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감찰위원회
틀렸어.
다들 완전히 눈이 뒤집혔다.
"당장 저 염병할 매국노들의 아가리에 총검을 쑤셔 넣어버립시다!!!"
이게 온건파, 그러니까 반동 부르주아지의 언사라면 믿겠는가?
"도대체 어떻게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프랑스인이 조국에 저따위 망발을!"
"만일 이번에도 송환 요구를 거부한다면 카이저도 한패라고 봐야 합니다! 애초에 카이저가 하고 싶었을 말을 대신 해주고 있는 거지요!"
"감히 파리를 불사르겠다고? 하! 그렇다면 그 전에 빈도, 베를린도, 함부르크도, 프라하도! 모조리 카르타고처럼 만들어줍시다!!"
"이만하면 오래 참았습니다! 이 이상 침묵하거든 세간에서 우리 프랑스 의회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전쟁을 선언합시다!"
온건파라는 인식은 온데간데없이 주전파로 화려히 변신한 우리의 반동 부르주아지들께서 경쟁하듯이 연이어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난 저 망명한 놈들이랑은 다르게 애국자다 이거지.
혁명 이전의 정치경력이나 재산이 쥐뿔도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냉철한 우리 좌익진영과는 달리 우익 측은 자칭 섭정의 최후통첩 이후 반쯤 미쳐버렸다.
[미쳐버린 파리 시민들처럼 말이야.]
뭐, 그렇지.
사실 저치들의 폭언 중 상당수는 그냥 길거리에서 튀어나온 구호를 그대로 따라서 읊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빙의 첫날 이후 오랜만에 길거리에서 국왕을 죽이라는 연호가 튀어나왔으니 아주 끝장났지.
이미 반전론이고 뭐고 먹힐 판이 아니다.
슬슬 전쟁 발발을 막아내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피해로 끝내는걸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질 정도.
내가 아무리 정신 똑바로 차려도 옆에서 미쳐 돌아가면 꼼짝없이 휘말린다더니 지금 우리가 딱 그 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래서 다들 대책은 있으십니까?"
벌떡.
마라가 지금 지적했듯이 다들 순 발언만 강경하지 자기가 뭔가를 하겠다,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그냥 제 면피를 위해서, 괜히 동생 루이 같은 매국노로 몰리지 않기 위해서 경쟁하듯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을 뿐.
이번 전쟁의 구체적인 목표는 이것이다, 이를 위해선 누굴 동맹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예상되는 피해나 전쟁 기간은 이 정도쯤이고 이를 위해선 이만큼의 준비가 필요하다 뭐 이런 논의가 벌써 며칠째 전혀 없단 말이지.
아무리 전쟁은 군인들이 알아서 하는 시대고 일단 지르고 본 다음 수습하는 건 반대쪽에 맡긴다지만 그래도 사안이 사안인데 다들 입정치만 하고 있는 거 좀 너무한 거 아니냐고 10할.
이런 건 반전파인 우리가 아니라 저쪽에서 선제시해야하는거잖아.
너희들 전쟁할 생각은 있는 거 맞니?
"우리에게 유럽 최강이라던 프랑스 왕국군은 더는 없습니다. 일단 전쟁이 시작된다면 우리는 못 해도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이 유럽대륙에서 명성이 자자한 두 강군을 상대해야 할 것이고 전황의 향방에 따라서는 그 이상을 상대하게 될 것입니다. 전쟁을 한다고 치고, 도대체 어떻게 적과 싸워 이길 작정이십니까?"
옳지, 우리 마라 잘한다.
막상 내가 열심히 설명할 때는 못마땅해하더니 그래도 혁명을 위해서라니까 잘 알아듣네.
"의회잖습니까? 그렇다면 설득하십시오. 먼저 저흴 납득시키고 또 전쟁에 반대하는 국민도 동의할만한 번듯한 계획을 보여달란 말입니다. 그렇게 저 자칭 섭정을 묵사발 내버리고 싶으시다면 응당 그쪽에서 방법도 제시하셔야지요."
"그거야 물론 용기와 혁명정신, 무엇보다도 아가페입니다."
···그런데 저 10세는 뭐야.
"당장 로베스피에르 의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셨잖습니까? 제아무리 경험 많은 기사라도 불의에 맞서 싸울 용기가 없다면 필부의 용기만 못합니다. 중요한 건 불의와 맞서 싸울 의지요, 인간의 선의를 향한 믿음이며 행동하는 혁명정신이라는 걸요."
"그 무슨 무책임한-."
