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무, 무슨···?!"
제풀에 놀란 오를레앙공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다가 다시 앉았다.
그래, 변함없이 목숨은 아깝다 이거지?
다른 놈들의 반응도 크게 다를 건 없다.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은데 그 말을 했다간 나랑 같이 사지로 끌려갈까 봐 눈치만 열심히 보고 있다고 해야 하나.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아마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을 대변해서 또 하나의 내가 질문을 던졌다.
제정신이냐고?
그야 물론 제정신이고 말고.
내가 미쳤으면 저놈들이 이쪽을 쳐다볼 때까지 얌전히 눈치나 보고 있었겠지.
그래서야 늦다.
설령 내가 독박을 쓴다는 결과야 같을지라도 옆에서 등 떠밀어서 나선 것과 내가 먼저 나선 게 같을 수는 없다.
[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저 천하의 라파예트를 당해낼 묘수라도 있느냐는 말이야!]
그야 당연히-.
'있을 리가 없지.'
[뭐, 뭐야?!]
아니 내가 그 양반이 싸우는걸 본적도 없는데 묘수가 있겠냐고.
그래도 병사로나마 군대를 다녀왔으니 여기 있는 놈 중에선 내가 그나마 낫긴 하겠지만 그래봤자 이 시대의 전쟁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잘은 몰라도 18세기에 K2가 있지는 않을 거 아냐.
무기체계도 싸우는 법도 다른데 장교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일개 만기전역자가 전쟁영웅을 상대로 이기거나 하다못해 버티기라도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건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자네 정말···!]
워, 워.
냉정해지라고.
저놈이 진짜로 내전을 치를 작정이라면 장병 휴가라는 핑계를 썼겠어?
정 장병 휴가라는 핑계를 썼으면 차라리 휴가라는 핑계로 주력 병력을 숨긴 다음 이쪽에서 눈치채기도 전에 급습했겠지.
루이 카페는 또 어떻고.
의회랑 맞짱 떠서 군정을 차릴 작정이라면 가장 쉽고 확실한 명분이 국왕 폐하를 위해 역적을 토벌하겠다, 일 텐데 그 국왕을 트루아에 두고 본인들만 상경하는 시점에서 내전이 목적이 아니다.
그냥 의회랑 기 싸움 한번 거하게 해보려는 거지.
다시 말해 무력 시위다.
당장 라파예트라는 이름값과 쿠데타라는 공포에 짓눌려서 아직 다들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만 냉정해지고 나면 뭔가 싸하다는걸 눈치챌 거다.
지금 여기서 날 의회 대표로 내보내면 안 된다는 것도.
[···허, 참.]
"이 자리에서 라파예트를 처음 탄핵한 건 저였습니다."
따라서 저것들이 그걸 눈치채기 전에 휘몰아쳐야 한다.
언제나처럼 속도전이다, 이거지.
이번 정차역은 여의도, 여의도.
또 한 번 여의도 굴다리 되시겠습니다.
"지금쯤이면 세작들이 적장 라파예트에게 대강의 사정을 전해줬을 테니 저쪽에서도 그걸 잘 알고 있겠지요. 오를레앙공께서 나서실 생각이 없다면 제가 최초 발언자로서 책임을 지겠습니다."
"나, 나설 생각이 없다니! 실례입니다, 로베스피에르 의원! 전 아직 아무 말도-."
"그럼 역시 오를레앙 의원님께서 나서주시겠습니까?"
침묵.
지난번 여의도 굴다리에 끌려왔을 때도 그렇더니 유독 오를레앙공은 라파예트가 나오는 순간 약해진다.
전쟁영웅이라는 이름값에 겁을 집어먹은 건가?
아니면 개인적인 호감 때문에 괜히 싸우고 싶지 않은 건가.
"어차피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느 쪽이건 나쁠 건 없다.
선뜻 양보하겠다는데도 저쪽에서 사린 이상 내가 나서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어난 격이거든.
물론, 이건 거꾸로 뒤늦게 정신을 차린 저쪽에서 나서겠다고 했을 때 입을 틀어막을 명분도 된다.
고로 전초전은 내가 싹쓸이했다, 고 봐도 되겠지.
"모쪼록, 절 보내주십시오."
"의원님께서 군 경험자이신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어이쿠. 안심하기가 무섭게 라운드 2인가?
이번엔 또 누구냐-하고 슬쩍 낯짝을 살폈더니 구면이다.
콩도르세 후작이라.
