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98화 (198/201)

< 별종 (3) >

대기실 옆 스튜디오.

모든 준비가 끝난, 이제 곧 스크린 테스트가 진행될 스튜디오 중앙엔 두 명의 남자가 섰다. 한 명은 방금 도착한 중국 배우. 이름은 왕방이었고 의상은 정장이다. 키는 강우진과 비슷한데 생긴 것이 약간 뾰족한 느낌.

남은 한 명은 회색 반팔을 입은 외국인 남자였다.

옆에 선 왕방과는 대비되는 체격이었다. 키는 거의 똑같지만, 옷 밖으로 드러나는 팔뚝이나 가슴 근육이 탄탄했다. 머리는 짧고 얼굴은 각졌다.

당연했다.

그가 바로 ‘라스크 킬3’의 무술을 맡은 스턴트 팀의 리더였으니까. 이름은 개리 펙.

그는 업계에서도 유명한 인물이었다. 헐리웃에선 개리를 스턴트 코디네이터라 부른다. 한국으로 치면 무술 감독과 같다. 하는 일은 거의 동일. 그렇기에 ‘라스크 킬3’의 모든 액션씬은 개리의 손을 거치게 되고, ‘라스트 킬’ 시리즈의 전체 무술은 그가 도맡았다.

따라서 무술이 가미된 이번 스크린 테스트엔 그의 역할이 핵심이었고, 거울을 대신할 칸막이를 확인하던 그가.

-스윽.

중국 배우 왕방에게 시선을 맞췄다.

“쪽대본은 얼마나 숙지했습니까. 무리한다고 높게 평가되는 게 아니니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던져진 영어에 왕방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전체 동선이 기억날 정돕니다, 하지만 너무 빠르다면 버벅댈 수 있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본인이 원하는 속도로 움직이시고 힘들면 바로 움직임을 멈추세요. 다시 말하지만 무술보다는 마스크가 스크린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확인하는 테스틉니다.”

“네,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답을 들은 스턴트 코디네이터 개리가 왕방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천천히 스캔했다. ‘라스트 킬’ 시리즈의 모든 무술 콘티를 짠 그였다. 워낙에 베테랑이기에 배우가 평소에 보이는 아우라만 훑어도 어느 정도 판단이 섰다.

‘······생긴 건 조금 부족해. 하지만 체격은 비슷하군. 눈빛은 조금 아쉬워. 가진 힘이 약해. 무의식의 움직임도 약간 흐물흐물하고.’

이미지 결과는 불합격. 허나 최종적인 결정은 감독인 조지 멘데스가 할 뿐. 액션 총괄인 개리는 그저 고민에 도움을 주는 게 전부였다.

곧.

-스윽.

왕방의 상태 확인이 끝난 개리가 정면 기다란 책상을 향해 엄지를 추켜세웠다. 시작해도 된다는 뜻. 덕분에 산타를 닮은 조지 감독이 시선을 앞쪽 모니터에 붙였다. 모니터엔 이미 왕방과 개리의 정면, 측면, 후면 등이 출력되고 있었다.

“나쁘진 않군.”

그의 혼잣말을 양옆에 앉은 사내들이 거든다. 영화사 간부들이었다.

“하지만 원하던 그림은 아니잖아. 중국 쪽엔 한 달 전에 대본을 보내지 않았나?”

“몸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지만, 한 달간 준비해서 저 정도 텐션이면- 준비를 덜 했어.”

“한 달로 저 상태면······흠, 조지 감독. 한국 배우에게 오늘 테스트를 전달한 게 며칠 전이라며. 시간을 쓸 이유가 있나?”

“그리고 이번 한국 배우를 끼는 것처럼 변화를 줄 생각이라면 미리 말을 해줬으면 좋겠군.”

잔소리. 여기 오기 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은 조지 감독이었다.

“그 한국 배우는 그저 곁다리라고. 타이밍이 맞아서 온 거니까, 변화라고 부를 정도가 아니야.”

따라서 적당히 무시한 그가 시선은 모니터에 둔 채 영어로 외쳤다.

“테스트 갑시다!”

그러자 뒤쪽 수십 스탭 중 여자 스탭 한 명이 스튜디오 중앙으로 뛰었다. 그녀가 슬레이트를 치자마자 왕방이 정면을 본다. 정확하게는 세 걸음 앞 개리를 보는 것. 그저 응시하는 것만이 아닌 연기가 시작됐다. 그의 눈엔 명확한 살기가 서려 있어야 했다.

그것을 개리는 실물로, 조지 감독은 모니터로 확인한다.

‘음, 눈빛의 무게감이 부족해. 무섭진 않아. 살기보다는 미움의 정도.’

