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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01화 (101/201)

< 단막 (1) >

‘실종의 섬’이 S+급으로 초초초 격상했다. 단순한 계산으론 원래의 A+보다 두 단계 높아졌다. 순전히 서채은이 빠지고 여배우가 교체됐는데 두 단계.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 덩실덩실 탈춤을 춰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

흰 사각형을 빤- 히 보는 강우진은 약간 멍때리고 있었다.

“S+급?”

처음 나온 등급 때문이었다. 흥신소가 A급이었고 한량이 S급이었다. 이후론 S급 이상의 등급은 없었다. 뭣보다 S급인 한량의 파급력은 상상 초월. 부수적인 것들 포함해서 전설적인 시청률 25%를 넘겼었으니까.

따라서 우진은 S급이 최고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섣부른 판단이었다. 괴랄한 아공간은 이번에도 우진에게 반전을 선사했다. 마치 ‘너 따위가 날 판단해?’ 같은 느낌이었다. 어쨌든 커진 눈을 유지하던 우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워- S+급. 그거보다 더 상위 등급은 또 뭐가 있지?”

하지만 생각해봐야 의미 없긴 했다. 늘 아공간은 강우진의 현실을 깨버리며 상식을 넘나드니까. 지금은 그저 기뻐하면 그만.

“개쩌네, 아공간.”

동시에 강우진은 나름 뿌듯함을 느꼈다. 뭐랄까, 이 정도쯤 되니까 진짜 ‘실종의 섬’을 본인이 살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달까? 아니다. 살린 것보다 더 크다. 살렸더니 ‘실종의 섬’이 훨씬 건강해졌다.

자- 이러면 미래를 좀 상상해보자.

어느새 웃음이 가득해진 강우진이 정면의 나열된 흰 사각형 중, 용의자를 추리기 위해 리스트업했던 사각형들을 지우면서도 읊조렸다.

“가만있어 봐. 한량이 25% 시청률이 넘었으니까 영화가 S+급이면 관객수 1000만은 그냥 넘는 건가?”

1000만 관객을 훌쩍 넘기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가늠하긴 어렵지만 억지로 끌어내 본다. 이 정도 유희는 괜찮잖아? 따라서 강우진의 머릿속에는 끝없는 상상들이 넘실댔다.

물론, 모조리 대박이긴 했다.

그러다 대뜸 하유라를 상기하는 강우진. 생전 본 적도 없는, 무려 헐리웃까지 나간 탑여배우. 떨리긴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었다. 얼추 이 바닥에 적응한 걸까? 그렇게 강우진은 흥분한 기분을 애써 지운 뒤 현실로 돌아왔다.

여전히 최성건이 핸들을 잡은 승합차는 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무표정 우진이 창밖을 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하유라 어떤 느낌이려나- 쯧, 뭐 부딪혀보면 알겠지.’

같은 날 이른 점심, 어울림 영화사.

꽁지머리 최성건이 어울림 영화사의 중형 회의실에 들어섰다. 회의실 안은 고요하며 정적이다. 그런 회의실 ㅁ자 책상 중앙엔.

“어서 와요, 최대표님.”

푸근한 권기택 감독이 앉아 있었다. 최성건을 보자마자 일어나 반기는 그. 미소 짓고 있지만 그 속에 미약한 무게감이 실렸다. 이어 권기택 감독과 적당히 인사를 나눈 최성건이.

“후- 정신없네요.”

자리에 앉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권기택 감독이 새치 가득한 머리를 긁었다.

“비상이죠. 나나 영화사나 배급사나. 물론, 외부적으론 전혀 상관없이 보이겠지만.”

“내부적으론 뒤처리를 하셔야 하니.”

“그래도 괜찮아요, 다음 주 안으로 잘 추스를 순 있어.”

나긋나긋 말하던 권기택 감독이 볼을 쓸며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이번 건 자초지종을 좀 들어봅시다. 솔직히 예상 못 한 우진씨가 끼어 있어서 내내 궁금했어요.”

