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67화 (167/201)

< 경신 (6) >

속으로 2억이니 3억이니 읊조리던 불독. 아니, 서구섭 대표. 그는 사실 강우진과의 첫 만남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강우진의 등장으로 ‘미장센 영화제’ 관련 모든 것을 뺏겼으니까.

물론, 그건 서구섭 대표 혼자만의 생각이긴 했다.

어쨌든 그 후로 강우진은 미쳤다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승승장구했고, GGO 엔터의 대표 서구섭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솔직히 내내 거슬리긴 했어, 워낙에 자주 나왔어야지.’

심지어 ‘미장센 영화제’ 뒤로 강우진의 이슈는 끝없이 터져댔다. 한량을 시작으로 최근 일본과 ‘마약상’까지. 서구섭 대표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고, 대기업 GGO 엔터를 이끄는 수장인 그도 강우진 같은 배우는 난생처음 목도했다.

그런 그는 사업가였다.

이 정글 같은 연예계서 초거대 엔터를 이끄는 정도의 인물. 그러니 이쯤 되면 강우진을 공격하기보단 욕심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틈새가 없었다.

재밌는 건.

‘1년 계약?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샛길이 열렸다는 것. 이에 불독 서구섭 대표의 머릿속에는 강우진을 집어삼킬 생각만이 가득해졌다.

‘계약금만 3억. 부수적인 보너스는 따로. 이 정도면 그놈 관심을 끌 수 있을 거야.’

최상위에 군림한 탑배우의 계약금은 대충 5억에서 10억 사이. 계약금 3억 대에 기타 등등의 보너스라면 그에 상응하는 조건이었다. 신인에겐 때려죽여도 붙을 수 없는 것.

이어 서구섭 대표가 앞의 간부들과 시선을 맞췄다.

“다들 알고 있나?”

“예??”

“강우진 말이야. 이놈 이거 데뷔하고부터 지금까지 쭉 보니까, 손을 댄 것에 실패한 것이 아예 없더라고.”

“아- 그러고 보니.”

“이상하리만큼 운이 좋아.”

미소가 짙어진 불독 서구섭 대표가 지시를 내린다.

“이리 대놓고 터졌으니 대형부터 좆밥 엔터들까지 강우진한테 달려들 거야. 그놈은 일반적인 배우와는 결이 좀 달라, 걸어가는 길이 하나 같이 폭발력이 있어. 그러니까 엔터들 동향을 확실히 파악해 둬.”

“알겠습니다, 대표님!”

공기에 욕심과 욕망이 팽배해진다.

“강우진, 이번에 어떻게든 데려와야 돼.”

이 시각, 도로를 달리는 흰색 밴의 안.

샵으로 이동 중인 화린은 화장기가 없는 생얼에 가까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연신 핸드폰을 내려보고 있었다.

그녀가 보는 것은 강우진의 팬클럽 ‘강심장’.

-[공식/강우진의 공식 팬카페 ‘강심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표 매니저: 혈육여자.

현재 ‘강심장’의 팬카페는 평소보다 더 많은 글들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와 무슨 글이 초마다······하긴, 우진님 1년 계약 기사 보고 나도 놀랐을 정도니까.’

당연히 최근 터진 강우진의 기사 때문이었다. 보통이라면 고작 신인의 계약 만료가 무슨 기삿거리냐 하겠지만, 그 주인공이 강우진이라면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았고 화린 역시 그랬다.

‘근데 진짤까? 아우 궁금해!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심지어 화린의 소속사인 JML 엔터도 소식을 접하곤 강우진 영입을 위해 움직이는 중이었다. 뭐가 됐든 현재 연예계 엔터들 사이론 ‘강우진의 계약 만료’ 이슈가 급부상했다.

이에 화린은 뭔가 마음이 뒤숭숭했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우진님이 우리 회사 오면 완전완전 좋을 것 같긴 한데······혜연 언니를 생각하면 또 안 그렇고. 하, 모르겠다.’