순간, 개리를 노려보던 중국 배우 왕방이 발을 움직인다. 원래라면 대사는 있다. 하지만 왕방은 긴장한 탓에 대사는 잊은 듯 보였고, 그가 지척의 개리의 목 부근에 손을 뻗었다.

-팍!

속도는 어중간하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액션이라기보단 사전 리허설같은 그림. 그래도 개리는 차분히 왕방의 주먹을 받아 준다. 목으로 뻗어지는 주먹을 잡아챈다. 손목을 꺾는다. 남은 손으로 왕방의 뒷목을 잡았다. 시선 분산. 진짜는 아래에서 치솟는 무릎.

-퍽!

첫 한 방을 그대로 허용하는 왕방. 하지만 두 번째는 같은 무릎으로 쳐낸다.

점차 합을 맞추는 속도가 빨라진다.

다만.

“컷, 됐어요.”

테스트 중간에 배 나온 조지 감독이 둘의 무술을 멈춰 세웠다. 그리곤 살짝 숨을 헐떡이는 왕방에게 요청했다.

“왕방씨, 여기 정면 카메라를 보면서 제거할 대상을 생각해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냥 생각만 하라는 게 아니라 덤비기 직전의 감정을 눈에 담아서.”

“······”

뒤로 약 10초.

“오케이, 됐습니다.”

테스트 끝을 알린 조지 감독이 작게 읊조렸다.

“저 친구는 패스.”

이후.

다음 타자가 스튜디오에 들어선다. 이번에도 중국 배우였다. 원래 오늘 테스트 자체가 중국 배우들만 보려 했던 것이기에 당연했다. 이번 배우도 왕방과 같은 과정을 겪는다. 스턴트 코디네이터 개리의 검사 후 조지 감독의 신호.

“액션.”

스튜디오에 울리는 슬레이트 소음, 모니터에 출력되는 배우의 모습, 절도있는 무술, 지켜보는 감독 포함 수십 관계자와 스탭들.

그렇게 테스트는 점차 속도를 높인다.

이번 중국 배우는 왕방과는 반대로 매우 준수한 평가를 받았다.

“좋은데?”

“음, 확실한 동선도 그렇고. 준비를 제대로 해왔어.”

“마스크도, 모니터에도 잘 어울려.”

같은 중국 배우들이겠지만, 그들끼리도 경쟁이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조·단역을 먹기 위해 수천의 후보가 지워졌을 테고, 그 사이에서 가장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 3명이 뽑힌 거겠지.

뒤로 세 번째 중국 배우까지 등장했다.

이번에도 평은 좋았다. 두 번째 배우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은 수준. 덕분에 모니터 보는 조지 감독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진다. 주변에 앉은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 어느새 캐디, 프로듀서 팀이 포함된 수십 스탭들은 배우의 열연에 박수까지 친다.

-짝짝짝짝짝짝짝!

살짝 숨차 보이는 개리가 중국 배우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잘하셨습니다, 호흡이나 눈빛이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곧, 세 번째 중국 배우가 스튜디오를 빠져나간다. 이윽고 다음 차례에 올 배우를 쑥덕대는 스탭들.

“다음인가?”

“응, 이번이 그 한국 배우야.”

“두 번째, 세 번째 중국 배우가 퀄리티가 좋아서 확 비교당할지도 모르겠어.”

“근데 아까 살짝 보니까 외모는 제일 좋던데.”

“아아, 맞아.”

그때.

-스윽.

스튜디오 입구 쪽으로 한국 배우가 들어온다. 즉, 정장 입은 강우진. 그런 우진을 전제 스탭들이 힐끔댄다. 특히, 캐디 팀의 갈색 단발 매건과 프로듀서 팀의 흑인 조셉의 시선이 따갑다. 190 넘는 장신인 조셉은 우진에게 커다란 손을 흔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론 시선 집중.

이 스튜디오에 모인 모든 외국인의 눈알이 차분히 들어서는 강우진을 따라 움직인다.

반면.

“······”

무심한 얼굴인 우진은 흔들림 없이 올곧은 자세로 스튜디오 중앙에 섰다. 아무도 그의 알맹이를 눈치채진 못했다

'와, 개부담. 죄다 외국인이네! 완전 그냥 촬영이랑 똑같잖어??!'

곧, 그의 옆인 스턴트 코디네이터 개리가 강우진을 스캔했다. 얼굴만봐선 뭔가 좀 묘했다. 그리고 차갑다.

‘마스크, 분위기는 좋아. 빌런 연기를 해본 적 있는 건가? 독특한 냄새가 있어. 약간 사이코가 섞인 무게감이랄지.’

속으로 읊조리던 개리가 우진에게 인사했다.

