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48화 (148/201)

< 포격 (3) >

국내 연예계에 강우진이 등장한 뒤부터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많았다. 괴물 신인, 연기 천재, 충무로의 블루칩, 라이징스타 등등. 그중에서도 ‘유일무이’ 또는 ‘최초’와 같은 단어가 단연 돋보였다. 실제 그가 업계에 터트린 파장은 한두 개가 아니었으니까.

그것은 강우진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소시민인 그로서는 연예계서 하는 모든 일이 생소하며 처음이니. 그리고 지금 연예계나 우진으로서 최초의 획을, 퍽 대단한 선례를 추가시켰다.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콘텐츠]

1. 남사친

고작 단막극인 ‘남사친’이 1등을 먹은 것. 런칭하고 단 하루. 쟁쟁한 또는 넷플렉스의 대작 컨텐츠들을 모두 밀어내고 말이다. 물론, 이미 우진은 한량으로 1등을 해보긴 했다. 그러나 ‘남사친’은 한량과는 조금 달랐다. 한량은 탑배우들이 수두룩했고 강우진은 준·조연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주연으로서의 첫 성과였다.

따라서 강우진은.

‘1등······미친! 1등?! 나 진짜 1등 먹었다고??!’

넷플렉스의 종합 순위를 보며 속으로 발광 비슷한 것을 행했다. 얼굴은 굳건한 컨셉질로 세상 무심하지만,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한예정이나 최성건 등의 스탭들과 얼싸안고.

‘와- 씨!! 기대를 안 한 건 아니었는데! 막상 보니까······아, 안 돼. 웃지 마. 웃지 마 이 새끼야!’

어깨춤을 추고 싶을 정도였다. 또는 탈춤이라도. 이때 우진이 귀에 붙인 핸드폰에서 다시금 김소향 총괄디렉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우진씨, 듣고 있어요?”

번뜩 정신을 차린 우진이 내면에 타오르는 흥분에 억지로 찬물을 끼얹었다. 침착해라, 침착해. 그랬더니 놀라울 만한 낮은 음성이 나왔다.

“아, 예. 듣고 있습니다.”

“안 기뻐요? 최초라니까?”

“네. 기쁩니다. 잘됐네요.”

“···좋아하는 투가 아닌데?”

“아니요. 좋아하고 있습니다.”

“음? 아아, 그렇지. 아직 OST 발매나 일본 오픈도 남았으니까 기쁘긴 이르다는 거죠? 하긴.”

예? 뭐가요. 갑자기 뭔 소리야. 그러거나 말거나 김소향은 다시금 축하한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동시에 최성건은 물론이며 장수환, 한예정 외 스탭 모두가 깨방정을 떨었다.

“대박대박!! 오빠 축하해요!”

“형님! 크- 진짜 제가 다 기쁩니다! 예!”

“1등! 1등!!”

자신을 대신하는 모습에 우진은 속으로 만족스런 미소를 보였다. 곧, 모두의 발광을 진정시킨 최성건이 우진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자자, 진정들 하고. 우진이 봐라 어?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의연하잖어. 우리도 이 정도는 가뿐했다, 뭐 그런 식으로 행동하자고.”

김소향이나 최성건이 멋대로 착각을 뱉어댔지만, 익숙한 강우진은 말 그대로 의연하게 대처했다.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화린님 포함해서 다들 노력하셨고.”

“그렇지. 솔직히 ‘남사친’ 이거 안 되는 게 이상하긴 해.”

비죽 웃던 최성건이 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조금 있으면 언론이고 여론이고 물고 빨고 할 거다. 알지?”

이후.

광분을 숨긴 강우진은 ‘얼어죽는 연애’의 후시 녹음에 돌입했다. 애초 대사가 없는 역할이긴 했으나, 수어 관련해서 번역이나 자막에는 우진의 간단한 목소리가 삽입될 예정이었으니까. 적당히 나레이션 같은.

물론, 이 자리에서도 축하는 쏟아졌다.

“이야- 우진씨 소식 들었어요, 잘됐네!!”

“축하합니다! 하하!”

