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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쟁영웅이 되었다-126화 (126/149)

126화. 김일성, 김성주

김일성을 잡았다는 소식은 극비리에 이시영 부통령과 트루먼 대통령, 연합군 수뇌부 중 일부 귀에만 들어갔다.

전 국민이 방방 뛰며 좋아할 경사임에도, 김일성의 처리 문제가 완전히 조율되기 전까진 아껴둘 수밖에 없었다.

“곧 김동석 소령이 도착할 겁니다. 이제 와 말하기엔 좀 웃긴 말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진짜 김일성을 생포할 줄은 몰랐습니다.”

“나에 대한 의심이 가득 했다는 말로 들리는군?”

“말이···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그건 절대 아닙니다.”

1대대장 김상옥 대령과 장난 섞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어느 관점에서 말을 시작해도 끝은 자화자찬으로 귀결될 정도로 모든 것이 완벽했다.

김일성을 잡은 시기, 소요된 시간과 병력, 상황까지.

“그런데 여단장님, 만약 김일성이 항복 의사를 밝히면··· 전쟁이 끝나는 것입니까?”

“아니, 이 전쟁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을 걸세.”

전쟁의 시작은 김일성과 박헌영의 적화통일에 대한 야망과 욕심으로 인해 시작되었을진 몰라도, 끝은 김일성 항복 따위로 끝날 수 없다.

종전하는 방법엔 몇 가지가 있다.

한쪽이 완전히 전쟁 수행능력이 상실되거나, 항복, 국가 간 합의가 있는 경우 전쟁을 끝낼 수 있다.

말이 쉽지.

북한군의 전쟁 수행능력은 이미 상실된 지 오래다.

이미 전쟁 초창기에 미국과 UN 연합군이 전쟁에 개입하면서부터 항복, 합의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럼··· 여단장님께서는 이 전쟁에 끝이 어디라고 보십니까?”

김상옥 대령이 심오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질문은 전쟁에 끝이 있기는 한 거냐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음··· 전쟁은 원래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기가 훨씬 어려운 것이네. 전략적으로 판단해 가장 대한민국이 번영할 수 있는 기반을 얻은 뒤 끝내야겠지. 나는 그렇게 되길 바라네.”

미국과 중공이 깊게 개입한 이상, 쉽지 않은 일이 되겠지만.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내 머리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대한민국을 빼놓고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를 입맛대로 중재하도록 놔두진 않는다.’

과거를 알면서도 그 과거를 답습하는 것처럼 멍청한 짓은 또 없을 테니까.

“저기, 특공대가 도착한 것 같습니다.”

여단 지휘소에 도착한 선두 지프에서 김동석 소령이 내렸다.

그 뒤로 특공대원들이 탄 군용 트럭이, 같은 트럭에서 손이 뒤로 묶인 채 재갈을 물고 있는 몇몇이 보였다.

김일성이 내 손바닥 안에 들어왔다.

***

손이 묶인 이들은 하나같이 분통이 터지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까지 호의호식 하다못해 전쟁까지 일으키신 분들께서 뭐 그리 분한지는 이해가 잘 안 가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고생했네. 김동석 소령.”

가벼운 안부에 김동석 소령이 경례를 해왔다.

김동석 소령을 포함한 특공대 전원의 어깨와 등을 일일이 두드려가며 치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시선이 김일성을 향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김일성이 눈앞에 있는데, 이걸 참을 수가 있나.

“저희는 군장을 정리한 뒤, 휴식을 취하고 있겠습니다. 대원들도 적잖은 피곤이 쌓였을 테니, 일을 다 보신 후에 불러주셔도 됩니다.”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걸 보니 내 마음을 알아챈 모양이다.

그 잠깐 사이에 내 표정을 읽었다니, 역시 특공대장으로 손색없는 인재가 분명했다.

“오는 길에 하도 시끄러워서··· 이제 재갈을 풀어도 되겠습니까?”

“김일성과 김원봉을 같은 트럭에 태워왔나?”

“예··· 정신이 하도 사나워서 재갈을 물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안으로 넣어놓겠습니다.”

철천지원수나 다름없는 둘을 한 공간에 뒀으니, 얼마나 시끄러웠을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알법했다.

