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값 (8) >
강우진이 승합차 안. 즉, 현실로 돌아왔을 땐 세상은 그대로였다.
여전히 2일 아침이었고 최성건 등 우진의 스탭들은 할 일 중이며, 그가 탄 승합차는 꽉 막힌 도로에 갇힌 상태. 목적지는 청담동 샵. 아공간에 진입하기 전과 다른 바 없다. 뭐랄까, 눈을 한 번 깜빡인 것 같다.
하지만.
“······”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펴는 우진에겐 많은 시간과 어마무시한 일이 벌어진 뒤였다. ‘장연우’의 세상 말이다. 무표정인 우진이 내면 상태를 점검해본다. 변했다. 이걸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분명 뭔가가 각인됐다.
기민하고 담대하며 강직한 것.
강우진으로서는 처음 경험해보는 감각이었다. 온몸이 예민하면서도 유연하다. 보컬이나 요리 또는 언어들과는 달랐다. 그것들이 부드러웠다면 이번 건 쓰고 거칠다. 야생의 폭력성이 짙다. 음지에 가깝다. 익숙지 않은 ‘사냥’이란 단어가 친숙했다.
위험하다.
순간, 포커페이스를 짙게 만든 우진은 컨셉질을 상기하며 자아를 투철하게 했다. 이건, 방금 얻은 기술은 확실히 다룰 줄 알아야 했다. 어설프게 가졌다간 문제가 터진다.
하지만 괜찮다.
‘통제하는 게 어렵진 않아.’
강우진은 가진 모든 것의 주인이며 그것들을 종용하는 방법을 통달했다. 까불지 마라, 니들은 나를 빛내주기만 하면 돼. 강우진은 마인드 컨트롤을 곱씹는다. 언제나 하던 작업이었다.
이어.
-스윽.
마음을 차게 식혔다. 그리곤 경험한 ‘장연우’의 것을 복기한다. 반복된 리딩(경험)은 배역과 그의 세상을 선명하게끔 하며, 그로 인해 파생된 기술 등의 모든 건 강우진에게 숙달된다. 손쉽게 다루게 된다.
“후우-”
‘무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늦은 점심쯤.
장소는 강남의 한 촬영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 정확히는 큰 규모 건물의 지하주차장. 그런 곳에 강우진의 승합차가 멈췄다. 곧, 차의 뒷문에서 강우진이 내렸다.
-스으.
아침과는 달리 풀메이크업에 의상이나 헤어도 완벽했다. 살짝 뒤로 넘긴 머리에 초록 니트와 검은색 슬랙스. 딱 봐도 촬영이 있나 싶은 느낌이었고, 실제로 몇십 분 뒤 강우진은 촬영이 잡혀 있었다.
‘강우진 부캐’ 채널의 촬영이었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영상을 축적해놔야 했고, 뭣보다 오늘은 ‘강우진 부캐’의 요리 컨텐츠의 정식 첫 촬영이기도 했다. 덕분에 대여한 촬영 스튜디오였으며 앞으로 요리 컨텐츠 촬영은 이 대여 스튜디오에서 진행될 예정.
어쨌든.
“우진아.”
조수석에서 내린 꽁지머리 최성건이 우진에게 붙었다.
“PD님, 스튜디오에 있다니까 일단 올라가자.”
“예 대표님.”
그 순간.
-끼기긱.
지하주차장으로 익숙한 흰색 밴이 입장했고, 좌회전하려던 밴은 강우진을 발견한 탓인지 곧 우진의 방향으로 스르륵 다가왔다.
이내.
-텅!
흰색 밴에서 눈 밑에 점 찍힌 여자가 내렸다. 화린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진씨.”
그녀 역시 풀메이크업 상태였다. 긴 머리는 돌돌 말아 올렸고, 의상으론 두터운 카키색 항공점퍼를 걸쳤다. 이쯤 저 뒤쪽 주차장 입구로 회색 소형차가 추가로 들어왔고, 그것을 슬쩍 확인한 우진이 화린에게 무던한 인사를 던졌다.