“단막으로 넷플 1등하는 건 최초라고 하던데요?? 또 시끌시끌하겠네!”

연출 PD 등의 키스탭들의 기쁨은 진심이었다. 강우진이 잘 되면 ‘얼어죽는 연애’에도 도움은 될 테니까.

그렇게 약 1시간 뒤.

우진이 한창 후시 녹음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언론에선 ‘남사친’의 결실을 확인하곤 기사를 쭉쭉 뿌려대고 있었다.

『[이슈픽]‘남사친’, 단막 최초로 넷플렉스 1위 탈환!』

『‘남사친’ 일 저질렀다···오픈 하루 만에 쟁쟁한 작품들 짓밟고 1위 우뚝』

『‘넷플렉스 단막 프로젝트’ 성공적, 강우진♥화린의 ‘남사친’ 초대박 출발』

오픈 전부터 워낙 후킹이 많았던 작품이기에 언론 자체가 달려든 것도 있었지만.

『‘강우진 새 얼굴’···‘남사친’ 공개되자마자 호평 일색』

『[드라마이슈]‘남사친’ 흔한 로코물 아니었다, 시작부터 ‘찐한 키스씬’으로 시청자들 휘어잡아』

강우진과 화린 자체의 화력, 두 배우의 소속사, 넷플렉스 코리아의 힘이 보태지니 눈이 휘둥그레질 물량이 쏟아졌다.

『심심하거나 맹맹하지 않은 ‘남사친’···딥한 스킨십들 드라마 보는 또 하나의 포인트』

『1등 먹은 ‘남사친’에 누리꾼들 “강우진하고 화린 너무 잘 어울려” 핑크빛 기류 솔솔?』

충분히 팔릴 만한 이슈기도 했고 많은 것이 연결된 ‘남사친’이었다.

『강우진·화린 윤병선 PD의 ‘우리네 식탁’에서도 호흡, ‘남사친’의 케미 보여주나』

『‘츤데레’ 남친 보여준 강우진···다음 주 개봉할 ‘마약상’에선 어떤 모습일까?』

덕분에 아침을 넘어 점심쯤엔 각종 포털사이트의 연예면을 ‘남사친’이 점령했다. 더불어 강우진의 연기 변신 얘기도 퍽 많았다.

『[스타포토]‘남사친’의 강우진, ‘박대리’와 180도 다른 연기로 여심 공략』

『‘천의 얼굴’ 증명했다···살인자 아닌 사랑꾼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찍은 강우진/ 사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배역이었기에 당연하긴 했다.

『“작품마다 다 달라” 강우진 연기에 극찬 쏟아진다, ‘실종의 섬’·‘마약상’등 예정된 작품에서는 무슨 연기를 보여줄까?』

언급의 농도가 심상치 않았다. 그저 이슈만이 점철되는 것이 아니었다. 추가된 매력에, 불어난 새로운 이미지에 신생 인기가 몸집을 불리는 모습이었다.

‘남사친’의 캐릭터 ‘한인호’로서 뜬다, 더 뜨고 있다. 인지도가 확장된다.

뭐가 됐든 딱 뭐랄까.

『[기획]격화되는 OTT 전쟁에서 단막의 가능성 보여준 ‘남사친’』

‘남사친’은 흥행하는 작품의 발자취를 그대로 걷고 있었다. 각종 매스컴을 타고 입소문이 번진다. 이쯤 언론보다 여론의 포격이 더 극심해졌다.

수많은 커뮤니티는 벌써 포화상태였으며.

-남사친 2화까지 봤는데 재밌네요

-아니 남사친 구라안치고 진짜 존잼인데?

-강우진 이거로 더 뜰듯ㅋㅋㅋ연기 변신 씹오지넼ㅋㅋㅋㅋ

-화린 존나 이쁘다.JPG

-뭐냐 남사친 정주행할만하냐?

