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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쟁영웅이 되었다-125화 (125/149)

125화. 어서 와. 처음이지?

아수라장(阿修羅場)

누군가 쏘아 올린 조명탄이 터지자마자 동굴 밖으로 나온 무리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사격 개시!”

주변이 밝아지기가 무섭게 곧바로 김동석 소령이 사격 개시 명령을 내렸다.

어두운 허공을 향하고 있던 특공대원들의 총구가 마침내 자신이 조준해야 할 표적을 찾아 불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탕!

첫 사격에 선두에 있던 호위병 다섯 명이 쓰러졌다.

머리, 목, 가슴.

하나같이 치명적인 급소에, 심지어 여러 발의 총알에 관통당한 호위병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특공대가 쏘아낸 총알은 적에게 지난 삶을 회개하거나 공포에 몸서리치며 비명을 지를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목숨을 앗아갔다.

“1분대장! 이어서 지휘해! 나는 꿀단지를 받으러 간다.”

“예!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몸조심하셔야 합니다.”

김동석 소령이 총구를 거둬드린 후, 재빨리 주변 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김원봉이 최정예라 칭했던 호위병들이 연신 방아쇠를 당겨 총을 갈겨대고 있었지만, 그들이 쏘는 총알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김일성 일가를 호위하는 호위병 30명은 숫자만 특공대와 엇비슷할 뿐, 전혀 특공대의 상대가 되질 않았다.

이미 올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좋은 위치를 선점해 매복하고 있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계획.

특공대는 거기에 더해 세밀한 간격까지 조절해가며 배치에 신중을 기울였다.

그로 인해 적은 인원이지만, 사방을 모두 점령할 수 있었다.

호위병들은 대체 적이 어느 방향에 매복해 총을 쏴대고 있는지,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퇴로를 어디로 뚫어야 하는지도 알 도리가 없었다.

고도로 훈련된 호위병들도 그럴 진데, 평생을 온실 속에서 살아 전장이 주는 공포감을 경험해보지 못한 대부분의 북한 고위직 인사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을 가린 채 벌벌 떠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꿀벌이 꿀단지와 함께 움직인다. 서둘러!”

혼란을 틈타 포위망이 비교적 옅은 곳을 찾아 빠져나가려는 무리가 김동석 소령 눈에 들어왔다.

뒤를 돌아 도망치는 자들부터 쏠 법도 한데.

특공대원들은 그들이 누군지 확인하려 시선을 한번 흘렸을 뿐, 이내 시선을 바로잡았다.

한 무리가 지옥을 빠져나가는 것은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다 볼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저곳이 탈출구라고 생각했는지, 몇몇이 무리가 빠져나간 방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쏴!”

탕!

“끄아아악! 이런 간나새끼들이 왜 나만··· 내 다리! 내 다리··· 다리··· 동무들! 내래 총에 맞았다는 말 안 들려?”

탈출구를 향해 도망가던 돼지 중 한 마리가 다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총을 맞으면 아프다는 걸 그제 서야 알았는지, 악을 써대며 소리를 질렀다.

왜 나만?

빠져나가는 무리는 놔두고 왜 뒤를 쫓은 자기만 총에 맞았는지 억울했던 모양이다.

미안하게도, 그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탈출구가 아니었다.

사실 탈출구라기보단 이보다 더한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이거든.

“제발··· 제발 살려만 주시라요. 제발··· ”

눈치가 빠른 자들은 양손을 높이 들어 빌어대기 시작했다.

조금만 힘을 줘서 툭, 건들면 완전히 넘어갈 정도로 전세는 이미 특공대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졌으니까.

“투항하는 포로들은 살려둬라! 정리가 끝나면 서둘러 다음 집결지로 이동한다!”

날아오는 총알이 현저히 줄자, 엎드려 쏴 자세를 취하고 있던 김웅 상사가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특공대를 지휘해 나갔다.

탕! 타당!

마지막 울린 두 발의 총성을 마지막으로 총성이 멈췄다.

사방을 점지하고 있던 특공대는 점차 간격을 좁혀가며 놈들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포위했다.

처음 도망쳐나간 무리를 제외하고는, 포위망을 빠져나간 이는 아무도 없었다.

“피해 상황 보고 해.”

김웅 상사와 대원들이 주변을 한차례 두리번거렸다.

눈대중으로 보더라도 심한 부상자나 쓰러진 대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빠르게 상황파악을 마친 김웅 상사가 다음 명령을 하달했다.

