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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02화 (102/201)

< 단막 (2) >

그랬다,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은 복수 이야기였다. 매우 처참 또는 처절하면서도 극도로 치밀한 복수극. 그것이 원작인 아키라 작가의 책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이 극찬을 받은 이유. 이는 쿄타로 감독이 각색한 시나리오에도 거의 동일하게 삽입됐다.

물론, 모든 것을 담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색깔은 명확했다. 그렇기에 ‘마나 코사쿠’는 시놉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재밌다, 퀄리티가 너무 좋잖아?’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가는 흡입력을 자랑했으니까. 당장에라도 시놉말고 시나리오를 읽고 싶었다. 원작인 책도 마찬가지. 다만,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시나리오까진 읽기 힘들다.

곧, 코사쿠가 시놉의 마지막 줄에서 생각의 결을 바꿨다.

‘솔직히 작품도 작품이지만 실사화가 아닌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야.’

이 작품이 욕심나는 이유. 배경으로 깔린 감독이나 원작자의 이름값도 있겠지만, 솔직히 코사쿠는 다른 것에 더 끌렸다. 간만에 제대로 된 영화다 싶었기에.

최근 일본 영화판은 실사화 작품 천지였다.

굳이 부류를 따지자면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영화로 제작되는 게 상당히 많다. 그쪽으로 강국이기에 별수 없었다. 돈의 흐름이나 팬들의 유입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일본 영화 시장은 현재 상황이 견고해졌다.

이번 주 개봉한 7개 영화 중 5개가 만화, 애니와 관련된 영화였다.

‘안 그래도 변화가 필요했는데.’

덕분에 코사쿠는 조금 물리던 참이었다. 직전에 찍은 드라마도 만화를 실사화한 것이었으니까. 물론, 이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도 따지면 실사화가 맞다. 그러나 원작의 결이 다르다. 따지고 보면 대본이 영화 시나리오로 탄생한 것과 같았다.

이런 작품은 이제 일본에서 가뭄에서 콩 나듯 한다.

다만, 하나 걸리는 것은.

“감독님, 그 한국배우가 맡은 배역이 무엇입니까?”

한국의 배우가 끼어 있다는 것. 심지어 신인에다가 배우 중 1등으로 캐스팅 완료된 상태. 코사쿠의 입장에선 충분히 요상할만 했다. 반면, 여유 있는 웃음인 쿄타로 감독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요타 키요시 역’을 맡을 겁니다.”

“!!!”

순간 눈이 커지는 코사쿠. 이유야 심플했다.

‘심지어 주연??’

조·단역 또는 준·조연도 아니고 제대로 주연이었다. 그리고 ‘이요타 키요시 역’은 이야기의 방향을 끌어가는 인물.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엔 퍽 많은 주연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건 ‘키요시 역’이었다.

어찌보면 원톱과도 같다.

그것을 한국배우가 맡았어? 왜? 어쩌다가? 코사쿠는 겉으로는 티를 안 냈지만 이해가 어려웠다. 원작도 그 대단한 아카리 작가이며 감독도 거장인 쿄타로 감독이다. 그런데 원톱 격인 배우가 한국배우.

코사쿠는 신선함과 동시에 불편함을 느꼈다.

분명 판은 크지만 얽히고설킨 기분이 들어서였다. 여기서 쿄타로 감독이 몸을 앞으로 밀며 진중한 코사쿠에게 말을 걸었다.

“마나상에겐 악역을 맡기고 싶어요.”

“······”

“그러나 시나리오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속 모두는 악입니다. 시나리오를 읽어본 뒤 잘 생각해보고 대답해줘요.”

“감독님,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왜 이요타 키요시 역에 그 한국배우가 캐스팅된 겁니까?”

되물음에 쿄타로 감독이 뱉은 대답은 무척이나 짧았다.

“그여야만 하기 때문이죠.”

다음 날, 7월 3일 금요일.

‘실종의 섬’을 제작하는 어울림 영화사의 대형 회의실이 북적인다. 긴급 제작 회의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ㄷ자 책상 상석의 권기택 감독을 포함해, 촬영 감독 등의 키스탭, 영화사 간부, 배급사까지 대략 20명 정도가 모였다.

