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03화 (103/201)

< 단막 (3) >

일본 넷플렉스에 런칭하자마자 한량이 1위를 먹었다. 이 소식을 접한 조수석의 최성건은.

-스윽.

몸을 돌려 뒤쪽 강우진과 눈을 맞췄다. 어느새 최성건의 입가엔 미소가 번져 있었다. 반면, 강우진은 무심한 얼굴. 허나 속으로는 퍽 어깨춤을 춰대고 있었다.

‘오- 1등? 대박. 겁나 빨리 먹었네??’

솔직히 시스템이야 어찌 돌아가는지 모른다만, 뭐가 됐든 1등이라는 건 잘된 일 아닌가? 요 며칠 기자 몇몇이 잘 안 될 것 같다는 둥 잡소리를 뱉어대더만, 그건 이제 쏙 들어가겠네? 속으로 신기해하는 우진에게 최성건이 말했다.

“좀 더 기뻐해도 돼, 임마. 하이파이브 한 번 쌔리자.”

마음 같아서는 하이파이브 수십 번도 때릴 기세인 우진이었으나, 게걸스러움은 컨셉이 맞지 않다. 따라서 강우진은 최성건이 내민 손바닥을 덤덤히 한 번 부딪혔다. 동시에 최성건이 핸드폰 너머 직원에게 지시했다.

“어어, 일단 알았어요. 한량 관련해서 일본 쪽 반응 좀 긁어서 보내봐. 응응.”

그렇게 최성건이 통화를 마쳤을 때, 보라색 단발로 바뀐 한예정이 핸드폰을 훅 들어 우진에게 보였다.

“진짜예요, 1등.”

한예정의 핸드폰 화면엔 한 블로거의 페이지가 출력되고 있었다. 매주 일본 넷플렉스 순위를 업데이트하는 블로거였고, 방금 올린 따끈따끈한 순위표에는 ‘프로파일러 한량’이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의 실시간 TOP10 콘텐츠]

1. 프로파일러 한량

2. 도쿄 침수2

3. 사이버펑크 스파이

4. 데츠야씨의 식탁

5. 강철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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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실물을 보니 우진의 신기함이 배가 됐다. 자신이 참여한 드라마를 딴 나라 사람들이 본다? 심지어 1등. 우진은 점점 궁금증이 커졌다.

‘평가는 어떻지? 악플 겁나 달린 거 아녀?’

과연 일본 사람들은 한량을 어떻게 봤을까? 또는 우진의 ‘박대리’를 보곤 어떤 생각을 할까?

이때.

“뭐, 찍먹이긴 하다만 첫 해외 진출치곤 성공적인데?”

방금 핸드폰에 도착한 뭔가를 보던 최성건의 미소가 짙어졌다.

“일본 쪽 반응 죽인다, 우진아.”

같은 시각.

최성건의 말처럼 일본 쪽에서 ‘프로파일러 한량’의 인기는 심상치 않았다. 사실, 일본에 한량이 런칭하기 전부터 SNS 등으로 얘기다 돌긴 했었다.

한국에서 초대박을 터트린 드라마가 일본에 상륙한다 따위의.

시작은 한류에 푹 빠진 일본 사람들 위주긴 했다. 하지만 입소문은 빨랐다. 일본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류정민이나 홍혜연 등의 탑배우들 덕분.

결과적으론 런칭과 동시에 1등.

이미 일본 넷플렉스에는 많은 한국 컨텐츠가 오픈됐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1등을 먹은 것은 한량이 처음이었다. 것도 드라마만으로 1등이 아닌 전체 컨텐츠를 산정한 결과였다.

‘프로파일러 한량’의 감상평도 폭발적이었다.

가장 시끌벅적한 것은 일본 쪽 각종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들이었다.

-프로파일러 한량! 넷플렉스에 한국의 새 컨텐츠 올라왔길래 봤는데 만족스러워!

-빌런들 연기가.....잠 못 잘 것 같아...

-확실히 한국은 일본의 컨텐츠 시장을 앞서고 있는 것 같아, 한량을 보면 많은 것에서 차이가 나. 특히 배우들의 연기!

-류정민 파마머리 너무 귀여워!

