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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97화 (97/201)

< 차단 (1) >

적색경보. 그러나 다행히 강우진이 빨랐다.

“꺅!!”

그가 강현아의 옆구리를 티 안 나게 꼬집은 것. 이어 화들짝 놀란 강현아에게 우진이 덤덤히 물었다.

“왜 그래. 복통이라도 왔어?”

“아니 방금······”

웃긴 건 오빠와 시선 맞춘 강현아가 입을 합 다문다는 것. 이유야 간단했다.

‘우와- 더 하면 죽을 듯.’

강우진의 진한 눈에서 살의가 느껴졌으니까. 어쨌든 다행히 최성건은 작게 고개를 갸웃할 뿐 눈치채진 못했고.

“흠-”

그가 팔짱 끼며 작게 숨을 뱉었다.

“일단, 좋아요. 동생분이 팬클럽 대표여도 별문제 없기도 하고. 대신에 이 부분은 우리 셋만 아는 거로 하죠. 혹시 또 아는 사람 있어요?”

대답은 약간 의기소침해진 강현아가 했다.

“아- 운영진들. 그러니까 제 친구들 3명이요.”

“그분들한테도 확실히 못 박아 두시고. 뭐, 외부로 새어나가도 큰 문제까진 아니겠지만, 혹시 여동생분이나 가족들한테 피해가 가지 싶어서 그래요. 여기 언론들이 워낙에 드세놔서.”

“네네! 그럴게요!”

“추가로 팬클럽 활동도 확실히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가족이라고 대충대충하면 안 돼요?”

“알겠습니다!”

“하하, 당차네. 확실히 오빠가 심히 냉랭한 편이라 그런가? 동생분은 반대로 명랑하고 씩씩하네.”

“······아? 네? 오빠가 냉랭?”

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덕분에 강우진이 한 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동생이랑 둘이 얘기 좀 하겠습니다.”

“응? 그럴래? 그럼- 보자. 10분 안에 정리하자.”

“예.”

“현아씨? 우린 다음에 볼 수 있음 봐요.”

“안녕히 가세요!”

손을 흔드는 최성건이 대기실에서 퇴장했다. 곧바로 문을 덜컥 잠그는 강우진. 이에 강현아가 움찔했다. 지레 겁먹어 먼저 어버버댄다.

“뭐···뭐뭐. 왜왜.”

“······”

그런 여동생을 물끄러미 보던 강우진이 작게 한숨 뱉으며 얼굴을 쓸었다.

“하- 됐고. 너 진짜 그거 할 거냐? 팬클럽?”

“응. 할 거야.”

“왜.”

“그, 그냥! 오빠가 배우인 것도 신기하고 하고 싶으니까.”

“니가 내 팬은 아니잖아. 그냥 패밀리지.”

“가족이 팬 할 수도 있지!”

“개소리.”

강우진이 강현아의 이마를 찹 때렸다.

“아오- 진짜.”

그리곤 뒷주머니서 지갑을 빼낸 강우진. 그가 5만 원 지폐 몇 장을 꺼내 이마를 문지르는 강현아에게 내민다.

“받어, 용돈. 그리고 할 거면 제대로 해라? 공부하는 거랑 잘 유지하면서. 못 할 거 같으면 친구들한테 넘기고.”

“헐- 감동.”

“닥치고. 공부 좀 별로다 싶은 소리 엄마한테 들리면 바로 자른다?”

“응응!”

“그리고.”

순간 말을 멈춘 강우진이 목소리를 죽였다.

“방금 대표님이 말한 거 확실히 지켜. 어디 가서 내 여동생이란 말 하고 다니지 말라고. 특히 나랑 살던 썰이나 과거 같은 거는 더더욱.”

“내가 미친년이냐! 그런 걸 왜 말하고 다녀!”

“니가 여기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미친년이야.”

“씨! 너무하네- 나 그래도 오빠 팬카페 회장으로서 엄청 홍보하는데!”

“한 장 더 달라고?”

“······주신다면 감사히 받을게요.”

고개를 젓던 우진이 5만 원 한 장을 더 꺼냈다. 그것을 허리 굽혀 받는 강현아. 그런 그녀가 대뜸 질문을 바꾼다.

“근데 오빠, ‘운동회’나 여기서 막 목소리 깔고 되게 쿨한 거 이미지 메이킹이지?”

강우진의 대답은 간단했다.

“계속 궁금해할래? 방금 받은 용돈 싹 반납하고 싶구나?”

금융치료. 아니, 금융 입막음.

“아니요 오빠님. 제가 잘 못 했어요.”

“앞으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생각해, 내 용돈이 줄어들겠구나.”

“응. 나 이미 다 까먹었어.”

“가, 이제. 가서 공부해.”

