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티 (8) >
‘우와······화린? 화린 맞지? 미쳤다.’
미팅룸에 난데없이 나타난 화린. 수많은 걸그룹 중 1티어로 칭송받는 ‘엘라니’의 리더. 아무리 연예계에 큰 관심이 없었던 우진이라도 화린을 알고 있었다. 뭐, 워낙 유명하니까.
‘홍혜연 님만큼은 아니다만, 하여튼 개이쁘네.’
강우진은 유리문 쪽에 선 화린을 그저 신기하게 쳐다봤다. 딱 연예인을 우연히 봤을 때의 그 느낌. 이때 살짝 통통한 넷플렉스의 총괄디렉터가 화린을 보며 읊조렸다.
“화린씨? 왜 이쪽 미팅룸으로? 옆 미팅룸으로 안내해 드렸어야죠.”
아, 미팅룸을 잘 못 찾아온 건가? 얼추 어떤 상황인지 파악한 우진이 다시금 화린을 쳐다봤다. 이상한 건 그녀도 강우진을 보고 있다는 것. 뭐지. 살짝 움찔한 우진이었으나 의연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목소리를 착 깔며 화린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
그러나 강우진을 빤- 히 보는 화린은 입을 열지 않았다. 약간 미간을 찌푸리는 것이 다였다. 뭔가 껄끄러움을 느낀 강우진.
‘뭐여, 왜 인사를 쌩까냐. 표정도 영 별론데. 왜 저런담.’
반면.
‘미, 미쳤다.’
당황이 극으로 치달은 화린은 강우진의 인사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목소리 개좋아! 뭐야? 저게 평소 목소리? 완전 귀 녹을 뻔!’
아무 생각 없이 온 넷플렉스에 최애 강우진이 있는 것도 충격인데, 그의 낮은 목소리가 화린의 뇌와 심장을 뒤흔들었다. 그럴 만했다. 몇 주간 덕질하던 배우가 눈앞에 있으므로.
그녀의 사고가 뒤틀린다.
‘왜? 왜?? 왜 강우진 님이 여기 계시지? 왜? 하- 갑자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뭐지? 아 모르겠어.’
마음 같아서는 방방 뛰고 싶은 화린이었다.
앉은 우진에게 달려가 팬이라며 같이 사진 한 장 찍자고 외치고 싶었고, 가까이에 앉아 짧더라도 대화를 하자고 부탁하고 싶었다. 그것도 안 되면 악수라도. 나도 모르게 당신을 덕질하게 됐어요! 하고 외쳐도 됐다.
어느새 화린의 팬심은 그 정도로 커져 있었다.
하지만.
“야야, 화린아.”
방금 화린을 부른 뚱뚱한 실장을 포함하여 넷플렉스 인원들 등등. 여긴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따라서 화린은.
“큼.”
작게 헛기침하며 뚫어져라 보던 강우진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계, 계속 못 보겠어. 심장 터질 뻔.’
이에 무심한 강우진의 불만이 조금 더 커졌다.
‘인사 쌩까는 건 그렇다 치고. 못 볼 거라도 봤냐? 뭘 저리 대놓고 눈을 피함?’
뚱뚱한 실장이 화린에게 물음을 던진 것은 이때.
“왜 그래? 뭐 어디 안 좋아?”
“···아니. 아니야.”
기어들어 가는 투로 답한 화린이 다시금 우진을 힐끔했다. 이때야 그녀가 강우진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짧은 대화. 화린은 두근대는 심장을 애써 식혔다.
‘끝? 좀 아깝다! 한 마디, 아무거나 하나만 던져 볼까? 씨, 그러자!’
다만, 주변에 보는 눈이 좀 많으니까 애정을 좀 덜어야 했다.
“드라마 잘 봤어요.”
너무 덜어냈다. 그녀의 말투가 심히 투박하며 영혼이 없다. 어찌보면 싸가지없게도 보였다. 당연히 강우진에게도.
