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3화 (93/154)

십자가 서사

생 니꼴라 교회.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오늘 자리에 모인 급진당 원내 지도부를 돌아보며 선언했다.

"저는 장차 2년간 자숙기간에 들어갈 것이며, 인수인계를 제외한 어떠한 정치활동에도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이 친구가 또 염병하고 있군."

어허, 카미유! 그럼 못써!

언제나 바르고 곱던 카미유마저 이렇게 험상궂어지다니 흑흑!

내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키운 적도 없잖은가.]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 어떤 구상이었는지야 알겠네. 솔직히 자기 모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자네가 평소 독재 권력이나 독재관이라는 지위를 혐오하고 있었다는 거야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

하아-.

당통이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당장 총선을 석 달 앞둔 와중에 꼭 이랬어야만 했나? 자네가 빠지면 우리 당원들은 어쩌라고."

"그야 당연히 이 로베스피에르의 이름을 열심히 팔면 되는 거지."

겉으로 보이는 이번 사건의 전말은 내가 독단적으로 폭동을 해결하기 위하여 아비뇽으로 향했고, 이를 두고 파리와 원내에서 갈등이 빚어졌으며, 국민투표 와중 반대파 야권과 당내 반란표에 밀려서 실각했다-가 끝이다.

이럼 「로베스피에르의 행동이 적절했는가?」가 아니라 「로베스피에르의 실각은 정당했는가?」에 초점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시기상 필연적으로 「왕정 폐지는 정당했는가?」와 결합하겠지.

이번 인민재판과 왕정 폐지를 주도한 평등파는 당연히 두 가지 모두 정당했다고 답할 거고, 내 지지자들은 로베스피에르의 실각은 부당했다고 답할 것이며, 왕당파는 왕정 폐지는 부당했다고 답할 거다.

그리고 각자의 우상을 경쟁하듯이 반대파에 희생된 안타까운 피해자로 미화하기 시작하겠지.

고로, 나는 이번 총선에 나서지 않을 거다.

법통파에서 선하신 소년왕 루이 17세를 팔 때 혁명을 구하고서도 배은망덕한 배신자들과 반대파에게 내쫓긴 거룩한 로베스피에르라는 이미지야말로 이번 총선에서 급진당-.

개중에서도 당통을 비롯하여 이번 인민재판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당내 온건파에게 막대한 정치적 혜택을 제공할 테니까.

"당통, 나의 친애하는 맹우여. 내 기대하고 있겠네. 자네가 얼마나 나를 각별히 생각하고 있었을지, 또 얼마나 이번 일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을지 알게 될 날을 고대하고 있지."

"미친놈."

어허, 착한 말.

자꾸 그렇게 나쁜 말 쓰면 나쁜 어린이에요!

"곧 죽어도 다다음 총선까지는 정계에 복귀하겠다는 야욕이 아주 뚝뚝 묻어나고 있군. 잘 알겠네. 그럼 난 자네가 자숙하는 동안 원내 당 대표자로서 철저히 자네의 공백을 메워주지."

당통이 진저리가 난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내게 놀아났다는 기분이야 알겠지만 글쎄 그게 과연 될까 몰라.

당장 다가올 총선에서 이기려면 당통을 비롯한 당내 온건파들은 죽자 살자 이번 사건에서의 결백과 로베스피에르 지지자임을 간증하고 다녀야 할 텐데.

물론 잠시 쉬는 동안 내 생각보다 당통이 능숙하게 초대 의회를 이끌면서 내가 나설 여지를 없애버릴 수도 있겠지만-솔직히 그게 가능할까 싶다.

이번 총선부터는 프로방스 백작이 이끄는 법통파가 원내에 진출할 테니까.

솔직히 내가 아니라 에베르가 뒤늦게 참회하면서 급진당에 돌아오겠다고 해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걸.

그동안 내가 독박 쓰고 있던 일감들, 그리고 초대 공화국 국가지도자로서 떠맡게 될 일거리들 생각하면 도중에 못 하겠다고 당통이 사임해버려도 넌 할 만큼 했다고 박수쳐줄 생각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만만하군.]

뭐가?

[자네 말일세. 당통도 지방분권에 반대하면 반대했지, 동조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일말의 불안감 정도는 당연히 남아있을 줄 알았네만.]

그거야 당통이 아니라 프로방스 백작을 믿어봐야지.

아무튼 이로써 파리는 내 지지자들과 반대자들로 두 쪽이 난 반면 지방은 왕정 폐지 반대로 대동단결했다.

