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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42화 (142/201)

< 실종 (1) >

크랭크인. 즉, 첫 촬영.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마 이미 ‘실종의 섬’ 첫 촬영은 시작됐을 것이었다. ‘실종의 섬’의 촬영 소집은 아침부터였다. 허나 전체 주연 배우 중 한 명만 호출됐다.

바로 강우진.

한마디로 촬영 일정의 포문을 연 건 강우진이며, 류정민을 포함한 나머지 주연 배우들은 오후부터 합류였다. 뿌려진 촬영 스케줄상으로 보면 강우진은 아침에 서울에서 시작해, 지금은 부여에서 촬영이 한창일 것.

‘진선철 상병’으로서 말이다.

어쨌든 지금의 류정민은.

“후우-”

시나리오 속 ‘최유태 중위’를 되새김질하는 그는 각오가 남달랐다.

‘이번엔 같은 주연.’

한량 땐 인지도나, 주연이라는 격차가 있었지만, 요번엔 강우진과 차이는 거의 없다. 물론, 여전히 경력은 류정민이 훨씬 우세였다. 그러나 연예계는 경력으로 인기를 좌우하는 시장이 아니었다.

오직 사람들의 관심.

그렇게 본다면 현재 이슈왕인 강우진은 ‘실종의 섬’에서 가장 거대한 포식자였고, 류정민은 스스로 자세를 낮추며 본인에게 이름표를 달았다.

‘선배고 나발이고 오직 배우로서, 도전자로서 임한다.’

도전자. 류정민에게 강우진은 한계 그 자체였다. 최소 류정민은 그렇게 단정 지었다.

그렇기에.

‘······피하고 싶네, 솔직히.’

촬영장으로 움직이는 지금도 류정민에겐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버거웠다. 무겁다. 이미 탑인 그로서는 다른 길을 택해도 됐다. 하지만 류정민은.

“그래도, 이걸 넘으면 나도 어쩌면.”

한계를, 강우진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을 택했다. 분명, ‘실종의 섬’에서도 강우진과 맞닥뜨리면 좌절의 공포와 상실감을 얻게 되겠지. 그러나 현재 류정민은 도전자의 마음이기에 스스로의 독려가 아닌 독파를 선택한다.

‘실종의 섬’에서의 둘은 한량과는 결 다른 심리 싸움을 펼치게 된다.

‘최유태 중위’는 우진이 맡은 ‘진선철 상병’을 의심하면서도 믿으려 하며, ‘진선철 상병’은 그런 ‘최유태 중위’를 피해 괴생명체와 비슷한 급의 짓거리를 행한다.

아니다, 어찌보면 ‘실종의 섬’에서의 진정한 빌런은 ‘진선철 상병’이었다.

‘진선철 상병’은 ‘박대리’보다 영악하며 비밀이 많은 인물. 그러니 레벨이 더 높을 수 있다. 반면, 류정민의 ‘최유태 중위’는 한량의 ‘유지형’보다 능력이 낮다. 그러니 류정민으로선 더욱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류정민은 미소를 지었다.

‘딱 무대도 도전자답고 좋네.’

상황이 괜찮다 싶었으니까. 순수한 욕망, 욕심, 독기, 과열. 단어야 어쨌든 류정민은 확고했다.

‘그 괴물을 이용한다, 나를 위해.’

자신의 성장을, 한계 돌파를 위해 터무니없는 강우진을 사용하겠다고.

이 같은 분위기는 류정민만 그런 게 아니었다.

같은 시각, 같은 목적지로 이동하는 주연급 탑배우들 대부분이 그랬다. 최근 개봉해 준수한 성적을 내고있는 ‘어게인 맨’의 주연인 김이원.

“이중인격자라- 우진씨가 그걸 어떻게 연기하고 있을라나? 형, 좀 빨라 가자.”

