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154)

독재자 꿈나무

[이보게.]

대답이 없다. 

단순한 시체인 것 같다.

[이봐!!!]

깜짝이야.

이 양반이 기차 화통을 삶아 드셨나.

[그러게 내가 유감이라고 했잖은가!]

유감이 언제부터 사죄였죠?

물론 농담이다.

아직 포드주의는커녕 본격적인 방직공장도 나오지 않은 시절에 나 혼자 독고다이해봐야 말라죽기밖에 더 하나.

내가 카미유랑 한 따까리 해볼 작정이었으면 집주인도 지금처럼 불쑥 튀어나오진 못했을 거다.

봉건 질서 타도와 산업혁명의 그날까지는 좌우합작이다. 이거야.

괜히 선형적 역사발전에서 봉건 질서 다음에 부르주아 혁명을 전제하는 게 아니다.

부르주아 혁명 따위 건너뛰어 버린 러시아 혁명 같은 예도 있다지만 그치들도 최소한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만큼은 산업화가 이루어졌으니까 공장 노동자들이 튀어나온 거지 프롤레타리아트 자체가 없는데 나 혼자 혁명하자고 해봐야 공허할 따름이다.

한평생 군대 근처에도 안 가본 것 같은 이 비루한 몸뚱어리로 농촌 주도 게릴라 혁명하자고 할 수도 없는 거고.

뭐든지 차례가 있는 법.

차라리 나중에 분당을 하면 했지, 지금은 살을 뭉텅 잘라주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저 혁명적 부르주아지와 함께 가는 게 맞다.

[미래엔 그 타타르 야만족들도 우리 프랑스처럼 혁명한다니. 별일도 다 있군.]

저기요, 러시아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자꾸 그러시면 듣는 옐로우몽키 기분 나쁘거든여?

확 21세기식 정치적 올바름 풀어버릴까 보다.

"그런데, 당통에게도 권유할 생각인가?"

식탁 너머의 카미유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질문을 던졌다.

"그럼 카미유 자네가 재정 부문을 양보해야 할 텐데."

"뭐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천하의 당통 아닌가. 나 같은 중산층 나부랭이와는 비교될 바가 아니지. 크라수스께서 한몫 거들어주시겠다는데 고작 그 정도를 양보 못하겠나?"

흠.

딱히 내숭 떠는 것 같진 않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당통을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다는 생각인 거겠지.

아마 그만큼 당통을 높이 쳐주고 있는 거겠지만-.

'···권력욕이 안 보여.'

평소 행실에 정치적 계산이 없다는 점에선 마라와 같지만, 마라의 경우엔 불같은 성질머리 때문에 돌격대장이면 몰라도 영수가 될 수 없는 거지 야심 그 자체가 없는 건 아니다.

반면 이 카미유란 양반은 정말로 본인이 영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안 보인다.

조금 전에도 그렇고 당통에게 선뜻 돈줄을 넘겨주겠다는 것도 그렇고 신념이 없는 건 아닌데 꼭 자기가 세상을 바꿔야 할 필요까진 없다고 할까.

물론 저 사람도 사람이니까 막상 눈앞에 대권이 어른거리면 또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는데, 당장 지금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놓고 평가하자면 이 양반이 정치에 출사한 건 출세나 권력이 목적이 아니다.

그냥 본인이 생각하기에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서지.

진지하게 사람이 사람을 돕는 데엔 어떠한 이유도 필요 없다고 믿고 있을 인간상이다.

좋게 보면 순수하고 선량하다고 하겠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정치인으로서의 재능이 빵점을 넘어서 마이너스.

언론인-으로서도 글재주가 얼마나 좋은지는 몰라도 그 미라보 백작이라는 양반이 눈여겨봐 주지 않았다면 출세하지 못하고 평생 개인 활동에 집중하지 않았을까.

"나쁜 친구는 아니야."

지금만 해도 그렇다.

"요 며칠 사이 자네가 거물급으로 성장한 건 사실이지만 이날 이때까지 우리 공화파를 이끌어온 건 당통일세. 물론 그 친구의 사생활까지야 나도 옹호할 수도, 옹호할 생각도 없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 한배를 탄 동지가 아닌가."

"···어떻게 해서건 꼭 당통을 끌어들이고 싶은 것인가?"

"글쎄,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군. 다만 나로선 나와 막시밀리앙, 당통 이 세 사람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사이좋은 벗으로 남기를 바랄 뿐이야."

