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전쟁
처음에는 자그마한 독백이었다.
"이번 전쟁은 이상해."
그리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이상한지도 정확히 설명할 수 있었다.
그간 전쟁이란 으레 높으신 양반들의 전유물이었다.
최소한 그들까지 직접 나가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달랐다.
"이게 다 저놈들 때문이다."
그리고 선하신 나리들은 말했다.
이게 다 저 혁명 타령하는 폭도들 때문이라고.
감히 천년도 전에 망한 로마를 사칭하는 저 제노바 놈들 탓에, 그들을 부추긴 침략자 프랑스 탓에 어쩔 수 없이 그들도 전쟁에 나가서 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라고.
이 전쟁에서 패한다면 그들 모두 봉변을 당할 테니까 어쩔 수 없이 총동원령을 내려야만 한다고.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일단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선하신 나리들의 설명대로 적군은 무한한듯했기에.
그들 또한 머릿수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징병령을 내려야 한다는 나리들의 설명도 그럴듯해 보였다.
아무렴 누군가는 고향과 가족을 지켜야만 하니까.
저 야만스러운 침략자들로부터 그들을 지키려면 직접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누구나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정든 상대를 떠나보내고 또 전장에 나서서 적과 마주했다.
"루스 놈들이 우리 집을 불태웠다고?"
그런데, 그 최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저흴 집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여기서 이럴 시간 없습니다! 우리가 마을을 지켜야 한다고요!"
"제발 진정 좀 하게! 내가 알아본바 자네들 마을은 무사하네. 그러니까 당장 전선으로 돌아가!"
"못 믿겠습니다!!!"
시작은 공포였다.
우리 마을까지 봉변당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루스인들의 악명이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재생산될수록 오히려 이들이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저 루스 놈들이 아군이라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병사들에게 있어선 루스가 이 근방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순박한 농촌 청년들은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돌아갈 곳이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게 되었다.
"도대체 우리 병사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그다음은 불만이었다.
"우리 애들 데려갔으면 우리부터 지켜줘야지!"
"자경단 만들면 폭도라 그러고! 우리 애들 데려갔으면서 일 터지면 지켜주지도 않고!"
"이러면 여차하면 우린 다 죽으라는 소리 아니요!"
"거 그렇게 언성 높이지들 좀 말고-."
"아니 그럼 뭐라도 주시던가!"
전통적인 봉건 계약에 따르자면 농노들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가진 것과 자유를 대가로 기사들을 고용하여 안전을 보장받는다.
본디 그런 거래였으니까.
여기에 이제 한창 일할 때의 청년들을 세금으로 바치는 징병제라는 거스름돈이 더해졌으니 마을은 이전보다도 더욱 안전해져야지만 봉건 계약의 천칭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마을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다.
그래서 실제로 루스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가 죽거나 다쳤느냐, 하는 건 여기선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들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 그 자체.
한창 일해야 할 청년들을 세금으로 바치고도 지휘권에 관여할 수도, 다른 세금이 감면된 것도, 그렇다고 자유를 돌려받은 것도 아닌.
그저 착취만 당했을 뿐이라는 현실을 자각한 순간.
"값을 치러라!"
어디선가 나타난 선동가들이 언성을 드높이기 시작했다.
"전쟁 반대! 우린 보호받기를 원한다!"
"조국을 위하여, 왕실을 위하여 전선에 나서는 게 도대체 언제부터 농노의 의무였냐!"
"우린 노예가 아니다!"
"이럴 거면 예전처럼 귀족들이나 나가서 싸워라!"
그리고 그들은 절대로 계몽주의자 따위가 아니었다.
아무렴 저들의 주장 어디가 계몽주의적이란 말인가?
저들은 봉건주의자였다.
그 누구보다 봉건 계약을 사랑하는 봉건주의자.
그 증거로 이들은 전선에 나가서 싸운 것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봉건적 속박으로부터 해방해달라던가, 민선의회를 만들어달라던가, 토지개혁을 요구한다거나 하는 등.
그런 요구라고는 무엇 하나 없이 그냥 전쟁에 반대한다고만 부르짖었다.
