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티 (10) >
얼마나 지났을까.
‘이상만’의 여러 세상을 살던 강우진이 돌연 승합차로 돌아왔다. 주변은 그대로였다. 꽉 막힌 교통체증, 운전석의 장수환, 어딘가와 통화하는 최성건, 코디북을 보는 한예정. 이들은 강우진이 방금 어디에 다녀왔는지 모른다.
모든 게 다른 바 없다.
하지만 강우진은 ‘이상만’의 현실을 살다 왔으며 그의 모든 것을 가졌다. 우진의 세상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그에겐 각인된 새로운 배역의 인생이 더욱이 선명해졌다. 이번에도 평범치 않다.
따라서 강우진은.
“······”
무표정을 일관하며 잠시간 허공에 시선을 맞췄다. 어디를 보는지 정확하진 않다. 허나 집중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직접 리딩했던 ‘이상만’의 냄새를 빼내기 위해서.
‘괜찮아, 기분은 나쁘지 않아.’
시나리오 속 배역인 ‘이상만’을 자유자재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강우진이라는 자아를 극도로 끌어올려야 했다.
‘난 리딩하는 모든 배역의 주인이며 니들은 그냥 내 소모품.’
지금 강우진은 퍽 진중한 얼굴이었지만 컨셉질은 아니었다. 뭐가 됐든 과거의 ‘김류진’과 ‘박대리’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 숱한 지옥을 미리 맛보게 해줬으니.
이미 강우진의 정신은 단단했다.
아공간의 패널티는 강렬하지만 버틸 만하다. 최소 강우진은 그리 느꼈다. 가볍진 않지만 그렇다고 무겁진 않다. 평소, 그래 평소와 비슷했다. 어딘가 조금 불편하지만 문제가 될 정돈 아니다.
그래도.
‘후우-’
속이 울렁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구역질이 났으니까. 작품 속 이상만은 쾌락을 느낄지언정 우진은 진창에 빠졌다 나온 기분이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 애써 연기로 치부해야 할 광경.
‘물 좀 마시자.’
물이 쓰다. 습도가 가득한 축축함이 아직 덜 빠져서인가? 하지만 이는 리딩(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짧아진다. 무뎌져야 했다.
이어 강우진이.
-스윽.
시선을 내렸다. 손에 들린 ‘마약상’ 시나리오를 본 것. 정확하게는 리딩하고 온 ‘이상만’의 기분을 이해한다. 아공간의 능력으로 각인된 이상만의 모든 것을 배제하고, 강우진의 순수 생각으로 이상만을 검증한다.
이 과정은 강우진이 터득한 대본 분석과도 같았다.
시나리오의 내용, 아공간에서 리딩한 이상만의 인생, 강우진의 감상평.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면 그의 연기는 극강으로 딴딴해지며 메소드를 넘어선다. 이미 결과는 세상에 보였다.
‘프로파일러 한량’의 3, 4화 후반부 박대리.
거기다.
‘이렇게 하면 연기하는 나도 몇 배는 재미가 느껴져.’
이 과정을 마치고 연기에 돌입하면 순수한 ‘재미’가 몇 배는 높아진다. 뭐랄까, 각인된 인물의 잔향이 더욱 선명해진달까? 강우진은 본인만의 방법으로 아공간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중이었다. 더욱더 발전한다. 그것은 생생한 연기의 질로 구현된다.
이때였다.
“참, 우진아.”
조수석의 최성건이 강우진을 불렀다.
“김대영씨 있잖아? 일단 다음 달 6월 중순 넘어서 입사하는 거로 얘기 중이거든?”
불알친구의 이름에 강우진이 약간 집중했다.
“네.”
“근데 원래 매니저 쪽이 교육이 필요해. 근데 너도 지금 신인이잖냐? 그래서 너한테 바로 붙이긴 좀 애매해. 당장 여기 인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일단, 혜연이 쪽에 붙일까 하거든?”
“그렇습니까?”
“응, 근데 네가 원하면 너한테 붙여도 돼.”
아니? 전혀요. 거기다 김대영이라면 여기서 무조건 빌어서라도 홍혜연에게 붙겠지.
“아니요, 대표님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한동안은 혜연이 쪽에 붙어서 매니저든 가드든 교육받고, 피지 못 하게 내가 빠질 상황에만 너한테 지원하는 형식으로 가자.”
현재 최성건은 강우진의 메인 실장이지만 bw 엔터의 대표기도 했다. 그렇기에 간혹 빠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럴 때만 교육 중인 김대영을 땜빵으로 넣겠다는 얘기.
