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값 (9) >
처음 강우진이 화린에게 달려드는 괴한을 발견했을 때 본능이 빨랐다. 워낙 긴박했으니까. 그의 뇌와 몸이 반사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이성 역시 금세 개입됐다.
‘충분하겠는데? 막을 수 있어. 일단 저 송곳 쪽 팔부터 잡으면.’
달려드는 괴한의 자세, 몸집, 무기 등을 빠르게 파악한 강우진의 머릿속에는 금방 답이 나왔다. 괴한은 그저 달려드는 것뿐. 그 어떤 기술은 보이지 않았다. 우진은 짧은 순간 화린을 몸으로 보호함으로서 괴한의 시야를 흐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의 찰나가 있다. 괴한 역시 그랬다.
숨어? 어쩌지? 강우진부터 찔러?
짧게 흔들리는 괴한의 동공. 그 순간을 강우진은 놓치지 않았다. 바로 그의 송곳 쥔 손을 낚아챘고 삽시간에 제압했다. 어떻게 할지는 이미 우진의 머릿속에 선명했으니 거리낌은 없었다. 각인된 ‘무술’ 덕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아악!! 파파팔!! 비켜!! 비키라고!!!”
괴한은 바닥에 얼굴이 처박혀 버둥대고 있었다. 우진은 자신이 누르고 있는 괴한의 뒤통수 가만- 히 내려봤다.
이때야 인지했다.
‘와- 씨, 미쳤네? 깜짝이야.’
자신이 지금 대수롭지 않게 뭘 해냈는지를.
‘이게 돼?? 진짜 됐어. 개쩔었잖아 방금.’
당황한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능력이 이렇게나 현실에서 잘 먹히는 게 신기해서였다. ‘무술’은 언어나 보컬 등의 것과 결이 달랐다. 상대를 타격할 수 있고 공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우진에게 각인된 ‘무술’은 ‘흉내’가 아니었다.
강우진이 지닌 것 역시 진짜배기였다.
하지만 상상하는 것과 현실에서 보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애초 이런 일이 빈번하지 않을 터. 강우진도 ‘무술’을 습득하긴 했지만. 이리 바로 사용해볼 줄은 몰랐다.
따라서 우진의 심장이 뒤늦게 쿵덕댔다.
이때.
-스슥.
제압된 괴한이 바닥에서 더욱더 발버둥 친다. 느껴지는 괴한의 힘, 촉감, 괴성. 강우진의 팔뚝에 미세한 소름이 돋았다. 신기함과 해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묘한 흥분이 그를 휘감는다. 어쩌면 쾌감과 비슷한 감정.
허나 강우진은 달랐다.
‘근데 썩······기분이 좋진 않네, 이거.’
그는 폭력이 달갑진 않았다. 상황 자체는 자랑스럽지만 재차 경험하고 싶진 않달까? 이게 진짜 알맹이 우진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래도 뭐 일단 상황은 정리했으니 됐나?
이어 강우진이 컨셉질을 단단히 만들며 자아를 굳건히 했다. 지금은 딴 것보다 펄떡대는 심장박동을 숨기고 목소리를 깔아야 할 때였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우진도 놀랄 정도의 딥한 음성이 뱉어졌다.
“경찰 부르세요.”
곧, 덩치 좋은 가드 몇 명이 후다닥 뛰어왔다. 한 명은 우진이 잡은 괴한의 팔을, 나머지는 엎어진 괴한의 몸과 다리를 잡았다. 강우진이 잡는 정도로도 꼼짝 못 하던 괴한인데 이젠 철옹성과 같았다.
“아아아악! 비켜!! 비키라고!!!”
하지만 그의 미친 발악은 끝날 기미가 없다. 이어 꽁지머리 최성건이나 뚱뚱한 실장 등은 우진에게 달려왔고.
“우, 우진아!! 너 괜찮냐??!”
“괜찮습니까??!”
뒤늦게 도착한 스타일리스트들은 무슨 일인지 싶은 얼굴로 화린에게 붙었다.
