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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쟁영웅이 되었다-127화 (127/149)

127화.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얼굴 생김새가 달라 표정이 달라 보일 뿐이지,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모두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굳이? 진짜? 왜?

그야 이유는 한가지뿐이다.

애초에 마오안잉이 이뻐서 잡아 온 것도 아니고.

“아마 지금까지 마오안잉을 이용한 선전으로 인해 중공 수뇌부들의 골치가 다 썩었을 겁니다. 이제 단물이 거의 다 빠져 가니, 놈들이 익숙해지기 전에 새로운 골칫거리를 중공에 던져줄까 합니다.”

일본에 모전구(무타구치 렌야) 선생이 그러했다면, 중공에선 모안영(마오안잉) 선생이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써주었다.

조금 아쉬운 건 마오쩌둥이 권력을 내려놓거나, 그렇다고 중공이 멸망 직전까지 내몰렸냐?

그렇게 됐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마오쩌둥은 항미원조라는 허울로 전 국민을 속였다.

군대도 결국은 국민이라는 큰 틀 안에서 존재한다.

국민이 군인이 되고, 군인은 국민과 나라를 지킨다.

그리고 벌써 그 국민 100만이 죽었다.

하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권력을 지킬 수만 있다면, 100만이 아니라 1000만, 그보다 많은 병력과 국민이 비료가 되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인간이 마오쩌둥이니까.

“자네 말대로 마오안잉 그놈 때문에 이미 골머리가 다 썩었을 것이라는 말에는 동의하네만, 중공 측이 단물 빠진 골칫덩이를 받으려고 하겠는가?”

나 같으면 큰아들이니 뭐니 해도 안 받을 것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김석원 군단장이 콧수염을 문질렀다.

“협상과 타협이라는 게··· 늘 공평하지만은 않은 법 아니겠습니까. 중공은 마오안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마오쩌둥이 자식에 대한 연민이나 부성애로 인해 마오안잉을 받아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해보지도 않았다.

아마 지금 마오안잉 면상만 봐도 기겁하며 발작을 일으킬걸?

전쟁 중 협상 테이블에서 공평성을 따지는 건 협상할 준비가 안 된 놈들이나 하는 짓이다.

협상에 기본은, 자신의 진영이 처한 상황에 맞게 요구 조건과 수용 조건을 언제든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남쪽 해안에서는 타이완이, 연합군이 국경을 넘을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긴박한 상황에서 중공이 유연한 수용을 하지 않는다면?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만들 것이다.

이미 거의 그 지점에 근접해 있었다.

“그래. 자네가 아무런 이득 없이 힘들게 잡아 온 마오안잉을 넘기진 않을 테고, 저들에게 뭘 요구할지 궁금한데 이 자리에서 말해줄 수 있겠나?”

밴 플리트 장군이 물어왔다.

마주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밴 플리트 중장은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아니면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인지 헷갈릴 정도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잘되는 축에 속한다.

한글도 제대로 못 알아들었던 전쟁 초반 똥별들보다 몇 배는 편하달까?

“작게는 전투 중 포로로 잡힌 한국군과 미군, 연합군 포로의 맞교환과 크게는··· 아, 아닙니다.”

아, 이건 우리 형과 조금 더 상의를 해봐야 할 문제다.

여기까지 들어가 버리면 회의는 내일 모레? 적어도 글피에나 끝나게 될 만큼 민감하고 복잡한 부분이니까.

“한국군과 연합군의 포로를 마오안잉과 맞교환만 하더라도, 충분히 실리를 챙겼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포로 교환.

그사이에 다른 조건 하나 쓱 꽂아 넣는 건 나중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알겠네. 중공에 포로 교환을 할 의사가 있는지 연락을 취해보라고 지시하겠네. 자, 다들 더 할 말 있는가?”

워커 중장이 좀이 쑤시는지, 한쪽 엉덩이를 들었다 놓으며 말했다.

이미 기본적인 회의 안건들은 모두 해결이 된 후였기에, 김일성 생포나 포로 교환 외에 별다른 안건은 나오지 않았다.

“없으면 이만 돌아들 가지.”

워커 중장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회의의 끝을 알렸다.

가만.

‘여단에 달걀이 남아 있던가?’

마지막으로 마오안잉의 건강 상태와 외모를 한 번 더 확인해야겠다.

이제야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상봉하는 것을 물론, 중요한 임무를 가슴에 새겨 줬는데 죽거나 병들면 안 되니까.

오늘만큼은 형이 더 싱싱한 달걀로 준비해 줄게.

***

중공 베이징. 마오쩌둥 집무실.

마오쩌둥이 치명적인 뒤태를 뽐내고 있었다.

저우언라이에게.

사랑싸움 후에 단단히 삐지기라도 한 듯, 두 팔을 가슴께 꼰 채 움직이지 않았다.

“동지··· 이건 사회주의, 나아가 인민들의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저우언라이가 뒤돌아있는 마오쩌둥을 향해 사정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당연히 당과 지도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나, 작금의 상황이 우리에게 썩 좋지 않은 것 또한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합니다. 이번 포로 교환에 응하지 않는다면, 저들에게 대륙을 공격할 작은 빌미 하나를 더 주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연합군 측에서 제시한 포로 교환을 주제로 두고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의 의견이 갈렸다.

저우언라이는 연합군에게 계속 빌미를 주는 선택을 해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의견과 함께 미국의 지원을 받는 타이완이 양면 전선을 형성한 지금,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마오쩌둥에게 설명했다.

반면 마오쩌둥은 저우언라이가 내놓은 대안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같은 자세를 30분째 유지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동지!”