“임마, 이미 밟고 있어. 근데 나도 좀 궁금하긴 하다. 국내고 일본이고 뒤집고 있는 그놈 연기.”

“하······솔직히 좀 쫄리거든? 근데 또 궁금은 해.”

그새 근육이 더 늘어난 듯한, 세상 호쾌한 전우창.

“우창아, 시나리오 그만 보고 좀 자두지?”

“에이 그랬다간 똥 싸지. 가뜩이나 내가 연기 제일 딸리는데! 거기에 우진씨까지?? 리딩때 우진씨 연기 못 봤어요?! 그걸 봤는데 어떻게 잠을 자!”

‘실종의 섬’에 제일 늦게 합류한 하유라까지. 특히 키가 길쭉한 그녀는 강우진에게 온통 신경이 쏠려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문득문득 우진의 얼굴이 떠올랐으니까.

‘······이젠 확실히 볼 수 있겠지.’

권기택 감독이 말한 ‘야생’, 그럼에도 철저히 교육받은 엘리트인 자신과 같은 메소드과. 대본리딩때의 강우진은 분명 대단했었다. 도저히 신인으로서 보기 힘든 연기를 보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더 있다. 그 괴물 신인은 뭔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묶은 머리를 풀어헤친 하유라는 이동 중 계속해서 강우진을 대입했다. 그리곤 그의 형상을 눈앞에 만든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하유라가 탄 흰색 벤이 부여의 초대형 세트 단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녀의 차 앞으로 스탭 몇몇이 달려오긴 했지만, 당장 대형 세트 단지 주변으로 수십 스탭들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지금 강우진과 권기택 감독 포함 촬영팀은 우거진 숲속 안에서 촬영 중일 테니. 이어 하유라는 곧장 촬영팀이 있을 숲속으로 이동했다. 이내 100명에 가까운 인원과 수많은 촬영 기기들이 그녀의 눈에 보였다.

더불어.

“액션.”

모니터 앞 권기택 감독의 나긋나긋한 신호도 들려온다. ‘실종의 섬’ 촬영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많은 조연부터 조·단역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죄다 군복을 입었고, 얼굴에는 피 분장부터 상처 분장까지 다채롭다.

촬영존은 대체로 어두웠다.

시간이 시간이기도 했고 차단막을 펼쳤기에 모니터에 담기는 건 밤의 느낌이 강했다. 곧, 하유라가 몰린 스탭들 뒤쪽으로 섰다. 현장엔 류정민 등의 주연 배우들이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탑배우들이지만 현재는 구경꾼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런 그들은 서로 눈인사만 나눈다.

현장의 공기가 매우 무겁고 짙었으니까. 본능적으로 방해되면 안 된다는 걸 느낀 것.

이때였다.

“컷- 오케이. 다음 우진씨.”

푸근한 권기택 감독이 강우진을 콜했다. 그러자 조감독이 어딘가로 뛰어가며 외쳤고.

“우진씨!! 스탠바이요!!”

군복에 방탄모를 옆구리에 낀 강우진이 등장했다. 그 역시 머리는 짧아져 있었다. 원래도 길진 않았지만 더 군인답게 변했다. 분장으론 다른 배우들에 비해 얼굴이 깨끗한 편. 무심한 얼굴의 강우진은, 카메라가 집중하는 촬영존 중앙에서 권기택 감독과 얘기를 나눈다.

아마 찍을 씬의 구두 리허설일 것이었다.

이 순간, 둘을 보는 하유라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몇 번 씬이지?’

류정민과 다른 주연 배우들 역시 강우진을 뚫어져라본다. 물론, 백여 명의 스탭들과 조연과 조·단역들 역시 같았다. 강우진의 위압감은 그만큼 드셌으며 존재감은 거셌다. 그리고 다들 눈빛이 비슷하다.

저 이슈 덩어리인 놈의 연기를 결단코 지켜보겠다는.

