질 것 같아?”
“아니요, 그 정도는.”
“네 본능이 또 발동한 거지? 괜찮아. 난 이제 네 유별난 감을 믿기로 했으니까.”
굳어지는 오해. 뭐, 상관없나? 강우진은 방치를 선택했다. 와중 최성건은 뜬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잠시간 두 대본을 내려보며 턱을 쓰는 최성건. 그가 입을 연 건 몇 초 뒤였다.
“이월선 작가 거 말이야, 감이 안 좋다는 정도가 얼마나 심한 거야, 말아 먹을 것 같어? 우현구 감독 때랑 비슷하냐?”
심각한 최성건에게 우진은 솔직해지기로 했다.
“···아니요. 평범합니다만.”
“그래? 때려 죽어도 하기 싫다는 정돈 아닌 거지?”
“예. 그 정돈 아니지만 단막이 낫습니다.”
“어어. 그건 알겠어. 흠- 솔직히 말해서 대놓고 단막을 선택하고 이월선 작가를 까는 그림은 안 돼. 네가 이슈 터진 지금 타이밍은 더더욱. 스타작가 하나 방송국 하나 등지면 피해가 어마어마하니까.”
사실이었다. 등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러운 소문부터 이해관계에도 제동이 걸린다. 연예계는 인맥도 매우 중요하니까.
“까놓고 말해 성가셔져. 일이 커지면 수습도 귀찮고. 너한테 흠집이 갈지도 몰라. 거기다 이월선 작가를 버리는 것도 아깝고.”
“······”
“너만 괜찮으면 둘 다 잡아보면 어때? 내가 알아서 양쪽 다 스무스하게 처리해볼 테니까.”
둘 다 잡아? 최성건의 생각이 뭔지는 몰랐지만 우진은 나쁘진 않다 생각했다. 최성건은 이 바닥에서 프로 중의 프로. 당연히 우진보다 지식과 수완이 출중하겠지. 곧, 강우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답을 듣자마자 꽁지머리 최성건이 비죽 웃었다. 그리곤 핸드폰을 들었고, 단막 ‘남사친’ 대본에 같이 딸려 온 명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어디겠는가? 넷플렉스 크리에이티브 팀이었다.
연결 신호가 짧았는지 최성건의 입이 바로 열렸고.
“아아- 예, 안녕하세요. bw엔터 최성건 대푭니다. 예예, 하하하. 네. 우진씨가 단막대본을 봤는데요, 괜찮다고 하네요. 예예. 미팅을 잡기 전에 하나만 부탁드려도 됩니까?”
그가 작업을 시작했다.
“행여 외부로 기사가 터지지 않게 좀 신경 써 주세요, 이번 주까지는.”
이어 통화를 끊은 최성건이 다시금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우진아, 내일 ‘운동회’ 촬영도 있으니까.”
묵묵한 강우진에게 웃음을 보였다.
“이 건들은 오늘 안에 털어버리자.”
같은 날, 점심쯤. 박은미 작가의 작업실.
박은미 작가는 오늘도 역시 노트북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긴 파마머리가 산발이 됐다.
“하- 안 풀려, 더럽게 안 풀려.”
부담감. 드라마가 초대박이 났기에 마지막 화 역시 적당히 해선 안 됐으니까.
“하-”
이 순간.
-똑똑, 덜컥!
급작스레 방문이 열리며 호리호리한 몸에 안경 낀 여자가 들어왔다.
“자, 작가님!”
넷플렉스 공모전에 당선된 단막 ‘남사친’을 쓴 보조작가 최나나였고, 그녀의 커진 눈엔 흥분이 가득 담겼다.
“저저저 방금 넷플렉스에서 여여여연락 받았는데요!”
평소 소심한 최나나였기에 박은미 작가가 미간을 찌푸렸다.
“나나야, 침착하고 천천히 말해. 넷플렉스에서 연락받았다고?”
“네네! 방금요!”
“근데?”
“작가님 말씀 듣고 기대 없이 대본 보내달라고 했었는데, 오늘 아침 강우진 님이 작품 좋다고 미팅하자고 하셨대요!!”
약간 놀라는 박은미 작가.
“······어? 정말? 진짜?”
“네! 어떡하지??! 완전 떨려요! 저도 미팅에 참석해야 한다고 해서.”
“아니아니 잠깐만. 나나야, 대본 그거 우진 씨한테 보낸 게 언젠데?”