“네. 안녕하세요, 빨리 오셨네요.”
마찬가지로 덤덤하게 인사를 받은 화린.
“아- 길이 안 막혔어요.”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쉴 새 없이 두쿵대는 중이었고.
‘우진님이 직접 요리를 해주시는 건데 늦으면 안 되지! 으- 어떡해, 떨려.’
그녀 옆에 붙은 통통한 실장이 작게 한숨 쉬며 진실을 뱉었다. 물론, 속으로.
‘늦으면 안 된다고 더럽게 재촉했으면서 아닌 척은.’
이어 최성건 포함 우진의 팀들과 화린의 팀이 적당히 인사를 나눈 뒤, 모두 촬영을 위해 건물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움직였다. 나란히 선 강우진과 화린을 중심으로 열댓 명 인원들이 감싼 그림.
강우진과 화린은 금세 사라졌다.
문제는.
“······또. 또, 강우진 저 새끼야.”
지하주차장에 강우진과 화린을 몰래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것. 뒤늦게 주차장으로 들어온 회색 소형차 안의 정체 모를 사내였다. 그런데 상태가 이상하다.
“화린은 내 거야. 내 거라고.”
반쯤 미친 것 같았다.
담배 냄새로 찌든 소형차 안 사내는 검은색 패딩을 입었으며 후드로 얼굴을 가렸다. 피부는 푸석하다. 수염도 까끌하게 자랐다. 동공이 살짝 풀렸다. 나이 추정은 어렵지만 얼추 30대 정도로 보인다.
사내의 한 손엔 카메라가 들렸다.
“시발. 시발 새끼. 개새끼. 더러운 새끼. 감히, 감히 내 화린에게.”
카메라의 화면엔 직전 강우진과 화린의 투샷이 찍혀있다. 곧, 남자가 카메라를 조작한다. 화면에 출력되는 사진이 바뀐다. 화린이 집에서 나오는 것, 차에 타는 모습, 샵에 들어가거나 나오는 것 등등등. 수많은 화린의 모습이 찍혀있다.
“‘남사친’까지 참아줬잖아······화린 너도 그래. 헤프잖아. 자꾸 왜 날 화나게 하는 거야. 어?”
그가 미친 듯이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 상태를 보니 이미 너덜너덜했다. 손톱 뜯는 것을 평소에도 자주 하는 모양. 뭐가 됐든 몇 분간 몸을 미세히 떨며 손톱 뜯던 그가.
“······더는 못 참아. 이젠 안 돼. 벌을 줘야 해.”
손에 들린 카메라를 조수석에 던졌고 조수석 위에 올려진 검은 봉투에 손을 넣는다. 카랑카랑 각종 소음이 들렸다. 곧, 그가 봉투 안에서 뭔가를 꺼내 패딩 속주머니에 넣었다.
은색에 길쭉한 것.
“화린아, 넌 날 배신했어. 체벌. 그래, 이건 체벌이야. 혼나야지. 네가 너무 예뻐서 그래.”
송곳이었다.
한편.
강우진이 화린과 촬영을 시작할 무렵, 영화계 언론은 어제쯤 터진 이슈를 퍼트리고 있었다.
『[무비톡]‘안가복 감독’과 ‘대배우 심한호’ 영화, 배우판 두 거대 괴물이 전설 같이 쓰나?』
『안가복 감독 100번째 영화에 심한호가 주연일 가능성↑』
퍽 부산스럽다. 원체 두 인물이 가지는 위세가 대단했으니까.
『역시 안가복 감독의 선택은 심한호였나? 영화계 관계자 “사실, 심한호말곤 안가복 감독이 100번째 작품 소화 힘들다” 부담감 때문』
뭣보다 언론은 안가복 감독의 100번째 영화는 물론, 심한호와 또는 합류 예정인 배우가 누군지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이슈체크]드디어 시작되는 영화판 레전드 안가복 감독의 100번째 영화의 주제는?』
『감독 안가독, 주연 심한호······이 장대한 그림에 추가될 다른 탑배우는?』
이는 영화계 언론만이 아닌 업계의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표님! 안가복 감독님이랑 심한호 선배님 뜬 거 보셨습니까?”
