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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81화 (81/201)

< 강화 (2) >

“······조건?”

윤병선 PD의 눈이 약간 커진다. 그도 그럴 게 조건이란 단어를 생각지 못했기 때문. 반면, 강우진은 그냥 질러버려 정도의 마음이었다.

‘몰라, 씨. 그냥 고다.’

어차피 윤병선 PD도 ‘운동회’를 통해 우진의 별종 성격을 적당히 파악했을 터. 물론, 죄다 컨셉질이긴했다만 그래도 이 정도 허세와 쎈척은 괜찮겠지.

‘그냥 내지른 것보단, 향우 내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조건이기도 하고.’

다행히 윤병선 PD는 매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좋아요, 크게 문제 될 게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든 들어드려야지.”

이미 예능계에서 으뜸으로 치는 윤병선 PD였다. 수많은 연예인들과 부대꼈을 것이고, 그들에게 들은 조건들도 퍽 많았을 게 분명했다. 이에 우진은 나름 편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 기본적인 것 빼면 제 세세한 과거는 크게 다루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호, 베일에 싸인 컨셉?”

컨셉에서 약간 움찔한 우진이 가까스로 차분함을 유지했다.

“아니요. 컨셉이라기보단 그냥 지금의 제 모습에 치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추측한 듯한 연출도 없었으면 합니다. 배우가 된 순간부터는 오픈되는 게 당연하지만, 굳이 과거의 제 사생활까지 보이고 싶진 않습니다.”

“무슨 소린지 알겠어요. 그런 사정이 있는 연예인들 많아요, 그 정도는 조건 축에도 안 끼지.”

사실이었다. 실제로 국내 연예인들 대부분은 과거를 가린다. 연예인들은 상품이니까. 상품은 예쁜 포장이 기본이며, 그 포장에 방해를 줄 과거들은 없는 게 나았다.

확실한 이미지 메이킹.

물론, 때때로 가린 과거가 폭로되며 나락은 걷는 연예인도 있고, 숨겨진 선행이 밝혀지는 부류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소수일 뿐이고 대부분의 연예인은 딱히 과거를 드러내진 않는다.

이를 윤병선 PD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반짝 스타덤에 오르는 쪽이나 라이징한 신인은 더더욱 감춘다. 예민하니까. 훅 뜬 만큼 뿌리가 약하기 때문. 더군다나 강우진은 현재 그 누구보다 신속한 속도로 솟구치고 있다. 윤병선 PD는 당연히 강우진을 배려할 생각이었다.

다만.

‘흠- 성격이나 분위기로 봐선 순탄치 않을 것 같긴 했는데, 역시 과거에 뭔가 딥한 사정이 섞여 있는 모양이네.’

와중에 오해 스택이 늘었다.

‘뭐, 그 연기 실력에 외국어 실력을 가볍게 쌓아온 건 아니겠지. 얘 눈엔 나이에 맞지 않은 독기가 보여.’

뭐가 됐든 과거는 과거일 뿐. 윤병선 PD는 철저히 미래지향적인 인물이었으며, 지금의 강우진이 욕심날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약속할게요. 뭣하면 계약 시에 추가해도 되고. 편집 시에도 그런 뉘앙스는 티끌도 포함 시키지 않겠다는 정도의.”

“감사합니다.”

“아니요, 말했다시피 그런 조건 말하는 연기자들 많아요. 뭐 나도 딱히 상관없고. 우진씨가 범죄만 안 저질렀다면야, 하하.”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 농담이었다. 그런데 우진의 묵묵한 표정을 본 윤병선 PD의 웃음이 점차 줄어든다.

“하···하하. 아, 안 하셨죠? 범죄.”

당연하지. 세상 청렴하게 살아왔다고. 월세도 꼬박꼬박 냈고. 강우진이 당당하면서도 강하게 답했다.

“물론입니다, 전혀.”