저우언라이가 처음으로 말끝에 힘을 주자, 마침내 마오쩌둥이 뒤를 돌아섰다.

“저우언라이 동무 자네 말은 연합군 괴뢰 놈들이 제시한 말 같지도 않은 포로 교환 안을 받아들여 마오안잉을 넘겨받는 대가로 괴뢰군 포로들을 넘겨주고, 마오안잉의 죽음이 착오에 의한 것이었음을 인정하라는 말로 들리는데.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가?”

“그렇습니다. 동지.”

저우언라이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아들 마오안잉은 한반도에서 영웅으로 죽었네. 지금 괴뢰 놈들이 살아있다며 선전하고 있는 건 내 아들이 아닌데, 어찌 아들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나.”

“너무 많은 피를 보게 될 것입니다. 동지···”

마오쩌둥은 이미 마오안잉을 머리와 가슴, 두 군데서 모두 지워버린 듯했다.

저우언라이가 말을 이으려 들자, 말 머리를 끊어냈다.

“포로 교환으로 소련의 지원이 올 시간을 벌 수 있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게. 단, 교환하는 포로가 내 아들이 아닌 만큼, 놈들의 제시안도 달라져야겠지.”

절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정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닌, 진심으로 잘못이나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나올 수 있는 표정에 가까웠다.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 위기는 자네에게나 나에게나 기회가 될 수도 있어. 이 혼란한 정세가 주는 압력은 우리 중공이 내부 단합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네. 이 압력이 사라지면··· 어디선가 균열을 일으키는 반역자가 나오기 딱 좋은 환경이 되거든.”

마오쩌둥이 아무 생각 없는 어린애처럼 자존심을 굽히지 않기 위해 떼를 써대는 것만은 아니었다.

미국과 연합군이 주는 압력은 자신의 권력과 당 내부를 더 견고하게 유지 시켜 줄 하나의 방편에 불과하다.

적당한 압력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지만, 가해지는 압력이 세지면 버티지 못해 찌그러지지 않겠냐는 의견에는 위대한 소련의 스탈린 동지가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포로 교환 문제는··· 잡음이 나지 않도록 제 선에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동지.”

저우언라이가 무모한 시간 허비를 줄이기로 마음먹었는지, 될 대로 되라는 건지, 마오쩌둥의 의견을 수용하는 듯했다.

“자네가 요즘 쉬지 못해 그런 것이라 생각은 해보겠네만··· 이 나라의 주석 마오쩌둥이 실수를 한다? 내가 그 무슨 결정을 하건, 그 모든 건 실수가 아니라 결정이야. 결정! 인민을 위한 결정이란 말이지.”

마오쩌둥 본인과 같은 선행성과 우월성을 지닌 집권자가 하는 결정은 전체를 위한 것이므로 어떤 결정이건 간에 틀린 것이 없었다.

지도계층보다 우월하지 못한 다수의 인민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에 대한 통제를 가할 뿐이니까.

마오쩌둥이 길 가던 행인을 돌로 쳐 죽여도 그 행인에게서 문제를 찾는 게 정상적인 과정일 뿐, 마오쩌둥 본인은 아무런 죄가 없다.

“알겠습니다. 동지. 명심하겠습니다.”

“알겠으면 나가 봐.”

위대한 국가 주석의 잔소리를 들은 저우언라이가 한차례 고개를 조아린 채,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소련··· 소련···’

잔소리를 듣다 보니, 마오쩌둥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 능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어떤 이론도 인간의 이기심과 실물경제의 흐름을 대체해내진 못했지만.

“소련이···”

머릿속이 온통 소련으로 가득했다.

마오쩌둥이 이 모든 상황을 내부 단합을 위한 압력 정도로 써먹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소련이 든든한 뒷배로 버텨주겠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소련이 발을 뺀다면?”

물론 소련 역시 중공이 미국의 영향 아래에 들어가는 건 원하지 않을 테니 어떤 행동이라도 취하겠지만, 중공군이 연합군과 국민당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상황이 온다면.

소련이 막대한 군수물자와 병력을 중공을 위해 무상으로 아낌없이 지원해 줄까?

군사 고문단을 파견해주긴 했지만, 가뜩이나 지금까지 무기와 전투기를 무상 원조가 아닌 유상으로 전부 중공에 팔아먹고 있는 소련이 아니던가.

이런 소련에 나라의 흥망을 맡길 정도로 믿어도 될까?

지금껏 단 한 번도 소련에 대한 의구심이 이 정도인 적은 없었다.

“후.”

짧고 굵은 숨을 내뱉었다.

아무리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봐도, 마오쩌둥 머릿속엔 소련 말고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듯했다.

으드득.

저우언라이가 어금니를 힘껏 깨물었다.

치아끼리 강하게 부대끼며 으드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결심이 서고 있었다.

아까 말했듯, 포로 교환 문제는 잡음이 나지 않도록 제 선에서 잘 처리하기로.

***

마오안잉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우리 안.

이제 갈 시간이다.

“진짜 안 가면 안 돼요? 가기 싫은데···”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법이다. 인마.

달걀을 얼마나 처먹었으면 포로가 된 중공군 중에 벌크업 한 인간은 마오안잉 이놈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하기로 한 일만 제대로 하면, 얼마든지 이곳에 돌아와서 달걀을 실컷 먹을 수 있어. 알겠지? 그땐 지금보다 더 신선하고 맛있는 달걀로.”

“약속을 꼭 지켜야 합니다?”

“내가 한 번이라도 약속을 어긴 적이 있었나?”

“없죠. 헤헤.”

내 예상이 빗나갔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중공이 포로 교환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제 출발해.”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박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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