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4화 (74/154)

벨기에의 해방자

브뤼셀.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프랑스 만세! 벨기에 만세! 혁명 만만세-!!!"""

천하의 라파예트가 나더러 주인공이 되라고 개선식을 양보하다니.

꽃마차 위에서 전형적인 선거철 정치인 미소를 지으며 환영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도 솔직히 라파예트가 이런 건설적인 양보를 했다는 게 믿어지지를 않는다.

드디어 돌아가실 징조인가?

[···으, 응? 아직 창창한 청년이 죽긴 왜 죽는단 말인가?]

우리 집에선 사람이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날이 다가온 거라는 속설이 있었거든.

뭐어, 사실은 나폴레옹 때문이라는 거 구태여 말 안 해도 짐작이 가긴 하는데.

아무튼 본인이 더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라 내게 힘을 실어주는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의회랑 기 싸움 할 때보단 성숙해진 게 맞는 것 같다.

여기서 일단 본인이 해방군 이끌고 개선식 한 다음 벨기에 망명정부를 초대했으면 지금쯤 합병론이 거세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 시점에서 실효 지배 상태고 언제 공식적인 합병을 선언하느냐만 따져야 할 판이었을 텐데, 최소한 그건 피했잖아.

나름 그 양반도 정치적 안목이라는 게 생긴 거지.

[흠, 그렇다면 그 친구도 즉각적인 벨기에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인 건가?]

그건 또 아닐걸.

그냥 나폴레옹보다는 로베스피에르가 부각되도록 설계를 짠 거지 내가 영국과의 협의를 들먹이면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을 상대로 싸워 이겼듯이 영국도 이겨버리면 그만 아니냐고 할 사람이다.

이번 전쟁 와중에 원내 사이다패스들에게 시달리면서 확신하게 된 거지만, 애초에 프랑스 외교가 망한 건 혁명 때문이 아니야.

전쟁에서 이기면 모조리 딸 수 있는데 왜 외교 같은 번거로운 게 필요하냐고 되묻는 프랑스인들이 진짜 문제지.

[커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 벨기에에 도착하고 난 다음에 느낀 건데-.

"카이저에게 죽음을! 왈롱의 해방자 로베스피에르 만세!"

"갈리아는 처음부터 하나다!"

"베르킨게토릭스여! 우리가 마침내 해냈소!"

"대 벨기카 공화국 만세! 갈리아 공동체 만세!"

···생각보다 벨기에 현지의 호응이 만만치 않다.

물론 지금 우리가 수년 전 멸망했던 벨기에 망명정부 요인들과 함께 브뤼셀로 돌아온 해방군이고, 또 친합스부르크 주민들은 각자 집에 숨어들었거나 총독부와 함께 도망쳤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심심치 않게 프랑스계 주민들과 프랑스어 팻말들이 보인다.

오히려 벨기에 독립 지지파보다도 프랑스 합병지지파가 더 많은 거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이것도 설마 라파예트가 설계한 건가?

[글쎄, 그보다는 다들 벨기에라는 나라에 애착이 없는 게 클걸세.]

나라에 애착이 없다고?

아니, 나름 독립전쟁까지 치렀다며?

[그것도 애향심이고 저항정신이라는 관점에서 봐야지 자네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아닐 거야. 애초에 지금껏 벨기에라는 건 지역명이지, 나라가 아니었거든. 건국된 지 1년도 안 되어서 망국한 나라에 무슨 애착이 있겠나.]

그러니까 벨기에 내셔널리즘은 미완성품이고, 프랑스 내셔널리즘은 기성품이다?

[뭐, 그렇지. 일전에 자연 국경선은 갈리아 재건이라는 관점에서 시작된 운동이라고 말했잖은가. 그 시절 벨기카는 갈리아의 일부였고, 또 지금까지도 문화적으로 유사하니 쉽게 호응이 나올 수밖에.

비슷하게 네덜란드 공화국에 합병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겠지. 당장은 우리가 프랑스 해방군이니 프랑스계만 보이겠지만 네덜란드와의 유사성도 만만치 않은 지역이니 억지로 떼어내려 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결합하려 들 걸세.]

···어질어질하구먼.

애초에 민족이나 조국이라는 개념이 희박한 시대라는 점도 생각해야겠지만, 파리의 팽창욕에 더해서 현지 호응까지 왕성하다면 나 혼자 합병을 반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괜히 반대했다간 매국노 소리 들으면서 그간의 명성까지 '뻥' 하고 날아가겠지.

심지어 그렇게 반대한 결과 이번 전쟁에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네덜란드가 벨기에를 흡수합병해버린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민족주의에는 절대로 정면에서 맞서는 게 아니야.

