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전쟁영웅이 되었다-47화 (47/149)

47화. 서울 탈환 작전(1)

1950년 7월 10일.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라 했던가?

원치 않게 분해된 우리 대한민국을 다시 조립할 차례였다.

다신 분해되지 않도록, 차근차근 단단하게.

“우리 특공 연대는 서울 탈환에 선봉에 선다! 미 5해병연대와 국군 해병 2대대가 함께 공격에 참여한다.”

가용 가능한 항구, 비행장을 통해 미국과 UN군이 보내온 병력, 군수물자가 도착하고 있었다.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렸던 과거엔, 부산항 밖에 군수지원 부대를 전개할 곳이 없었지만, 지금은 전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가 존재했다.

미 8군이 설치한 B형 군수부대, 부산기지 사령부를 시작으로 대전에 전진 기지를 설치해 전, 후방 간 차질을 줄여나갔다.

동시에 추후 들어올 미 지상군을 위해 군수 사령부를 C형으로 확대 개편하고 있었다.

제대로 완성만 된다면, 전투하다 당 떨어질 일은 없겠지.

“드디어 반격에 나서는 겁니까?”

화색이 도는 걸 보니, 부대원들의 몸이 근질근질했던 모양이다.

하긴, 근래 방어선 전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확 그냥, 오지 마. 진짜 오지 마라.

서로 간 도하를 막기 위한 포병 부대들의 힘 싸움이 주된 전투였다.

북한군은 두 차례 대규모 도하 공세에 실패하면서 받은 엄청난 피해를 복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자라는 병력은 현지에서 자의든, 타의든 의용군을 만들어 메꾸려 했던 계획마저 물거품이 되면서, 모든 것에 차질이 생겨났다.

“빨갱이 놈들에게 뺏긴 국토를 되찾고, 중앙청에 태극기를 꽂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 만세!”

부대원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지금까진 이미 요충지를 점령한 채 적을 막는 방어가 주된 전투였다면, 이제부턴 정반대였다.

공격 계획은 방어 계획보다 더 위험한 건 물론, 변수가 훨씬 많다.

지휘관의 순간 잘못된 판단과 실수가, 부대 전체를 괴멸로 이끈 사례가 수도 없다.

“이 자식들이 내 맘을 알까?”

중앙청에 태극기를 꽂자며 전의를 불태웠지만, 환호성을 지르는 부대원들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만! 모두 개인 화기와 장구류를 점검하고, 언제 명령이 하달되더라도 즉각 출동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도록 한다. 1대대장, 2대대장은 나를 따라와. 이상.”

한 명의 부대원이라도 더 살아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려면, 지금부터 뼈 빠지게 작전 계획과 변수를 확인해야 했으니까.

그럴 순 없겠지만, 한 명도 잃고 싶지가 않았다.

***

7월 12일 야심한 밤.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건, 풀숲에서 울어대는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소리뿐이었다.

“연대장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아, 하나 더 있다.

여기까지 오면서 괜찮냐는 말을 몇 번이나 듣는지 모르겠다.

수색 소대장 김정인 중위 입을 막는 것보다, 내가 체념하는 게 빠를 것 같다.

“괜찮아.”

“아무리 생각해도 연대장님께서 이 위험한 정찰 임무를···”

“그만. 쉿.”

오른손으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아무래도 이게 최선인 것 같아서.

작전 개시 전, 정확한 도하지점을 직접 선정하기 위해 수색 소대와 강변에 나와 있었다.

“다시 한번 전파한다. 강 양쪽 모두의 제방 상태, 진출입로와 강바닥에 상륙 장갑차가 운용 가능한지를 요점으로 파악한다. 알겠나?”

“예!”

명령을 받은 수색 소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도하 하기엔 행주 나루터나 마포 나루터 만한 곳이 없었지만, 혹 더 좋은 장소가 있는지 찾기 위해서였다.

나루터들이 도하에 유리하다는 건, 필시 북한군 놈들도 알고 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 흩어졌던 소대원들이 집결지에 복귀했다.

“보고해.”

혹여나 적절한 곳이 있다면, 적의 허를 찌를 수 있다.

