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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89화 (189/201)

< 미국 (4) >

3개월. 강우진의 어릴 적 모습을 잠시간 떠올리는 엄마 서현미. 그러다 다시금 벽면에 붙은 대형 TV에 시선을 맞춘 그녀. 이미 뉴스에선 우진의 모습은 사라졌으나 여전히 눈에 선한 서현미가 작게 읊조렸다.

“······3개월. 그 정도로 나쁜 놈을 때려잡을 수 있나?”

서현미와 비슷한 얼굴인 강우철이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될 거로 생각하나.”

“근데 방금 뉴스에서 우리 우진이가 괴한인지 나발인지를 막 훅훅.”

“나도 봤다.”

곧, 두 눈이 더 커진 서현미가 훅 외쳤다.

“호, 혹시! 우진이가 합기도 천재였나?!!”

말이 안 되는 결론이었으나, 현재 뇌가 오류투성이인 서현미였다. 하지만 남편인 강우철이 그것을 바로 잡았다.

“그게 말이 돼? 애초 여기서 합기도란 게 나오는 것도 이상하다고.”

“왜, 왜??”

“현미야, 우진이가 합기도 다닌 게 수십 년 전이야. 해봤자 12-13살 때. 거기다 기억 안 나?”

“······어?”

“우진이 걔 다니던 합기도장 부모 참관 날인가? 그때 우진이가 품새인지 뭔지 하던 거. 다른 애들은 다 팍팍 절도 있었는데, 우리 우진이만 율동 비스무리하게 했었다고. 너가 그랬잖아 무슨 춤 같다고.”

“그, 그랬나?”

“그랬어.”

남편의 정보로 인해 머릿속에서 합기도가 지워진 서현미가 다시금 아들의 얼굴을 상기했다.

“그···럼 대체 어떻게 우진이가 그 괴한을 때려잡은 거지.”

이때.

-짝!

번뜩 떠올랐는지 별안간 양손을 친 강우철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거다, 그거! 배우들 액션씬 때문에 무술 같은 거 연습하잖아. 어디 다큐보니까 액션 영화배우는 피 토하면서 무술 배우던데? 우진이도 작품 전에 무술을 배운 거지.”

“아.”

“괴한놈 때려잡을 정도면 피나는 노력을 한 거겠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상황에선 가장 확실한 이유였다. 아니, 착각. 서현미도 금방 녹아들 정도.

“어어어 맞네, 맞아!”

그런 서현미가 급작스레 울먹였다.

“어휴- 애가 얼마나 죽어라 연습했을까······”

강우철의 얼굴은 단단해졌다.

“현실에서도 써먹을 정도잖아. 몇 달은 매달렸겠지. 그래도 괜찮아, 우리 아들 튼튼하니까.”

“그래도···아! 우진이는 멀쩡한 거겠지??”

“어. 미국 출발 전에 통화도 했고. 사달이 났으면 진작에 알렸겠지. 걔 소속사든 우진이든.”

가까스로 진정한 서현미가 핸드폰을 들다가 멈칫했고.

“아, 우진이 미국에 있지.”

아들의 칭찬을 강우철에게 뱉었다.

“그래도 우진이가 화린? 그 아이 구해준 거네. 자랑스러워, 역시 우리 아들.”

“음. 우리 우진이 영웅 되겠어.”

아빠인 강우철 역시 벅참이 가득했다.

“배짱 하나는 날 닮았어, 그놈.”

“하- 배짱?”

허나 서현미의 한 마디로 삽시간에 식었다.

“요 앞에 길고양이보고도 슬슬 피하는 양반이 무슨 배짱?”

한편.

아침 9시쯤. 신생 제작사인 DM프로덕션의 회의실에서도 강우진의 언급이 잦다. 아니, 이쪽은 아예 정면 스크린에 우진의 블랙박스 영상을 빔프로젝터로 쏘고 있었다.

“······”

“······”

영상을 넋을 잃고 보고 있는 십 수명 인원들. 그중 송만우 PD가 포함된 걸 보니, 이 회의는 ‘이로운 악’과 관련된 듯 보였다. 십 수명 인원들은 당연히 키스탭들.

이때.