-한량 너무 재밌다! 역시 홍혜연은 형사 스타일인데도 예뻤어. 근데 초반 빌런은 누구야? 엄청 인상적이었어.

-기대보다 재미 없었어....그래도 역시 배우들 연기는 환상적!

-박대리 역 한국배우 이름 아는 사람!?

-나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강우진이라는 신인이래!

-난 너무 별로였는데?

-별로라는 거 네 얼굴 말하는 거야? 거울을 좀 봐

-내가 좋아하는 추리물! 16화라 조금 길었는데도 밤을 새워버렸어!

-모든 빌런이 무서웠지만 특히 1화부터 4화까지 나온 박대리는 정말정말....잘생겼더라

-강우진이라는 신인 배우 정보 잘 아는 사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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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도 한량 얘기는 많았다.

[@rrruu_45652]

[wwwww이번 넷플렉스 신작! 프로파일러 한량! 다들 꼭 봐(링크) 진짜 재밌어! 특히 4화까지는 눈을 떼기 힘들 다니까?]

일본과 한국의 드라마 방식은 차이점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일본 사람들이 한량에 푹 빠졌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작품의 풍이었다. 총 4명의 빌런으로 4가지 에피소드를 구성한 것, 추리와 형사가 주가 되는 주제라는 것.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한량에는 일본에도 익숙한 맛이 섞였다.

실제 일본에선 여전히 매 분기 ‘형사’나 ‘추리’ 드라마가 인기니까. 거기에 폭발하는 한류가 힘을 실었다. 성공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수준.

특이한 건.

-한량의 첫 번째 빌런 말이야, 분명 웃을 땐 무서운데 왜 나는 떨리는 걸까?

-나도 그랬어. 무서운데 몇 번이나 되돌려 봤는지 몰라

-이유를 알려줘? 잘생겨서

한량을 본 일본 시청자들 사이로 박대리의 언급이 잦다는 것. 강우진이란 이름도 자주 등장했다. 그럴 만했다.

-강우진 이 한국배우 SNS 찾았는데 난 오늘부터 그를 염탐할 거야.

기대하고 있었든 그냥 궁금증에 봤던, 시작이야 어찌 됐든 한량 1화를 본 일본 시청자들에게 박대리의 임팩트가 대단했을 테니.

그래서일까?

한량 관련 너튜브 영상에 일본어가 퍽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박대리’ 위주의 편집본 영상이 유독 심했다. 물론, 전체로 본다면 미약하다만 계속해서 늘어날 것은 자명했다. 한량이 일본 넷플렉스에 오픈한 건 해봤자 며칠이니까.

상황이 이쯤 되자.

『[공식]‘프로파일러 한량’ 일본에서도 터졌다, 실시간 일본 넷플렉스 1위 선점』

냄새를 맡은 국내 언론이 일본 상황을 퍼다 나르기 시작했다.

『런칭과 함께 일본 넷플렉스 1위, ‘프로파일러 한량’ 일본에서도 대박 행렬 이어간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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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58

팔로워 100.2만

팔로우 7

강우진의 팔로워가 100만을 넘겼다. 분명, 며칠 전과 비교해서 오르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고.

-大好きです! 本当に大好きです! ずっと応援してるよ! (대충 사랑한다는 뜻)

안 보이던 일본 댓글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늦은 점심쯤.

한 제작사 회의실이 시끄럽게 붐비고 있다. 수십 스탭들은 뭔가를 세팅하기 바빴다.

“자자! 슬슬 음료랑 다과 올려요!”

“여기 의자 부족한데 여유분 어딨어요??!”

“밖에요! 밖에 복도에!”

“이름표 깔겠습니다!”

그런 회의실의 입구 유리문에 붙은 종이.

-<남사친> 대본리딩장.

그랬다. 이 회의실은 ‘남사친’의 대본리딩장으로 탈바꿈되고 있는 것. 감독, 작가 그리고 배우들이 앉은 ㄷ자형 책상. 그 책상을 ㅁ자로 감싸듯 배치되는 수십 의자. 이 의자들엔 넷플렉스, 제작사, 배우 매니저 등 관계자들의 자리였다.

뒤로 몇십 분 뒤.

