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조병창
의회에서 빌려준 마차를 타고 이동하니 조병창까지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라자르 카르노라고 합니다. 이번 군무감찰위원회에서 임시로 파리 조병창을 감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마중 나온 친구는 누구신데요.
[유명한 수학자야. 공학자이기도 하고. 왕국군 시절에 나름 대위까지 올라갔던 친구이니 의회에서 실무담당으로 붙여준 모양이군.]
가장 중요한 정치적 성향은?
[극좌.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좌익은 아니겠지만 제 나름대로는 공화주의자고 또 민중의 친구라고 자칭하는 사내일세.]
오케이, 완벽하군.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이번에 임시로 군무감찰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라고 합니다."
[아, 덧붙여서 나와는 같은 학교를 나온 동문이고 또 나름 절친한 친구일세. 독서 동아리도 같이 다녔지. 그때는 우리 둘 다 참 풋풋했는데 말이야.]
···그 소리를 가장 먼저 해줬어야지, 이 양반아.
[아뿔싸.]
아뿔싸 좋아하시네.
툭하면 이렇게 덤벙거리니까 단두대로 끌려갔지.
"아니면, 예전처럼 그냥 편하게 부를까?"
"삼가 정중히 사양하지. 나이를 다섯 살이나 더 먹고서 노총각 친구 밑에서 빌붙어 지낸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
"이런, 그렇다면 더더욱 더 이름으로 편하게 불러줘야겠는데."
와락.
뭐라 말릴 새도 없이 거칠게 포옹을 주고받았다.
사랑과 정열의 나라 아니랄까 봐 이럴 땐 도통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자네와 함께 일하게 되어서 영광일세, 라자르."
"나야말로 자네처럼 출세한 친구를 뒀으니 영광이지. 내 살아생전 기대도 안 했던 친구 덕을 다 보게 생겼으니."
"어허, 이 사람이 진짜?"
껄껄껄.
기계적인 웃음을 터트리며 대충 어울려줬는데도 딱히 이쪽을 의심하는 기색이 없다.
흠, 원래부터 좀 재미없고 기계적인 친구여서 그런가?
[이봐.]
뭐 농담이고.
왠지 인선이 좀 묘하지?
[그래. 군 경력자가 이 친구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올해 처음으로 국민의회에 들어온 신입을 파리 조병창 감독이라는 청요직에 넣어주다니.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었다기에는 좀 지나치군.]
내 생각에도 그렇다.
여기 라부아지에야 이 프랑스의 화약 생산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자신하는 전문가니까 그렇다 쳐도 라자르는 아직 로베스피에르의 친구라는 점을 빼면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는 정치신인이다.
푸셰, 저 친구도 로베스피에르와는 꽤 친분이 있는 모양이던데 막상 본인이 속한 당파는 반혁명 부르주아지 쪽에 가까우니 실질적으로는 감시역이라고 봐야 할 테고.
막상 진짜로 항상 곁에 끼고 다니던 마라와 카미유는 쏙 빼돌린 거 보면 의도가 너무 뻔하고 불순하다는 말이야.
만에 하나 일이 꼬이면 모든 책임을 이쪽에 떠넘기고 그대로 묻어버릴 속셈이라는 게 너무 잘 보인다.
"아차, 내 정신 좀 봐. 라자르, 여긴 조제프 푸셰 위원일세. 그리고 여긴 자네도 잘 아는 라부아지에 박사님이지. 모두 앞으로 우리 군무감찰위원회에서 함께 일할 동료들일세."
뭐,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일단 성공만 하면 내 사람들이 다 같이 승승장구하게 되는 거니까 꼭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괜히 전전긍긍할 시간에 어떻게 성공할 때처럼 더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이나 하자.
"라자르 카르노라고 합니다. 저 또한 학자 나부랭이로서 프랑스의 영웅을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아하, 카르노 위원님도 학자셨군요. 모처럼 말이 잘 통하는 말동무가 생겼으니 다행이네요. 앙투안 라부아지에 박사입니다."
"조제프 푸셰입니다. 원내에서 몇 번 인사드렸었지요. 이렇게 다시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아, 그랬군요. 지도편달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여하튼 대충 생각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인사치레에 나서니 역시 이 자리의 슈퍼스타는 라부아지에라는 게 확 티가 난다.
푸셰도 나름 열심히 구면이라고 어필하고 있기는 한데 결국엔 라부아지에 쪽으로 모든 관심과 호기심이 쏠리는 모양새.
