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7화 (87/154)

정치 이야기

수상관저.

"코시치우슈코라···."

라파예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라고 해야겠군. 제 발로 가시밭길로 돌격하다니 과연 그 친구다워."

"그래서 원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폴란드군이 러시아를 무찌를 수 있을까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그 친구도 나와 함께 신대륙의 자유를 위하여 싸운 전우이긴 하지만 부대 지휘관이라기보다는 공병장교였거든. 물론 의기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겠지만 총사령관으로서의 재주는 글쎄, 미지수라고 봐야겠지."

아하.

[요컨대 방어에는 능해도 공격에는 미지수라는 말인가.]

라파예트의 인물평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말이야.

뭐, 그 코시치우슈코라는 사람이 전혀 예상치 못한 각성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정말로 예외적인 경우일 거고.

국가 대전략을 의논하는 자리에서 고려해봄 직한 전개는 아니다.

당장은 요새와 진지구축에 능한 수성 장군이라니 러시아도 그리 손쉽게 코시치우슈코의 봉기를 진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도면 충분하겠지.

"모쪼록, 유제프 장군을 제게 데려와 주시겠습니까?"

"기꺼이 그러지."

모처럼 라파예트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의 전우를 돕기 위한 일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전략 나폴레옹이 부각되면서 그만큼 오만방자함을 자제하게 된 건가.

어느 쪽이건 나는 물론이고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나쁜 일은 아니었다.

털썩.

"저를 폴란드로 보내주십시오."

그리고 라파예트의 부름을 받아 수상관저에 들어섬과 동시에 유제프는 내게 무릎을 꿇으며 애걸하기 시작했다.

뭐,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말이야.

"너무 갑작스럽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아직 각하께 받은 은혜를 다 갚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조국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제발···!"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여기서 유제프와 자유 폴란드군을 보내줬다간 우리 프랑스의 간접참전으로 해석될 거다.

그럼 이제 런던과 화해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또 친불파VS반불파 대리전으로 확대되겠지.

그러니 설령 자유 폴란드군을 보내주더라도 런던이나 다른 반불파 국가들이 러시아를 돕기 시작한 다음이 되어야만 한다.

"대신에 유제프 경께 두 가지 선택지를 제안해드리겠습니다."

"···기꺼이 경청하겠습니다. 어떤 선택지입니까?"

"하나는 정식으로 프랑스 주재 크라쿠프 연락관으로 부임하는 것."

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는 것 자체가 크라쿠프 혁명정부를 단순한 반란군이 아닌 교섭단체로 인정하겠다는 이야기니 저들에겐 엄청난 힘이 되어줄 거다.

물론 그만큼 런던이나 다른 베를린, 빈의 분노를 살 위험도 크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두 번째는.

"라인란트 방면군의 참모장으로 부임하는 것."

흔들리는 유제프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선택은 유제프 경께 맡기겠습니다."

[이리 같은 놈.]

그래, 나 볼셰비키 라이칸슬로프다.

아우우-.

하여튼 유제프와 자유 폴란드군에게는 어느 쪽이고 나쁜 선택지는 아닐 거다.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면 이제 공식적으로 파리에서 크라쿠프 혁명정부를 옹호하며 그들의 이권을 대변할 수 있고, 후자라면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할 수 있다.

물론 유제프가 부임하지 않더라도 라인란트 방면군을 크게 증강하여 혹시나 프로이센이나 오스트리아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붙잡아둘 작정이긴 하지만, 나폴레옹 다음으로는 폴란드인 장군이 주둔해버리는 게 가장 강력한 메시지잖아?

나중에 해방된 폴란드에 귀국한 다음에 떳떳하게 내세울 경력이 생기는 거고,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연락관으로 하겠습니다."

유제프의 선택지는 전자였다.

흠, 군인이라면 당연히 후자일 거라 생각했더니 의외구만.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이유, 이유라-."

유제프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하길.

"민간인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자신이 없습니다."

애써 억누르는 듯 위태로운 목소리였다.

"물론 무고한 사람들이지요. 당연히 부하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엄하게 꾸짖고 달래야 할 겁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파리에 남겠습니다."

어···.

