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수
젊어서 술병 정도야 금방 낫기는 개뿔이.
"아이고, 골이야."
머리는 변함없이 지끈거리고 속이 부대껴서 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온종일 멀건 수프만 먹으면서 화장실만 들락날락하다가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하고 또 출근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국회의원이야?
사축이지.
그러게, 내가 그냥 의사 부르자고 했지?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은가.]
미안하다고만 하면 다야?
거 같은 몸 쓰는 사람끼리 이럴 때라도 아낌없이 투자합시다. 좀.
그러게 젊음이 만병통치약 타령하려면 하다못해 10대, 20대여야지 서른셋 먹은 노총각이 젊음만 믿고 버티겠다는 게 말이냐고.
결국 혼자서 끙끙 앓고 있던 걸 뒤플레 아가씨가 발견해 밤새도록 간병해주지 않았으면 오늘 출근도 못했을 거다.
걱정은 걱정대로 끼치고, 민폐는 덤이고.
피고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 최후변론하시오.
[···앞으로는 건강에 조금 더 요주의하겠네.]
옳지, 옳지.
이제야 좀 바른 소리가 나오는구만.
나 박민혁도 웰빙 따져가며 건강하게 살아온 건 아닌데 이 노총각 아저씨는 나보다 더하다.
당장 어제도 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술병으로 혼자 끙끙 앓으면서도 출근하려고 했으니 말 다 했지.
그러다가 의회에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망신망신 개망신이었을 텐데 말이야.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하려고 한 거지?
그냥 깡 정신력으로 폐회까지 죽자 살자 버텼으려나?
흠.
[왜 그러는가?]
···아니, 댁이면 진짜로 가능할 것도 같아서.
여하간 청렴결백도 좋지만 지금 같은 생활은 영 아니다.
사람이 야채도 먹고 과일도 먹고 고기도 먹으면서 영양분을 다채롭게 보충해야지 매번 기름진 안주에 와인 아니면 소금 찍은 빵과 양파 수프라는 게 말이야 방귀야.
우리 친구, 혁명도 좋지만 좀 사람답게 삽시다.
그리고 제발 부탁이니까 우리 커피에 시럽, 설탕 좀 왕창 넣어서 먹으면 안 될까?
나 슬슬 당분이랑 카페인 결핍으로 쓰러질 것 같아.
[···그건 건강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자네가 내 식단에 싫증이 난 거 같은데.]
그래, 그래서 뭐.
나도 휴먼이야 휴먼.
틈만 나면 부려 먹으면서 고작 식단개선 요구도 못해?
악덕반동 부르주아지 로베스피에르는 박민혁의 식사다운 식사와 카페라떼권을 보장하라!
우우!
"아, 자네. 오늘도 쉬려나 했더니 그래도 출근했구만."
언제나처럼 넉살 좋은 당통의 목소리가 상념을 깨웠다.
쳇, 하필이면 출근길에 저 호색한 짱구랑 마주치다니.
그렇게 눈에서 파괴광선을 쏘아대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러는 거 보면 낯짝 하난 두껍네.
[이봐.]
어이쿠, 그래도 꼴에 친구라고 챙겨주는 거 봐.
보면 다른 놈들을 볼 때는 우리 둘의 인물평가가 그럭저럭 일치하는데 에베르와 당통만큼은 정반대다.
난 왜 로베스피에르가 자꾸 우릴 견제하려고 드는 당통을 아직도 아끼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거꾸로 로베스피에르는 내가 왜 에베르를 높이 평가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지.
후자야 정치적 견해차라고 쳐도 전자는 정말로 미지수다.
뭐, 지내온 시간과 경험의 차이라고 하면 또 내가 할 말이 없어지지만.
"자네들이 내가 없는 사이 또 무슨 일을 벌일지 알고 이틀 연속으로 내리 쉬겠나."
"흠, 아직도 지난 일로 꽁해 하는 건가? 그래서 그때 미안하다고 사죄하지 않았는가."
"술자리에서 말인가? 난 취중 진담 같은 헛소리는 믿지 않는 사람일세."
[···어휴.]
이번에도 별다른 바는 없었다.
머릿속의 로베스피에르는 답답해하지만 결국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건 표독스럽고 날선 견제구.
제법 긴 시간을 교제해왔을 당통도 그리 당황하지 않는 거 보면 내가 열받아 할 만큼 요즈음 감정 상할 일이 많았다는 자각은 있는 거겠지.
"도대체 자네 요즘 왜 이러는 건가?"
그게 더 짜증이 나서 이참에 직구를 던졌다.
