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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64화 (164/201)

< 경신 (3) >

강우진과 bw 엔터의 계약이 1년짜리라고? 턱살 나온 편집장은 찌푸린 미간의 골이 더 깊어졌고, 바로 앞 진지한 표정인 여자 기자에게 다시 말했다. 톤이 살짝 높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1년 계약? 그걸 누구 코에 붙여? 야, 너 최성건이 누군지 몰라? 선수야, 선수. 그 마당발이 돌았다고 강우진 같은 다이아몬드와 고작 1년을 계약했겠냐? 아니, 애초에 1년 계약이란 게 존재하지도 않어.”

하나같이 틀린 소린 아니었으나 여자 기자는 꺾이지 않았다.

“정보를 입수했어요.”

“······”

슬슬 턱살을 긁던 편집장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여자 기자의 기세를 천천히 살폈다. 얼추 몇 초.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정보, 얼마나 확실한데.”

“글쎄요. 한- 80%쯤?”

“80?”

“네.”

확신이 보인다. 이쯤 되면 편집장도 그냥 무시하긴 힘들었다.

“허······이건 또 신박한 소식인데. 요즘 어떤 미친 엔터가 신인을 1년으로 계약하나.”

“제 말이요! 심지어 그게 강우진인 게 더 어이가 없는 거죠. 걔 지금 이슈만 몇 갠데요. 흥행몰이 작품도 쌓였고.”

사실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편집장은 이해가 어려웠다.

‘뭐, 그래. 백 보 양보해서 1년이라 치자. 근데 데뷔하자마자 미장센이나 한량으로 터트렸잖아? 그럼 병신이 아니고서야 당장 계약을 늘렸어야 되지 않나?’

심지어 강우진은 현재 한국을 넘어 일본의 연예계까지 뒤흔들고 있었다. 고작 1년도 안 돼서. 그런데 그 최성건이 그냥 내버려 뒀다고? 감이 죽었나?

“······음.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 둘 사이엔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아니면 거래나.”

“뭐든 지금 bw 엔터가 강우진 놓치면 진짜 업계에서 또라이 취급받겠죠.”

“그렇겠지.”

“뭐, 우리야 그런 건 별로 상관없고. 어쨌든 편집장님, 이 건 냄새 어때요? 진하죠?”

작게 웃는 여자 기자. 편집장 역시 서서히 미소가 젖어 든다.

“말해 뭐하냐. 가뜩이나 강우진 걔가 지금 시장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는데, 이거 터지면 엔터들 발칵 뒤집힌다. 죄다 돈 싸들고 달려들겠지. 대중들 관심도 훅 오를 거고. 일단, 스토리가 재밌어.”

“간만에 후킹 제대로 당길 수 있어요, 연말이 코 앞인 것도 있고.”

“그래서. 바로 쏠 거냐?”

“시간 끌면 뭐해요? 냅다 갈기는 거지.”

평소라면 동의했을 편집장이 이번엔 왜인지 좀 신중했다.

“흠- 아니, 니가 입수했다는 그 정보. 다시 확인해 봐. 그런 다음에 나한테 다시 컨펌 받아.”

미간을 팍 구기는 여자 기자.

“···편집장님. 이거 지금 빠꾸 놓으시는 거예요??”

“어.”

“아니! 이걸 왜 시간을 끌어요?? 의미 없이?”

“너 그 건 갈겼는데 행여나 사실무근으로 반격 들어오면 네가 전부 책임질 거냐?”

“반격 들어올 게 뭐가 있어요??”

편집장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귀 열고 잘 들어, 지금 강우진을 터치하는 건 나름의 각오가 필요하다 이거야. 걔만 때리고 끝날 와꾸가 아니라고.”

“예??”

“강우진 걔 주변에 붙은 거물들 한 번 나열해봐.”

“아.”

“드라마판, 영화판, 예능판, 스타작가들, 일본 쪽까지. 심지어 ‘낯기생’ 메인 투자자가 일본 재벌가 ‘카시히 그룹’인 것도 알지?”

