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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쟁영웅이 되었다-131화 (131/149)

131화. 군수 공장(1)

드디어, 연합군 사령부에서 작전 명령이 떨어졌다.

[현 시간 부. 작전명 : 돌풍(Operation : gust of wind) 개시.]

1950년 06월 25일.

북한이 작전명 폭풍 224를 전 부대에 하달해 남한을 집어삼키려 한 지 불과 반년이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출동이다.”

이미 출정하기 전 거창한 담화를 서울과 평양에서 두 번이나 한 뒤였다.

출동을 앞둔 병력 앞에 서서 어떤 거창한 말을 뱉어대는 것보다, 두 다리가 얼어붙기 전에 출발시켜주는 것을 더 원할 테지.

미 1 기병사단, 미 24사단과 국군 1사단은 신의주 방면으로, 미 2사단, 미 25사단은 초산으로.

국군 1군단과 2군단은 각각 청진과 장진호가 있는 장진을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우리 특공여단은··· 아, 이제 더는 특공여단이 아니었다.

상부로부터 새로운 부대명이 내려왔다.

[국군 신속대응사단 사단장에 이강산 준장을 임명함.]

현대화된 군대에서 신속대응사단이라 하면, 규모를 제외하고는 공정부대와 별다를 것 없을 정도로 비슷한 면이 많다.

여단급 규모를 낙하산 강하를 통해 작전지역으로 신속히 이동해 작전 여건을 조성하는 부대를 뜻하니까.

“신속, 신속 대··· 신속대응사단이라는 말이 아직 입에 잘 안 붙습니다. 특공이 제격인 데 말입니다.”

신속대응사단 예하 1연대장 임무를 수행하게 된 김상옥 대령이 말을 여러 번 더듬었다.

“신. 속. 대. 응. 사. 단. 자네 입이 얼어서 그래.”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줘 부대명을 말했다.

지금은 1951년이다.

당연히 내가 알던 현대화와 지금의 현대화는 다른 면이 많다.

지금 내가 맡은 신속대응사단은 최전방에서 적과의 전면전이면 전면전, 위험에 빠진 부대를 구하는 지원까지 모든 일을 신속하게 대응하라는 뜻에서 부여된 부대명이 분명했다.

뭐, 괜찮다.

비록 다른 부대보다 할 일도 많고 언제 다른 부대의 똥을 치워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것 이상의 독립적인 부대 운영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았으니까.

짬 처리 전문 부대가 아니라 국군과 연합군 사이에서 작전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아군에게는 언제든 도움까지 줄 수 있는 모든 방면에 능한 부대가 될 것이다.

한 끗 차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지금도 이렇게 추운데··· 초산까지 가면 정말 미친 듯이 춥지 않겠습니까?”

과학적 근거는 모르겠고,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은 확실하다.

손발을 녹여줄 핫팩과 뜨거운 물을 마시게 해 줄 보온병, 방한용품이 보급되었음에도 춥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후··· 그래도 얼어 죽겠다는 말은 안 하는 걸 보니, 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말할 때마다, 숨을 쉴 때마다 뽀얀 입김이 연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뽀얀 입김 행렬은 한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초산이 미친 듯이 추울지는··· 초산에 가서 다시 생각해보지.”

신속대응사단의 1차 목적지는 초산.

별일이 없다면 말이다.

***

중화인민 공화국. 베이징.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만 못하고, 책임지는 것은 실수를 남에게 떠넘기는 것만 못하다.

마오쩌둥의 생각이 그랬다.

“마오쩌둥 동지. 제국주의자들이 진격해오고 있는데, 이제 어쩌실 생각이신지요? 계속 그렇게 당 회의를 물리기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항상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가 밀담을 나누던 집무실.

오늘만큼은 집무실에 둘이 아니라 부주석 류사오치를 포함해 셋이었다.

“주석 동지께서도 지금 입체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피차 불필요한 언행은 자제하심이 어떻겠습니까.”

저우언라이가 한판 붙기 직전인 둘 사이를 부드럽게 갈라놨다.

망할 북조선놈들 때문에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아무리 풀어내려 애를 써도 풀리지 않은 채, 단추가 계속 채워지고 있었다.

항미원조라는 대업도, 눈엣가시기만 한 타이완을 침공하는 것도.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패전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할 펑더화이 사령관은 어디서 뒤졌는지, 그 어떤 소식도 전해오고 있지 않았다.

“허허. 누가 들으면 제가 이상한 줄 알겠습니다?”

류사오치가 연신 마오쩌둥의 신경을 긁었다.

그는 중앙 인민 정부 부주석이자, 마오쩌둥과는 고향 후배쯤.

모스크바 동방노력자 공산대학를 졸업한 그는 쭌이회의에서 마오쩌둥을 지지해 마오쩌둥 지도체제 수립에 기여, 이를 통해 부주석 자리에 올랐지만, 지금은 마오쩌둥이 실각하기만을 노리는 하이에나였다.

“내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던 동무가 참··· 지금은 많이 컸군. 그래. 거기 서서 그대로 준비해 온 말들을 읊어보시게. 지금 당장에···”

마오쩌둥이 입에서 철퇴를 꺼내 허공에서 붕붕 돌렸다.

이 역시 뒷수습을 누가 해야 할지는 너무나도 뻔했다.

“잠··· 잠깐. 부주석 동지, 주석께서 다음 회의에 참석하실 수 있도록 제가 보필할 테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동지를 봐서 그냥 돌아가겠지만, 꼭 그리 하셔야 할 것입니다.”

류사오치 부주석이 집무실 문밖으로 나갔다.

“후··· 동지.”

마오쩌둥 입에서 나온 철퇴가 류사오치를 내리치려는 걸 간신히 막아냈다.