“허-”

스크린 속 강우진이 삽시간에 괴한을 제압하는 걸 보던 송만우 PD가 홀린 듯 읊조렸고.

“저게 대체······”

일전의 ‘이로운 악’ 1차 제작 회의에서 ‘무술’ 관련 키스탭들이 뱉었던 대사들을 곱씹었다. 곧, 그가 몸 돌려 스탭들에게 물었다.

“우진씨가 무술 쪽이 허당이야? 약해? 젬병?”

“아, 아니- 저건······와.”

키스탭들 사이로 작게작게 탄성과 농도 짙은 착각이 쏟아진다.

“저 영상 진짜죠?? 아니 어떻게 무기든 괴한이 달려드는데 저렇게 침착할 수가 있지? 우진씨가 원래도 좀······차갑긴 해도 저건 전문가 마인든데.”

“···저 손놀림 좀 보세요. 기다렸다는 듯이 꺾고 다리 걸잖아. 우연히 된 게 아니라 익힌 거야. 것도 수년은 넘게.”

“아! 우진씨 유학파라면서요? 미국에 있을 때 격투술같은 거 배운 건가??”

“어어! 연기 배울 때 같이 습득했다거나??”

순간, 강토템의 얼굴을 떠올린 송만우 PD의 눈이 커졌다.

‘그래. 가능하지. 그런 터무니 없는 연기를 독학으로 가졌는데, 무술이라도 못 할 게 있나. 사정이야 모르지만, 과거부터 익히기 시작한 거야. 아니고선 말이 안 되지.’

그리곤 픽 웃었다. 착각이 함유된 미소.

‘연기와 그 미친 감. 그리고 언어. 근데 무술까지?? 다 가졌네. 배우 쪽으로 보자면 다 가졌어. 국내. 아니, 세계적으로도 우진씨와 비빌 배우는 없을 거다.’

부족한 게 있다면 오직 하나.

‘시간. 시간문제일 뿐이지.’

이어 송만우 PD가 자리 중간쯤 앉은, 아까부터 스크린 속 강우진에게 눈을 못 떼는 키스탭중 한 명을 불렀다.

“박 감독.”

대체로 근육질인 무술 감독이었고.

“선수가 보기에 어때 저 영상.”

천천히 시선을 움직인 그가 송만우 PD와 눈을 맞췄다. 그리곤 동공에 충격을 담은 채 간단히 답했다.

“영상만 보면······나보다 더 잘하는 거 같은데?”

“그 정돈가?”

“본인이 특수부대였다고 말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지. 약간 뭐랄까, 진짜 실전 무술 같아. 저거 보라고, 저거. 우진씨 표정에 긴장이 보여?”

“아니.”

“심지어 움직임에 일말의 고민이나 군더더기가 없어, 위험한 상황이라 조금이라도 멈칫하는 건 보여야 하는데 그냥 깔끔해. 일반인들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자세야. 보통 공격당하든 뭐든 상대를 타격할 땐 생각이 복잡해지기 마련이거든. 그것이 행동을 느려지게 하는 거고.”

“우진씨는 그런 게 없다?”

“어. 깔쌈하다고 느껴질 정도야. 애초 저 주변에 선 가드들은 할 수도 없는 기술이고.”

눈동자에 당황이 서린 무술 감독이 이해 어렵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대체 저 친구 정체가 뭐야? 왜 1년 차 배우가 저런 걸 구사할 수 있는 거여?”

“난들 아나, 이해를 포기하기도 했고.”

“어? 뭐?”

픽 웃은 송만우 PD가 주제를 바꿨고.

“그래서, 박 감독이 보기에 저 정도면 무술 연습 기간에 변화가 생기나?”

“당연하지. 애초 내가 말한 3달 이상은 우진씨가 무술에 무지했을 때고, 저만한 실력이면······흠, 근데 무술 동선 테스트 날에 자세히 봐야 확실하긴 해.”

“알지. 나도 당연히 볼 건데, 그냥 대충 추측해서 말해 봐.”

“저 영상만 본다면.”

무술 감독이 거의 확신했다.

“한 달, 어쩌면 몇 주 안으로 털 수 있을지 몰라.”

이는 제작 기간이 매우 짧아짐을 뜻했다.

미국, LA.