-단막 최초로 남사친 넷플 1등(기사)

-남사친 1화 초반 노빠구 키쓰씬.GIF

-박대리:아 좀 더 찐했으면 좋겠어 덜 꼴리거든

-남사친 유일하게 아쉬운 점(feat.메인 캐릭터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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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블로그, SNS를 비롯한 인터넷 세상에 ‘남사친’이 박제되기 시작했다. 사실, 어제부터 전조는 있었으나 오늘 대놓고 파괴적으로 두드러졌다.

오프라인 역시 대단했다.

사람들의 대화에는 거진 ‘남사친’이 끼었다. 거리에서, 회사의 탕비실, 카페 등등.

“어제 ‘남사친’ 본 사람??”

“저 봤어요! 집 가자마자! 재밌던데요?”

“넷플 1등이길래 나도 오늘 회사 오면서 지하철에서 봤어, 근데 강우진 연기 확 다르더라? 난 한량 진짜 재밌게 봤는데 박대리가 아예 안 보여.”

“맞아맞아. 되게 뭐라고 하지? 그 설렘 포인트 잘 살리지 않았어요?”

“응응! 츤데레같은데 묘하게 화린을 보는 눈빛이 촉촉한 거! 섬세하게 연기 잘해. 아, 중간에 강우진 노래 부를 땐 진짜····”

“일단 잘생겼잖아. 근데 마스크가 아예 딴판이긴 하더라, 쎈캐만 하다가 이미지 굳는 건가 싶었는데.”

“하- 나도 그런 남사친 있었으면 좋겠다.”

“강우진이 남사친? 그냥 판타지지.”

영역은 빠르게 확산됐다. BJ들의 인방에서도 버젓이 등장했고, 흥행과 이슈에 민감한 너튜브에는 애진작에 ‘남사친’ 관련 영상이 깔렸다.

-《남사친》달달하면서도 묘한 감정 전쟁을 보여주는 드라마!!|드라마랜드

-CG아냐? 찐해도 너무 찐한 강우진, 화린의 스킨십 모음(남사친)|이슈이슈열매TV

-‘남사친’ 강우진 연기 모음집|보고파이슈

‘남사친’이라는 탄환이 연예계를 미친 듯이 포격한다. 20일 내내 말이다.

재밌는 건, 오후쯤 일본에서도 들썩인다는 것이었다.

-남사친 지금 한국에서 엄청 잘됐다는데??

-아!! 빨리 일본 넷플에도 오픈해달라고!!

-왜...한국부터 오픈해주는거야...우리도 지금 당장 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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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틀 뒤인 22일에 뚜껑을 열기에 안달내는 그림이었다. 이 모든 게 20일 동안 유지됐다. 그렇다고 다음 날인 21일엔 식었느냐?

전혀 그렇지 않았다.

『초대박 ‘남사친’, 오픈 이틀째에도 1위 순위 지켰다』

‘남사친’은 반짝인기가 아니었다. 알맹이가 탄탄했으니까. 덕분에 오픈 이틀째인 21일에도 넷플렉스 코리아의 전체 순위 1위를 유지했다.

그리고 이날 정오에 ‘남사친’의 첫 번째 OST가 전 음원 플랫폼에 공개됐다.

-[(new!)]남자사람친구/강우진(‘남사친’OST Part. 1)

강우진 파트의 곡. 남은 OST 곡은 시간차로 공개할 예정. 어쨌든 우진이 부른 OST 곡엔 공개와 함께 과한 관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국내 1등 음원 플랫폼부터 2등, 3등 모두 같았다.

곡 상세페이지에 달리는 댓글들 수가.

-???:몇 곡 더 내줬으면 좋겠어 덜 꼴리니까

-아니...강우진은 진짜 못하는 게 뭐임??

-시발ㅋㅋㅋㅋ노래 ㅈㄴ잘하네

-강우진은 점점 연기, 노래, 얼굴, 너튜브 등등 완벽해지고 있다

-노래 진짜 좋탸....특히 강우진 음색이 진짜 깡패네...고음에서 약간 긁히는 게 개치임

-제발!! 강우진!! 내 남자사람친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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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인기곡 뺨칠 정도였다.

같은 날, 늦은 오후. 강우진의 집.

