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
필라델피아.
"···이제 진짜로 어쩔 겁니까."
뿌득.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이 북부 주를 대표하여 이를 갈았다.
"이미 프랑스에 양보란 양보는 다 받아놓고서 이제 와 영국에게 쪼르르 달려가 보기라도 할겁니까? 예?"
"해밀턴, 자네 너무 흥분했네."
"그럼 내가 흥분 안 하게 생겼나? 이제 정말로 루이지애나가 프랑스에 넘어가고 스페인과의 동맹이 재건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들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어허, 이 사람이 그래도."
부통령이자 같은 연방당원이기도 한 존 애덤스가 드물게도 제퍼슨에게 달려드는 게 아니라 제퍼슨에게 달려드는 해밀턴을 말리려 달려갔지만, 막상 의례적인 만류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야 그도 해밀턴이 당장 제퍼슨을 쏴 죽일 판이라 일단 인간적인 도의로서 말렸을 뿐 이성적으로는 해밀턴에게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었으니까.
아무렴 스페인과 프랑스가 이대로 동맹을 재건하면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당연히 가장 먼저 런던에서 눈이 까뒤집힐 것이고, 프랑스와 스페인은 주권국가 간의 정당한 절차에 개입하려는 영국에게 반발할 것이며, 미국은 그 사이에서 까다로운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프랑스에 막대한 선물을 안겨 받은 미국엔 처음부터 어느 쪽 편을 들것인가 하는 선택지가 없었다.
차라리 통상동맹조약이 온전할 때는 스페인령 루이지애나는 해당 사항이 없다던가, 아니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최대한 참전을 늦춰볼 수라도 있었지만 지금 같은 전개라면 런던에서 그냥 먼저 미국을 침공해버릴 것이다.
물론 필라델피아엔 되지도 않는 누명이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지만-반대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각국의 내부 사정을 배제한 채 철저하게 겉으로 보이는 전개만 봐서는 미국이 먼저 프랑스에 구애하고, 다시 이를 계기로 프랑스가 신대륙 재진출을 꿈꾸게 되었으며, 스페인과의 관계 회복으로 목표를 이루기 직전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독립 이후 영국의 위협에 시달리던 미국이 자국의 독립보장을 위하여 프랑스와 스페인을 북미에 끌어들였다는 식으로 곡해하여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이 프랑스를 북미대륙에 다시 끌어들인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미국은 통상동맹조약을 완화하면서 혼자 이번 문제에서 슬그머니 도망치려고 하고 있으니 비단 영국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와 스페인에도 미운털이 박힐 판이 되고야 말았다.
"국무장관이라는 놈이 공화국을 전쟁 위기에 빠트려!"
이러니 해밀턴으로서는 불같이 화를 내는 게 당연했고, 제퍼슨으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게 당연했다.
그놈의 통상동맹조약 완화만 없었어도 만에 하나 진짜로 전쟁에 휘말려 들더라도 프랑스와 스페인이 보호해줄 거라는 확신이라도 있었을 텐데.
스페인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방적인 양보와 프랑스와의 관계 재건을 골라버리면서 루이지애나 위기는 영불서 3개 열강이 연루된 초대형 전쟁 위기가 되어가고 있는데 지금 미국엔 유사시 즉각적인 참전을 약조한 군사동맹조차 없었다.
이 모든 안보 위기를 초래한 남부의 목화농장들을 배불리 먹일 관세동맹은 있는데 말이다.
"야이 망할 노예주의자야."
뚝.
결국 참다못한 해밀턴의 끈이 마침내 끊어지고야 말았다.
"해밀턴."
"천박한 수간꾼, 비열한 위선자, 이 더러운 백인종들의 수치야! 이러고도 노예제는 주정부들의 권리라는 소리가 나와?! 그 망할 놈의 동맹 완화 타령만 없었어도!!!"
"알렉산더 해밀턴! 이만 나가주게!!!"
독립전쟁 시절의 상관이자 미합중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이 그를 휴게실로 내쫓지 않았다면 끝내 해밀턴과 제퍼슨 둘 중 한 사람은 오늘 싸늘한 시체로 전락하고 말았으리라.