‘쟤 성격 별로네.’
곧, 우진은 평소의 컨셉질 보다 몇 배는 무겁게 대충 답했고.
“감사합니다.”
화린의 심박수는 증폭됐다. 강우진을 멀리서 지켜볼 때와 눈앞에 있는 것은 느낌이 하늘과 땅. 이어 화린이 옆에 선 실장의 팔뚝을 끌었다.
“···오빠, 가자.”
“어?? 아, 어어.”
도망이었다.
‘더 있으면 달려들 것 같아. 안돼안돼안돼! 어디 가서 좀 진정해야겠어!’
그렇게 별안간 나타난 화린이 미팅룸을 나갔고, 그녀를 안내했던 직원이 총괄디렉터에게 한 소리 들은 뒤 따라나섰다. 강우진이 옆자리 최성건에게 작게 질문은 뱉은 것은 이때.
“저분. 화린씨, 성격이 좀 별롭니까?”
최성건이 어깨를 으쓱이며 속삭임으로 답했다.
“글쎄? 몇 번 못 봤어 나도. 근데 혜연이랑 친한 거 보면 쟤도 보통은 넘는 거겠지. 딱히 별로란 소문은 없다만 살가운 편은 아닌 정도? 왜?”
“아니요. 아닙니다.”
대강 넘긴 강우진은 신경 끄기로 했다.
‘화린 살짝 싸가지없네. 뭐, 연예인들 죄다 각색된 이미지니까. 나랑은 별로 상관도 없고.’
홍혜연과는 매우 상반된 온도차였다. 이때 통통한 총괄디렉터가 미안한 듯 웃었고.
“우진씨. 죄송해요, 갑자기. 저희 직원이 실수를 좀 한 것 같아요.”
“괜찮습니다.”
낮게 답한 우진의 뒤로 꽁지 머리 최성건이 끼었다.
“근데 화린 씨랑도 뭘 같이 하시는 겁니까? 아, 이건 그냥 가볍게 여쭤보는 거라서 무시하셔도 됩니다. 하하.”
넉살 좋은 최성건을 보던 총괄디렉터가 미소지었다.
“저희도 솔직히 좀 놀라는 중이에요. 왜 이 작품에 강우진씨부터 화린씨까지 움직여 주신 건지.”
“응? 이 작품이라고 하시면.”
“네. 화린씨도 단막 ‘남사친’ 관련해서 미팅 오신 거거든요. 확정은 아니다만.”
답한 총괄디렉터가 옆자리 여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옆엔 호리호리한 안경 낀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남사친’을 쓴 최나나 작가였다.
“꿈······같아요. 강우진님이 와주신 것도 감지덕진데, 화린님까지 연락이 오실 줄은 진짜 생각도 못 했어요.”
소심하게 마음을 피력한 최나나 작가의 말끝을 총괄디렉터가 붙잡았고, 시선은 최성건과 우진에게 돌렸다.
“저희 쪽도 나름 단막 프로젝트고 힘을 주고 있어서 대본을 꽤 돌렸어요. 물론, 안 될 걸 알았고요. 솔직히 보여주기식이었죠.”
팔짱 낀 최성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무래도 레벨 높은 배우들 사이로 대본을 돌리면 업계로 나름 소문이 괜찮게 돌긴 하죠.”
“맞습니다. 그걸 노린 건데 화린씨는 미팅까지 잡아 주신 거고. 뭐, 근데 화린씨 쪽은 그냥 간만 보고 끝나겠죠. 뭔가 프로젝트다 뭐다 하니까 냄새만 맡으려고 왔을 거예요. 안 할 겁니다, 이거.”
“하하. 화린씨 정도면 굳이 단막 갈 이유가 없긴 합니다.”
“그러게요. 근데 괜찮아요, 화린씨 없어도. 저흰 우진씨면 충분해요. 그렇죠? 작가님?”
“네, 네네!”