다들 안중에도 없는 나폴레옹보다는 훨씬 낫지만 말이야.
나름 퇴역군인이라서 그런가, 대위 계급장만 살짝 보더니 그냥 휙 무시하고 넘어가 버렸다.
잘 쳐줘야 인솔역 내지는 호위역이라고 본거지.
아아. 이 형님이 보기에도 서글퍼서 도저히 봐줄 수가 없구나 나보야.
[푸훗.]
"자, 그래서 가장 중요한 파리 조병창은 좀 어떤가?"
"한마디로 엉망이지."
뭐가 잘났다고 비웃고 있는 집주인 놈을 의식 한켠으로 밀어내고 본론에 들어가니 곧장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뭐, 자세한 건 직접 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빠를걸세. 설비가 훼손된 건 아닌데 사람이 문제야. 왕실이 저 모양 저 꼴이 났는데 급여가 꼬박꼬박 들어오기를 했겠나, 관리가 제대로 되었기를 했겠나. 다들 그만두고 다른 사업장으로 가거나 아예 도망쳐버렸네."
요컨대 인프라는 남아있는데 그걸 굴릴 전문가가 없다는 소리네.
라자르와 담당 관료들의 안내를 받아 직접 보고 살핀 파리 조병창의 모습 또한 설명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일단 21세기인의 관점에서 봐도 견실한 산업단지로 보일 만큼 터무니없이 거대하긴 했다.
이 문과 뇌로는 무슨 원리로 작동하는 건지조차 짐작이 안 가는 이런저런 기구나 증기기관까지는 아니라도 꽤 정교한 기계들도 많았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일할 사람이 없었다.
일단 맨눈으로 봐도 중간중간 빈자리가 너무 많고, 근로환경 또한 열악하며 다들 축 처지고 추레한 몰골만 봐도 라자르의 설명처럼 그간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못했다는 게 뻔히 보인다.
그야 나름 프랑스 제일의 조병창에서 일하던 대장장이들이 한순간에 이런 푸대접을 받게 되었으니 돈만 아는 부르주아지들이 오만가지 수를 써서 자기들 사업장으로 빼돌렸겠지.
그래서 군수 체제가 무너지건 말건 돈만 잘 벌리는데 알바임?인거고.
햐, 혁명 마렵다.
[···이번만큼은 동감일세.]
힘을 실어줘서 고맙소, 막시밀리앙 동지.
아무튼 오늘 시찰에서 파악한 파리 조병창의 실상을 정리해보자면 나름대로 없는 인력과 재화를 최대한 쥐어짜서 인프라만큼은 어떻게든 지켜냈지만 딱 거기까지가 한계라는 느낌이다.
파리 조병창까지 망가졌다간 정말로 끝장이라는 걸 알고 있는 일부 능력 있는 애국자들이 최선을 다해서 지켜내긴 했지만 그런데도 열악한 제반 사정과 돈만 아는 졸부들의 총공세를 원천 봉쇄하기엔 역부족이던 거겠지.
어떻게든 본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서 가까운 미래에 화려하게 다시 타오를 희망의 불씨만큼은 지켜냈다고 해야 하나.
난 프랑스인도 아니지만 참 눈물겨운 희생이군.
이런 사람들이 보답받아야 나라가 바로 서는 건데, 보나 마나 또 돈만 아는 저 졸부들이 담가버렸겠지.
어휴.
"엉망이군요."
뭐, 하여튼 푸셰의 말대로다.
지금 프랑스 꼬라지에 하고 싶은 말이 참 많긴 하지만 아직 근본적인 체질 개선까지 차례가 돌아오려면 한참 멀었다.
당장은 이 파리 조병창을 어떻게 재건해야 할지부터 고민해야겠지.
자아, 어쩐다.
"혹시 상업용 증기기관에 대하여 들어보셨습니까?"
"증기기관이요?"
일단 이 자리의 제일가는 전문가인 라부아지에부터 떠보자.
나름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영웅이고 불세출의 천재니까 이런 건 이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
"물론 잘 알고 말고요. 아마 의원님께선 저기 잉글랜드에서 사용 중이라는 소문을 들으신 것 같은데, 우리 과학 아카데미에서도 증기기관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친구들도 제법 있고 이곳 파리에서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 중인 사업장들도 있습니다."
오, 역시 과학 아카데미는 달라.
영국만큼은 못해도 명색이 열강이다 이건가?
그렇다면!
"혹시 그 증기기관을-."
"유감스럽지만 어려울 것 같습니다."