짐짓 진중한 표정을 짓는 최성건.

“감독님, 우현구 감독 기억나시죠? 당연히.”

좋은 기억은 아닌지 권기택 감독이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

“예. 우리 우진이가 사실 우현구 감독의 제의를 시원하게 깐 적이 있습니다. 그가 몰락하기 전에요.”

“알아요, 우현구 감독 입으로 직접 들었지.”

“그렇···습니까?”

“음. 뭐라더라 아주 맹랑하고 싸가지없는 신인이 자신을 깠다고 생난리를 피웠었어요. 그다음에 사건이 터졌고.”

“그렇군요. 그건 몰랐네.”

사이에 있던 일을 이해한 최성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진이가 우현구 감독을 깐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무턱대고 오디션부터 들이밀어서 그런 것 아닌가?”

“아니요. 실은 그때 우진이가 한 말은 딱 한 줄이었습니다. ‘감이 별로다’. 걔가 기묘한 뭔가를 가지고 있거든요.”

“······음?”

이해 안 가는지 미간을 좁힌 권기택 감독에게 최성건의 간략한 설명이 시작됐다. 세세하진 않지만, 포인트는 확실히 포함된 브리핑. 우현구 감독 때와 이번 서채은 관련까지. 딱 두 가지만 말해도 놀랄 정도는 됐으니까.

그리고 권기택 감독은 실제로도 약간 충격을 받았다.

“그러니까, 우현구 감독 때도 이번에도 우진씨가.”

“예. 마치 진짜 미다스의 손 같습니다. 아마 날 적부터 지녔었고 서서히 발현시킨 부류겠죠.”

“본능?”

“아마도. 당연히 무슨 초능력 같은 건 아닙니다. 이번에도 모든 걸 다 아는 수준도 아니었고. 하지만 분명.”

“터무니없긴 하군. 그 연기 실력에 사람과 작품을 선별하는 눈까지.”

“네.”

“어쩐지 눈빛이 좀 다르다 했어요. 묘하게 이 바닥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았거든.”

여기서 왜인지 권기택 감독은 송만우 PD를 떠올렸다. 강우진 관련 착각을 전염시켰던 숙주. 그런 송만우 PD의 말 중 하나를 떠올리는 권기택 감독.

‘거기다 그 아이는 말로 설명 못 할 기민한 감을 가졌습니다. 이게 진짜 신통해요.’

그땐 그게 뭔 소리가 싶어 권기택 감독은 그냥저냥 넘겼었다. 다만, 지금에 와서 보니 그때의 말과 현 상황은 통하는 게 있었다.

“그래- 그게 이 말이었군.”

“예?”

“아니, 혼잣말.”

“아.”

권기택 감독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까도 까도 알맹이가 안 보여. 껍질이 이렇게나 많은 배우는 또 처음이군.’

그렇게 모든 것을 확인한 권기택 감독이 작게 침음을 뱉으면서도.

“흠-”

건너편 최성건과 눈을 맞췄다. 어느새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좌우지간 우진씨와 최대표님한테 아주 큰 은혜를 입었어요. 고마워요, 진심이야.”

기다리던 말이었는지 최성건이 몸을 살짝 앞으로 당겼다.

“감독님. 은혜보단 은총이 낫긴 합니다.”

“허허, 그렇죠. 허상보단 실상이 맞지. 나도 그냥저냥 넘어가는 건 별로야.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하는 게 맞고. 앞으로 쭉 같이 갈 사람들인데. 그래요, 생각한 게 있으면 말해봐요.”

어느새 분위기는 협상의 자리로 돌입했다. 물꼬는 최성건.

“먼저, 우진이의 출연료 부분을 좀 만지고 싶습니다.”

“출연료 인상?”

“예. 수치는 감독님이 결정하셔도 됩니다.”

“빚에 상응하는 만큼이라-”

턱을 쓸던 권기택 감독의 생각은 길지 않았다.

“러닝은 어때요.”

