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199화 (199/201)

< 별종 (4) >

LA 국제공항.

한창 강우진이 스크린 테스트를 보고있는 와중, 한 비행기엔 한국의 촬영팀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바로 ‘우리네 식탁’ 팀이었다.

드디어 한국으로 복귀하기 직전. 때문인지 ‘우리네 식탁’ 제작진이 몰린 좌석칸의 분위기는 퍽 들떴다.

“아으- 드디어 돌아가네!”

“어이구, 누가 들으면 촬영 다 끝난 줄 알겠어요, 하하하.”

“그러게? 우리 돌아가면 딱 이틀 쉬고 바로 지옥인 거 아시죠?? 촬영분 편집도 편집인데, 다음 차 촬영 준비하고! 뭣보다 연말이 코 앞이잖아요.”

“으······남은 12월은 이제 연말 행사, 파티, 시상식으로 그냥 보내야겠네.”

“지금 시기에 전세계 연예계가 같지 뭐. 영화 쪽도 시상식 준비로 난리일 테고. 윤 PD님은 파일럿 방송 준비한다고 하던데?”

“그래도! 나는 한국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좋다!”

상기된 분위기는 ‘우리네 식탁’의 수뇌부인 윤병선 PD나 연출팀 그리고 작가진도 마찬가지였다. 허나 그들은 팡파레를 울리기보단 이번 촬영 편집에 관한 회의가 먼저였다.

“아- 생각해보니까 ‘우리네 식탁’ 얘기 지역신문에 올려준 기자분 인터뷰 못 땄어요.”

“아이고, 돌아가서 전화라도 해봐야겠는데? 음성이라도 따지 뭐.”

그러다 돌연 강우진의 얘기가 나왔다.

“근데 우진씨는 왜 LA에 남은 거예요? 비행기 안 탔죠?”

대답은 핸드폰 보던 윤병선 PD가 빨랐다.

“어, 안 탔어. 최대표님 말론 할 일이 남아서라는데 모르지.”

“응?? 무슨 할 일이 있어요? 아아- LA 온 김에 관광하면서 하루 쉬려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고.”

“하긴···우진씨도 한국 돌아가면 진짜진짜 바쁘긴 할 거니까. 작품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영화제나 시상식 준비도. 아? 근데 혜연씨는 비행기 탔잖아요?”

“혜연씨는 스케줄이 있나보지.”

이때 메인 작가가 작게 웃으며 끼었다.

“혹시요, 우진씨 뭐 헐리웃 관련해서 미팅 같은 거 잡힌 거 아니에요??”

다른 작가들이 바로 반응했다.

“에이- 설마. 우진씨가 지금 엄청엄청 대단하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벌써 헐리웃은 좀.”

“맞아요. 거기다 지금 우진씨 대기하는 작품만 엄청 많지 않아요??”

“그렇지, 거기다 광고랑 너튜브 등으로 부수적인 스케줄도 많지 않나?”

“근데 막 진짜 헐리웃 작품 오디션 본 거면 대반전!”

“우진씨 성격이면 오디션 합격하고도 그럴 것 같지 않아요? ‘아- 저랑은 안 맞네요.’”

“상상 간다. 근데 아무리 우진씨라도 그건 오바죠.”

이들의 앞쪽, ‘우리네 식탁’ 출연자들이 몰린 좌석 안종학이 작가들의 얘기를 들었다. 곧, 머리에 안대를 걸친 그가 홍혜연에게 물었다.

“우진이는 LA에 남아서 뭘 한다는 거야? 혜연아, 너는 뭐 아는 거 없어?”

긴 생머리 위에 모자를 푹 눌러쓴 홍혜연이 보던 핸드폰을 내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몰라요, 저도.”

“진짜 헐리웃 오디션 보고 그런 거냐?”

“설마요.”

“너 우진이 걔랑 같은 소속사 아니지.”

“아닐지도? 아니, 말만 같은 소속사지 솔직히 서로 얼굴 보는 것도 드물어요.”