“좋아. 대장님과 합류한 뒤, 강으로 이동한다.”

이 전투 전까지 ‘최정예 호위병’이었던 것들은 모두 바닥에 누워 숨을 쉬지 않았다.

***

언제 그랬냐는 듯 밤을 낮으로 바꿔버린 조명탄의 빛도, 살을 후빌 기세로 날아들던 총성도 사라지고 없었다.

간신히 특공대 포위망에서 빠져나온 한 무리가 어둠에 숨어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동지 여러분! 힘들어도 꾹 참고 뛰어야 합니다. 곧 괴뢰군 추격대가 따라붙을 겁니다.”

빠져나온 인원은 총 일곱.

김원봉과 김두봉, 김일성 위원장과 그의 9살 아들 김정일.

그들과 함께 휩쓸려 나온 호위병 셋이 전부였다.

“정일아. 손깍지를 절대, 절대 풀어선 안 된다. 알겠네?”

김일성이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김정일과 눈을 맞췄다.

어른들이 뛰는 속도에 맞춰 뛸 수 없던 어린 김정일은 호위병 등 뒤에 업혀 있었다.

빠져나온 무리 안에서 숨을 헐떡이지 않는 사람은 김원봉과 김정일을 업지 않은 호위병들.

세 명뿐이었다.

“동무 두 명은 추격대에 대비해 후방을 경계하며 이동한다. 선두는 내가 서지. 동무 따발총은 내게 넘기게.”

“동지, 괜찮습네다. 이 정도 뜀박질론 끄떡 없습네다. 제가 앞서···”

김정일을 업고 있던 호위병이 총을 넘기지 않자, 김원봉이 매섭게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동무가 지금 업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서 하는 말이야? 만에 하나, 동무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동무가 책임질 테야?”

김원봉이 김일성에게 눈빛을 흘렸다.

“이··· 간나새끼야. 당장 총을 넘기라우!”

“알겠습네다. 받으시라요.”

성을 내는 걸 보니, 세상 사람들 전부가 하찮을지언정 자기 아들은 귀하게 여기는 모양이다.

살기를 느낀 호위병이 어깨에 걸어둔 총을 재빨리 김원봉에게 벗어 넘겼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김원봉이 선두에 서겠다는 말과 총을 넘기라는 말에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의 의심을 완벽히 지울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가 가진 무장 투쟁을 하던 의열단 시절 이미지 때문이었다.

오히려 김일성은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지들은 제 등만 보고 따라오십시오. 출발하겠습니다.”

어쩜 말까지 이렇게 믿음직스럽게 하는데, 그의 등을 따르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김원봉은 적당한 빠르기의 속보라 생각했지만, 뒤에 있는 김두봉과 김일성은 숨을 헉헉대며 뛰고 있었다.

계속해서 김일성과 김두봉이 뒤처지자, 후방 경계 임무를 맡았던 호위병들의 눈에 의아스러움이 번지고 있었다.

“결례되는 말이지만··· 위원장 동지 혹시 편찮으신 곳이라도···”

“헉···헉··· 일 없으니 뒤나 똑바로 신경 써서 보라!”

걱정해주는데 성질머리하고는.

군 출신이 아닌 늙다리 김두봉이야 당연하다 해도, 일제와 맞붙어 대승을 거둔.

역사에 길이 남아 마땅할 보천보 전투를 지휘했던 위대한 김일성 위원장께서는 대체 왜?

1937년 김일성은 동북항일연군 90명, 재만 한인 조국 광복회 80명 총 170명과 함께 압록강을 건넜다.

이들이 목표로 삼은 곳은 함경남도 갑산군 보천면 보전리의 주재소.

170명의 병력이 기습했을 당시 주재소에는 무려 다섯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일본 순사가 김일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김일성은 초인적인 기지와 힘을 발휘, 주재소를 잠깐 탈환하고 무려 두 명을 사살하는 전공을 올렸다.

그가 인명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는 전투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주재소에 있던 일본 순사들은 모두 살아 도망치게 내버려 둔 채 2살배기 여자아이와 무장조차 없던 일본인 요리사만을 사살했다.

자기 입으로 자랑스레 떠들어대던 위대한 보천보 전투의 결과물이었다.

“위원장 동지,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강변에 세워둔 배가 있을 겁니다.”