이쯤 천천히 일어난 강우진은.
-스윽.
얼굴에 더욱 냉정함을 묻히면서도.
‘화린님 괜찮나???’
앞쪽에 충격받은 화린에게 말을 걸었다.
“화린씨, 괜찮습니까?”
여전히 양손으로 입을 막은 화린은 잠시 멍때리다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아, 네?? 아아. 네 괜찮···아요.”
이때야 우진은 주위에 붙은 최성건 외의 인원들에게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 아무렇지 않습니다.”
흔들림 따위 없이 냉담한 모습. 이에 화린의 뚱뚱한 실장이 살짝 감탄했다.
‘뭐, 뭐가 이리 차분해? 죄다 흥분했는데 혼자만 대수롭지 않게······거기다 방금 움직임은 또 뭐고?’
우진의 옆에 선 최성건도 잠시 딴생각이 번졌다.
‘이러니까 평범한 척 연기하고 산 거지. 아니었어 봐 사람들이 다가왔겠냐고. 아니, 근데 방금 내가 뭘 본거지?’
그러다 퍼뜩 정신 차린 최성건.
“아!”
그가 눈에 걱정을 가득 담곤 우진의 팔뚝부터 몸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아니, 임마! 괜찮기는!! 봐봐! 어디 아프거나 그런 곳 없어?!”
어허, 어딜 만지시는 겁니까? 우진이 목소리를 깔았다.
“대표님.”
“여기는? 여긴 어때?”
“대표님, 괜찮습니다 전.”
“아오- 진짜 너는!”
꽁지머리를 감싼 최성건이 제압된 괴한을 내려본다. 눈빛에 분노가 서린다.
“누구야 너!! 뭐야 이 새끼! 스토커냐??!”
몇 년 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최성건이었다. 피해자는 홍혜연. 그녀 말고도 이 같은 사건을 경험한 연예인이 꽤 많다. 의외로 연예계에는 이러한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니까.
예를 들면 사생팬.
뭐가 됐든 우진이 충격받은 화린에게 다가갔다. 스타일리스트들에게 부축받는 그녀는 몸을 미세히 부들대고 있었고, 화린과 눈을 맞춘 강우진은 위로나 걱정을 추가하진 않았다.
‘이럴 땐······뭘 말해야 되냐? 진짜 1도 모르겠는데.’
아는 바가 없었으니까. 아무 소리나 뱉는다고 저 놀란 가슴이 진정될까? 결국, 답을 찾지 못한 강우진은 주변 스타일리스트 인원들에게 시선을 돌렸고.
“차에 가시는 게 좋겠어요, 화린씬.”
스타일리스트들이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화린과 천천히 움직였다. 이때.
“화린씨.”
“······네?”
옆으로 스치는 화린에게 우진이 낮게 말했다.
“사넬 알뤼르요.”
“아?”
“향수 물어보셨잖아요.”
우진이 화린에게 손목을 보이라는 손짓 후 주머니서 향수 공병을 꺼냈고, 그녀의 손목에 향수를 살짝 뿌렸다.
“향수요, 사넬 알뤼르.”
곧, 화린을 잠시간 바라보던 우진이 최성건 쪽으로 걸어간다. 화린은 어렵사리 흰색 밴에 타면서도 손목의 향을 맡았다.
“······냄새 좋다.”
마음이 약간 진정되는 그녀였다.
뒤로.
괴한이 출몰한 지하주차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경찰은 이미 부른 상태였고 괴한은 가드들에게 제압돼 숨 쉬는 것 빼곤 아무것도 못 했다. 힘이 빠졌는지 괴성은 멈췄다.
이어 꽁지머리를 벅벅 긁던 최성건이 화린의 뚱뚱한 실장 매니저에게 물었다.
“뭡니까, 이 새끼.”
뚱뚱한 실장은 당황과 짜증 그리고 미안함이 묻은 대답을 뱉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화린이 사생이나 스토커같아요.”