얼추 리딩장 세팅이 완료된 시점부터 배우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기합이 잔뜩 들어간 신인 또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름 인지도가 있는 조연롤 배우. 오늘 ‘남사친’ 리딩엔 강우진과 화린을 포함해 총 열댓 명 되는 배우들이 올 예정. 그중 반 정도는 신인. 전체적으로 봐도 인지도면에선 배우들의 힘이 낮다.

뭐, 애초 남주인 강우진도 따지면 쌩신인.

이 정도 라인업이 단막으로서는 자연스러운 그림이니까. 애초 단막에 화린급이 붙은 것이 이례적.

다만 희한한 것은.

“저- 안녕하세요, 신인 구상현 매니접니다. 저기 저 친구요.”

“아아, 반가워요. 송희 맡고 있습니다.”

“하하. 송희씨 요즘 분위기 좋던데요?”

“뭘요. 여기 남주에 비하면 뭣도 아니죠.”

“강우진? 하긴 오지긴하더라구요. 우리 상현이랑 같은 신인인데 차이가 그냥- 어후.”

“다들 비슷하지 않습니까? 뭔 데뷔하고 몇 달 만에 권기택 감독에 윤병선 PD에. 말이 안 돼, 말이.”

“오다가 보니까 한량도 일본 넷플서 1등 먹었던데요?”

자리를 하나둘 차지하는 배우 매니저들의 입에선, 화린보단 강우진의 얘기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다는 것.

“강우진 직접 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오늘 처음 보는 거죠. 그래서 쉴 때 말이나 한번 걸어볼라고요.”

“그러니까요, 그 대박 기운 좀 나눠 줬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소문 들어보니까 살가운 편은 아니라고 하던데.”

“아아 그거? 뭐, 근데 등장하자마자 연예계 씹어먹고 있는데 적당히 콧대는 높겠죠.”

경험으로 따지면 화린보다는 한참 아래지만 강우진의 인지도는 깡패 수준이었다.

“‘흥신소’ 빼고 상업 작품 주연은 이게 처음이죠? 강우진.”

“로코도 처음인 거로 알아요.”

“화린은 이거 왜 한다고 했을라나? 화린 정도면 대형 작품 대본도 충분히 들어왔을 건데.”

“모르죠. 왠지 잘 될 것 같지 않아요? 화린에 강우진에. 근데 둘이 좀 친한가?”

“전혀 아니라고 들었어요. 여기 스탭들한테.”

배우들도 비슷했다.

아직 친해지진 않았기에 서로 떠들진 않지만 다들 주연 자리를 힐끔댄다. 부러움이나 질투는 당연히 있겠지. 과연 그 소문의 괴물 신인은 어떤 성격일까? 연기는 어떨까? 뭔가 다른 게 있을까?

나와 다른 점이 대체 뭘까?

점점 웅성거림이 커지는 리딩장에서 배우들은 저마다 강우진을 상상했다. 경력으론 이 자리서 막내지만 파급력으로는 제일 우위에 선 신인. 그는 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고작 몇 달 만에 국내 연예계를 뒤집을 수 있었을까?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리딩장 전체로 여자 목소리가 퍼졌다. 여유가 묻은 인사였다. 덕분에 배우들부터 관계자 수십 명의 시선이 움직였다. 긴 머리를 묶은, 딱 붙는 반팔에 루즈한 청바지를 입은 화린이 도착했다.

단숨에 시선 집중.

그런 화린은 리딩장에 들어서자마자 여럿에게 인사를 던져댔지만.

‘좀- 어색하네.’

거의 초면이라 그런지 약간의 민망함은 어쩔 수 없었고.

‘분위기도 좀 무겁고. 근데 우진님은 어디에.’

눈 밑의 점 부근을 긁던 화린은 바로 강우진부터 찾았다.

-스윽.

그 순간 그녀의 뒤로 느껴지는 인기척. 곧, 화린의 귓가에 낮은 톤의 남자 목소리가 침투했다.

“화린씨, 안녕하세요.”

움찔한 화린이 고개를 휙 돌렸다. 무표정의 강우진이 서 있었다. 화린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가.

“아- 큼큼.”

애써 팬심을 진정시키며 강우진에게 인사했다.

“오셨어요?”

참고로 화린은 최근 강우진의 목소리에 푹 빠진 상태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우- 목소리 들으니까 노래 들리는 것 같네!’

