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6화 (106/154)

공화국 감성

마르세유시.

"푸흡, 푸흐흡···."

조간신문-이라고 하기에도 다소 민망한 찌라시를 읽던 앙드레 마세나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기 시작했다.

차마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멍청한 웃음을 터트릴 수 없다는 마지막 권위 의식의 발로였다.

하지만 이미 부관들은 그래봤자라는 듯이 팔짱을 낀 채 득의양양하게 대장의 최후를 기다리고만 있었으니-.

"푸하핫-! 야야, 뭐 이리 애절하냐?! 숙녀용 연애소설도 이러진 않겠다! 이거 진짜 믿을 수 있는 찌라시야?"

"에이, 믿을 걸 믿어야지. 본인입으로 찌라시라고 했으면 그냥 웃고 즐겼으면 되는 거지 뭘 쩨쩨하게 그런 거까지 따져요?"

"야 임마! 이것도 꼴에 신문이라는데 한번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고 진짜면 로미오와 줄리엣 저리 가라는 애절한 비극이잖냐!"

"그거야···."

확실히 그렇긴 하지.

마세나의 부관들은 짠 듯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그 찌라시에 실린 내용만 보자면 마리 테레즈 공주는 이제 갓 사춘기가 왔을 나이에 가족들을 구하기 위하여 몸 바친 열녀요, 끝내는 자신의 가문을 파멸시킨 남자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비련의 여주인공이었으니.

물론 그 공개토론회 나온 이래로 나온 찌라시가 한둘이 아니오, 저마다 각기 다른 내용의 서사와 줄거리 탓에 신뢰도라고는 쥐뿔도 없었으나 정략적인 목적의 첫 만남과 진정한 사랑을 애증하게 되는 결말 이 두 가지가 바뀐 적은 없었다.

오히려 이 이야기의 남주인공 로베스피에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뚝뚝하기만 한 목석에서 의도치 않은 상냥함으로 공주의 마음을 녹인 명예로운 기사.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공주를 유혹해 파멸로 이끈 카사노바 2세까지 해당 찌라시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서 저마다 달라지고 있는데 말이다.

다시 말해 로베스피에르는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어떤 모습일까, 에 대한 해석이야 사람마다 판본별로 달라져도 공주만큼은 가족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자 누구보다 왕국과 왕실을 사랑한 열녀로 대중적인 인식이 고정된 것인데-.

'뭐, 또 성심당이구만.'

마세나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 찌라시들의 배후세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저 많은 찌라시를 모조리 그들이 관리한 건 아니겠으나, 아무래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가장 자극적인 이야기 서사를 짜내는 재주는 단연 그들이 으뜸 일 수밖에 없었다.

예로부터 찌라시에 당하는 것도, 다시 찌라시를 찍어내서 정적을 공격하는 것도 그들 제3신분보단 소위 고귀하시다는 푸른 피들의 특기였으니.

아무렴 남을 저급하게 헐뜯을 줄만 아는 그 혐오팔이자들이 무슨 수로 이렇게 세련되게 소문의 주인공을 지켜낼 이야기 서사를 설계하겠는가.

보나 마나 로베스피에르 위원장을 결사옹위하는 우국지사들을 은근히 부추겨서 너무 약탈혼 같지 않은,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적당히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짜내도록 한 다음 이야기 서사에서 공주의 역할만 딱 고정해버린 것이리라.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툭.

마세나가 손에 쥔 찌라시를 집어던졌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런 찌라시 정부에서 싹 단속해야 하는 거 아니냐? 유쾌하게 넘기긴 했지만, 우리 공화국 최고 존엄을 건드린 거잖아."

"그래서 그 공화국 종신독재관 카이사르 별명이 뭐였게요?"

"대머리 난봉꾼-아, 하기야. 오히려 이게 공화국 감성이네."

그리고 왕정 시절에도 국왕을 불륜조차 못하는 고자라고 까던 국민이 이제 와서 뭘 이런 유쾌한(?) 스캔들을 단속한단 말인가.

까놓고 지도자의 성적인 사생활을 흠결로 삼는 건 저어기 런던이나 베를린 같은 북구 게르만적인 감성이었지, 파리나 그들 같은 지중해 라틴계엔 흠결은커녕 오락거리고 자랑거리에 불과했다.

우리 지도자가 이렇게 사내답고 인간미 넘친다는.

"아무튼 어제도 별일 없었던 거 맞지? 바르바리 놈들이 또 염병했다거나, 제노바 놈이 또 표류해왔다거나. 아니면 또 옥시타니아의-어쩌고 저쩌고가 난리를 쳤다던가. 난 이제 술 먹고 자러 가야 하니까 뭐 있으면 지금 말할 것."