[이건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지?]

그래, 이렇게까지 올곧은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오스트리아와 베를린을 압박할 생각만 하느라 자유 폴란드군과 민간인들 사이에 불화가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건 까마득히 잊고 있었고.

"좋습니다."

너무 숲만 보느라 나무를 놓치고 있었구나.

이건 반성해야지.

"그럼 앞으로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건 말씀해주십시오. 외무위원회와 상의하여 가능한 범주 내에서라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이렇게 은혜만 받아서야 제가 죽더라도 절반이나마 보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죽다니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오래오래 사셔야 빚을 갚는 거지, 덜컥 죽어서야 남겨진 사람들은 어쩌란 말입니까."

"하기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늙어 죽는 그날까지 각하께 진 은혜를 갚으며 살아가겠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쫌.

너무 과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심 마음 한편으로 어딘가 풀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라파예트에 나폴레옹에 뒤무리에까지 온갖 카이사르 지망생들만 보다가 이렇게 구겨진 구석 없이 올곧은 군인을 보니까 심신이 정화되는구나.

왜 내게는 유제프 같은 장군이 하나도 없을꼬!

[뭐, 원래 끼리끼리 모이는 것 아니겠나.]

입 닥쳐, 막시밀리앙.

"그럼 당분간은 관망, 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되겠나?"

하여튼 유제프가 돌아가고 나니 다시 라파예트가 입을 열었다.

"예. 우선 빈과 베를린이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방향으로 논의해보려 합니다."

"런던도 한동안은 조용할 테니 때아닌 휴가철이겠군."

"뭐, 군인들에게는 그렇겠지요."

오히려 정치인들에게는 앞으로가 가장 바쁜 시기가 될 거다.

왕정 폐지 국민투표도 투표인데 혁명 초기에 라파예트와 시에예스가 규정한 의원 임기가 고작 2년이라서 또 선거철이 돌아왔거든.

그렇다고 상원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단원제인데 총선을 1년 주기로 나눠서 치르는 것도 아닌지라 2년마다 글자 그대로 모든 의석이 물갈이 되게 설계되어있다.

제아무리 이제 막 의회 민주주의 실험에 나선 18세기 말이라지만 이건 뭐 대놓고 입법독재 or 무정부적 혼란기 중에서 선택하라는 것도 아니고.

이게 일부러 의도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나름대로는 민의를 재깍재깍 반영하기 위해서 이랬다는 게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렇게 불만이면 진작 고치지 그랬나?]

설마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지?

저번 의회에 보편선거제 개헌할 때 이야기를 꺼냈으면 그냥 부결되었을 것이고, 이번 의회는 너무 소아적 모험병자들만 가득해서 개헌 논의를 꺼내는 것 자체가 공포정치로 직행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이번 의회는 다르겠지.

일단 시기적으로 국민투표가 6월, 총선이 9월로 사실상 연달아 치르게 된 게 크다.

대외적으론 왕정 폐지 이후 바로 최초의 공화국 총선을 치르는 정치적인 상징을 위해서라고 핑계를 댔지만, 실제로는 왕당파들의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총선을 치름으로써 이들의 분노가 법통파 선출이라는 건전한 방향으로 해소되도록 유도한 거다.

아무렴 지금껏 봐온 프로방스 백작이라는 여우가 보여준 행보를 생각하면 이 정도야 땅 짚고 헤엄 치기겠지.

자, 그럼 이제 원내 우파는 문제없고 우리 급진당을 부각할 소아병적 좌파를 끌어와야 하는데···.

[지금 에베르한테 야당 지도자를 맡기겠다고?]

···그래, 그게 문제다.

그렇다고 자크 루 동지를 이제 와서 내쫓을 수도 없고.

암만 모험주의 좌파, 실용주의 여당, 공상주의 우파가 혁명 공화국으로서 이상적인 정치구도라지만 너무 죽여라 죽여라 타령하는 놈들이 좌파 포지션인 건···쓰읍.

차라리 나폴레옹에게 원내 좌파 역할 해달라고 부탁해볼까?

[하다 하다 빨갱이 카이사르라니···.]

난 진지한디?