이에 강우진이 근엄하게 답하면서도.
“알겠습니다, 대표님.”
속으로는 비죽 웃었다.
‘김대영 이 새끼. 평생소원 성취했네. 홍혜연님 앞에서 굳어가지고 일이나 제대로 할라나?’
와중, 최성건의 핸드폰이 벨소리를 뱉었다.
-♬♪
재빨리 핸드폰을 귀에 붙이는 그. 잠시간 어딘가와 통화하던 최성건이 핸드폰을 내리자마자.
“···허- 이게 뭔. 우진아.”
다시금 강우진과 눈을 맞췄다. 왜인지 최성건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가 또 일이 희한하게 굴러간다?”
“그게 무슨.”
“방금 넷플렉스 크리에이티브 팀이랑 통화했거든? 근데 ‘남사친’을 화린이 하기로 했단다.”
엥? 화린이? 이건 좀 뜬금없는데. 우진은 속으론 약간 놀랐다. 왜지? 이해가 안 됐으니까.
‘내가 남주인 걸 모르는 건가? 뭐여. 안 할 게 확실하다드만.’
분명, 넷플렉스 미팅 날의 화린은 우진이 보기에 자신을 별로처럼 보는 듯했다. 강우진은 혹시나 싶어 되물었다.
“제가 상대역인 걸 모르는 거 아닙니까?”
바로 고개를 젓는 최성건.
“화린이랑 미팅할 때 상대역이 너라는 것부터 밝히고 시작했다는데?”
“······”
“근데 화린이 이걸 왜 하는 거지? 걔가 미팅에 나타난 것도 뜬금없었는데 약간 당황스럽네. 아니, 물론 좋기야 하다만.”
로드 장수환이나 한예정도 거들었다.
“저 화린 팬인데 특이하긴 합니다! 지금까지 단막 하는 거 본 적 없거든요!”
“혜연 언니 영향이 있었지 않을까요? 화린이랑 혜연 언니 친하잖아요.”
가능성 있는 추측이었지만 최성건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했다.
“스읍- 뭐, 영향이 있기야 하겠다만. 화린 정도 급 되면 공과 사가 확실해. 일은 일이니까. 혜연이 조언 몇 마디에 작품을 고를 리는 없을 거고.”
“아, 하긴.”
와중 강우진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아- 화린. 예쁘긴 해도 성격이 좀 별로 같던데.’
속으로 약간 투덜대고 있었다.
‘날 약간 무시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그러다 번뜩.
‘아.’
뇌리에 뭔가가 스친 강우진.
-[6/대본(제목: 남사친), A급]
뜬금 B에서 A까지 격상한 ‘남사친’의 등급이었다.
‘그럼 화린 때문에 A급으로 오른 거네. 근데 화린이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등급이 그렇게 훅 올라? 음- 아니면 뭐가 더 있나?’
뭐가 됐든 강우진은 약간 의욕이 식었다. 화린의 첫인상이 그닥 좋지 않았기에.
‘에이 쯧, 몰라. 걍 연기나 잘 하지 뭐.’
그렇다고 A급 작품을 버릴 순 없었다. 우진은 이게 배우들의 인생인가 싶었다. 상대역이 별로지만 연기는 죽어라 해야 된다는.
이쯤 조수석 최성건은.
‘또 뭔가가 터지는 건가?’
무표정의 강우진을 힐끔 보고 있었다.
‘강우진 얘가 건들면 항상 그 작품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 흥신소도 그렇고 한량도. 이번 남사친까지.’
그의 눈엔 진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흐흐. 이번엔 또 어떤 미친 일이 벌어지는 거여?’
이후.
강우진이 승합차에서 이동하는 사이 인터넷은 아침부터 시끄러웠다. 수많은 이슈가 넘실거렸지만, 그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것은 당연하겠지만 ‘프로파일러 한량’이었다.
어제 6화가 전파를 탔으니까.
거기다 25%를 웃돌던 시청률이 5화에서 21.7%로 뚝 떨어졌으니, 언론이나 여론이나 6화의 시청률은 퍽 집중도가 높았다.
그리고 아침부터 발표된 시청률.
『[공식]‘프로파일러 한량’ 6화 시청률 22.3%』
다행히 22.3%가 나오면서 어느정도 회복을 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25%에 못 미치는 수치였다. 자극을 원하는 언론이 이를 가만히 둘리가 없었다.