곧, 바뀌는 씬에 따라 촬영존의 배우들이 빠지고 환경도 약간 달라진다. 어두운 건 같지만 소품이 교체됐다. 피 묻은 방탄모, 바닥에 깔린 군복 상의 등등. 이번 씬의 배우는 두 명만이 필요했다. 한 명은 당연히 강우진이 맡은 ‘진선철 상병’.

또 한 명은 ‘최 병장’역의 조·단역이었다.

‘최 병장’을 맡은 배우는 키가 작고 전체적으로 뾰족한 느낌의 마스크였다. 나름 조연급에서 연기파 배우로 잘 알려진 배우. 이내 권기택 감독은 ‘최 병장’과 ‘진선철 상병’에게 할 말을 마쳤는지.

-스윽.

자리로 돌아오며 조감독과 키스탭들에게 잔잔히 말했다.

“일단, 첫 컷 편하게 가보자.”

잠시 뒤.

전 스탭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스탭들이 주르륵 빠져나갔고 권기택 감독이 자리에 앉았다. 하유라와 류정민 외의 주연들은 눈을 더욱이 빛냈다.

그때.

-탁!

스탭 한 명이 카메라 앞에서 슬레이트를 쳤다.

이번에 찍을 씬은 이 의문의 섬에서 며칠을 보낸 뒤였다. 이미 사망자는 4명까지 늘어났고, 그 병사들을 죽인 건 숲속에 암약하는 괴생명체였다. 그 누구도 그 괴생명체의 면상조차 보지 못 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목이 잘리고 몸도 갈려 죽어 나간다.

허나 십 수명 병사들은 오직 도망을 칠 뿐이었다.

전우의 시신을 수습도 못 했다. 숲을 빠져나가려 해도 쉽지가 않았다. 애초 여기가 지구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며칠간 먹지도, 마음 편히 자지도 못 했다. 전체 병사들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로도는 극한으로 치솟았다. 피폐하기 그지없다.

이 상황에 잠잠히 지내던 ‘진선철 상병’이 서서히 움직인다.

그 컷의 시작은 권기택 감독의 느긋한 신호부터였다.

“액션.”

카메라, 곧바로 무릎을 안은 채 중얼거리는 ‘최 병장’의 앞으로 움직인다. 최 병장은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인다.

“시발······좆같네. 여긴 대체 어디냐고. 병신같네. 말년에 이게······시발. 시발. 아- 씨발. 시발. 시발.”

마치 주문을 외듯 혼자서 중얼거리기 바쁘다. 자야 할 시간이었다. 현재 ‘최유태 중위’ 병력은 시간마다 불침번을 서며 어떻게든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최 병장은 현실을 부정하기 바빴다.

불안하며 예민하다. 누군가 툭 건드리면 끊어질 것처럼.

그 순간.

-사박.

옆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카메라와 최 병장의 고개가 빠르게 휙 돌았다. 어둠에서 사람의 실루엣과 함께 소심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최, 최 병장님. 그- 안 주무십니까?”

자존감 낮은 톤, 힘이 쭉 빠진 음성, 옅은 떨림이 담긴 강우진. 아니, ‘진선철 상병’이었다. 곧, 약간의 안도감이 퍼진 최 병장이 다시금 고개를 푹 숙였다.

“놀랐잖아, 개새끼가 진짜. 후······너는 돌아가면 뒤졌다.”

카메라, ‘진선철 상병’의 옆으로 이동하고 그는 최 병장에게 살며시 다가가 속삭인다. 눈에 수줍은 걱정이 가득하다.

“괘, 괜찮으십니까?”

“안 괜찮아, 병신아- 하 대체 여기가 어디냐고. 지랄 같네. 시발, 시발, 시발.”

“······”

잠시간 그를 바라보던 ‘진선철 상병’이 짧게 고개를 두리번. 이내 다시금 최 병장에게 소심하게 물었다.

“최 병장님. 있잖습니까. 배, 배가 고프지 않으십니까?”