한국은 7일 아침 무렵이지만 LA는 6일 오후였다. 위치는 헐리웃 번화가 북쪽에 있는 노스 할리우드 공원 근방. 그중 한 2층짜리 집 주변에 한국인이 많이 보였다.

‘우리네 식탁’팀이었다.

6일 이른 아침에 LA에 도착한 ‘우리네 식탁’팀은, 주변 풍경이나 푸드트럭 소개 등의 촬영을 마친 뒤 바로 숙소로 넘어왔다. 이 2층짜리 집은 ‘우리네 식탁’ 숙소 중 남자 출연진이 쓰는 곳. 여자 출연자와 스탭들 등이 쓰는 숙소도 주변에 있었다.

어쨌든 남자 출연진이 쓸 숙소의 2층에서 강우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현재.

‘크- 여기 분위기 미쳤네 진짜. 사진을 찍어도 찍어도 뭐가 계속 나와.’

방의 창문에 매달려 숙소 주변의 풍경에 푹 빠진 상태였다. 모습은 샤워를 방금 마쳤는지 네추럴 했고 의상도 후드에 편한 바지였다. 지금부터 쉬는 시간.

그런 우진이 있는 방은 퍽 넓었다.

한국의 원룸이 두 개 정도 붙은 크기? 거기에 침대와 소파, 각종 가구, TV 등이 딸렸다. 구조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풍이 딱 해외인 느낌. 뭐가 됐든 우진은 컨셉질도 잊은 채 순수하게 창밖 그림에 빠졌다.

‘확실히 미국은 아파트가 안 보이네. 아니, 이쪽 지역만 그런가? 죄다 이런 주택이드만.’

마치 똑바로 선을 그은 듯 줄지어 지어진 수많은 주택들, 미국스러운 가로등, 저 멀리 보이는 시티뷰 등등. 미국이 난생처음인 우진으로서는 모든 게 신기한 게 당연했다.

‘아까 무슨 레스토랑에서 치킨을 시키니까 닭 사이즈가 무슨 불사조만 했지. 솔직히 쫄았는데 맛있긴 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컨셉질의 위기도 몇몇 있었다. 토종 한국인으로서 놀란 감정을 꾹꾹 숨기는 게 쉽지 않았으니. 물론, 어떻게든 해냈긴 했다.

곧.

-스윽.

강우진이 기지개를 쭉 켜며 움직인다. 침대 주변에 놓인 캐리어와 가방을 정리, 촬영으로 정신없던 탓에 보지 못 한 핸드폰도 확인해야 했다.

‘하는 김에 숙소 주변 지도도 파악해 둘까?’

적당히 알아 두는 게 컨셉질의 위기가 적어지겠지. 속으로 읊조린 우진이 가방 속 핸드폰을 꺼냈을 때였다.

“우진아, 자냐??”

문밖 최성건의 목소리가 들렸다. 덕분에 들던 핸드폰을 내린 우진이 삽시간에 컨셉질을 장착하곤 문을 열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응? 대표님 표정이 뭔가 요상한디? 강우진의 속마음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 약간 심각한 얼굴의 꽁지머리 최성건이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네가 촬영 중이라 말을 못 했는데, 몇 시간 전 한국에서 너 아침 뉴스 탔다. 8시 공중파 뉴스.”

“······”

무표정을 가까스로 유지하던 우진은 속으로는 악소리를 뱉었으나.

‘에에엥???!’

겉으로는 태연하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심지어 그 아침 뉴스 이후로 지금 한국 난리 났어. 네가 화린씨 습격한 괴한을 제압하는 블랙박스 영상이 퍼졌거든.”

“블랙박스?”

미친?? 레알 트루? 이 대사가 그대로 입에서 뱉어질 뻔한 강우진이었다. 아니, 갑자기 블랙박스 영상이 왜 튀어나와? 급작스레 흥분이 고조되는 우진이었지만, 버릇적 컨셉질 덕분인지 최성건이 보기엔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덕분에.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솔직히 블랙박스나 뭐 시민들 핸드폰 이런 건 못 막아.”

무심하게 최성건을 보던 우진이 낮게 답했다.

“그렇겠네요.”

