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화 (113/154)

일생일대

우리의 고민을 해결시켜준 건 뜻밖에도 라부아지에였다. 

"아, 볼턴 & 와트 사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협력을 요청해보지요." 

"설마 증기기관에도 조예가 깊으셨습니까?" 

"아뇨, 예전에 제임스 와트와 통일 단위계를 함께 연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어느 나라건 단위계가 중구난방이라 매번 학술교류 때마다 단위 환산으로 엉망진창이 되니까요. 미터법이 그 친구랑 교류하면서 얻게 된 영감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전혀 짐작도 못 하고 있었다. 

아예 안보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라자르 그 친구를 찾아갈 일이 없었다면 라부아지에와 마주칠 일도, 이 화제를 꺼낼 일도 없었을 테니 아마 평생 몰랐겠지. 

역시 이웃 나라라서 그런가. 

생각지도 못했던 인연들이 많네. 

"다만 런던 정가에서 개입한다면 저로서도 별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제임스 와트의 기술력은 좀 유별난지라.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지키기 위하여 개입한다면-." 

"그럼 뭐 훔쳐 오면 되는 거지요. 적국 상대로 사정 봐가면서 할 필요도 없고." 

"···아, 하기야 그렇네요." 

푸셰는 놀려둬서 뭐 하게. 

얼마 전까지야 도통 나라 꼴이 갖춰져 있지를 않았으니 온통 방첩에만 인력을 돌려야 했지만, 이제 슬슬 우리의 혁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또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명확히 정의되면서 우리의 대의에 공감하는 협력자들을 곳곳에서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왜 냉전기에 KGB나 모사드가 가장 잘했다는 거 있잖아? 

우리도 그거나 해보자고. 

제2의 조국 메타 가즈아! 

[어휴, 또 빨갱이 근성 못 버리고.] 

흉보면서도 하지 말라고는 안 하는 게 몸은 정직하구나. 

칭찬해주마. 

여하튼 큰 기대 없이 라부아지에를 통해 제임스 와트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자니-. 

"증기자동차에 한해서만 사용할 것, 참조할 때 어떤 부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분명히 밝힐 것, 그리고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언제나 참관인을 대동할 수 있도록 허락할 것. 이 세 가지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서 기술 협력에 동의하였습니다." 

"네···? 영국 정부에서는 아무 말도 없었습니까?" 

"그 세 가지가 런던에서 내건 조건입니다. 볼턴 & 와트 사에서는 정당한 대가만 지급한다면 기꺼이 협조하겠다고 했고요." 

할렐루야. 

이게 이렇게 라부아지에 찬스로 한방에 뚫릴 줄이야. 

덕분에 귀찮은 공작을 시도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이 시원스러운 전개가 고맙기는 한데. 

[···좀 수상하군.] 

아무래도 그렇지? 

물론 저 현장에 참관인을 언제나 대동 시키라는 게 아직 기술 유출에 널널한 이 시대 기준으로는 엄정한 조건이기는 한데, 그걸 고려해도 이건 좀 너무 쉽게 허가가 나왔다. 

제아무리 기술 유출에 대비해 참관인을 대동시켜도 시제품들을 계속 제작하다가 보면 기술 유출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걸 저쪽에서도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가만, 혹시 이쪽에서 작정하고 달려들면 결국 언젠가 털릴 수밖에 없는 기술이니 하다못해 돈이나 벌자고 풀어준 건가? 

어차피 영국 특허법 같은 건 우리 프랑스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고, 그 특허권도 조만간 기간만료로 풀린다고 했으니까 이제 와서 별 미련은 없겠지. 

역사적인 증기자동차 상용화에 본인들 기술력이 들어갔다는 홍보도 될 테고. 

[글쎄, 그건 저 볼턴 & 와트 사에서나 할법한 생각이지. 런던에서까지 그런 이유로 동의했다는 건 좀 너무 무리수인 거 같은데.] 

그것도 그렇네! 

하기야 당장의 금전적 이익만 추구하면 그만인 민간기업이라면 몰라도 대국적인 시야를 갖춰야 하는 런던에서 고작 푼돈 좀 벌겠다고 널널하게 나올 리가 없지. 

이미 산업현장에서 쌩쌩하게 굴러가고 있는 기술을 별거 아닌 줄 알고 그냥 풀어줬다는 가정도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렇다면 가능성은 딱 한 가지 뿐이구만. 