“어어, 봤다. 뭐 안가복 감독님한테는 기념비적인 작품이고, 그렇게 보면 심한호 정도는 있어 줘야지. 둘 다 워낙 레전드고.”
“어우- 그래도 좀 빡세네요. 아직 확실한 건 아니라도 심한호 선배님 붙으면······다른 배우는 누가 붙을까요?? 겁나 부담될 것 같은데.”
“누가 붙긴. 각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소 탑배우들 데려다 쓰겠지. 안가복 감독 몰라? 배우 폼 확인한다고 아프리카까지 갈 양반이야.”
사실, 안가복 감독의 이번 작품은 영화판 관계자들이나 배우들 등에게 초유의 관심사긴 했다.
『[무비is]안가복 감독의 영화 제작 소식에 국내 충무로 들썩···몇몇 탑배우들 SNS에 자신감 밝히기도』
그렇게 몇 시간 뒤.
『[공식]안가복 감독과 손 잡은 영화사 측 “감독님의 이번 100번째 작품은 칸을 노릴 예정”』
이슈가 시끄러워진 틈을 타서 ‘거머리’의 영화사가 떡밥을 던졌다. 하지만 많은 정보를 흘린 건 아니었다. 캐스팅 등의 것은 숨겼고, 오직 칸 영화제를 나간다는 사실 뿐. 그럼에도 파괴력은 배로 불었다. 국내 개봉이 아닌, 해외로 뻗어 나간다는 소리니까.
즉, 작품이 가지는 영향력이 어마무시할 것.
이에
『[무비IS]안가복 감독이 전설의 정점 찍을 곳은 칸 영화제, 잡힌 판이 작지 않다···심한호 외의 합류될 배우는 누가 될까?』
영화판 언론의 ‘유난’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강우진 부캐’의 촬영이 한창인 강남 쪽 스튜디오. 전체적으로 딱 주방을 연상케 하는 스튜디오에 강우진과 화린이 마주 보고 있다. 명확히는 화린은 주방과 붙은 일자 테이블에 앉았고, 그녀를 보는 강우진은 앞치마를 맨 채 주방 안쪽에 선 상태.
얼추 일식집을 연상케 하는 그림이었다.
손님이 주방과 셰프의 요리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형태. 물론, 손님은 화린 혼자였다. 그런 둘을 ‘강우진 부캐’ 채널의 카메라 몇 대가 찍고 있고, 그 주변으로 최성건이나 PD 외의 스탭들이 몰렸다.
“크- 그림 좋네.”
“완전 선남선녀죠?”
“‘남사친’ 빨이 있어서 그런가? 저만 저 둘 달달해요?”
“근데 두 분 아직 말을 안 놨네요? 보통 작품 하나 하면 말 놓는 정도로 친해지지 않나?”
“글쎄?”
스탭들이 작게 수군거리는 와중, 강우진과 화린의 촬영은 속행됐다. 방식은 NG가 나도 끊는 것 없이 쭉 이어지는 느낌. 그래서인지 촬영은 꽤 길게 진행되는 중. 지금 촬영의 컨셉은 토크+요리였다. 게스트와 적당한 얘기를 나누다가 원하는 요리를 우진이 해주는 것.
토크를 이끌어가는 건 무려 강우진.
“화린씨, ‘남사친’때 저를 처음 보고 어떠셨습니까?”
“놀랐죠. 그땐 서로 캐스팅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잖아요. 그다음엔 우진씨 성격 보고 놀랐어요.”
“성격?”
“네. 뭐라고 해야되나- 이렇게 과묵하실 줄 몰랐거든요. 근데 목소리는 좋으셨어요.”
“음-”
“어머. 뭐예요, 그 반응?”
“제가 과묵합니까?”