“······”

“일반적인 신인한테는 꿈도 못 꿀 초거물들이지만, 뭐가 됐든 지금 강우진 주변엔 그런 놈들이 우글우글하다고. 즉, 그 거물들 전부 건드릴 각오를 해야 된단 소리다.”

“근데 사건은 아니잖아요.”

“괜히 부스럼 만들어서 좋을 게 뭔데?”

여자 기자가 편집장의 심정을 파악했다. 이어 편집장이 자리서 스륵 일어났다. 불뚝 나온 배가 인상적이다.

“니가 말한 그 건이 100% 사실이면 아무 문제 없어. 근데 행여나 찌라시나 뭐 유언비어로 판명 나면 사고다. 근데 버리긴 아까운 주제긴 해.”

읊조린 그가 여자 기자의 바로 앞에 서서는 낮게 말했다.

“그러니까 다시 확인해, 그런 다음에 엔터들 뒤집어도 안 늦으니까.”

같은 날 점심쯤, ‘맥스날드’ 광고촬영장.

강우진은 여전히 햄버거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침에 시작된 촬영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촬영 콘티를 봐선 얼추 오후쯤이 돼야 끝날 사이즈였다.

“우진씨! 햄버거를 먹고 눈에 번개가 치는 느낌 살려줄 수 있겠어요??”

“번개요. 네, 해보겠습니다.”

“오케이! 느낌 살려서 다시 갑니다!”

와중 우진의 십수 명 팀 중 퍽 진중한 표정인 최성건이 눈에 띈다. 팔짱 낀 채 가만히 강우진을 응시하고 있는 그. 꽁지머리를 재차 단단히 묶던 최성건이 낮게 혼잣말을 뱉었다.

“발판? 그 안가복 감독이?”

생각이 깊던 최성건의 머릿속엔 현재 안가복 감독이 가득했다. 몇 시간 전 아침쯤에 안가복 감독과 했던 통화 내용이 계속 떠올랐으니까. 분명 가벼운 주제들은 아니었다.

이어 최성건이.

“흠-”

안가복 감독과의 통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상기했다. 시작은 핸드폰 너머 안가복 감독의 늙은 목소리부터.

“이미 최대표님도 눈치는 챘을 거로 생각해요. 내 100번째 영화엔 강우진 배우가 필요합니다. 소문을 들어서 알겠지만, 이번 영화는 칸 영화제에 도전할 생각이고.”

진작에 조사를 마친 최성건이었지만 대놓고 행동하진 않았었다. 그저 약간 놀라는 척.

“아- 그렇습니까? 원래도 해외로케 촬영이 끝나면 만나 뵈려 했으니, 우진이에게 전달한 뒤 시간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런데 감독님.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음?”

“왜 우진이에게 관심이 생기셨는지 궁금합니다.”

“수어.”

“수어 말입니까?”

“그래요. 시작은 수어였지. 영화 연출에 필요한 기술이었고, 교육하기보단 가능하면 배우가 지녔으면 했어요. 그즈음 강우진 그 친구가 눈에 띄었고.”

“···이해했습니다.”

“다만, 지금은 그의 연기적인 부분이나 인간 자체에 더 흥미가 커요.”

인간 자체? 최성건이 고개를 갸웃할 때 안가복 감독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다낭에서 우진군에게 칸 얘기를 꺼내니 딱히 관심이 없다고 하더군, 눈빛이 진심이었어. 정말 칸에는 큰 생각이 없는 게지.”

“······”

“혹시, 최대표님도 알고 있었나요?”

알았다기보단 엿들었던 최성건이었다. 허나 일단은 모른 척해야 했다.

“아니요, 워낙 예측이 힘든 친구라.”

“음. 그렇다면 우진군이 욕심내는 게 칸이 아닌 ‘오스카상’인 것도 전혀 몰랐겠구만.”

뭐? 오스카상?

“예? 아니······그게 무슨.”

핸드폰 너머 초거물 영물이, 노장 숙주가 기민한 착각을 대수롭지 않게 설파한다.