[저놈들이 지금 어디선가 구린 음모를 꾸미고 있는 모양이군.] 

그래, 아마 틀림없을 거다. 

보나 마나 런던의 첩보력을 총동원 중이라서 도저히 기술 유출까지 동시에 잡아낼 자신이 없는 거겠지. 

지난 20년간 양산된 제임스 와트식 증기기관이 영국 전역에 한둘도 아니고, 어디서 어떻게 중고품이 프랑스로 건너가 팬티를 홀라당 벗겨 먹을지 아무도 모르는 건데 그걸 하나하나 다 관리하기 시작했다가는 도저히 공격할 여력이 안 나온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일랜드 공화파라는 뇌관까지 신경을 써야 할 테니 더더욱 더. 

그러니까 증기자동차는 어떻게든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선에서 끝내고, 대신에 공작이 마무리되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본격적인 사보타주or괜한 트집을 잡아서 협력 중단 뭐 이런 식으로 넘어가려는 거겠지. 

[하여간 치졸한 해적 놈들 아니랄까 봐, 단 하루도 조용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군.] 

쟤들이 치졸한 게 어디 하루 이틀이야? 

우리가 그러려니 하고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줘야지. 

그보다도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슬슬 정계 복귀 각을 잡기는 해야할 것 같다. 

저것들이 건드릴 곳이라고 하면 보나 마나 지난번에 불완전 연소로 끝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둘 중 하나일 텐데, 어느 쪽이고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절대로 가볍게는 끝나지 않을 뇌관들 뿐이라서. 

안 그래도 이미 전략 나폴레옹에 맛 들인 현 코뮌 정부에서 이 초대형 뇌관이 폭발하는데 무력을 안 쓸리가 없다. 

그럼 이제 더 큰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할 테고, 또 그때가 내가 구원투수로서 화려하게 등장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이기도 할 테지만-. 

기왕이면 덜 주목 받더라도 안정적으로 해결하는 게 낫잖아? 

어차피 권력이건 명예건 이미 차고 넘치게 즐겨봤는데. 

[풋. 그냥 내연녀들까지 휘말릴까 봐 걱정되어서라고 하면 되지 점잔 빼기는.] 

입 닥쳐, 막시밀리앙. 

여하튼 그렇게 볼턴 & 와트 사와 정식계약으로 기술 협력까지 따내고 난 뒤. 

"···맙소사." 

털썩. 

볼턴 & 와트 사에서 보내온 와트식 증기기관 도면을 목격한 퀴뇨 씨가 제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흠, 난 아무리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던데. 

[탄산 나트륨도 모르는 무식한 놈과 전문기술자가 보는 게 같을 리가 있나.] 

입 닥쳐, 막시밀리앙. 

"응축기? 증기를 다시 냉각시켜서 물을 재사용한다고? 그래, 그럼 물을 몇 통씩 가득 채우지 않아도 되겠지. 이 안전밸브가 있다면 포장도로가 아니라도 달릴 수 있을 것이고, 이 조속기를 이용하면-." 

"저기 어르신." 

"어허허, 이럴 수가 있는가. 이럴 수가 있냐는 말이야. 도대체 어찌 이럴 수가···." 

뚝뚝. 

퀴뇨 씨가 닭똥 같은 눈물을 똑똑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럼 내 인생은 어찌 되는가? 내 발명은 어찌 되냐는 말이야. 날 파리의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던 난제들이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되다니. 어찌 이런-." 

"절대로 간단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떤 분야건 그 길을 처음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 선구자들의 고뇌란 언제나 그들밖에 모르는 격통이었으니. 

아마 증기자동차라는 분야의 선구자였던 퀴뇨 씨도 이를 모르지는 않겠지. 

다만 세간의 멸시와 법원의 금지명령 탓에 허송세월로 지새워야만 했던 지난 수십 년간의 인생이 아까운 나머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나왔을 뿐. 

"간단했을 리가 없지요. 퀴뇨 씨께서도 알고 계시잖습니까." 

"···그래, 간단했을 리가 없겠지." 

뿌드득. 

퀴뇨 씨가 이를 갈았다. 

점차 힘을 잃고 희미해져 가던 두 동공엔 광기 어린 집념이 서려 있었다. 