“고파.”

“제, 제가 사실은 저쪽에서 과일 같은 걸 발견했습니다.”

바로 고개를 휙 드는 최병장.

“과일?? 시발 뭔데? 어디서 찾았어.”

“어- 죄, 죄송합니다.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제가 먹어보니까 괜찮았습니다.”

‘진선철 상병’이 더욱 최 병장에게 붙었다.

“달았습니다.”

눈이 커지는 최 병장. 카메라는 그의 목젖을 클로즈업. 꿀꺽. 침이 넘어간다. 하지만 최 병장은 가까스로 이성을 잡았고.

“중대장······님께 먼저 보고해라.”

눈치를 살살 살피던 ‘진선철 상병’은 약간 다급하게 답했다.

“하나 밖에 안 남았습니다. 보, 보고 하고 그럴 정도가 아닙니다. 그냥 제가 먹어도 됩니까?”

“이 미친 새끼가. 너만 살겠다고?”

“히힉. 아, 아닙니다. 그래서 병장님께 말씀드렸던 겁니다.”

“······”

잠시 침묵. 이어진 권기택 감독의 신호.

“컷, 오케이. 인물별 컷 갑니다.”

차분히 같은 씬이 반복된다. 그게 얼추 몇십 분. 어느새 카메라는 두 배우의 뒷모습을 찍고 있었다. 다음 씬이었으니까. 강우진과 조·단역 배우는 총을 파지한 채 조심조심 걸어간다. 바닥이 질척질척하다. 최 병장, 투덜대며 입을 연다.

“시발, 밤이라 걷는 게 지랄 같네. 야 진소심. 너 이것도 뻘짓이면 진짜 뒤진다?”

움찔하는 ‘진소심’ 또는 ‘진선철 상병’이 카메라에 절절히 담긴다. 다만, 깔리는 어둠 덕에 그의 표정은 확실치 않다.

“지지진짭니다.”

“앞장서.”

“그, 그런데 병장님. 제가 또 시, 신기한 걸 발견했습니다.”

“뭔데.”

“아- 아닙니다.”

최 병장이 ‘진선철 상병’의 방탄모를 강하게 후린다.

-팍!

“뭐냐고 병신아. 개답답하게.”

“아으, 그그그게 말입니다. 사실은 아까 낮에 중대장님 명령으로 주변 수색할 때 있잖습니까?”

“어.”

“과일은 그때 발견했었습니다.”

“뭐?”

“그, 근데 과일을 따다가 실수로 하나를 떨어트렸는데······거기 있잖습니까? 절벽 밑에. 거기로 떨어진 과일이 사라졌습니다.”

“······뭐라고? 이 시발놈이 말장난하냐?”

멈춰선 최 병장을 카메라가 바스트로 담고 천천히 뒤로 빠진다. 곧, ‘진선철 상병’이 검지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저, 저깁니다. 벼랑 끝. 저기로 떨어트렸는데 그그그냥 슉하고 사라졌습니다.”

“진짜라고? 과일은?”

“저 큰 나뭅니다.”

“안 보이는데?”

“땅에 숨겨 놨습니다.”

“아이 시발 구라지?”

“저, 저도 안 믿겨서 짱돌 들어서 던져봤는데······사라졌습니다.”

최 병장은 어이가 없었다. 이 개새끼가 뭔 소리를 씨불이는 거지? 다만, 가장 큰 오류는 자신이 이 지랄같은 섬에 갇혔다는 것. 이때 벼랑 끝에 가까이 다가가던 진선철 상병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희가 여, 여길 동굴을 통해서 오지 않았습니까? 전······여기 밑이 돌아가는 통로일 것 같습니다. 아, 제 그냥 비루한 생각입니다.”

돌아가는 통로. 두 눈이 확장되는 최 병장. 그것을 옆에서 찍는 카메라. 곧, 최 병장이 벼랑 끝 아래를 내려보는 진선철 상병 옆에 붙었다.