"상대는 그 라파예트 후작입니다. 설마하니 그 잘난 의기만으로 그와 맞서겠다고 하실 작정은 아니겠지요."
"그럼 이 필부보다 경험 많고 전문적이신 기사분들께선 왜 다들 꿀먹은 벙어리십니까."
"···예?"
나쁘지 않긴 한데 상대를 잘못 골랐다.
당신도 저번에 여의도 굴다리 끌려왔을 때 오를레앙공이 처맞는 동안 멍때리고 있었던 1인이잖아.
고작 마라 하나 털었다고 나랑 맞먹으시겠다?
"의기 없는 경험이 대체 무슨 소용입니까?"
아쉽지만, 변증법부터 배우고 오셔.
"결국 제아무리 경험 많고 유능한 군인이라도 막상 전장에 나서서 적과 싸울 용기가 없다면 시체와 다를 바 없습니다. 먼 훗날 더는 인간이 직접 전장에 나서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모를까, 아직까지 전쟁은 용기 있는 인간의 몫이지요."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절 대신할 용기 있는 분이 있다면 어디 한번 나와보십시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지금 저쪽에서 나서면 본인이 앞에서 입 다문 오를레앙공을 우익영수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는거니까.
그냥 눈 자체를 안마주치는 놈들은 공포에 눌린거고.
하, 같잖아서 진짜.
"왜 다들 말이 없으십니까? 예? 그리 기세 좋게 딴지를 거셨으면 아무나 한 사람은 그 말에 책임을 지셔야지요. 제가 라파예트 후작을 처음 토벌하자고 말을 꺼냈을 때, 그리고 의회군을 소집하여 반란군과 싸우자고 했을 때."
쾅.
있는 힘껏 발을 굴러 이목을 사로잡았다.
다들 움찔하는 거 보면 이제와서 부끄럽긴 한가 보지?
"다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이 지경이 날 때까지 그놈의 청문회, 청문회 타령하시던 분들이시잖습니까. 이날 이때껏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 참다 참다 제가 직접 나서겠다는데 돕지는 못할 망정 그것 하나도 못 봐주시겠습니까? 예?"
"그. 로베스피에르 의원. 말씀이 좀-."
"이 겁쟁이들아. 부당한 재물과 여인의 속살만 탐하는 모리배들아. 내가 그리 우습게 보여?"
척.
운 나쁘게도 때마침 날 훼방 넣으려 했던 콩도르세 후작을 향해 삿대질을 날렸다.
미안, 형씨.
사적인 감정은 없었어.
하, 씨. 졸렬한 반혁명 부르지아지였어야지 하필이면 반교권투쟁 동지네.
"아니면 국회가 우습나? 국민이 우스워? 지금 이쪽으로 쿠데타군이 몰려오고 있다잖아. 그래서 처음에 말 꺼낸 내가 이 책임지고 같이 죽겠다잖아! 그놈의 의회군 하나 소집 안 해줘서 이 사달을 낸 주제에 아직도 다들 입만 살아서는 둥둥 떠다니지!"
"···험."
"커흠."
"그래도 함께 테니스 코트에서 맹세한 동지들이잖소. 헌법을 위하여, 자유를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 차라리 함께 싸우다가 죽자고 맹세했던 전우들이잖소!"
탁.
이번에야말로 의자 위로 올라가 소리높여 부르짖었다.
"나는 혼자서라도 국민 앞에서 했던 그날의 맹세를 지키겠소! 이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의 이름으로 나와 자유의 적, 둘 중 한 사람은 결코 센강을 넘지 못할 것이오! 내가 죽을지, 자유의 적이 죽을지! 그거야말로 천상의 그리스도께서만이 아실 일이겠지!
주여, 프랑스를 위하여! 자유를 위하여! 민주주의를 위하여! 승리를 허락하소서!"
"로베스피에르 만세!"
벌떡.
뒤따라 마라가 의자 위로 올라섰다.
한껏 상기된 얼굴을 보아하니 어지간히 내 호소가 감명 깊었던 모양이었다.
그거면 됐다.
척.
"자유 민주주의 만세!"
뒤이어 카미유가 의자 위에 올라섰다.
뒤따라 에베르가, 마지못해서 당통이.
마침내는 온 공화파 의원들이 의자 위에 올라서서 만세삼창을 시작했다.
"""프랑스 만세! 자유 민주주의 만세! 로베스피에르 만만세!!!"""
그러자 우익진영에선 할 수 있는 게 더는 아무것도 없었다.