“당연하겠죠, 농담입니다. 다른 조건은?”

“혹시 저와 같이하는 분들을 미리 알 수 있습니까?”

강우진이 캐스팅된 연기자들을 미리 알려달라고 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 놀라는 건 사절이다.’

화들짝하지 않게 알아두려는 속셈이었다. 우진에게 있어 연예계는 어디든 낯설었다.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으면 놀람도 덜 하겠지. 이때, 윤병선 PD가 작가들에게 투명 파일을 받았다.

“알려드려야죠. 그건 원래도 밝히는 부분이기도 해요. 상대를 보고 결정하는 분들도 있으니까.”

그것을 강우진에게 미는 그.

“총 6명 보고 있어요. 현재까지 확정된 건 안종학님, 하강수님. 한 명은 조율 중이고. 물론, 강우진씨도.”

안종학은 탑배우라기보단 만능엔터테이너로서 탑이었다. 본업은 배우지만, 예능과 가수 활동도 잘나갔다. 하강수는 전형적인 탑배우 부류. 비주얼로 따지면 류정민과 동급.

이미 대단한 배우 두 명이 나왔다.

하지만 윤병선 PD의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여자 쪽은 둘 정도 보고 있어요. 그중에 한 분은 화린님.”

“···누구요? 화린씨?”

“네. 아- 그렇죠? 우진씨가 이번에 화린씨와 넷플렉스 단막 그거 같이하시죠?”

“예.”

“하하, 화린씨는 애진작에 거론되고 있었어요. 우진씨보다 훨씬 더 먼저 접촉했었고. 일본 활동도 오래 하셔서 일본어가 능통하고, 뭣보다 저와 과거에 몇 번 같이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군요. 화린씨는 확정입니까?”

“확정이죠. 이번 솔로 활동 때 작품 들어가는 게 그 넷플렉스고 짧을 거라고 해서요. 혹시- 화린씨 불편하세요?”

딱히? 솔직히 강우진은 화린이 그저 그랬다. 첫인상이 별로인 것 정도.

‘나보다야 화린 쪽이 날 더 불편해할 것 같은데.’

뭐, 화린은 대충 그렇다 치고. 강우진은 캐스팅보드를 내려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근데 그리 길진 않았다. 아니, 언제 내가 해외에 나가보겠냐? 것도 공짜로. 심지어 저 윤병선 PD의 대형 예능이었다.

불어날 인지도는 보너스.

언젠가는 해볼 예능이었고 하는 거라면 이런 큰 판에서 부대끼는 게 좋겠지. 솔직히 우진은 재밌을 것 같기도 했다.

‘대놓고 영어나 일본어 써보고 싶기도 해.’

곧, 해외에서의 자신을 상상하던 강우진이 고개를 올려 윤병선 PD에게 시선을 맞췄다. 이어서 뱉어지는 낮은 음성.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비죽 웃던 윤병선 PD가 강우진의 손을 덥석 잡았고.

“고마워요, 하 벌써 기대되네. 우진씨랑 같이 하는 거.”

핸드폰을 꺼냈다.

“그럼, 바로 최대표님이랑 현실적인 얘기 맞춰볼까요?”

같은 시각.

한창 강우진이 윤병선 PD와 현실적인 수치를 얘기하고 있을 쯤, 연예계 전체로 여러 가지 일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영화 ‘마약상’은 강우진이 잠시 빠졌음에도 촬영 속도엔 더욱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다.

거기다 뭐랄까, 우진이 다녀간 뒤로 현장의 열기는 더욱 뜨겁기도 했다.

“아- 감독님, 죄송합니다. 지금 씬 한 번 더 가볼게요.”

“응? 재준씨. 난 괜찮았는데?”

“대사를 좀 뭉갠 것 같아서요. 부탁드립니다.”

“어어, 알았어요.”