이야기의 주제는 당연히 저번 주쯤 터진 서채은.

“어후! 진짜 서채은 안고 갔으면 어쩔뻔했습니까? 상상만으로도 살 떨리네.”

“타이밍이 무슨- 서채은 쪽보다 우리 발표가 빨랐으면 그대로 엮여서 타격 입을 뻔했어요.”

“파워패치가 먼저 움직여서 그렇지, 진짜 그대로 촬영까지 들어갔으면······”

여러 인원들은 흥분하면서 비슷한 말들을 뱉어댔다. 얼추 간담이 서늘했다는 느낌.

“오늘 오면서 기사 보니까 프로포폴 말고도 다른 약물 성분도 나왔답니다. 점점 일이 커져요, 저쪽은.”

“정말입니까? 그럼 프로포폴에 다른 약까지 손을 댔다는 건가?”

“그렇게 되지.”

“허- 서채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감독님께서 그때 언플 미루라고 한 게 진짜 신의 한 수였습니다.”

참고로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서채은 사건의 명확한 진상을 몰랐다. 권기택 감독이 함구했고 이를 최성건이 동의했다. 굳이 강우진이나 최성건의 개입을 퍼트릴 이유는 없으니까. 알려봤자 괜한 잡소리만 커질 뿐.

뭐가 됐든 질펀해지는 대화를 끊은 것은 권기택 감독의 잔잔한 목소리였다.

“그만들 합시다. 그런 얘기나 하자고 모인 게 아니니까.”

“아, 죄송합니다.”

금세 분위기가 정돈됐다. 이어 권기택 감독이 작게 한숨 쉬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계속 그 친구 얘길 하면 관계성이 짙어지는 거야. 확실히 선을 그었으니까 이 이상 서채은씨 얘기는 하지 말자고.”

“예예, 감독님.”

“입단속들 제대로 해요.”

푸근하지만 확고한 말투에 전부가 입을 합 다물었고, 권기택 감독이 영화사 직원 쪽을 보며 물었다.

“이번 일로 딜레이 된 게 전체적 홍보와 대본리딩 또 뭐가 있지?”

“말씀하신 것과 서채······아니 빈 자리의 배우 캐스팅 빼곤 큰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음.”

“배우 쪽도 시나리오 돌리면 금방 입질 올 거라 생각합니다. 외부엔 강우진, 류정민씨만 던진 상황이라 땜빵 느낌도 없을 거고. 혹, 생각하신 배우가 없으시면 저희가 따로 선별한.”

“아니. 정한 배우는 있고, 아마 거의 다 왔을 거예요.”

“······예?”

회의실 전체 인원이 술렁인다. 뜬금없이 누가 온다는 건가? 이때 유리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곧, 유리문을 열고 약간 당황한 여자 직원이 작게 말했고.

“저, 저기 감독님. 하유라씨 오셨는데요.”

모두의 눈이 커진다. 웅성거림이 커진다. 누가 왔다고? 하유라? 하유라는 헐리웃에 있지 않나? 따위의 속삭임이 만연해지는 상황.

-스윽.

회의실로 진짜 하유라가 들어섰다. 그런 그녀가 눈웃음치며 모두에게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하유라가 한국에 있는 건 비밀이었고 그렇기에 권기택 감독도 오늘 처음 밝힌 것. 뭐, 당연하겠지만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반면, 침착한 권기택 감독은 입구 쪽에 선 하유라에게 다가서서는 읊조렸다.

“헐리웃에 있을 하유라가 한국에 있었고 권기택 영화에 캐스팅됐다. 이렇게 대뜸 홍보를 시작하면 더 눈길을 끌지 않겠어요?”

빠른 반응을 보인 것은 배급사 쪽.

“무, 물론입니다! 100% 관심이 쏠릴 겁니다!”

반전에 충격을 더한 전략.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닌지 권기택 감독이.

“좋아요, 그럼 멈췄던 언플 바로 재개합시다. 시작은 여기 하유라씨부터.”

나긋나긋 지시를 추가했다.