나와 카미유 두 사람이면 모를까 당통까지 끌어들이는 순간 어떤 사달이 날지를 모를 리가 없는데도 이 사람은 내게 당통과 협치하라고 꾸준히 권하고 있다.

아직 전위당 조직을 완성하지도 못했는데 초장부터 당통급 거물 인사를 끌어들인다?

그래서야 그냥 이름만 바뀐 자코뱅이고 코르들리에지 구태여 정당을 따로 만드는 보람이 없잖아.

내가 이 정치동아리 활동에 질색해서 새 정당을 파겠다고 한 걸 뻔히 들었으면서도 계속 이러는 이유는 결국 둘 중 하나다.

내 입에서 이럴 거면 그놈의 창당 때려치우겠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살살 긁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진짜로 친구로서 조언하고 있거나.

[그럴 거면 차라리 반대를 했으면 했지, 촉새처럼 굴 친구는 아니야.]

나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건 정말로 자기가 아니라 남들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

참나.

"뭐, 우선 생각해보겠네."

좋은 사람이다.

하필이면 지구 반대편 프랑스에 떨어져 정치하면서 만나게 된 게 유감일 정도로.

아쉽구나, 아쉬워.

그냥 학창 시절 불알친구로 만났으면 딱 좋았을 사람인데 이런 사람까지 이 더러운 복마전에 휘말려 들다니.

쯧쯧.

"당통 혼자서 온다면야 물론 나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말고. 하지만 그 넉살 좋은 친구가 혼자서 오겠나? 보나 마나 온갖 친구들을 다 끌고 오겠지. 아직 창당도 안 했는데 초장부터 당통에게 경영권을 넘길 생각은 없네."

"뭐, 자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카미유는 아쉬운 기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정말로 그냥 선의의 조언이었던 거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이 더러운 정치판을 떠나서 마담 데물랭과 백년해로하라고 권하고 싶은 기분이군.

[동감일세.]

하지만 저 사람도 나름대로 긍지가 있겠지.

오히려 저런 구김 없이 올곧은 사람일수록 권력보다는 명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기왕 미라보 백작까지 거론한 김에 당분간은 같은 배를 탄 동지로서 내가 책임지고 챙겨주자.

나만의 작고 귀여운 카미유.

"···자네, 지금 왠지 날 깔보고 있는 것 같은데."

설마요.

그리고 설령 맞더라도 이 더러운 정치판에 환상종보다 더한 구김 없이 좋은 사람인 당신이 나쁜 거야.

구헤헤.

"아무튼, 우리 노총각 친구가 뜻을 세웠으니 나도 서둘러야겠군."

카미유가 제자리에서 기지개를 쭉 펴며 손깍지를 풀었다.

"조간은 이미 늦었고, 지금부터 서두르면 내일 주간 신문에는 모집공고를 실을 수 있겠군. 이 정도면 되겠나?"

"가능하다면 오늘 석간이 더 좋은데."

"경건한 주일에 직원들을 혹사하라고? 난 천벌 받기 싫네."

우리 직원들에게 원망받기는 더더욱 싫고.

카미유가 쓴웃음을 지었다.

"마음이 급한 건 알겠지만 좀 기다려보게. 당장 시일을 다투는 급한 일도 아니잖은가? 천하의 로베스피에르가 친위조직을 모은다고 하면 그까짓 낭설쯤이야 금세 묻히겠지. 지금 파리에 출세를 꿈꾸는 승냥이들이야 차고 넘치니까 말이야."

"그러지 말고 정말로 석간은 안 되겠나?"

"···아니 주일이라니까? 오늘은 일요일일세. 프랑스 사람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말로 모르겠나?"

넹, 전 옐로우몽키라서 전-혀 모르겠는디요.

마 빨리빨리 모르나!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도 있는데 이 꼬랑내 나는 코쟁이 놈들은 다들 게을러 빠져서는 말이야!

에이잉.

[옳아. 그렇게 모두가 주말까지 혹사당하니 빈민들에게조차 매일 고기죽을 먹여줄 수 있는 거였군.]

···갑자기 이 양반이 정곡을 찌르네.

가끔 이렇게 날카로운 거 보면 내가 아는 그 로베스피에르가 맞는 거 같긴 한데 말이지.

[엣헴.]

아무튼 지금은 카미유의 말을 따르자.

나름 요 며칠 사이 이름값을 제법 올렸으니 내가 나만의 친위정당을 꾸리겠다고 하면 어지간한 낭설이야 가뿐하게 묻혀버리겠지.