어둡다.

유관 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밤이었으니. 지금이야 고요하다만, 차후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삽입될 예정이었다. 이어 최 병장이 미간을 찌푸린다.

“어디쯤인데?”

“거, 거기 안 보이십니까?”

“아- 뭐가 보인다고 지랄이냐고.”

-사박.

강우진. 아니, 진선철 상병이 한 걸음 빠진다. 어둠에 섞인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그러면서 대사.

“자, 잠시만. 저는 땅속 과일 좀 빼 오겠습니다. 거기 맞습니다, 진짜.”

“또라이냐? 죄다 컴컴한데 뭐가 보인······어? 야 저기 방금 뭐 움직인 거 아니냐?”

“파도일 겁니다.”

“아니, 파도가 아니라.”

카메라, 천천히 뒤로 빠지는 진선철 상병 얼굴을 바짝 당겨 담는다. 미세히 비추는 달빛에 옅게 보이는 그의 표정이 묘했다. 방금까지 팽배하던 소심함이 사라졌다.

다시 한 걸음.

달빛이 미치지 않아선지 진선철 상병의 얼굴에서, 코 위쪽 반이 어둠에 가려진다. 지금은 그의 입만이 보인다.

흰 이빨이 선명하다. 아니, 이빨이 보일 정도로 웃고 있다.

얼굴 전체는 거뭇하지만 그의 끝없이 올라간 웃음만이 가득하다. 깨끗한 미소. 하지만 깜깜한 얼굴과 웃음의 괴리가 극심하다.

뭣보다.

‘······미친. 진짜 실종의 섬에 있는 기분이네. 저런 행복한 웃음이 어떻게 저리 바로 나올까.’

‘저 미소 하나로 캐릭터 설명은 끝났어.’

‘연출도 있긴 하다만, 우진씨 연기가- 이걸 대형 스크린으로 본다면 진짜 소름 돋겠는데.’

류정민이나 하유라 등의 배우들이 속으로 읊조린 것처럼, 강우진의 즐거운 듯 내면이 섬뜩한 미소가 장면의 임팩트를 미친 듯이 끌어올린다.

그것도 잠시.

사박 소리와 함께 진선철 상병의 얼굴 형태가 아예 사라졌다. 이를 모르던 최 병장은 계속해서 아래를 보며 말했고.

“야야, 저거 좀 보라고. 진짜 뭐가 있다니까?”

어둠 속의 강우진 또는 진선철 상병이 답했다.

“그, 그럼 뭘 좀 던져보면 어떻습니까?”

“어, 뭘 던져?”

순간, 진선철 상병의 목소리 톤이 딴사람처럼 바뀐다. 거칠고 사납다.

“너.”

움찔한 최 병장이 고개를 돌렸다.

“이 시발, 방금 반말······야 니 어딨어?”

카메라, 최 병장의 시선 바로 앞에서 어두 컴컴한 숲속을 비춘다. 잠잠하며 고요하다. 그 침묵이 소름 돋게 공포스럽다. 어딘가에서 진선철 상병의 음성이 다시 들렸다.

“크크. 반말? 사태파악이 안 되네, 너.”

“······뭐?”

되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훅!

컴컴한 어둠 속에서 진선철 상병이 급작스레 튀어나왔다. 얼굴엔 환희 가득한 웃음이 팽배했고 그 표정이 카메라에 가득담긴다.

그런 그가.

-팍!!

최 병장을 고민 없이 밀쳤다. 딱 1초. 최 병장이 사라진 시간이었다. 곧, 진선철 상병이 벼랑 아래를 보며 크흡 대며 웃음을 참았다. 새하얀 이빨이 어둠 속에 둥둥 뜬다.

만족 가득한 미소였다.

“시체한테 누가 존댓말을 해, 병신아.”

< 실종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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