“아, 그리고 홍혜연씨 우정 출연 건도 같이 섞어요.”

이후.

3일 오후 무렵, 여전히 서채은의 이름으로 난장판인 인터넷에 ‘실종의 섬’ 기사가 대포처럼 쏘아졌다.

『[단독]권기택 감독 ‘실종의 섬’에 하유라 전격 합류······홍혜연은 우정 출연』

당연히 ‘실종의 섬’ 배급자 측에서 타이밍을 노리고 시작한 홍보였다. 문제는 내용에 퍽 반전다움이 숨어 있다는 것.

『[무비픽]‘실종의 섬’ 주연 라입업 확정! 류정민, 전우창, 김이원, 강우진 그리고 하유라』

『[스타톡]‘실종의 섬’ 관계자 측 “하유라 확정 맞다”, 하유라는 헐리웃에 있는 게 아니었나?』

『급작스런 하유라부터 전우창, 김이원 등 과연 ‘실종의 섬’ 라인업 화려하네!』

바로 하유라였다. 헐리웃에 있어야 할 그녀가 한국에 있다? 심지어 핫한 ‘실종의 섬’에 캐스팅된 상태. 따라서 하유라의 이름은 서채은과 비슷하게 인터넷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둘 다 같은 충격이지만 결이 달랐다.

서채은은 저 심해 깊은 곳에 처박혔지만 하유라는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상당히 대비되는 그림.

『류정민, 강우진 합류한 ‘실종의 섬’에 갑자기 하유라? 누리꾼들 갸웃』

커진 하유라의 궁금증이 풀린 건 그녀의 SNS에서부터였다. 3일 밤쯤 하유라 본인이 자초지종을 업로드했기 때문.

즉, 하유라의 국내 복귀는 확정.

따라서 대중들이 ‘실종의 섬’에 거는 기대가 한없이 치솟았다. 강우진이 물꼬를 텄고 류정민이 날개를 달았으며, 하유라 등 다른 탑배우들이 날갯짓한 격. 이렇듯 영화판 모두의 시선이 ‘실종의 섬’에 몰려있을 무렵.

한 편집실에서도 강우진이 발 담근 작품이 속력을 내고 있었다.

약 2주 전 본격적인 후반 편집에 돌입한 ‘마약상’.

재밌는 것은.

“아오- 씨, 돌겠네.”

약간 어둑한 편집실을 핸들링하는 김도희 감독의 얼굴에 난감함이 가득하다는 것. 이유야 간단했다.

“겁나 어렵다, 이거. 이 컷을 살리자니 전 컷이 눈에 밟히고, 전 컷을 올리자니 또 이 컷이 아깝고. 하, 이상만 쪽 편집 골치 아플 것 같더라니.”

강우진이 연기한 이상만 분량이 심히 고민됐으니까.

“어떻게 버릴 그림이 하나 없냐고-”

뭐하나 쳐낼 컷이 없었다. 정면이든 측면이든 또는 솔로 샷이든 투샷 등등. 그야말로 이상만의 편집 난이도는 지옥 수준이었다. 흠잡을 게 전혀 없다는 게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격.

“미친. 까메오 편집에 이렇게 죽을 똥 싸는 건 처음이네, 진짜.”

“감독님. 어쩌시겠습니까? 계속 지체되면 전체 스케줄 빵꾸나는데요?”

“그럼 편집 기사님이 한 번 골라 봐요. 이거 셋 중에 뭔 그림이 더 나은지.”

“······전 정면샷이.”

“확실합니까?”

“아니요. 측면이 나을 것···아니, 죄송합니다.”

이때 편집 기사 한 명이 읊조렸고.

“근데 이상만 퀄이 이 정도면 뭔 그림을 쓰든 관객들 훅 빠질 것 같습니다만?”

“그렇긴 한데 편집으로 그걸 더 극대화 시키고 싶은 거지.”

부스스한 머리를 벅벅 긁던 김도희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몰라, 일단 이상만은 뒤로 좀 미룹시다. 다른 컷부터 후딱후딱 쳐내죠.”

이상만을 편집 후반부로 밀어냈다. 당연히 최대치의 속력을 내기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

이어진 토요일.