"한 번 있었던 일이 두 번이라고 반복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우리에겐 기적의 사나이가 있습니다. 우리에겐 정의가, 자유를 갈망하는 민중이, 무엇보다 하나가 된 프랑스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데 이 아름다운 삼위일체보다 훌륭한 필승의 책략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짝짝짝!
이거 지금 먹이는 거 맞지?
은근슬쩍 우리 이름 팔아서 짠 듯이 박수치고 우리 이름 불러주는데 전혀 기쁘지 않은 건 난생처음이다.
그보다도 아직 엘랑비탈 소리 나올 시대 아니잖아, 이 개구리 놈아.
[엘랑비탈은 또 뭔가?]
사람으로 바비큐 파티하는 거 있어.
아무튼 이걸로 확실히 알았다.
저놈들은 지금 전쟁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냥 전쟁을 핑계 삼아서 이런저런 문제들을 덮어버리고 싶은 거지.
가령 혁명 이후로도 전혀 달라진 게 없는 민생이라던가, 봉건 특권 전면 폐지 뒤에도 여전한 신분 간 불평등과 불신이라던가.
무엇보다도 왕권.
저 자칭 섭정의 도발을 부각하면 할수록 현 왕가에 대한 국민의 신임은 바닥을 칠 거고 이는 궁극적으로 방계 왕족 오를레앙 일가가 차악에서 차선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최선의 대안으로 보이게 만들 거다.
실제로 전쟁이 터지진 않고 위기만 고조된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저놈들에겐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란 말이지.
벌떡.
"그렇다면 하다못해 저희 반대파에게 우리 프랑스의 전쟁 준비 상황을 점검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거면 됐다.
"로베스피에르, 자네-."
"마라 의원님께서 말씀해주셨듯이 프랑스 왕국군은 더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실무자들은 다 어딘가로 도망쳐버렸고, 병기고에 저장된 무기들을 손질할 담당자가 남아있기나 한지 의문스러운 실정이지요."
마라가 배신감에 가득 찬 얼굴로 이쪽을 흘겨보고 있지만 일단 무시하자.
그동안 무조건 전쟁 반대를 외쳐오던 우리가 이렇게 타협안을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대세에 승복하겠다는 의사 표명이니 마라에게 미안한 짓을 한 건 사실이지만, 괜찮을 거다.
나중에 다 설명해주면 조금 못미덥더라도 알겠다고 넘어가 줄 친구니까.
"하여, 임시로나마 군무감찰위원회 발의를 제안하겠습니다."
침묵.
분명 이쪽이 양보한 것만으로도 찬전파의 승리나 다름없을 텐데 아무도 추가타를 날려오지 않고 있다.
너무 속 보이는 거 아니냐라던가, 그런 거 없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던가, 하다못해 당신네를 어떻게 믿느냐는 트집 정도는 잡을 만도 한데 말이지.
[지금 그 트집을 잡으면 진짜로 전쟁할 판이잖은가.]
그래, 그걸 노렸다.
애당초 저쪽에서 원하는 건 전쟁 위기지 전쟁 그 자체가 아니다.
혁명 이후 프랑스의 전쟁 준비 상태야 엉망진창일게 불 보듯 뻔한 소리고, 나를 비롯한 반전파 의원들이 내놓을 보고서야 당연히 부정적인 내용투성이겠지.
그럼 저쪽에서도 나쁠 게 없다.
안된다는 핑계만 늘어놓는 패배주의자라고 우리 반전파를 마구 물어뜯는 한편으로 전쟁 위기는 위기로만 소비하고 적당히 끝낼 수 있을 테니까.
"다른 반대의견이 없다면 즉시 표결에 부치도록 하겠습니다."
끝내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서 전시 수상 오를레앙공의 주도로 군무감찰위원회 창설안이 발의되었다.
결과는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
이름만 거창하지 이렇다 할 실권도 없는, 정말로 여론 달래기용 보고서 제출을 위한 허깨비 위원회라는 티를 팍팍 내면서 초대 위원장으로 우리가 임명되었다.
흡족한 얼굴의 오를레앙공이나 찬전파 의원들의 면면만 봐도 애초에 이 방면에서 문외한인 우리가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건 간에 상관없이 엿먹일 생각만 가득한 게 뻔하긴 한데-.
[정말로 자신 있는가?]
그럼, 자신 있고말고.
그보다 지금 미터법은 있는 거 맞지?
[미터?]
도량형 말이야.
[흠, 새 도량형이라면 분명 작년에 의회에서 발의되고 올해에 과학 아카데미에서 위원회를 설치했을 텐데···.]