“뭐- 하긴.”

대수롭지 않게 받아친 안종학이었고, 작게 한숨을 뱉은 홍혜연은 속으로 투덜대고 있었다.

‘대체 뭐길래 나만 쏙 빼놓고 둘이······치사하게. 아니면 뭐 진짜 중요한 일이라도 있나??’

홍혜연은 진짜로 우진의 상황을 몰랐다. 일단은 최성건이 함구했으니까. 어쨌든 그녀의 옆자리인, 커다란 안경을 낀 화린도 최애 강우진을 떠올리고 있었고.

‘나도 하루 정돈 일 미루고 남을 수 있는데. 이번 일주일······너무 빨리 지나갔어. 아침마다 우진님 보는 거 진짜 은혜로웠는데.’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던 하강수가 번뜩 기억난 듯 입을 열었다.

“아아아- 우진씨 유학파라면서요? 그때 추억 때문에 뭐 보러 갔나 보다.”

결과적으론 그의 말이 가장 높은 가능성을 부여했다. 같은 소속사인 홍혜연 마저도 속으로 인정했으니까.

‘그런가? 흠, 아무래도 연기랑 관련된 곳이면 LA가 맞을지도? 헐리웃 오디션은 너무 쌩뚱맞아.’

하지만 그녀의 궁금증이야 아랑곳없이.

‘하- 궁금해. 대체 뭐냐고!’‘

비행기는 점차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라스트 킬3’ 스튜디오.

방금까지 스크린 테스트로 격렬한 무술이 오간, 수많은 외국인 스탭이 모인 스튜디오가 고요하다.

“······”

“······”

이 테스트의 총괄인 조지 멘데스 감독과 그의 주변 영화사 간부들, 뒤쪽 캐스팅 디렉터 팀과 리더 메건 스톤, 어째선지 웃음을 죽어라 참는 장신의 흑인 프로듀서 조셉 펠튼, 카메라를 다루는 키스탭들 등등. 모두 하나 같이 혼 빠진 얼굴로 스튜디오 중앙에 선 한국의 배우를 바라보고 있다.

정확하게는 정장 입은 강우진을 보는 것.

대체로 그들의 눈동자엔 충격과 황당함 같은 게 섞였지만, 모니터에 출력되는 강우진의 얼굴은 무던하기 짝이 없었다.

이쯤.

“바, 방금 저 배우가 뭐라고 한 거야?”

멍때리던 수십의 외국인 스탭들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는지 수군대기 시작했다. 작게작게 영어들이 뱉어진다. 익숙지 않은 장면이 너무 많았다. 중국 배우들을 압살하는 무술 실력을 가진 한국의 배우, 그에게 돌연 합격증을 발표한 조지 감독, 단 5초 만에 거절한 강우진.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분명······힘들다? 힘들다고 말했지?”

“맞아. 힘들다고 말했어. 다음 기회에 보자는 식으로도.”

“다음 기회? 다음 기회라니? 이미 헐리웃에서 기회를 잡았는데, 대체 무슨 다음 기회??”

“잘못 말했겠지. 감독의 말을 이해 못 한 거 아닌가?”

“그런 것 치고는 저 배우의 영어 실력이 너무 좋아.”

“무려 스크린 테스트에서 배역을 딴 것도 보기 힘든 일인데, 그 자리에서 거절하는 건 본 적이 없어.”

외국인 스탭들 사이로 충격의 농도가 짙어진다. 산타를 닮은 조지 감독 역시 비슷한 마음인지 테이블에 앉은 채 우진에게 다시 물었다. 목소리에 당황이 가득하다.

“내, 내가 한 말을 제대로 들은 게 맞아요?”

강우진이 낮은 톤의 영어로 덤덤하게 답했다.