바람이 매섭게 불어왔음에도, 모두가 땀범벅이었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숲이 사라지고, 잔잔히 흐르는 청천강이 눈에 들어왔다.

“동지께서 말한 배라는 게···”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김원봉이 기다렸다는 듯 후방을 지켜온 호위병들에게 따발총을 난사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십 발의 총알이 몸에 박힌 호위병들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펄럭이며 쓰러졌다.

탕!

다른 이들은 어찌 된 상황인지 뇌가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이었다.

김원봉이 추가로 쏜 한발이 김정일을 업고 있던 호위병의 허벅지를 뚫고 지나갔다.

“아부지···”

호위병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자, 등에 업혀 있던 김정일이 울며 김일성 품에 달려와 안겼다.

“기래··· 이리 오라우. 괜찮다. 괜찮아. 김원봉 동무, 역시 동무에게 다 생각이 있었고만 기래.”

김원봉이 따발총을 난사해 호위병들을 다 죽인 상황.

김일성은 오히려 김원봉을 칭찬하고 나섰다.

“아무렴, 생각이 다 있었습니다.”

“기래. 동무는 지금 조국을 구한 게야. 배를 어디로 몰 것인지부터 말해보라.”

강변에 세워진 배는 성인 두세 명이 겨우 탈 수 있을 만한 작은 배였다.

김일성은 배에 타지 못할 호위병들이 난동을 부릴 것을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 김원봉이 호위병을 죽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남조선. 위원장 동지는 남조선으로 가시게 될 겁니다.”

“뭐이야? 정신이 나가도 정도가 있는···”

김일성의 눈동자가 두 배는 커지고 있던 찰나.

“꼼짝 마! 머리통 날아가기 전에 그대로 있어. 이 새끼들아.”

미리 강변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김동석 소령과 대원들이 총구를 겨누며 다가왔다.

김일성이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런 변절자 새끼! 남조선 괴뢰군을 끌어들인 게 김원봉이 너··· 너 이 샹간나 새끼가···”

김일성 마음속에서 김원봉이 간나 새끼에서 샹간나 새끼로 진화했다.

“포박해.”

김동석 소령이 김일성을 겨누고 있던 총구를 가볍게 튕겼다.

작전은 성공, 대 성공이었다.

옆에서 김일성이 포박당하는 것을 지켜본 김원봉이 김동석 소령에게 말을 건넸다.

“꿀단지를 통째로 넘겨줬는데 통이 이리 작은가? 내가 이야기했던 것보다 배가 많이 작은 것 같은데. 김두봉 동지. 일단 배에 타 계시면 됩니다.”

“그야 저건 자네가 탈 배가 아니니까.”

“뭐?”

빡!

김동석 소령이 김원봉의 관자놀이를 개머리판으로 후려쳤다.

호두 깨지는 소리와 함께, 김원봉이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여단장님이 쓰레기 분리수거는 내려와서 하라고 명령하셨거든.”

착각은 김일성에게도, 김원봉에게도 자유였다.

***

특공여단 지휘소.

“수고 많았네. 긴 얘기는 도착해서 나누도록 하지.”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두 손을 머리 위로 힘껏 들어 기쁨을 만끽했다.

아마 이렇게 기쁨을 표현했던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처음이 맞나 보다.

통신 장교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걸 보면.

“왜 그렇게 쳐다보지?”

“··· 여단장님께서 그렇게 기뻐하시는 건 처음 봅니다.”

그야 기쁘니까.

꼬리가 좀 딸려오긴 하지만.

마오안잉을 잡았을 때와 비할 수 없는 쾌감이 몰려왔다.

‘얌전히 기절했나 보군.’

김원봉 처분에 대해 내린 명령은 간단했다.

[조금이라도 놓칠 가능성이 있거나, 저항하면 즉시 사살할 것.]

사실 생포보다, 사살하라는 명령에 가까웠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거든.

벌써 두 번이나 동지들을 팔아먹은 변절자.

게다가 혹시라도 그가 도망간 뒤 리즈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대한민국에 사보타주라도 하면?

순풍만이 불어오고 있는 지금, 내 발등 찍을 가능성을 만들 필요가 전혀 없다.

“1대대장. 내가 말한 건 다 준비됐나?”

1대대장과 나는 이틀 전부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준비해 뒀습니다.”

“호화스럽게 환대해주자고.”

어서 와.

내가 있는 대한민국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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