“쌍방 오고 간 폭격 때문인지, 제방의 상태가 좋은 곳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나루터들을 제외하면 도로라고 부를만한 곳이··· 없습니다.”

하긴, 서로 그렇게 퍼부어 댔는데 멀쩡한 곳이 있는 게 이상하지.

다른 보고를 마저 들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자리에 모인 모두가 공감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복귀한다. 근데···”

아무래도 내일, 작전명령 6-50은 예정대로 행주 나루터를 도하 지점 삼아 실행될 것 같다.

“예! 연대장님. 말씀하십쇼.”

김정인 중위가 눈을 크게 뜨며 답했다.

자신에게 질문은 처음이라는 듯.

“자네 수영 좀 하나? 군복이 젖은 인원이 없어 보이는데, 강바닥 확인은 북한군이 대신해줬나?”

오해할 수도 있는데, 절대 오는 내내 귀찮게 해서가 아니다.

물론 부대원을 굉장히 아끼지만.

할 건 해야지.

상륙 장갑차가 강바닥에 처박히면 안 되잖아.

***

7월 13일 새벽.

국군과 연합군의 서울을 탈환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됐다.

내가 지휘하는 특공 연대와 미 해병 5연대는 김포에서 행주 나루터로의 도하를 통해 작전의 포문을 열어야 했다.

“다들 준비됐나?”

“예!”

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다.

방어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은 국군뿐 아니라 미군의 사기까지 승천시켰다.

정신없이 날아오는 주먹을 막거나 피하기만 하다, 가드가 내려간 상대 턱주가리에 카운터를 꽂아주는 느낌으로다가.

“미주리호의 함포사격이 끝나는 즉시, 작전을 개시한다. 정찰대 대기시켜.”

작전의 시작은 동해안에서 인천 앞바다로 이동한 아이오와급 미주리호가, 함포사격으로 김포반도를 다져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동시에 미 24사단과 7사단, 국군 17연대는 서빙고 방면으로 공격, 도하 한 뒤 서울의 동쪽을 공격해 아군 포위망을 만들고, 국군 2군단은 아군이 북진하는 전선에 맞춰 반격을 개시하는 것이 작전의 주요 개념이었다.

-쾅!

-쿵!

조금은 먼 곳에서 포성이 들려왔다.

미주리호가 계획대로 김포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적들을 돈가스로 만드는 중인 것 같았다.

“연대장님! 연대장님! 잠깐 대기하랍니다.”

통신장교가 소리를 질러대며 뛰어왔다.

왜지?

미주리호의 화력 쇼가 끝난 뒤였다.

소규모 정찰대가 미리 선점한 지점을 향해 헤엄치려 강에 들어가려던 찰나.

“무슨 일인가?”

“미 정찰기가 정찰하던 도중 한강 하류에서 연대 규모의 보병들을 발견했답니다.”

제기랄.

하류에 연대급 보병이라면, 작전 변경을 생각할만한 위협이었다.

한강 이북으로 도하 하는 틈에 아군 후방을 노린다면, 서울을 포위하기에 앞서 먼저 포위되는 그림이 나올 테니까.

“작전을 중단하라는 명령인가?”

전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방을 내어주는 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게··· 제가 몇 번이나 되물었지만, 잠깐만 기다리랍니다.”

“잠깐이라니···”

잠깐으로 될 일이 아닐 텐데.

이 새끼들 혹시 그새 안일해졌나?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알겠네. 대기하지.”

그냥 고개를 끄덕이기로 했다.

정말로 잠깐이면 될 것 같다.

B-29 폭격기 2대와 무스탕 편대, F-80이 하늘을 가르며 하류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일 처리가 빨라진 것이, 참 맘에 들었다.

-쾅!

미주리호에 이어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김포와 한강 하류를 쓸어내렸다.

한강 하류는 개활지에 가까웠다.

그 말은 즉, 미 공군 폭격기가 뜬 순간 이미 보병 연대고 나발이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뜨거운 쇳덩이들 맛을 피할 곳은 그 어디도 없다는 소리였다.

“연대장님. 하류에서 후방을 노리려던 적들은 대부분 소탕되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작전에 투입하라고 합니다.”