오는 동안 힘을 다 빼버렸는지, 김일성과 김원봉 입에 풀려놓은 재갈을 풀었음에도 그리 소란스럽진 않았다.

“자네가 이시영 부통령의 조카라는 이강산 대령인가? 이런 큰 공로를 세우도록 도와줬음에도 약조를 어기다니, 이 무슨 사내답지 못한 일이란 말인가!”

김원봉이 꺼져가던 불씨에 장작을 집어넣어 불씨를 지쳤다.

“김원봉이 이 샹간나 새끼. 네놈이 감히 남조선에 속아 나를 팔아넘겨? 이보라우. 당장 저 변절자 새끼를 내 눈앞에서 치워버리라!”

김일성이 김원봉과 김두봉을 바라보며 연신 욕을 내뱉었다.

“주변 환경도 그렇고 날씨도 비슷해서 뭔가 착각들 하는 모양인데, 지금 당신들은 지금 그토록 무시하던 남조선에 포로가 된 신셉니다. 질문은 제가 할 테니 진정하지 않으면···”

“뭐이네? 어디서 남조선군관 나부랭이가 내 말을 끊고 있네. 동무와는 말을 섞고 싶지 않으니 리승만이나 불러오라. 또한, 적국 수장에 대한 예를 갖추라.”

그럴 줄 알았다.

어련히 알아서 살아있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드릴까, 매를 더 맞고 싶은가 보다.

“저자들은 육군본부에서 인계해 갈 때까지 잘 가둬놓고, 우리 위원장님은 내 막사 안으로 모셔.”

“예. 알겠습니다.”

“빨리 당장 이것부터 풀지 못하겠네?”

김일성을 묶은 포승줄을 풀어주냐는 듯, 대원 한 명이 눈치를 보내왔다.

“아니 괜찮아. 위원장님 제가 안에서 극진히 모시겠습니다.”

직접 김일성을 일으켜 세웠다.

정말 대접한다는 듯 아주 조심스럽게.

친절한 대우에 그제 서야 조금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김일성이 입을 닫았다.

“조용히 가자. 성주야. 아··· 그리고, 내가 나오기 전까지 막사 안엔 아무도 들이지 마.”

“뭐이야?”

나긋나긋한 말투로 귓속말을 속삭여준 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막사로 데려갔다.

퍽!

막사로 들어옴과 동시에 김일성의 오금을 걷어찼다.

양팔이 뒤로 묶인 탓에 균형을 잡을 수 없었는지, 비틀거리며 얼굴을 바닥에 찧었다.

“으윽··· 이 무슨 군관 나부랭이가···”

“백마 타고 나타난 김일성 장군님께서는 잎사귀를 강에 띄워 압록강을 건널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깟 포승줄 하나 풀긴 어려우신가 봅니다? 아니면 진짜 김일성 장군이 아니어서 그런가.”

“내래··· 반드시 죽여 버리갔서. 내장을 뽑아 젓갈을 담궈···”

원래 인간이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에도 남아 있는 건 악밖에 없다더니.

아직 상황파악을 못 하는 김일성을 보니 딱 맞는 말인 모양이다.

“젓갈이니 뭐니 알아서 하고··· 김성주 혹시 종교 있나? 당신이 지은 죄를 다 뉘우치고 갚을 때까지 못 죽을 텐데. 내 생각엔 아마 평생이 될 것 같은데 말이야.”

“으···”

그 어떤 비아냥보다 김일성이 반응을 보이는 건, 그의 본명인 김성주라는 이름으로 그를 부를 때였다.

“궁금한데··· 말해줄 생각 없나?”

‘김일성’이라는 이름은 많은 논란거리를 숨기고 있다.

지금 내 앞에 꿇어앉은 돼지의 본명이 김성주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북한에선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으로 불리던 것처럼.

물론 궁금할 뿐이지, 달라지는 건 없다.

이 돼지가 러시아와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한 김일성이건, 아니면 김일성이라는 이름을 훔쳐 권력 기반을 다지는 선동에 사용한 것에 불과하건.

소련에 넘어간 뒤 소련의 개가 되어 패악질을 일삼은 것으로도 모자라 동족상잔의 비극을 주도한 개새끼인 건 변함이 없다.