러닝개런티. 현재 우진의 계약서에는 출연료만 있을 뿐 러닝개런티 항목은 없었다.

“러닝 100원을 추가하는 거로.”

잠깐 들어선 러닝개런티 100원이 작은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손익분기점이라든지 소속사와 나누는 것 등등 부수적인 게 있긴 하다만, 단순한 계산으로 따지면 관객수 한 명당 100원일 때 100만이면 1억 1000만이면 10억.

거기에 출연료는 따로.

심지어 이런 조건은 A급에서 S급의 배우들에게나 붙는 수준.

최근 영화계에서 탑배우 계약서에는 두 가지 방법이 존재했다. 러닝개런티와 수익 퍼센트. 퍼센트는 수익의 6~7% 정도를 배분받는 개념. 즉, 강우진에게 탑배우 급의 조건을 붙인 것.

그야말로 특별 케이스이며 특별한 취급이었다.

허나 러닝개런티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영화 결과가 나쁘면 출연료 이외의 돈을 전혀 만져볼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최성건은 충분히 좋은 제안이라 생각했다.

‘우진이가 직접 선택한 ‘실종의 섬’이니 평타는 쳐줄 거고, 권기택 감독 등 탑배우들도 즐비해. 출연료 상승보단 러닝이 달달할 거야.’

하지만 이거로 끝낼 최성건이 아니었다.

“좋습니다, 그런데 감독님. 러닝은 미래에 거는 성격이 짙으니 옵션 하나만 붙여주시죠.”

“옵션?”

“예. 우진이한테 차 한 대 좋은 거로 뽑아 주심이.”

옵션을 듣자마자 권기택 감독이 크게 웃었다.

“하하, 좋아요. 계약서에 ‘차 좋은 거 한 대’ 옵션도 추가하지.”

죽을 뻔한 영화를 살려줬는데 그 정도쯤이야 같은 얼굴. 이때 웃음이 줄어든 권기택 감독이 주제를 바꿨다.

“아- 나도 최대표님한테 말할 게 있었는데.”

“예, 말씀하세요 감독님.”

“이번에 하유라로 자리가 바뀌는 건 생각도 못 했던 터라. 그- 원랜 하유라에게 우정출연을 줬었거든요. 근데 지금 그 자리가 비게 돼요. 그래서 말인데 혜연씨가 최근에 한량 촬영이 끝났다고 들었는데?”

무슨 말인지 단박에 알아들은 최성건. 정확하게는.

‘그래, 이거지.’

예상하던 상황에 최성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혜연이한테 확인해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bw 엔터로서 퍽 성공적인 딜이었다.

뒤로.

시간이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일이 진행되면서도, 충격적인 사건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어제와 오늘 입을 다물고 있던 서채은이 움직였다.

『[속보]입 다물고 있던 ‘서채은’, 소속사 공식 홈페이지 통해 입장 전달』

밤쯤에 소속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 다만 재미는 없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적당히 물에 물 탄 듯한 변명들이 많았다.

하지만 ‘파워패치’가 이를 가만두지 않았다.

3연타를 때렸다. 이번엔 여러 증거들과 증인까지 합쳐진 기사였다. 따라서 6월의 마지막 날인 30일쯤.

『[공식]‘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 서채은, 며칠 안으로 경찰 소환 조사』

결국, 경·검이 움직였다. 서채은의 집을 압수 수색을 하고 그녀를 소환해 조사를 벌일 예정. 결과야 며칠이 지나야 알겠지만 이 정도쯤만 돼도.

『‘서채은’ 관련 모든 것은 올스톱, 광고부터 영화들까지 위약금만 얼마야?』

서채은의 배우 인생은 끝났다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즈음 강우진에겐 ‘남사친’의 OST 곡이 전달됐다. 작곡·작사가 완성된 가이드 곡들. 물론, 넘긴 것은 신동춘 감독.

“우진씨, 바쁘겠지만 최대한 들으면서 익숙해지시면 돼요. 녹음은 이번 주에 할 건데 힘들다 싶으면 나중에 가도 되니까 부담가지지 마시고.”