“아- 보낸 건 어제였다는데 연락은 오늘 아침에 받았다고 들었어요.”
“하루. 그러니까 대본 넘어간 지 하루 만에 연락 왔다는 거지? 너무 빠른데?”
“그···렇네요?”
“아니, 우진씨가 대본 분석이나 리딩 능력이 미친 수준이긴 해. 근데 ‘프로파일러 한량’도 그렇게 바로 결정하진 않았었거든?”
“아, 아직 결정은 아니지 않아요? 미팅만 할 뿐이고.”
“미팅하자고 하루 만에 연락한 인물이 아니란 얘기야.”
읊조린 박은미 작가가 긴 파마머리를 쓸어 넘기며 생각의 결을 넓혔고.
‘규모 있는 작품들 대본도 충분히 들어갈 텐데 굳이 나나의 단막에 신경을 써? 미팅이라지만 그런 걸 허투루 할 시간도 없을 텐데. 혹시 나 때문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진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지. 남 시선을 전혀 신경 안 쓰잖아? 노빠구 직진이고. 아, 설마······’
이 순간 박은미 작가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스쳤다.
‘강토템!’
현재 우진을 거의 종교 급으로 신봉하는 그녀였고, 그런 강우진이 뜬금 단막을 선택한 것에 관한 답은 간단했다.
“···나나야.”
약간 눈 커진 박은미 작가가 우물대는 최나나에게 시선을 맞췄다.
“네 단막 잘 될 건가 봐.”
당연히 최나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강토템이 발동한 거면 대박의 징조거든. 근데 그게 지금 네 단막에 반응한 거고.”
“강···토템?”
“우진씨, 작품 보는 눈이 거의 신 급이거든. 아니 감이나 본능이랄지.”
자연스런 결론이긴 했다. 이미 증거도 수두룩했고. 뒤로 약간 소름이 돋은 박은미 작가가 최나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양어깨에 손을 올렸다.
“분명, 우진씨가 네 대본에서 뭔가를 느낀 거야.”
물론, 박은미 작가는.
“터질 만한 무언 가를.”
그게 키스씬인 건 꿈에도 몰랐다.
늦은 오후, 한 제작사 회의실.
대형 제작사의 회의실에 블레이저로 나름 차려입은 강우진과 최성건이 나란히 앉았다. 꽤 큰 회의실인데 둘 뿐인 건 이상했다.
당연히 곧 누군가 올 예정.
이때 피곤한 듯 목을 이리저리 꺾던 최성건이 단단한 표정의 강우진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어지간하면 대답만 하고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게.”
“예, 대표님.”
“뭐 넷플렉스랑 입을 맞췄고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이쪽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네 이미지랑 전체를 생각하면 이게 맞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내가 알아서 잘 말아볼 게.”
동시에.
-스윽.
회의실의 유리문이 열리며 3명이 들어왔다. 중년 여자와 남자 두 명. 그중 장신구가 과한 중년 여자는 익숙한 얼굴. 바로 이월선 작가였다. 즉, 이 제작사는 그녀와 연관된 제작사라는 것.
어쨌든 이월선 작가에게 최성건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이고-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예전에 혜연이 일로 미팅 몇 번 했었는데 기억하십니까?”
그러자 이월선 작가가 작게 미소지었다.
“물론이죠. 솔직히 이 바닥서 최대표님 모르는 사람 없지 않아요?”
“하하, 아니요. 많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이쪽이 강우진씨?”
자연스레 시선을 우진에게 돌린 이월선 작가가 묻자, 서 있던 강우진이 근엄하게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작가님. 강우진입니다.”
“와우. 목소리 좋네요? 화면보다 키도 훨씬 큰 거 같고. 이게 평소 모습?”
“예, 작가님.”
“느낌 있네. 솔직히 소문을 듣긴 했어요. 워낙에 시니컬하다고. 진짜였네, 그거.”
웃음이 짙어지는 이월선 작가. 이에 강우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약간 포스가 우리 엄마 닮았어, 아 갑자기 등짝이 시리네.’
이월선 작가는 분위기가 약간 뱀 같았다. 기가 세 보인다. 뭐가 됐든 간단한 인사를 마친 모두가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았다.
대화의 물꼬를 먼저 튼 건 이월선 작가였다.
“바로 연락이 와서 좀 의아했어요.”
최성건이 속으로 읊조리며.