“내래 김일성이 아니면 누구겠니. 멍청한 남조선···”

“아, 생각할수록 열 받네.”

의자에서 일어나 김일성 뒤로 자리를 옮겼다.

양손이 가지런히 묶여있는 그의 오른손에 검지를 편 뒤, 꺾어버렸다.

우-득.

이걸 뼈를 부러트렸다 해야 하나 발골이라고 해야 하나.

“끄아아아아아아악! 후우. 후우. 이 간나···”

김일성이 비명을 지른 뒤, 숨을 빠르게 쉬었다.

점점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시작한 욕을 끝마치진 않았다.

“운이 좋네. 새끼까지 붙였으면 하나 더 부러트릴 생각이었는데.”

생각 같아선 죽기 직전까지 패고, 치료해주기를 영원히 반복하고 싶지만, 쓰임이 있는 지금은 참기로 했다.

포로 학대니, 고문이니 하는 인간이 정한 법도는 말 그대로 인간에게 적용되는 것이지, 가축에게 적용되는 게 아니니 손가락 하나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김일성을 고문했냐고 묻는다면··· 뭐. 긴말할 것 없이 실수라고 하지 뭐.

“하긴, 전국을 순회공연하면서 네 실체를 알리려면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하니까.”

아팠는지 찔끔 눈물이 새어 나온 김일성의 눈을 손바닥으로 비벼주며 말했다.

마오안잉을 이용한 선전이 마오쩌둥의 눈을 멀게 만드는 데 쓰였다면, 김일성은 그와는 조금 다른 쓰임으로 이용할 수 있다.

김일성과 북한 수뇌부가 행해온 악의 실상을 까발려 국군과 연합군이 수복한 북한 지역의 치안 안정화를 빠르게 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지고 있을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특효약이 될 것이다.

“내래 이런 수모를 남조선에서 겪을 바에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혀 깨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더럽게 아프기만 하고 쉽게 안 죽거든.”

만약 혀를 깨문다면 어떤 약을 써서라도, 어떤 의사를 불러와서라도 다시 살려낼 테니까.

자포자기한 듯, 김일성이 고개를 떨어트리며 한숨을 쉬었다.

과거 한반도 분단과 이념 대립은 영원히 골칫거리로 남아 풀 수 없을 것만 같던 문제였지만, 지금은 이미 깔끔하게 풀려 있었다.

꼬이기도 전에.

***

연합군 핵심 수뇌부 회의.

김일성 생포 소식은, 역시나 수뇌부 회의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니까 말은··· 공산군 정찰기가 국경에 뜨는 걸 보고 김일성이 아직 망명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고, 김일성을 잡기 위해 특공대를 보냈단 말인가? 자네가 거짓말할 할 리도 없으니···”

워커 중장이 신통방통이라는 단어를 알았다면 신통방통이란 말로 말을 끝마쳤을 것이다.

다른 장성들 역시 워커 중장과 같은 반응이었다.

“김일성을 생포했으니, 북한 지역 내 치안이나 정치적 대립 요소는 많이 줄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김일성도 잡혔겠다, 미국과 중공이 발을 깊게 넣지 않았다면 이 자리는 적당히 타협해 휴전선을 정하는 자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야욕을 드러낸 공산세력과의 전쟁이라는 명분도 충분하고 이미 타이완까지 움직였다.

그로 인해 막대한 전력을 한반도에 배치한 미국이 지금 발을 빼는 건, 미국이 생각하는 수지타산에 전혀 맞지 않았다.

“우리는 기존 계획대로 북진하겠지만, 알아둬야 할 게 있네. 지금 내부에서 핵 사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모양이야.”

“핵? 핵이라면···”

워커 중장이 입 밖에 낸 핵 발언에 밴 플리트 중장이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아직까진 논의 단계라고만 알고들 있게.”

핵은 미국이 가진 비장의 카드나 다름없다.

비장의 카드를 사용하기 위한 논의는 이미 개전 초부터 이뤄지고 있었을 터.

당장 만주에 핵을 쏘겠다는 게 아닌 이상, 놀랄 이유가 없었다.

그보다.

“마오안잉을 다시 중공에 보내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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