라부아지에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시다시피 우리 프랑스에서는 석탄이 그리 흔하지 않으니까요. 알자스 지방에 석탄산지가 있지만, 당장 전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침략받을 곳에 있는 탄광이 대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기술적으로도 어려움이 많고요."
···씁, 정론이군.
차라리 기술적 문제나 그런 장난감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대들었으면 까라면 까라고 밀어붙이겠는데 하필이면 보급 문제라니.
아쉽지만 증기기관은 저 신성하지도 로마도 제국도 아닌 나라부터 해체 음미한 다음에 손대보기로 하자.
[꼭 태양왕 같은 소리를 하고 있군.]
글쎄, 태양왕이 석탄산지 때문에 전쟁을 치렀을 것 같지는 않은데.
"위원장님께서 그렇게 증기기관이 신경이 쓰이신다면 제가 과학 아카데미를 통해 수소문해보겠습니다."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이거면 됐다.
아예 금시초문이라면 모를까 개념도 있고, 또 실제 상업적인 운용도 되고 있다면 남은 건 실제 성과가 나올 때까지 팍팍 밀어주면 되는거지.
뭐, 너무 김칫국만 마시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과학 아카데미 친구들과 만나볼 가치는 있다고 확신한다.
난 배 밑바닥에서 보일러나 때는 장난감으로 대체 뭘 할 수 있겠냐고 구박 주는 나보 놈이 아니다 이거야.
자, 그래서 증기기관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문제는 저 파리 조병창인데.
"역시 신입들을 대거 고용한 다음 분업으로 인부들을 최대한 신속하게 숙련시키는 수밖에 없겠군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한 것처럼 말입니까?"
오, 역시 푸셰 유능하구만.
그보다 국부론이 벌써 널리 읽히고 있었나?
[당연하지. 그 국부론도 나온 지가 벌써 15년 된 책이야. 그때부터 이미 유럽에 명성을 떨치던 권위 있는 학자의 신작이었고 그 책 자체도 자유주의의 성경으로 추앙받는 판에 의원씩이나 되어서 국부론 한 권 안 읽어본 놈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누가 물어봄?
[이봐.]
뭐 농담이고, 국부론이 벌써 유럽 전역에 널리 읽힌 책이라면 이야기가 빠르지.
지익.
"예. 다만 전 지금까지보다 더욱 혁명적인 분업을 추구해보려 합니다."
우선 전속비서관 나보를 시켜서 펜과 수첩을 가져와 개략적인 청사진을 그렸다.
"우선 파리 조병창 내부의 생산설비를 순서대로 일직선상에 재배열합니다. 가로건 세로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별 공정에 배치된 근로자들은 오직 그것 하나-가령 볼트 같은 부품 하나만 생산하거나 볼트 하나만 조이는 겁니다. 그리고 나면 다음 사람에게 차례를 넘기고, 그 사람도 주어진 공정 하나만 담당하는 거지요.
최종적으로 마지막에 있는 사람까지 공정을 마치고 나면 완성. 중간에 총기를 나르는 수고를 생략하기 위하여 기나긴 가죽 벨트를 깔아서 개별 공정을 연결하면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서서 근로 시간 내내 그 일 하나만 배우게 되겠지요. 순식간에 숙련도가 오를 거고, 무엇보다도 생산성도 극대화될 겁니다."
"저기 위원장님, 그건 좀···."
지금껏 예스맨 시늉하던 라부아지에가 처음으로 난색을 보였다.
인부들의 반발을 우려한 건가?
그런 사람이 탐관오리는 왜 했대?
[그보다는 기술적인 난점이 보인 거 아니겠나?]
아,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내가 신경 써줘야 할 일은 아니지?
"말했잖습니까. 혁명적 분업이라고."
하늘 같은 정치꾼이 까라면 까야지 으으딜 공돌이 나부랭이가.
물론 라부아지에쯤 되면 일개 공돌이는 아니긴 한데, 여기서 물러나 줄 생각은 없다.
나도 나름대로 고집이 있고 이상이 있는 사나이다, 이마리야.
"우린 이미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때 우리 모두는 지금껏 존재한 적 없었던, 누구도 기본적 없는 에덴동산을 이 땅에 만들자고 함께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혁명 이래로 그렇게 이 나라가 극적으로 바뀌었습니까? 아뇨."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지요. 그래서는 안 됩니다. 국왕 폐하께서 파리를 등진 이래로 우리 역도들에게 과거로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사라졌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지요. 전 이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믿습니다."
꿀꺽.