강우진이 같은 소속사가 되면 방대해진 덕질에 부스터를 달겠지만, 친한 언니인 홍혜연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화린이었다.

그때.

-♬♪

그녀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벨소리를 뱉었다. 특이한 건 화면에 표시되는 발신자.

“어?”

상대는 희한하게도 최성건 대표였다. 뭐지? 싶었던 화린은 일단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네- 안녕하세요, 대표님.”

그녀의 목소리에 밴에 타고 있던 실장 매니저 등의 스탭들이 시선을 붙였고, 화린의 핸드폰 너머로 최성건의 담담한 음성이 들렸다.

“화린씨 안녕하세요. 너무 갑자기 전화 드렸죠?”

“아아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다른 게 아니고. 우진이 ‘강우진 부캐’ 채널 관련해서 섭외 요청드릴 게 있어서요.”

바로 눈을 반짝이는 화린. 최애의 거대 너튜브 채널 얘기 때문이었다.

“···섭외요? 혹시 커버곡 듀엣이라거나?”

“아니요. 이건 아직 대외빈데 ‘강우진 부캐’ 채널에 새로운 컨텐트가 추가될 예정이거든요.”

“보컬 말구요? 어떤거요?”

“우진이랑 같이 ‘우리네 식탁’ 하시니까 아시겠지만, 요리 컨텐츠를 해볼 생각입니다. 우진이가 첫 번째 게스트로 화린씨를 추천했고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는 화린이었다.

‘미, 미쳤다.’

‘우리네 식탁’ 1일 식당 촬영 당시 화린은 이미 강우진의 요리를 맛봤었다. 그리고 더 반했다. 그것을 1대1로 볼 수 있다고? 방방 뛰고 싶은 화린은 최대한 흥분을 감췄다.

“정말요? 근데 어떤 느낌의 컨텐츤지 언질 좀 주실 수 있어요?”

“물론이죠.”

핸드폰 너머 최성건의 설명이 시작됐다. 자세하진 않지만 핵심이 포함됐다. 우진과의 1대1 토크, 더불어 원하는 요리를 강우진이 직접 해준단다. 이어 완성된 요리를 같이 먹는 그림까지.

‘이이이이건 데, 데이트랑 똑같잖아!’

팬심이 신앙급인 화린에겐 축복과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약간 눈동자가 확장된 그녀의 대답은 빨랐고.

“할게요.”

조수석에 앉은 뚱뚱한 실장 매니저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뭔데? 뭘 한다고 한 건데.’

아랑곳없이 화린은 핸드폰 너머 최성건에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휴식기에 가까워서 충분히 가능해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스케줄은 우진이에 맞춰도 되나요?”

“회사랑도 얘기해야겠지만 가능할 거예요.”

“그럼 스케줄 부분은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일단, 화린씨 의중부터 물어보려고 했거든요.”

“저야 감사하죠, 500만 너튜브 채널에 초대해주시고.”

“그럼 촬영 때 뵐게요-”

“네, 대표님.”

담담히 답한 화린이 핸드폰을 천천히 내렸다. 동시에 실장 매니저가 다급히 물었고.

“야, 너 방금 뭔 스케줄을 잡은 거여??”

화린은 그에게 대답 없이 속으로 세상이 떠나갈 듯 흥분했다.

‘꺄악!! 어떻게!! 완전 좋은데?! 우진님이 나만의 요리를 해줘?!! 뭐 먹는다고 하지??!!’

후로.

이틀 전 터진 강우진의 계약 만료 소식은 시간이 갈수록 연예면에 급속도로 번졌다.

『‘강우진’이 1년 계약? 급작스레 쏘아진 소식에 국내 엔터들 들썩』

『[스타이슈]연예계에 빠르게 퍼지는 ‘강우진 1년 계약설’, 하다하다 계약서 내용까지 최초?』

처음엔 긴가민가하면서도 따라붙던 언론은 어느새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로 기사를 쏴댔다.