뒤이어 같은 연방당원으로서 존 애덤스가 해밀턴을 달래려 자리를 떠나고, 다시 제퍼슨을 쏴 죽여 버리겠다며 악을 쓰는 해밀턴을 달래기 위해 비서관들이 차례로 자리를 비우며 마침내 제퍼슨과 워싱턴, 두 사람만이 남았다.
"면목 없습니다, 폐하."
"그러게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래도."
워싱턴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매일 입에 달고 사는데도 오늘날 미국의 각료들은 곧잘 그를 왕정 시절 군주를 존대하는 호칭들로 부르곤 했다.
다들 대통령이라는 직함이 아직 낯설어서 저 카이저나 네덜란드의 총독처럼 선거로 선출된 임기제 군주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이었다.
"그래, 이 친구야. 그래서 이번 실수는 어떻게 만회할 생각인가?"
워싱턴이 장난스레 제퍼슨을 떠보았다.
물론 어조만 장난스러울 뿐, 이것이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걸 제퍼슨 자신도 모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제아무리 스페인이 누구도 예기치 못한 굴욕외교를 보여주는 등 불운에 불운이 겹쳤다고 하지만 제퍼슨에게 제 손으로 수습할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는 게 얼마나 관대한 처우인지도 말이다.
하지만.
"···우선 탈레랑 대사를 다시 한번 찾아가 보려 합니다."
제퍼슨이 무겁게 답했다.
오랜 친우의 심경을 짐작한 워싱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은 묘안이 없다는 이야기군."
"송구하옵니다."
"아니, 미안해할 필요 없네. 우리는 아직 미약하고 저들은 강대하니 그야 묘안이 있을 수가 있는가."
자고로 협상이라는 건 어느 정도 대등한 힘을 가진 입장에서나 성립하는 법.
프랑스와의 경제동맹으로 간신히 독립 이후 기나긴 경제난에서 빠져나올 실마리를 획득한 미국 같은 약소국이 이미 여러 차례 은혜를 입었던 열강의 문을 두드리는 걸 외교협상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차라리 애걸이나 구걸이라면 모를까.
"다만 그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보여주게."
그럼 선하신 조물주께서 반드시 그 성의에 보답해주시겠지.
국무장관은 차마 대통령 폐하의 관대한 처사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조아렸을 따름이었다.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친구의 풀죽은 모습에 내심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으나.
'동맹조약만 건드리지 않았더라도.'
내심 워싱턴 또한 마음 한편으로 그를 원망하는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던바.
결국 이날 워싱턴을 이렇다 할 배웅조차 없이 제퍼슨을 홀로 떠나보냈다.
차라리 프랑스에 휘둘리게 될지도 모른다던가, 미국 같은 약소국이 너무 한쪽에만 치우치는 외교를 펼치는 것도 좋지 않다든가 하는 식이었다면 모를까.
"하필이면 노예제였으니 원."
제아무리 천하의 워싱턴이라도 이래서야 도대체 무슨 수로 저 북부 주들의 분노를 달래라는 말인가.
하다못해 경제협력 확대 없이 통상동맹만 완화하는 조건이었다면 그냥 프랑스와 이만 손절하자는 이야기였으니 별다른 불만도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경제협력 확대와 동시에 통상동맹까지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조건이었다면 유럽에서 한창 국운을 떨치던 프랑스와 손잡자는 이야기가 되었을 테니 찬반이 갈릴지언정 이렇다 할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협력은 협력대로 받으면서 통상동맹은 완화해버린 와중에 오히려 안보적 협력이 절실한 위기가 터져버렸으니 졸지에 남부 주들의 이기심에 북부 주들만 독박 쓴 격이 되어버렸다.
일이 잘 풀렸다면 친불 노선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영불 양대 열강 사이에서 적절히 거리를 조절하여 실리외교를 이룩했다고 찬사를 받았을 테지만 영 일이 꼬이고 만 것이다.
'어찌하면 좋을까.'
이참에 프랑스의 노예 폐지정책에 합류할까?
독립전쟁을 치르는 와중 노예해방을 지지하게 된 조지 워싱턴 개인에겐 이는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었으나, 한편으로 연방을 분열시킬지도 모르는 대단히 위협적인 발상이었다.
아무렴 이제 와 노예제를 철폐하자고 연방정부에서 강요한다고 남부 주에서 고분고분히 따라줄 리가 없다는 건 누가 봐도 뻔하잖은가.