그리고 나도 그놈의 외교 때문에 눈치보는거지 흡수합병이나 연방제 통일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고.

자유로운 공화국들의 굳건한 단합을 위대한 프랑스가 영구히 이뤘다네!

[이런 진성 자연국경론자를 봤나.]

입 닥쳐, 막시밀리앙.

아무튼 다들 웃고 떠들며 만세를 즐기는 와중에 분위기 망치고 싶진 않지만, 솔직히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전쟁 이긴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2차 뇌관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아서.

"저기 각하,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실 시력이 좀 안 좋아서 햇빛을 보면 현기증이 나거든요. 하하, 이럴 줄 알았으면 늘 쓰던 선글라스를 가져오는 건데."

"헉···! 죄송합니다! 곧장 뭐라도 가림막을 준비하겠습니다! 이봐! 이보게!"

"하하핫! 아뇨, 괜찮습니다. 이런 좋은 날에는 당연히 조금이라도 민중과 가까워져야지요. 괜히 권위적으로 보이고 싶진 않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이 양반도 있었지.

지레 겁먹고 호들갑을 떠는 벨기에 망명정부의 임시 총리 앙리 반 데르 누트를 발견한 순간 그나마 기분이 나아졌다.

왜냐하면 이 양반 모국어가 프랑스어다.

만약 네덜란드어나 독일어가 모국어였다면 앙리가 아니라 헨리크, 하인리히였겠지.

우리가 합병에 앞서서 괴뢰정부 세우려고 아무나 막 데려온 것도 아니고 실제로 지난 벨기에 혁명 당시 벨기에 합중국 수상이었던 양반을 브리소가 그대로 모셔 온 건데도 그렇다.

쓰읍, 진짜로 어떻게 안슐루스 연출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이럴거면 그냥 자네도 이만 포기하고 저 친구한테 합병하자고 이야기를 꺼내보지 그런가. 아무튼 우린 전쟁에서 이겼고, 절반 정도는 합병에 반대하겠지만 나머지 절반은 좋아서 눈물 흘리며 기립박수 쳐줄걸세. 그럼 이 정도야 승자의 당연한 권리지 뭘.]

아니 그럼 영국에 네덜란드까지 세트로 염병할···이 아니라.

어?

[어?]

잠깐, 슬슬 꽃마차가 목적지에 도착했으니까 내려서 이야기하자고.

꽃마차에 내려서 앙리 총리와 포옹을 나누고, 함께 옛 합스부르크 총독부 청사에서 신성로마제국의 독수리기를 내린 후 벨기에 합중국의 적검황 가로 삼색기와 프랑스의 세로 삼색기를 나란히 게양했다.

펄럭.

"""독립 만세! 혁명 만세! 벨기카 만만세-!!!"""

그러자 사방에서 쩌렁쩌렁하게 터져 나오는 만세삼창.

장관이로구만.

그런데 저 벨기카는 원래 로마 시절 갈리아의 일부였던 시절 이 땅의 이름이라고 했었지?

그놈의 골족이 또.

그래서 혹시 앙리 총리가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까, 눈치를 살펴봤는데 이쪽도 별 감흥은 없어 보였다.

그저 힘차게 펄럭이는 적검황 가로 삼색기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을 뿐.

이러다 또 금방 외세에 합병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안 드나?

[아마 안 하고 있을걸.]

왜, 이 친구도 갈리아주의자라서?

[그보다는 가톨릭 교도로서 칼뱅파에 보복당할 걱정이 앞설걸세. 이 벨기에 친구들은 저번에 독립전쟁 치르면서 동시에 종파갈등으로 내란까지 치렀었거든. 이 앙리라는 친구가 그때 가톨릭 교회와 손잡고 칼뱅파 박해에 앞장선 1등 공신이야. 괜히 수상까지 올라간 게 아니지.]

뭐여, 프랑스계-네덜란드계 민족 갈등도 모자라서 이젠 종파갈등이야?

[그래. 솔직히 우리한테 합병당하는 대가로 칼뱅파를 이 땅에서 뿌리 뽑을 수만 있다면 이 친구와 그 지지자들은 기꺼이 협조해줄걸세. 그때 내가 알기로 서로 원한이 좀 많이 쌓인 거로 알고 있거든. 말로는 중앙집권을 추구한거라고 하는데, 독재와 중앙화는 언제나 한끝 차이 아니겠나.]

···어질어질하다.

진짜로 그냥 이참에 무력으로 합병하는 게 간단하지, 영국이랑 협의라도 지키는 시늉 하려면 불지옥 난이도라는 수준도 아니네.