강우진의 보컬에 반한 상태. OST 녹음 날부터 그랬다. 덕분에 그녀의 덕질은 심화되는 중. 이어 화린이 우진에게 다른 것을 축하했다.

“한량 일본 넷플에서 1위 먹었다면서요?”

“네.”

“잘됐네요. 막 일본에서도 갑자기 인기 터지시는······”

곧, 말끝을 흐리는 화린. 이유야 심플했다. 리딩장의 모든 시선이 강우진에게 박힌 것을 인지했으니까.

“아. 제가 너무 말이 많았네요.”

“아니요.”

시니컬하게 고개를 저은 강우진이 한 걸음 움직이며 리딩장 전체를 훑었다.

“······”

덤덤한 얼굴. 다만, 우진의 심장은 이 리딩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조용하지 않았다.

‘아오- 씨. 왜들 나만 보고 있냐? 가만있어 봐. 인사를 전체적으로 강하게 한 방만 박는 게 맞겠지?’

솟는 긴장감을 컨셉질의 에너지로 바꾼 강우진이 리딩장 전체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강우진입니다.”

착 깔린 그의 냉정한 목소리가 리딩장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큰 반응은 없다. 우진을 무시해서가 아니었다. 강우진의 무거운 임팩트에 약간 멍때린 것. 특히나 반사적으로 일어난 배우들이 그랬다.

‘······포스 오지네.’

‘확실히 다르긴 하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달라.’

‘뭐지? 아우라가 그냥 미쳤는데?’

반면, 강우진은 약간 당황하고 있었다.

‘리액션이 좀 미적지근 한데?? 왜지?’

이 같은 상황을 깬 것은 익숙한 사각턱의 남자였다.

“허이구- 다들 서서 뭐해요?”

‘남사친’의 총괄 연출 신동춘 감독이었다. 그의 옆에는 얼굴에 수줍음이 가득한 최나나 작가도 함께였고, 신동춘 감독의 등장으로 어색한 리딩장의 냄새가 약간 유하게 풀렸다.

“배우님들은 다 오셨나? 우진씨하고 화린씨도 앉아요, 바로 시작합시다.”

책상 상석 쪽으로 움직이는 신동춘 감독. 그 뒤를 최나나 작가와 화린이 따랐다. 화린은 신동춘 감독 기준으로 오른쪽 첫 자리에 앉았다.

-[이보민 역: 화린 님]

그리고 강우진은 왼쪽 첫 자리였다. 다만, 그는 자신의 자리 위에 올려진 이름표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한인호 역: 강우진 님]

이유는 정확하겐 몰랐다. 그냥 좀 뭉클해서였다.

‘한량 땐 여기에 류정민님이 앉았었는데.’

많은 배우 중에 첫 번째. 주연인 첫 자리. 물론, 한량보단 배우의 수가 반 정도지만 주인공은 주인공. 그리고 앞으로 강우진은 이 자리에 앉을 날이 많은 터였다.

어쨌든.

-스윽.

우진이 나름의 뭉클함을 가지고 의자에 앉자마자.

“그- 우진씨, 화린씨. 리딩 시작하기 전에 전달할 게 하나 있는데.”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 뜬금 입을 열었다.

“우리 ‘남사친’이 시작부터 키스씬이 있잖아요? 촬영상 말고 대본상으로. 그거를 좀 수정할까 해요.”

예? 그게 무슨 소리죠? 우진의 근엄함이 약간 꿈틀했다. 동시에 건너편 화린이 끼었다.

“네?! 왜요??”

아차차. 자신이 언성이 약간 컸다는 걸 인지한 화린이 우진을 힐끔했다. 표정을 읽기 힘들다.

‘아무렇지 않은 건가? 하- 너무 오바떨었어.’

이어 큼큼대던 화린이 약간 놀란 신동춘 감독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아니요. 너무 갑작스러워요. 혹시 씬을 삭제한다거나 그런 거예요?”

되물음에 신동춘 감독이 옆자리 최나나 작가를 봤다가.

“아니요, 굳이 따지자면 인물의 감정을 돋보이게 하면서 더 디테일하게?”

다시금 화린과 눈을 맞추며 답했다.

“또는 좀 더 딥한 그림을 생각하고 있어요.”

< 단막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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