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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63화 (63/201)

< 멀티 (2) >

반전. 윤병선 PD가 보기에 강우진의 첫인상은 충분히 반전이었다.

‘‘박대리’ 연기 때는 좀 잔인하긴 해도 대체로 상기된 텐션이더만, 본캐는 거의 딴딴한 고목 느낌인데? 원래도 말수가 별로 없나? 낭패?’

살짝 위기감을 느꼈다.

지금껏 국내 예능에선 수많은 캐릭터가 나왔고 많은 연예인들이 스쳤지만, 그중에서 가장 불필요한 캐릭터는 ‘의욕’이 없는 인물이었다. 윤병선 PD는 강우진에게서 옅지만 의욕 없음을 맡았다.

“우와 대답 심플. 우진씨, 지금 자아 있는 거죠? 너무 긴장하신 건가?”

장난스레 웃는 윤병선 PD. 반면, 강우진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자아? 그게 뭔데? 긴장 폭발. 그런 우진이 윤병선 PD에게 근엄하게 답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뭐를? 윤병선 PD는 헷갈렸다. 이 배우가 지금 의욕이 폭발하는 건지 아니면 폭망인건지. 지금껏 수백 어쩌면 수천의 연예인을 본 그였지만 처음으로 캐릭터 파악이 오리무중이었다.

“아- 잘 부탁해요. 그럼 일단, 자리 가서 앉아 계실래요?”

“네.”

작게 고개 숙인 강우진이 촬영존으로 터벅터벅 걸어갔고, 우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윤병선 PD와 작가들.

“반전···이긴 하네요. 우진씨 되게 조용조용한 스타일이었네.”

“엄청 차분하잖아? 저런 사람이 어떻게 박대리를 연기 했죠?”

“그런 게 진짜 연기 잘하는 거긴 해. 본캐랑 배역이랑 전혀 상반되는 거. 어쨌든 분위기 묘해, 사람이.”

이쯤 강우진은.

-스윽.

수십 카메라의 타켓이 되는 촬영존에 들어섰다. 일자 긴 책상이 놓였고, 뒤쪽엔 ‘프로파일러 한량’의 대형 포스터가 걸린 형태. 책상 위엔 소형 카메라도 많다. 시작은 일단 토크부터 시작할 모양새. 1차 녹화 끝나면 2차로 게임 스튜디오로 변하겠지.

어쨌든.

“······”

잠시간 자리를 스캔하던 강우진은 결정한 듯 제일 끝자리에 앉았다. 조명이 밝다. 카메라도 많다. 정면을 보니 수십 스탭들이 정신없이 바쁘다. 우진은 이 광경이 반쯤은 익숙했고 반은 낯설었다.

‘으- 카메라 겁나 많아. 드라마 쪽보다 세 배는 많지 않냐? 이 쪼만한 것들도 다 카메란가?’

확실히 드라마와 예능의 촬영은 다른 좀이 꽤 있었다. 따라서 우진은 더욱 포커페이스를 진하게 만들었다.

‘컨셉질은 유지하되 대답이나 리액션은 나답게 가자. 미친, 솔직히 대사 고민하고 뭐 생각하고 그럴 여유가 없다고.’

겉으론 평소의 컨셉질을 차용하지만 강우진스럽게 할 것. 사고가 비정상적인 건 아까부터였고 심박수도 여전히 상승 중이었기에.

이때였다.

“안녕하세요오-”

스튜디오로 홍혜연이 입장했다. 덕분에 일순 분위기가 훅 올랐다.

“안녕하세요, 혜연씨!”

“PD님! 혜연씨 왔습니다!”

그녀의 오늘 헤메코는 네추럴했다. 자연스레 풀어헤친 긴 생머리, 청바지, 살짝 달라붙는 쭉티. 그런 홍혜연이 윤병선 PD와 인사한 뒤 마이크를 달며 촬영존에 시선을 돌렸다.

“푸웁! 뭐야, 혼자 저기서 뭐해?”

심오한 강우진을 보자마자 홍혜연이 웃음을 참았다. 통통튀는 예능 촬영장에 홀로 과묵하게 앉은 우진의 모습이 이질적이었기 때문.