작심하고 딴지를 걸어보려고 해도 만세삼창에 눌려서 괜히 똥 씹은 얼굴로 의자 위로 올라가거나 만세 시늉만 내면서 입만 뻥긋거리는 정도가 한계.
드물게는 현장의 열기에 휩쓸려서 저도 모르게 로베스피에르의 이름을 열심히 외치고 있는 우익의원들도 가끔 보인다.
뭐, 이러면 뒤늦게 오늘 일을 떠올리면서 이불을 걷어차 봐야 늦었지.
쟤네도 눈과 귀가 있지 오늘 분위기 타서 있는 힘껏 만세 외친 놈들 죄다 명단 적어둘 거거든.
긍까 기왕 미운털 박히신 김에 이적이나 허쉴?
"함께 싸웁시다, 전우들이여!"
아무튼 지금 기세를 탔을 때 빼도 박도 못하게 해야 한다.
사방에서 반쯤 광기에 휩쓸려서 만세를 외치는 사이 성큼성큼 오를레앙공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붙잡았다.
덥석.
"어, 엉?"
"한 치도 물러서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한 장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만일 여기서 우리가 물러난다면 누가 프랑스의 주인이 국민이라고 하겠습니까? 도대체 누가 프랑스의 의회권을 존중하려 하겠습니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저 프랑스의 카이사르에게 천년 도읍 파리를 양보하느니 차라리 우리 모두 저 센강에 빠져 죽읍시다!"
"""옳소!!!"""
당신 지금 손 빼려고 했지?
같이 죽자고 하니까 정신이 번쩍 들어서 우물쭈물한 놈들도 내가 다 기억해뒀어.
하지만 당장은 모른척해 두자.
"고로 이 로베스피에르가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제안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나도 당장은 죽을 생각 없거든.
뭐 저쪽에서 죽자 살자 달려들면 꼼짝없이 죽어야겠지만, 어쩌겠냐.
죽을 땐 죽는 거지.
"오를레앙공, 우리 프랑스와 자유 민주주의와 헌법을 위하여 전시내각을 이끌어주십시오! 저 자유의 적들에게 의회는 결코 야만스러운 폭력에 굴하지 않음을 증명해주십시오!"
"내, 내가?!"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당신이 아니고서야 달리 누가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의회를 이끌어줄 수 있겠습니까! 이 로베스피에르가 죽음을 각오하고 전장에 나서듯, 공께선 우리 프랑스의 집정관으로서 의회를 다독여주십시오!"
"""오를레앙공 만세!!!"""
자, 어쩔 테냐?
여기까지 판을 깔아줬는데 설마 도망가지는 않겠지?
움찔.
···도망가네.
정확하게는 당황했는지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난 거지만 뒤에서 육탄공세로 막았다.
그야 당연하지.
여기서 오를레앙공이 도망치면 본인이야 살아도 다른 우익의원들은 싸잡아서 자유의 적이거든.
뭐 내가 집주인님처럼 단두대 쇼할 생각은 없긴 한데 그럼 사태 끝날 때까지는 지하감옥 같은 곳에 갇혀있으셔야겠지?
[어이구, 퍽이나 그러시겠군.]
입 닥쳐, 막시밀리앙.
"군이 의회를 섬겨야지, 의회가 군을 섬길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우리 우익 동지들의 뜻을 잘 알았으니 이참에 아예 쐐기를 박아버리자.
"존경하는 의원님들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없는 라파예트 후작에게 최후의 경고를 전하겠습니다! 만일 당신 혼자서 파리로 상경하겠다면 우리 의회는 당신을 참고인으로서 대우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진정 루비콘강을 건너고자 한다면!"
쿵.
이번에도 힘주어 발을 굴렀다.
쿵!
그러자 뒤따라 모든 의원이 일제히 발을 굴렀다.
···흠, 이거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데?
"가장 선두에 이 로베스피에르가 있을 것이고, 그 뒤로 프랑스의 집정관 오를레앙공께서 이끄는 의회가 함께할 것이며, 자유를 열망하는 민주시민들이 뒤따를 것입니다! 설령 당신이 그들 모두를 죽이고 파리를 점령한다고 한들 그곳에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할 노예는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자유의 적에게 죽음을!!!"
만세!
내가 있는 힘껏 오를레앙공의 오른손을 붙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리니 마침내 이놈이 마지못해 하늘 높이 양팔을 들며 만세를 외쳤다.
지금껏 상석에 앉아있던 사람과 아련한 눈빛 교환을 주고받는 걸 봐선 역시나 저놈이 원래 수상이었나 보지?