『울트라급 괴물 신인 ‘강우진’ 이대로 bw 엔터 떠나나? bw 엔터측은 묵묵부답』

금세 질펀해진다. 워낙 강우진의 파급력 기세가 대단한 상태고, 뭣보다 ‘1년 계약’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신박해서였다. 한국과 일본을 뒤흔든 괴물 신인의 계약 기간이 고작 1년? 따위의 느낌.

추측이고 찌라시고 어뷰징이고 멋대로 수를 불린다.

『[이슈체크]강우진 계약 만료, 내년 FA시장에서 그의 거취 관심집중』

강우진에게 ‘최초’ 타이틀이 또 추가됐다. 연예계에 1년 계약 따위 전무했으니까. 다만 이건 의도한 이슈는 아니었다. 뭐, 무명 배우라면 의미 없겠으나 당사자가 강우진이라면 충분히 팔릴만한 이슈.

이 건은 점차 인터넷 각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너튜브에선 많은 이슈 너튜버들이 각종 찌라시를 남발하며 일을 키웠고, 커뮤니티나 SNS 등의 여론도 멋대로 떠들기 바빴다.

-???엥????

-ㅋㅋㅋㅋㅋㅋ1년 계약ㅋㅋㅋㅋ이거 백퍼 찌라시넼ㅋㅋㅋㅋ

-신인이면 최소 5년 계약 아님???

-bw 엔터가 ㅂㅅ도 아니고 작다곤 해도 나름 홍혜연도 있는곳인뎈ㅋㅋㅋㅋㅋ?

-또 이 새끼냐??

-근데 이거 진짜면ㅋㅋㅋㅋ진심 국내 엔터들 존나 달려들듯ㅋㅋㅋㅋ

-강우진 얘는 시바 조용한 날이 없네

-이거 강우진 쪽이 의도적으로 흘린 걸수도 있음

-강우진ㅋㅋㅋㅋ엔터 입장에선 졸라 탐나는 매물이긴하짘ㅋㅋㅋㅋㅋㅋ

언론·여론보다 광분한 건 역시 국내 수많은 엔터들이었다.

“최성건이 강우진과 처음 계약할 때 내건 조건들 확인할 방법이 있나?”

“어렵습니다.”

“흠- 그럼 추측해서 제안하는 수밖엔 없겠어. 그거 준비됐어? 강우진 시장 가치.”

“예, 대표님. 올해만 놓고 보면 탑급으로 봐도 무방한 정돕니다. 애초 일본 진출도 그렇고 지금까지 이룬 것들도 상상을 초월하고요.”

“주변에 붙은 인물들도 죄다 거물이야. 이건 최소 억대 계약금 아니면 콧방귀도 안 끼겠어.”

“아마도.”

“근데 강우진 연락처 확인은 아직인가??”

대형부터 중형 또는 소형까지. 난다긴다하는 엔터들의 움직임이 들썩들썩한다.

“강우진 출연 작품들 몸값 추정치 예측이 그렇게 힘들어??!”

“그, 그게 강우진이 워낙 데이터가 쌓이기 전에 훅 치솟는 바람에.”

“그래도 시장에 좀 도는 소문이라도 있을 거잖아! 그래, ‘실종의 섬’! 그쪽을 좀 파봐! 비벼보더라도 얼추 이해되는 금액을 들이밀어야지!”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회의에서, 미팅에서 강우진의 얘기는 빠짐없이 나왔다.

“강우진 연락처 알아보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애초에 강우진 자체가 정보가 적습니다!”

“걔가 거친 작품들 파고들면 되잖아! 스탭들이든 배우들이든 강우진이랑 연 있는 애들부터 쑤셔봐!”

“예예, 대표님!”

“빨리 움직여! 딴 엔터는 진작에 강우진이랑 접촉했을지 모른다고!”

이 같은 분위기는 엔터들을 너머 연예계 전체가 비슷했다. 영화사나 제작사는 물론이며 각종 방송가의 인원들 역시 강우진 얘기를 해댔다.

“요즘 엔터들 강우진 잡으려고 난리라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긴 해, 어디 기사 보니까 올해 연말에 강우진 몇 관왕 할지가 초유에 관심사다 어쩐다 하드만.”