걱정?

걱정은 폭격기와 전투기들을 보는 순간 날려 보낸 지 오래다.

“알았다. 정찰대 투입 시켜.”

미 해병 5연대와 함께 세운 도하 계획은 비교적 간단했다.

간단하게 세우려 했다기보단, 간단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강이 남하해 공격해오는 북한군에게는 방해물이었듯, 강을 넘어 서울로 향하려는 국군에게도 방해물이나 다름없었다.

“반갑습니다. 언더우드 대위입니다.”

장교 2명, 병사 10명으로 구성된 정찰대는 국군 해병대와 미 해병대가 섞여 있었다.

투입 직전, 정찰대 지휘와 통역을 맡은 언드우드 대위가 관등성명을 해왔다.

“고생이 많네.”

정찰대의 임무는 이름에 걸맞게 정찰이었다.

주변을 정찰해 적의 존재 여부를 살피고, 근처 민간인들을 통해 상세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

“한국군 연대장님께서 직접 마중까지 나와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연대장인 내가 정찰대나 수색을 할 때마다 이렇게 마중을 나올 순 없다.

그렇게 하려면, 부대에 연대장이 50명쯤은 있어야 할 테니까.

“정찰대가 도하에 성공하면, 반드시 덕양산 일대를 세밀히 정찰해야 하네. 적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더라도.”

정찰대가 도하에 성공해 적이 없다고 판단하면, 미 해병대가 가져온 LVT(수륙양용차)를 이용해 아군이 대대적인 도하에 나설 것이다.

행주 나루터에서 도하 했을 때 가장 위협적인 지형은 덕양산.

산악지형은 공중 정찰이 쉽지 않고, 위험해 보인다는 이유로 적 유무를 판단하기도 전에 모든 산을 폭격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믿는다.”

언더우드 대위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손자였다.

부디 그가 무사히 강을 건너길 바랐다.

12명의 정찰대는 소형 보트 하나에 장비를 싣고, 그 아래에서 보트를 잡은 채 헤엄쳐 강을 건넜다.

“주변 정찰결과, 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답니다. 도하 해도 좋다는 무전을 보내왔습니다. 해병대는 도하 준비를 마쳤답니다.”

“흠··· 잠깐 대기하라고 해.”

내가 적 지휘관이라면, 덕양산에 최소한 중대급 병력을 배치했을 것이다.

아군이 보유한 LVT(수륙양용차)는 9대.

한 번에 도하 할 수 있는 병력은 중대 규모.

그에 따라 작전도, 정찰대 이후 수색 중대가 교두보를 확보하고, 공병대를 차례로 보내 강에 부교 건설을 마친 뒤 본대가 강을 건너는 것이 계획된 작전이었다.

‘선발대를 막는다면 본대를 크게 묶어둘 수 있는 이런 곳에 적이 없다?’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왜 강을 건너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는 겁니까? 서울을 가장 먼저 탈환할 마음이 없는 겁니까?”

이것 보소?

날 언제 봤다고.

영어엔 존대와 반말이 없다지만, 미 해병대 대대장 토머스 중령이 짜증을 부려왔다.

“덕양산에 적이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추가 정찰대를 보내는 게 어떻겠소?”

“적이 없다지 않습니까. 한국군 해병대를 보내는 게 맘에 걸린다면, 미 해병대를 먼저 보내겠습니다. 없는 적을 상상하면서 시간을 지체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다는 토머스 중령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말 적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좋을 대로 하시오. 한 번 더 정찰대를 보낼 것을 추천하지만···”

들어먹을 리 없겠지.

토머스 중령이 곧바로 미 해병대를 상륙차에 태웠다.

“1대대장.”

“예! 연대장님.”

“지금 즉시 박격포와 기관총을 강둑에 배치하게. 서둘러.”

“알겠습니다.”

도하를 위해 정리해 놓은 박격포와 기관총을 배치하라는 말에, 김상옥 소령은 이유도 묻지 않은 채 명령대로 할 뿐이었다.

그간 전투를 통해 얻고 깨달은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

“출발!”

계획과 달리, 미 해병대를 태운 LVT(수륙양용차) 9대가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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