커다란 작품 하나가 막을 내릴 예정이었다. 어느새 16화를 달려온 ‘프로파일러 한량’이었다. 7월 4일 토요일. 오늘이 마지막 화. 워낙 초대형 인기작이라 다사다난하긴 했다만.

『‘어느새 마지막 화’, 꾸준히 20% 이상 올리던 한량 마지막 화 시청률은?』

한량은 꾸준히 20% 시청률을 유지했다. 그리고 수많은 관심이 쏟아진 마지막 화 시청률은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에 발표됐다.

『[드라마픽]전설 남긴 ‘프로파일러 한량’, 마지막화 종합 시청률 24.3%』

24.3%. 마지막 화라는 이슈가 섞인 탓도 있겠지만 대단한 수치였다. 다만, 하나 아쉬운 건.

『‘한량’ 마지막화 시청률 24.3%···결국 초반 ‘박대리’의 25%를 넘진 못 했다』

‘박대리’의 임팩트를 넘지 못했다는 것. 그래도 마지막 화 이후 한량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대체로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완벽했다는 평가. 따라서 여러 인물의 몸값이 단번에 훅 뛰었다.

박은미 작가, 송만우 PD, 홍혜연, 류정민.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것은 역시나 강우진이었다. ‘실종의 섬’으로 좀 시끄럽다 했더니 한량의 막방으로 데시벨이 몇 배는 증가됐다.

뒤로 며칠.

『일본 넷플렉스 풀린다는 ‘프로파일러 한량’, 과연 일본에서도 먹힐까?』

정식 막방을 끝낸 ‘프로파일러 한량’의 일본 런칭소식이 번졌다. 워낙 한국에선 초대박작이었기에 기대치는 높다. 그래서인지.

『[이슈체크]‘한류’ 힘입어 ‘한량’도 일본에서 훨훨 날 수 있을 듯』

『‘국내’에서 잘 됐어도 ‘일본’에선 망한 작품 수두룩···‘프로파일러 한량’도 방심하면 같은 꼴』

헛소리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10일, 금요일.

늦은 아침. 무심한 얼굴의 강우진은 승합차에 탄 채 어딘가로 이동 중이었다. 그런 그는 지금 말없이 대본을 읽고 있다.

-팔락, 팔락.

‘남사친’ 1부 대본이었다. 물론, 세세하게 보는 건 아니다. 완독은 진작에 끝냈으니까. 그저 우진은.

‘보면 볼수록 진해지니까, 이거 다 읽으면 리딩(경험)도 몇 번 해야지.’

더욱 짙은 연기를 원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왜 우진은 돌연 ‘남사친’에 집중하는가? 심플했다. 정확히 1시간 뒤 정오부터 ‘남사친’의 정식 대본리딩이 있을 예정이었기에.

따라서 지금 이동하는 곳은 ‘남사친’의 제작사였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현재 ‘남사친’의 제작사에는 대본리딩 세팅이 한창일 게 빤했다. 당연히 김소향 총괄디렉터 등의 넷플렉스 인원들도 모였겠지. 오늘 모일 배우는 강우진, 화린을 포함해 대략 열댓 명.

급은 B급부터 신인 등 다양했다.

곧.

‘아으- 이 기분은 진짜 영 적응이 안 되네.’

한 시간 뒤 있을 대본리딩을 상상하던 강우진은 살짝 떨렸다. 처음 본 배우들 때문인 것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주연, 솔직히 실감이 안 나긴 해.’

주연배우로서 첫 대본리딩이었기 때문. 상업성이 짙은 작품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주역. 부담감이 증가 될 수밖에. 더군다나 속 알맹이는 여전히 햇병아리. 여기서 강우진은 그냥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가타부타 이해관계는 모르겠고 그냥 연기만 생각하자.

그러니 슬슬 아공간에 들어가 볼까? 이어 강우진이 검지를 들었을 때였다.

“어, 말해- 어?!”

조수석의 최성건이 귀에 붙인 핸드폰에 대고 뜬금없이 훅 외쳤다.

“한량 지금 일본 넷플렉스 1위라고?!”

< 단막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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