오히려 연방정부에서 강하게 나서면 나설수록 남부 주에서도 강하게 맞서려 들 것이고, 그럼 졸지에 똥물을 뒤집어쓴 북부 주는 연방정부에 더욱 강경한 정책을 주문하게 될 것이며,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연방해체 혹은 그에 준하는 내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노예제를 얼버무리자면 노예해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프랑스와의 동맹부터 재고해야 할 터.
"···으음."
결국 워싱턴은 선뜻 결론 내릴 수 없었다.
노예제는 분명 부도덕한 것이었으나, 동시에 오늘날 미합중국이라는 나라를 지탱하는 핵심요소이기도 했기에.
그 또한 한 사람의 노예주로서 조지 워싱턴은 차마 제퍼슨이 운이 나빴을지언정 이기적이었다고 비난할 순 없었다.
***
런던.
"저 바게트 놈들이 신대륙으로 돌아오기 전에 지금 당장 루이지애나를 무력 점거해야만 합니다."
해군장관의 폭언이었다.
사실상 선전포고조차 없이 프랑스와의 식민지 전쟁에 돌입하겠다는 수준의 초강경 발언이었으나, 누구 한 사람 그에게 발언 수위가 과하다고 지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한숨을 내뱉거나 미간에 주름을 잡으면서 저마다 새삼스레 이번 사안의 무게를 되새겼을 뿐.
그만큼 오늘날 루이지애나 위기가 런던 정가에 다가오는 위협이란 차마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미국과 프랑스만 짝짜꿍하고 끝났다면, 아니면 프랑스와 스페인만 서로 작당하고 끝났다면 그냥 의미심장한 정도로 끝났으련만 불미서 3개국이 한덩어리로 묶일 판이 되니 사타구니에 불이 붙어버린 것이다.
"지난 1763년 파리 조약은 패전국 프랑스가 북미대륙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데 이제 와서 루이지애나 반환이라니요.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맞습니다. 이미 프랑스는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과의 약조를 어겼습니다. 그렇다면 런던도 파리와의 약속을 더는 지킬 이유가 없지요!"
"더 볼 게 뭐 있습니까? 전쟁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미대륙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완벽히 거세해야만 합니다!"
"아예 이참에 13 식민지까지 수복해버리지요! 스페인이 또다시 프랑스의 우방으로서 움직이려 한다면 브리튼 열도까지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네덜란드에 중립을 강요해야만 합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이 13 식민지와 연계하는 가운데 네덜란드까지 런던을 배신하게 둘 순 없습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에서도 내로라하는 고명한 신사들이 저마다 언성을 드높이기만 할 뿐 누구 한 사람 평소 같은 냉철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웃 네덜란드가 은연중에 프랑스와 화친할 의향을 내비친 와중 이대로 스페인-프랑스 동맹이 부활하고 미국의 협조 속에 프랑스가 북미대륙에 재진출한다면 영국의 대서양 패권 자체가 시한부 상태나 다름없어질 테니까.
스페인이 누구도 예기치 못한 굴욕외교로 간단하게 프랑스와의 동맹 재건에 다가간 이상 어떻게든 이 최악의 외교 참사들이 한꺼번에 터지기 전에 하다못해 프랑스의 북미 재진출 시나리오를 치워버리건, 아니면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화해라는 전개를 치워버리건 둘 중 하나는 해치워야 했다.
그리고 이 중에서 그나마 가장 쉽고 빠른 시나리오는 루이지애나 점령이었고.
아무렴 네덜란드가 프랑스와 동맹하지야 않겠지만, 한창 영국과 프랑스-스페인이 힘겨루기를 벌이는 와중 4차 영란전쟁의 복수를 위하여 5차 영란전쟁을 준비한다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성 있지 않겠는가?
따지고 보면 이 또한 업보겠으나,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현 대서양에서 해양 패권을 겨루는 나라 중 영국과 동맹국은 포르투칼 단 한 나라뿐이었다.
갈수록 쇠락하고 열강 라인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네덜란드보다 100년 앞서서 퇴물로 전락한 약소국 말이다.
"루이지애나를 점거하는 건 좋습니다."