스탭들도 스탭들이었지만 배우들의 온도가 뜨겁다. 과하다 싶을 만큼 긴장도가 올랐다. 이는 무조건 한량과 같은 그림이었다.

“감독님, 배우분들 어째 전투력이 높아진 것 같지 않습니까?”

“우진씨 때문이지 뭐. 라이징 신인이 땜빵으로 와서 그만한 연기를 보여 줬잖아. 나 같아도 연기 죽어라 하지.”

연기 괴물인 강우진 효과였다.

그런 우진이 합류한 작품 중, 스타작가 이월선 쪽도 최근 움직임이 많아졌다.

『[이슈체크]스타작가 ‘이월선 작가’ 신작에 KBC 최고 PD 송혁 낙찰』

제작팀과 메인 PD가 정식으로 박히면서 프리 프로덕션이 정식으로 뚜껑을 연 것. 아직 배우 확정은 강우진뿐이긴 했다만, 이월선 작가의 신작이라 그런지 탑배우들이 심심치 않게 물망에 올랐다.

즉, 배우 캐스팅은 삽시간에 정리될 게 빤했다.

비공식적인 거물들도 난리였다.

예를 들면 현재 한국에 내한한 일본 초인기 소설작가 타키카와 아카리. 그녀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국내 출판 업계 언론과 인터뷰하기 바빴다.

『[포토]국내 내한한 세계적 소설작가 타키카와 아카리 “이번에 작품 하나가 영화화된다”』

거기에서 자신의 작품 중 하나가 영상화될 거란 걸 밝혔다. 반면, 아카리 작가와 한국엔 같이 왔지만 비밀스레 돌아다니는 쿄타로 감독은.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오랜만입니다. 내용은 메일로 확인하셨죠?”

국내 수입·배급사와 미팅을 진행 중이었다. 당연히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

“이번 차기작은 한국과 일본 양쪽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권기택 감독 쪽도 비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냄새를 맡은 기자 몇몇이 기사를 쏘기도 했다.

『[무비톡]권기택 감독 신작 소식 솔솔, 업계 관계자 측 “이미 시나리오는 시장에 돌고 있다”』

하지만 그리 크게 번지진 않았다.

그래도 영화계 업계에선 거장 권기택 감독 차기작의 관심이 높았다. 워낙 영향력이 높은 감독이기도 하고, 최근 영화계에 이렇다 할 큰 작품이나 이슈가 적기도 했기에. 그러거나 말거나 권기택 감독의 ‘실종의 섬’은 조용히 프리 단계를 쳐내고 있었다.

이미 강우진, 류정민을 포함한 주·조연 캐스팅은 막바지에 콘티 작업에 넘어갔으니까.

그렇게 연예계 전체는 늘 그렇듯 정신없이 굴러갔고 어느새 찾아온 밤.

장소는 삼성역 근방의 한 코인노래방.

시간은 9시가 넘었다. 하지만 규모가 꽤 큰 코인노래방이라 그런지 손님이 퍽 많았다. 하루 스트레스를 풀 학생들, 친구끼리 온 여자들, 술 한잔 걸친 남자들 등등.

그중 여자 세 명이 들어찬 방.

“아- 음, 뭐 부르지?”

“나 먼저 부른다?”

“아! 잠깐만!”

그때 옆방에서 은은하게 팝송이 들려온다.

-♬♪

전주가 들릴 때는 여자들 모두 딱히 별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들리는 팝송의 전주가 끝나고 제대로 된 노래가 들리는 순간.

“······와- 잠깐만, 노래 개잘해.”

“팝송 미쳤네? 발음 뭐야? 외국인인가?”

여자 세 명은 모두 움직임을 멈추고 들려오는 팝송에 귀를 기울였다. 목소리는 남자였는데 노래 실력이 기깔났기 때문.

“어떻게? 목소리 존나 치인다.”

“진짜 가수 온 거 아냐?”

“헐, 귀 녹아.”

