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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07화 (107/201)

< 단막 (7) >

내 보컬을 사용해? 거기다 내 외국어까지 곁들인다? 간략한 설명을 들은 강우진은 바로 이해되진 않았다.

‘일단, 보컬을 이용한다는 건 내 노래를 주제를 잡겠다는 거지?’

아직 연예계에 관해선 배울 게 많은 그였으니 당연했다. 애초 저 능력 좋은 대표님의 생각을 우진이 쉽게 소화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반면, 강우진의 옆자리 한예정은 나름 연차가 있다 보니 바로 이해하는 듯 보였다.

“아- 그런 식으로요? 괜찮은 거 같아요.”

조수석 최성건이 웃는다.

“그렇지? 우진이의 메인인 연기는 곁다리처럼 보이면 안 돼. 가치를 높여야 하니까 너튜브에서 보여주는 건 탈락이고.”

“그건 완전 찬성.”

소외감. 둘만 신나게 얘기하지 마시고 나도 껴 달라고요. 여전히 오리무중이긴 했으나 강우진은 극한의 뻔뻔함을 얼굴에 건다. 얼추 이해하는 척. 거기에 약간의 허세도 첨가해야겠지.

철판을 깐 우진이 낮은 목소리를 냈다.

“느낌은 알겠습니다.”

“하하, 넌 어떤 것 같냐?”

“···일단 대표님 의중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본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보자-”

됐다. 아주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넘어간다. 꽁지머리를 재차 묶으며 말을 고르던 최성건이 다시금 입을 연 건 이때.

“일전에 네 노래 실력 관련해서 뮤지컬 얘기를 꺼냈었잖아, 내가.”

“예. 기억납니다.”

“아. 혹시 몰라서 물어보는데. 우진이 너 뮤지컬···해봤냐?”

해봤겠습니까? 심지어 살아생전 뮤지컬을 본 적도 없는 우진이었다.

“아니요.”

“그, 그렇지? 아니 또 뜬금 폭탄 터트릴까 봐 물어본 거고. 여튼 네 보컬과 연기에 딱 어울리는 건 뮤지컬이다만, 나도 뮤지컬 쪽은 좀 전문이 아니거든. 그래서 저번에 너 OST 녹음할 때 아는 뮤지컬 쪽 관계자 불러서 보여줬었다.”

“···그렇습니까?”

전혀 몰랐다. 강우진은 묵묵한 표정이긴 했다만 최성건의 추진력에 심히 감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성건이 말을 이었다.

“응. 결과적으론 충분히 먹힌다는 대답이 나왔어.”

“다행이네요.”

“그렇지.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꽤 걸린다는 거야. 거기에 너도 잘 알겠지만 뮤지컬은 또 시장이 아예 다르기도 하고.”

즉, 우진이 뮤지컬에 합류하는 것까지와 그 사이 갖춰야 할 조건들이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뜻.

“뭐 그런 거야 차차 생각하면 되는 거라 괜찮다만, 그저 뮤지컬만 보고 네 보컬을 썩히는 건 아깝잖냐? 네 보컬이나 연기 외 다른 능력들은 한마디로 보트에 모터 같은 거라고.”

“보트에 모터.”

“어어. 넌 지금 물이 들어오는 걸 넘어서 폭포수가 쏟아지는 중이고, 남들은 해봤자 노를 젓는 게 다지만 너는 모터를 쓸 수 있다 이 말이야.”

옆자리서 보던 코디북을 덮던 한예정이 쌀쌀맞게 거들었고.

“하긴. 그냥저냥 일반인들보다 노래를 잘한다 수준도 아니고, 우진 오빠 보컬 진짜 쩌니까.”

운전 중인 우람한 장수환도 끼었다.

“하하! 맞습니다! 그 화린님도 반할 정도 아닙니까!”

급작스레 비행기를 태우는 바람에 우진이 약간 민망해졌으나 애써 무심함을 유지했다. 이어 꺼낸 핸드폰을 강우진에게 보이며 흔드는 최성건.

“그러니까 네 보컬을 주제로 너튜브 채널을 열자 이거지. 근데 뭐 대놓고 너튜브용 가수를 하라는 게 아니라, 그냥 시중의 곡을 편곡해 커버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가는 게 좋겠지?”

“노래 커버- 본 적 있습니다.”

“맞아, 요즘은 자주 보이니까. 근데 아무래도 시기상 해외를 강타한 한류붐을 이용하는 게 타당하겠지? 그러니 KPOP 커버로 시작.”

