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티 (7) >
사람은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속마음을 감추기 위해 진심이 아닌 말을 뱉을 때가. 지금의 화린이 딱 그 꼴이었다.
강우진을 별로라고 표현해버렸으니까.
사실은 팬심이 그득한 상태임에도 말이다. 그의 새로운 기사가 뜨면 정독하며, 짬이 날 때마다 강우진의 SNS를 염탐하는 화린이었다. 따라서 그녀는 우진을 별로라고 말한 것에 가슴이 아팠지만.
“꽂히긴 개뿔. 완전 내 스타일 아니야. 언니, 이상한 소리 좀 하지마.”
딱히 정정하진 않았다. 친한 사이일수록 속내를 감추게 될 때도 있으니까. 어쨌든 홍혜연은 왜인지 표정에 약간 안도감이 스쳤다. 물론, 화린은 몰랐지만.
“우진씨 별로야? 왜? 넌 만나보지도 않았잖아.”
“응. 그렇긴 한데, 그냥 뭔가 눈빛이 좀 싸늘하달까. 무서워.”
“그건 박대리 역 연기잖아?”
이 순간, 화린은 자연스레 강우진의 정보를 캐낼 멘트를 떠올렸다.
“음- 평소에는 안 그래?”
“당연히 안 그러···싸늘하진 않아. 조금 서늘한 정도고. 근데 박대리랑은 완전 달라.”
“그래? 좀 무서울 것 같아 성격이.”
“전혀 안 무섭······유하진 않지만 츤데레야. 착하고. 무섭다기보단 주관이 뚜렷해.”
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화린이었지만, 강우진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정장시켰다.
“츤데레? 몰라. 나랑 별로 상관도 없고. 근데 언니랑은 같은 소속사니까 자주 만나겠다.”
“자주 만나나? 글쎄. 나도 바쁘고. 우진씨는 뭐 너도 기사들 봐서 알잖아?”
“모르지 나야. 내가 그분. 아니, 그 배우 기사를 왜 봐.”
하루에도 우진의 기사를 수 번 보는 화린이지만 애써 쓴웃음을 지었고, 와인 한 잔을 홀짝이며 시선을 정면 대형 TV로 옮겼다. 어느새 ‘프로파일러 한량’ 5부가 방영되고 있었다.
이쯤 홍혜연이 팔짱 끼며 말을 이었고.
“인스타 팔로워는 벌써 13만을 넘긴 데다 지금 벌써 팬클럽도 생겼어. 이 속도면 까딱 나 우진씨한테 따라 잡히겠다니까?”
“······팬클럽?”
“응. 데뷔하자마자 바로 생기더라. 벌써 회원수가 몇천 명 되던데?”
“그래? 어어- 대단하네.”
팬클럽이란 단어에 화린이 와인잔을 내리면서 신경 안 쓰는 듯한 분위기를 뿜었고, 홍혜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핸드폰을 꺼냈다.
‘팬클럽 생겼다구? 아 씨. 나 몰랐어. 요 며칠 바빠서.’
그리곤 다른 거 보는 척 강우진의 팬클럽을 검색했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공식/강우진의 공식 팬카페 ‘강심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회원수: 3,111명.
-대표 매니저: 혈육여자.
벌써 가입자만 3000명이 넘었다. 화린은 탄식했다.
‘하- 생기면 바로 가입하려고 했었는데.’
아쉽지만 이미 늦긴 했다. 어쨌든 화린은 일단 페이지를 즐겨찾기 한 뒤 핸드폰을 내렸고.
“에이 그래도 언니는 홍혜연인데 신인한테 잡히는 게 말이 돼?”
“왜 안돼. 말이 되지. 니가 걜 직접 보면 이해될 거야.”
“내가 그 사람을 왜 봐- 볼 생각도 없고. 그래서 박대리 다음에 뭐 잡혔다는데?”
“나도 기사로만 봤는데. 바로 이월선 작가님 거 들어가더라. 조·단역이긴 한데 미친 거지. 우진씨 보고 있으면 막 안달 난다니까?”
“응- 힘내야겠네.”
화린이 적당히 답할 때, TV 속 ‘프로파일러 한량’ 5화를 지켜보던 홍혜연이.
“그나저나 괜찮으려나?”
“뭐가?”
작게 한숨을 뱉었으며 읊조렸다.
“시청률, 박대리가 빠졌잖아.”
다음 날, 이른 아침. 박은미 작가의 작업실.
주말인 토요일임에도 턱수염 송만우 PD가 박은미 작업실의 현관을 열었다. 뭐랄까, 그의 얼굴은 그야말로 해골이었다. 핼쑥한 게 과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어- 죽겠다.”