여기서 미소지은 총괄디렉터가 무표정의 강우진에게 눈을 맞췄다.
“우진씨, 정말 해주시는 거 맞죠? 너무 좋아서 다시금 확인하고 싶어서요.”
강우진의 대답은 간략했다.
“네. 제가 할게요, ‘남사친’ 남주.”
순간 총괄디렉터의 미소가 짙어졌고, 그녀의 옆에 앉은 최나나 작가가 어물어물 입을 열었다.
“저···저! 강우진님! 그, 근데 제 단막을 선택해주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네. 있습니다, 키스신이 시원시원하게 나와서요. 물론 내용도 좋고. 그러나 이대로 말했다간 또라이 취급을 받겠지. 강우진은 적당히 에둘러서 답했다.
“군더더기 없이 직진하는 대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 정말요?”
“네. 전체적으로 느낌도 좋구요.”
“느···낌?”
시니컬한 강우진을 빤- 히 보던 최나나 작가는 뭔가에 홀렸다.
‘느낌. 그게 박은미 작가님이 말씀하신 그건가? 작품 보는 탁월한 눈 같은 거? 여튼 진짜 이 분은 뭔가 포스가 남달라.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여튼 달라.’
이어 총괄디렉터가 강우진 쪽으로 몸을 밀었다.
“근데 우진씨. 혹시 노래는 좀 하세요?”
갑자기 뭔 쌉소리지? 뭔 노래? 대화 맥락이 이상했지만, 나름 진심으로 노래에 자신 있던 강우진이 바로 답했다.
“예, 나쁘지 않습니다.”
“오- 그래요?”
“왜 그러시는지.”
대답은 챙겨온 대본 여러 권을 꺼낸 최나나가 했다.
“···그- 사실은요. 드린 1화엔 안 나오지만 2화부턴 남주가 숨겨진 능력을 보여주거든요.”
“능력이 노랩니까?”
“네네. 여주도 몰랐던 거라 깜짝 놀라는 씬이요.”
스케줄이 바빠지긴 했지만, 강우진은 최근 짬이 나면 여러 대본과 시나리오를 읽었다. 물론 ‘남사친’도. 다만, 1화엔 전혀 그런 내용이 없었다. 서프라이즈같은 건가? 여기서 최성건이 물었다.
“작가님이 설정한 느낌은?”
“아아, 가수급?”
“흠.”
이다음 총괄디렉터가 양손을 휘저었다.
“너무 그렇게 심오한 설정은 또 아니거든요? 적당히 대본 수정 들어가면 되니까. 음- 그냥 평범한 정도도 괜찮아요. 음치만 아니면 뭐, 편집에서 어느 정도 커버도 되고.”
“네네네! 맞아요! 상관없어요!”
가만 보니 총괄디렉터와 최나나는 강우진을 퍽 욕심내는 것처럼 보였다. 뭐가 됐든 강우진은.
‘노래방 가면 또 내가 훨훨 날아다닌다고.’
과거 불알들과 노래방 가던 때를 상기했다.
“음치는 아닙니다.”
“그럼 괜찮겠네요!”
“작가님.”
곧, 강우진이 최나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 2화부터 나머지 대본을 받을 수 있을까요.”
최나나는 여부가 있겠냐는 듯 재빨리 종이뭉치들을 강우진에게 대령했다.
“다, 당연하죠! 이제 남주님이신데!”
한편, 옆옆 미팅룸.
최애 강우진으로 인해 흥분이 가시지 않은 화린은 여전히 심박수가 높았다. 옆자리 실장이나 반대편 넷플렉스 팀장들의 대화가 하나도 안 들렸다.
‘아 진짜! 너무 빨리 나왔나? 그냥 막 강우진님한테 다가가서 악수라도 할 걸! 너무 당황해가지고!’
그저 머릿속엔 가까운 곳에 있는 덕질의 대상으로 가득했다.