던져진 지시에 강현아가 뒷걸음질 치며 우진에게 허리를 굽힌다.

“가보겠사옵니다.”

이내.

-덜컥.

대기실에서 강현아가 빠져나갔다. 곧, 우진이 피로함 가득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아- 데다 데. 그래도 산 하나 넘었네.

늦은 밤.

시간은 11시쯤. 꽁지머리 최성건이 간만에 개인 승용차를 타고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팬사인회를 성황리에 마친 강우진이 퇴근한 건 10시쯤. 이어 회사를 들른 그의 목적지는 집이 아닌.

“음- 이쯤인 것 같은데.”

회사 근처의 양주바였다. 물론 혼자 고독을 씹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다. 만날 사람이 있었다. 어쨌든 바의 주차장에 차를 댄 그가 작게 숨을 뱉었다.

“후우, 이놈한테는 뭐가 나왔으면 싶은데.”

읊조린 그가 머리를 풀었다가 단단하게 묶었고 천천히 양주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스윽.

양주바는 지하에 있었다. 대체로 우드향이 팽배한 바였고 분위기는 애매한 밝기였다. 어둡지도 않지만 밝지도 않다. 거기에 잔잔한 음악까지. 딱 조용히 양주를 즐길 수 있는 느낌. 테이블은 많지 않다. 대충 5개.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은 많지 않다.

이어 최성건이.

“······”

바 전체를 둘러봤다. 만나기로 한 사람을 찾는 것. 이윽고 구석진 테이블에 앉은 중년 남자를 발견한 그가 다시금 발을 움직였고, 최성건이 다가오자 혼자 양주를 홀짝이던 중년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반삭 머리에 코가 컸다.

“허이구- 이게 누구야. 초대형 신인 낚으신 최대표님 아니셔?”

코 큰 남자의 환대에 최성건이 픽 웃으며 의자를 빼냈다.

“되도 않는 연기 집어치워. 일찍 왔다?”

“크크, 간만에 양주 땡기기도 했고 니가 불렀으면 후딱 와야지.”

실실 웃는 남자가 양주잔을 흔든다.

“나 속 편- 하게 마셔도 되지?”

“언제는 안 그랬냐? 내가 살 테니까 뒤질 때까지 먹던가.”

“크- 이 맛에 기자 하는 거지.”

그랬다. 남자는 기자였다. 이름은 김학현. 국내 대형 언론사 연예부 부장이면서도 회사 내 취급은 부편집장에 가까웠다. 최성건과는 인연이 꽤 긴 인물. 10년 넘게 알고 지냈고 친구를 가장한 기브앤 테이크가 확실한 관계.

연예계 마당발인 최성건에겐 이런 인맥이 퍽 많았고.

“기자는 개뿔. 김선수 이제 현장은 안 뛰잖아? 그럼 그냥 뒷방 늙은이지.”

“에이. 데스크긴 해도 간간이 현장 뛴다고. 아직 쉰내까진 안 나. 그래서? 왜 갑자기 콜을 주셨나? 강우진부터 홍혜연으로 한창 노 젓기 바쁘신 분이?”

“뭘, 별건 없어. 그냥 이럴 때일수록 우리 언론사 분들 잘 빨아 드려야지.”

“크크크. 아아- 그러니까 그냥 보수공사 해두려고 불러냈다? 하긴, 못이 틈이 있어야 박히는 건 아니긴 해. 시멘 잘 발라놔도 박으면 박히는 게 이 바닥이고.”

“무섭네, 무서워.”

“다 알면서 뭘. 근데 강우진 그 친구는 보니까 벌써 찌라시는 좀 있드만.”

뒤로 둘은 몇십 분간 자잘한 얘기들을 나눴다. 친구 대 친구로 또는 업계 대표와 기자로서. 그러면서도 최성건은.

“한 잔 더해.”

“달리시네?”

양주를 유도했다. 취할 필욘 없지만 적당히 취기는 도는 게 좋았으니까. 진짜 정보는 방어가 해제돼야 나오는 법.

‘좀 더 들어가면 되겄네.’

최성건은 우진에게 서채은 관련 얘기를 듣고 며칠간 여기저기를 쑤시는 중이었다. 다만, 너무 티가 나면 안 됐다. 그러니 평소 관리하던 기자들 위주로 작업해야 했다. 하지만 한정된 작업이라 수확이 탐탁지 않았고, 서채은이 탑여배우다보니 쉽지 않은 것도 있었다.

‘얘도 꽝이면 기자 쪽 몇 바퀴 더 돌아보고. 엔터들을 파봐야 되나?’

최대한 서치를 돌렸는데 뭣도 안 나온다면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았다. 강우진이 예민했을 뿐이며 그저 그렇게 일단락되는 게 다니까.

‘아무리 감이 좋다 한들 우진이도 결국은 인간이긴 할 테고.’