"딱히 별일 없었습니다."

"아, 아닙니다. 한 가지는 있었습니다. 어젯밤 분리파 인사가 코뮌파 인사에게 결투를 신청해서-."

"코뮌파가 죽었다고?"

"아뇨. 본인이 죽었습니다."

"거참 형편없는 놈일세."

사나이 대장부가 공개적으로 결투를 신청했으면 하다못해 이겼어야지 거꾸로 당했으니 이 얼마나 볼품없는 놈이란 말인가.

뭐어, 지난 코뮌 선언 이래로 옥시타니아 연방파와 자치파가 모조리 코뮌파로 흡수되어버리면서 상대적인 약소세력이 되어버렸으니 답답한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럴 거면 차라리 관공서에 화끈하게 뭐라도 집어던지건 아니면 코뮌파 유력인사의 부인을 꾀건 해야 할 것 아닌가.

당장 전임 독재관께서 몸소 모범(?)을 보이시며 진정으로 프랑스인다우며 공화적인 국민 대통합과 좌우 화합법을 보여주고 계시는 와중이건만.

"일단 참관인이 보는 상황에서 결투한 건 맞지?"

"네. 보고에 따르자면 해당 교구의 주교가 참관하였다고 나와 있습니다."

"주교씩이나? 거창하게도 하셨구만. 그럼 꽤 이 지역에서 오래 묵은 집안이었다는 건데···.

이거 귀찮게 되었군.

마세나가 나지막이 투정을 늘어놓았다.

"뭐 그 죽은 놈의 넋을 기리겠다고 나서는 놈 없나 잘 감시하고 있다가 혹시 나오면 알아서 수감시켜."

"알겠습니다, 대장."

파리에서야 결투로 사람이 죽으면 그냥 두 사람의 일로 끝이지만 지중해와 가까운 남쪽에서는 아직도 드물게 가문의 명예를 위하여 복수에 나서는 이들이 있었으니.

사르데냐령에서 나고 자란 마세나에게는 그리 특이한 것도 없는 전통문화였으나 북쪽 지방에서는 곧잘 이를 두고 쪼잔하다며 흉을 보건 했다.

'가만, 이것도 게르만족과 라틴족의 차이인가?'

그렇다면 이는 게르만족의 결투문화와 라틴족의 복수문화가 뜻하지 않게 어우러지는 바람에 일어난 불협화음이리라.

또다시 그의 복잡한 정체성과 마주한 마세나는 조용히 밖으로 걸어 나와 남쪽을 바라봤다.

언제나처럼 푸르고, 맑으며, 잔잔한 지중해.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그들 라틴족의 고향 땅을.

"···이탈리아."

창세 이래로 그 땅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다못해 서로마가 망한 뒤에도 신성로마제국의 제관과 언제나 한 몸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이탈리아의 국왕이라는 왕직이었으니.

비록 지난 30년 전쟁 이래로 누구도 이탈리아 왕국이라는 나라가 유로파에 실존한다고 믿진 않지만···.

오늘날 합스부르크의 카이저를 진정으로 존귀하게 만드는 건 이따금 게르만 대추장이라는 비꼼을 당하기도 하는 제위가 아닌 로마가 웅비하였던 이탈리아의 국왕이라는 권위일지도 몰랐다.

"이탈리아라."

새삼스러우면서도 정겨운 어감이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다시 불러보았지만 설렘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그가 사르데냐에서 태어났음에도 프랑스인인 까닭이리라.

그렇지만.

"슬슬 민중의 그리운 소음이 다시 들려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아무렴 미국인들은 해냈다.

다시 프랑스가 해냈고, 벨기카가 해냈으며, 폴란드 또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와중이다.

그렇다면 이탈리아만은 예외일 이유가 있는가?

서로마가 붕괴한 이래로 통일 이탈리아의 염원은 마키아벨리를 비롯하여 뭇 이탈리아 지식인들의 오랜 꿈이었을진대.

그간 제멋대로 이탈리아 왕국의 국왕을 자칭하며 이탈리아반도를 사분오열시키던 합스부르크는 프랑스와 폴란드를 견제하느라 도저히 움직일 겨를도 없다.

이탈리아반도 남쪽의 나폴리야 아직 건재하지만···과연 프랑스가 언제까지 고작 우방을 둔 정도로 만족할까.

