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58화 (158/201)


< 독주 (5) >


베트남 다낭 자신의 룸에서 ‘마약상’의 현 상태를 확인한 강우진은.


“진짜 돌았네······”


순수하게 경탄하고 있었다. 자고 일어난 탓에 머리는 산발이다만, 그럼에도 눈빛만큼은 크고 생생했다. 전율이 흐르고 있었기에.


“미친, 100만? 관객수 100만이라고??”


관객수 25만을 넘겼을 때도 그다음도. 모두 강우진에겐 처음 보는 수치였고 놀라기도 했다. 허나 아공간의 등급을 알았기에 큰 발작은 없었다. 그런데 100만 관객수 돌파를 직접 눈으로 보니 울림 자체가 달랐다.


“와- 씨. 개오지네.”


첫 상업영화. 그 영화의 흥행몰이. 언제나 기사나 TV서 보던 그림이 현실로 나타났고, 그 현실의 주역 중 하나가 본인. 내면의 주인이 소시민인 강우진으로서 충분히 소름이 돋을만한 상황이었다.


그래서일까?


-스윽.


핸드폰을 천천히 내린 강우진이 돌연 비죽 웃었다.


“이 맛. 이 맛에 배우를 하는 건가 보네.”


지금 느끼는 이 찌릿함 또는 거대한 성취감. 우진은 주변의 많은 탑배우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소화했다. 지랄맞게 빡세지만 이 순간엔 고됨이 모두 사라졌으니까. 이어 미친놈처럼 흐흐거리던 우진이 ‘마악샹’의 아공간 등급을 상기했다.


-[4/시나리오(제목: 마약상), A급]


A급. 아공간이 책정한 ‘마약상’의 등급은 A급이었고, 상업영화의 결과는 처음이기에 명확한 예측이 어렵긴 해도.


“300만······아니, 어쩌면 500만?”


500만 관객수까지 상상해보는 강우진이었다. 어쩌면 그 이상. 달리 말하면 100만을 넘어 300만 또는 500만의 대중들이 강우진의 연기를 본 것. 여기서 우진은 한 가지를 추측했다.


‘아, ’마약상‘이 청불이라 A급 이상 안 오른 건가?’


청불이 아닌 ‘마약상’은 더 대단했을지도. 뭐, 이미 충분히 괴력을 발휘 중이긴 하지만. 여기서 우진이 돌연 뭔가가 딱 떠올랐다.


“와- 잠깐만. A급이 500만 이상이라면-”


A급인 청불 ‘마약상’이 500만 그 이상을 찍어준다면 그보다 더 상위인 등급은 어떨까? 우진이 진행 중인 영화들을 떠올렸다.


-[3/시나리오(제목: 실종의 섬), S+급]


-[7/시나리오(제목: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S+급]


현재로선 아공간의 최고 등급인 S+급 영화들이었고, 약간 눈 커진 우진이 저도 모르게 읊조렸다.


“S+급은 얼마나 많은 관객수가 모인다는 거여?”


뒤로.


격한 감격을 애써 억누른 강우진은 ‘실종의 섬’ 스탠바이 시간에 맞춰 룸에서 나섰다. 최성건과 조우한 것은 호텔의 로비였고, 이미 꽁지머리 최성건을 포함해 한예정이나 장수환 등의 팀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모두는 ‘마약상’의 소식을 확인한 참이었기에.


“어이구, 우리 강스타님 입장하십니다.”


포커페이스를 장착한 우진에게 축하부터 쏟아냈다.


“형님! 첫 100만 축하드립니다!!”


“축하해요, 오빠.”


“완전! 완전완전 대박 날 것 같아요 마약상!”


덩실덩실 춤을 출 정도. 당연히 강우진도 마음 같아선 그들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대신에 냉기를 뿜었다.


“다들 고생해줘서 된 거죠.”