『[이슈픽]‘한량’, 다행히 회복하긴 했지만···여전히 25%에 못 미치는 시청률』
『22.3 시청률 나온 ‘프로파일러 한량’, 다시 25%대로 넘어갈 순 없을까?』
시청률이 나오자마자 물어뜯기 바빴다. 따라서 다시금 강우진 또는 박대리가 소환된다.
『[스타톡]22% 시청률 ‘한량’, 하차한 ‘박대리’ 강우진을 다시 살려야 돼?』
각종 언론이나 여론이 무뎌진 탓. 이미 한량은 20%를 넘기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유지 중이지만, 언론은 그저 알량한 이슈를 씹고 뜯는다.
긍정적보단 부정적 자극이 잘 팔리니까.
어느 쪽의 이슈가 됐든 한량의 화제성은 날이 갈수록 몸집을 불린다. 그 화력에 힘입어, 어제 토요일 오후쯤에 업로드된 ‘운동회’의 한량팀 편 예고 영상은.
-!예고! 이걸 더더더 많이 봐 줬으면 좋겠어, 좀 덜 꼴···?|운동회X프로파일러 한량
-[SBC]/ENG SUB
-조회수 2,312,335회/ 2020. 5. 30
230만 조회수를 넘기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현재도 정신없이 오르는 중이기도 했다.
더불어 오후쯤엔.
[email protected]_n
게시물 18
팔로워 19.6만
팔로우 3
강우진의 SNS에 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약 2주 만에 20만에 가까운 팔로워. 그 속도는 날로 높아지는 중이었다.
한편, 이 시각 넷플렉스 코리아.
“······네? 정말입니까??”
미팅룸에 모인 인원 중, 상석에 앉은 총괄디렉터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외부 미팅을 다녀온 그녀에게 크리에이티브 팀의 팀장이 대박 소식 던진 것.
“진짜 화린이 ‘남사친’을 하겠다 했다고요?”
무려 화린이 단막 ‘남사친’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단다. 이에 당연하겠지만 총괄디렉터 김소향은 믿기가 힘들었다.
“뭐지? 어제 미팅 때만 해도 화린씨 좀 심드렁하지 않았어요? 질문은 꽤 있었지만 전혀 할 것 같지 않았는데?”
“저, 저도 전화 받고 안 믿겨서 몇 번이나 되물었는데요. 화린씨가 직접 하겠다고 했습니다.”
“······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미 강우진씨 쪽엔 전달했습니다.”
“뭐래요?”
“잘됐다고 하던데요.”
“당연하지. 아니, 잘된 것보다 좀 미친 것 같은데 상황이.”
넷플렉스라는 플랫폼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돼 있지만, 각 나라의 지사장 격인 총괄디렉터에게 전권을 맡기는 시스템.
즉, 단막극 프로젝트는 그녀의 결정이었다.
솔직히 김소향 총괄디렉터는 단막극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큰바람은 없었다. 넷플렉스 코리아가 시장을 신경 쓴다는 이미지와 도전적인 성격을 피력하고 싶었다.
대중들을 겨냥한 브랜디드 컨텐츠에 가까웠다.
‘갑자기 일이 왜 이렇게 잘 풀리지?’
그런데 그런 단막에 난데없이 폭탄이 연달아 터져대고 있었다.
‘무명 배우들 얹어서 가려고 했던 거였어. 근데 라이징한 강우진이 붙질 않나, 갑자기 화린까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결과들이었다. 그렇다고 넷플렉스 코리아가 뭔가 액션을 취한 건 없었다.
“우리 대본만 좀 많이 돌린 거밖엔 없죠? 배우 캐스팅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잖아? 뭐, 혹시 따로 작업친 거 있어요?”
“아니요. 없습니다. 거기다 대본을 많이 돌렸는데 입질 온 건 강우진, 화린 딱 둘이고요.”
“뭐야? 너무 일이 막 잘 풀리니까 오히려 불안한데? 강우진, 화린 둘이 뭐 접점이 있으면야 어떻게 이해는 하겠는데. 뭐 없죠?”
“없습니다. 소속사도 다르고 둘이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쌩판 남이란 소린데-”
뭔가 말끝을 흐리는 김소향 총괄디렉터. 지금은 놀람보단 명확한 판단이 필요했으니까. 그녀가 급작스레 생각에 빠졌다. 판이 묘하게 돌아가긴 한다만 멍청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다.
최대치의 효율을 뽑아내야 했으니까.