"내, 이 저주받은 꿈의 끝을 봐야겠네. 모조리 이리 가져오게." 

본인이 그렇다는데 무슨 말을 더 해줄 수 있을까. 

그 이후로 퀴뇨 씨는 가끔 볼턴 & 와트 사에서 온 참관인들과 우리가 고용한 기술자들과만 이야기할 뿐 더는 아무런 사적인 대화도 주고받지 않았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불사르고 있는 듯한, 젊은 시절의 꿈을 향한 애착과 증오가 뒤섞인 모습이었다. 

뭐어, 사실 개발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우리가 시키니까. 그리고 왕실을 위한 일이니까 수동적으로 나서던 때보다야 훨씬 바람직하기야 한데. 

"애처롭군요." 

"꿈이란 게 저주가 되면 으레 그런 법이지요." 

마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군가의 강요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꿈이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본인은 결코 이룰 수 없었던 꿈을 다른 누군가는 제 꿈을 끝까지 믿어주는 훌륭한 동반자를 만나 이뤘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울화가 치밀겠어요." 

"···꿈이라." 

"예에, 꿈이지요. 세간에는 비웃음을 사도, 박해받아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슴 속에 진 응어리. 머리로는 이제 그만두려고 해도 결국 솔직해질 수밖에 없는 가슴 속의 심지." 

착. 

마담이 깃털 부채를 펼쳤다. 

"그러니까 꿈이라는 이름의 저주인 거지요. 혹은, 저주라는 이름의 꿈이던가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세상이 바뀌어도 결코 저버릴 수 없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보이면 주저 없이 달려 나가게 되는-순결한 영혼의 아킬레스건이지요." 

어딘가 쓸쓸한 평론이었다. 

마치 뻔한 자기소개를 하는 것처럼. 

"마담께서는 꿈을 이루셨습니까?" 

하여, 뻔히 대답을 알면서도 질문을 던졌다. 

마담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이쪽을 빤히 바라보더니. 

"아직이요." 

착. 

단호하게 부채를 접었다. 

저 한 사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의사 표현이리라. 

"마담은 욕심쟁이시군요." 

"어머나, 욕심 많은 사람은 싫어하시나요?" 

"정도에 따라서 다르다고 해두지요." 

탐욕이 지나치면 이는 곧 착취의 근원이 되니. 

쿡. 

"아직도 계몽이 한참 모자라네요." 

마담이 깃털 부채로 내 명치를 찔렀다. 

"그럴 때는 좋아한다고는 말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를 위해 빈말로라도 싫어하진 않는다고 답하셨어야죠." 

"···그런 겁니까?" 

"그래야 듣는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겠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낭만적이겠지만, 거기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을게요." 

어쩜 이렇게 발전이 없는지 몰라. 

기가 막힌다는 듯한 험담이었다. 

그러나 썩 기분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물론 듣는 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무튼, 저는 아직 만족 못해요. 저 하나만 좋자고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 이 행복을, 자유를, 모두에게 두루 나눠주기 전까지는 절대로 만족 못하고 말고요." 

"듣기만 해도 고생길이 훤한데요." 

"그야 물론이죠." 

하지만. 

"제 미련한 꿈과 함께해줄 고집쟁이라면 이미 찾은 것 같네요." 

마담이 입가를 가린채 키득거렸다. 

주의를 기울여야 간신히 보일 듯 말듯 희미한 눈웃음이었다. 

하지만 그 여느 때보다 아름답고, 선명한 호선이었다. 

"···그렇습니까." 

무심코, 그거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꾸는 꿈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으니까. 

*** 

마드리드시.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까득까득. 

옥좌에 앉은 고도이가 손톱을 마구 깨물어댔다. 

누군가 보았다면 그를 근심하기 이전에 왕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토를 달았을 무엄한 처신이었으나, 다행히도 그럴 걱정은 없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나태왕 카를로스 4세는 사냥하러 자리를 비웠으니까. 

이번 사냥은 특히나 성대하고 거대하게 진행되는 터라 그나마 있던 시종들도 모조리 자리를 비웠으니 적어도 요 며칠 동안은 고도이가 왕궁에서 벌거벗고 돌아다닌다고 해도 트집잡히지 않을 수 있을 테지만-. 

