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화 (70/154)

용기

스트라스부르.

"요 맹랑한 애송이가···."

허.

나폴레옹 사단이 독단적으로 라인란트에 진입했다는 서신에 뒤무리에는 기가 차서 웃었다.

그러니까 페르디난트의 7만 대군은 뒤무리에가 알아서 감당하라, 이 소리잖은가.

물론 뭐, 저놈이 페르디난트의 배후를 잡겠답시고 달려왔어도 필요 없다고 돌려보낼 작정이긴 했지만 대놓고 절 고기 방패로 쓰겠다고 하니 화가 나기보다도 그냥 기가 차서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라인란트면 적진 한복판일 텐데 도대체 뭘 믿고 고작 1만도 안되는 병력으로 나서겠다는 건지 원.

지금쯤 트루아의 라파예트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제 아까운 정예병 8천 명을 사지로 끌고 간 나폴레옹에게 분노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번 일로 저 애송이가 무언가 하나라도 배워오거나 그냥 라인란트에서 전사하기를 기도하고 있을까.

어느 쪽도 뒤무리에가 그동안 봐온 라파예트라면 그럴싸한 가정이라는 생각에 제법 흥미가 돋는 듯했다.

"이제라도 복귀명령을 보낼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네."

여하튼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분명 위험하고, 모험적인 수라는 건 부정할 여지 없으나 저 별동대가 라인란트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배후가 불안정해진 적들은 어쩔 수 없이 병력을 나눌 수밖에 없을 터.

그렇다면 차라리.

"전 부대에 공격 명령을 내리도록."

"···예? 예? 그러니까, 진지를 포기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진지구축은 무슨. 그냥 땀이나 좀 뺀 거지."

하다못해 저 민병대라는 말도 아까운 병사들이 삽질이라도 똑바로 했다면 뒤무리에도 이렇게 일찍 진지를 포기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 병사들은 오와 열을 맞추기는커녕 삽질조차 제대로 할 줄 몰랐다.

그나마 장전이라도 제대로 할 줄 아는 병사조차 다섯 손가락에 꼽는 상황.

"지금 우리가 진지에서 숨어봐야 적들이 신경이나 써줄 거 같은가?"

그럴 리가 없다.

진지전도 하다못해 진지에서 제때제때 총을 쏴줘야 위협적이지 총 한 방 쏘고 장전하는데 몇 분씩 걸리는 오합지졸들이 진지에 틀어박혀봤자 그냥 우회해버리거나 달려들어서 백병전을 걸면 그만이다.

아직 저들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모험을 각오하면서까지 뒤무리에를 무찔러봤자 후방의 라파예트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

아군과 비교하면 병력이 부족한 반면 훈련 수준에서 압도하고 있는 적들은 어떻게든 아군이 전 전선에 분산되도록 유도한 뒤 각개격파 하며 연합군의 소모를 최소화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위험한 건 본대로부터 낙오된 부대.

그래, 가령 방면군과 홀로 떨어진 저 나폴레옹 사단이다.

"30분 주지. 우선 포병대에 내일 몫까지 남기지 말고 모조리 전탄사격하라고 전하게."

"표적은-."

"적 중군. 맞출 수 있건 없건 간에 상관없으니까 그냥 쏴버려. 조금이라도 사기를 꺾어두란 말이야."

그렇게 둘 순 없다.

나폴레옹 사단에 대한 개인적인 불호와는 별개로 저들은 라파예트의 직속병단으로부터 차출한 최정예부대.

가능하다면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서 돌아와야 하고, 또 가능하다면 단 하루라도 더 살아서 적들을 혼란 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뒤무리에의 임무는 진지를 지키는 게 아니라 적들에게 소모전을 강요하는 것.

다시 말해, 이 오합지졸들을 남김없이 사지로 몰아넣음으로써 나폴레옹 사단을 포위하려 할 적병을 단 한 사람이라도 줄여놓는 것이다.

"그 후 보병대도 일제사 뒤 총검돌격한다. 기병대는 별도의 출진명령을 내릴 때까지 기마 상태로 대기하도록."

"네, 넷!"

척.

그의 참모가 어설픈 자세로 허둥지둥 달려 나갔다.

혁명 전까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치료를 베풀던 의사였다던가.

군경력보다도 혁명정신을 우선하는 현 혁명정부의 결점과 더불어 현 프랑스군의 고질적인 장교 부족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였다.

'···차라리 내가 직접 갈 걸 그랬나.'

혹시 이런 간단한 명령조차 못 알아들어서 사달을 내놓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앞서던 찰나.

콰콰쾅!

"옳지, 잘하고 있군."

때마침 들려오는 우렁찬 포성에 뒤무리에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외눈 망원경에는 그간 알자스 방면군의 형편없는 사격 실력에 덩달아 느슨해져 있던 적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거면 족했다.