여기서 미소가 짙어진 최성건이 흔들던 핸드폰으로 너튜브를 열었다.

“다만, 우진이 네가 말한대로 KPOP이든 뭐든 자기식대로 부르는 커버 채널은 이미 꽤 많아. 차별성이 없지. 음- 이미 우진이 너 인지도는 치솟고 있으니까 초반엔 관심이 집중될진 모른다만. 내 보기엔 좀 아쉬워. 분명, 오래 못 갈 거고. 반짝하고 말 거다. 컨셉이 있던 거니까.”

“······”

“그럼 어떻게 하냐? 차라리 KPOP을 영어나 일본어 버전으로 바꿔서 부른다. 이러면 좀 신박하지?”

“아.”

“이것도 외국어 실력이 애매하면 생각도 못 할 거긴 한데, 우진이 너는 임마 그냥 현지인 수준이잖냐? 이게 잘 먹히려면 높은 인지도, 가수급 보컬, 모국어 수준의 외국어, 준수한 외모가 기본인데. 넌 다 가졌지? 충분히 희소하고도 남아.”

설명을 들은 강우진이 속으로 순순히 인정했다.

‘괜찮은데? 뭔가- 어, 웅장한 계획.’

그것을 그대로 뱉는 강우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 하하. 마음에 드냐? 일단 내 설계상으론 이게 터지면 네 보컬 실력과 외국어 실력을 뽐내면서도, 한류에 빠진 영어권이나 일본 쪽 해외 팬들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국내 팬들은 당연하고. 오히려 파장이 클지 몰라.”

제대로 반전미를 뽐낼 수 있다는 뜻.

“한 마리가 아니라 잘 되면 여러 마리 토끼를 단박에 잡을 수 있다. 차후 채널이 커지면 뭐 게스트를 초대해도 되겠지, 콜라보 형식으로. 예를 들어 화린이라던가.”

당장은 말뿐인 계획이긴 했다만 우진에겐 꽤 진한 기대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과거엔 그저 ‘지옥철’의 지루함을 버틸 너튜브였으나, 지금은 그 드넓은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생겼으니까.

‘흐흐, 인생 진짜 판타스틱해지네.’

이어 보이던 핸드폰을 내린 최성건이 강우진을 보며 물었고.

“어때? 콜?”

업된 기분을 억지로 숨긴 우진이 냉정하게 답했다.

“예, 콜. 재밌을 것 같습니다.”

“나도 그래.”

단숨에 새로운 계획이 정립된 상황.

“오케이- 그럼 편곡, 가사 작업, 스튜디오 등은 최대한 빨리 준비해둘 게.”

최성건이 다이어리에 뭔가를 적으며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

“지금보다 더 바빠지기야 할 텐데. 할 수 있지?”

진짜 뒤지기야 하겠어? 우진의 대답은 간단했다.

“네. 충분합니다.”

이후.

강우진이 ‘프로파일러 한량’ 종방연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쯤이었다. 장소는 서울의 한 대형 고깃집. 도심 쪽이 아닌 외곽에 있는 곳이었고, 우진이 도착했을 땐 이미 고깃집 앞에 기자들이 포진된 상태였다.

“강우진씨!!”

“한량 이후로 분위기가 엄청 좋으신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우진씨!! 여기! 이쪽 좀 봐주세요!”

“권기택 감독과는 자주 연락하세요?!”

“손 한 번 흔들어주세요!”

“아직 윤병선 PD 예능 정보가 다 안 나왔는데, 본인 말고 또 캐스팅된 게 누군진 모르세요?!”

기자들이 달려드는 기세는 흡사 맹수와도 같았다. 한량 측 스탭들이 그들을 말리곤 있지만 열정이 과했다. 터지는 플래시도 마찬가지.

-파바바바박!

그 사이를 덤덤히 지나가는 우진은 최성건의 조언대로 작게 손을 흔들면서도.

‘눈뽕! 앞이 안 보인다고! 아- 일단 표정관리, 표정관리.’

최대한 비정한 세련미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워낙 정신이 없던 터라 중간에 스텝이 꼬이기도 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건 다행이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입성한 고깃집.

내부엔 이미 수십 스탭들과 한량의 배우들이 대부분 참석한 상태였다. 곧, 우진에게 던져지는 스탭들의 인사들.

“우진씨 왔습니다!!”

“어이구- 강스타님 오셨네!”

