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레나 루벨의 성미 (22/208)

22화. 레나 루벨의 성미2020.07.16.

루비드는 두엄의 궁에서 균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16562800771316.jpg“잘도 이런 악마 같은 짓을 했군.”

16562800771328.jpg“심하네, 신의 종에게 악마라니.”

루비드가 중얼대자 곁에 있던 클라비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 같잖은 말에 루비드는 코웃음을 쳤다. 어제 공작들은 돌아가며 무덤의 길을 지키기로 했다. 그리고 첫 순서는 가장 잘 준비된 북부였다. 그래서 북부의 왕자와 그의 기사들은 두엄의 궁에 진을 치고 균열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이 때문에 북부 기사들은 걱정이 많았다. 참을성 없는 루비드가 이런 보초업무를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한 이유였다. 그래서 많은 기사들은 루비드가 감시를 서는 내내 온갖 진상을 부릴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짜증을 내거나 지겨워하지 않았다. 도리어 어항 속 물고기를 관찰하는 고양이처럼, 이글대는 균열의 형태에 홀려 그것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16562800771328.jpg“예쁘지?”

클라비스가 물었지만 루비드는 대답하지 않고 균열만 바라보았다.

16562800771328.jpg“내가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재차 말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제멋대로인 건 클라비스도 마찬가지여서, 그 역시 굴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16562800771328.jpg“무덤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아.”

16562800771316.jpg“뭐?”

뜻밖의 말에 루비드가 미간을 좁히며 돌아보았다. 드디어 얻은 관심에 클라비스는 환하게 웃었다.

16562800771328.jpg“놀랄 필요 있어? 죽은 자들의 세계가 이쪽하고 다른 건 당연하잖아.”

16562800771316.jpg“뭔 소리야, 진짜야?”

16562800771328.jpg“내가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니?”

클라비스가 루비드의 어깨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16562800771328.jpg“저 안은 멈춰 있어. 아니, 반복되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저 안에서 보낸 시간은 이쪽 시간에 반영되지 않아. 아무리 긴 꿈을 꿔도 눈 뜨면 고작 하룻밤인 것처럼 말이야.”

쉽게 믿지 못할 말에 루비드는 눈썹을 찌푸리고 클라비스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정작 클라비스의 시선은 그를 미묘하게 빗겨나고 있었다. 클라비스가 루비드를 보는척하며 진짜 눈을 맞춘 건, 그 뒤에 선 루벨 후작이었다.

16562800771328.jpg“정말, 너무 재미있지 않아?”

그 말 역시 루비드가 아니라 후작을 향한 말이었다. 후작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안색이 굳었다.

16562800771316.jpg‘정말인가?’

믿을 수 없었지만 클라비스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무덤의 길이 이미 열린 지금, 거짓말을 해봐야 곧 들통 날 테니까. 후작의 시선이 초조하게 흔들렸다.

16562800771316.jpg‘그럼 레나는…….’

그 아이가 보낸 지난 6년은, 단지 6년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인가? 뜻밖의 명제가 아찔한 가설로 이어졌다. 만약 클라비스의 말이 진짜라면, 그리고 레나가 무덤에서 돌아온 게 사실이라면. 그 아이가 무덤에서 보낸 시간은 대체 어느 정도지? 일주일? 한 달? 1년?

16562800771316.jpg‘어쩌면 그 이상.’

10년일 수도 있고 100년일 수도 있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추측에 후작은 초조해졌다. 동시에 이 중요한 얘기를 미리 안 하고 이딴 식으로 흘리는 클라비스에겐 짜증이 치밀었다. 이 와중에도 클라비스는 후작을 향해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후작이 당혹감을 애써 삼키는데, 클라비스의 말을 곱씹던 루비드가 중얼댔다.

16562800771316.jpg“근데 그건 어떻게 알아낸 거냐, 너.”

쓸데없이 예리한 물음에 클라비스의 미소가 짙어졌다. 6년 전에 레나 루벨이 있었고 그와 같은 이가 무수히 많았다는 이야기를 여기서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릴 말을 찾는데 뜻밖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16562800799454.jpg“지금 그 얘기, 동부에도 당연히 공유되겠지?”

난입하듯 들려온 음성에 루비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두엄의 궁으로 리그난 아이테르너와 동부 놈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16562800771328.jpg“역시 주인공이셔.”

정색하는 루비드와 달리 클라비스는 그를 반갑게 맞았다. 하지만 린은 환대도 냉대도 무시한 채 묵묵히 균열로 걸어갔다.

16562800771316.jpg“멈춰.”

동부공이 다가오자 루비드가 차갑게 막았다.