“예, 감독님. 촬영은 내년 6월쯤 시작될 것이고, 제가 오늘 테스트한 배역은 8월부터 팀에 합류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그 전에 팀과 합쳐서 액션 합 연습을 해야 하고, 내 개인적으론 4월부터 붙어주면 고마울 것 같다고······”

“이 배역은 저와 잘 어울리며 완벽하다고 하신 것도 기억합니다.”

작게 미간 좁힌 조지 감독이 주변의 영화사 간부들을 한 번 훑은 후 다시 말했다.

“맞아요. 지금 배역은 조·단역이지만 작은 역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테스트 후 회의를 거쳐야 하고, 추가로 2차 많으면 3차 테스트 후에 결정될 예정이었어요. 그러나 그런 과정 없이 우진씨를 합류시키겠다고 한 건···최종 합격이란 얘깁니다. 확실히 이해한 것 맞나요?”

“예.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힘들겠다고 했잖아요?”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조지 멘데스 감독이 고개를 작게 꺾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도무지 이해가 어렵다는 얼굴. 주변 영화사 간부들도 같았다. 이때 감독의 뒤쪽 지금껏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던, 여전히 입술 끝이 움찔대는 장신의 흑인 프로듀서 조셉이 끼었다.

“강우진씨, 전 ‘라스트 킬3’의 프로듀서인 조셉 펠튼입니다. 대답이 인상적이네요, 나름대로 헐리웃에서 오랜 작업을 해왔는데 처음 들어 봤어요. ‘라스트 킬3’의 테스트까지 스트레이트로 합격했는데 합류가 힘든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워낙 장신에 덩치도 좋았던 터라 우진도 조셉을 인지하고 있었다.

‘사람 맞았네. 와- 씨, 진짜 개개개 크네. 손 크기 봐라? 저 사람한테 뺨 맞으면 머리 뽑힐지도.’

속으로 감탄하던 우진이 더더욱 목소리를 깔았다.

“시간이 맞지 않습니다.”

“······시간이?”

“예.”

“그러니까 시간이 안 맞아서 거절한다?”

역시 보통의 대답과는 거리가 멀었다.

“네, 이미 참여한 작품이 있고 약속된 작품도 있습니다.”

“한국에?”

“맞습니다.”

“내년까지 가득 찬 상탭니까? 확실히 계약이 모두 완료된 건가요?”

“된 것도 있고 약속만 해둔 작품도 있습니다.”

여기서 조지 멘데스 감독이 다시금 훅 끼었고.

“약속? 그렇다는 건 일정 조율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아닌가요? 그런데······정말로 거절하는 겁니까? 잡은 기회를 버리면서까지?”

흑인 조셉이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죠. 약속이나 스케줄을 조율하는 게 보통입니다. 결코, 쉽게 얻어질 기회가 아니니까요.”

강우진의 대답은 확고하며 냉담했다.

“선약이니까요.”

왜인지 다시금 조셉이 웃음을 참는 표정을 짓는다.

“아아- 선약. 그렇군요. 중요하죠.”

이 순간 강우진의 심정은 생각보다 평온하며 간단했다. 딱히 복잡하다거나 억울하거나 전전긍긍하지도 않았다. 그냥 심플했다.

‘아쉽긴 한데 뭐, 어쩌겠어? 아다리가 안 맞는데.’

앞선 중국 배우들의 실력은 잘 모르겠으나, 저 산타를 닮은 헐리웃 감독이 단박에 우진을 선택했다. 그러니 전부 재끼고 1등을 먹은 것이고, 테스트 전에 가졌던 승부욕 또는 호승심은 해결했다.

‘일단 한국 돌아가서 발 뻗고 잘 순 있고.’

낯선 환경과 헐리웃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의 앞이라 치솟았던 긴장도, 떨림도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사라졌다. 애초 이 테스트 자체가 강우진에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 강우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미친 생각.

그것을 계속해서 마인드 컨트롤로 주입.

헐리웃? 대단하지. 그냥 이 스튜디오의 퀄리티만 봐도 무지막지했다.