“하긴, 올해는 진짜 강우진이 씹어먹었지. 근데 그 능력 좋은 최성건이 왜 1년짜리 계약서를 썼지?”

“난들 아나. 여튼 이 분위기면 대형 엔터들 돈 싸들고 달려들 게 빤하고, 내년이면 강우진 소속사 바뀌겠는데??”

이만한 안줏거리도 없었으니까. 물론, 강우진의 부모와 불알친구 등도 그렇고, 우진과 작업했던 또는 작업할 스탭들, 누구나 인정하는 거물들 역시 이 소식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강우진을 아는 배우들은 더욱이 신기해했다. 예를 들어 ‘실종의 섬’의 배우들.

“정민이 형, 우진씨한테 뭐 들은 거 없어요? 형이랑은 좀 친한 편이잖아요.”

“친하든 안 친하든 우진씨가 뭘 자세하게 떠드는 스타일도 아니고.”

“근데 1년 계약은 진짜 좀 신박한데요? 우리 회사도 우진씨 잡는다고 회의 열고 그러던데. 현장에 찾아올 기세라니까요? 그나마 권 감독님 때문에 죽어라 참는 분위기.”

그러면서도 약간의 오해의 눈덩이가 생성됐다.

“근데 언론이 이 정도쯤 떠들면 우진씨도 뭔가 액션을 취해야 될 텐데,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더라고요?”

“여기서 떠들어봐야 이득 될 게 뭔데? 딱 사이즈가 몸값 재측정 기간처럼 굴러가잖냐. 이 타이밍엔 무조건 입 다물고 있는 게 답이지.”

탑배우들이라 예측도 선수처럼 해댄다.

“아아, 그렇긴 하네. 이럴 땐 부르는 게 값이긴 하죠.”

“판 깔렸을 때 가치 훅 올려야지, 다 알면서 그러냐 우창아.”

달아오르는 게 과하다. 강우진을 예의주시하는 일본 쪽에도 기사가 던져질 정도.

『‘남사친’의 「강우진」1년 계약 소식으로 한국에서 시끌』

허나 강우진은 그 어떤 리액션도 하지 않았다.

14일 아침, 부여.

‘실종의 섬’의 대형 세트 단지. 해외로케가 끝난 뒤 ‘실종의 섬’은 국내 촬영이 벌써 본격화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단지의 외부 주차장엔 수많은 미니버스와 승합차 등이 즐비했다. 그사이 강우진의 승합차도 보였다.

특이한 것은.

“흠-”

승합차 안엔 의상으로 군복을 차려입은 강우진 혼자만 있다는 것. 이유야 간단했다. 오늘 촬영 첫씬부터 투입될 그였고, 현재는 촬영 세팅 중이기에 대기 중인 우진이었다.

최성건 등의 스탭들은 현장에 있겠지.

뭐가 됐든 강우진은 의자에 파묻혀 핸드폰을 터치하고 있었다. 요즘 심심하면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는 그였다. 검색사이트에 강우진을 치면 수많은 것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게 재밌어서.

그런 우진이 보는 것은 최근 계속해서 이슈되는 주제의 기사.

『강우진 1년짜리 계약 만료? 엔터테인먼트들 달아올랐는데 강우진만 잠잠, 몸값 올리기?』

내용을 쭉 확인하던 강우진이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개소리여, 몸값을 올리긴 개뿔. 별생각도 없구만.’

사실이었다. 강우진은 언론이나 여론이 떠드는 것처럼 깊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았다. 뭔가 당사자는 고요한데 주변이 발광하는 그림. 강우진에겐 ‘재계약’이라는 것 역시 첫 경험이니까.

허나 이를 아는 건 강우진 본인뿐이었다.

최성건도 그저 ‘잘 생각해봐, 곧 따로 얘기하자.’ 정도의 말이 다였다. 하지만 강우진에겐 딱히 생각할 거리가 없었다. 이미 결정한 부분이었으니까.