그렇게 또다시 몇십 분이 흘렀다. 어느새 김학현의 얼굴이 약간 벌게졌다. 최성건은 나름 괜찮았고. 여기서 최성건이 대수롭지 않게 떡밥을 던졌다.

“그나저나 골치야 골치.”

“보니까 물이 폭포수처럼 솟던데 뭔 골치. 노만 잘 저으면 되지.”

“‘실종의 섬’으로 우진이가 너무 떠서 별의별 병신같은 찌라시가 돌아. 뭔 강우진이 권기택 친척이라는 둥, 내가 돈을 찔러 넣었다는 둥.”

“크크, 이 바닥 원데이 투데이여? 아- 근데 ‘실종의 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강우진, 류정민까진 오픈했는데 왜 딴 배우들은 얘기가 없나? 최대표님은 알지?”

“당연.”

“슬쩍 정보 좀 줘봐. 많이도 아니고 하나만.”

비죽 웃는 김학현에게 태연히 답하는 최성건.

“어디 사발을 풀어. 지금 말하면 한 시간 뒤에 기사 터트릴 거 누가 모르나, 언론 쪽도 나름 소문 도는 거 있을 거잖어.”

“있지. 홍혜연 드간다는 거 진짠가? 강우진이랑 연달아 두 작품 갔으니까 이번에도 같이 가는 거?”

“그건 개소리고.”

“흠- 아니면 서채은? 최근에 걔가 권기택 감독 만났다는 소리도 있더만.”

흐름은 괜찮았다. 최성건이 김학현의 양주잔을 재차 채우며 태연히 받아쳤다.

“어우- 서채은? 그 성격에 아직 탑 자리 유지하는 것도 신기해.”

은근슬쩍 주제를 바꾼다.

“희한하단 말이지. 언론 쪽에선 서채은 매년 털면서 이렇다 하는 게 안나오더만.”

“크크 뭐여? 홍혜연 대항마라 견제?”

“견제는 개뿔. 그래도 아직 브랜드 평가론 우리 혜연이가 높다고.”

“그렇긴 해도 비등비등하잖아.”

서채은 관련 잡소리로 20분 정도. 하지만 귀에 안착하는 정보는 안 나온다. 김학현이 나름 취기가 돌고 있음에도 말이다. 슬쩍 시간을 확인한 최성건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허탕인가.’

시간 낭비라 판단한 최성건이 슬슬 자리를 정리할 생각에 도달했을 무렵.

“저번 달인가? ‘파워패치’가 서채은한테 붙었다길래, 우리도 뭐 있나 하고 파봤는데 깨끗하더만.”

“···‘파워패치’?”

“어. 근데 뭐 걔네야 잡소문에도 움직이는 것들이니까. 또 헛발이었겠지.”

“뭐 그렇긴 해. 10번 찍어서 하나 터질까 말까고.”

순간 최성건의 표정이 진중해졌다가 평범하게 돌아왔다.

‘파워패치가 붙었었다고?’

냄새가 나는 정보였다.

한 시간 뒤, 최성건의 차 안.

양주바를 나온 최성건이 차 뒷좌석에 앉아 있다. 운전은 물론 대리기사가 하는 중. 이어 창밖을 내다보던 그가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이미 자정을 넘었다. 어딘가에 전화를 돌리기에 모호한 시각이었고, 그는 묶은 머리를 풀며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결국, 김학현한테는 파워패치밖에 못 건졌어. 그마저도 그냥 흘러가는 식의 정보였고.’

보통이라면 무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도였다. 허나 다시금 머리를 묶는 최성건은 계속해서 ‘파워패치’가 신경 쓰였다. 왜? 강우진의 미친 감과 타이밍이 묘하게 맞아 떨어졌으니까.

‘파워패치가 왜 서채은한테 붙었을까,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는거면 허탕? 아니면 묵히고 있을지도.’

사실, 최성건은 확실한 편에만 베팅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명확한 건 아무것도 없다. 있다고 한다면 강우진의 그 신들린 느낌? 물론, 알아본다면 최성건의 넉넉한 인맥으로 단서를 찾아낼 순 있겠지.

문제는.

“시간이 없어.”

타임어택이 걸려있다는 것. 정확한 단서까지 가기에 최소 2주는 넘게 걸릴 게 빤했다.

‘2주면 너무 늦고.’

서채은에게 아무 문제가 없고 별 일없이 지나가는 게 제일 베스트지만.

‘만약 서채은이 나락 갈만한 뭔 구린 짓을 했고, ‘실종의 섬’ 합류 소식을 대대적으로 때린 후에 그게 터지면 낭패야.’

‘실종의 섬’의 언플은 아직 강우진과 류정민까지였다. 물론, 우진의 이슈 덕분에 주가는 최대치. 이후 서채은 등의 탑배우들을 풀면 더 높아질 것은 자명했다.