강우진에게 넘어온 건 총 두 곡. 하나는 솔로였고 하나는 듀엣이었다. 우진의 감상평은 간단했다.

‘개좋은데?? 귀에 착착 붙어.’

최애곡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강우진은 가이드로 녹음된 곡들을 스케줄 틈마다 계속해서 듣고 흥얼거렸다. 곡에 익숙해지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흘러간 게 며칠.

시끌벅적했던 6월이 끝나고 많은 것이 진행될 7월이 시작됐다. 날씨는 무더운 여름. 7월 첫날부터 강우진에겐 기분 좋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진아, 말했던 러닝개런티 빼고 옵션으로 받을 차 골랐냐?”

“아- 고르고 있습니다.”

“편히 골라, 편히. 국산 외제 상관없어. 뭐 가능하면 외제차가 좋지 않겠냐?”

난생처음 차를 가질 기회. 그것도 본인 돈이 아닌 남이 사주는 차. 받을 걸 받는 거라지만 그래도 우진은 속으로 어깨춤을 춰댔다.

‘몇 달 전만 해도 평생 뚜벅이로 살 줄 알았더만 대뜸 외체차?’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그의 삶이 점차 윤택해지고 있다. 어쨌든 우진은 드림카까진 아니지만 평소 괜찮다 싶었던, B사의 외제차 중 적당한 가격의 것을 골랐다. 구매는 bw 엔터가 먼저 하고 어울림 영화사가 차후 결제해주는 시스템.

뒤로 7월 2일 목요일.

강우진의 2일 스케줄은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쭉 하나였다. 바로 ‘남사친’의 OST 정식 녹음이었다. 오늘은 보컬 녹음만. 따라서 ‘남사친’팀이 스튜디오에 전부 모였다. 당연하겠지만 핸들링은 신동춘 감독과 음악 감독. 김소향 총괄디렉터나 최나나 작가 등은 관객에 가깝다.

정식 녹음이다 보니 모두의 표정이 진중하다.

그리고.

-스윽.

첫 보컬 녹음의 시작은 강우진부터였다. 덕분에 모자를 푹 눌러쓴 우진이 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광경은 테스트했던 때와 같다. 하지만 그의 마음가짐은 전과 달랐다.

‘후웁- 후, 괜찮아. 그렇게 많이 안 떨려. 너무 완벽하게 할 생각 말고 편하게.’

난생 첫 OST. 이것을 해내면 강우진의 보컬이 스며든 곡이 세상에 던져진다. 우진은 컨셉질이 가미된 얼굴로 두근대는 심장을 애써 차갑게 식혔다. 온몸의 미세한 떨림은 생각보다 금방 잡혔다. 아마 거듭해온 연기 때문이겠지.

곧.

“아아, 우진씨? 잘 들리죠?”

“네. 잘 들립니다.”

우진이 쓴 헤드폰으로 음악감독의 큐사인이 들렸다.

“처음이니까 안 끊고 끝까지 쭉 가볼게요. 가사 틀려도 괜찮으니까, 우진씨도 끝까지 부른다는 느낌으로 오케이?”

“예.”

고개 끄덕인 음악감독이 기기를 조작하자 강우진의 솔로곡이 틀어졌다.

-♬♪

익숙하다. 낯설지 않다. 그간 자주 듣고 흥얼거려서인지 곡은 우진에게 친숙했다. 이어 핸드폰으로 가사를 보던 그가 타이밍에 맞춰 입을 열었다. 시작은 잔잔하게. 그러나 점차 힘이 들어간다.

이쯤 리듬에 맞춰 고개를 흔들던 부스 밖 음악감독이 신동춘 감독에게 말한다.

“잘하는데요? 보통 첫 녹음 땐 도입부부터 저는데, 우진씨는 깔끔하게 들어갔고 감정도 좋아요.”

“음, 확실히 이 곡은 우진씨 목소리에 딱이었네요. 가이드랑은 느낌이 확 달라.”