“아아-”
“최근 좀 흉흉했습니다. 요상한 편지가 회사로 오기도 했고. 사생이야 뭐 화린이나 ‘엘라니’한테 늘 있던 일이긴 했는데······이런 미친놈이 송곳을 가지고 튀어나올 줄은.”
말끝을 흐린 실장이 어금니를 빠득 물다가 우진에게 고개를 휙 돌렸다.
“우진씨, 진짜 괜찮습니까?”
“예. 저는 괜찮아요.”
답을 들은 실장이 강우진에게 점잖게 허리를 굽혔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진씨 아니었으면 어찌 됐을지······혹시라도 지나서 어디 아프고 그러시면 바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긴 한숨을 내쉬던 뚱뚱한 실장이 번뜩 뭔가 떠올랐는지 강우진에게 물었다.
“근데 우진씨 그거는 어떻게 한 겁니까?”
“음?”
“아니 방금 그거요. 괴한 잡아다 휙휙휙 해서 제압한 거.”
“······”
아, 그거요? 아공간한테 선물 받았습니다. 라곤 말 못하니 우진이 시니컬하게 주제를 바꿨다. 검지로 바닥의 괴한을 찍은 것.
“그보다. 이 사람 주머니 뒤져봐야 하지 않습니까?”
“예?”
“혹시, 차를 타고 왔을지 모르니까요. 타고 왔다면 안에 뭐든 증거가 있을 겁니다.”
“아!”
눈 커진 실장이 바닥에 엎어진 괴한의 주머니를 뒤졌다. 진짜 차 키가 나왔다. 이어 강우진이 주차장의 끝쪽을 검지로 가리켰다.
“눌러보세요.”
-띠딕!
어디선가 울리는 경보음. 주차장 구석에 주차된 회색 소형차였다. 차 안에서는 많은 것이 발견됐다. 그중 주목할 것은 뒷좌석에 가득한 화린의 포스터나 굿즈, 메모리 전체를 화린으로 채운 카메라였다. 뚱뚱한 실장은 차 안을 확인하자마자 분노했다.
“이 개새끼가!!!”
괴한에게 달려드는 뚱뚱한 실장을 가드 몇몇이 말릴 정도였다. 이쯤 상황을 가만- 히 보던 우진은 하던 생각을 마무리했다.
‘목격자는 많이 없지?’
그리곤 옆에 선 최성건에게 넌지시 말했다.
“대표님. 이번 건에서 제 얘기는 빠졌으면 합니다.”
괴한을 제압한 본인의 얘기를 빼달라는 거였다.
“괜히 시끄러워지는 건 좀 껄끄럽습니다. 좋은 일도 아니고.”
솔직히 우진은 각인된 ‘무술’을 연기 이외에 써볼 생각이 없었고, 그럴 일이 벌어질 줄도 몰랐다. 하지만 사건은 터졌다. 여기서 강우진이 가진 생각은 간단했다.
‘착각의 냄새가 나.’
까딱하면 또 뭔가 결 다른 착각이 솟아날 것을 직감한 것. 가뜩이나 우진의 주변엔 착각이 범람하는 중이었다. 아니, 이미 바로 잡긴 글렀어도 살을 보탤 이유는 없잖아? 이게 터지면 나를 아는 지인들은 또 질문 공세를 퍼부을 게 자명.
즉, 귀찮았다.
어차피 강우진은 이미 파란만장하며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러니 됐다. 일을 더 키우진 말자. 살짝이라도 편해지고 싶다.
딱 이 정도의 생각.
허나 우진을 보는 최성건이 이를 알 리가 없다.
‘······이런 흉흉한 사건을 유명세 올리는데 쓰기는 껄끄럽다는 거겠지.’
그런 그가 우진에게 붙었던 시선을 돌려 주차장 내부를 훑었다. 천장에 붙은 cctv 그리고 주차된 몇몇 차들.
‘목격자들이나 cctv야 피해자인 화린씨 쪽과 얘기하면 정리할 순 있어. 다만, 저 차들까지 처리하는 건 어려운데.’