이제 그만 서명하시오, 런던.

벨기에는 가상국가다.

이건 처음부터 네덜란드에 안기냐 프랑스에 안기냐의 문제지 이대로 자주독립시켰다가 종파갈등에 민족 갈등에 별의별 거 다 터질 판이잖아.

차라리 그냥 깔끔하게 네덜란드랑 프랑스가 칼뱅파 다수지역과 가톨릭 다수지역으로 나누어 가지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친애하는 브뤼셀 시민 여러분."

여하튼 이 벨기에의 해방자로서 먼저 연단에 올랐다.

내가 지금 프랑스어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동시 통역가도 필요 없다는 게 참 멜랑꼴리하군.

"우리가 이겼습니다."

솔직히 싸우는 건 우리가 다 했지만, 이 사람들도 나름대로 저항은 했잖아.

빈말은 해줘야지.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라던 제국은 마침내 더는 제국조차 아님을 만천하에 폭로 당했습니다. 아무렴 힘없는 제국이 어찌 제국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지난날 로마가 제국을 자칭한 이래로 이 유럽에서 제국이란 언제나 패권을 상징해왔습니다. 한데 저들이 도대체 어떤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오늘날 발칸의 패자는 오스만 튀르크입니다. 라인란트 하나 자력으로 지켜내지 못하였으니 이제 저들은 더는 독일에서의 패권조차 주장할 수 없습니다. 저지대는 지금 우리 손으로 해방 시켰으며, 이탈리아의 패자는 차라리 스페인일 것입니다."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찬찬히 청중들의 면면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유럽의 패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물론, 정답은 프랑스일 것이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또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연합군을 동시에 대파한 지금 이 순간 유럽의 패권이 프랑스로 넘어왔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은 그게 아니다.

"애초에 패권이란 무엇입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생뚱맞은 질문인 것도 있겠지만, 애초에 진지하게 고찰해본 적도 없겠지.

아직 패권은커녕 민족이나 국민국가조차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은 시대니까.

그걸 정의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혁명정부의 과제고 사명이다.

"단순한 주도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패권이란, 팍스(Pax)란 본디 평화를 뜻하는 라틴어였습니다. 로마의 평화, 로마가 만들어내고, 로마가 지켜낸 평화. 로마가 멸망한 이래로 언제나 폭군들의 야욕에 이리저리 휘둘리던 우리 힘없는 민중의 염원이 된 기나긴 평화."

여기까지는 이제 와서 새삼스레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지루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문제는 이 시대를 어떻게 추억할 것이냐가 아니라.

"그렇습니다. 바로 이 평화를 향한 힘없는 이들의 그리움이야말로 우리 모두를 승리로 이끈 원동력입니다."

어떻게 재건해낼 것이냐는 것.

아직 국제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한 시대에 나만의 이상을 저들에게 이해시키려면 이길 뿐이다.

"지금껏 우리는 저 포악한 압제자들이 제 야욕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평화를 향한 열망을 곡해해오는 걸 너무도 자주 봐왔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신앙을 위해서 죽으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그들의 명예를 위하여 죽으라고 강요합니다. 마치 이 땅이, 이 땅에 살아가는 모두가 제 사유재산이라도 되는 양 사고팔거나 상속권을 주장합니다.

그렇게 장장 천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래서 저 압제자들이 제멋대로 설치도록 둔 결과 이 땅에 평화가 찾아왔습니까?"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더욱 많은 전쟁과 폭정만을 야기했을 뿐입니다. 이제 우리가 이 악의 순환을 끊어버릴 것입니다. 우리의 승리가, 우리의 혁명이! 저들에게 전쟁이란 봉건 군주들의 유희 거리가 아니라는 걸 단호히 보여줄 것입니다!"

"""승리 만세! 혁명 만세!!!"""

그제야 사방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럼 이 기세를 놓쳐서는 안 되었다.

쿵!

"이만 시작점으로 돌아갑시다!"

가볍게 연단을 내리치며 배에 힘을 넣고 더욱 크게 부르짖었다.

"모든 것이 저 더러운 압제자들에게 더럽히기 전, 토의와 협치로서 모든 것을 의논하고 결정했던 그 아름다웠던 본연의 모습으로! 저 팍스 로마나를 이룩했던 로마의 출발점은 어디였습니까? 바로 여러분들과 같은 합중국이었습니다. 곧 자유로운 공화국들과 굳건한 단합이야말로 로마를 부강하게 한 비결이었습니다!