통일 이탈리아가 이탈리아 공화주의자들의 오랜 염원이었듯이, 이탈리아반도 진출은 왕정 시절부터 프랑스의 오랜 염원이었을진대.

이를 위해 몇 번이고 교황을 납치해왔듯이 슬슬 자연국경선 때처럼 봉건주의 타파와 혁명정신 수출을 목표 삼아야지 않겠는가.

그리고 현 프랑스의 코뮌 모델은 의심할 여지 없이 로마 공화정 시절부터 내려오는 도시 자치 공동체를 향한 이탈리아 공화주의자들의 신앙을 불사를 강렬한 동기가 될 터.

"···흠, 미리 세작들을 심어둬야 하나?"

아무렴 반프랑스 동맹에서 먼저 그들에게 세작을 심었으니 슬슬 프랑스도 똑같이 돌려줘야 할 것 아닌가.

아직 분리파가 무의미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으나 연방파와 자치파가 코뮌파로 통합되었으니 머지않아 코뮌파가 주류를 장악하게 될 것이고, 하나 된 코뮌파는 북이탈리아의 공화국들을 요리하기 위한 더할 나위 없는 명분이 될 터.

그러니 로마 공화정 시절로 돌아가자.

저 게르만족들이 이 에우로파에 봉건주의라는 추잡한 문명의 열병을 퍼트리기 이전, 이 땅의 올바른 모습을-도시 자치공동체를 되찾자!

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정당한 주장이란 말인가?

"좋아, 어디 코뮌 수출 한번 해보자고."

파리에서 이를 지지할까, 지지하지 않을까 같은 건 별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설령 반대할지라도 마세나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마세나에게 중요한 건 오직 그의 독재관께서 이 계획을 지지할 것인가, 아닌가 뿐이었으니.

물론 그는 난쟁이 난봉꾼께서 마담을 사양하지 않는 만큼이나 혁명 수출 또한 사양하지 않을 거라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털썩.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새파랗게 질린 르블랑 씨가 나와 마리 테레즈가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식은땀이 비 오는 듯이 흐르고 있는 거 보면 뒤늦게나마 본인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래봐야 이미 늦었지만.

딱히 뭔가 악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적대세력의 사주를 받았던 것도 아니고 진짜로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멋모르고 이런 대형 사고를 쳤다는 게 참 뭐라고 할까.

새삼 지식과 지혜란 언제나 일치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게 와닿는 듯하다.

"이게 다 제 탓입니다! 괜히 안 해도 되는 소리를 꺼내서 두 귀인께 폐를 끼치고 말았으니 도대체 이 죄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전 딱히 상관없는데요?"

···아니 그런데 이 아가씨는 또 왜 이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멋모르고 뭐라고 하건 무슨 상관이에요. 제가 떳떳하면 된 거지."

마리 테레즈가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거 알아요? 아저씨랑 정분났다는 소문이 싹 퍼지자마자 우리 사형시키자는 소리 쏙 들어간 거."

"···정부에게 죄를 추궁하는 건 정치적으로는 당사자에게 죄를 추궁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역시 프랑스인답게 잘 아는구만.]

입 닥쳐, 막시밀리앙.

나도 익숙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아니 그보다도."

아직도 엎드려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르블랑 씨에게서 시선을 돌려 마리 테레즈를 바라봤다.

저 아저씨는 도대체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셈이지.

"공주님은 정말로 개의치 않으시는 겁니까?"

"제가 분명히 말했죠?"

척.

마리 테레즈가 검지로 내 입술을 틀어막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멋모르고 뭐라고 하건 무슨 상관이냐고."

"···떳떳하시다는 거군요."

"그야 그렇잖아요? 에로스한 관계가 아니라는 걸 제가 알고, 아저씨가 알죠."

그렇다면.

"그걸로 끝. 제가 여기서 더 이야기하고 자시고 할 게 있나요? 우리가 떳떳하다면 그걸로 된 거죠."

···왜 이렇게 눈이 부셔오는 것 같지.

정말로 이 동물의 왕국에서 듣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쿨내 넘치는 해결책에 갑자기 막 눈물샘이-.

"플라토닉, 맞죠?"

하핫, 속았구나 막내야!

역시나 그럴 리가 없지!

도대체가 이 동물의 왕국은 무슨 남녀관계라는 게 가족 아니면 애인밖에 없냐!

그리고 제발 플라토닉이라고 하지 좀 마!

그런 은어가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 이후로 들을 때마다 흠칫흠칫하게 된다고!

이 망할 놈의 언어오염!!!

"···뭐, 그렇죠."

"헤헹."