그때 윌리엄 피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럼 대륙은 어떻게 할 겁니까? 아직 프로이센도 오스트리아도 주력군 재건은커녕 배상금을 갚는 것조차 급급한 상황입니다. 이대로 프랑스가 루이지애나를 회복하기 위하여 신대륙에 달려가는 대신 유럽 패권 장악에 나서면 그때에는 어쩔 겁니까?"
"그건-."
해군 장관은 답하지 못했다.
그 밖의 각료들도 매한가지였다.
물론 지금 영국이 프랑스가 루이지애나를 차지하기 전에 먼저 점령한다면 프랑스의 북미진출을 저지하거나 최소한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은 어쩔 텐가?
당장 자국 식민령을 침략당한 스페인부터가 길길이 날뛸 것이고, 이웃 미국 또한 다음 차례는 그들이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영국에 맞서려 들 텐데.
결국 해전이야 영국의 압승일 것이고, 또 식민지 전쟁에서도 압도하지는 못할망정 패하지는 않겠지만 그 압도하질 못한다는 게 문제다.
일단 한번 개전하는 순간 조기 종전 따윈 기대도 해선 안 되는 지루하고 끔찍한 소모전이 예고되어있다는 이야기니까.
제아무리 영국이라도 신대륙에서 루이지애나를 두고 불미서 3개국과 전쟁을 치르는 와중 유럽대륙의 동맹국들이 피해를 복구하도록 도울 수는 없었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전쟁에 나서서라도 안보 위협을 근절해야지요. 지금껏 우리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이 늘 그래왔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개전엔 신중해져야만 합니다. 옛 현인의 말대로 개전할 때를 고르는 건 우리의 자유지만 우리가 제아무리 애걸해도 종전할 때를 고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시자는 말입니까?"
전쟁장관이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설마하니 파리의 루이지애나 수복을 그냥 방관하시자는···?"
"전쟁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잖습니까."
"아니 각하, 지금 그게 대체 반전론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입니까."
"그럼 뜻하신 대로 하십시오. 다만, 전 유럽이 폭군의 군홧발 아래에 짓이겨지고 난 다음 제 묘비에 전 이를 반대했다는 사실만 적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제 묘비엔 전 마지막까지 대서양을 지켜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노라 적어둬야겠군요."
쉴 틈 없는 책임 공방이었다.
하지만 소모적이고 지나치게 감정적인 언쟁이기도 했다.
결국 각자 최악의 가정만 늘어놓을 뿐 이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를 설득하려는 게 아니었으니 언쟁은 갈수록 열기를 더해갈 뿐 탈출로 따윈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을 서로를 탓하고, 힐난하며 소모적인 감정싸움이 이어졌을까.
"그럼 파리와 상의해보는 것 어떻습니까?"
불현듯, 외무장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차피 파리도 당장은 본격적인 식민 경영보단 해군 재건이 우선일 겁니다. 저들도 마드리드에서 여기까지 간단하게 루이지애나를 양보할 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을 테니 우발적인 사고에 가깝겠지요."
"그러니까 저들과 논의해보자는 말입니까?"
"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분명 합리적인 제안이었다.
피차 신대륙보단 유럽에 집중해야할 시기에 어떤 식으로건 영국령 북아메리카의 안전만 보장받을 수 만 있다면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오지 따윈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는게 나을 수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네덜란드와 미국을 이번 위기에서 배제할 수 있을테고.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래서 저 파리가 협상에 응해주겠습니까?"
그동안의 전적만 봐도 너희가 뭔데 남의 밥상에 참견질이냐고 욕지거리부터 날아올 것 같은데.
그러자 외무장관이 자신만만하게 답하기를.
"그럼 벨기카 때는 저들이 순순히 약속을 지킬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으음."
이러니 매파 각료들로서도 더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 누구도 이렇게 전개되리라고는 기대해본 적도 없었으나, 아무튼 결과적으로 저 로베스피에르 내각에 한번 속아 넘어가 준 덕분에 영국은 런던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으니까.
최종적으로 이날 회의는 일단 한번 교섭을 시도해보고, 안 먹히면 그때 루이지애나를 점령하건 그 밖에 군사적인 조치에 나서건 하자는 이성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런던은 파리와 마드리드에 항구적인 노예무역 폐지를 위한 삼자 회담을 공식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