곧, 강우진과 그의 팀은 호텔 앞에 대기 중인 승합차에 올랐다. ‘실종의 섬’ 촬영터 까지는 이 차로 이동하는 것이었고, 출발함과 동시에 썬크림을 치덕치덕 바르던 스타일리스트들이 입을 열었다.


“오빠! 좋으신 거 맞죠?? 아니, 개봉 3일 만에 100만인데!”


“맞아요! 저 같으면 계속 핸드폰 붙들고 검색하고 있었을 듯!”


코디북을 펼치던 한예정이 쌀쌀맞게 끼었다.


“내가 오빠 대사 맞춰볼게. ‘기뻐하고 있어요.’”


강우진이 낮게 동의했다.


“정답.”


한창 왁자지껄할 때 조수석에 앉은, 아까부터 연신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최성건이 고개를 돌렸다. 입에 걸린 미소가 짙다.


“우진. 아니, 강스타님? 우리 해외로케 끝나고 국내 돌아가면 광고 몇 개 더 찍어야겠는데?”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문의부터 섭외 터진다, 터져. 돌아가면 연말 준비에 너튜브 등등 할 게 태산이네. 아 근데 한 이틀 쉬긴 할 거다.”


콜콜콜. 우진은 속으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겉으로는 쎈척을 시전했다.


“바로 스케줄 돌아도 문제없습니다.”


“괴물인 너야 그렇겠지. 나나 애들은 지금 반쯤 고장 났걸랑? 쉬자 좀.”


“예, 대표님.”


“그리고 김도희 감독한테 아침에 전화 왔었거든? ‘마약상’이 계속 이 상승세면 BEP(손익분기점)는 가볍게 넘길 거 같다고. BEP가 뭐여? 내가 봐선 ‘마약상’ 이거 잘하면 돈 파티한다. 여튼 김도희 감독이 정산쯤에 너 두둑이 챙겨줄 거 같아. 보너스 개념인데 원래 출연료의 두 배 이상은 생각해도 될걸?”


“아.”


“근데 뭐 김도희 감독이 얘기 안 했어도 내가 쇼부치려곤 했었지.”


강우진은 ‘마약상’ 계약 당시 몸값 협상이 있었고, 보통의 까메오 계약서와는 조금 상이했다. 애초 ‘마약상’이 척박한 상태일 때 우진이 구제해준 모양새였으며, 당시 라이징했던 강우진의 기세가 포함됐으니까. 따라서 뉘앙스는 조연급이었다.


즉, 김도희 감독은 기존의 출연료 플러스 100% 이상의 보너스를 챙겨준다는 얘기.


최소 억 단위였다.


금세 머릿속이 꽃밭이 된 강우진은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이를 알 리 없던 최성건이 주제를 휙 바꿨다. 왜인지 진중한 얼굴로 변했다.


“그건 그거고 우진아. 안가복 감독 있잖냐? 베트남에 갑자기 나타난 건 아무리 봐도 너를 보러 온 것 같거든?”


역시나 그랬나? 강우진도 솔직히 조금은 예상했었다. 아다리가 딱딱 맞았기에.


‘대표님한테 나를 보고 싶다고 연락한 다음 베트남에 왔으니까.’


다만, 강우진의 감흥은 옅었다. 어마무시한 탑배우들이나 영화계가 떠받드는 안가복 감독이라도, 강우진에게는 그저 옆집 할아버지 느낌인 데다 우진은 그가 껄끄러웠다.


‘노장. 아니, 그 영물 할아버지 눈빛이 좀 거시기해.’


일전의 식당에서 던졌던 질문들도 영 의미심장했었다. 다분히 위험한 인물. 곧, 강우진이 무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을 것 같긴 했습니다.”


“음. 이미 안가복 감독님이랑 대화도 했을 테니까 알겠지만, 이미 배우들 사이로 돈 소문처럼 아마 안가복 감독은 오늘 촬영에 나타날 거야.”


“네, 대표님.”