“오스카상. 즉,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오르는 것을 노리고 있어요, 우진군이. 그가 했던 말과 눈빛의 속뜻에서 절절하게 느꼈지.”

최성건은 당황했다. 아카데미상? 아카데미상이라고? 물론, 언젠가 부딪혀볼 거대한 세상이지만 그걸 벌써? 탑배우라도 10년 이상은 도전해야 할 곳. 그럼에도 탈락하는 자가 수두룩했다. 하지만 강우진은 이제 해봐야 고작 1년. 말이 안 됐다.

여기서 최성건은 강우진의 성향과 걸어온 발자취를 떠올렸다. 더불어 능력들까지.

그랬더니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지. 시작부터 지녔던 원어민급의 영어. 그리고 많은 언어들. ‘낯기생’이 위기일 때 자리를 지켰듯, 일본을 포함한 해외 진출의 열망. 주변에 부대끼는 거물들.’

가만 보니 권기택 감독이나 쿄타로 감독 등은 전부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았다.

최종적으론.

‘거기에 선택할 작품에 터치하지 말라는 특약 조항.’

모든 것을 조합해보니 답이 나왔다. 실제로 강우진은 티 안 나게 끝판왕을 향에 묵묵히 걷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 끝판왕은 ‘아카데미상’이었다. 그래, 그랬구나. 최성건의 확신은 점차 선명해진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두 명확한 계획하에 움직여 온 건가? 아카데미상을 최단 거리로 가기 위해??’

노장 숙주가 설파한 착각에 철저히 전염됐다. 정작 주인공인 강우진은 햄버거나 씹을 뿐이었으나, 최성건과 안가복 감독 둘만 심각했다. 그런 둘 중 핸드폰 너머 안가복 감독이 재차 말했다.

“우진군이 지닌 그 배포는 허세에서 나오는 게 아니겠지. 자세에서 비롯된 것. 진심으로 달려가고 있는 게야. 허나, 최대표님도 알고 있겠지요. 아카데미상을 가기 위해선 많은 조건이 필요해요.”

“······그게 말씀하셨던 발판.”

“맞아요. 물론, 우진군이 지닌 것들은 충분히 헐리웃을 휘저을 수 있을 정도긴 해. 하지만 그걸 보여주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하지. 아직 그들은 우진군을 전혀 모르니까. 그 티켓을 따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배우가 세계에는 널렸어요.”

“예, 그렇죠.”

“그런데 우진군의 관심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 그 이상일 테지. 번쩍이는 걸 받아낼 요량. 그러기 위해선.”

“압니다. 납득될만한 필모와 고개가 끄덕여질 성과는 있어야 하죠, 이력서에.”

“그것이 기초. 아카데미상 시스템이 그렇게 생겨 먹었어요.”

작게 웃던 안가복 감독이 늙은 목소리에 약간 힘을 넣었다.

“발판으론 칸만 한 게 없다는 얘기지요. 아카데미상에 관여된 모든 이들에게 공신력을 선사하니까.”

여기까지. 안가복 감독과의 통화를 상기하던 최성건이 현실로 복귀했다. 그의 시선은 촬영존 안의 강우진에게 닿아있다. 곧, 기민한 착각이 융화된 최성건이 속으로 읊조렸다.

‘현재 배우 강우진의 유일한 단점이자 부족한 것이 경력. 필모가 아직 허허벌판인 것. 아카데미상의 시스템은 복잡해. 수많은 이해관계와 극복하기 힘든 어떠한 연줄도 가득하지.’

지금 최성건이 말한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아카데미상을 더 깊숙이 파고들면 얽히고설킨 검증과 체계가 상당히 많다. 까마득하달까? 그 수많은 것 중 하나가 배우가 걸어온 발자취 또는 이름값.

이력서라는 건 어디서나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파워를 자랑한다.

그것은 아카데미상 역시 마찬가지였고 현재의 강우진으로서는 어렵다. 노력이나 뭐 열정으로 뚫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데뷔 1년인 신인이 칸을 뒤집는다면.’