뭐 해주는 건 없이 군대만 끌고 갈 거라면 차라리 예전처럼 보호만 받게 해달라면서.
뭇 병사들과 농민들의 가려운 구석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그래, 옛날이 좋았지-."
그러자 누군가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누구 좋아하라고 싸우라는 거야?"
"뭘 더 챙겨주겠다는 이야기도 없고, 그냥 쳐들어오니까 맞서 싸우라는데 그럼 루스는?"
"아무튼 우리나라는 아니었던 듯?"
"나리들 나라잖습니까. 그러면 나리들이 알아서 잘 지키십쇼."
본격적인 붕괴는 격정적인 혁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건 보다 허무하고, 시시하기까지 한 태업이었다.
지도부에서 제아무리 전쟁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승전을 위하여 러시아군의 도움이 필요불가결하다고 말해도 더는 농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나라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저 나리들의 '우리'에 그들은 처음부터 없다는 걸 자각하고 말았으니 당연히 저 나리들을 위해 무기를 들고 일어날 이유도 없었다.
모름지기 복수란, 구성원이 외부인에게 봉변당했을 때 구성원 모두가 소매를 걷어붙이는 문화니까.
나리와 그들이 봉건 계약에 기초한 사무적인 관계임을 알게 되었으니 그들 또한 사무적으로 값을 치러주면 그만이었다.
"도대체 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반박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누군가는 채찍질을 휘두르며 강제로 전선으로 내몰았고, 또 누군가는 온갖 설탕 발림을 늘어놓으며 동기를 불어넣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미 툭, 끊어지고만 실을 다시 잇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도 그럴 게 로마가 무사했다.
나리들은 애써 그 사실조차 숨기려 했으나, 이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서 깊고 언제나 절대다수의 관심과 이목을 끄는 도시에서 일어난 일까지 숨길 수야 없었다.
유서 깊은 도시는 약탈당하거나 불살라지지 않았고, 매춘이 성횡했을지언정 겁간당한 이는 없으며, 교황 성하께서도 잠시 몸을 피하셨다가 도로 성 베드로 성당으로 돌아오셨다.
그렇다면 그들 마을도 무사하리라.
로마보다 가진 것도 없고 봐줄 만한 청년 처녀들도 없는 시골에 불과하니까.
"도대체 왜?"
변함없이 반박이라면 끝도 없었다.
그렇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에 와닿는 목소리는 단 하나도 없었다.
결국 농민들은 끝내 전쟁을 외면했다.
지금까지의 전쟁에서 으레 그러했던 것처럼.
참으로 기이하게도, 그 사실이 이 이상한 전쟁의 승패를 갈랐다.
***
피렌체시 군정청사.
"만나 뵈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루이니콜라 다부라고 합니다. 이번에 제3군단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장 란이요. 지금은 임시로 로마군에 속하여 로마 제1군단을 이끌고 있소."
덥석.
살갑다, 기보다는 사무적인 악수.
언제나 무뚝뚝한 장 란답다면 다운 인사치레였으나.
'···이것 참,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이구만.'
그를 생전 처음 보는 입장에서는 마음의 벽을 두른 것이라고밖에는 짐작할 수 없었던바.
군부에서 이래저래 특별대우와 시샘을 한 몸에 받는 나폴레옹의 사람이라서 그런 모양이라고 지레짐작한 다부가 급히 말을 돌렸다.
"그리고 여기 계신 분은 폴란드 군단을 이끌고 오신 유제프 안토니 포니아토프스키 공입니다. 인사해주십시오."
"폴란드?"
장 란이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국으로 돌아가신 것 아니었습니까?"
"그럴 예정이었지요."
으득.
유제프가 이를 갈았다.
"그렇지만 그 전에 피 값부터 치르기로 했습니다."
잿더미가 된 조국을 재건하기 위한 피 값이건.
조국을 잿더미로 만든 러시아군의 피 값이건.
그제야 장 란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했습니다."
"아니,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이건 우리나라와 제 개인적인 원한이니까요."
사무적인 대답.
그러나 그걸 말하는 유제프의 모습은 모로 봐도 냉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차라리 지금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활화산이라면 모를까.