촬영에 촬영에 촬영에, 편집에 편집에 편집이 반복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사이사이 홍보 스케줄이나 각종 인터뷰도 돌아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촬영분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것.
“박작가, 나왔으.”
송만우 PD가 작업실 소파에 풀썩 쓰러지며 박은미 작가를 부르자, 헤어밴드 찬 그녀가 방문을 열고 나타났다.
“이게 무슨 냄새야? PD님, 거기거기 소파에서 나와요! 씻고 와!”
“그게 지금 밤새 편집한 PD한테 할 소린가?”
“왜 밤을 샜는데? 아직 여유분 있다며.”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잖아. 시청률이 25%가 나왔는데, 죽어라 편집해서 시청률 방어해야지. 4화부턴 박대리도 빠졌고.”
한숨 쉬던 박은미 작가가 송만우 PD 옆자리에 앉았다.
“내일까지 마지막 화 대본 넘길게요.”
“응. 난 어제 사표 냈어.”
“아- 그래요? 잘했···어??!! 저, 정말?”
“정말. 뭐, 촬영도 거의 마무리 단계고 편집들만 남았으니까 슬슬 내야지.”
“대박. 드라마국 난리 났겠는데요?”
“그렇긴 했어. 국장이나 부장들 들러붙어서는. 어휴 지겨워.”
“그렇겠지. 첫방부터 시청률 20% 만든 PD님이시니까. 필모는 또 얼마나 화려해? 근데 진짜 확고한 거죠?”
되물음에 송만우 PD가 머리를 소파 등받이에 움푹 기댔다.
“어. 솔직히 영입 제안은 미친 듯이 오는 중이고 투자 얘기도 많아. 다행히 이번 거 잘 됐으니까, 정리한 뒤에 제작사 차려 봐야지. 난 죽을 때까지 연출할 거라고.”
“어련하시겠어요.”
잠시간 천장을 올려보던 송만우 PD가 뜬금 강우진의 얼굴을 상기했다.
“내가 제작사 차리고 작품 다시 들어갈 때쯤이면 우진씨 몸값이 얼마쯤 되려나- 너무 비싸지면 감당이 어려운데.”
“뭐, 비싸지겠죠. PD님이 시작부터 몸값 허들 높여 놓고는? 참! 우진씨 월선 언니 거 들어간다는 거 보고 내가 진짜 기가 차서. 그 언니 분명 나 신경 쓰고 우진씨한테 침 바른 거라니까?”
“그 여자가 그래도 배우 보는 눈은 있잖아. 시작은 박작가 질투로 했어도, 우진씨를 직접 봤으면 욕심났겠지.”
이때.
“아! 맞아.”
박은미 작가가 양손을 짝 치며 입을 열었다.
“내일 우리 보조작가 중에 최나나라고 알죠?”
“응 그 좀 소심한 친구.”
“걔 내일 우진씨랑 미팅해요.”
“···어? 왜?”
“우진씨가 무려 나나 단막극 대본을 보고 미팅을 잡았대요.”
“그, 그런 일이 있었어??!”
“응응. 그거 100% 토템 발동한 거죠?”
“‘흥신소’랑 그림이 똑같잖아? 그 단막 작품에 또 무슨 미친 일이 벌어지려고.”
이때.
-우우웅, 우우우웅.
탁자 위에 올려진 송만우 PD의 핸드폰이 긴 진동을 뱉었다. 전화였고 박은미 작가가 득달같이 물었고.
“5화 시청률 전화죠?”
“어. 뜨자마자 전화하라고 했어.”
핸드폰을 귀에 붙이는 송만우 PD.
“응 말해, 시청률 몇 나왔어? 어어.”
재밌는 건 그의 두 눈이 급작스레 커진다는 것.
“···뭐라고? 몇? 아, 알았다. 일단 끊어 봐.”
전화를 끊은 송만우 PD에게 박은미 작가가 달려들었다.
“왜? 왜 그래요? 시청률 몇 나왔다는데?”
송만우 PD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얼마 나왔는데!”
“······21.7%”
“악!”
25%였던 시청률이 단숨에 4%나 빠졌다. 이는 분명.
“솔직히 어느정도 각오는 했는데, 우진씨 빠졌다고 이렇게나 날아갈 줄은.”
박대리가 빠진 것의 영향일 게 분명했다.
이 시각, bw엔터 주차장.
세워진 승합차에 강우진이 올라탔다. 샵에 가기 전인지 머리가 약간 부스스하다. 곧, 우진의 옆으로 따라 탄 한예정이 원래의 말투처럼 쌀쌀맞게 읊조렸다.
“오빠, 오늘 미팅 스케줄 끝나고 화보 찍으면서 SNS용 사진도 몇 장 찍어요. 팔로워 13만 넘은 거 보셨죠?”
“아- 응. 봤어.”