어쨌든 당사자인 강우진이 싫다면 최성건은 수긍하고 액션을 취해야 했다.
‘······그래, 여긴 일단 우진이 말대로 하고, 그 뒤는 자연스레 흐르도록 두는 게 나을지도.’
안면몰수하고 이 건을 이용하면 요동이야 치겠지. 하지만 부자연스러운 의도는 지금의 강우진에겐 그닥 도움이 안 된다. 아쉬울 것도 없다.
‘삐끗할 수도 있어. 화린씨와의 관계라든지.’
적당히 계산을 마친 최성건이 다시금 우진과 시선을 맞췄다.
“알았다. 뒤처리는 나한테 맡겨. 저쪽에 가서 얘기해 둘게. 근데 사건 자체는 아마 대대적으로 보도될 거야. 화린 쪽 회사는 사건 처리 부분도 있겠다만, 전체적으로 경고하는 것도 뿌리긴 해야 되거든. 대중들의 경각심도 상기해야 하고.”
“그건 상관없습니다.”
“알았어, 일단 너도 차에 타고 있어.”
뒤로 몇 분 뒤 현장에 경찰이 도착했고, 그 사이 승합차 조수석으로 최성건이 올라탔다. 차 안엔 핸드폰 보는 강우진만 보였다. 나머지 인원은 밖에 있었으니까. 곧, 뒤쪽 우진과 눈을 맞춘 최성건이 작게 한숨을 뱉었다.
“후- 우진아. 얼추 정리됐다.”
“그렇습니까?”
되물음에 최성건의 한숨이 깊어진다.
“솔직히 화린씨 별일 없는 건 너무 잘 됐는데, 나한테는 너가 더 소중하거든?”
헐, 감동. 우진이 뭉클함을 숨기곤 낮게 답했다.
“예, 대표님.”
“다음엔 차라리 나를 방패로 써. 너 다치는 거 보다야 내 몸이 상하는 게 100배 나아. 알았냐?”
우진은 그의 말을 살짝 흘렸다.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처리는 어떻게 됐습니까?”
“뭘 어찌 돼. 증거가 빼박인데. 화린씨 쪽은 저 스토커 새끼 제대로 응징할 태세고, 사건은 빠르면 내일 늦어도 모래엔 보도되겠지. 네가 말한 것도 잘 전달하긴 했는데, 저짝 실장이 대표한테는 보고해야 한다고 하더라. JML 엔터 대표 사람 괜찮아. 그 부분은 내가 알아서 단도리 칠게.”
“알겠습니다, 대표님.”
여기서 뜬금 최성건이 입을 열었다 닫았다. 묻는 게 고민되는 모양. 그러다 머리를 벅벅 긁던 그가 에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연다.
“근데······너 대체 어떻게 한 거냐?”
“어떤.”
“뭐긴 임마, 네가 저 괴한 새끼 제압하는 거.”
“아.”
“이런 걸 묻는 나도 또라이 같긴 하거든? 우진아 너 그- 뭐냐 혹시 비밀요원 같은······하, 진짜. 이게 뭔.”
물음을 들은 우진은 진심으로 멍때렸다. 예? 뭐요? 비밀요원? 하마터면 컨셉질이 무너질 뻔도 했다. 그래도 가까스로 참았다. 생각해보니 그의 질문이 이해되는 것도 같았기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는데?’
여러 외국어에 심지어 각종 수어까지 능통하고 인생을 바칠 정도의 신들린 연기와 능력, 아까 보인 무술 실력까지. 강우진의 차가운 성격은 어떤가? 심지어 과거까지 베일에 싸였다.
‘워- 이거 뭐여? 딱 스파이 영화 주인공 설정인디?’
역시나 착각이 찰랑인다. 오늘의 사건을 숨길 이유가 확고해지는 순간이었다. 따라서 우진은 진심으로 부정했다.
“아닙니다, 전혀.”
“하하하, 그래그래. 그냥 잊어라. 잡소리라고 생각해.”