[···이보게.]
"그래도 같은 당파잖은가.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디 잘했다고 칭찬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오늘만 해도 그렇네. 동지가 술병이 났다고 했으면 안부 인사가 먼저 나왔어야지."
[이봐!!!]
"오늘도 쉴 줄 알았다니, 영락없는 정적이나 경쟁자를 대하는 어투군. 말해보게. 지금 우리가 같은 당파가 맞긴 한가?"
집주인 놈은 내가 괜히 신경질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반은 맞지만 반은 아니다.
분명 얼마 전 우린 당통에게 당군을 양보했었다.
뭐 진지하게 당통을 믿었다기보단 그냥 호감 관리 차원에서 사양한 거긴 했는데, 지금처럼 당통이 계속 동지도 아니고 적도 아니고 모호하게 굴면 당군의 행방이 붕 뜨게 된다.
여기서 확실하게 아군이라는 답이 나오면 좀 미덥지 않긴 해도 그냥 그대로 믿고 기다리면 되겠지.
반대로 확실하게 적군이라는 답이 나오면 이참에 당통에게 넘겨준 건 처음부터 없었던 셈 치고 새로 당군을 소집하면 된다.
당장 우리 명의로 의회군을 소집한 지가 불과 이틀도 지나지 않았으니 그럴 결심만 서면 그까짓 당통이 용써서 모았을 민병대 따윈 우습지도 않다.
대충 얼버무리려고 든다면 뭐-그 경우에도 정적이라고 상정하면 될 거다.
긴가민가하다가 날려 먹기엔 기껏 내 명의로 소집한 의회군이 너무 아깝거든.
집주인 놈에게 이미 전쟁 위기라는 소리까지 들은 이상 이번에도 당통이 대충 뭉개려고 들면 나부터가 의회군으로 이 호색한 짱구 놈을 뭉개줄 작정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건가?]
조금 전부터.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냥 꼴 받아서 들이받은 다음에 대충 이유를 가져다 붙인 거다.
어때, 급조한 것치고는 제법 영양가 있는 계획이지?
[자네는 정말이지···.]
"같은 당파라."
때마침 한참을 침묵하던 당통이 입을 열었다.
자, 어쩔 데냐.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이참에 절교하고 당군이나 돌려주실?
"그래, 하필이면 같은 당파라서 자네를 질투하고 있는 걸세."
···어, 이건 예상 못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질 거라는 걸 직감했는지 아예 제자리에서 멈추어 선 거 보면 저쪽도 지금 진심으로 덤벼들기로 한 거다.
"도대체 어떤 깨달음이 있었던 건지 항상 궁금하더군."
우리의 호색한 짱구, 당통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언제나 앞뒤 꽉꽉 막혀서 판에 박힌 소리, 다들 듣기 싫어하는 소리나 늘어놓던 인간 논문이 국왕 부부가 파리를 등진 이래로 갑자기 타고난 정치꾼으로 각성해서는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으니 말이야. 매일 저녁 자네의 회기를 복기하며 항상 그게 궁금했지."
[···당통, 자네마저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뭘, 정확한 평론이구만.
"뭐 잔 다르크 마냥 자네에게 천사가 임하기라도 했는지, 뭔지."
당통이 쓰게 웃었다.
"그래, 내게 같은 당파냐고 물었었지. 물론 우리는 같은 당파고 말고.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차라리 자네가 먼저 신념을 고치고 우리 당파를 떠날지언정 혁명정신으로 자네에게 져줄 생각은 없네."
"···자네."
"나도 고집이 있는 사나이야. 자네들이 판에 박힌 뻔한 소리, 말 같지도 않은 도발을 늘어놓을 때 난 혼자서 염치도 없이 제1, 제2 신분들을 먼저 찾아가 어떻게든 싹싹 빌고 부딪혀서 마침내는 오늘 이 자리까지 올라왔네."
순간, 사내의 동공이 빛을 발했다.
열정이, 긍지가, 고집이.
태양처럼 따스하게 전해져왔다.
"어디 능력 있으면 이것까지 홈쳐 가보지 그런가."
툭.
당통이 어깨를 가볍게 스치며 내 곁을 지나쳤다.
"우리가 아직도 동지냐고? 그야 물론 동지고 말고. 자네가 먼저 절교하려 하지만 않는다면 기꺼이 난 친구로서 대할걸세. 하지만 우정을 핑계로 승리를 양보해줄 생각은 없네. 당연하지만 자비를 애걸할 생각도 없고."
지금 병정놀이나 하고 있는 게 아니잖은가.
그걸로 끝이었다.