하물며 그 공고를 올린 게 바스티유 습격을 선동한 카미유다?

당통이 빠진 게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엥간한 급진파는 죄다 헤벌쭉해서 우르르 몰려들 거다.

물론 로베스피에르라는 금줄을 잡고 출세하려는 기회주의자들도.

아무나 막 받아들이는 만큼 당분간은 덩치만 거대한 물 근육 어중이떠중이 정당이 되겠지만.

'뭐, 원래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볼셰비키도 시작은 은행강도였다 이마리야.

오히려 어중이떠중이고 나발이고 원내 의원이자 급진파의 실질적인 영수로 우뚝 선 로베스피에르의 친위세력으로서 시작했으면 어마어마한 정치성골 아니겠는가.

자고로 강철과 전위당은 옆에서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법.

지금 주목해야 할 건 모처럼의 전위당이 어중이떠중이 소굴이라는 점이 아니라 출세를 위해 오직 나의 옥음만 우러러볼 친위세력을 거느리게 되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진짜 독재자 꿈나무가 여기 있었군.]

입닥쳐 막시밀리앙.

***

프랑스령 코르시카섬.

"그 라파예트 후작이 탄핵당했단 말인가?!"

벌떡.

혁명의 광기를 피해 휴직을 선언하고 고향 코르시카에 내려가 있던 코르시카 의용병대의 대대장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중령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쉿, 나보 이 친구야! 목소리가 너무 크잖은가!"

기겁한 고향 친구가 말리건 말건 이미 그에겐 귀찮기만 할 뿐이었다.

어차피 지금 목소리를 줄여봐야 다들 며칠 뒤면 어련히 알게 될 이야기인데 이게 무슨 대수라고.

"됐고. 어서 아는 대로 고하게. 누가 누굴 고발했다고?"

당장 말하지 않으면 이 주먹으로 때려서라도 바른대로 고하게 만들 테다.

두 주먹을 불끈 쥔 나폴레옹의 모습에 그제야 오금이 저렸는지 촉새가 입을 열었다.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그냥 소문을 들었던 거니까. 아무튼 잘은 모르겠지만 로베스피에르? 라는 애송이가 국왕과 라파예트 후작을 고발했다던데."

"로베스피에르?"

지금껏 들어본 적 없었다.

그가 파리에 머물던 시절에도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 없다.

그렇다는 건 혁명 이후 지난 2년 사이 급격히 출세한 부류거나 아예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혜성처럼 떠오른 초신성이라는 것.

그리고 어느 쪽이 되었건 간에-.

"어지간히도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애송이군."

"그렇지?"

아마 프랑스 국민이라면 백이면 백 누구나 그렇게 답할 것이다.

자그마치 그 라파예트 후작이다.

이미 바스티유 이래로 다들 내심 꼭두각시라 깔보던 국왕이야 아무튼 저 신대륙에서 오합지졸들을 훌륭히 이끌며 자신의 군재를 당당히 입증하고 돌아온 라파예트 후작은 이야기가 다르다.

도대체 뭘 믿고서 라파예트 후작에게 싸움을 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정말로 이길 자신으로 싸움을 걸었다면 정말로 주제도 모르는 애송이라는 소리 밖엔 할 말이 없었다.

'혹시 나처럼 프랑스 태생이 아닌가?'

오죽하면 나폴레옹이 이런 의심까지 할까.

만약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프랑스인이라면 전쟁영웅 라파예트 후작에게 정면에서 싸움을 걸지는 않았을 테니 이 또한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물론 그를 코르시카 촌놈이라고 개무시하던 파리 시민들이 비프랑스계를 선출하진 않았을 테니 그냥 정신 나간 파리 놈이겠지.

"그래서 그놈은 어떻게 죽었다던가?"

대강 생각을 정리한 나폴레옹이 되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라파예트 후작이 그 자리에서 쏴 죽였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니면 옆에서 같은 편이 때려죽였거나.

"그게, 그런 이야기는 없었네."

"···뭐? 그럼 어디 끌려간 건가?"

"그런 이야기도 없었네. 듣자 하니 라파예트 후작이 지금 파리에 없다던데."

헌데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한순간 나폴레옹은 머릿속이 텅 비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만 뻥긋거리고 있었다.

파리에 라파예트 후작이 없다고?

그렇다면 진정 천하의 라파예트가 그 애송이 놈에게 탄핵당해 내쫓겼단 말인가?

아니면 라파예트가 파리를 떠난 사이 애송이가 선수를 친 건가?

"어쩌면 그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네."

