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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84화 (84/201)

< 강화 (5) >

부스터? 편히 말하는 윤병선 PD와는 달리 메인작가는 살짝 걱정의 눈빛이었다.

“아··· 근데 우진씨 포함 몇몇 출연자가 확정되긴 했지만 좀 빠르지 않아요?”

참고로 HTBS 쪽 윤병선 PD의 새 예능은 제작 소문은 돌지만, 아직 확정의 명확한 팩트가 발표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워낙 윤병선 PD가 예능계 거물 PD다 보니, 언론들 사이에서 출연 연기자 등을 추측하며 온갖 떡밥이 난무하는 중이었다.

어쨌든 쓴 안경을 추켜 올린 윤병선 PD가 메인 작가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히 지금 바로 쏘는 건 좀 오바지. 시선 분산되는 것도 있고. 근데 이 타이밍 놓치는 건 좀 아깝지 않나? 그 권기택 감독 차기작에 강우진이 주연? 대충 봐도 겁나 시끄러워질 게 빤하잖어.”

이번 대답은 남자 조연출이 했다.

“하긴- 저희는 우진씨가 권기택 감독 차기작에 들어가는 줄은 개뿔 몰랐으니까요.”

“그래. 느닷없이 터진 이슈인 만큼 우리도 홍보계획에 좀 수정을 하자는 거지. 딴 출연자들은 그렇다 쳐도 우진씨 쪽은 좀 더 빨리 던져도 되잖아?”

“폭탄을 1+1 느낌으로 터트리자는?”

“어.”

짧게 답한 윤병선 PD가 다시금 핸드폰을 내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슈 이게 웃긴 게, 다들 이슈가 휘발성인 건 알잖아? 그래서 최대한 길게 이어주는 게 중요하고. 대신에 콤보로 들어가고 연계로 가면 가지치기로 생명력이 폭발적으로 길어져.”

“이슈 하나면 거기서 그냥 쫑이지만, 여러 개가 합치면 꼬리를 물면서 뻗어가긴 하죠.”

“권기택 감독의 차기작, 강우진 그리고 우리까지. 이미 우진씨 이슈 몇몇 도니까 훨씬 뻥튀기될 거고.”

“결과적으론 영화, 우진씨, 우리 모두 윈윈.”

분명, 연예계서 윤병선 PD가 가지는 영향력도 퍽 어마어마했다. 모르긴 몰라도 판의 규모가 커질 건 확실했다. 이어 윤병선 PD가 쓴 안경을 고쳐 쓴다.

“대신에 너무 냅두면 축축해져서 잘 타지도 않으니까 타이밍이 좋아야 돼. 일단, 우진씨가 권기택 감독 이슈로 인지도 떡상하는 걸 며칠 지켜보다가, 됐다 싶으면 우리도 우진씨부터 뚜껑 따자.”

“지켜보는 건 얼마나 보세요?”

“뭐- 한 이틀이나 3일이면 되지 싶은데? 그 사이에 너희는 조율 중인 출연자들 쇼부보고, 나는 최성건 대표한테 연락해둘 게.”

지시가 던져지자 작가들이나 후배 PD들이 죄다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입력했고, 핸드폰 메모를 마친 메인작가가 강우진을 상기하며 입을 열었다.

“근데 강우진씨 진짜 좀 신기하지 않아요? 여러 이슈들도 그런데 지금 완전 연예계 중심 같잖아요? 드라마, 영화, 예능까지. 쌩신인인데.”

“원래 된다 싶은 신인은 무조건 흐름이랑 기세가 남달라. 냄새가 묘하달까? 우진씨처럼.”

“그냥 잘된다는 느낌보단 훨씬 더······여튼 저 방송작가 시작하고 이런 거 첨 봐요.”

팔짱 낀 윤병선 PD의 얼굴에 흥미가 가득해졌다.

“뭐, 나도 그래. 그렇다는 건 우진씨가 전무후무한 길을 가고 있다는 거고.”

뒤로.

11일 내내 인터넷 여기저기는 초마다 기사가 솟구치고 있었다. 뭐겠는가?