당장 국민투표 당일에 보나 마나 파리에서 지방표는 수리도 안 해줄 거라며 교외에서 수십만에 달하는 왕당파 집회가 열리는 판국이었는데 왕정 폐지가 공식적으로 선언된 지금은 어떨까.

보나 마나 다 같이 이건 부정선거라며 악을 쓰고 있을 거다.

파리의 인구가 프랑스 절반 수준인 것도 아니고 모든 프랑스 성인 남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는데 왕정 폐지 여론이 과반수 이상이라는 게 말이나 되냐고 항소 중일 거고, 또 실제로도 파리에서 부정선거 한 게 맞으니까 할 말도 없다.

그럼 이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선하신 소년왕 루이 17세를 위하여 지방의 대반격이 시작되겠지.

그 선봉에 법통파를 내세운 프로방스 백작이 있을 것이고, 농민들의 분노를 등에 업고 파리와 맞서 싸워야 할 법통파는 필연적으로 파리 중심의 중앙집권보다는 지방분권에 호의적 일 수밖에 없다.

연방제란 결국 보다 현대적인 형태로 개선된 봉건제니까.

그럼 이제 정명제와 반명제가 등장했으니 남은 건 합명제 뿐.

당통이 이끄는 게 명색이 온건파고, 나 또한 공직에서 물러났을 뿐 여전히 급진당원으로서 당원명부에 이름을 올린 이상 과도한 유혈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율하는 정도야 쉽다.

프로방스 백작이 나폴레옹이 버티고 있는 파리에 칼로서 도전하지는 않을 테니까.

반대로 로베스피에르 지지자와 반대자로 두 쪽이 난 파리로서는 이미 내가 한차례 아비뇽에서 대화를 시도했던 지방의 반대 세력을 유혈진압 하기 굉장히 부담스러워질 거고.

[그래도 기어이 당통이 법통파를 힘으로 짓이기려 든다면-.]

평등파 좋은 일 해주는 거지.

당장 프로방스 백작이 법통파를 이어받는 즉시 모조리 저 반동들을 죽여없애야 한다고 악을 쓰기 시작할 텐데 당통이 강경 진압을 지지한다면 바뵈프와 함께 가겠다는 이야기밖에는 안 된다.

그런데 저 반드시 부패하는 자가 퍽이나 그러겠다.

저렇게 돈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친구가 사유재산 철폐와 무 화폐경제를 주장하는 바뵈프와 협치한다고?

차라리 바뵈프에게 힘을 실어주기 싫어서 프로방스 백작이랑 짝짜꿍했으면 했지.

[···하기야, 당통과 빨갱이 사이에는 백만 광년쯤 거리가 있군.]

얼씨구, 이제는 광년을 알아?

우리 집주인도 다 컸네.

"아무튼,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야 반성했다는 시늉이라도 낼 수 있을 테니까.

십자가에 못 박힌 혁명의 조타수라는 희생 서사도 그만큼 강렬해질 거고.

적어도 앞으로 2년간은 민선에 출마하기보단 민간인으로서 활동해볼 작정이다.

이렇게 한숨 돌려야 우리 집주인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것 아냐.

[야, 박민혁!!!]

그러면 또 출마할까?

한창 뒤플레 아가씨 배부르고 아장아장 시끄러울 때 수상관저에서 일하느라 코빼기도 안 보이면 거참 아가씨가 좋아하겠네.

[···커흠!]

옳지, 우리 새신랑 착하다.

우쭈쭈.

"그럼 뒷일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대외활동을 중단할 생각까지는 없으니까 혹시 제 도움이 꼭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건 불러주십시오."

"···내 이런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아-.

자크 루 동지가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동지는 내가 본 중 최고의 마키아벨리주의자야."

"칭찬 감사합니다."

아, 루소가 인정한 공화주의자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훌륭히 계승한 후계자라는데 칭찬 맞지.

안 그래?

[어, 안 그래.]

입 닥쳐, 막시밀리앙.

"치사한 것도 정도가 있지 혼자서 독재 권력은 다 누려놓고서 제 손으로 금기로 만들어놓고 내빼는 건 뭔."

이건 카미유의 투정.

"자네 혹시 전생에 여우나 이리였던 건 아닌가?"

마라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여우나 이리라니. 그게 무슨 섭섭한 소리인가. 이건 최소 메피스토펠레스지."

당통의 조소.