당통은 아무 일 없었던 양 넉살 좋은 미소를 떠올리며 한발 앞서서 회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당당한 걸음걸이를 보고 있자면 국민의회가 아니라 이미 싸움에서 이겨 본인을 위한 축하행사장에 들어서는 듯했다.
그렇지만 뭐-.
[얼버무렸군.]
그렇지.
하도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 보니 딴지를 걸 엄두도 못 내긴 했는데, 결국 이건 전 아군도 적도 아니라고 슬쩍 잡아뗀 거다.
겸사겸사 아직 난 대권을 포기한 적 없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할 테고.
이참에 관계를 확실히 구분해서 당군을 확보하겠다는 내 심계까지 내다봤는지야 몰라도, 내 직구를 살살 회피하면서 자긴 여전히 날 친구로 생각한다면서 우리 사이가 망가지면 내 책임이라고 태극권까지 돌려주는 게 보통 실력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거짓말은 입에 담지도 않고 순도 100%의 진심을 부딪치기까지.
과연, 이래서 마성의 사나이 당통인가.
[그래서 그놈의 당군은 어떻게 할 텐가?]
···글쎄다.
이럼 일단 보류지 뭐.
아니면 구태여 당군에 연연할 필요 없이 기왕 라파예트를 호구로 잡은 김에 내 의회군을 국민위병에 합쳐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자고로 어떤 조직이건 사람으로 굴러가는 법.
혹 나중에라도 내가 먼저 그들을 실망하게 하기 전까지는 그 의회군(?)들은 내게 무조건적인 호의와 경외를 가지고 있을 사람들이니 오히려 합법적으로 국민위병을 혁명정신에 감염시킬 기회인지도 모른다.
[보나 마나 이것도 즉석에서 생각해낸 임기응변이겠지.]
입 닥쳐, 막시밀리앙.
이 임기응변 덕택에 승승장구하고 있는 주제에 뭘.
아무튼 사람들이 당통과 도중에 만났다는 걸 알지 못하도록 충분히 뜸을 들여서 회장에 들어섰다.
끼익.
"어서 오시게, 친구."
언제나처럼 당통은 넉살 좋은 미소와 함께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날 오늘 처음 보는 듯 환영했다.
***
"그럼 개회를 선언하겠습니다."
네, 그러십셔.
오늘 회기는 제 자리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상석을 차지한 오를레앙공의 개회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참 보면 볼수록 윗대가리가 어울리는 사람이야.
보통 귀하게 나고 자란 귀공자들을 보고 있자면 뭔가 배알이 꼴리곤 하는데 저 양반을 볼 때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든다.
뭐 나조차 떨게 할 대단한 위엄이 있다기보단 그냥 본인 옷에 딱 맞추어 설계된 옷을 차려입은 느낌.
저런 사람이 지혜의 박민혁과 혓바닥의 로베스피에르에게 잘못 걸려 여의도 굴다리 끌려가서 울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았단 말이지.
새삼스레 지금 의원님들에게 우리가 호감만빵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 라파예트 후작께서는 아직도 준비 중이라고 하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 중에 한번은 출두하겠다는 확답이 나왔습니다."
"그거 듣던 중 다행이군요. 다행히 궐석재판으로 끝나지는 않을 모양입니다."
"예. 본인도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아질 테니 어디 두고 봅시다."
이런저런 딴생각을 하는 동안 회기는 파리의 영웅 로베스피에르나 당일 병가에 대한 언급도 없이 곧장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게 무슨 소리인지는 나도 몰?루.
뭐 대충 듣자 하니 정확한 청문회 날짜를 가지고 라파예트 후작과 기 싸움 중인 모양인데, 어제 당일 병가 쓴 사람이 상세까지야 무슨 수로 알겠냐.
이번에도 아무도 어제 회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지 않았으니 또 얌전히 분위기 파악하고 있거나 아니면 휴식 시간에 알아서 물어보라는 소리겠지.
쳇, 어째 하는 일마다 같잖아서 진짜.
"그렇다면 최소한 청문회 동안만이라도 우리 의회가 라파예트 후작의 군령권을 회수해야만 합니다."
오, 드디어 내가 알만한 이야기가 나왔다.
때마침 오늘 아침 나와 잠깐 실랑이가 있었던 당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인 나름의 선의로 그나마 내가 알만한 화제로 일부러 돌려준 거로 생각하면 과한가?
[아니, 아마 정답일걸세.]
그럼 아직까진 우린 동지다 이거군.
흐음, 어디 두고 보라지.