『[무비IS]‘흥신소’·‘한량’ 강우진, 권기택 감독 신작에 캐스팅···무려 주연』

강우진의 첫 주연 영화 소식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핵탄두가 연예계를 강타하는 순간,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헐레벌떡 달려들었다.

『파격을 넘어 충격의 캐스팅, 거장 ‘권기택 감독’ 차기작에 강우진 주연으로 발탁!』

따라서 요며칠 몸집을 불리던, 개소리 잡소리 등의 강우진 관련 찌라시가 쏙 들어갔다. 그럴만했다. 적당한 감독의 영화도 아닌 국내 최상급 거장 권기택 감독의 차기작이었고, 심지어 조·단역이나 준·조연이 아닌 시작부터 주연으로 박혔으니까.

이례적이라는 표현도 아쉬웠다.

당연히 권기택 감독으로서도 처음 있던 상황이고 영화계로도 마찬가지. 거기다 권기택 감독 측이 공식으로 발표한 건 강우진뿐. 즉, 꽤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고.

『[스타톡]등장 몇 달 만에 권기택 감독 영화에 주연으로? 신인 강우진의 미친 행보/사진』

언론이나 여론이나 강우진과 권기택 감독의 스토리를 미친 듯이 궁금해했다. 그럴수록 이슈 눈덩이는 더욱더 커진다. 따라서 오늘 늦은 아침쯤 터진 이 핵폭탄은, 오후쯤이 돼서는 거의 모든 영역으로 번졌다.

특히나 SNS와 각종 커뮤니티 쪽이 부글댔다.

동시에 bw 엔터의 공식 홈페이지와 강우진의 펜카페도 강하게 부채질했다. 발 빠르게 이 커다란 떡밥을 실어 나른 것. 전체적인 기세는 마치 용광로와 같았다.

-도랐네??? 한량 터지고 바로 권기택 감독 영화 찍는다고???? 예????

-ㅠㅠㅠㅠ하....빨리 보고 싶어요....기다리기 힘들어....

-와 이런 적이 있었나? 강우진 진짜 ㅈㄴ탄탄대로넼ㅋㅋㅋㅋㅋㅋ

-박대리로 터졌음에도 자잘한 배역만 들어가서 덜 꼴렸는데!! 이제 소원 성취!! 암요 우진오빠 정도면 초초초대형 들어갈만하지!!

-개신기하닼ㅋㅋㅋㅋ나랑 졸업한 동창이 국내 거장 영화 주연이라니.....가만 있자 졸업앨범이 어딨더라?

-↑고딩 동창임?

-강우진 이정도면 1년안에 탑배우 쌉가능 아님???

-ㅅㅂ강우진강우진 왜케 빨아대냐?ㅋㅋㅋㅋ걍 싸가지 없는 신인이더구만ㅋㅋㅋㅋ

-꽃길만 걸어요 오빠!!(지나가던 강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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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손으로 또는 입에서 입으로. 그야말로 돌풍.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기에 꽤나 커다란 충격이 동반된다.

“가, 강우진이 권기택 감독 차기작에 주연을 먹었다는데요??!”

“엥? 그게 뭔 소리냐. 자잘한 감독도 아니고 그 권기택 감독 작품에 뭔 주연을 꿰차?”

“아니요! 팩트요, 팩트! 보세요 이거!”

여러 영화사나 제작사 등의 연예계 관계자들의 눈이 디립다 커졌다. 송만우 PD나 홍혜연 외의 이 소식을 이미 아는 인물들은 그저 웃지만, 화린이나 ‘마약상’ 또는 넷플렉스 쪽은 발칵 뒤집혔다. 아니, 강우진이 발을 걸친 모든 작품 쪽이 그랬다.

『‘마약상’, ‘남사친’ 등 돌풍 신인 강우진 덕에 공짜 홍보 톡톡히』

그중에선 얼굴이 뻥 터질 만큼 광분하는 인물도 있었다. 불독 서구섭 대표였다.

“시빨!! 야야, 이거 확실한 거냐?! 강우진 그 새끼가 권감독 작품에 주연? 말이 안 되잖아!!”

“······확정인 것 같습니다. 애초 첫 기사가 권기택 감독 쪽에서 나왔습니다.”