곧, 턱을 쓸며 입을 멈췄던 김소향 총괄디렉터가 아이디어가 번쩍였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우선순위를 좀 확실히 하죠. 최대한 빨리 강우진, 화린 쪽 계약 마무리 짓고 ‘남사친’ 제작부터 치는 거로.”
“그럼 프로젝트 첫 오픈도 ‘남사친’으로?”
“당연하죠. 첫 홍보도 ‘남사친’에 치중하세요. 시기 되면 강우진, 화린 이름 땅땅 박아서 돌리시고. 제작진도 좀 빵빵하게 가야 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뜸 김소향 총괄디렉터가 미소짓는다.
“이거 판을 좀 키워보면 어때요?”
“판을요? 어떤 식으로?”
“시야를 넓혀보자는 거예요. 국내에 국한하지 말자는. 화린이 붙는 거면 일본 쪽도 충분히 먹히지 않겠어요? ‘엘라니’가 일본에서 막강하잖아요.”
“아.”
“일본은 한국이랑 달라서 드라마 자체가 짧고 굵게 진행되죠? 한국보다 단막이 더 잘 먹힐 거잖아요. 지금 일본 넷플렉스 랭킹 반 이상이 우리 컨텐츠기도 하고.”
“예, 10위 중 5개 이상 됩니다.”
대답을 들은 김소향 총괄디렉터가 떠올린 결론을 뱉었다.
“일본 넷플렉스에도 런칭 시켜야지, 이러면.”
월요일, 용산구 근방.
6월 1일 이른 아침. 어느덧 5월이 끝나고 6월이 밝았다. 강우진에게 있어선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던 5월이었고, 6월 역시 혀를 내두를 변화가 생길 예정이었다.
그런 강우진은 한 커다란 건물에 있었다.
국내 패스트푸드 중 TOP3에 드는 ‘맥스날드’ 브랜드의 본사였다. 우진은 넓은 회의실 ㄷ자형 책상 중간쯤 앉아 있다. 당연히 최성건도 함께였다. 회의실 벽엔 ‘맥스날드’의 로고가 곳곳에 박혀 있었고, 강우진은 티는 안 냈지만 회의실 곳곳을 구경했다.
‘내가 여기 모델로 올 줄이야. 맥스버거 존맛인데.’
본인도 ‘맥스날드’ 햄버거를 자주 먹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손님이 아닌 그 브랜드의 광고모델로서 앉아 있다. 물론, 강우진이 ‘맥스날드’의 전체 모델을 맡는 건 아니다. 패스트푸드 브랜드엔 여러 상품이 나뉘어 있고 상품마다 모델이 다르다.
즉, 우진이 맡을 광고는 햄버거 라인 중 하나를 맡을 예정.
‘요지경이네, 진짜.’
어쨌든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우진!”
“대박······잘생겼···”
“꺄······!!”
회의실 밖으론 ‘맥스날드’ 직원들이 우진을 보며 요란이었다. 반투명한 유리 덕에 그들의 움직임이 다 보인다. 강우진의 급부상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고.
“어후, 미팅 끝나고 갈 때 사인 좀 해주고 가야겠다.”
“알겠습니다.”
“보자- 나 금방 화장실 좀 갔다 올 테니까 있어 봐.”
“네.”
미팅 전 물을 빼두려는 것인지 최성건이 회의실을 재빨리 빠져나갔다. 그리고 약 1분 뒤 회의실 유리문이 다시금 열렸다. 우진은 최성건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는데.
“안녕하세요, 우진씨.”
“오래 기다리셨나요? 아- 최대표님은?”
광고 관련 ‘맥스날드’의 직원들이 들어왔다. 마케팅팀 등등. 태블릿이나 투명 파일을 쥔 그들은 얼추 다섯 명 정도. 따라서 우진이 반사적으로 일어나 인사했다. 물론, 목소리를 저 밑으로 깔았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잠시 화장실 가셨습니다.”
“아아- 그러시구나.”
“그럼 최대표님 오시기 전에 간단히 대화 좀 하고 있을까요?”
곧, 강우진과 ‘맥스날드’ 직원들이 마주 앉았다. 이때 ‘맥스날드’ 직원 중 건너편 우진을 유심히 보던, 긴 머리를 한 줄로 묶은 여자 직원이 강우진에게 말을 걸었다.
“우진씨, 혹시 저 기억 안 나요?”
뭐지. 누군데? 우진이 덤덤하게 답했고.
“예, 누구신지.”
여자 직원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같은 과 나왔는데. 대학교.”
순간, 무표정인 우진의 미간이 살짝 꿈틀했다.
< 멀티 (10)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