“반가워요.”

강우진이 낮은 톤으로 답했다. 당연히 영어로.

“안녕하세요, 강우진입니다.”

“한국에서 액션컷을 좀 경험해 봤나요?”

“메인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해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준비 중이기도 하고요.”

“······영어를 상당히 잘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적당한 대화긴 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우진의 유창한 영어는 조지 멘데스 감독은 물론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오- 영어 실력이···더군다나 목소리도 좋네.’

‘연습? 아니, 발음이나 여유로 볼 땐 미국에서 살았겠어.’

‘중국 배우들도 부족하진 않았는데······이 한국 배우는 그들과 비교가 안 되는군.’

워낙에 기대를 안 하는 공기였기에 단숨에 기대치가 올라간다. 초반부터 티격대던 메건과 조셉이 극찬 섞인 속삭임을 나눌 정도.

“뭐야, 메건. 저 한국 배우······이름이 강우진? 잘생겼잖아. 그리고 저 여유는 또 뭐야? 데뷔한 지 얼마 안 됐길래 벌벌 떨줄 알았는데.”

“말은 안 했지만, 저 배우는 한국에서 괴한을 직접 제압한 적이 있어.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차분한 것 같아.”

“괴한?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어쨌든 영어는 영어고 무술은 무술. 웅성대는 와중 배 나온 조지 감독이 강우진의 옆에 선 개리에게 시선을 보냈다.

시작하라는 뜻.

곧, 근육 탄탄한 개리가 우진에게 물었다.

“쪽대본은 얼마나 숙지했습니까? 아- 그렇지. 이 테스트를 전달받은 게 며칠 전이라고 했나요? 그럼 무술보다는 카메라 무빙 위주로.”

“아닙니다,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예? 아니, 그건 내 쪽에서 할 말······”

“그렇습니까? 쪽대본은 모두 숙지했고 소화하는 건 문제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오, 오케이. 그럼 원하는 정도로 시작하세요. 절대 무리를 하지 마시고.”

“알겠습니다.”

강우진이 덤덤하게 답하자 개리가 미간을 살짝 좁혔고.

‘뭐지 이 여유? 어차피 부족한 거 아니까 자신감이라도 챙겨온 건가? 어쨌든 파악이 힘든 배우인 건 확실해.’

일단, 정면 테이블의 조지에게 엄지를 보였다. 이어진 감독의 사인.

“액션.”

달려오는 여자 스탭이 친 슬레이트.

뒤로.

-스으.

짧은 순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속도로 배역을 끌어올린, 각인된 ‘무술’을 온 혈관에 퍼트린 강우진이 돌연 눈을 감았다. 그리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스읍- 후.”

앞선 중국 배우 중 누구도 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허나, 강우진은 막힘없이 연기를 이어간다. 어느새 그의 주변에 맴돌던 공기가 차분해졌다.

이내.

“······”

차가우면서도 소름 돋게끔 평온한 얼굴인 강우진이 천천히 눈을 뜬다. 바로 보이는 개리. 그를 확인한 우진이 잠시간 옅은 호흡을 유지한다. 시선을 개리를 응시. 점차 강우진의 눈동자에 진한 무언가가 응집된다.

목적 또는 살의.

완성된 그것이 우진의 눈을 타고 시선으로 쏘아진다. 어느새 강우진을 감싼 차분한 공기엔 살기가 실렸다. 순간, 눈썹을 움찔한 개리의 긴장감이 치솟는다. 오늘 테스트 중 처음 있는 일.

‘주변이 변한 게 아니다. 이건 저 한국 배우가 만들어낸 공기.’

연기. 그래, 연기다. 하지만 어째선지 개리는 연기라는 것을 점차 잊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사냥감으로 지목당했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그 순간.

-슥.

멈춰 있던 강우진이 발을 내딛는다. 성큼성큼. 걸음에 고민이 없다. 그 거침없는 에너지가 내뿜는 살기와 합쳐진다.

개리는 저도 모르게.

-스륵.

한 발을 뒤쪽으로 뺐다. 준비 자세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척까지 다가온 강우진은 어떠한 준비 단계나 눈빛 없이 오른팔을 내뻗었다.

목표는 개리의 목.

그러나 실패. 하지만 강우진의 손은 개리의 목 대신 멱살을 잡았다. 표정은 여전히 굳었으며 모든 행동은 끊어지는 절도가 서렸다. 잡힌 멱살을 왼손으로 잡은 개리가 우진의 뒷목을 잡았다.

내리 끌어라.

-팍!

치솟는 무릎을 우진이 같은 무릎으로 쳐냈다. 그리곤 뒷목을 잡은 손을 잡아 비튼다. 작게 퍼지는 개리의 신음.