“공식이라는 거냐??”

“그런걸로 확인됩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이게 뭔 병신같은 상황이냐고!!”

서구섭 대표는 두 눈으로 봤지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권기택 감독 쪽 배급사는.

『[단독]‘강우진’ 주연 발탁, 권기택 감독 차기작 타이틀은 ‘실종의 섬’』

서서히 선물 포장을 풀 듯 영화 타이틀까지 발표했다. 덕분에 밤쯤부터 쏟아지는 기사에는 죄다 강우진, 권기택 감독, ‘실종의 섬’이 한 세트로 등장했다.

거친 파도의 몸집이 몇 배는 커졌다.

다만.

‘흠-’

점심부터 밤까지 현 상황을 내내 신기해하던, 이 모든 폭풍의 주인공 강우진은 퇴근길엔 전혀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일 테스트로 뭘 부르지? 그래도 익숙한 게 낫나?’

왜인지 곡 선정을 신경 쓰고 있었다.

다음 날, 12일 아침.

장소는 서울 쪽 대형 호텔의 한 스위트룸. 딱 봐도 입이 벌어질 정도의 크기인 룸에 일본어가 들린다. 인원은 총 3명. 그중 소파에 마주 보고 앉은 2명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바로 쿄타로 감독과 아카리 작가였다.

둘 다 모닝 차를 마시며 오늘 스케줄에 관해 브리핑을 듣는 중. 설명하는 인물은 에이전시 쪽 직원이었다.

“감독님, 작가님 두 분은 오전 스케줄을 따로 소화하신 뒤에 점심을 먹고 다시 합류하실 겁니다.”

새치 가득한 쿄타로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몇 시에 출발합니까?”

“야외 로케 촬영이라고 합니다. 위치는 인천 쪽이고 대략 2시간 정도 걸립니다. 점심 후 바로 출발하시면 됩니다.”

“음, 알겠어요.”

“거기 현장 감독과는 이미 얘기가 된 상태라 촬영 중 확인할 것 하시고, 조용히 빠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동할 직원은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에이전시 직원이 말하는 현장이란 영화 ‘마약상’쪽을 말하는 거였다. 이미 최성건과는 얘기가 된 상태지만 강우진은 몰랐다. 어쨌든 몇 분간 세세한 브리핑을 잇던 직원이 스위트룸을 빠져나갔다.

동시에.

-스윽.

코끝 안경을 벗던 아카리 작가가 건너편 쿄타로 감독을 보며 작게 웃었다.

“권기택 감독 알고 계시죠?”

“물론이죠. 대단한 감독입니다. 몇 년 전에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좀 친해졌죠.”

“감독님이 말한 그 배우가 권기택 감독 차기작에 합류한다고 하던데요? 어제 그 이야기로 엄청 시끄러웠어요.”

“예, 저도 전해 들었습니다. 기사들도 봤고.”

읊조린 코타로 감독이 들었던 찻잔을 내렸다.

“이제야 빛을 보는구나 싶었어요.”

“괜찮으신 건가요?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건 아닌지 싶어서요.”

“변하는 건 없습니다. 그를 조금 더 빨리 만났다면 좋았겠지만, 여전히 저는 강우진 배우가 필요합니다.”

확정적으로 답한 쿄타로 감독이 아카리 작가를 보며 약간 말을 바꿨다.

“물론, 작가님께서 반대하신다면 다시 생각해봐야겠죠.”

“저번 미팅 때 말씀드렸잖아요, 한국 배우 합류에는 찬성한다고.”

“하지만 직접 보고 싶다고 하신 건 그의 폼을 보려는 게 아니셨습니까?”

“감독님이 극찬하니까 궁금한 것과 어떤 역에 어울릴까- 싶은 것도 있어요. 혹시 강우진 배우에게 어떤 역을 줄지는 결정하셨나요?”

쿄타로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하지만 생각하고 있는 배역은 있습니다. 아, 물론 그를 보고 작가님의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원작자의 눈이 제일 정확할 테니.”

빙긋 웃던 아카리 작가가 시간을 보며 소파서 일어났다.