시간은 9시쯤. 세상이 ‘남사친’으로 시끌벅적함에도 우진은 집에 있었다. 스케줄이 적당히 일찍 끝났기에. 웃긴 건 우진의 집엔 손님들이 꽤 많다는 것. 최성건, 장수환, 한예정 포함 스타일리스트 2명까지. 강우진 포함 총 6명. 일전에 말했던 요리 관련 때문에 모인 것.

“이야- 우진아, 너 깔끔하게 해놓고 산다?”

“맞아맞아! 대박! 오빠 진짜 깨끗해요!”

“뭔가 인테리어가 미니멀한 걸 좋아하시는 거예요??”

“아니다, 너무 바빠서 뭘 어지를 시간이 없는 건가??”

각종 선물을 한쪽에 놓은 최성건과 스탭들은 우진의 깔끔한 집을 구경하다가, 주방 쪽 식탁에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집들이를 이제 하는구만. 원래면 진작에 했어야 됐는데.”

“오늘은 집들이 겸 ‘남사친’ 축하파티로 하면 될 것 같아요!”

원래 4인용이라 아쉽게도 덩치 큰 장수환은 거실에 탁자에 있어야 했다. 이쯤 강우진은 주방에 걸린 앞치마를 덤덤히 맸다. 회색과 검은색이 섞인 앞치마였다. 표정은 무표정.

여기서.

“오빠, 잠깐만요.”

쌀쌀맞은 한예정이 촬영용 핸드폰으로 앞치마 멘 강우진을 찍었다. 한 장이 아닌 대출 다섯 장쯤.

“이런 귀한 장면을 놓칠 순 없죠. 잘 나왔어요, 이거 오빠 SNS에 올라가면 또 댓글 엄청 달리겠다.”

결과물을 같이 확인하던 최성건이 한예정에게 지시했다.

“예정아, 삼각대 있지? 핸드폰용.”

“네. 있어요.”

“설치하자, 우진이 지금 요리하는 거 전부 담아 봐. ‘강우진 부캐’ 채널에 티저 영상으로 쓰게.”

“아아, 네네.”

뭔가 손님으로 온 사람들이 일을 알아서 만들고 있다. 앞치마를 매다 멈춘 강우진은 앞쪽 사람들을 보며 질린다 싶었다.

‘이런 워커홀릭들. 그냥 요리나 좀 찌끄리는 거라고. 쉬라고!’

그래도 촬영에 돌입했으니 대충 할 순 없지. 우진은 평소보다 더 짙은 컨셉질을 장착하며 냉장고를 열었다. 오면서 사 온 식재료가 숨 쉬고 있었고 뒤쪽 최성건의 물음이 들렸다.

“강스타님, 그래서 메뉴는 뭔가요?”

포장된 돼지고기를 꺼내던 우진이 낮게 답했다.

“제육입니다.”

곧장 스탭들이 군침 섞인 탄성을 자아냈다.

“오오!”

“이름만 들어도 영롱해, 배고프다!”

“완전 좋아! 근데 오빠 간단한 거 하신다고 안 했어요?? 제육볶음이 쉬운 건 아니지 않나?”

“오빠······괜찮으신 거 맞죠?”

강우진은 웍과 비슷한 냄비를 꺼내며 짧게 답했다.

“먹을 만 할 거야.”

무슨 일이건 늘 비슷한 강우진. 하지만 이번만큼은 최성건이나 한예정 등의 스탭들은 약간 걱정됐다. 정말 요리를 잘할까? 살짝 애매한 맛이면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 하지? 맛없다고 솔직히 말해야 되려나?

스탭들이 작게 수군댄다.

“근데 대표님, 너튜브에 올릴 정도면 레시피도 확실해야 되지 않아요??”

“그렇지.”

“맛이 부족하면 어케요?”

“···몰라, 일단 우진이를 믿어보자.”

이어 모두가 앞치마 멘 강우진의 등판을 바라봤고, 우진은 내면에 각인된 두 가지를 끌어올렸다. 아니, 사실 이미 머릿속에 산재해있긴 했다.

셰프의 테크닉과 레시피.