“가수 맞는 것 같은데? 살짝 엿볼래?”

그녀들이 듣기에 분명 저 남자는 가수에 버금가는 실력이었다. 하지만 일단 여자들은 팝송을 가만히 감상한다. 재밌는 것은.

-♬♪

“어? 이번엔 일본 노래?”

팝송이 끝난 뒤 옆방의 남자가 뜬금 JPOP을 부른다는 것. 이번에도 팝송 못지않게 대단한 실력이었다.

“일본···노래도 개잘함.”

“내가 일본어는 잘 모르는데, 저거 발음 엄청 좋은 거 아니야? 하나도 안 어색한데?”

“아- 옆방에 무슨 홍보 영상 같은 거 틀었나 봐.”

“엥? 누가 들어도 사람이 부르고 있는 거잖아?”

여기서 하나 확실한 건.

“우와 가까이서 듣고 싶다.”

팝송이든 일본 노래든 남자의 실력에 여자들이 매료된다는 것. 그렇게 서서히.

“봐봐, 가수야?”

“몰라 잘 안 보여.”

코인노래방에 있는 손님들이 가수급 실력인 남자의 방 주변을 기웃대기 시작했다. 학생들도, 여자들도, 남자들 역시 마찬가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

방에선 세 번째 곡이 흘러 퍼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한국노래였다. 남자들 사이에선 금기 곡으로 뽑힐 정도의 퍽 유명한 발라드. 그러나 이를 듣는 구경꾼들은 자지러졌다.

“헐- 이 곡도 잘 부르면 개쩌는 거구나.”

“백퍼 가수야, 누구지? 목소리로 찾아보는 거 있지 않아?”

“노래 좋다······”

이윽고.

-덜컥.

가수와 버금가는 실력자가 방에서 나왔다.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를 쓴 모습. 꽤 큰 키에 핏도 좋았다. 곧, 주변을 기웃대던 구경꾼들이 직감했다.

저거 연예인이구나.

노래 실력을 보아하니 100% 가수. 덕분에 학생들부터 여자들이나 남자들 모두 남자에게 다가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저, 저기-”

다만, 남자는 구경꾼들을 한 번 훑은 뒤 매우 빠른 걸음으로 코인노래방을 나섰다.

“아!!”

학생들 몇몇이 쫓긴 했지만 남자는 계단으로 금세 사라졌다. 남은 구경꾼들은 약간 허탈하게 남자가 있던 방을 바라봤고.

“쩔었지?”

“가수 누구지? 아- 가수 백퍼였는데.”

“아이돌 아님? 막 분위기가 그랬는데.”

“아이돌이 여길 왜 와?”

코인노래방을 뒤집은 남자는 한 골목길에 들어선 상태였다. 그런 그가 뒤쪽을 힐끔한다.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다. 이때야 마스크를 살짝 내린 남자.

아니, 강우진이 비죽 웃었다.

“와- 씨, 나 진짜 뭐냐?”

이 정도일 줄이야. 간만에 시간도 좀 남아서 실험 삼아 집 주변 코인노래방에 갔는데, 우진은 본인 노래 실력에 반했다. 거기 있던 구경꾼들이 그 증거였다.

지금 강우진의 노래 실력은 과거의 것이 아니었다.

“나 진짜 가수 해도 되지 않냐 이거?”

가수를 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정도였다.

11일, 넷플렉스 코리아.

느지막한 아침. 지하 주차장 벤에서 화린이 훅 내렸다. 배꼽이 보일 듯 말 듯 한 반팔에 긴 머리를 한 줄로 묶은 그녀. 메이크업이 옅어서인지 그녀의 눈 밑 점이 돋보인다.

그런 그녀가.

“갔다 올게-”

벤 안 뚱뚱한 실장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실장이 손을 흔든다.

“어어- 잘하고 와. 뭐 사놓을까?”

“난 됐어. 다들 밥 먹고 와.”