그리고 나는 뻔뻔스레 답했다.

"그래서 도대체 내가 어떤 사익을 추구했다는 말입니까?"

""""·········."""

아무도 대꾸 못하죠?

암튼 나는 내 부귀영화나 영달이 아니라 혁명을 위해서 희생하고 봉사했죠?

에베벱.

[몇 번이고 말하지만, 자네가 사라진 건-.]

개막장유사국가 혁명 프랑스의 홍복이지.

안 그래?

[········.]

***

방데.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로베스피에르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는 조간신문을 읽으며 프로방스 백작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물론 국민투표 결과 왕정 폐지가 선포되는 즉시 부정선거와 십자가에 못 박힌 루이 17세 희생 서사를 주장하기 위하여 일찌감치 방데에 내려가 있던 프로방스 백작이 누굴 비웃을 입장은 아니었으나-.

이번만큼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다는 말인가.

저 혼자 권력의 단꿀은 다 누려놓고서 남들은 누리지도 못하게 선을 그어놓고서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려버리다니.

이 정도면 뻔뻔함이나 이중잣대-전문용어로 내로남불에 있어서 만큼은 지옥의 대악마들조차 감히 대적할 수 없지 않을까, 하고 프로방스 백작은 자신했다.

아무렴 권모술수에도 정도가 있는 거지 이놈의 낯짝은 무슨 드래곤 등가죽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건 자기 객관화가 전혀 안 되어 가능한 건지, 아니면 너무 자기 객관화가 잘되어서 본인이 아닌 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원.

"저, 전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 로베스피에르가 물러났다니요!"

"도대체 지금 파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폐하께서는 무사하신 거겠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야 잘된 일이었다.

보나 마나 저놈도 여기까지 예상한 거겠지만, 그렇다고 감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차라리 경계했으면 경계했지.

'저 로베스피에르라는 놈은 이기기 위해서라면 제 체면이고 가족이고 내다 버릴 수 있는 미치광이다.'

내심 제 머릿속의 경계 우선순위를 나폴레옹보다도 훌쩍 높은 곳까지 끌어올리며 프로방스 백작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농민들을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떠올렸다.

"조금도 놀랄 필요 없네."

"하, 하오나 전하···!"

"로베스피에르 수상은 본디 우리 법통파였잖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역도들을 견제하고, 억눌렀으나 끝내는 왕실을 지키지 못하였으니 왕국의 재상이라면 응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거지."

뻔뻔한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독재라는 죄를 지고 십자가에 못 박힌 전직 독재관보다 뻔뻔하지는 않으리라.

"다들 내가 왜 이 자리에 와있을지 생각해보게. 물론 누군가는 폐하를 위하여 후일을 도모하여야겠지. 하지만 누군가는 폐하의 곁에 남아서 그분을 마지막까지 지키고, 왕실을 위하여 충정을 다하여야 하지 않겠나?"

"그, 그렇다면 설마···!"

꿀꺽.

입을 다물지 못하는 방데의 농민들을 향해 프로방스 백작은 슬프다는 듯이 덧붙였다.

"그렇다네. 그 또한 진실로서 법통파였던게지."

"그럴 수가···!"

사방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간의 모든 모순 또한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왜 왕당파도 아닌 놈이 법통파 행세를 하고 다녔는가?

사실은 누구보다 죄없는 소년왕을 보호하기 위하여 애쓰던 어둠의 충신이었기 때문이다.

왜 계몽주의자가 가톨릭 교회와 어울리고 다녔는가?

그가 꿈꾸었던 건 말기의 모순과 타락상을 바로잡는 것이지 전통적인 프랑스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파리의 원망을 들어가며 아비뇽에 몸소 행차하여 그들과 교섭하고자 하였는가?

내심 누구보다 저들을 동정하고, 또한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파리의 폭동에 동참한 혁명가라는 사실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 없네."

프로방스 백작이 농민들을 찬찬히 돌아보며 언성을 드높였다.

"하지만, 그렇다면 자네들은 어떤가? 지금 우리가 꿈꾸는 이상이 낡고 해진 구체제인가? 그동안 우리가 탐관오리와 귀족들을 벌준 건 혁명이 아니라는 말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혁명이라는 건 그 자체로서는 급진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가치중립적인 현상에 불과하니까.

비록 저 파리의 폭도들이 꿈꾸는 이상과 사뭇 다를지언정 이 병든 나라를 뜯어고치고, 모순을 해결하고자 급진적인 변화에 나섰던 그들 방데의 농민 또한 혁명을 꿈꾸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고로.