저우언라이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아직도 마오쩌둥 이마엔 잔뜩 성이 난 힘줄이 불끈거리고 있었다.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분하더라도 조금 참으셔야 합니다. 지금 류사오치 동지와 척을 지는 건···”

“저우언라이, 자네는 내가 어찌할 것 같은가.”

이제야 열이 좀 식었는지 콧바람이 잦아들자, 마오쩌둥이 입을 열었다.

“그깟 제국주의자들이 진격해오는 것이 무서워서 저런 소련 앞잡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나를 밀어내고 자리를 꿰차게 내버려 둘 것 같은가? 이 말이야.”

그럴 리가.

저우언라이는 답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쉽사리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처자식까지 다 팔아넘기는 것으로도 모자라 처자식이었다는 사실조차 부인할 인간이 마오쩌둥이었다.

“우선 대외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한 뒤···”

“해결책? 이미 각 성에서 인민들을 차출해 인민해방군을 쉴새 없이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지금 중요한 건, 내부에 있는 류사오치 같은 놈들 입맛에 맞는 먹잇감을 던져 주던가, 먹잇감을 찾지 못했다면 먹이를 먹지 못하도록 입을 찢어놓는 것이네.”

류사오치 부주석이 도발해오자, 마오쩌둥이 입으로 철퇴를 돌리는 것으론 만족이 안 되겠는지, 마침내 허리춤에 있는 칼자루를 빼 들었다.

저우언라이가 그토록 외쳐댔던 외교적 해결은 물 건너간 셈.

“저우언라이 동무, 무슨 수를 써도 괜찮으니 인민이건, 당원이건, 최대한 많이 내 편을 끌어모아. 이건 명령이야.”

쐐기를 박았다.

정확히 어디에 쐐기를 박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우언라이의 가슴도 덩달아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알겠습니다. 동지.”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공 내부에서도 거센 바람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돌풍.

끈적끈적하고, 비릿한 피비린내가 느껴지는 바람이.

***

북진 1일 차.

콕 집어 적군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없었다.

아직 청천강 방어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점이기에, 이 안에 있는 웬만한 생명체들은 폭격으로 인해 숯덩이로 변했을 테니까.

다른 연합군 부대들이 그러했듯, 신속대응사단의 앞길 역시 아직까진 별문제가 없었다.

“사단장님 경무대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통신장교가 건네는 서면을 받아들었다.

“큰일이 났군. 큰일이.”

작은 혼잣말이었는데, 얼마나 나에게 집중하고 있었는지 큰일이라는 말에 주변에 있던 참모들이 전부 우르르 달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경무대로부터 온 긴급한 연락이라면 혹시···”

아냐 아냐.

경무대에 공산 게릴라가 침입했거나, 폭탄 테러라도 했거나, 그런 거 아니라고.

“내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니 물러들 가게. 이렇게 대뜸 뛰어오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대한민국에 기이한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는 보고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인지···’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우리 민족은 늘 강해지고 단합해 왔다.

개전 초기 공사에 착수한 군수 공장이 벌써 완공에 가까워졌단다.

현재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엄청난 속도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일부 자본가들이 군수 공장 설립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서는 한편, 일반 시민들 역시 집에 있는 바구니에 뭐라도 넣고 나와 이거라도 도움이 되겠다며 묻는 것은 기본.

목공, 철공과 같은 기술을 가진 기술자들 역시 나라를 위해 무상으로 군수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힘을 보태겠다며 노동력을 제공한 결과물이었다.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정부가 추진하는 친일파 청산과 국군의 연전연승에 힘입어 이 어려운 시기, 시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자발적으로 나라를 정상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데.

그냥 절로 웃음이 났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군수 공장이 거의 완공되었다는군.”

“오! 그럼 이제 그 공장에서 전투기와 폭격기, 탱크가 쏟아져 나오는 겁니까? 그것도 우리 손으로 말입니까?”

생각 없이 기뻐하는 걸 보니 뭐라고는 못 하겠고, 그렇다고 맞장구쳐 주기도 그렇고.

그냥 고개를 살짝 끄덕여줬다.

공학, 그중에서도 특히 병기 관련 공학은 절대 만만치 않은 분야다.

설계도와 재료가 있다고 짠! 하고 완성품을 내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소재를 가공하는 기술, 그 소재를 가공하는 기계들을 다루는 기술들과 더불어 전반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분야.

‘시작은 가벼운 것부터.’

설계도는 나노봇이 얼마든지 가지고 있다.

가공 기술과 경험, 노하우는 단시간에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아무렴, 지금의 대한민국은 하등 상관없다.

국뽕에 가득 찬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다.

어차피 우리 형이 일본에서 보내 준 기술과 경험, 노하우를 통째로 우리에게 전달해 줄 군수 산업 관련 기술자들이 이미 한반도에 들어와 있으니까.

그저 그들을 죽어라 부려먹고, 우린 그저 열심히 배우면 그만이다.

다 죽어가던 일본 경제가 다시 재활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6.25 전쟁으로 인해 군수 산업이 엄청난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이젠 그럴 일이 없다.

덩달아 일본 내 전범들과 전쟁에 협력했던 기업인, 정치인들이 복귀할 필요도 없고, 대한민국이 압도적 전력을 갖춘 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책임을 요청하면 그만이다.

어떤 책임을 진다 해도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서면에 적혀있는 내용은 군수 공장이 완공되어 간다는 것이지, 나에게 뭔가 요구하거나 요청하는 내용이 적혀있진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그것부터 만들어 볼까나?”

[···의 설계도를 검색합니다. 검색 완료 : 12건. 검색 중···]

오래 쉬었으니, 너도 일 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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