본 적도 없는 카메라, 오디션장의 규모, 뭔지도 모를 소품들, 뭔가 포스 있어뵈는 외국인들. 어마어마한 기회인지도 어렴풋 느낌이 온다. 다만, 많은 헐리웃 유명인이 참석한 이 스크린 테스트에서 강우진은 ‘수준’과 ‘정도’를 파악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냥 모든 테스트가 끝나니 자연스럽게 느껴진 것.

도달한 결론은 하나였다.

‘먹힌다. 충분히 헤집을 수 있겠네.’

헐리웃이고 나발이고 딱히 어렵진 않구나. 그저 좀 더 비싼 장비를 쓰고, 다른 언어로 대사를 치거나 배우가 외국인이며, 시스템만 꽤 다른 게 전부일 뿐. 당연히 지금 우진이 본 건 빙산의 일각이겠지.

그래도 여기도 별반 다르지 않은 촬영 현장이라는 건 확실했다.

뭣보다 컨셉질도 잘 먹힌다.

‘아니, 오히려 한국보다 더 마음이 편한 듯? 아메리칸 마인드도 마음에 들고.’

아무도 강우진을 모른다. 타지의 장점이랄까? 미국의 개방적인 부분도 우진에겐 플러스 요인이었다. 여기서 강우진 본인은 명확히 인지하진 못 했으나, 한국의 어마무시한 탑배우들도 쉽게 가지기 힘든 것을 우진은 습득했다.

경험과 프라이드. 즉, 긍지였다. 또는 자존감.

자신에 대한 강렬한 믿음이 생겼고, 그로인해 헐리웃이란 높디높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해볼 만하다, 전혀 무서울 것이 없었구나. 나의 연기가 먹히고 무술이 쓸모 있다.

따라서 강우진에겐 여유가 생긴다.

막막했던 사고가 유연해지며 많은 부분이 상기됐다. 촬영 중인 ‘실종의 섬’부터 준비 중인 작품들, 너튜브 스케줄, 광고, 미국에 오기 전 송만우 PD와 약속했던 ‘이로운 악’까지.

솔직히 일정 조율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라스트 킬3’를 위해 구두 약속인 ‘이로운 악’을 취소하고, 다른 작품들에 피해를 준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 수 있겠지. 허나 강우진으로서는 어깨를 으쓱하게 했다.

굳이?

‘뭐, 지금도 헐리웃에 먹히는데 나중에 좀 더 성장해서 오면 더 잘 되겠지.’

헐리웃의 조·단역을 하자고 한국의 모든 인맥을 흐트러트리는 짓은 별로였다. 그러면 남은 대답은 뭐겠는가? 거절뿐이지. 이런 강우진의 속내를 알 리 없던 조지 멘데스 감독의 얼굴이 퍽 단단해졌다.

그런 그가 처음보단 차분한 음성으로 우진에게 다시 물었다.

“······선약이 있다는 건 잘 알겠어요. 그렇다면 여긴 왜 온 겁니까?”

뭐라는 거야 저 산타 할배가. 우진이 낮게 답했다.

“부른 건 감독님 쪽이었습니다만.”

“아.”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살짝 말문이 막혔는지 조지 멘데스 감독이 저도 모르게 픽 웃었다. 그리곤 작게 한숨을 뱉으며 강우진에게 읊조렸다.

“잘 알았습니다. 아쉽네요,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가셔도 좋습니다.”

정장 입은 강우진에게 퇴장 허락이 떨어졌다. 매우 희한한 상황이다. 합격은 했지만, 한국의 배우가 배역을 거절했다. 이걸 아마 헐리웃 언론이 입수하면 퍽 놀림감이 될 만했고, 조지 감독의 주변 영화사 간부들은 그것이 탐탁지 않았다.

“가는 건 좋으나, 오늘의 스크린 테스트는 서로에게 없던 일이 될 겁니다. 아시겠죠?”

함구하라는 뜻. 아마 이 스튜디오에 있는 모든 스탭들에게도 입조심을 시키겠지. 즉, 오늘의 테스트는 헐리웃이건 한국이건 알려지지 않는다.