“팬클럽도 회원수 3000명 돌파했던데요? 그 정도면 슬슬 팬미팅을 잡아도 될 것 같은데.”
뭔 미팅? 강우진이 낯선 단어에 침묵했다. 하지만 한예정은 멈추지 않았다.
“당장 팬미팅이 힘들면 팬사인회라도 열면 좋고요. 팬클럽이 이렇게 빨리 생긴 거면 우리 쪽도 액션이 있어야 될 거고. 근데 오빠, 팬클럽 총 매니저 누군지 알아요? 홍보팀이 아직 접촉을 안 했나?”
“어, 난 아직 못 들었어.”
“제가 한 번 확인해 볼게요. 매니저가 보자- 혈육여자? 아이디 참 희한하네.”
그러게. 좀 이상하긴 하다. 닉네임이 혈육여자가 뭐냐 혈육여자가. 강우진이 속으로 비웃을 때였다.
-덜컥!
조수석 차 문이 격하게 열리며 최성건이 꽤 다급하게 외쳤다.
“우진아! 한량 5화 시청률 21.7% 나왔단다!”
“···시청률이.”
“어! 훅 빠진 거지.”
근데 최성건의 표정이 묘했다. 그 이유를 본인이 직접 말했다.
“하- 근데 이게 애매해. 시청률 빠진 건 무조건 별로야. 혜연이한테도 그렇고. 근데 우진이 너한테는 또 나쁘지 않단 말이지?”
무슨 소리지. 강우진이 묵묵히 침묵하자 최성건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말론 너 때문에 한량을 본 게 4%나 된다는 소리거든.”
사실이었다. 현재 언론에서도 최성건의 말을 정신없이 다루고 있었으니까.
『[이슈체크]끝없이 오르던 ‘프로파일러 한량’, 단숨에 21%로 시청률 추락』
당연했다. 하루 만에 시청률이 4%나 빠졌으니까.
물론, 21% 시청률도 여전히 대단한 수치긴 했다. 하지만 박대리의 하차 이후 시청률이 빠진 건 기현상이었고.
『‘박대리’가 사망하자마자 ‘한량’의 시청률 4%가 증발했다?』
언론이나 여론은 더욱더 가열차게 강우진을 소환했다. 타이밍상 또는 흐름상 강우진이 중심이었으니까.
『[스타픽]‘박대리’ 강우진 하차하자마자 시청률 4%나 빠진 ‘프로파일러 한량’, 시청자들 “박대리 다시 살려내라”』
『시청률 4% 빼낸 저력, 한량은 울상 강우진은 미소?』
뭐 어쩌겠는가?
여기서부터는 강우진이 딱히 해줄 일이 없었다. 홍보 스케줄도 다 돌았고. 그저 다음 빌런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배우와 송만우 PD 등이 노력하는 수밖엔 없었다.
그러다 보면 다시 시청률이 오를 수도 있겠지.
어쨌든 강우진이건 ‘프로파일러 한량’이건 다시금 시끌벅적해졌다. 한량의 시청률은 빠졌지만, 강우진이 계속해서 언급되며 그의 인지도가 쭉- 오른다.
더불어.
『핫한 신인 ‘강우진’에게 연기 대상 안겨준 ‘흥신소’, 여러 OTT 플랫폼에 풀린다』
강우진의 치솟는 인기에 ‘흥신소’까지 각종 OTT 플랫폼에 업로드됐다. 벌써 순위 1위를 한 플랫폼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쯤엔.
-!예고! 이걸 더더더 많이 봐 줬으면 좋겠어, 좀 덜 꼴···?|운동회X프로파일러 한량
‘운동회’ 쪽에서 한량팀 편의 예고편을 올렸다. 여러 이슈들이 중첩된, 아주 최고의 타이밍에 올라온 영상이었다. 그 덕에 조회수는 가파르게 올랐다. 물론, 시청자들의 댓글 역시 넘실거렸다.
-ㅋㅋㅋㅋㅋㅋ0:41 강우진 대답 ‘네’ 딱 한 마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드디어 강우진 평소의 모습을!!
-박대리 살려 줬으면 좋겠어...한량이 좀 덜 꼴리거든?
-홍혜연은 홍혜연이네....시발 ㅈㄴ예쁘다
-본편을 빨리!! 빨리 내놔요!!!
-아 드디어 강우진 나오는 예능을 볼 수 있는 건가....??? 행복하다....
-예고 보니까 강우진 좀 싸가지 없을 듯
-ㅋㅋㅋㅋㅋ류정민은 저 파마머리 그대로 나왔넼ㅋㅋㅋㅋㅋㅋ
-다들 궁금하지만~~~강우진 배우님이 어떤 캐릭터일지~~~~빨리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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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연히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강우진이란 이름이 언급되는 횟수였다. 워낙에 예고편의 지분이 많았으니까. 결국, 이 예고 영상은 조회수 30만을 달성했다.