지금 그들의 전략적 목표는 적을 쓰러트리는 게 아니라 함부로 등을 보이고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아두는 거니까.

겸사겸사 총검돌격에 앞서서 아주 조금이라도 더 전열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테고.

그리고 그의 포병대는 완벽한 벌집형 화망을 보여주면서 운 나쁘게 집중포화를 뒤집어쓴 적 보병연대 하나를 무력화 시키고 있었다.

'나머지가 우리 포병대의 반절만 해주었다면 좋았으련만.'

쯧.

덕분에 혀가 썼다.

물론 혁명 전부터 부르주아지 출신 장교들이 이끌던 포병대가 귀족들이 이끌던 보병대나 기병대보다 전력을 온존한 건 당연한 일이지만.

원래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이오, 이렇게 왕국군 시절 위용을 온존한 포병대의 위력을 보고 있자면 완전한 모습의 프랑스 왕국군은 얼마나 막강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안 들려고 해도 안 들 수가 없었다.

당장 전체 알자스 방면군에서 10분지 1 남짓한 포병대가 거의 전체 전과의 반절을 독식하고 있잖은가.

'하여간 그놈의 혁명만 아니었어도.'

그 혁명이라는 게 없었다면 제가 방면군 사령관까지 오를 일도 없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뒤무리에로서는 군인으로서 아쉬움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쾅!

때마침 마지막 포성이 울려 퍼졌다.

적군으로부터 응사가 날아오고 있기야 하지만 신경 쓸 필요 없다.

아군의 포화가 멈췄다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신호인지야 불 보듯 뻔했으니까.

둥! 둥! 둥-!

때마침 군악대가 진지에 숨어있던 병사들에게 전진 명령을 전하고.

"""프랑스 만세! 혁명 만세! 만만세-!!!"""

와아아!

"···으, 응?"

전 전선에 걸쳐서 병사들이 오와 열이랄 것도 없이 일제히 적진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건 그야말로 군악대의 연주 소리마저 묻어버리는 압도적인 소음이었다.

혹시 저 오합지졸들이 명령에 따라 돌격하지 않으면 어떻게해야하나만 고민하고 있던 뒤무리에나 예하 참모들에겐 도저히 불가해한 상황이었다.

뒤로 도망치는 게 아니라 채찍질하지 않아도 알아서 적을 향해 돌격하는 병사들이라니, 최대한 적들에게 가까이 접근한 다음 일제사격 뒤 총검 돌격이라는 공식에 익숙해져 있던 그들에겐 교범은커녕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개였다.

"이런 무능한 놈들이···!"

푸르륵.

결국 보다 못한 뒤무리에가 그의 애마와 함께 전선 지휘관들을 훈계하고 나섰다.

"지금 뭣들하고 있는 게야! 당장 병사들을 멈춰! 총검 꼬치라도 만들 셈인가!!!"

"이, 이미 늦었습니다! 곧 전열의 유효사거리에-."

타타탕!

"빌어먹을!"

하지만 장교들의 변명대로 이미 늦은 뒤였다.

유감스럽게도 적들은 조금씩 전열을 재건하고 있고, 아군은 사분오열하여 마구잡이로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상황.

총알에 맞고서도 숨이 끊어질 때까지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오합지졸들의 용맹은 참으로 인상 깊긴 했으나, 이대로 뿔뿔이 흩어진 채 적 전열과 충돌했다간 충격력이 모자라서 밀려날 위험이 컸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포병대에 지금 당장 포격을 재개하라 전하게!"

"예, 예? 그랬다간 아군까지 휘말릴 겁니다!"

"그럼 저 천둥벌거숭이들도 놀라서 물러나겠지! 아니면 하다못해 적 전열이라도 조금이나마 무너트릴 수 있을 테고!!!"

뿌우우-!

그 순간 적진에서 들려오는 출진나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야 불 보듯 뻔했다.

뿔뿔이 흩어진 보병들을 사냥하기 위해 적 기병대가 나섰다.

이대로 저들이 전장에 난입하는 순간 일방적인 대학살극이 벌어질 터.

"뭣들하고 있나? 어서 응전해!!!"

결국 그제야 별다른 수가 없다는 걸 눈치챈 참모들이 바삐 뛰며 명령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럭키 샷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적 기병대나 보병대나 산개하게 될 테니까.

여기에 우군 기병대까지 출격하여 맞서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는 동수가 이뤄질 수 있으리라는 합리적인 계산이었다.

콰콰쾅!

혁명 만세!!!

"···뭐야? 저 농노들이 미쳤나?"

"자네들 설마 이상한 약이나 술을 나눠준건 아니겠지?"

"에이, 저희가 그런 돈이 어디있다고···."