허나.

“알겠습니다.”

덤덤하게 대답하며 스튜디오를 빠져나가는 강우진에겐 수확이 꽤 많다. 예를 들면.

“강우진씨.”

나가려는 우진을 부른 스턴트 코디네이터 개리 펙이 그랬다.

“SNS를 합니까?”

“예.”

“오늘 우진씨의 무술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찍은 한국의 작품을 보고 싶네요, 나중에 헐리웃에서 같이 작업하길 기대합니다.”

무술 감독 격인, 헐리웃에서 유명한 스턴트 코디네이터의 기억에 강우진이 깊숙이 박혔다.

“감사합니다, 저 역시 기대 하겠습니다.”

잠시 뒤.

스튜디오를 나온 강우진이 정장에 남은 먼지를 마저 털면서도.

-스윽.

슬쩍 뒤쪽을 눈치 본다.

‘어후- 미친. 어찌저찌 끝나긴 했네.’

정신이 없다. 본인이 저 스튜디오에서 뭘 하고 나왔는지는 기억하지만, 모든 게 세세하진 않았다. 어쨌든 스탭의 안내로 대기실로 다시 돌아온 강우진. 넓은 대기실엔 중국 배우들과 그들의 스탭은 안 보였다.

딱 한 명.

“우진! 어찌 됐냐??!”

상기된 얼굴의 꽁지머리 최성건만 우진을 반겼다. 단숨에 다가온 그를 보던 강우진이 턱을 슬슬 긁었다. 뭐, 여기선 솔직하게 전부 말하는 게 맞겠지.

곧, 강우진이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것의 핵심을 전부 얘기했다.

우진의 차분한 설명을 듣는 최성건의 두 눈이 점차 확장된다. 뭐랄까, 지금 듣고 있는 얘기는 마치 동화 같기도 했기에.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어 강우진이 낮은 톤으로 설명을 끝냈고.

“다음 기회에 보자고 말했습니다.”

앞에 선 강우진을 멍청하게 보던 최성건이.

“······다음 기회에?”

“실수했을까요.”

돌연 푸흡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 다음 기회에? 무슨 복권이냐? 꽝이네, 꽝이야. 헐리웃와서 그렇게 거절하는 배우는 진짜 너밖에 없을 거다.”

“그렇습니까?”

“아이고 광대야. 하, 뭐 잘했다. 날이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너랑 있으니까 나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과거에 혜연이 데리고 헐리웃 오디션 몇 번 본 게 다기도 하고.”

“······”

“그래도 그 중국 것들 네가 발라버린 건 속 시원하네. 아까 노려보는 거 좀 빡쳤는데.”

“아- 오늘 있었던 테스트는 비밀로 하랍니다.”

이미 안다는 듯 최성건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어, 알어. 너 테스트 볼 때 스탭들 와서 비밀 계약서 썼다. 아쉽긴 해, 딴 건 몰라도 중국 것들 네가 이긴 것만 언론에 뿌려도 난리일 텐데.”

곧, 최성건이 시간을 확인하며 가자는 손짓을 보였다.

“비행기 시간도 좀 남았고, 밥 먹고 이 근방 구경이나 좀 하자. 요 근방에 대형 영화사들도 좀 보고.”

그렇게 강우진과 최성건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나왔다. 타고 왔던 승합차는 주변 외부 주차장에 있었고 약 5분 정도는 기다려야 했다. 덕분에 강우진과 최성건은 수많은 외국인이 지나다니는 인도에서 근방을 구경했다.

이때.

“강우진씨!”

뒤쪽 건물에서 누군가 우진을 불렀다. 돌아보니 한 무리가 강우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 선두에 선 것은 장신의 흑인 프로듀서 조셉 펠튼이었다.

그런 그가 짙게 미소지으며.

“위에서 잠깐 인사했었죠? 프로듀서 조셉 펠튼입니다.”

강우진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 별종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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