씁, 아직 미완성이라는 소리구만.
아무튼 상관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딱딱 규격화된 정부 규격이지 미터법 그 자체가 아니니까.
애초에 최초의 산업혁명을 일으킨 건 미터법 쓰는 프랑스가 아니라 파운드 같은 개도 안 쓸 미개한 도량형 쓰는 영국이었는데 뭘.
[산업혁명이라고?]
그래, 산업혁명이다.
지금 프랑스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차피 당장 증기기관을 전면 도입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공장식 분업화-조금 더 욕심내자면 포드식 컨베이어 벨트야 여차하면 수력, 축력, 인력으로 돌리고도 남는다.
공장식 생산에서 중요한 건 발상의 전환이고 그렇게 생산해서 공급해봐야 소비해줄 만큼의 시장수요가 있냐, 없냐니까.
하지만 전쟁은 언제 어느 때건 없는 수요도 창출해주는 소비재의 블랙홀.
하물며 이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 시대가 끝나고 난 다음부터가 본격적인 산업혁명이었으니 빛의 도시 파리쯤이면 기술이나 시설 같은 토양 정도는 진작에 준비되어있겠지.
나는 다소 월권이라는 비아냥을 듣게 되더라도 군무감찰위원장이라는 직함을 핑계 삼아 이 프랑스의 군수산업을 대규모 생산과 대규모 소모에 최적화된 총력전 체제로 재편해볼 작정이다.
[자네가 이렇게 우리 프랑스를 아끼고 있을 줄은-.]
겸사겸사 우리 소중한 도시 프롤레타리아트도 만들고.
나랑 같이 혁명할 공장 노동자가 없으면 내 손으로 만들면 그만이다, 이마리야.
켈켈켈.
[···그래, 잠시나마 감격한 내가 바보였군.]
그걸 이제 아셨슈?
뭐, 여하튼 앞으로 빡세게 굴러야 할 테니 각오해두셔.
내가 이 시대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어느 시대건 밥그릇 다툼만큼 살벌한 게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저놈들이 군무감찰위원회에 그렇게 힘을 실어줄 리도 없거니와 정부 차원에서 운영하던 병기창은 몰라도 기존에 군수산업에 종사하던 전쟁 상인들은 내가 관여하려 할 때마다 이 악물고 아득바득 대들겠지.
일단 라파예트 후작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서 괜히 공론화 시키려는 놈들은 도중에 커트할 생각이긴 한데, 진짜 그냥 너 죽고 나 죽자고 뒷골목에서 총칼 들고 덤벼들 미친놈은 어떻게 대응할 방도가 없다.
이번만큼은 내가 직접 당원명부를 꼼꼼히 살펴서 보디가드-라는 이름의 정치깡패들부터 열심히 챙겨야겠다.
뭐니 뭐니 해도 내 목숨, 아니 우리 목숨은 소중하니까.
***
'이 나라는 미쳤어.'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거렁뱅이 상퀼로트들과 어울리게 된 지 불과 1달여만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깨닫게 된 단순한 진리였다.
처음에는 그저 혁명 때문에 미쳤다고 생각했다.
매일같이 어딘가에서는 패싸움이 벌어지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강도나 도둑질이 일상화되었으며 성범죄야 하나하나 거론하는 것조차 새삼스럽다.
하지만 이 상퀼로트와 가까이 지내면 지낼수록 그보다 더한 광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빵값이 열 배가 더 올랐다고?!"
"아 글쎄 그렇다니까? 이래서 대체 어떻게 살라는 건지 원!"
처음에는 단순하게 흉년이 들어서, 근본적인 공급 자체가 줄어들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당장 저 부자 동네엔 산더미처럼 밀가루가 쌓이고 있는 반면에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만 유독 급격한 생필품 대란에 신음하는 것만 봐도 뭔가 이상했다.
비단 밀가루뿐만이 아니라 우유와 건포도 등의 식료품, 옷가지 같은 소비재들도 별다를 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회의 자유방임주의 탓임을 눈치챘을 무렵,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비로소 문제의 핵심을 깨달았다.
'아무도 저 고삐 풀린 망아지들을 통제해줄 사람이 없어.'
혁명 이전 프랑스는 절대왕정이었다.
신이 내리셨다는 왕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였고, 태양왕은 이 절대권력을 내세움으로써 서민의 고혈을 빠는 탐관오리와 악덕 지주, 그리고 무엇보다 부르주아지를 억제하며 신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나아가 이 파리 시민들의 광신적인 지지를 절대권력의 주요한 근간으로 삼았었고.