‘근데 직접 보니까 분위기 쩔었어. 막 가볍지 않고 진중하고 목소리도 완전 동굴! 진짜 성격은 흥신소랑 박대리랑은 아예 달랐지?’
직접 대면한 강우진의 여파는 컸다. 화린의 팬심 가득한 눈덩이가 속도를 높인다. 그러다.
“아.”
뭔가 번뜩 떠오른 화린이 앞에 앉은 넷플렉스 팀장들에게 물었다.
“근데 저기 계신 강우진씨는 어떤 일로 오신 거예요?”
“예? 아. 하하하, 실은 화린씨와 같은 맥락입니다. 최나나 작가님이 우진씨를 남주로 픽하셨거든요.”
“······강우진씨를요?”
“네. 확정은 아니고요. 더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하네요.”
이때.
-스윽.
미팅룸 유리문이 열리며 통통한 총괄디렉터와 최나나 작가가 입장했다. 아마 강우진과의 미팅을 마치고 넘어온 듯. 이어 화린의 반대편에 앉은 총괄디렉터가 입을 열었고.
“일단, 이렇게 미팅을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화린씨.”
“네. 대본이 흥미로웠거든요.”
“자세한 얘기에 앞서서 화린씨가 대본에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먼저 확정된 상대역에 관해 말씀부터 드려야겠네요.”
“······”
침을 꿀떡 삼키는 화린. 그런 그녀를 보던 총괄디렉터가 가볍게 읊조렸다.
“‘남사친’의 남주는 강우진씨가 해주실 겁니다.”
“!!!”
“직전에 확정됐고, 이 부분을 감안해서 미팅을 진행하면 될 것 같아요. 우진씨 측이 언론엔 아직 알리지 말라고 하셔서 다음 주나 돼야 발표가 될 거예요.”
화린이 작게작게 엉덩이를 들썩였다. 초조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별생각 없이 온 미팅이었는데 갑자기 상대역이 최애인 강우진 님?
‘대박.’
이때.
“총괄디렉터님.”
충격먹은 화린의 옆자리 뚱뚱한 실장이 대뜸 끼었다.
“일단, 강우진씨 건은 잘 알았습니다. 저희도 외부로 안 새게 신경 쓰겠습니다. 음- 일단, 조건 몇 가지를 말씀드려볼게요.”
“예, 실장님.”
“당장 대본 첫 줄에 나오는 키스신 말입니다만. 만약 우리 화린이 여주를 하게 된다면 그 씬을 빼주실 수.”
“오빠.”
“읍!”
뚱뚱한 실장의 허벅지를 티 안 나게 꼬집는 화린. 그리곤 그녀가 어금니를 물며 그의 말을 막았다.
“쉿, 조용히 해.”
밤. 강우진의 원룸.
화보와 SNS용 사진을 죽어라 찍은 강우진이 집에 도착한 시각은 10시가 넘어서였다. 파김치가 된 강우진이 원룸에 도착하자마자, 오늘 받아온 ‘남사친’의 대본들과 핸드폰 등을 이불 위에 우수수 쏟았다.
“으어- 하루가 길다, 길어.”
피곤한 듯 목을 이리저리 꺾던 우진이 냉수 한 모금을 시원하게 들이킨 뒤, 작은 탁자에 놓인 노트북을 깨웠다. ‘프로파일러 한량’을 틀기 위해서였다.
토요일 밤. 즉, 현재 한량 6화가 방영하고 있을 테니까.
-스윽.
곧, 노트북에선 ‘프로파일러 한량’ 6화를 출력하기 시작했다. 이미 박대리는 사망했지만, 강우진은 모니터링을 빼먹을 생각이 없었다.
“가능하면 시청률이 더 올랐으면 좋겠는데.”
한량의 시청률이 떨어진 덕에 우진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만, 솔직히 정이 들기도 했고 강우진에겐 고마운 작품이기에 계속 잘됐으면 싶었다.
뭐가 됐든.