“물론이죠, 보고 딱 생각나는 인물을 말씀드릴게요. 그게 단역이든 주연이든.”

한편, 같은 시각.

넷플렉스 코리아 근방에 있는 녹음 스튜디오. 이곳은 넷플렉스와 이어진 스튜디오였다. 내부엔 기다란 대기 소파부터 기타 등 여러 악기가 즐비했고, 컨트롤 공간과 앞쪽 녹음 부스까지 완비됐기에 규모는 컸다.

그런 스튜디오에 ‘남사친’팀이 모였다.

통통한 김소향 총괄디렉터와 넷플렉스 직원 몇몇, 신동춘 감독, 최나나 작가, 강우진 팀과 화린의 팀까지. 얼추만 봐도 열댓 명. 많은 대화가 오가서 시끌시끌하다. 당연히 대부분의 주제는 강우진과 권기택 감독 건이었다. 이미 우진에게 어마무시한 축하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런 강우진과 화린은 소파 중앙에 나란히 앉아 있다.

우진은 모자를 푹 눌러썼다. 다음 스케줄이 ‘마약상’ 2차 촬영인지라 샵 들를 필요가 없기 때문. 반면, 텅 빈 정면 부스 안을 멍하니 보는 화린은 풀메이크업이었다. 아마 다음 스케줄 시간이 가까운 모양.

둘은 딱히 대화가 없다.

“······”

“······”

강우진은 근엄한 얼굴이었고 화린 역시 뭔가 도도한 표정. 이에 신동춘 감독과 얘기하던 김소향 총괄디렉터가 속삭였고.

“두 분 아직 좀 서먹한 것 같아요. 슬슬 친해져야 하는데.”

“우진씨가 좀 묵묵한 부분이 있어서 더 그럴 겁니다. 촬영 들어가면 제가 조율 잘 해봐야죠.”

바로 옆에 앉은 강우진에 신경이 팔린 화린은 속으로 말이 많았다.

‘아침 먹었냐고 물어볼까? 아- 좀 이상하게 보려나? 근데 우진님 무슨 향수 쓰는 거지. 냄새 개좋아······’

이때.

“화린님.”

돌연 핸드폰을 보고 있던 강우진이 화린에게 낮게 물었다.

“아침은 드셨습니까?”

움찔한 화린은 놀란 탓에 횡설수설했다.

“네? 아, 안 먹. 아니 먹었나 봐요.”

“그렇군요.”

“그- 우진님은.”

“전 안 먹었습니다.”

“······아.”

간단한 대화. 여기서 화린 팬심이 폭발했다.

‘차에 샌드위치 챙겨올걸! 갔다 올까? 그냥 동료로서 주는 건 괜찮잖아?’

하지만.

-덜컥!

스튜디오의 두터운 문이 열리는 바람에 그녀 움직임이 멈췄다. 오늘 작업을 핸들링할 프로듀서가 입장했으니까.

“죄송합니다- 통화가 길어졌네요. 바로 진행하시죠.”

반삭에 가까운 머리인 프로듀서가 편집기기 중앙에 앉았다. 그러자 김소향 총괄디렉터가 강우진과 화린에게 시선 맞추며 말했다.

“테스트로 톤만 맞춰보는 거니까 무리하실 필요 없어요.”

지금의 녹음은 일전의 김소향이 말한 것처럼 우진과 화린의 보이스 케미 확인용이었다. 수집 중인 OST 곡 선별에 도움이 될 예정. 솔로곡도 솔로곡이지만 듀엣곡이 더 중요했다. 둘의 보이스 합에 맞는 완벽한 곡을 뽑기 위한 테스트.

뭐, 명분은 이렇지만 가장 핵심은.

“어- 화린씨 실력이야 전 국민이 다 아니까 뒤쪽에 하는 거로 하고, 먼저 우진씨부터 시작할까요?”

강우진의 노래 실력 검증이었다. 적당히도 아니고 OST 작업이 들어가니 명확한 확인은 필수. 뭐가 됐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강우진은 담담하게 발길을 옮겼다.

목적지는 녹음 부스 안.

“······”

-덜컥.