“관련해서 내가 안가복 감독 최근 근황을 여기저기서 좀 캐봤는데.”


약간 목소리를 줄인 최성건이 읊조렸다.


“확실한 건 아니다만, 안가복 감독이 100번째 영화로 ‘칸 영화제’를 노리는 것 같다.”


‘칸 영화제’. 세계적으로 가장 명망 높은 3대 국제영화제 중 으뜸으로 꼽히는 시상식. 헐리웃 포함 전세계의 영화판 괴물들이 참석하는 영화제였다.


“너도 알지? 안가복 감독님이 2000년 초반에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받았고, 후로도 여러 작품이 노미네이트 된 거. 출연 배우들도 간간이 상을 탔고. 뭐, 그냥 전설 그 자체지 안가복 감독은.”


아니요? 전혀요. 난생처음 듣는 정보였으나 강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하세요.”


“안가복 감독의 100번째 작품 시나리오나 내용은 전혀 정보가 없는데, 칸 영화제에서 노리는 건 아마도 대상 격인 황금종려상일 거다.”


“···수어.”


“어?”


“안가복 감독님이 저한테 수어 관련을 물었었습니다.”


“수어를?”


“예. 좀 뜬금없어서 기억이 납니다.”


“수어라- 수어······흠.”


꽁지머리 최성건이 턱을 쓸다가 입을 열었다.


“그 안가복 감독님이 의미 없는 질문을 했을 리 없어.”


그러다 번쩍하는 최성건.


“최근 한국이고 일본이고 매스컴에서 우진이 너의 수어 관련이 알려졌었지? 연기 부분도 있겠다만, 수어를 보고 안가복 감독이 꽂힌 건가? 그럼 이번에 준비하는 작품에 수어가 일정 부분 포함일 가능성이 클지도 모르겠다.”


“······”


“하긴, 수어하는 배우가 유니크하긴 해. 아니 한국에선 없지 거의. 더군다나 안가복 감독은 작품에 삽입되는 모든 것에 목숨을 거는 타입이고. 추측이 다 맞다면 우진이 네가 욕심날 만하네.”


음, 난 좀 별론데? 반대로 강우진은 안가복 감독의 작품이 별로 땡기지 않았다. 뭐랄까, 아직 그의 작품 시나리오를 본 건 아니지만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안가복 감독은 위험하다고.


‘칸이고 캉이고 모르겠고, 그 영물 할아버지는 일단 좀 피하자. 뭔가- 간파당하는 느낌도 별로고.’


다른 배우들이 이걸 듣는다면 병신이라 욕하겠지만, 현재 강우진에겐 칸 영화제보다 컨셉질이 몇 배는 더 중했다.


도망? 그래, 그게 맞다.


강우진은 안가복 감독을 약간 기피하려는 마음이 생기고 있었고, 왜인지 우진의 눈치를 살피던 최성건이 꽁지머리를 다시금 묶으며 헛기침했다.


“흠! 그- 우진아,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도 칸 영화제에 욕심은 있지?”


덤덤하게 최성건을 바라보던 우진이 낮게 답했다. 묘한 답변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모르는 것도 있냐?”


“있죠.”


“······”


입을 다문 최성건이 속으로 읊조렸다.


‘하- 씨.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우진이가 안가복 감독을 까면······진짜 대형 사곤데.’


간절함이 섞였다.


한편, 같은 시각.


강우진 팀과 비슷하게 승합차를 타고 ‘실종의 섬’ 촬영터로 움직이는 무리가 보인다. 차 안, 익숙한 늙은 남자. 여전한 반바지지만 오늘은 슬리퍼 대신 운동화를 신은 안가복 감독이었다.


“······음.”


그는 팔짱을 낀 채 딱 봐도 무더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좀 답답했는지 쓰고 있던 사파리 모자를 벗었다. 흰머리가 자욱한 짧은 머리가 드러난다. 그런 안가복 감독 주변으론 얼굴이 벌건 영화사 대표와 직원들 5명이 함께였다.