“오케이!”

곧, 화린이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움직였다. 오늘 넷플렉스 코리아에선 ‘남사친’ 관련 중요한 미팅이 있었다. 추가로 여러 가지 결정할 사안도 있었다. OST라든지 스케줄 따위의. 다만, 매니저팀 없이 핵심 인원들만 모이기로 했다. 작가, 배우 등.

이어 화린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PD님 결정됐다고 하던데. 어떤 분으로 잡은 거지?’

그러면서도 화린이 핸드폰을 내려본다. 먼저 접속한 것은 강우진의 SNS.

“아 진짜, 오늘은 무조건 말해야지. 팬이라고.”

그다음은 강우진의 팬카페. 덕질의 대상 강우진의 SNS나 팬카페 접속은 화린에게 거의 일과가 돼버렸고.

“친해질 거야. 할 수 있어.”

화린은 지금 성덕을 목표로 삼았다. 덕질한다고 대놓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볍게 팬이라며 잘 지내보자는 말 정돈할 수 있겠지. 화린은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며 고개를 들었다.

이때.

-스윽.

인기척과 함께 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그녀에게 침투했다.

“안녕하세요.”

약간 움찔한 화린이 고개를 돌렸다. 무심한 얼굴의 강우진이 바로 앞에 있었다. 순간, 화린의 머릿속이 백지장이 됐다. 직전의 다짐이 모두 사라진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휙 돌려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봤다.

“···아, 안녕하세요.”

“네.”

“······”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대화가 끊겼다.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강우진과 화린이 나란히 올랐다. 안절부절못하는 화린은 자신의 얇은 팔찌를 만지작하면서도.

‘하, 미치겠네. 왜 이렇게 떨리지? 말해 그냥. 팬이라고 말하면 되잖아? 침착하자. 할 수 있어 넌.’

자신을 다독였고 억지로 용기를 짜낸다.

“저, 저기.”

하지만.

-띵!

엘리베이터가 방해였다. 도착한 층에서 문을 연다. 이어 강우진이 한 걸음 움직이면서 화린에게 물었고.

“예?”

화린도 얼결에 그를 따랐다. 그러다 우연히 우진과 화린의 팔뚝이 사락 스쳤고 화린의 사고가 다시금 정지된다.

‘윽.’

반대로 복도에 선 우진은 묵묵한 표정으로 화린을 빤히 보다가 읊조렸다.

“괜찮으십니까?”

“······”

어렵사리 답하는 화린.

“화, 화장실 좀!”

그녀가 어색한 몸짓으로 착착착 복도를 걸어갔고, 화린의 뒷모습을 보던 강우진이 미간을 약간 좁혔다.

‘뭐여, 나 피하는 건가? 약간 어이없는데?’

이때 화린의 손목에 감긴 얇은 팔찌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하지만 이를 눈치 못 챈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계속 걷는다. 뒤로 복도의 끝을 돌아.

-스윽.

꺾이는 부근에서 벽에 등을 팍 붙이는 화린. 화장실의 바로 앞이었다. 곧, 심장에 손을 댄 화린이.

‘하, 하필 그때 팔뚝이 스쳐선. 심장 터질 뻔했네. 잠깐 봤는데 이 정도면···’

울상을 지으며 작게 혼잣말을 뱉었다.

“말 못 해, 절대. 우진님한테 덕질한다고 했다간 날 무슨 미친년으로 볼 거야.”

잠시간 아랫입술을 깨물던 그녀가 작게 한숨 뱉으며 화장실로 훅 들어갔다. 그리고.

“······어-”

복도 꺾이는 부근 뒤쪽엔 강우진이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아니, 고장 났다고 표현해야 되나? 그런 우진의 오른손엔 화린의 팔찌가 들려 있었고.

“응?”

무표정 강우진이 두 눈을 끔뻑였다.

“화린이 날 덕질해?”

< 강화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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