“전 그저 배우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어어. 근데 아까 그 새끼 제압하는 건 어떻게 한 거냐? 짧긴 했어도······그런 건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우진은 대답으로 진실을 선택했다.
“어릴 때 합기도를 조금.”
“······합기도? 조금?”
실제 강우진은 어린 시절 합기도를 다녔었으니까. 이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최성건은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 그래 합기도. 그래, 합기도였나. 합기도. 그래, 합기도였어.”
이해하려 해봤자 허사일 테니.
다음 날 아침. 12월 3일. 한 미팅룸 안.
중형 정도의 미팅룸에 검은색 블레이저를 입은 최성건이 보였다. 평소 편한 스타일인 그로서는 나름 격식을 차린 모양새였다.
그런 그의 앞에는.
“허허, 내 영화가 꽤 시끄러워졌죠?”
짧은 흰 머리의 안가복 감독이 앉아 있었다. 물론, 그만 있는 건 아니었다. 안가복 감독 주변으론 영화사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했다.
즉, 이곳은 영화 ‘거머리’ 관련 미팅이란 얘기.
다만 강우진은 없다. 이유야 간단했다. 현재 우진은 스케줄 소화 중이기도 했고, 여긴 매우 현실적인 얘기가 오갈 예정이니까. 우진이 ‘거머리’의 출연 의사를 밝혔지만 구두 확정일 뿐. 따라서 여기선 강우진의 정식 계약서가 확정될 예정이었다. 추가로 우진의 몸값까지.
이어 최성건이 영업용 미소를 띠며 반응했다.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 심한호님이라니- 말씀도 없이 너무 갑작스럽게 기사를 봤어서.”
알만하다는 듯 안가복 감독이 주름진 웃음을 보였다.
“그러셨겠지. 다만, 나도 놀랐습니다. 그 음식점에 기자가 있는 줄은 몰랐거든.”
적당히 겉치레 대화가 오가다가 최성건이 먼저 주제를 잡았다.
“감독님, 심한호 배우님은 진짜 생각이 있는 겁니까? 아니면- 그저 기자의 헛방일까요?”
“나와 심한호 그 친구는 친분이 두터워요. 그런데 그저 식사를 위해 만난 자리는 아니었지. 최대표님은 알고 있는 게 좋겠지요. 당연히 심한호 배우에게도 시나리오를 줬어요.”
“······그렇군요. 혹시 심한호씨도 우리 우진이에 관한 얘기를.”
“전부 설명했어요. 두 번째로 시나리오를 준 것도.”
순간, 최성건이 악소리를 뱉었다. 물론 속으로.
‘그, 그걸 굳이 말했다는 건가?? 무조건 심한호 쪽이 처음으로 받아야 할 그림인데?!’
하지만 노장 안가복 감독은 대수롭지 않았다. 주름진 미소를 유지할 뿐.
“자, 그럼 시작할까요?”
안가복 감독이 영화사 대표에게 시선을 보내자 그가 핵심적인 내용을 뱉었다.
“일단 이것부터 보시죠.”
투명파일이 최성건에게 건네졌다.
“저희 쪽에서 책정한 우진씨 출연료 부분 가안입니다. 오늘 이 자리서 확정 지을까 합니다.”
“예, 잠시 보겠습니다.”
꽁지머리 최성건의 눈에 여러 글자가 보였으나 핵심은 이거였다.
-강우진/ 출연료: 1억 5000만/ 러닝개런티 손익분기점 넘길 시 추가 관객 명당 100원
“!!”
고정 출연료 1억 5000에 러닝개런티 100원. 간단한 계산으로 보자면, 관객 500만 명이 넘을 시 우진에게 떨어지는 돈이 총 6억이 넘는다. 1년 차 신인에겐 말도 안 되는 금액이며, 예전 ‘실종의 섬’ 때와 비교하면 몸값이 어마무시하게 뛰었다.
충분히 대접받고 있다.
하지만.
‘더 부풀릴 수 있다, 이건.’
최성건은 우진의 몸값을 더 올릴 자신이 있었다.
< 몸값 (9)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