분위기는 고요했다.


다들 핸드폰을 보거나 투명 파일을 보는 등 할 일을 하고있는 중에, 차 안 정적을 깬 것은 영화사 대표였다.


“감독님.”


대표의 부름에 시선은 창밖에 둔 안가복 감독이 잔잔하게 답했다.


“그래.”


“오늘 강우진 연기 폼을 보신 뒤에 바로 저희 작품 얘기를 하실 겁니까?”


“글쎄.”


“하다못해 수어는 한 번 시켜봐야 되지 싶습니다. 분위기나 밸런스 등, 직접 봤을 때 감독님이 생각과는 다를 수가 있으니.”


틀린 소린 아니었으나, 안가복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이봐, 자네.”


영화사 대표를 부르는 안가복 감독. 잠잠한 톤이지만 그 속에 노장의 카리스마가 짙다.


“의중은 이해한다만, 저번부터 너무 급해. 그 다급한 성격 고치라고 몇 번을 말했을 텐데.”


“아······죄송합니다. 막상 강우진을 본다고 생각하니 좀 서둘렀습니다.”


“권 감독은 이미 충분한 배려를 해줬어. 근데 촬영장에 가서 내 작품에 필요한 수어를 시켜? 거기가 오디션장인가?”


“···실언했습니다.”


“간단한 물음 정도야 상관없겠지만 깊숙하게 들어가는 건 민폐야.”


“예, 감독님.”


고개를 푹 숙인 영화사 대표를 지긋이 보던 안가복 감독이 속으로 읊조렸고.


‘오늘은 탑들과 부대끼는 강우진의 그릇의 판단, 그리고 적당한 눈치를 주는 정도면 충분할 거야. 걔의 오묘한 알맹이는 겸사겸사.’


작게 헛기침한 대표가 주제를 바꿨다.


“아마 강우진 쪽이 어느정도 알아챘을 겁니다. 미리 언질을 준 뒤에 베트남에서 맞닥뜨렸으니. 거기다 그 최성건이 대표로 있잖습니까.”


“이 바닥에 그만한 인물은 잘 없지.”


“저희 영화에 관한 정보는 철저하게 대외비지만, 칸 영화제를 노린다는 것 정도는 얼추 가늠하고 있을 겁니다. 최 대표 그 양반이 워낙에 발이 널어서요.”


“그 정돈 상관없어. 적당히 소문이 나기도 했고.”


여기서 분위기를 환기시킬 요량인지 영화사 대표가 하하 웃었고.


“그래도 막상 감독님 작품의 배우로서 관심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크- 강우진 그 신인, 대놓고 놀라 자빠지지 않겠습니까? 바로 하겠다고 덤벼들 겁니다, 하하하.”


주변 직원들에게 눈치를 줬다. 따라붙으라는 뜻. 이에 영화사 직원들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당연하죠! 아니, ‘실종의 섬’의 류정민, 하유라, 홍혜연 등의 탑들도 설설 기면서 시나리오를 받을 판인데 신인이면 뭐 말해 뭐합니까.”


“하하, 그나저나 강우진은 올해 운이 터지다 못해 폭발하네요. 데뷔 1년도 안 돼서 권기택 감독에 이어 쿄타로 감독. 뭣보다 안가복 감독님의 관심까지 받다니.


“강우진 그 친구가 아무리 지금 훨훨 날고 있다곤 해도, 안가복 감독님의 100번째 작품이면 생각할 시간도 아깝지!”


만족스런 어시스트였는지 영화사 대표가 마무리 멘트를 쳤다.


“심지어 칸 영화젠데, 강우진 그 친구가 절이라도 할까 걱정입니다. 하하하.”


몇십 분 뒤, ‘실종의 섬’ 촬영터.


베트남 다낭에 있는 우거진 숲속. 잦은 새소리와 곳곳에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쭉쭉 뻗은 나무와 이름 모를 풀들 그리고 바닥이 질척이는 곳.