"모쪼록, 적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뭐, 아무튼 어쨌거나 저쨌거나 당분간은 내실을 다질 때다.

그러니까 그동안 그렇게 외부를 조용히 만드느라 종횡무진으로 활약해왔잖은가.

제아무리 우리가 듀얼코어라도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신경 쓰다간 과로로 쓰러져버릴 테니까.

"외부가 되었건, 내부가 되었건 말입니다."

"···누굴 파수꾼인 줄 아는 건가?"

그제야 라파예트도 대강의 전개를 짐작했는지 아연실색했다.

뭐, 한때는 본인도 원내에서 라파예트파를 이끌던 정치지도자였으니 이런 정치 이야기에 한 숟가락 거들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는데.

"에헤이, 그렇게 말씀하면 섭섭합니다. 그럼 제가 원수님 말고 달리 누굴 믿는단 말입니까?"

그치만 당신 의회랑 기싸움 했잖아.

당신 파벌 사람들도 내가 다 흡수했는데 이제와서 어딜 넘봐?

뭐 씹은 듯한 얼굴의 라파예트를 향해 보란 듯이 상큼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

파리의 으슥한 뒷골목.

"로베스피에르, 저놈은 독재 권력을 도둑질하여 제 자기만족을 위하여 남용하고 있는 추잡한 위선자이고 혁명의 배신자요!"

"""옳소!"""

자크 르네 에베르는 언제나처럼 그의 지지자들과 함께 로베스피에르 내각을 성토하고 있었다.

"우리의 혁명은 가지지 못한 절대다수를 위한 것이었소! 지난 선거에서 가지지 못한 자들이 기꺼이 우리 급진당을 선출했던 건 가진 자들이 도둑질한 재산을 빼앗아 가지지 못한 자들의 배를 채워주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소! 한데, 저 독재관이란 놈은 어떠했소?"

에베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쟁에서 승리하여 영토를 넓혔고, 노예제를 폐지했지. 하지만 그게 도대체 우리 굶주린 자들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당장에 그 독재 권력으로 부자들의 재산을 모조리 압류하여 공정히 재분배했어도 모자랄 판에 지난 2년간 엉뚱한 짓거리로 제 명예욕만 채우고 있었지!

결국 저놈은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소.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말이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저 더러운 부르주아지들과 야합하려 들고 있으니, 이것이 곧 저놈을 단두대로 보내야 하는 까닭이오!"

"더러운 부르주아지 로베스피에르를 죽여라!"

"혁명의 적에게 죽음을!"

합당한 지적이었다.

허나 광기 어린 집회였다.

오늘 에베르의 선동에 열광하여 환호하는 지지자 중 막상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다만 현 정부를 비난하니까, 모처럼 단두대에서 피가 흐르게 만들자고 하니까 좋다고 하고 있었을 뿐.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가톨릭교회가 싫다.

부자들도 싫다.

타협이니 협치니 하는 낯간지러운 입바른 소리 따윈 딱 질색이다.

다만, 살육과 약탈을 원했다.

혁명의 적들을 남김없이 단두대로 끌고 가 가진 재산을 모조리 빼앗고 목숨마저 빼앗을 대혁명극을.

그렇게 빼앗은 재산으로 새 옷을 차려입고 죽은 자들의 집에서 적들의 피와 살로 목을 축이며 마음껏 바스티유 이래로 파리 시민들이 손수 쟁취한 권리를 누리고 싶었다.

때문에, 소위 로베스피에르 내각에서 말하는 정상화라느니 치안 회복이라느니 하는 정책들도 이들에겐 딱 질색이었다.

아무렴 혁명의 적들을 죽이고 재산을 빼앗을 권리는 바스티유 이래로 그들 상퀼로트가 쟁취한 신성한 권리가 아니었던가.

누가 혁명의 적일지 지목하는 것도, 어떤 처벌을 내릴 것인지 정하는 것도 응당 상퀼로트의 전유물이어야 하거늘.

어찌 감히 정부 권력 따위가 민중의 신성한 권리를 도둑질하려 하는가?

"다가오는 선거에서 우리의 분노를 보여줍시다!"

에베르가 부르짖었다.