뒤로 다른 배우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탑배우들의 행차. 류정민, 홍혜연, 이도정 등등. 하나둘 배우진이 도착할 때마다 우진은 덤덤하게 인사하기 바빴고, 스튜디오는 몸값만 수십억이 넘는 배우들이 가득 찼다.

강우진까지 총 7명.

그렇게 전체 배우들이 착석한 후 촬영존 정면 윤병선 PD가 첫 멘트를 쳤다.

“너무 반갑습니다! 오늘 ‘운동회’가 초초초 인기 드라마 ‘프로파일러 한량’ 배우님들을 뵈러 왔습니다!”

본격적인 ‘운동회’ 촬영이 시작된 것이었다. 아니, 사실 강우진이 입장하기 전부터 전체 카메라는 돌고 있긴 했다.

“일단- 당연히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구독자분들이랑 시청자분들에게 간단한 인사부터 부탁드립니다.”

윤병선 PD의 멘트에 일자 책상의 첫 번째에 앉은, 여전한 베이비펌 류정민이 카메라 보며 웃었다.

“안녕하세요, ‘프로파일러 한량’에서 유지형 역을 맡은 류정민입니다.”

“하하하 근데 정민씨 베이비펌 되게 잘 어울리네?”

“그래요? 저희 어머님은 양상추 같다고 놀리시던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어 홍혜연, 장태산 순으로 소개를 이어갔다. 이윽고 제일 끝자리인 강우진 차례.

“지금 뭐 관심이 터지고 있는 배우시죠? 배우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카메라들부터 배우들, 스탭들, 배우들의 매니저팀 전체가 강우진을 바라봤다.

하지만 우진의 표정은 단단했고 목소리도 낮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박대리’에서 ‘프로파일러 한량’을 맡은 강우진입니다.”

응, 잘했다. 이 정도면 합격. 우진이 덤덤한 얼굴로 스스로를 칭찬했다. 하지만.

“······”

“······”

몇 초간의 정적. 그다음 웃음이 터졌다. 배우들부터 스탭들 전원. 하지만 강우진은 영문을 몰랐다.

‘왜? 뭐지. 왜들 웃고 난린데? 왜?’

그 이유를 홍혜연이 말했다.

“아니, 저기 우진씨? 왜 우리 드라마 ‘박대리’로 만드는 건데요?”

호탕한 장태산도 거들었다.

“저희 소개 다시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우진씨가 우리 대장인데 방금 드라마 제목 바꿨어요.”

바로 잡은 건 첫 자리 류정민이었다.

“우진씨, ‘박대리’랑 ‘프로파일러 한량’ 바꿔서 얘기했어요.”

아, 망할. 순간 강우진은 강렬한 쪽팔림을 느꼈다. 속으로 계속 되새기던 말이 거꾸로 나갈 줄이야. 연습이 독이 됐다. 하지만 묵직함을 유지해야 했다. 안 민망한 척 등의 허세도 함유하자.

“의도했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은 믿지 않았고.

“뭔 의도를 해요. ‘프로파일러 한량’씨.”

“그 완벽한 박대리가 말실수를 다 하네?”

“희귀한 장면이다! 촬영 내내 터미네이터처럼 딴딴하더니!”

강우진은 이 악물고 부정했다.

“오햅니다. 진짜요.”

여기서.

‘오호?’

배우들 정면에 포진된 수십 스탭들 중, 중간에 앉은 윤병선 PD의 눈이 반짝였다.

‘의외로 빵빵 터질지도?’

그리곤 흐름을 이어서 바로 강우진에게 질문하는 윤병선 PD.

“예! ‘박대리’에서 ‘프로파일러 한량’을 맡은 강우진씨! 촬영 내내 터미네이터처럼 딴딴하셨다는데 언제가 가장 힘드셨어요?”

강우진은 냉랭한 톤으로 바로 답했다.

“지금이요.”

스튜디오에 다시금 웃음이 터졌다.

같은 시각, 한 라디오 부스.