라부아지에는 답하지 않았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것 보니 낌새가 불길하다는걸 직감적으로 느낀 거겠지.
그게 공밀레를 향한 공포일지, 아니면 탐관오리로서의 본능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말이야.
"대단히 혁명적인 분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푸셰.
오늘 점수를 왕창 따가는구만.
브루투스, 너마저도-라고 말하는 듯한 라부아지에가 푸셰를 흘겨보았지만 끄떡도 하지 않는다.
저놈이 인권이니 사소한 반발 같은걸 신경 쓸 친구도 아니고 그냥 생산효율만 따지자면 지금 이 방안이 최선이라는 걸 단시간에 꿰뚫어 본 거겠지.
"다만 한가지 개선점이 필요하겠군요."
"개선점, 말씀이십니까?"
으, 응?
벌써 그런 게 있다고?
"기왕에 시간을 확실하게 줄일 거면 먹고 용변 보는 시간까지 줄여야지요. 모든 인부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식사는 끼니마다 양파 수프로 일괄 배급하여 수분 보충까지 해결한 후 일과가 끝나고 난 다음 인부들의 기저귀만 갈아준다면 중간에 손해 보는 시간 없이 더욱 혁명적인 공정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만."
[···맙소사.]
인간이 밉다.
"뭐, 이건 어디까지나 제 사적인 견해이니 그렇게만 알아주십시오."
이놈이 분위기 망쳐놓고 어디서 슬쩍 혼자 도망치려고 해.
나야 모더니즘을 직접 목격하고 온 놈이기라도 하지 즉석에서 이런 소리가 튀어나오는 거 보면 인간의 악의는 진짜 끝이 없다는 걸 느낀다.
도대체 이놈은 날 먹이려고 한 거야, 아니면 거들어주려고 한 거야?
가만, 매번 이렇게 어떤 식으로건 해석될 여지를 남겼으니까 매번 주인을 갈아타 가면서 오래오래 해 먹은 건가?
"나도 동의하기는 하네만 저건 좀 아닌 것 같군."
그에 비하면 라자르, 이 친구는 알기 쉬워서 좋군.
짜식, 고맙다.
넌 독재자 로베스피에르 놈한테 단두대까지 안 끌려갔기를 기도할게.
[아무리 미래의 내가 돼먹지 못한 놈이라도 라자르까지 단두대에 세우지는···!]
글쎄, 난 세웠을 것 같은데.
아니면 저 친구가 널 단두대에 세웠겠지.
"그렇지만 예산이 문제야."
여하튼, 이번에는 라자르가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왔다.
"그렇게 예산이 모자라는가?"
"당연히 모자라고말고. 자네도 생도맹그에서 검둥이들이 무슨 짓거리를 벌였는지 뻔히 들었잖은가? 당장 세수가 반토막이 났는데 우리 같은 비주류에게 예산이 그리 넉넉히 왔을 리가 없지."
검둥이 운운이 좀 듣기 뭐하긴 한데, 아무튼 틀린 말은 아니다.
저놈들이야 우리 망하기만 기도하고 있을 텐데 왜 도와주겠냐고.
뭐, 아무튼 전쟁하면 큰일 난다는 보고서는 올라와야 하니까 대놓고 방해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군무 감찰위원회가 장차 든든한 경력이 될 수 있도록 팍팍 밀어주진 않을 거다.
세수가 반 토막 나서 다 같이 힘들다는 정당한 명분까지 있으니 우리가 예산을 더 달라고 빌어봤자 더더욱 뻔뻔스레 굴겠지.
그러니까 이 친구의 지적도 아주 틀린 건 아니긴 한데.
"그럼 우리가 알아서 충당하면 되겠군."
"그래-가 아니라. ···지금 뭐라고?"
"명색이 감찰위원회잖은가. 부족한 예산이야 감찰로 충당하면 되는 거지. 아닌가?"
지금 우리에겐 비밀경찰 전문가 푸셰가 있다.
집행용역으로 나폴레옹이 있고, 탐관오리 전문가 라부아지에도 있지.
21세기 대한민국도 그 모양 그 꼴인 판에 혁명이랍시고 다들 살판난 18세기 말 프랑스의 군납비리야 말해봤자 뭐 하겠어?
슬쩍 라부아지에를 돌아보니 오한이라도 든 듯 버들버들 떨고 있다.
순순히 협조하면 당신까지 건드릴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셔.
"자, 다들 뭣들하고 있나? 민중의 이름으로 이 땅에 정의를 바로 세워야지."
수금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