"그럼 저건 뭔가? 왜 후퇴하지 않는거야? 대체 누가 저 병사들을 채찍질하고 있는겐가!"

하지만, 포격이 재개되고 적들까지 산개한 다음 뒤무리에와 귀족장교들이 목격하게 된 건 조금도 합리적이지 않은 불가해한 광경이었다.

아군오사를 각오한 무차별적인 포격에 적진의 백전용사들이 동요하고, 조금씩 뿔뿔이 흩어지는 와중에도 뒤무리에가 그토록 오합지졸이라고 무시했던 병사들은 추호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마치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거세되기라도 한 양 더욱 맹렬하게 적진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제 몸의 두 배를 훌쩍 넘는 덩치의 기병이 달려드는데도 도망치긴커녕 정면에서 총검을 세우다가 공멸하고, 포탄에 맞아 한쪽 어깨가 넝마짝이 된 상태로 돌격하며, 지근거리에서 아군 포병대의 포탄이 떨어지는데도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전진했다.

기병들이라고 별 다를 바는 없었다.

근본적인 마술에 뒤져서 유린당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몸에 창날이 서너 개씩 꽂힌 상태에서도 적병 한 사람이라도 더 길동무로 끌고 가겠다며 달려드는 병사들은 뒤무리에가 기사도 문학에서나 간간이 보았던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용사 그 자체였다.

뿌우우-!

결국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난전을 버티다 못한 적군이 질서있게 후퇴하기 시작했다.

아마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서 정예병을 잃으면 잃을수록 그들만 불리해진다는 걸 눈치챈 것일 터.

그럼 뒤무리에로선 괜히 저들을 추격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이 오합지졸들을 수습하여 군단을 재건하는데 주력해야만 했다.

한바탕 이 누구도 뜻하지 않았던 난전이 끝난 평야에는 온통 프랑스군의 시신만이 가득했으나.

"""자유! 평등! 연대! 자유! 평등! 연대!!!"""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이 오합지졸들은 만세를 부르짖었다.

우리가 마침내 압제자들을 무찔렀다고, 혁명이 승리했다고 자랑스레 부르짖으며.

적과 친우의 피로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서로를 얼싸안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허."

그들의 적은 이를 광기라고 부르리라.

파리의 혁명가들은 이를 의기라고 부르리라.

그렇다면 군인 뒤무리에는 이를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까?

그 대답이라면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 땅에 기사가 나타난 지 어언 천년째.

마침내 필부의 용기가 기사의 용맹을 압도했다.

***

니스.

퉷.

"몸풀기도 안되는구만."

온통 포연과 시신으로 가득한 구릉을 둘러보며 북이탈리아 방면군 사령관 앙드레 마세나는 냅다 가래침을 뱉었다.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모조리 오스트리아군의 시신들 뿐이었다.

그야 사르데냐가 중립을 선언한 이상 적들이 노릴만한 곳은 제노바 공화국 한곳 뿐이고, 그 제노바를 통해서 마르세유를 노리려고 한다면 지나게 될 곳이야 이곳 니스라는 건 불 보듯 뻔하잖은가?

저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지중해 방면 프랑스 해군 최대 군항인 툴룽 바로 옆에서 상륙전을 시도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이제 문제는 적들이 정말로 공격해올 것인가, 언제 공격해올 것인가 이 두 가지뿐.

이에 대한 마세나의 해답은 그냥 니스 근교에 진을 치고 죽자 살자 오스트리아군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아무렴 파리에서 알자스와 저지대에 집중하느라 마르세유 쪽엔 지원도 제대로 안 해주고 있는데 마세나가 이끄는 의용군들이 무슨 수로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정보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는가?

그냥 죽자 살자 기다리는 수밖에.

천만다행히도 오스트리아군은 개전한 지 1달도 안 되어서 이곳 니스에 모습을 드러냈고, 일찌감치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오스트리아군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마세나와 의용군은 적들이 유효사거리에 들어오는 즉시 기습사격을 개시.

의용군들이 상대라는 이유로 한껏 늘어져 있던 오스트리아군은 일차적으로는 느닷없이 고지대에서 날아온 총알 세례에 놀라고, 이차적으로는 마세나가 이끄는 의용군의 총검돌격에 놀라 간단히 격퇴당했다.

내심 혹시 오스트리아군에게 사전발각 되거나 그들이 기습해도 금세 전열을 수습하여 반격해온다는 최악의 가정만 하고 있었던 마세나로서는 기쁘다기보다도 허무하기만 한 승리였다.

"그래서, 이 근방에 오스트리아군은 이놈들이 끝인가?"

"예. 아직 더 포로들을 심문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일관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쳇, 어지간히도 우스워 보였나 보군."

뭐, 반대로 그가 연합군의 입장이었어도 준위 출신 의용군 나부랭이가 방면 사령관이라고 하면 가장 만만해 보이긴 했겠지만.