“처음부터 이렇게 깨끗하면 뭐 오늘 고생할 일 없겠는데요?”

침착하게 강우진의 보컬을 파악하는 둘.

반면, 김소향이나 최나나 작가 등 십수 명은 부스안 강우진을 뚫어져라 본다. 화린은 눈까지 감았다. 웃긴 건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

그저 강우진의 보컬을 감상하기 바빴다.

점차 우진의 보컬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스튜디오 전체로 강우진의 고음이 절절하게 울려 퍼졌고.

-♬♪

스튜디오 구석진 곳의 꽁지머리 최성건이 옆에 선 여자와 눈을 맞췄다. 뿔테안경을 쓴 여자. 낯선 얼굴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최성건이 작게 물었다.

“어떤 것 같아요?”

그러자 뿔테안경 여자가 시선은 부스 안 강우진에게 박은 채 입만 열었다.

“······먹히겠어요 충분히. 솔직히 좀 놀라운데요? 저렇게나 노래를 잘 할지 몰랐어. 연기도 그렇고 강우진씨 못 하는 게 없나 봐요?”

“뮤지컬에서 두각을 보일만 해요?”

“네. 조금만 다듬으면.”

여자는 뮤지컬 쪽 유명 캐스팅 디렉터였다.

같은 시각, 일본 도쿄. ‘토에가’ 영화사.

뭔가 정적인 미팅룸에 대여섯 명이 모였고 일본어가 들린다. 그중 코가 큰 남자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바로 일본의 거장 쿄타로 감독. 그의 주변엔 영화사 직원들이 포진됐다.

쿄타로 감독의 앞엔 한 명의 남자가 꼿꼿하게 앉아 있다.

“영광입니다, 감독님.”

머리가 길어서 머리띠를 찬 남자는 당연히 배우였다. 이름은 ‘마나 코사쿠’. 일본의 유명 밴드의 멤버이며 배우로서도 탑 자리에 오른 그. 선이 굵은 얼굴에 일본 내에서도 연기파 배우로 유명했다.

곧, 쿄타로 감독이 미소지으며 마나 코사쿠에게 말했다.

“나야말로 마나상을 꼭 보고 싶었어요. 만나줘서 고마워요.”

“무슨! 괜찮습니다.”

“음음, 설명은 회사 통해서 적당히 들었죠? 이번에 내가 준비하는 작품은 타키카와 아카리 작가님의 책이 원작입니다.”

“예. 들었습니다.”

답한 코사쿠가 속으로 감탄했다.

‘쿄타로 감독에 아카리 작가 원작. 이 두 이름만으로도 이 작품을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해.’

이때 쿄타로 감독이 옆자리 직원에게 종이뭉치들을 받았다. 그것을 건너편 코사쿠에게 미는 쿄타로 감독.

“이미 배우 한 명은 캐스팅 완료됐어요. 한국 배우로.”

뜬금없이 한국배우? 코사쿠의 눈이 훅 커진다.

“···한국 배우? 탑배우라면 누군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니. 신인입니다. 아직은 조심스러워서 이름을 밝히긴 힘들어요.”

“······?”

커진 눈에 물음표가 가득해지는 코사쿠. 탑도 아니고 신인이라니? 반면, 차분한 쿄타로 감독은 건넨 종이뭉치를 보라며 손짓했다.

“일단, 시나리오 전에 시놉부터 확인해봐요.”

“···아- 예, 알겠습니다.”

코사쿠가 얼결에 시선을 내렸다. 먼저 타이틀부터 확인하는 그.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익숙한 제목이었다. 베스트셀러 책의 제목과 같았으니까. 다만, 원작 책을 읽어보지 않은 코사쿠가 시놉시스에 집중했다.

여러 단어가 눈에 띈다.

이지메, 재일교포, 덫, 설계, 살인, 추리 등. 이어 시놉에 푹 빠졌던 코사쿠가 속으로 읊조렸다.

‘복수극.’

그것도 처절하면서 자비 없는 복수극이었다.

< 단막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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