“하하하, 오랜만이네요! 요즘 진짜 잘나가시던데요??”

“맞아! 인터넷 켜면 우진씨 기사밖에 안 보여요!”

다들 먼저 한 잔씩 걸쳤는지 언성이 높다. 허나 그들과 달리 우진은 차가워야 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적당적당히 인사를 뱉는 강우진. 그런 그에게 촬영 감독이 술잔을 권했다.

“밖에 기자들 때문에 고생 많았죠? 자자, 한잔한잔! 시원하게!”

“아니요, 술은 좀 힘듭니다.”

“어잉? 저번에 회식 때도 그러드만. 우진씨 원래 술을 못 하나?”

그럴 리가요. 사랑합니다 술. 배우 되기 전엔 나름 술을 즐기던 그였다. 하지만 현재는 그럴 수가 없다.

‘술 잘 못 먹었다가 취하면 싹 망한다. 참자, 참어. 하- 씨 그래도 좀 땡기긴 하네.’

까딱 취했다간 알맹이 강우진이 튀어나올 테니까. 어쨌든 우진은 배우들이 모인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류정민부터 홍혜연 등 전부가 모였다.

가장 먼저 외친 건 호탕한 장태산.

“오우! 대스타님 오셨네! 앉아요, 앉아.”

다음이 파마를 푼 류정민이었다.

“왔어요? ‘남사친’ 기사 봤어. 촬영은 언제부터예요?”

답하던 우진은 헤어가 달라진 류정민을 보며 속으로 긴 한숨을 뱉었다.

‘파마했을 때도 존잘이었는데, 푸니까 이건 뭐 진짜 넘사네 넘사. 미쳤다 비주얼.’

뒤로 왁자지껄 이어지는 종방연.

방영 때나 종영한 지금도 한량의 기세는 치솟고 있기에 분위기는 파티 이상이었다. 이때 긴 생머리를 묶은, 술기운에 얼굴이 약간 벌게진 홍혜연이 우진의 옆에 바싹 붙었다. 향기와 약간의 술 냄새가 섞여 풍긴다. 덕분에 우진의 옅게 긴장했고 홍혜연이 속삭였다.

“화린이랑 어때요?”

“어떤 걸 묻는 건지.”

“친해졌다던가 연락을 하고 지낸다던가.”

“그냥 그렇습니다. 딱히 친해지지도 않았구요.”

“정말 돌 같이 보나 보네. 그래도 상대가 화린인데. 걔한테 들러붙는 애들 많거든요. 팬들 말고 이 바닥에서.”

뭔 소리지. 그러다 우진이 번뜩 뭔가를 떠올렸다.

“아 대영이는 어딨습니까? 안 왔어요?”

“왔어요. 저기.”

홍혜연이 몸을 돌려 뒤쪽을 가리켰다. 우람한 몬스터가 고기와 술을 흡입하고 있다. 고기 청소기가 따로 없다.

‘병신, 숨 좀 쉬면서 처먹어라. 고기 먹다 급사하겠네.’

그러다 강우진과 눈이 마주친 김대영이 커다란 손을 붕붕 흔든다. 다행히 이 바닥에 잘 적응한 듯 보였다. 이 순간.

“우진씨.”

누군가 강우진을 불렀다. 턱수염 송만우 PD였다. 드라마 촬영은 끝났는데 다크서클이 짙어진 모습.

“잠깐 얘기 좀 합시다.”

“아- 예, PD님.”

둘은 자리서 일어나 화장실 방향으로 걸었고, 그 모습을 자리에 앉아 좁게 뜬 눈으로 바라보는 박은미 작가. 이어 상대적으로 한산한 화장실 쪽 복도에 선 송만우 PD가 급작스레 폭탄 발언을 했다.

“나 이제 SBC 때려 칠라고. 이미 사표도 냈어요.”

갑자기? 약간 놀린 우진이었으나 일단 침착하게 답했다.

“그러십니까?”

“응. 지금 한량 후발 스케줄로 이래저래 정신없는데, 얘네만 좀 정리되면 바로 독립할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내가 대본 보내면 봐 줄 수 있겠어요? 그땐 방송국 소속이 아니라 외주 제작사 대표 입장이겠지만.”

“연출도 하십니까?”

“연출만 할 거야. 바지사장이지 뭐.”

“보내주시면 읽어보겠습니다.”

“하하, 고마워요. 그쯤 되면 우진씨 몸값이 뭐 천정부지로 뛰겠구만. 탑급 취급일 테고.”