뭐라고 반박하기도 기운 빠져서 어깨를 축 늘어트렸더니 공주님이 거꾸로 우쭐대며 콧날을 세웠다.

이미 부인 때 겪어봤지만 도대체가 이 문화적 감성은 적응이 안 되네.

21세기 한국인으로서 적응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기야 한데-."

슬쩍 엎드려있는 르블랑 씨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 딴청 피우면서 도망치려다가 움찔한 거 내가 다 봤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아니겠습니까."

"아아, 뭐. 그거야 아저씨 판단에 맡길게요. 솔직히 난 덕분에 안전해져서 좋으니까. 유명해지기도 했고."

"제발 자비를!!!"

다시 한번 넙죽 고개를 조아리는 르블랑 씨.

어째 저번에 파산 위기였을 때보다도 더 필사적인 것 같은데 기분 탓이 아니겠지.

그야 현 공화국 최고 권력자(였던 놈)과 현 프랑스에서 제일가는 명가를 동시에 건드린 격이 되었으니 두려울 수밖에 없겠지만.

"뭐, 사죄는 됐습니다."

이만 르블랑 씨를 일으켜주자.

당장 부인도 그렇고, 프로방스 백작도 그렇고 나더러 이건 자랑거리라고 했으니까.

프로방스 백작만 그랬으면 나도 의심해보고, 날 함정에 빠트리려는 거 아닌가 했을 텐데 엘레오노르 부인 입에서 그 소리가 나와버렸으니 진짜로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스캔들은 누구도 의심할 여지 없는 로베스피에르의 정치적 자산이다.

고로, 이번 스캔들의 피해자인 마리 테레즈가 그냥 넘어가 달라고 한 이상-아니 진짜 쫌.

[또 뭐가 문제인가?]

자꾸 이 동물의 왕국에 갈수록 물들어가는 기분이라 그렇다, 왜?

왜 자꾸 다른 건 내 계획대로 술술 풀리고 있는데 남녀관계만 이 모양이야!

"대신에 르블랑 씨께서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만."

"부, 부탁이라면-."

꿀꺽.

또 침부터 삼키고 보시는데.

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까지 과민반응 할 필요 없는 일이다.

그래.

"장차 유리 생산 보다는 비누 생산을 우선해주십시오."

이미 저번 공개토론회로 홍보도 거하게 했겠다, 특허권도 부활했으니 슬슬 계약을 따가건 투자가 들어오건 하겠지.

그럼 본인이 직접 다시 공장을 차리건, 공동창업자를 구하건 탄산나ㅌ···뭐더라.

[에휴.]

하여튼, 소다 생산이 재개될 거다.

곧 내 비누 보급계획이 첫걸음을 내디디는 순간이지.

"비누요?"

한데 르블랑 씨는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누가 그렇게까지 수요가 있는 상품이 아닐 텐데···?"

"뭐, 지금이야 그렇지요."

아직 비누가 그렇게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닐뿐더러 앞으로 구하기 쉽게 되더라도 단기간에 그렇게까지 인식변화가 이루어지긴 어려울 거다.

세균과 질병의 연관관계가 밝혀진 시대도 아니니 위생 타령하면서 씻으라고 해봐야 별 효용도 없겠지.

그러니까.

"공주님께서 앞으로 비누 보급을 위한 홍보대사로서 활약해주셨으면 합니다."

"네? 제가요?"

마리 테레즈가 절 검지로 가리키며 멍하니 눈을 깜빡거리더니.

"뭐, 좋아요! 이번에 제 부탁을 들어주셨으니 이 정도는 돌려드려야 수지가 맞겠죠!"

"그럼 공주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후흥-♪"

이 공주님 참 부추기기 쉬운 성격일세.

나중에 나쁜 남편 안 만났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제 계획은 이렇습니다."

다시 르블랑 씨를 돌아보았다.

"우선 비누에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향을 집어넣어서 여성용 비누로 보다 붉게에 광고를 내는겁니다."

"어, 그럼 가격이-."

"그러니까 르블랑 씨에게 부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향을 집어넣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가격이 만들어져야 하니까.

그러고 나면.

"제가 이 비누 향을 예찬하는 광고 글들을 써내겠습니다."

"네?"

르블랑 씨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반응.

"그래서 그게 비누 사업과 무슨 상관-오."

뒤늦게 르블랑 씨의 시선이 비누 홍보대사 마리 테레즈에게 닿았다.

놀라움, 깨달음, 그리고-흥미로움.

마리 테레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귓불이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오, 프랑스적인 보급법.]

···그래, 내가 죽일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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