“그럼 아닙니까?”
물론, 사전에 정해진 질문지가 있긴 했다만 나머지 대화는 둘이 즉석에서 뱉는 것이었다. 이에 시니컬한 강우진은.
“지금도 과묵합니까?”
포커페이스와 컨셉질을 장착했지만 꽤 즐기고 있었다. 무려 화린과 토크 중이었으니까.
‘뭔가 카페서 대화하는 거 같잖어? 애들한테 말하면 부러워 뒤지려고 하겠구만.’
화린은 나름 고군분투 중이었다. 억지로 팬심을 눌러야 했으니까.
“네. 아니, 예능 찍으실 때도 비슷하시잖아요.”
최최최최애와 이렇게 단둘이 얘기를 나눌 기회잖는가? 마치 덕질하는 상대와 데이트하는 기분이 드는 그녀였다.
‘우진님- 이렇게 보니까 나름 표정이 보인다. 하······이제 끝날 때 됐지?? 아쉽다.’
그렇게 둘은 촬영을 부드럽게 이어간다.
“나름 텐션이 높은 편입니다만.”
“아니야, 우진씨한테는 텐션이란 단어가 붙으면 안 돼요. 근데 칭찬이기도 하잖아요. 사람들이 우진씨 보고 냉미남이다, 츤데레다 하니까. 솔직히 기분 좋죠?”
“나쁘진 않아요.”
곧, 스튜디오 밖 PD가 검지를 빙빙 돌렸다. 슬슬 마무리를 지으라는 뜻. 덕분에 강우진이 앞치마를 다시금 꽉 매며 질문을 바꿨다.
“드시고픈 요리 말씀하세요.”
“으으음- 저 사실 엄청 고민했었는데요, 혹시······짬뽕도 돼요?”
“되죠.”
“우와, 돼요?? 신기하다. 그럼 짬뽕으로 할게요.”
“근데 짬뽕으로 선택하신 이유는?”
“저 어릴 때 엄마가 자주 해주셨거든요.”
“그 맛과 똑같진 않을 텐데.”
“상관없어요.”
덤덤히 고개 끄덕인 우진이 지척에 놓인 웍을 들며 읊조렸다.
“예, 최선을 다해볼게요.”
금세 스튜디오 전체로 강우진의 요리하는 소음과 함께 입맛 돋는 냄새가 번졌다.
뒤로 약 1시간쯤.
어느새 늦은 오후, ‘강우진 부캐’ 관련 요리 컨텐츠의 촬영이 모두 끝났다. 강우진과 게스트 화린은 서로 간단히 인사한 뒤 수십 스탭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강우진이나 화린이나 여유가 없었다. 둘 다 바로 다음 스케줄이 있었으니까. 덕분에 화린은 오늘 촬영분을 적당히 확인한 뒤 스튜디오를 나섰고, 강우진 역시 PD와 ‘강우진 부캐’ 채널 관련 향우 일정을 정리하곤 밖으로 움직였다.
-스윽.
화린과 그녀의 팀은 복도 쪽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듯. 화린의 뚱뚱한 실장이 자리를 비켜주는 바람에 우진이 자연스레 그녀 옆에 섰다. 대화를 물꼬를 튼 건 작게 웃는 화린이었다.
“맛있었어요, 짬뽕.”
“다행이네요.”
“네. 그릇 못 보셨어요?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잖아요. 방금까지 실장 오빠가 엄청 잔소리했어요.”
“아. 식단관립니까?”
“다음 주에 화보 있거든요, 진짜 미쳤나 봐. 정신 놓고 먹었어요.”
이때.
-띵!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문을 열었다. 일단, 뚱뚱한 실장이나 최성건 등 몇몇이 먼저 타고 다음으로 우진과 화린이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스타일리스트 외로 못 탄 인원은 많다.
그런 그녀들이 말했다.