혼란에 빠져 입만 뻥긋거리고 있는데 촉새가 또 한마디 덧붙였다.

"국왕이 오스트리아와 내통했다는 소문 말이야."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내가 그것까지 설명해줘야겠나? 또 누군 오스트리아와 내통한 반란군이 납치한 거라고도 하던데, 아무튼 그 일 때문에 라파예트 후작까지 탄핵당한 거겠지. 그게 아니고서야 천하의 라파예트 후작이 그런 애송이에게 물어뜯기겠는가?"

차라리 후작이 물어뜯었으면 뜯었지.

촉새가 농을 던지듯 가볍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조금도 가볍지 않았다.

국왕 납치-혹은 내통.

라파예트 탄핵.

이를 주도한 건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로베스피에르라는 애송이.

"지금 당장 파리로 상경해야겠네."

비로소 생각을 정리한 나폴레옹이 다짐을 굳혔다.

"으, 응? 내가 알기로 자네 휴직은 아직 1년 정도 더 남았을 텐데."

"상관없어. 그보다 자네, 조금 전 그 이야기는 사실이겠지? 날 놀리려 드는 거라면 나중에 큰코다칠 줄 알아!"

"아니 일이 잘못되면 내 말만 믿고 막 나간 자네 탓이지 왜 내 코가 다치나!"

촉새가 억울하다는 듯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난 그냥 저기 니스에서 육지 사람들이 떠들던 내용 그대로 자네한테 전해줬을 뿐이야! 고향 친구끼리 모처럼 담소 좀 나누자니까 대체 왜 갑자기 파리로 상경하려 드는 건가!"

"자네와는 상관없는 일이네."

'만약 저 두 가지 중 하나만 사실이라도 지금 코르시카에서 썩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혁명 이래로 프랑스에는 정규군이라는 조직이 사실상 사라졌다.

공식적으로 무장해제를 선언한 건 아니지만 장교고 사관이고 죄다 뿔뿔이 흩어졌다 보니 무장해제 된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할까.

저 라파예트가 이끄는 국민위병이 그나마 정규군에 가깝게 활동 중이긴 한데, 이 국민위병도 따지고 보면 본래 라파예트가 이끌던 민병대를 의회에서 재편성한 거지 지난날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하던 유럽 최고의 정예병단 프랑스 왕국군이 아니다.

고로 그 라파예트 후작의 정치적 지위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번에야말로 프랑스를 지킬 모든 군사력이 소멸한 격이었다.

'성모께서 이 나폴레옹을 돕는구나.'

물론 고작 코르시카 의용대대로 파리를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 따윈 꿈에도 해본 적 없다.

다름 아닌 그 파리다.

폭도들의 저항을 육탄공세로 뚫어가며 점령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봐야 1개 대대 남짓한 어중이떠중이들로 군정을 실시한다는 게 가능할 턱이 없다.

그의 부대가 상경하는 도중에 요격될 가능성이 99.99%고.

고로 지금 이 순간 그가 생각하고 있는 건 쿠데타 따위가 아니었다.

'고작 멋모르는 애송이가 천하의 라파예트를 탄핵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결국 이번 일은 의회와 군부의 상호불신이 마침내 폭발한 거라고 해석하는 게 맞다.

국왕이 적국과 내통을 했는지, 납치당했는지야 몰라도 보나 마나 이 일을 두고 치열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다가 끝내 갈라서버린 거겠지.

'어차피 내가 파리에 도착할 즈음이면 승패가 갈렸을 거다. 나는 거기서 둘 중 누가 이겼는지만 잘 보고 이긴 쪽에 붙으면 돼.'

만약 의회가 이겼다면 라파예트 후작의 국민위병을 대신할 새로운 정규군을 이제부터 조직해야 할 거다.

반대로 라파예트 후작이 이겼다면 군정을 유지하기 위한 대대적인 군비증강이 뒤따르겠지.

어느 쪽이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겐 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해가 될 일은 없다.

윗대가리에 빈자리가 늘면 늘수록 출세도 그만큼 가까워질 테니까.

"지금 당장 니스로 가봐야겠네."

고로 나폴레옹은 주저하지 않았다.

망설임이란 곧 패배이므로.

"혹 내가 모레까지 돌아오지 않거든 우리 부모님껜 서둘러 파리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대신 좀 전해주게."

"아주 막무가내구만."

촉새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그를 흘겨봤다.

물론 나폴레옹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격동의 파리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혈육의 정이나 우정 따윈 그에 비하면 지극히 사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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