시원하게 웃던 송만우 PD가 돌연 진지해졌다.

“그리고 혹시, 내가 대본을 픽하는 데에 고민이 되면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어요? 독립하고 첫 연출작인데 망하면 좀 거시기하니까. 강토템에 빌어봐도 되나? 그냥 가볍게 언질만 주는 정도도 괜찮아요.”

드라마계 초 거물 송만우 PD는 이미 강우진교의 독실한 신자였다. 이 양반 착각이 단단히 뿌리를 내렸네. 뭐, 별로 상관없긴 했다. 이미 착각들을 받아들인 우진이었으니까. 뭣보다 송만우 PD는 우진의 성장에 있어 시발점임과 동시에 1등 공신. 전염병의 숙주 역할도 톡톡히 했다.

여기서 강우진은 최성건의 가르침을 상기했다.

‘기브앤 테이크, 그리고 거물들 인맥 관리.’

그리고 대박 작품이 끼어있다면 강우진 역시 환영이었고.

“제가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강토템의 은혜를 약속받은 송만우 PD의 미소가 짙어졌다.

“하하,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구만.”

약 일주일 뒤, 서울의 한 고등학교.

늦은 아침. 종로구 쪽에 있는 고등학교였다. 한눈에 봐도 규모가 크다. 거기다 전체적 외관이 그림 같다. 뭐랄까, 일반적인 고등학교와는 인테리어 감각이 다르달까?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자연이었다.

학교 전체가 자연 속에 섞인 느낌이었다. 여러 종류의 나무가 많다. 학교 입구를 지나면 펼쳐지는 중앙 정원은 어떤가? 커다란 동상과 조경이 잘 꾸며진 정원은 대학 캠퍼스를 방불케 했다.

여러 건물들도 예사롭지 않았다.

정면에 위풍당당 보이는 고딕풍의 본관, 갈색 벽돌로 만들어진 별관들, 약간 성당처럼도 보이는 식당, 드넓은 운동장, 강당과 창고 그리고 기숙사 등등. 고등학교치고는 눈이 즐겁다.

그런 고등학교의 중앙 정원에.

“자자! 일단 장비들부터 빠르게 내릴게요!”

“감독님은요?!”

“촬영 장소를 확인하러 가셨습니다! 지금 강당에 계실 거예요!”

“무전기 분출합니다!! 팀별로 받아가세요!”

한 촬영팀이 빠르게 짐을 풀고 있다. 인원만 얼추 40명이 가뿐히 넘는다.

“야야! 임마! 그거 비싼 거라고 말했잖냐! 그렇게 툭툭 놓지 말라고!”

“죄송합니다!”

“가드님들! 학생들 몰리기 전에 막아주세요!”

“배우님들 어디쯤 오셨대요??!”

“거의 다 오셨답니다!”

대체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분위기. 그것을 부추긴 것은.

“헐! 대박! 진짜 왔네!”

“개신기해, 나 촬영하는 거 처음 봐!”

“근데 무슨 촬영인지 아는 사람!”

“나도 사관쌤한테 들은 건데 ‘남사친’이래.”

“어? 그거그거 뭐냐 넷플렉스??!”

스탭들 주변으로 모이는 학생들이었다. 7월 중순, 시기상으론 여름방학이라 학교는 텅 비었지만 기숙사에 남은 애들이었다. 처음엔 몇 명이었던 것이 소문을 타고 열댓 명으로 늘었다.

“‘남사친’?! 진짜 그거면 여기에 강우진이랑 화린 오는거임??!”

점점 커지는 데시벨. 그러나 학생들은 금세 가드 스탭들에게 가로막혔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틈새로 빼꼼빼꼼 촬영존을 미친 듯이 훔쳐봤다.

이때였다.

“하씨! 잘 안 보······어??”

십 수명 학생 중 한 여학생이 학교 입구 쪽에서 뭔가 아우라를 느꼈다. 곧, 촬영 준비하던 스탭 몇몇이 학교 입구로 뛰어간다. 그것을 홀린 듯 보던 여학생의 눈에.

-스윽.

무심한 얼굴의 남자가 덤덤히 걸어오는 것이 포착됐다. 저건 딱 봐도 연예인 포스. 이내 그의 얼굴을 알아챈 그녀가 남자를 검지로 가리키며 주위 친구들에게 외쳤다.

“저, 저기! 강우진! 강우진!!”

< 단막 (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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