“좋게 생각하자, 좋게. 일단 상황 좀 보여주면. 봐봐 기사 쏟아지는 거. 이 상황 전에 화린씨 쪽이 어그로를 겁나 끌어놔서 화력이 수 배야. 거기다 지금 너튜브 쪽 실시간 순위도 네 영상이 1등이고.”

내면으로 ‘안돼!!’ 따위의 비명을 우진이 지를 때 핸드폰을 내리던 최성건이 물었다.

“어쩔래? 물은 엎어졌고 우린 결정을 해야지. 입장표명? 인정할지 그냥 함구할지. 근데 이미 이렇게 된 거 시원하게 반응하는 게 낫긴 해.”

“압니다.”

“네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아, 근데 연락들 못 받았냐? 엄청 왔을 거 같은데.”

아마 핸드폰엔 어마무시한 연락들이 쌓여 있겠지. 안 봐도 비디오라 생각한 우진이 체념했다.

‘하- 돌겠네. 쯧, 아아아 몰라.’

여기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목소리를 착 까는 게 다였다.

“인정하는 게 낫겠네요.”

“그렇지? 근데 네가 직접 하는 거보다는 회사 채널로 돌리는 게 그림은 괜찮아.”

“알겠습니다.”

“오케이- 그럼 몇 시간 안에 공식으로 발표하는 거로.”

이 순간.

“우진씨! 올라가도 돼요??!”

아래층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음성. 홍혜연이었다. 이어 한숨 쉰 최성건이.

“쟤도 지금 봤나 보네. 어째? 올라오라고 해?”

“···상관없습니다.”

아래층에 대고 말했다.

“올라오든지.”

금세 계단을 통해 홍혜연이 올라왔다. 발이 다급하다. 오죽하면 묶은 긴 생머리가 난잡하게 흩날렸다. 특이한 건 그녀 뒤엔 화린도 함께라는 것. 어쨌든 ‘우리네 식탁’ 로고 박힌 흰색 후드의 홍혜연이.

“우진씨, 왜 이런 걸 항상 나는 기사로 먼저 확인해요??”

강우진의 앞에 붙어 따졌다. 아니, 칭얼대는 것과 비슷했다. 반면, 홍혜연과 같은 후드의 화린은 표정이 묘했다. 머리를 돌돌 말아 올린 그녀는 덤덤함과 미소 중간쯤의 얼굴이었다.

기분 좋은 것을 억지로 참는 것.

자신의 최애의 영웅담이 드디어 공개됐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홍혜연의 투덜거림은 심화됐고.

“아니, 내가 기사보고 까무러칠 뻔했다고요! 뭐야 진짜, 화린이나 우진씨 둘 다!”

자포자기한 강우진은 약간 힘 빠진 근엄함으로 응수했다.

“밝히는 건 의도한 게 아니었습니다.”

“아? 계속 숨기려고 했어요??”

“네. 가능하면 죽을 때까지.”

여기서 화린은 미소를 못 참는지 고개를 돌렸고, 황당하게 우진을 보던 홍혜연이 돌연 그에게 붙어 속삭였다.

“다 좋다 이거야. 대체 그 괴한을 어떻게 제압한 거예요? 그 막 현란한 무술?은 또 뭐고.”

우진이 간단히 답했다.

“합기도를 조금.”

“······뭐요?”

최성건이 거들었다.

“합기도라고. 못 들었어?”

“아니 들었는데···진짜 하, 합기도라구요? 내가 아는 그 합기도?”

“그럼 뭐겠냐.”

바로 그때.

“우진씨!! 이거 진짭니까??!”

“강우진씨 위에 있어요??!”

“셰프님이 아니라 완전 영웅이었네!!”

아래층에서 많은 외침들이 들렸다. 윤병선 PD와 작가들, 안종학, 하강수, 연백광 등 ‘우리네 식탁’팀 주요 멤버들의 괴성이었다.

곧, 티 안 나게 두 눈을 질끈 감던 우진이 속으로 절규했다.

‘하- 이럴까 봐 숨긴 거라고!! 이럴까 봐!!’

다시 한국, 몇 시간 뒤 점심쯤.

한창 서울의 도로를 달리는 커다란 검은색 밴이 눈에 띈다. 그런 밴의 안에는 전설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 명은 정장 재킷을 무릎에 걸친, 하얀 셔츠 차림의 노장 안가복 감독이었고.