‘일단 립서비스로 기분 좀 올려주고.’
능글맞게 웃는다.
“이월선 작가님 대본인데 바로 연락 드리고 찾아 봬야죠, 하하하. 우리 우진이를 잘 봐주셔서 감동했습니다.”
“여전하시네, 최대표님은.”
“대본은 우진이하고 저하고 같이 읽어 봤습니다만, 이번에도 아주 기가 막히게 뽑으셨더라고요.”
“그랬어요?”
“예예, 첫 장부터 아주 후르륵 빨려 들어가던데요?”
“우진씨는 어땠어요?”
포커페이스를 장착한 우진은 사실에 적당히 살을 붙였다.
“대본 첫 줄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남주 ‘태형’의 결벽증을 표현한 방식도 특이했고.”
그런 강우진을 뚫어져라 보던 이월선 작가. 그녀에게 우진은 늘 보던 배우들과는 다른 냄새가 풍겼다. 저걸 뭐라 해야 할까. 배우 같지 않다고 해야 하나?
“확실히 결이 흔하진 않네. 진귀한데 가지긴 어려운 타입. 투박한데 매끈하게 깎인 돌 같아. 낯선데 그게 시선을 끄는 힘이 되네요.”
“······”
“박은미 작가보다 내가 먼저 만나야 했었는데, 좀 아깝네요.”
순간 그녀 주변의 제작사 직원들이 약간 놀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진을 보던 이월선 작가가 최성건에게 시선을 돌렸고.
“왜인지 분위기가 OK보단 NO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 내 작품 들어오기 힘든가?”
지체없이 설계된 말을 줄줄 뱉는 최성건.
“음······그게 참 애매한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NO보단 OK에 가깝긴 합니다.”
“그래요? 나랑 하겠다고?”
“일단 까놓고 말씀드릴게요. 현재 우진씨 스케줄론 작가님 작품까진 소화가 힘듭니다. 작든 크든 이미 준비 중인 작품이나 사전에 얘기가 오간 작품들이 있어서요. 이건 변명이나 작가님 작품이 별로라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음, 계속하세요.”
이때 최성건이 티 안 나게 강우진의 허벅지를 톡톡 두드렸다. 둘이 정해둔 각본이 있었기에. 곧, 우진이 낮게 말했다.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끝을 최성건이 바로 붙잡았다.
“예, 실제로 그렇습니다. 근데 이 상황이 행여 외부로 나가면 이래저래 오해가 번질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겠죠. 예를 들어 라이징한 강우진이 이월선 작가를 깠다거나?”
“그렇죠. 그럼 우진이가 들어갈 작품에도 누를 끼칠 수 있고.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작은 역이라도 만들어 주시면 어떻게든 스케줄 맞춰보겠습니다.”
“작은 역?”
“예. 그럼 오해도 없고 저희 마음도 알아주실 것 같아서요.”
이어 이월선 작가가 최성건과 강우진을 번갈아 보다가 생각에 빠졌다. 그것도 잠시. 옆자리 제작사 직원에게 뭔가를 요청한 그녀가 종이뭉치를 건네받았다. ‘얼어죽는 연애’ 1부 대본이었고.
“그럼, 이 역은 어때요. 분량으론 촬영 하루나 길어도 이틀이면 될 거야.”
펼친 대본을 강우진에게 미는 이월선 작가.
“‘옆집 묘한 남자’역.”
강우진은 대본을 받는 척하며 대본 옆의 검은 사각형을 남몰래 찔렀다.
-푹!
금세 도착한 아공간. 솔직히 말은 다 봤다곤 했지만 대본을 몇 장 읽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먼저 확인이 필요했고.
“보자-”
리스트 업된 흰 사각형 중, 우진이 ‘얼어죽는 연애’를 선택했다. 금세 글자들이 나열됐다.
-[5/대본(제목: 얼어죽는 연애)을 선택하셨습니다.]
-[리딩(경험) 가능한 인물을 나열합니다.]
-[A:송태형, B:김재민, C도창식······P:옆집 묘한 남자]
당연히 강우진이 선택한 배역은 ‘옆집 묘한 남자’역. 그런데 익숙한 로봇 같은 여자 목소리가 평소완 다른 말을 뱉었다.
[“기본 언어 외의 새로운 언어가 감지됩니다. ‘수어(수화)’를 먼저 습득합니다.”]
“어라?”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얻어걸렸네?”
< 급류 (6)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