실낱같을 가능성이 생기긴 한다. 호기심이 생길 테니까. 아직까진 1년짜리 생초짜가 칸 영화제를 씹어먹은 역사는 전무했다. 그것이 카운터를 칠 핵심.

그러다.

“하하.”

생각이 깊었던 최성건이 헛웃음을 지었다.

“미치겠네, 나도 칸 영화제를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잖아?”

애초 신인이 칸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듣도보도 못 한 일. 과거에도 미래에도 마찬가지. 물론, 강우진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어쨌든 칸 영화제가 곁다리가 돼버렸다.

이때.

-슥.

쉬는 시간인지 무심한 얼굴인 우진이 자리로 돌아왔다.

‘뭐지? 기분이 엄청 업되신 것 같은디??’

그리곤 물었다.

“대표님, 좋은 일 있으십니까?”

덤덤한 물음에 꽁지머리 최성건의 미소가 짙어졌고.

“뭐 비슷해. 좋은 일을 상상했지.”

속으로 다짐했다. 불가능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겠다고.

‘까짓거 역사 한 번 써보자. 그 전에 일단 계약부터 해결하고.’

근간이 기민한 착각인 건 꿈에도 몰랐다.

다음 날, 10일. 이월선 작가의 작업실.

조용한 방에 이월선 작가가 노트북을 응시하고 있다. 평소완 달리 네추럴한 느낌의 그녀는 몇 분간 노트북 화면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그런 이월선 작가가 대뜸 핸드폰을 들어 ‘얼어죽는 연애’의 연출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촬영 중일 테지만 연출 PD가 받는 것은 빨랐고.

“네네, 작가님.”

이월선 작가가 간단히 선언했다.

“마지막 화 원고, 방금 끝냈어요.”

첫방이 임박한 ‘얼어죽는 연애’의 원고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얘기. 이에 핸드폰 너머 연출 PD의 음성이 높아졌다.

“이야! 고생 많으셨습니다, 작가님! 그- 오늘은 안 될 것 같고! 내일! 내일 아침에 가겠습니다!”

“그래요. 근데 마지막 화 원고가 두 가지 버전이 있어요.”

“예? 두 가지 버전?”

“네. 저번에 PD님이 말한 ‘옆집 묘한 남자’가 계속 마음에 걸려서요.”

“음? 잘 마무리 해주셨잖습니까? 회상 컷이나 이사 갔다는 언급도 삽입해주셨고.”

“그런데 캐릭터가 좀 아쉬워서요. 우진씨가 살려서 퀄리티가 높아진 것도 있고.”

“···그렇긴 하죠. 두 가지 버전은 어떤 겁니까?”

“마지막 화에 주인공 ‘송태형’과 ‘옆집 묘한 남자’가 다시 만나는 컷 하나, 아닌 거 하나.”

“아아.”

천천히 다리를 꼬던 이월선 작가가 설명을 이었다.

“대본 보면 알겠지만, ‘옆집 묘한 남자’가 송태형과 우연히 만나게 돼요. ‘옆집 묘한 남자’는 눈을 피해요. 하지만 완벽히 변화한 송태형이 수어로 인사를 해줘요, 놀란 ‘옆집 묘한 남자’ 역시 웃으며 수어로 화답하는 것까지.”

“오호! 확실히 1화와 마지막 화의 그림이 대비되면서 훈훈하겠는데요??”

“그렇지만 우진씨가 안 해주면 못 쓰죠.”

“······예. 안 그래도 우진씨 언론 나오는 거 보면 워낙 바빠 보이긴 하고.”

“촬영은 반나절이면 끝날 정도긴 하니까, 일단 PD님이 우진씨 쪽에 요청을 해보실래요?”

“알겠습니다, 작가님.”

특이한 건 연출 PD가 보낸 연락에 답장이 매우 빨랐다는 것. 물론, 상대는 최성건이었다.