보라(보이는 라디오)를 주로 하는 라디오 부스 대기실. 이곳에 게스트로 초대된 여자가 혼자 앉아 있다. 눈 밑의 점이 익숙하다. 간단히 후드를 입은 인기 걸그룹 ‘엘라니’의 리더 화린이었다.

행색은 대충대충인 느낌이 나지만 과연 미모가 상당했다.

그런 그녀가 길쭉한 다리를 꼬며 라디오 작가가 건네준 간단한 질문지를 확인했다. 이미 8년 차인 화린에겐 그리 어려운 부분은 없었고.

“흠-”

짧게 침음을 뱉은 그녀가 핸드폰을 꺼냈다. 접속한 것은 인터넷. 오기 전까지 검색하던 것이 그대로 출력됐다.

『단 2화 만에 라이징으로 발돋움한 ‘박대리’ 강우진, 윤병선 PD ‘운동회’에 첫 예능 출격』

자기도 모르게 덕질을 시작한 대상. 바로 강우진에 관한 것들.

“금방 예능 나올 것 같긴 했는데 바로 ‘운동회’ 나올 줄은. 언제쯤 나오지 이거?”

궁금해하던 강우진이란 배우의 첫 예능. 뭐, 느낌상 홍보 예능에 가깝지만 그게 어딘가? 연기만이 아닌, 강우진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화린에겐 충분히 호기심이 땡겼다.

‘근데 왜 팬클럽은 안 만들어지지? 인스타 슬쩍 보니까 팔로워도 5만 넘겼던데. 내가 만드는 건 좀 오바고. 응? 나 왜 팬클럽을 생각했지? 아니 뭐 활동은 안 해도 구경할 순 있지.’

이때.

-덜컥!

라디오 대기실의 두터운 문이 열리며 뚱뚱한 실장 매니저가 들어왔고, 화린은 보던 핸드폰을 휙 내린 뒤 재빨리 질문지를 들어 올렸다. 곧, 실장이 화린에게 생수통을 건넸다.

“화린아, 15분 뒤에 들어가면 된단다. 오늘은 1, 2부만 보라 가고 나머진 아니래.”

“응. 근데 대표님 부재중 찍혔어, 이거 나한테 닦달하려고 전화한 거지?”

“그 닦달 내가 받았다. 너 보라 준비 중이라고 했고. 아무리 그래도 대표님 전화는 좀 받지?”

“받아봐야 걱정을 빙자한 잔소리만 할 게 빤하잖아. 그룹활동 끝나면 잔소리가 더 심해져.”

“으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실장이 챙겨온 종이뭉치 몇 권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니가 들어온 거 전부 달라 해서 주긴 한다만. 왜 자꾸 나는 똥 닦을 휴지를 주는 기분이냐? 너 대본들 읽기는 하냐?”

“읽거든?”

“본 적이 없거든? 아니 벌써 10개는 넘겼는데 뭔 입질이 없어.”

“재밌는 게 없으니까.”

짧게 답한 화린이 받은 두 부의 대본 중 첫 번째 것을 펼쳤다. 동시에 그녀 옆에 앉은 뚱뚱한 실장이 핸드폰을 들며 설명을 시작했다.

“후- 그거는 너튜브 뮤직 웹드라마. 기획상 10부짜리고, 뮤직 웹드라마니까 뮤지컬 형식으로 간다더라. 살짝 유치뽕짝 느낌.”

“규모가 꽤 큰가 봐? 나한테 보내는 걸 보면.”

“나도 좀 이상해서 좀 알아봤는데 제작사 쪽에 중국 자본이 좀 낀 것 같어. 그래서 자금력은 좀 빵빵한 거 같고.”

“아, 그럼 패스. 분위기도 안 좋은데 괜히 말 도는 거 별로.”

“뭐 그렇긴 하지. 중국에 ‘엘라니’ 팬들이 없는 건 아닌데, 메인이 한국 일본이니까 중국 챙길 바엔 일본에 더 힘 싣는 게 낫지.”

이어 화린이 꼰 다리 방향을 바꾸며 두 번째 대본을 펼쳤다.

“이건 넷플?”