“저희 다음 거 탈게요-”
따라서 우진과 화린 포함 얼추 열댓 명이 탄 엘리베이터가 스르륵 내려간다. 짧은 순간 고요함이 번진다. 돌돌 말린 머리를 만지작대는 화린은 티 안 나게 킁킁대고 있었다.
‘우진님 향수 뭐지? 개좋아.’
이어.
-띵!
엘리베이터는 금세 지하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우진이 손짓했다. 먼저 내리라는 뜻. 화린은 작게 고개 숙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다음이 강우진이었다. 뒤로 최성건이나 뚱뚱한 실장, 가드 등 몇몇이 따라붙었고.
“우진씨.”
주차장으로 통하는 유리문을 지난 화린이 우진에게 고개 돌려 넌지시 물었다.
“우진씨, 오늘 뿌린 향수 어떤 거예요? 저도 뿌려보고 싶어서.”
이때였다.
“화린아!!!”
“화린씨!!!!”
뒤쪽 뚱뚱한 실장과 가드들이 고함쳤다. 순간, 화린이 깜짝 놀랐다.
“뭐, 뭐야?? 놀랬잖아요.”
“아니!! 앞에! 앞에!!!”
눈 커진 그녀가 고개를 앞으로 돌렸을 때.
“아.”
몇 걸음 앞, 차와 차 사이에서 검은색 패딩에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달려드는 걸 화린이 확인했다. 뭐지? 화린은 본능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몸이 굳었다.
화린에게 달려드는 괴한이 웃고 있었으니까.
그런 괴한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화린에게 외쳤다.
“흐흐, 떨어져! 떨어지라고!!!”
세 걸음. 미친 듯이 뛰는 괴한과 화린의 거리였다. 그리고.
“나쁜년!!”
그의 손엔 송곳이 들려 있었다. 그 송곳의 목적지는 당연히 화린의 얼굴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모두가 재빨리 움직이지만 달려드는 남자가 화린과 너무 가깝다.
겁에 질린 화린의 비명.
“꺄악!!!!”
처절한 모두의 외침.
“화린아!!!!”
“아, 안돼!!!”
어쩌라고? 정신이 온전치 않은 괴한은 아랑곳없이 송곳으로 화린을 찍으려 했다.
“화린 넌 내 거라고!!”
이 순간.
-스윽.
굳은 화린을 몸으로 막으면서도 등 뒤로 민 누군가가 달려드는 괴한의 손을 낚아챘다.
무표정의 강우진이었다.
-텁!
이어 송곳 든 괴한의 손을 반대 방향으로 비틀며 등 뒤로 꺾었다.
“으헙!! 끄으으윽!”
괴한의 몸이 자연스레 훅 돌아간다. 금세 괴한은 팔이 뒤쪽으로 꺾인 모양새였고, 우진이 꺾은 팔을 더욱 올림과 동시에 그의 발을 걸었다.
-파박!
그대로 얼굴부터 바닥에 내리박는 괴한. 우진은 무심한 얼굴을 유지한 채 체중을 실어 괴한의 등을 무릎으로 짓눌렀다. 얼굴이 바닥에 박힌 괴한은 필사적으로 부들대며 발광했고.
“악!! 파파파파파팔!! 내 팔!!”
강우진은 별수롭지 않게 그의 꺾인 손에서 송곳을 뺏었다.
순식간이었다.
“아아아악!!! 놔!! 놔라고!!”
강우진이 괴한을 제압한 지금의 상황 말이다. 덕분에 양손으로 입을 막은, 두 눈이 디립다 커진 화린이나.
“······아.”
꽁지머리 최성건, 뚱뚱한 실장 등 바로 앞 인원들은 우진을 보며 벙쪘다. 방금의 모습은 영화 속 장면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스윽.
엎어진 괴한을 더욱 짓누르던 우진이 뺏은 송곳을 넘기는 듯 들어 올리며, 앞쪽 인원들에게 낮은 목소리를 냈다.
숨 차는 것, 놀라는 것 따위 없이.
“경찰 부르세요.”
세상 차가운 음성이었다.
< 몸값 (8)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