'이 양반아!!!'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그렇지 다들 아는 지뢰밭에서 뭐 하는 거야!
원망과 분노를 담아 다부가 장 란을 쏘아보았고.
험.
"···이미 오시는 와중에 대강 사정을 들으셨겠지만."
장 란이 식은땀을 닦으며 급히 화두를 돌렸다.
"적 최후의 대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최후의 공세라는 건 어떻게 확신합니까?"
"그동안과는 달리 해방구들을 방치하면서 아군 군단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고 있으니까요."
척.
장 란이 거대한 작전지도를 가리켰다.
"기만작전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러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4개, 어쩌면 5개 군단이 한꺼번에 움직였으니까요."
"원수부의 판단은?"
다른 말로 하자면, 로베스피에르의 판단은?
"남부 전선의 이탈을 막기 위한 정치적인 공세가 아니겠느냐, 고 말씀하시더군요."
전략적으로 봐도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이대로 손가락이나 빨고 있을 바에야 아직 혁명군이 남부 전선을 마저 정리하고 북상하기 전에 총공세라도 한번 펼쳐보는 게 나을 테니까.
만에 하나 운 좋게 대승을 거둔다면 전황을 뒤집거나 하다못해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을 테고.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이 다부와 유제프가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적 선봉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
유제프의 살기 어린 시선에 장 란이 답했다.
"물론 루스인들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였다.
이대로 신성동맹을 난처하게만 만들고 빈손으로 고국으로 돌아갔다간 루스의 체면은 둘째치고 적장도 성치는 않을 테니까.
크게 이겨서 결과만 좋았으면 된 거 아니겠냐고 큰소리를 떵떵 치던가, 하다못해 적잖은 인명피해를 내서 우리도 동맹으로서 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고 둘러댈 작정일 터.
"···확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제야 유제프 미간의 주름이 조금이나마 펴졌다.
적들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하여 전장에 나섰다는 건 그만큼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달려들 거라는 소리니까.
단 한 사람이라도 많은 루스인을 지옥으로 보내기 위하여 고국행 여객선에 오르는 대신 옛 부하들과 함께 이탈리아 전선으로 향한 유제프에겐 더할 나위 없는 소식이었다.
"모쪼록, 사양 말고 부려주십시오."
겸허한 부탁.
하지만 그 속뜻을 살피자면 사실상 자살특공대로 부려달라는 소리나 다름없었기에.
무뚝뚝한 장 란조차도 차마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때마침 다부가 화두를 돌렸다.
"아군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포강 방면군은 뭐 하고 있는 겁니까?"
"포강 전선이라면 뒤무리에 장군께서 조금씩 방면군을 뒤로 물리고 계십니다."
다시 말하여 지연전.
망치와 모루 중 모루를 자처했다는 소리였다.
지난 전쟁에서도 그 탓에 나폴레옹에게 개선식을 빼앗겼으니 이번에는 과감하게 공격해볼 법도 했으나, 그래도 경험 많은 장군답게 숫적 열세 상황에서 대국적인 판단을 우선한 모양이었다.
"수보로프 전설에 또 한 줄을 추가해주셨지요."
···그게 아니라 그냥 패퇴한 거였나.
'하여간 영감탱이가 욕심만 많아서는.'
뭐, 패했다고 하지만 어떻게든 병력을 건사해서 지연전을 치르고 있는 것 보면 실력이 없는 건 아니겠으나 이래서야 이미 이번 전쟁의 주인공이 될 기회는 또다시 날아갔다고 보는 게 옳았다.
그가 나폴레옹에게 앙심을 품고 크고 작은 괴롭힘을 일삼았던 걸 기억하는 다부로선 참으로 쌤통이었으나.
"안타깝게 되었군요."
최소한 그걸 겉으로 드러낼 만큼 다부는 어리숙하지 않았다.
뒤무리에가 고초를 당했건 어쨌건 이는 아군 병사들이 적잖이 죽었다는 소리였으니.
"그러면 우리 군은 채비를 갖추는 대로 곧장 북상하여 뒤무리에 장군을 도우러 가는 겁니까?"