“음-”

그의 오른쪽에 앉은 네이비 정장 남자는 대배우 심한호였다. 심한호는 회색 장발을 묶었으나 여전히 범과 같은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고, 그 역시 안가복 감독과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이 둘이 같이 있다는 것과 비슷한 의상을 입고 있다는 것.

영화계, 배우판 레전드 두 명이 왜 같이 있는가?

어찌됐든 핸드폰을 보는 둘 중 물꼬를 먼저 튼 것은 안가복 감독.

“홍수가 터졌구만. 그런데 대체- 이런 건 언제 익힌 건가.”

안가복 감독이 보는 핸드폰 화면엔 강우진이 보였다. 정확하게는 기사에 첨부된 블랙박스 영상이었고, 심한호도 비슷하지만 이쪽은 너튜브였다.

“선배님도 모르셨던 겁니까?”

중후한 목소리로 묻자 안가복 감독이 주름진 미소와 함께 까끌한 음성으로 답했다.

“내가 이걸 어찌 아나. 강우진 그 친구 만난 것도 요 근방이고. 그나저나······이건 희귀한 영상이군.”

“아마도 희귀 정도를 넘을 겁니다. 일어나기 힘든 일이죠, 이건. 많은 사건과 우연이 뒤섞여야 나올 수 있는 컷이고.”

“우진군이 준비가 돼 있었기에 나온 연출이지.”

“······참 묘한 친굽니다. 이 수준급 무술은 그렇다 치고, 묘하게 이슈가 끊기지가 않아요. 데뷔 1년 차에 가질 수 없는 영향력이기도 하고.”

“근데 벌어지고 있군.”

이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끼었다. 영화사 대표였다.

“지금 그 강우진씨가 한국에 없다는 점이 포인틉니다. 자리를 비웠는데도 빈자리가 안 느껴진다는 것.”

“허허, 듣고 보니 그렇군.”

“화린씨 사건이 워낙 커졌어서 부스터가 달린 것도 있습니다.”

그 순간.

“감독님.”

운전하던 직원이 입을 열었다.

“호텔 도착했습니다, 이 신호만 넘으면 바롭니다.”

앞쪽엔 초대형 유명 호텔이 보였다. 사실, 한 시간 뒤 저 호텔에선 퍽 큼지막한 행사가 열릴 참이었다. 한국영화배우협회가 여는 ‘스타들의 밤’ 시상식. 말이 시상식이지 연말에 맞춰 여는 큰 파티와도 같았다. 연회장에서 파티를 즐기다가 끝물에 시상식을 진행하는 느낌.

연말에 여는 나름 명망 높은 파티 중 하나.

따라서 안가복 감독과 같은 유명 감독들부터 입김 있는 연예계 관계자들, 심한호 외의 여러 탑배우들도 참석한다. 나름 대형 행사기에.

“아- 역시 기자들이 입구서부터 진을 치고 있네요.”

기자들 역시 포진되며 한국영화배우협회와 협의한 케이블 방송팀도 준비된 상태였다. 아마 현재 호텔의 연회장엔 모르긴 몰라도 배우들이나 감독 등이 미리 도착해있겠지.

이쯤, 호텔 입구에 포진된 수십 기자들을 유심히 보던 안가복 감독이.

“흐음······”

오늘 있을 ‘스타들의 밤’ 파티를 곱씹는다. 그러더니 다시금 핸드폰 속 강우진을 본다.

“자리를 비웠는데도 빈자리가 안 느껴진다라-”

그 모습에 오른쪽 자리 심한호가 덤덤하게 되물었고.

“예?”

어느새 주름진 미소를 머금은 안가복 감독이 읊조렸다.

“장작 좀 던질까? 어차피 자네까지 합류한 뒤에 하려고 했었고 때마침 나와 같이 있기도 해. 판도 깔린 김에 여기가 좋겠어. 어차피 ‘거머리’에 관해 시끄럽게 물어댈 테고.”

“······하시려는 겁니까?”

“그래.”

심한호의 중후한 되물음에 안가복 감독이 그를 검지로 찍었다.

“자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배우 발표 말이야.”

< 미국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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