‘응, 바로바로 떠오르네. 크- 진짜 사기란 말이지. 해봤자 라면이나 끓일 줄 알았던 내가 요리를!’

새삼 감탄하던 강우진이 고기와 재료들을 정갈하게 배치했다. 딱 쓰기 좋을 정로도 말이다. 이 역시 셰프의 테크닉에 포함된 것이었다. 곧, 강우진은.

“살짝 매콤하게 갈까요?”

“좋다! 전 좋아요!”

“좋지.”

삽시간에 떠오른 ‘제육 레시피’에 따라 손을 움직였다.

-스윽.

웍과 비슷한 냄비에 식용유를 두른다. 먼저 진간장을 넣어서 긁다가, 돼지고기를 넣고 설탕 한 스푼. 약간의 식용유 추가. 그리곤 볶는다. 달그락달그락. 적당히 손스냅을 이용한다.

이 모습에 파란 단발의 한예정이 약간 감탄.

“대박. 오빠, 손 움직이는 거 약간······예사롭지 않아요.”

그때였다.

-탁탁탁탁탁탁탁!

도마 위에 올려진 양배추와 양파, 당근을 써는 강우진. 그런데 그의 칼질이 현란했다. 일정하며 신속하다. 저건 아무리 봐도 자취 요리로 나올 수 없는 기술이었다. 여기서부터 최성건이나 스탭들은 느낌이 왔다.

‘헐!!’

‘뭐, 뭐야. 칼질만 봐도 그냥 전문간데??!’

보통이나 적당히와는 다르다는 걸.

그러거나 말거나 우진은 묵묵하게 요리를 진행했다. 적당히 익은 고기를 덜어낸 뒤 같은 웍에 야채 투입. 마찬가지로 간장과 함께 볶던 우진이 숨죽은 야채와 고기를 합친다.

-취이이익!!

금세 집안으로 구수한 냄새가 퍼졌다. 이어서 다진 마늘, 고추장, 고운 고춧가루, 물엿, 굴 소스, 맛술 등을 추가하는 강우진. 움직이는 손에 거침이 없다. 고민 따위 없다.

마지막은 매콤함을 더해줄 청양고추까지.

‘아, 참깨가 있어야 했는데. 쯧. 나중에 시간 나면 재료들 사놔야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강우진이 요리를 마무리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우진은 커다란 그릇을 꺼내 완성된 제육을 담았다. 그냥 담는 것도 아니었다.

-스윽.

시작은 고기들부터, 그 위로 형형색색 야채들을 올린다. 플레이팅이었다. 곧, 완성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제육은 최성건과 스탭들이 앉은 식탁 중앙에 올려졌다.

벌건색의 윤기가 주르륵 흐르는 제육.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며 흰 쌀밥과 소주 한잔이 생각나는 자태. 한국인이라면 참을 수 없는 색감. 그런 제육은 한예정이 세팅한 핸드폰에 생생히 찍히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강우진의 요리 모습도 마찬가지.

“드세요.”

밥을 뜨며 우진이 낮게 읊조리자, 눈이 휘둥그레진 스탭들 전원이 회사의 수장에 시선을 던졌다. 먼저 먹으라는 뜻. 이에 최성건은 충격이 번진 얼굴로 젓가락을 천천히 들었다.

‘일단 색깔이랑 냄새는 죽이는데-’

과연 맛은? 최성건은 고기와 야채를 한 번에 집어 입에 골인시켰고 씹었다.

이내 그의 두 눈이 디립다 커지며 눈동자에 번개가 쳤다.

“미, 미친.”

최성건이 돌연 욕설과 함께 저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냈다.

“맛이······왜 이러냐. 죽여준다? 내가 알던 제육이랑은 뭔가 다른데. 여튼 죽여. 우리 엄마가 해준 것보다 몇 배는 더 맛있는데? 뭐야 우진아, 여기에 뭘 넣은 거냐?”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 진짜요??!”

“그 정도라고요??”

“악! 잠깐만! 나도!!”

스탭들이 제육에 달려들었다. 짐승처럼.

< 포격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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