"무능한 놈들! 이 추악한 매국노들 같으니라고! 도대체 어떻게 외세에 붙으려 들 수가 있지? 저 영국 놈들의 음흉한 속내를 모르는 것도 아닐 거면서!" 

물론 저들은 거꾸로 프랑스에 나라를 판 고도이가 할 말은 아니라고 하겠으나, 그렇다면 고도이는 어느덧 100년을 내다보는 혈맹 프랑스와 수 세기에 걸친 적국 영국이 같냐고 대꾸할 작정이었다. 

아무렴 결과적으로 프랑스에 내준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루이지애나와 히스파니올라섬 반쪽밖에 없잖은가? 

그 대가로 스페인은 비로소 혁명 이래로 계속된 안보 위기를 해결하고, 고도이 내각은 계몽주의 개혁을 위한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으니 오히려 찬사를 받아 마땅하련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이 나라에는 젊은 영웅 고도이를 시기하고 증오하는 악한들로 가득 찬 모양이었다. 

뭐어, 그야 중앙집권 전통이랄게 없거나 희박한 스페인에서 프랑스에서 하듯이 마구 개혁을 내달리려고 했으니 이렇게 사방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게 되는 것도 필연이기야 했지만. 

또다시 무책임하게 사냥이나 나간 나태왕이야 아무튼 실각은 곧 죽음이라는 걸 알고 있는 고도이로선 뒤늦게 찾아온 제 업보로부터 살아남기 위하여 공포에 떨며 그 여느 때보다 필사적으로 안 돌아가는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생각하자, 생각. 그래, 고도이. 넌 잘난 놈이야. 이 세상 누구보다도 잘난 놈이지. 무려 그 피트랑 로베스피에르랑 함께 회담까지 한 놈이라고! 네가 이렇게 쓰러져서는 안 돼, 임마!!!" 

하지만 평소에 쓰지도 않던 뇌를 이제 와서 굴려봐야 해답이 나올 리가 있는가. 

물론 가장 쉬운 건 프랑스에 전면 개입을 요청하는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고도이였으나, 동시에 그럼 정말로 프랑스의 속국으로 전락할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고도이는 무능하고 부패했을지언정 최소한 매국노는 아니었다. 

다만 딴에는 조국을 위한다는 게 일신의 재주가 모자라고 천성이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 보니 여기까지 상황이 악화하고 말았을 뿐. 

아무렴 그가 진짜 매국노였다면 진작에 나태왕 카를로스 4세를 인질로 잡아다가 프랑스가 되었건 영국이 되었건 팔아넘기고 말았겠지, 꼴에 저것도 국왕이라고 지금까지 보필하고 있었겠는가. 

고로 지금도 고도이 딴에는 최선을 다하여 사태 수습을 위하여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아아악···!" 

결국 아무리 고민해도 탈출구가 보이지를 않았다. 

일단 당장 크리오요들이 하나둘 반 고도이의 기치를 들고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식민지군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가 문제였고, 그렇다고 본국에서 군을 파견했다간 그 틈을 타 아라곤과 가톨릭 교회를 비롯한 국내의 반대파가 들고일어날 게 뻔했다. 

하물며 마드리드의 시민들이라고 온전히 고도이를 지지하는 친위세력이라고 하기엔 하자가 많았으니. 

당장 틀어막아야 할 전선은 대서양 전역에 걸쳐 있는데 정말로 믿고 움직일 수 있는 아군은 극히 한 줌이었다. 

애당초 도대체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겉으로 봐서는 분간도 안 되는데-. 

"···잠깐, 겉으로 봐선 분간이 안 돼?" 

그렇다면 반대로 누가 아군이고 적인지 분간할 수 있다면? 

가령 피부색. 

가령 이목구비. 

별로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의 개혁정책들과 노예해방정책이 지금껏 위해온 유색인종과 혼혈들을 고도이의 사병으로 부린다면? 

"·········." 

꿀꺽. 

저절로 침이 넘어갔다. 

만일 이번 도박수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어떤 보복을 당하게 될지 이미 눈에 훤히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다간 조국은 프랑스의 속국으로 전락하고, 고도이는 권좌에서 끌어내려져 사지가 갈가리 찢겨서 죽거나 두 번 다시 조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될 터. 

"좋아, 해보자." 

결국 오입쟁이 소인배는 일생일대의 도박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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