“흠-”
대강 앉아서 노트북을 보던 우진이 시선을 돌렸다. 핸드폰을 집어 든 것.
“홍혜연님한테 화린 한 번 물어볼까?”
그러다 뭐 상관없나? 싶은 우진이 핸드폰을 내렸다. 다시 볼일도 없을 테니 신경 안 써도 되겠지. 곧, 그가 받아온 ‘남사친’ 대본들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리스트업이나 해두자.”
혼잣말 뱉은 강우진이 기지개를 쭉 켠 뒤, 여러 권인 ‘남사친’ 대본 중 2화 대본의 옆에 붙은 검은 사각형을 푹 찔렀다. 총 4화의 대본을 일단 아공간에 업데이트시켜둘 생각인 듯.
뒤로.
“보자-”
강우진은 끝없이 컴컴한 아공간에 진입했다. 그의 눈엔 총 6개의 흰 사각형이 보였다. 그중 강우진은 제일 끝에 둥둥 뜬 것을 확인했다.
-[6/대본(제목: 남사친), B+급]
-[*완성도가 매우 높은 드라마 대본입니다. 100% 리딩이 가능합니다.]
-(2화)
‘남사친’이었다. 문제없이 2화까지 리스트업됐다. 그런데.
“어라?”
강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B+? ‘남사친’이거 B였잖아?”
분명 B였던 ‘남사친’의 등급이 B+로 높아졌으니까. 강우진은 뭐지? 싶다가도 은연중에 떠오른 답을 뱉었다.
“어제랑 오늘 해서 달라진 점은······설마 나?”
확실했다. 오늘 강우진은 ‘남사친’의 남주로 확정됐다. 즉, 한 단계 높아진 건 본인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진심? 진짜 나 때문에??”
강우진은 재빨리 ‘마약상’이나 ‘얼어죽는 연애’의 흰 사각형을 확인했다.
-[4/시나리오(제목: 마약상), B+급]
-[5/대본(제목: 얼어죽는 연애), C+급]
그러나 변화는 없었다. 우진은 뭐지? 하며 턱을 쓸었다.
“‘남사친’은 올랐는데 나머진 그대로?”
심지어 ‘마약상’과 ‘얼어죽는 연애’는 언론과 여론도 아는 작품들이었다. 어쨌든 현재로선 ‘남사친’만 등급이 올랐다.
“흠- 뭐, 다른 조건이 있나?”
이때였다.
“헐?”
강우진이 보던 ‘남사친’의 흰 사각형에 뜬금 변화가 생겼다. 적혀 있던 글자들이 지워지더니 다시금 채워지기 시작한 것. 마치 투명인간이 글자를 다시 적는 느낌.
갱신된 글자는 이랬다.
-[6/대본(제목: 남사친), A급]
방금 B+로 바뀐 ‘남사친’의 등급이 강우진의 눈앞에서 A급으로 다시 오른 것이었다.
“······일단, 퇴장!”
이어 강우진이 아공간을 빠져나온 뒤 이불 위에 올려진 ‘남사친’ 2화 대본을 집어 올렸다. 우진의 눈은 약간 커진 상태였다.
“뭐냐? 왜 이거만 A급으로 오른 건데?”
한편, 같은 시각.
화린의 소속사인 JML 엔터의 대표실. 대형 JML 엔터는 늦은 밤이라 직원이 거의 퇴근한 상태지만, 왜인지 넓은 대표실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런 대표실의 중앙 6인 책상엔 3명이 앉아 있다.
깔끔한 정장 입은 JML 엔터의 대표, 뚱뚱한 실장 그리고 다리 꼰 화린.
재밌는 것은.
“뭐···뭐라고?”
“화, 화린아. 다시 말해 볼래?”
대표나 실장이나 화린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는 것. 그러거나 말거나 화린은 별수롭지 않게 간단히 답했다.
“할거라구요, 단막 ‘남사친’ 그거.”
< 멀티 (8)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