"왕국의 마지막 재상을 위하여 경의를 표하세나."

프로방스 백작이 묵념을 취하듯 고개를 떨궜다.

"마지막까지 우리의 양지바른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하여 헌신했던 진정한 프랑스인을 위하여 함께 애도하세나. 그 모든 악업과 불경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저 파리에서 우리를 돕고자 하였던 유일무이한 농민과 교회의 보호자였으니."

그러자 방데의 농민들 또한 일제히 고개를 떨구며 묵념을 올렸다.

만일 당사자가 보았다면 누가 죽기라도 했냐며,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며 황당해할 모습이었으나-프로방스 백작은 개의치 않았다.

그의 행적에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황당해한 건 피차 마찬가지였으니까.

아무튼 결과적으로 로베스피에르는 왕국의 재상으로서 소년왕 루이 17세를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물러난 걸로 포장하기 딱 좋게 되었고, 당장 다가올 총선을 생각하면 괜히 대립각을 세우기보단 로베스피에르의 인기에 편승하는 게 쉽다.

아무렴 이번 국민투표에서처럼 파리에서 술수를 부려서 지방표를 모조리 무효표로 만들던가 아니면 법통파 후보가 과반수를 차지하고서도 파리에서 고른 후보만 당선 처리할 수도 있잖은가.

그리고 파리에서는 이를 왕정복고를 도모하는 반동분자를 걸러낸 거라며 정당화하겠지.

하지만 그가 소년왕과 로베스피에르를 나란히 십자가에 매달아서 파리 시내의 로베스피에르 지지자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인다면?

설령 혁명정부에서 법통파 후보들을 모조리 무효 내지는 탈락시키려고 해도 로베스피에르 지지자들이 기를 쓰고 막아줄 것이다.

아무렴 지방의 법통파 후보들이 낙선할수록 그 빈자리를 로베스피에르 반대파들이 채우게 될 테니까.

'뭐어, 자네도 법통파 타령하면서 두고두고 우릴 이용해 먹었으니 이 정도면 상부상조 아니겠나?'

"친애하는 거룩한 천년왕국의 형제자매들이여."

간단히 자신의 거짓말을 정당화한 프로방스 백작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나는 오늘 자비로우신 성모의 사랑과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희생을 되새기며 이 자리에서 성심(聖心)당의 창당을 선언하는 바이네."

성심당(Cor Sanctissimum)이라.

하느님의 충실한 여종으로서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에 이바지하신 성모의 사랑과 누구보다 인류 구원을 위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당명으로 내세우다니.

이 얼마나 거룩하고 경건하다는 말인가.

방데의 농민들은 누구나 프로방스 백작의 명명에 흡족해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 우리만으로는 파리와 싸워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네. 저 무적의 나폴레옹이 지키는 폭도들과 총칼로 맞부딪힌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겠지."

하지만.

프로방스 백작이 부르짖었다.

"이 부조리함에 분개하는 게 어찌 우리뿐이겠는가? 우리는 누구나 전지전능하신 조물주의 피조물이오, 그분의 어린양일진대. 두 분이 그리하셨듯이 사랑으로서 우리가 먼저 다가가면 그 누가 감히 칼로써 성심을 찌르려 하겠는가!"

"맞습니다!"

"저 살육밖에 모르는 파리의 바르바로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줍시다!"

"친애하는 형제자매들이여, 숫자야말로 우리 성심당의 힘일세! 우리의 대의야말로, 우리의 대의에 공감하는 전 프랑스의 형제자매들이야말로 파리의 압제에 맞설 유일무이한 힘이네! 다가올 총선에서 우리의 숫자를! 분노를 보여주세나!!!"

곧 사방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9살이라는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미처 뜻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끌려 내려오신 소년왕을 위하여.

저 계몽주의의 이름으로 잊히고 훼손되려 하는 전통과 도덕을 위하여.

그리고-소년왕과 왕국을 위하여 마지막까지 저항한 충신을 위하여.

방데의 농민들은 소리높여 성심당의 창당을 축복하고, 축하했다.

작가의 말

방데전쟁 당시 방데 봉기군의 상징이었던 성심(聖心)입니다. 성심당할 때 그 성심 맞습니다.

이 성심은 오늘날 방데 주의 깃발과 문장에도 들어갔을만큼 방데 지방에겐 중요한 상징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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