아무튼 그들도 이번 전투 한번에 화약이고 탄약이고 대부분 소모해버렸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앙드레 마세나라는 인물은 기본적으로 전공 따위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좋아, 그럼 이제 이 포로들로 카이저께 몸값을 요구하러 가자고. 겸사겸사 이번 전투에서 우리가 쓴 청구서도 파리에 달아놓고."

돈에 연연하는 인물이었지.

아무렴 전공 같은 거 열심히 세워서 출세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그럴 시간에 약탈을 한 번 더 하건 몸값을 더 받아내건 해야 나중에 늙어서 남부럽지 않게 흥청망청 사는 거지.

군인이라기보다는 도적 두목에 가까운 사고방식에 그의 부하들은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듯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도 화약값은 내주겠죠?"

"에이, 그놈들 돈 없어. 애초에 돈이 있었으면 아시냐 같은 휴지조각을 찍어냈겠냐."

"어, 그렇네. 그럼 오늘의 알짜배기는 저 포로들인가?"

"뭐 여차하면 노예로 내다 팔면 되는 거지."

"엥, 대장. 파리에서 노예무역 금지한다는데요?"

어리둥절한 반응.

"저 바르바리 놈들이 우리 프랑스 국법 따져가며 노예 장사하디?"

척.

아직도 사려분별도 못 하는 안타까운 부하들을 위해 마세나가 손수 엄지로 지중해 너머를 가리켰다.

그제야 그들의 대장이 군에서 제대한 다음 밀수업으로 이름을 날렸던 전적이 생각났는지 부하들도 저마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

파리에서 노예무역을 금지했다면 몰래하면 되는 것.

카이저가 순순히 몸값을 내준다면 그들도 구태여 국법을 어길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아니라면 그건 그것대로 나쁠 이유는 없었다.

포로 대금과는 달리 노예 대금은 따로 파리에 보고할 필요 없이 그들 선에서 나눠가지고 끝낼 수 있으니까.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역공을 나가시죠."

예기치 못했던 부수입에 눈이 뒤집기라도 한 것일까.

느닷없이 그의 부관이 색다른 제안을 내놨다.

"···그러니까 이탈리아로 쳐들어가자고?"

"예, 대장. 대장도 이제 나름대로 방면 사령관이시잖습니까. 반격 정도야 대장 재량이죠."

"야야, 잠깐만."

마세나가 오른손을 들고 저지했다.

"간다면 도대체 어디로 갈 건데?"

"당연히 카이저가 다스리는 토스카나로 가야죠."

"무슨수로? 사르데냐는 중립이고 제노바는 친오스트리아야."

"대장."

그러자 오히려 부관이 마세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하길.

"여기 니차(Nizza)도 사르데냐령인데요."

"니스(Nice)가 왜 사르데냐령이야. 내가 태어난 고향이 여기 니스인데. 그럼 난 사르데냐 놈이냐?"

"어···."

···맞지 않나?

차마 그 한마디는 못하고 부하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어차피 그런식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순수 프랑스인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이는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으니까.

아니, 그 이전에 이들은 무엇을 근거로 프랑스인을 정의해야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들은 다만 프랑스 국왕이라는 작위를 전면에 내세운 부르봉 왕조의 백성이었을 뿐.

프랑스인, 프랑스 '국민'이라는 개념은 지금껏 실재한 적 없었다.

"에이씨, 이런 이야기해서 다 뭐하냐."

마세나도 그걸 뻔히 알던만큼 화급히 화두를 돌리려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반격은 해야할텐데, 대체 무슨 수로 토스카나까지 간다는 말인가?

당장 지금 니스까지 들어온 것도 나중에 트집잡힐지도 모르는데-.

···잠깐.

"야."

"예, 대장."

"바르바리 놈들에게 이 오스트리아 놈들 뱃삯으로 주고 잠깐 토스카나까지만 태워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전직 밀수업자인 마세나만이 가능한 기책이었다.

저쪽도 지금 있는 병력 없는 병력 다 쥐어짜서 라인란트로 보냈을테니 느닷없이 단 1개 여단이라도 프랑스군이 강습한다면 우왕좌왕할 터.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러다 딴 놈들한테 해적인 줄 알고 공격당하는 거 아닙니까?"

"야야, 걱정 붙들어 매라. 파리에서 원조해적들이랑 손잡았데."

"햐, 진짜 해적이었네."

감탄인지, 비아냥인지.

좌우지간 토의는 그거면 족했다.

"오냐, 이 짜샤들아! 그럼 국위선양 한번 해보자! 어디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을 파리의 사탑으로 만들러 가보자고!"

"""마세나 대장 만세!!!"""

밀수업의 대가 앙드레 마세나는 모범납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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