"예. 이미 산마리노의 마세나 사령관님께서도 오늘 아침 북상하시겠노라고 전서구를 보내오셨습니다."
"마세나 사령관까지···."
그렇다는 건 현 북이탈리아에 전개된 모든 군단을 투입하겠다는 것.
다시 말하여 결전이었고, 군인으로서 이 역사적인 전투에 참여하게 되었음에 내심 가슴 설레지 않는 것도 아니었으나.
"···구태여 적들의 기대에 부응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다부의 전략안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굳이 격퇴할 필요 없이 조금씩 영토를 내주며 전선을 굳히기만 해도 남부는 건질 수 있을 테니 그럭저럭 전략적 승리는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괜히 적들의 공세에 대응하여 아군의 전략적 승리를 위태롭게 할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것 아닙니까?"
유제프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야 다부의 말대로 되면 이들 폴란드 군단은 또다시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어서 복수할 기회를 날려버리게 될 테니까.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그제야 제 실언을 눈치챈 다부가 이를 바로잡으려 했으나.
"간단합니다."
그보다도 장 란이 빨랐다.
"이쪽도 정치적인 공세입니다."
"···정치라고요?"
"예. 교황 성하께서 아직도 고집을 부리고 계시는지라."
설명은 그 한 줄이면 족했다.
모든 사정을 짐작게 하는 대답에 다부가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맙소사."
그래도 은신처에서 나와 로마로 돌아왔다더니 아직도 단념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그럼 당연히 이 이상 영토를 내줄 수야 없었다.
점령지-적들의 관점에서는 해방지가 조금씩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만큼 비오 6세의 자신감도 회복되고 교황령이 협상에 응할 확률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갈 테니까.
괜히 뭣도 모르는 문외한들이 힘 싸움에서 밀려난 거라고 떠들게 두지 않으려면 적의 기세를 꺾어서 더는 남하하지 못하도록 틀어막거나, 가능하다면 격퇴하는 게 올발랐다.
"다행히도 적들은 정직한 진격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툭툭.
장 란이 전황 지도를 두드렸다.
" 아드리아해를 따라서 쭈욱 남하하고 있으니까요."
"해방구를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군요."
"예. 아무래도 해상보급에 의존할 모양입니다."
그래도 모자라는 건 현지 보급-다른 말로 약탈로 때울 작정일 테고.
교황이 아직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는 걸 적들도 알 테니 딱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까지만 도달하면 성공, 이라는 생각일 거다.
물론 반대로 중간에 취약한 보급선이라는 약점을 찔려서 고사당하거나 격퇴당한다면 적들의 패배.
그러니 이 약점을 찔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야말로 그 옛날 몽골이나 훈족들처럼 한시도 쉬지 않고 미친 듯이 남쪽으로, 더욱 남쪽으로 달려오겠지만-.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다부가 장 란을 돌아보았다.
"일단 선봉이 러시아 군인 건 확실합니까?"
"예. 카자크인들이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놈들이 바로 그 유명한 공병 장수들이고요."
"···예, 뭐."
떨떠름한 반응.
그야 이탈리아 전선에선 루스인들의 본격적인 약탈과 학살이 시작된 뒤로는 그런 친근한 인상은 반쯤 금기시 된 지 오래였으니 당연한 일이었으나.
"요는, 어떻게 해서던 잠깐이라도 멈춰 세우면 되는 것 아닙니까? 가령 놀래준다던가요."
그러면 그놈의 보급 문제 탓에 알아서 고사하게 될 테니까.
"그렇기야 합니다만···."
"우리가 뭘 가져왔는지 좀 봐주시겠습니까?"
척.
다부가 자랑스럽게 천막 너머를 가리켰다.
뭐 신형 대포라도 가져온 건가?
카자크인들을 상대할 비장의 대책이라도 있다는 듯한 반응에 장 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막사를 나섰고.
"···으, 응?"
웅성웅성.
이미 구경꾼들에게 에워싸인 쇳덩어리 마차를 목격한 순간.
장 란은 대체 이 마차를 끌 말은 어디 있느냐는 뻔한 질문으로 다부의 비웃음을 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