말없이 부스 안으로 진입한 강우진이 천천히 내부를 살폈다. 보이는 건 몇 없었다. 음향 기기 몇 개와 마이크 그리고 헤드폰. 우진은 난생처음 들어와 본 부스였기에 연신 자신을 다독였다.

‘코인 노래방. 응, 코인 노래방으로 생각하면 돼. 하- 씨 근데 다들 쳐다보니까 좀 쪽팔린데.’

와중 부스 안을 살피는 우진을 창문을 통해 지켜보는 인원들은 제각각의 심정이었다. 김소향은 아까부터 계속 빌고 있었다.

‘제발, 제발 평균만 넘어라. 아니 살짝 아래여도 괜찮아.’

화린은 덕질 감성이 살아나 심장이 두근대고 있었다.

‘우진님의 노래?! 이건 귀해! 어떨까? 후- 팬카페에 알려주고 싶어.’

그리고 걱정 반 기대 반인 얼굴의 신동춘 감독과 최나나 작가. 당연히 걱정의 기색이 더 짙다. 꽁지머리 최성건은 화린의 뚱뚱한 실장과 작게 대화 중이었다.

“대표님. 강우진씨 노래를 좀 합니까?”

“글쎄요. 본인 말론 적당히 한다고 하는데. 저 친구가 말하는 ‘적당히’는 늘 적당히가 아니라서.”

“에이- 연기 쪽 출신이시면 진짜 적당히 하는 거겠죠. 뭐냐,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면 좀 논다 하는 정도?”

“음. 노는 모습도 잘 상상이 안 가네요. 노래방도 안 가봤을지 몰라요.”

“예?”

멍청하게 되묻는 실장에게 옅은 미소로 화답한 최성건. 그런 그가 부스 안 강우진에 시선 돌리며 팔짱을 꼈다.

‘설마하니 노래까지 잘하진 않겠지. 뭐, 일반인과 전문가가 보는 수준이 다르니까 진짜 적당히 하는 정도일 거야. 그 정도로 충분하기도 하고.’

그때.

“아아, 우진씨 제 말 들리죠?”

기기 중앙에 앉은 프로듀서가 헤드폰 낀 강우진에게 말했고, 스튜디오 전체로 우진의 대답이 울렸다.

“예, 들립니다.”

“곡은 말씀하신 거로 틀어드릴 거고요, 가사는 핸드폰으로 보고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네.”

“자 그럼 갈게요?”

-스윽.

프로듀서가 기기를 조작하자 잔잔한 전주가 틀어졌다. 발라드. 뭔가 겨울에 어울릴듯한 곡이었고 유명한 노래기도 했다. 모두 아는 모양인지 수군댄다.

“아- 이 노래.”

“노랜 좋죠. 근데 이거 좀 어렵지 않나?”

“무리하시는 거 같은데.”

“쉿쉿. 들어보죠.”

순간, 부스 안의 강우진 핸드폰 속 가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

첫 소절. 낮은 톤으로 시작되는 노래. 음은 부드럽지만 목소리는 약간 거칠다. 재밌는 것은.

“어어?”

“······?”

“와-”

“뭐, 뭐야?”

강우진의 노래를 듣자마자 스튜디오 모두의 입이 작게 벌어진다는 것. 심지어.

“미쳤···”

화린은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훅 막았다. 이를 모르던 강우진은 어느새 음을 조금 높인다. 사비에 다가가는 중이니까. 슬슬 감정과 표정이 진해진다. 무아지경.

-♬♪

덕분에 모두가 그의 노래에 빠져든다. 멍- 한 표정이 증거였다. 그때 정신을 차린 김소향 총괄 디렉터가 몸을 뒤로 휙 돌렸다. 눈이 디립다 커진 상태. 곧, 그녀가 마찬가지로 입을 벌리고 있는 최성건에게 홀린 듯 물었고.

“강우진씨······가수로 활동했었어요?”

전부의 시선이 그에게 우르르 붙었다. 최성건은 어렵사리 답하다가.

“아니요, 그럴 리 없-”

헷갈리기 시작했다. 강우진의 가창력이, 노래 실력이.

-♬♪

환장할 만큼 터무니없었으니까.

“······아니, 맞나?”

< 강화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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