그런 촬영터에 강우진이 방금 도착했다.


현 시각은 아침 10시. 우진이 배우 중에선 1등으로 현장에 도착했다. 당연하겠지만, 수백 스탭들은 11시 스탠바이에 맞춰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사이 푸근한 권기택 감독도 보였다.


“거기 레일 삐뚤어졌잖아!! 정신 차려!”


“죄송합니다!”


“감독님! 감독님!! 여기 바닥 좀 확인해주세요!!”


“그래, 지금 간다.”


“어흐 더럽게 덥구만! 드론 테스트 갑니다!!”


“오케이!”


“스탠바이 1시간 남았어요! 서두를게요!!”


워낙 전쟁 중이라 우진은 인사를 나중에 하자 마음먹었다. 이미 입구 쪽의 여러 스탭에겐 도착을 알렸고 자주 있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곧, 강우진 포함 그의 팀은 뿔뿔이 흩어졌다. 최성건은 스탭들 사이로, 한예정 등의 스타일리스트는 미술팀으로. 우진의 옆에 남은 건 장수환뿐이었다. 그런 그마저도.


“형님! 의상은 준비됐으니까 가서 분장팀 콜하겠습니다!”


“부탁해.”


우람한 덩치를 뽐내며 어디론가 뛰어갔다.


‘하- 진짜 개같이 덥다.’


이어 속으로 곡소리를 내던 우진이 땀을 닦으며 발을 움직였다. 대형 텐트 중 배우들이 대기하는 텐트 안이었고.


‘좀 살겠네.’


다행히 텐트 안엔 가동 중인 냉풍기 덕에 그나마 시원했다. 그렇게 잠시 뒤, 어느새 군복 의상을 입은 우진이 텐트 안 의자에 앉았다.


-다락.


지금은 평범한 군복이지만 분장이 거치면 핏물부터 구정물 등으로 걸레짝이 될 예정이었다. 뭐가 됐든 강우진은 두터운 ‘실종의 섬’ 시나리오를 책상에 올렸다.


‘시작 전 휴식은 필수지, 암요.’


이때였다.


-스륵.


대뜸 텐트 천막이 열리며 익숙한 늙은 남자의 얼굴이 쑤욱 들어왔다.


“음? 자네만 있나?”


사파리 모자에 반바지 차림의 안가복 감독이었다. 그의 급작스런 등장에 강우진이 멈칫하며 속으로 외쳤고.


‘뭐, 뭐야! 이 영물 할아버지는 저번 식당에서도 그렇고! 뭔 깜빡이가 없냐?!’


겉으로는 냉랭한 마스크로 담담하게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그래요, 또 봐서 반갑구만.”


그가 주름진 미소를 지었을 때, 안가복 감독 뒤로 남자들이 몇몇 더 입장했다. 얼추 4명쯤. 영화사 대표와 직원들. 물론, 그들 모두와 강우진은 적당한 인사를 나눴다. 와중 우진은.


‘아- 씨. 몰라, 위험해. 일단 튀자.’


영물 안가복 감독을 피하고자 없는 말을 근엄하게 지어냈다.


“쉬고 계세요, 제가 권기택 감독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슬슬 분장도 받아야 해서.”


허나.


“자네.”


움직이던 강우진의 발길을 안가복 감독이 잔잔한 투로 멈춰 세웠다. 입가엔 노장의 미소가 담겼다.


“자네 혹시 ‘칸 영화제’에 관심이 있나?”


질문의 타이밍상 이건 무조건 기회의 냄새가 풍겼다. 그런데 왜인지 강우진의 얼굴은 더욱 무심하며 강직해졌고, 대답은 건조하면서도 빨랐다.


“아니요, 딱히 관심 없습니다.”


순간, 영물 안가복 감독의 미간이 꿈틀했다.


< 독주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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