“어? 아아- 어어. 넷플렉스에서 단막들 모아서 프로젝트 한다는 거. 그거 공모전 당선작이라는데 고건 살짝 인맥 타고 받았어. 넷플렉스 크리에이티브 팀 팀장이 우리 팀장이랑 좀 사이가 괜찮다던데?”

“그런 거야 한두 번도 아니고.”

“팀장님이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받은 거라고 별 신경 쓰지 말라더라. 넷플렉스가 단막 공모전에 신경 쓰는 것 같아서 자금은 좀 도는 것 같고, 프로젝트인 만큼 상징성이나 홍보력도 나쁘진 않다만 니가 굳이 단막 할 짬은 아니지.”

작게 한숨을 뱉은 화린이 대본 첫 줄을 읽었고 픽 웃었다.

“처음부터 키스씬 때려박네.”

“아서라 아서. 야야 화린아 그런 자잘한 건 그냥 내 선에서 컷 할 테니까, 큼지막한 거나 읽으라고 임마. 네가 다 받아주니까 개나 소나 막 보내잖냐.”

“뭐 어때서. 혜연 언니 봐. 뜬금 단편 영화 찍어서 나름 대박 났잖아? 찐연기자 이미지도 끌어올렸고. 진짜 나도 단막이나 할까?”

“미쳤나. 대표님이 그냥 두겠냐?”

“안 두면?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널 누가 말리겠냐만······장난이지? 살 떨린다 야.”

“······”

진심으로 놀란 실장이었지만 화린은 딱히 답하지 않았다. 그저 단막대본을 볼뿐. 사실 그녀는.

‘이번 그룹활동이 너무 빡셌어. 솔직히 좀 짧은 게 하고 싶은데.’

이번 솔로 연기 활동은 살짝 약하게 가길 원했다. 앨범이 나름 터지면서 그룹활동이 꽤 빡빡했으니까. 한국은 물론 일본까지. 특히나 KPOP 태풍이 부는 일본 스케줄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연기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자기도 모르게 강우진을 덕질할 만큼 화린은 연기를 좋아했다. 다만, 좀 쉬고 싶었다. 충전이 필요했다. 그게 전부.

뭐가 됐든.

-팔락.

턱 괸 화린은 퍽 집중해서 단막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도 단막은 오반가? 근데 넷플렉스에서 하는 프로젝트면 괜찮을지도.’

물론, 큰 감흥은 없었다.

몇 시간 뒤, 이른 오후. ‘운동회’ 스튜디오.

늦은 아침에 시작된 ‘운동회’ 녹화는 현재 절정에 치닫고 있었다.

“땡!”

토크를 마치고 한창 게임 중. ‘인물 게임’이라는 것인데 유명인 사진을 보여주고 1초 안에 이름을 말하는 거였다. ‘프로파일러 한량’의 7명 배우가 실수 없이 왕복으로 성공하면 준비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품 중 하나 빼주세요.”

총 10개의 상품도 이젠 3개만 남은 상태였다. 다만, 배우들에겐 현재 상품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우- 씨. 망했다. 서진세 선생님께 너무 죄송한데?”

“난···권기택 감독님 이름을 말 못 했잖아. 돌겠네.”

“아아, PD님. 이거 너무 잔인한데요?”

실수로 말하지 못한 인물들이 너무 많기에 지옥이었다. 여기서 강우진은?

‘앞에서 줄줄 똥 싸줘서 진짜 개다행.’

딱 한 번 빼곤 차례가 오진 않았다. 그 한 번도 쉬운 인물이라 스무스하게 넘겼고.

‘류정민님, 개구멍이었네.’

하지만 이를 가만두고 볼 제작진이 아니었다. 뜬금 윤병선 PD가 자리 바꾸는 것을 제안했다.

“표정은 필사적이신데 우진씨한테 너무 차례가 안 가는데요? 자리 한 번 바꾸심이?”

내가? 내가 언제 필사적이었다고? 움찔한 우진은 최대한 덤덤하게 사양했다.

“아니요, 지금이 괜찮습니다.”

“안 돼! 우진씨 빨리 바꿔요! 정민 오빠 완전 못 하잖아. 첫 자리가 제일 중요한데!”