우리도 장차 그와 같아야만 합니다! 우리의 혁명이 만들어갈 새로운 공화국들은, 자유인들의 연대는 파리와 브뤼셀이라는 새로운 로마들을 주축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굳건한 동맹이 되어야만 합니다! 장차 브뤼셀이 제 2의 파리요, 파리가 제 2의 브뤼셀이 될 것입니다!"

""""혁명 만세! 파리 만세! 브뤼셀 만세!"""

[···이런 이리 같은 놈을 봤나.]

칭찬 감사요.

뭐, 집주인 놈이야 내 생각이 하나둘 흘러갈 테니 슬슬 이게 무슨 소리인지 감이 올 테지.

이 벨기에 합중국은 내가 브뤼셀로 오기 전에 간단히 조사해본바, 미국 독립선언서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쓰는 등 이래저래 미국 독립 전쟁과 프랑스 혁명에 강렬한 영감을 받으면서 건국되었던 나라다.

그럼 앙리로 대표되는 가톨릭-프랑스계는 파리 중심의 중앙집권을 추구한 프랑스 대혁명에 호감을 느끼고, 앙리와 대립한 칼뱅-네덜란드계는 개별 주 정부에 의한 지방분권을 추구한 미국식 모델을 추종했으리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나는 여기서 로마와 동맹 시들의 전례를 핑계 삼아 브뤼셀을 주축으로 한 중앙집권화를 적극적으로 독려할 것이다.

애초에 본인들이 원하던 게 그거였으니 앙리와 그 친구들은 당연히 지지할 거고, 원내의 사이다패스들도 그럭저럭 만족할 것이며, 네덜란드와의 재통일을 생각하던 브뤼셀 내 네덜란드계도 이럼 생각을 달리하겠지.

왜냐하면 21세기와는 달리 현재 기준으로는 벨기에 인구가 약 300만, 네덜란드가 200만으로 100만 명 가까이 더 많거든.

통일을 하는 건 하는 거고, 그래서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할 거냐 브뤼셀을 중심으로 할 거냐 다투기 시작하면 내부적으로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우리 친불파는 처음부터 중앙집권을 원했고, 또 브뤼셀을 제2의 파리로 만들겠다고 하면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러면 어차피 영국과 갈등이 빚어지는 거 아닌가?]

그래서 지금 대서양 건너 미합중국'들'처럼 쪼개졌다간 당장에 민족 갈등에 종교갈등에 별의별 거 다 터져 나올 텐데?

영국이 제정신이라면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을 거다.

브뤼셀이 중앙집권에 실패하는 순간 이제 또 신·구교 대립이 재발하건, 진짜로 실패 국가에 환멸을 느낀 시민들 사이에서 네덜란드와 프랑스에 합병 청원을 넣건 할 테니까.

그리고 어느 쪽이건 영국과의 협의를 일단 지키고 난 다음에 벨기에 정부의 요청으로 시작될 일들이니 그때 가선 우리도 국제외교가에 둘러댈 핑계가 생기겠지.

반대로 앙리의 친불파 정권이 런던의 협잡질을 쳐내고 친불파 일당독재를 완성한다면 더더욱 우리 프랑스의 영향력에 종속될 테니 원내 사이다패스들도 대만족할 테고.

[그럼 아예 내전으로 발전한다면-.]

벨기에라는 완충지대를 원하는 런던에서 알아서 책임지고 뒷바라지해야지.

오늘 내가 대강 훑으면서 옅본 뇌관만 종교문제에 민족문제에 중앙집권-지방자치 문제인데 이정도면 한번 터지는 순간 기본이 대폭발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처음에 벨기에 망명정부 지지한 나나 브리소도 성치는 않을텐데, 무슨 수를 써도 벨기에가 평화로워야 런던이 안전해지는 영국만큼은 아닐걸.

솔직히 그때가면 진지하게 영국에서도 어떻게 이 가상국가를 분할해야 그나마 뒷감당이 쉬울까 고민하기 시작할거다.

우리 앙리가 실각했다면 보나마나 영국이 네덜란드계 밀어준 결과물일테니 쪼개긴 쉽겠네.

[허참]

"우리가 자유롭고, 평등할 수 있으려면 우선 연대해야만 합니다! 단결만이 살길입니다! 파리의 시민 동지들이 이번 전쟁에서 모범을 보였듯이, 장차 브뤼셀의 시민 동지 여러분들께서도 이 벨기카의 어린양들을 지키는 목자가 되어주십시오!!!"

우렁찬 함성, 그리고 박수갈채.

이날 브뤼셀의 시민들은 누구나 해방을 자축하며 해방자 로베스피에르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저 도버 해협 너머에서 주판이나 튕기고 있었던 런던을 칭송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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