"여기 계신 로베스피에르 의원의 활약으로 사소한 오해였노라고 수습되긴 했습니다만, 우린 자칫 파리를 잃을 뻔했습니다. 다소 과한 가정이라는 건 압니다만, 그래서 이틀 전 우리 중 누가 단 한 사람도 죽거나 다치지 않고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습니까?
설령 라파예트 후작 본인에게 그럴 의사가 조금도 없더라도 또 언제 이와 같은 사소한 '오해'가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이상, 시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만전을 기해야만 할 것입니다."
···아니 그런데 진짜 이 친구가 갑자기 왜 이래.
뭐 사장님이 미쳤어요야?
다들 입 꾹 다물고 모른척하는데 이 친구가 생전 안 하던 금칠을 다 해주네.
나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아니었군.
[커흠.]
당통이 날 위해 총대를 메줄 순 있다고 치는데 그걸 같은 급진 공화파도 아니고 왕당파 측에서 곧장 낚아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처음부터 우린 시선 돌리기용이고 이참에 라파예트 후작에게서 군권을 몰수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던 거다.
이 당연하다면 당연한 협잡질을 내가 병가 낸 어제 회기에 처리해두지 않은 게 오히려 기이할 정도인데, 그날의 일등 공신인 내가 없는 사이에 통과시켜버리면 너무 대놓고 날 바보 만드는 거니까 꾹 참았던 모양이다.
"당장 여기 계신 우리 파리의 영웅 로베스피에르 의원님조차 막상 라파예트 후작과 직접 만나시기 직전까지는 죽음을 각오하시지 않았습니까. 만일 도중에 단 한 번이라도 사소한 실수가 있었다면, 그래서 끝내 우리 모두가 염려했던 사태로 번졌다면 분명 적잖은 파리 시민들이 죽거나 다치고 말았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의원님?
이렇게 슬쩍 운을 떼면서 이쪽을 자연스레 돌아보는 것만 봐도 확신범이다.
여기서 괜히 뻗대면 그럼 지금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방비하게 시민들을 방패막이로 세웠던거냐고, 혹시 라파예트 후작과 짜고 친 거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겠지.
"그건 그야말로 하늘이 허락해주신 기적이라고 봐야겠지요."
뭐, 사실이기도 하니까 지금은 일단 숙여주자.
저기 상석에서 웃고 있는 오를레앙공의 뻔한 개수작이라는 게 보이긴 하는데 내가 없는 사이 어떤 협잡질이 오갔을지 모르는 이상 지금은 괜히 나서봤자 내게 유리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만약 전지전능하신 주께서 제게 기적을 허락해주시지 않았더라면, 제게 천상에서 승리를 허락해주시리라는 굳건한 믿음이 없었다면 분명 적잖은 프랑스인들이 죽거나 다쳤겠지요. 당장 언제 적국 오스트리아가 국지도발을 벌일지 알 수 없는 위험한 시기이니만큼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당해주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자, 어떠냐.
신앙팔이에 안보팔이에 아주 그냥 푸짐하지?
무엇보다 저쪽은 파리 시민이라고 했지만 난 프랑스인이 죽거나 다쳤을 거라고 했다.
사소한 어감 차이지만 이걸로 알만한 놈들은 내가 친군부 인사가 되었다는 걸 대강 인지했겠지.
당장 지금만 봐도 몇몇 쫄따구들이 고작 내 한마디에 표정 관리에 실패해서 얼굴이 썩어들어가고 있다.
[···이게 0년 차 초선의원?]
응애, 민혁이는 여의도 꿈나무야.
"모처럼 초당파적인 의견일치라니, 경사로군요."
아무튼 당장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어차피 이미 라파예트가 끌고 온 정예병단이 무장해제 된 이상 군권회수야 당연한 거고, 저쪽에서 마음만 먹었으면 내가 없는 사이 끝내고도 남았을 잽에 불과하다.
훅일지 스트레이트일지는 이다음에 치고 들어올 한방에 걸려있다.
여기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서건 저쪽에서 하루를 꼬박 들여서 설계한 한방을 최소한의 피해로 견디거나 피하면서 내 어중이떠중이 의회군을 국민위병과 통폐합시켜야 한다.
저쪽에게는 가급적 내가 스스로 친위부대를 해산시킨다는 느낌으로 인지되게 말이지.
해서 이미 능글맞은 미소를 만면 가득히 띄운 오를레앙공과 한창 눈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벌컥!
"그, 급보입니다!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양국이 며칠 안에 필니츠 성에서 군사동맹을 체결할 거라는 첩보가···!"
···10할.
이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