그러나 홍혜연을 시작으로 배우들 모두가 자리 바꾸는 것에 동의했고, 류정민은 패배한 장수처럼 터덜터덜 우진의 자리로 이동했다.

“바꿔요, 우진씨. 바통···터치.”

매우 침울해진 류정민. 하지만 우진이 더 심각했다.

‘아- 씨. 나 연예인 잘 모른다고!’

연예계 지식이 전무하니까. 컨텐츠를 즐겨 보지 않아서 연예인 이름에도 약했다. 물론, 연예인만 나오는 건 아니다만 빈도가 높다. 고작 간단한 게임이지만 강우진은 나름 승부욕이 불타는 중이었다.

아니, 그냥 지는 건 좀 싫잖아?

그렇기에 강우진은 자리를 옮기면서도 속으로 다짐했다. 한번 필사적으로 해본다. 그것이 표정으로도 드러났다. 안 그래도 무심한 표정에 굳건한 결연이 보인다. 언뜻 목숨을 건 장수의 얼굴.

당연히 강우진의 얼굴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고.

“푸붑! 뭐야, 우진씨 혼자 왜 저렇게 심각해요?”

“전쟁터 나가나 봐요, 겁나 진지해.”

“근데 은근 귀엽죠? 뭔가 되게 시니컬한데 매력 터지는데요?”

스탭들의 수군거림 뒤로 강우진이 첫 자리에 앉았다. 곧장 시작되는 게임.

“시작합니다?”

-스윽.

윤병선 PD가 사진을 강우진에게 팍 보였다. 유명 헐리웃 배우였고,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강우진이 기적적으로 이름을 뱉었다.

“아, 다니엘 패스벤더.”

합격이었다. 워낙 유명한 헐리웃 배우기도 했고. 재밌는 건.

“오- 발음.”

스탭들이 작게작게 탄성을 뱉는다는 것. 왜? 고작 이름을 부를 뿐이었으나, 그 짧은 순간 강우진의 영어 발음이 기가 막혔으니까. 이는 당연히 윤병선 PD도 느꼈다.

‘음? 방금 발음이······’

하지만 게임 중이니 일단은 속행. 홍혜연 통과, 이도정 통과. 쭉쭉 통과. 구멍인 류정민도 통과했다. 다시 돌아오는 차례. 이윽고.

“오오오! 드디어!”

“이번에 성공하나??!”

호들갑 떠는 매니저 팀들의 반응 뒤로 차례는 다시 마지막인 강우진에게 돌아왔다. 우진은 미친 듯이 초조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 우진씨, 마지막입니다? 쉬워요, 진짜 쉬운 거 갑니다!”

-스윽

윤병선 PD가 사진을 훅 보였다. 여자배우였다. 멋들어진 화보 사진.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 이 순간 스튜디오 안 모두가 성공을 예측했다. 너무 쉬웠으니까.

하지만.

“음.”

사진을 본 강우진이 움직임을 멈췄다.

‘누, 누구지? 아 잠깐만. 헷갈려. 왜 화보냐고!’

이에 윤병선 PD가 비죽 웃으면서도.

“땡!!”

시원하게 땡을 외쳤고.

“와- 이거 진짜 그냥 거저 드린 건데요? 어떡하지?? 난감한데?”

강우진이 근엄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죄송합니다, 누구셨죠?”

이때.

-팍!

뜬금 누군가가 강우진의 팔뚝에 주먹을 꽂았다. 씩씩거리는 홍혜연이었다.

“아!! 나잖아요!! 미쳤나 봐!”

“···사진이 좀 달라서.”

“뭐래!”

“진짭니다.”

그리고.

“최대표님.”

홍혜연이 발악하는 사이 윤병선 PD가 가까이에 서 있던, 실실 웃고 있는 최성건에게 다가가 작게 물었다.

“혹시 우진씨가 영어를 좀 해요?”

최성건은 매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좀이 아니라 모국어 수준이죠. 일본어도.”

순간, 윤병선 PD의 두 눈이 약간 커졌다.

< 멀티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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