-헐ㄹㄹㄹㄹ강우진 좀 진중한 성격인가??너무 궁금휴ㅠㅠㅠㅠㅠㅠㅠ
업로드 1시간 만이었다.
같은 날 오후, 넷플렉스 코리아.
종각역 근방의 넷플렉스 코리아 건물 주차장. 벤에서 여자가 훅 내렸다. 길쭉한 다리에 흰 마스크를 쓴 그녀.
바로 화린이었다.
그녀 주변으로 뚱뚱한 실장이나 매니저 팀들이 붙었고, 화린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핸드폰을 보며 걷는 화린에게 실장이 말을 건 것은 이때.
“화린아, 자자잠깐만. 너 진짜냐? 아니지? 그냥 미팅만 해보는 거지? 응?”
뚱뚱한 실장은 매우 다급한 얼굴이었다. 반면, 화린은 대수롭지 않은 듯 답했다.
“그만하라고 했지? 할지 안 할지는 결정 안 했고 일단 미팅만 해본다 했잖아. 유난이다 정말.”
“야야야, 니가 뜬금 단막 쪽 미팅을 하자고 하니까 그러지! 아무리 넷플렉스라지만 이건 좀. 후- 이거 봐라 대표님이 또 전화했다.”
“씹어. 나중에 전화해서 미팅 중이었다 하고.”
이쯤 화린과 팀은 엘리베이터에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실장의 걱정은 멈추지 않았다.
“니가 지금 대형 프로 안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굳이굳이 단막 갈 필요 없어, 거기다가 임마 단막 쓴 작가가 신인이래매? 이거 잘 못 하면 똥 제대로 싼다?”
슬슬 마스크를 벗던 화린이 픽 웃었다.
“똥 좀 싸면 어때? 우리 이번 앨범 잘 됐잖아? 그럼 나 몇 번 똥 싸도 괜찮지 않아?”
“···한다는 말이네.”
“아! 입 좀! 아직 상대역들도 못 봤어. 작가님 성향도 봐야 돼. 넷플렉스가 얼마나 힘을 주는지도 볼 거야. 장난삼아 온 게 아니라고.”
“키스씬은?”
“그것도 가능하면 빼달라고 말 할거고. 아니 애초에 안 할 거면 키스씬이건 배드씬이건 뭔 상관?”
“야! 너! 여기 넷플렉스야, 말 좀 가려서 해.”
어깨를 으쓱이는 화린은 전혀 타격받은 얼굴이 아니었다.
와중.
-띵!
엘리베이터는 넷플렉스 코리아 층에서 멈췄고 문을 열었다. 보니 ‘넷플렉스’ 로고가 덕지덕지 붙은 입구 쪽에 남자 직원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가 화린을 보자마자 화악 웃었다.
“어서 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지금 이미 총괄디렉터님 미팅룸에 계시고요! 이쪽으로!”
“네.”
곧, 화린과 뚱뚱한 실장만 그를 따랐고 나머지 화린의 스탭은 대기실로 움직였다. 이즈음 화린이 뚱뚱한 실장에게 귓속말했다.
“안 할 가능성이 크니까, 미팅 중에 이상한 말 하지마. 깐깐하게 뭐 물어보지도 말고.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하- 알았다, 알았어.”
넷플렉스 직원이 안내한 미팅룸은 벽면에 영화 포스터들이 즐비한 곳.
-똑똑.
미팅룸 유리문을 연 직원이 화린에게 먼저 들어가란 미소를 던졌다. 아무렇지 않게 미팅룸에 들어서는 화린.
“안녕하세요.”
미팅룸 안엔 이미 너덧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중 넷플렉스 수장 격인 총괄디렉터가 놀라며 일어났다. 약간 통통한 여자였다.
“화린씨? 왜 이쪽 미팅룸으로?”
총괄디렉터가 직원을 보며 다그쳤다.
“옆 미팅룸으로 안내해 드렸어야죠.”
느낌상 직원이 잘 못 안내한 듯 보였다. 재밌는 것은.
“···?”
미팅룸 안 사람들을 훑던 화린의 눈에 남자 한 명이 확 꽂혔다는 것. 화린을 무심히, 시니컬하게 빤- 히 바라보고 있는 남자. 그녀는 몸이 굳어지며 속으로 저도 모르게 외쳤다.
‘어???!! 가, 강우진님?! 왜? 왜 여기??’
남자는 화린이 덕질하는 강우진이었으니까.
이때 화린의 귓가에 평상시 강우진의 첫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세상 저음의 음성.
“안녕하세요.”
화린은 자신의 귀가 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멀티 (7)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