여기서 서채은의 스캔들이 터져도 작품은 타격을 입는다.

영화 제작이란 건 풍전등화와 같으니까. 작은 이슈에도 관객수는 출렁인다. 까딱하다가 제작이 엎어지는 것도 부지기수. 그래도 이건 양반인 격. 행여 서채은이 대본리딩까지 참여했다거나 촬영까지 진행한 뒤에 터지면 이건 답도 없는 수준.

지금은 다행히 강우진이 사전차단을 해주긴 했다.

‘우진이가 말 안 해줬다면, 100% 서채은은 촬영까지 스무스하게 움직였을 거야.’

우현구 감독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그 정도 규모의 스캔들이 서채은에게도 터지면, 아무리 권기택 감독의 영화라도 제작이 엎어질지도 몰랐다.

자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말아야 되나?

움직임은 최소한으로 하여 시간을 단축시키고 원하는 그림을 얻을 방법. 그러면서도 작업 치는 건 최성건 혼자여야만 했다.

‘혹시 일이 틀어지면 욕은 온전히 나만 먹어야 돼.’

여유 시간은 해봤자 하루나 이틀. 그러나 얻은 정보는 희박하다. 곧, 최성건은 두뇌에 부스터를 달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

“이건 각개전투 말곤 답이 없네.”

뭔가 결정을 내린 최성건이 핸드폰을 들었다. 연락망에 저장된 어마무시한 인물 중 그가 찍은 것은.

-파워패치 김국장.

언론사 파워패치의 편집장이었다. 이어 최성건은 편집장에게 톡을 보내둔다.

-잘 지내십니까? 슬슬 한 번 뵐 때가 된 것 같아서 연락 드립니다. 괜찮으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점심이라도 같이하시죠.

최성건의 설계대로라면 ‘파워패치’의 편집장에게는 약간의 떡밥과 부추김만 흘리면 됐고.

‘캥기는 게 있으면 파워패치는 알아서 움직여 줄 거고.’

이다음은 ‘실종의 섬’. 즉, 권기택 감독.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모든 홍보 등의 언플과 제작 진행을 며칠 늦춰야 했다.

‘안전장치는 걸어두자, 이쪽은 그냥 대놓고 흘리는 게 좋겠어. 다행히 내 신뢰도가 낮진 않으니까.’

그의 각개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순간이었다.

뒤로 새벽을 지나 27일의 아침이 밝았다. 시간은 8시쯤. 주말이지만 서울의 도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꽉 찬 상태. 그런 도로 사이 권기택 감독의 승합차가 끼어 있었다.

-♬♪

그이 차 안에선 잔잔한 클래식이 울려 퍼지는 중이었고.

“······”

새치 가득한 권기택 감독은 그저 차분히 막힌 도로가 뚫리길 기다린다. 그때 블루투스로 연결된 핸드폰 벨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렸다. 상대는 ‘실종의 섬’ 배급사 쪽.

“어어, 나 지금 가고 있어요. 급한가?”

“아하! 그러십니까? 아니요, 급한 건은 아닙니다! 확인차 연락 드렸어요. 1시간 뒤에 말씀하신 대로 남은 배우들 기사 돌리는 것 말씀드리려고요.”

“음. 채은씨부터지?”

“옙! 맞습니다, 오전에 서채은씨로 오픈하고 오후에 전후창씨 엮어서 돌립니다. 내일은 김이원씨. 뒤로는 전부 섞어서 갈 예정입니다.”

“그래요, 가서 다시 얘기하지.”

“조심해서 오십쇼!”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재밌는 건 끊기자마자 바로 벨소리가 울렸다는 것. 이번 상대는 약간 의아했다.

“최대표?”

최성건이었으니까. 덕분에 약간 고개 갸웃한 권기택 감독이 핸들에 붙은 버튼을 눌렀고, 스피커에선 최성건의 목소리가 빠르게 들렸다.

“감독님,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아닙니다. 괜찮아요. 최대표님이 이렇게 아침에 연락할 정도면 급한 건일 테니까. 말씀하세요.”

“단도직입적으로, 이제부터 배우들 관련 언플과 영화 제작을 잠시 멈춰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

“자세한 건 제가 잠시 뒤에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통이라면 황당해하겠다만 권기택 감독은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그가 잔잔히 고개를 꺾으며 되물었고.

“한 시간 뒤에 배우들 언플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건데- 좀 이해가 안 가는데요? 물론, 최대표님이시니까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싶긴 해요. 보기 전에 간단히 알려줄 수 있겠어요?”

잠시 조용하던 스피커에서 최성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서채은씨, 대형 스캔들이 터질 것 같습니다.”

< 차단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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