‘몰라, 쯧. 냅두면 알아서 조용해지겠지.’

거기다 할 것도 너무 많았다. 오늘도 ‘실종의 섬’ 종일 촬영이 잡힌 데다, 정확히 이틀 뒤 16일에는 또다시 일본으로 넘어가야 했다.

왜?

16일엔 ‘낯기생’의 정식 대본리딩이 잡혔으니까. 따라서 직전까지 ‘실종의 섬’의 촬영에 매달렸다가, 대본리딩을 위해 일본을 가면 기타 등등의 스케줄로 인해 약 3일 정도 있을 예정.

‘근데 대본리딩을 원래 최고급 호텔에서 하기도 하나? 검색해보니까 호텔 규모가 지리던데. 뭐, 여튼 드디어 일본 배우들을 보는 건가?’

이쯤 강우진의 심장이 미약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반면, 편하기도 했다. 난생처음 보는 일본의 탑배우들이라 신기했다만, 그 생소함이 오히려 속이 편한 강우진이었다.

그래도 일본 배우들과의 연기는 마찬가지로 긴장됐다.

그들은 어떨까? 뭔가 한국 배우들과는 다르겠지? 나를 어떻게 보려나? 연기들은 잘하나? 얼마나 유명한가? 등등. 언뜻언뜻 어떤 배우가 캐스팅됐다는 소린 들었지만, 타국의 탑배우들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우진의 연예계 지식이 깊진 않았다.

몰라, 씨. 가보면 알겠지.

곧, 생각의 주제를 바꾼 강우진이 보던 핸드폰을 내렸다. 아직 누군가 데리러 오려는 기색은 없었다. 덕분에 우진은 옆자리에 놓인 종이뭉치를 집었다. 며칠 전 영물 할아버지. 아니, 안가복 감독이 넘겨줬던 ‘거머리’ 시나리오였고.

-팔락.

시나리오를 보기 시작하는 강우진. 지금만이 아닌 틈날 때마다 읽어선지, 현재 우진은 ‘거머리’ 시나리오를 약 30% 정도까지 독파했다.

이 순간.

-우우웅.

우진의 핸드폰이 짧은 진동을 뱉었고, 시선은 시나리오에 둔 그가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도착한 건 문자였다. 그런데 저장 안 된 번호. 고개 갸웃한 우진이 내용을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강우진씨. 저는 BHM 엔터의 대표 김남태라고 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연락 드린 건 바쁘신 와중에 잠시라도 만날 시간을 내주십사······

뜬금 무슨 엔터의 대표의 문자였다. 강우진은 두 눈을 끔뻑였다.

“뭐지.”

얼추 만나달라는 뉘앙스의 문자.

“내 번호는 어찌 알고.”

하지만.

-우우웅.

문자는 방금의 것이 끝이 아니었다.

-강우진님! 안녕하세요! JML 엔터에서 연락드립니다! 혹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비슷하지만 다른 엔터의 문자가 또 도착했다. 이에 우진의 미간이 좁혀졌다. 재밌는 건.

-우우웅.

-우우웅.

문자 만이 아닌 톡으로도 도착한다는 것. 방금 최소 5통의 메시지가 연달아 박혔다. 순간, 이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는 강우진.

“아, 맞다. 한량 리딩 때.”

수많은 엔터들에게 받았던 명함을 우진이 상기했을 쯤 재차 진동이 울렸다.

-우우웅, 우우우웅.

이번엔 전화였다. 물론, 저장 안 된 번호. 강우진은 뭔가 싶긴 했지만 혹시 몰라 전화를 받았고.

“네, 여보세요.”

핸드폰 너머론 자신감 가득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오, 강우진씨. 반가워요? 나 GGO 엔터의 서구섭입니다. 잠깐 통화 가능해요?”

하지만 무거운 표정인 강우진의 목소리는 낮고 냉기가 가득했다.

“아니요.”

서구섭이고 나발이고 기억이 안 나는 눈치였다.

< 경신 (6)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