“흡!”

우진이 잡은 손을 빠르게 반대로 돌린다. 자연스레 몸이 돌아가는 개리. 등이 훤하다. 우진의 무릎이 신속하게 올라간다. 옆구리 중 물렁한 곳을 노린다.

-퍽! 퍽!

두 번을 허용했지만 개리가 꺾인 팔을 반대로 돌려 포박을 풀어냈다. 그가 강우진의 배를 찬다. 우진의 몸이 뒤로 밀린다. 개리는 곧바로 달려든다. 그 힘을 이용해 개리를 엎어 치기 하는 강우진.

-파박!!

불리하다. 팔을 뻗기보단 막는다. 개리가 양손을 합쳐 얼굴을 가린다. 단단한 방패가 형성됐지만, 우진은 아랑곳없이 방패로 가려진 그의 얼굴의 옆쪽을 팔꿈치로 찍는다. 한번 그리고 또 한 번. 그다음 퍼억 소리가 들렸다. 개리가 양발을 들어 우진의 얼굴을 감싸 옆으로 던졌으니까.

강우진이 휙 하니 날아간다.

개리가 재빨리 몸을 올려 자세를 잡는다.

“허으!”

두 걸음 정도로 떨어진 우진은 휙 하고 일어나 다시금 개리에게 성큼성큼 걸어간다. 고민이 없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의 뇌 속엔 ‘살해’만이 존재하는 표정이었다. 제거, 제거, 제거. 오직 제거 뿐.

다시금 강우진과 개리가 마주한다.

허나 이번엔 둘 다 바로 덤비진 않는다. 서로의 폼을 확인했으니까. 우진이나 개리는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양팔을 허공에서 흔든다. 무엇이 당도하든 잡아채겠다는 생각이었다.

먼저 움직인 건 개리였다.

-훅!!

그가 우진의 벌린 다리 사이 낭심에 발을 찬다. 강우진이 무릎으로 막았다. 그리곤 곧바로 개리의 뻗어진 발을 붙잡아 바닥에 밀어낸다. 금세 뒤엉키는 둘.

“헙!”

“······”

빠른 호흡과 무표정인 강우진이 다음 동작을 하려던 때였다.

“커, 컷!!!”

익숙한 남자의 외침이 들린다. 조지 멘데스 감독이었다. 보니 두 눈이 디립다 확장됐다. 마치, 충격받은 산타클로스 같다. 그런 커진 눈으로 모니터 속 강우진과 현실 강우진을 번갈아 보는 조지 감독.

‘······세상에.’

홀렸다. 딱 그런 표정이었다. 캐디 팀의 메건과 프로듀서 조셉 등 이 스튜디오에 있는 외국인 전체가 같은 얼굴이다. 입을 벌린지도 모르는 스탭도 많았다.

방금 두 눈으로 본 게 뭔가 싶어서.

동시에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던 조지 감독이 커진 눈을 움직였다. 스튜디오 중앙의 강우진을 본 것. 그는 이미 개리와 함께 일어나 정장을 털고 있었다.

“가, 강우진씨 촬영은 내년 6월······부터 시작될 겁니다.”

“예.”

“지금 보인 배역은 8월 정도부터 팀에 합류하게 될 겁니다. 그전엔 배우들과 액션 합 연습을 할 거고.”

“······”

“그 배역은 당신의 것입니다. 완벽해요. 원랜 회의가 필요하겠지만, 우진씨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4월부터 합류해줬으면 좋겠는데.”

한마디로 네가 1등이고 합격이란 소리.

스탭들이 웅성댄다. 애초 이런 일이 처음이니 당연했다. 단박에 배역을 따내는 건 어지간하게 반하지 않고선 불가능했다. 스크린 테스트가 끝이 아니니까. 하지만 방금 한국의 배우가 헐리웃 첫 시도 만에 배역을 따냈다. 조·단역이지만 해냈다.

보통이면 양팔 벌려 환호해야 맞다.

하지만.

“음.”

무심한 얼굴인 강우진이 작게 얼굴을 꺾는다. 그리곤 뭔가 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다만, 시간이 길진 않았다.

딱 5초.

강우진의 낮은 목소리가 뱉어진 건 정확히 5초 뒤였고.

“아- 그러면 전 힘들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멍 때리던 조지 감독이 두 눈을 끔뻑였다.

“뭐, 뭐라고요?”

이때 뒤쪽 스탭 중, 프로듀서 총괄인 장신의 흑인 조셉이 작게 풉 하고 웃어버렸다.

“크큭, 세상에. 뭐라는 거야 저 별종이.”

강우진이 헐리웃의 첫 배역을 깠으니까.

< 별종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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