-[예, PD님. 우진이도 하고싶어 하고, 일주일 전에만 알려주시면 시간 내보겠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각에 ‘얼어죽는 연애’ 측이 공식 예고편을 세상에 공개했다. 너튜브 외의 여러 영상 플랫폼에.

-‘얼어죽는 연애’|공식 1차 예고편|KBC

15초짜리와 30초의 티저와 공식 1차 예고편이었다. 첫방이 약 2주밖에 안 남았기에 당연한 수순. 물론, 두 영상 모두엔 짧지만 강렬한 ‘옆집 묘한 남자’의 모습이 담겼다. 수어도 마찬가지. 강우진의 존재감은 묘하게 강렬했다.

당연히 대중들의 반응은 금세 달렸고.

-강우진님 마약상에서 눈빛이랑 호흡으로 연기 다 씹어먹더라....호달달달....진짜 섹시하게 미친 싸이코 패스같이 무서웠음...근데 수어 연기는 또 새로운데??

-이거 강우진 얼마나 나오는 거임??

-강우진은 마스크가 다채로운게 개좋음! 달달했다가 덜덜했다가 이건 또 몽글몽글한 느낌

-아ㅠㅠㅠㅠ뭔가뭔가 노잼일거같아.....

-이월선작갘ㅋㅋㅋㅋㅋ과연 박은미 작가를 누를수 있을라나?ㅋㅋㅋㅋㅋㅋ

-강우진ㅋㅋㅋㅋㅋ사랑꾼이었다가 마약중독자였다가 이번에는 수어까짘ㅋㅋㅋㅋㅋ걍 전부 다른 사람같음ㅋㅋㅋ

-정장환은 또 드라마넼ㅋㅋㅋ얘는 영화는 안 찍남??

-헐ㄹㄹㄹㄹ강우진 잠깐 나오는데도 지린다...진짜 표정 근육부터 몸짓 하나하나 와 진짜 대박임....예고편만 봐도 ㅈㄴ재밌다....

강우진의 연기 스펙트럼은 끝없이 넓어지고 있었다.

한편, 같은 시각. 청담동 샵.

커다란 샵의 주차장에 보이는 강우진의 승합차. 곧, 샵에서 나온 풀메이크업의 우진이 승합차에 올랐다. 차 안엔 조수석의 최성건만 보였다. 한예정과 장수환은 화장실, 나머지 팀들은 회사에 있었으니까.

오늘 우진의 스케줄은 오전엔 두 건의 인터뷰가 있었고, 점심부터 밤까진 ‘실종의 섬’ 촬영에 복귀해야 했다.

뭐가 됐든.

-스윽.

조수석에 앉은 최성건이 강우진에게 돌연 투명 파일을 내밀었다.

“그거 연말 관련 자료들이야. 지금까지 섭외 요청 들어온 시상식들하고. 참고로 연말 시상식은 종류가 뭐가 됐든 무조건 참석하는 게 득이야, 알지?”

냉랭한 강우진이 묵묵하게 파일을 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고 있습니다.”

투명 파일에 시선을 내린 우진을 유심- 히 보던 최성건이 대뜸 주제를 바꿨다.

“그리고 아카데미상은 현재로선 불가능해.”

이에 천천히 고개를 올려 최성건과 눈을 맞춘 강우진은 잠시간 침묵.

“······”

포커페이스에 흔들림은 없다. 하지만 묘한 동요가 섞인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물음표라고 해야 되나? 그렇게 흐른 시간이 몇십 초. 이내 강우진이 착 깔린 목소리로 답했다.

“물론, 올해는 힘들겠죠.”

대답을 듣자마자 최성건이 헛웃음을 지었다.

“하- 혹시나 했구만 역시나였네. 아카데미상이라니······원대하다 못해 아득하다, 아득해. 상식이 파괴된다고.”

질린다는 듯 읊조리는 건 보너스.

“처음부터 아카데미상만 노리고 있었냐? 서운한데? 그 미친 계획, 언질이라도 줬으면 마음에 준비라도 했을 거잖어. 심장병 걸리것다.”

강우진의 무심한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

‘······?’

< 경신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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