사실상의 탈당을 암시하는 발언이었으나, 막상 후회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그야 자신이 있었으니까.

지난날에 비하여 지지세는 볼품없어졌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에베르의 지지자들은 더욱 조직화하고 광신적으로 변모하며 주류 급진당으로부터 괴리된 그들만의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그럼 원내 1당은 무리더라도 당당히 원내에 입성하여 또 다음 선거를 기약해봄 직하지 않겠는가?

에베르 또한 제게 한 나라를 이끌 재주가 없다는 걸 모르진 않았다.

아무렴 남을 중상모략하고, 또 이를 통해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에 탁월한 그가 정점에 오르는 순간 더는 비난하고 헐뜯을 이가 아무도 남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폴레옹을 끌어들이고자 했고, 그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망설이고 있는 이상 차라리 분당하여 야당으로서 여당을 맹비난하는 게 지금의 계획이었다.

다시 말해 무조건적인 비판과 반대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끌어보려던 것인데.

"우리와의 약속을 배신한 저 추잡한 혁명의 적들에게 응당 우리의 혁명이 나아갔어야 할 정도를 보여줍시다!"

"존경하는 의원님."

번쩍.

그 순간, 에베르의 성토 연설을 가만히 듣고 있던 사내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혹시 제게 발언권을 허락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발언권?"

"예. 의원님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짧게나마 찬조 연설을 하고 싶습니다."

참으로 무례하고, 곤혹스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그동안 에베르는 뒷골목을 전전하면서 기초적인 교육은커녕 평생 허드렛일이나 하던 주정뱅이들이 주정뱅이 친구들과 논의하며 축적한 개똥철학을 제 정치철학이랍시고 내거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기에.

"좋소. 어디 한번 들어나 봅시다."

에베르는 순순히 사내에게 발언권을 양보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얼핏 보기에도 다부진 어깨와 기성품은커녕 남이 입던 옷을 빌려 입은 듯 구질구질한 행색이 그가 지금껏 에베르가 수없이 봐온 주정뱅이 중 하나일 거라는 확신을 줬던 것이다.

그럼 생각보다 그럴듯한 이야기가 나오면 추켜세워주는 척하면서 가로채면 되고, 늘 봐왔듯이 되지도 않는 개똥철학이라면 그냥 공연히 망신을 주면서 내쫓으면 그만이었다.

어느 쪽이건 즐거울 것이라며 에베르가 팔짱을 끼던 찰나.

"친애하는 인민 동지 여러분."

연단에 선 사내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민주주의란 무엇입니까?"

아무도 답하는 자가 없자 사내는 더욱더 크게 외쳤다.

"민주주의란 넉넉히 소유한 자들이 넉넉지 못한 자들의 결핍을 채워주는 의무입니다."

···잠깐.

이거 낌새가 이상한데.

"이봐, 잠깐."

"고로, 저는 작금의 프랑스를-앞으로 건국될 새로운 프랑스 공화국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에베르가 서둘러 달려가 만류하려 해봤지만 이미 사내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더는 무엇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저 부르주아지는 자유를 말합니다. 저 로베스피에르 정권은 연대를 말합니다. 누구도 평등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계급의 평등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산도, 직업도, 정치적 발언권도 아닌 오롯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평가받을 권리를-자연상태 그대로의 평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내가 확신에 가득 차 단언했다.

"오늘 우리가 분노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프랑스가 평등하지 않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고작 보통 선거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프랑스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이가 가장 위대한 이와 평등한 권리와 대우를 가지게 될 때 비로소 우리의 혁명은 마무리될 것입니다!

평등! 우리 모두 평등을 쟁취하러 갑시다! 본디 우리의 것이어야 했을 권리를! 잊혀버리고 만 구호를! 자유보다도 먼저, 연대보다도 먼저! 평등의 이름을 애타게 불러봅시다!!!"

"""평등 만세! 평등 만세! 평등 만만세!!!"""

사방에서 우렁찬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에베르는 사내에게-프랑수아노엘 바뵈프에게 섣불리 발언권을 양보해서는 안 되었다며 후회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얼마 뒤, 에베르와 그의 지지자들은 언제부터인가 「평등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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