[아, 저건 보아르네 자작일세.]
몰라레후.
들어본 적도 없고 집주인도 따로 설명하지 않는 걸 봐선 내 아까운 기억회로를 배정할만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우익영수 오를레앙공이 전시수상이라니, 얼마나 알기 편하고 기억하기도 좋아?
오를레앙공은 전시수상 먹어서 좋고, 나는 겉절이 하나 치워서 기억회로 아껴서 좋고.
누이좋고 매부 좋고 꿩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크, 이게 진정한 상부상조지.
[그나저나 집정관이라니, 과연 기발하군.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친구야.]
칭찬 감사요.
사실 로마 공화정의 뻔한 향수를 살살 긁어 준 거긴 한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원래 집정관은 평민 한 사람, 귀족 한사람 해서 한 번에 두 명을 뽑는다는 점이지.
다시 말해 오를레앙공을 올려 치는 척하면서 스리슬쩍 저 전시수상과 나 로베스피에르가 동격이라고 올려 친 거다.
'자, 어쩔 테냐?'
이대로 한 판만 더 내가 가져가면 이제 넌 빼도박도 못하는 만년 이인자 신세일걸?
나는 다른 모든 좌익의원이 즐거이 만세를 부르짖는 사이 홀로 곤혹감에 얼룩진 당통을 흘겨보았다.
네가 이면합의를 그렇게 잘해?
오냐, 얼마든지 짜고 쳐봐라 이거야.
결국 이 아사리판에선 무조건 기세 탈 줄 아는 놈이 판돈을 쓸어가게 되어있다.
너 새 된 거야.
***
파리 근교.
"기가 막히군."
라파예트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까 의회에서 뒤늦게 의회군을 소집하고 있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어리석기는."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이 라파예트를 막을 작정이라면 진작에 했어야지."
"한동안 각하의 군기를 못 봤더니 겁대가리를 상실한 모양입니다."
낄낄낄.
라파예트의 참모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실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야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는 없었다.
차라리 프랑스 왕국군이 존재할 때면 모를까, 이제는 국민위병 말고는 군대도 없으면서 뒤늦게 민병대를 소집하겠다고?
어리석다.
전쟁을 모르는 전형적인 책상물림 샌님의 판단이다.
그래서 무기만 쥐여주면 싸울 수 있는 줄 아는가?
무기란 건 그저 전쟁이라는 스포츠의 참가 자격일 뿐 무턱대고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무기를 쥐여준다고 그게 우승 후보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리고 하다못해 그들이 트루아에 주둔하고 있던 무렵이면 모를까, 이미 파리 시가지가 망원경으로 훤히 보이는 거리까지 접근한 마당에 이제와서 민병대를 모으겠다고?
'차라리 무방비하게 길을 열어줬어야지.'
그랬다면 무력한 의회와 총칼로 의회를 겁박하려 드는 국민위병이라는 구도라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국민위병의 무력 시위에 의회군 소집으로 대응하면 그들이 그만큼 강경하게 나갈 명분이 만들어졌잖은가.
그것도 아주 자그마한 싸움이라도 벌어지는 순간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질 민병대 따위나 믿고서 말이다.
"파리에 편지를 보내게."
정말로 로베스피에르, 그 천둥벌거숭이가 주도한 소란인가.
의회의 한심한 작태에 라파예트는 그제야 뒤늦게 동지들의 호소를 떠올렸다.
나이도 경험도 먹을 만큼 먹은 노괴들이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지는 않을테니까.
보나 마나 뭣도 모르는 애송이가 주제도 모르고 폭주하고 있는 거겠지.
"이 라파예트가 돌아왔다고 말이야."
"그걸로 되겠습니까?"
"그럼 그 이상 어떤 내용이 필요하단 말인가? 나는 엄연히 청문회에 불려온 몸일세."
자네들은 고향에 휴가차 돌아온 거고.
주군의 뻔한 내숭에 참모들이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이대로 저들이 헛된 저항을 포기한다면 그걸로 끝이겠지. 하지만 저들이 끝까지 문을 봉쇄하려 든다면-."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저쪽에서 먼저 의회군을 소집하고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하여 상경한 라파예트를 들여보내지 않는다면 저들의 속셈이야 뻔하디뻔한 것 아니겠는가.
라파예트와 국민위병은 어느 쪽이건 즐거울 거라며 먼저 파리에 전령을 들여보냈다.
그리고 잠시 뒤.
덜컹.
파리 시내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