하지만 혁명 이후 이 모든 모순을 해결해주던 절대왕권이 사라져버렸다.
이제 누구도 타락한 체제와 결탁하여 제 잇속만 챙기는 부패 관료를 처벌할 수 없다.
봉건 특권 철폐는 다만 이름뿐, 이를 집행할 관료층이 철저히 부패했으니 당연히 지방까지 중앙정부의 통제가 닿지를 않는다.
하물며 그 중앙정부를 지배하는 부르주아지의 폭주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짐꾼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제멋대로 프랑스를 마구 이끌어가던 옛 폭군은 사라졌으나, 이 폭군이 다스리던 나귀들이 호랑이 행세를 하면서 또다시 짐꾼을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이러니까 왕당파가 사라지질 않는 건가?'
하다못해 절대왕정 시절에는 왕권이 모든 폐단을 처벌할 수 있었으니까.
타락한 체제 그 위에 군림하는 절대권력이 모든 타락과 폐단을 개혁시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의회엔 그와 같은 절대권력이 없다.
아니, 애당초 지금 의회를 주도하는 건 저 돈 벌 궁리만 하는 부르주아지니 고칠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도 의문이다.
근 100년 전 절대군주도 능히 해낸 일을 100년 뒤의 혁명정부가 감히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지금 이 미친 나라의 미친 국민은 이 타락상을 해결해줄 절대권력의 부활을 갈망하고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고찰은 길었으되 결론은 신속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급진당에 가입한 이래로 거듭하여 상퀼로트 계층과 교류하면서 점차 이 프랑스가 장차 나아갈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틀림없다.
민중은 이미 카이사르의 등장을 갈망하고 있다.
혁명 이후 절대왕정 시절보다 더욱 끔찍해진 부정부패, 달라진 게 없는 특권계층의 횡포, 여기에 그들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자유시장경제의 모순까지.
모든 것이 프랑스의 의회 민주주의는 실패하고 말았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만일 저들이 지금이라도 보다 과감한 유신에 나서지 않는다면, 제 살을 드러내고 뼈를 깎는 처절한 체질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파리의 상퀼로트는 의회마저 단죄해야 할 구체제로 낙인찍고 마리라.
'저 돈벌이밖에 모르는 수전노들이 퍽이나 그러겠군.'
그리고 나폴레옹은 의회의 자정 가능성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애당초 저들에게 그런 자정작용이 있었으면 진작에 하지 않았을까?
하다못해 바스티유 습격 이래로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면 또 모르겠다.
그럼 정말로 시간이 모자라서, 아직 사정이 여의찮아서 그렇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미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민생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으며, 다만 그들을 구해줄 영웅의 등장을 갈망하는 민중의 비명만 더욱 커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 민중의 구세주는 과연 누구일까?
'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고작 위관급 장교에 불과한 무명의 나폴레옹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오려면 정말로 시체로 산을 쌓아야 하리라.
결국 저 로베스피에르 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급진당이 로베스피에르의 직계조직임을 알게 된 이상, 나폴레옹이 출세 가도를 걸으려면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저 부르주아지들이 우리 상퀼로트의 상전 노릇을 한다는 말입니까? 저들이 봉건귀족입니까? 아니면 성직자입니까? 아뇨, 그저 돈깨나 번 졸부에 불과하지요! 우리 같은 가난뱅이들의 고혈을 빨아서 번 돈으로 잘난체하는 수전노 말입니다!"
"""옳소!"""
"신이 내렸다는 왕권마저 때려눕힌 우리입니다! 한데 그놈의 사유재산이 뭐가 그리 신성합니까? 제 자유를 위해서라면 남을 핍박하는 게 당연합니까? 아뇨, 우린 이미 그와 똑같은 논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앙시앵 레짐이지요! 저들의 말로 또한 그와 같을 것입니다!"
"""나폴레옹 동지 만세! 혁명 만세! 급진당 만만세!!!"""
하여,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상퀼로트의 대전사이자 급진당의 투사로 나섰다.
목표는 딱 한 가지.
장차 이 프랑스의 카이사르가 될 로베스피에르에게 발견되는 것.
오직 이것 하나만을 위하여 나폴레옹은 누구보다 강경한 태도로 성실하게 당원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넓혀나갔고-.
"로베스피에르 동지께서 동무를 찾더군. 이번에 신설된 군무감찰위원회에 자문을 구하고 싶으시다는데?"
"오, 주여! 성모시여! 감사합니다!"
털썩.
마침내 소원을 성취함으로써 제자리에 무릎 꿇고야 말았다.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