16562800771316.jpg“건방지게 여기가 어디라고.”

16562800799454.jpg“여기가 북부의 영역은 아닐 텐데.”

16562800771316.jpg“영역이 아니어도 개가 어슬렁대면 쫓아야지.”

루비드의 질 낮은 도발에 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더 말 섞기 싫다는 듯 클라비스를 돌아보았다. 클라비스는 그제야 느직이 끼어들었다.

16562800771328.jpg“아, 루비드 군. 그러지 마. 동부공은 정식으로 일정 잡고 온 거야.”

16562800771316.jpg“뭐?”

16562800771328.jpg“저 안을 먼저 좀 들여다보고 싶다네.”

루비드는 무슨 개소리냐는 얼굴로 린과 클라비스를 번갈아 보았다.

16562800771316.jpg“놈이 직접?”

16562800771328.jpg“우리 동부공은 부지런하고 유능하니까.”

클라비스의 호평에 루비드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16562800771316.jpg‘부지런? 유능? 저 새끼가?’

루비드는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입술을 짓씹었다. 그러더니 돌연 외쳤다.

16562800771316.jpg“나도 간다.”

루비드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린은 천하의 머저리를 보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루비드는 대책 없이 당당했다. 그리고 린은 그를 막을 권리가 없었다. 결국 린은 한숨을 쉬며 말에 올랐다. 그러곤 루비드가 쫓아오든 말든 혼자 무덤의 길에 올랐다.

16562800830446.jpg

  . . . 균열을 넘는 감각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흐린 날 밖으로 나갈 때처럼 약간의 온도 차를 느낀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 균열을 건너자 드넓은 평야와 언덕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곳에 쾌청함 따윈 없었다. 하늘은 타는 듯이 붉고 대지는 풀 한 포기 없이 검었다. 계속 바라보다간 살짝 미칠 것 같은 풍경이었다.

16562800799454.jpg‘따가워.’

게다가 노출된 피부가 은근히 아렸다.

16562800799454.jpg‘설마 독인가?’

린은 혹시 몰라 끼고 온 반지를 바라보았다. 은으로 된 반지는 다행히 아직 맑았다. 검은 땅은 얕은 늪처럼 질퍽댔지만 말을 달리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 점검을 마친 린은 이내 말을 몰아 평야를 달렸다. 다행히 그 길에 망자는 없었다. 균열을 보고 달려드는 것을 루비드가 족족 참한 탓에 이 근방은 깨끗했다. 린은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대로 언덕을 올랐다. 그런데 불현듯 등 뒤에서 핑하고 선뜩한 소리가 들렸다. 린은 소리의 정체를 깨닫고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다. 직후 보이지 않는 공격이 그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16562800799454.jpg“큭!”

급하게 몸을 틀었던 린은 그만 안장에서 미끄러졌다. 그래서 거꾸로 매달린 채 고삐를 잡는데, 뒤집힌 시야로 루비드가 보였다. 린은 백마에 올라타 레이피어를 빼든 그 새끼를 보고 이를 악물었다. 방금 그의 머리 위로 지나간 건 북부의 참격이었다. 뒤에서 공격한 루비드는 린이 안장에서 떨어진 틈을 타 그를 쌩하니 지나쳤다.

16562800799454.jpg‘진짜 죽여 버릴까?’

린은 이를 부득 갈며 다시 안장에 올랐다. 그러곤 경쟁적으로 말을 몰아 루비드의 뒤를 쫓았다. 이윽고 두 사람은 평야의 길을 따라 가장 높은 언덕에 올랐다. 린보다 한발 먼저 도착한 루비드가 가볍게 중얼댔다.

16562800771316.jpg“뭐 별거 없네.”

16562800799454.jpg“말 걸지 마라.”

16562800771316.jpg“혼잣말이다, 이 잡종새끼야!”

루비드가 발끈해서 소리쳤지만 린은 무시하고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별거 없다니, 이 새낀 눈이 없나? 언덕 너머로 드넓은 대지와 험준한 산, 빽빽한 숲, 그리고 요새처럼 견고한 성들이 보였다. 앞으로 정복할 왕들의 성이었다. 그런데…….

16562800799454.jpg‘성이 왜 저렇지?’

린은 당혹스러운 기분으로 성들을 살펴보았다. 이상했다. 분명 성은 성인데, 성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것들이 없었다.

16562800799454.jpg‘길이 없어.’

길 뿐만 아니라 성문과 수로도 없었다. 성채는 반쯤 녹아 문드러진 양초처럼 기이한 형상이었고, 그 와중에 성벽만 두터웠다.

16562800799454.jpg‘저런 성에서 어떻게 사는 거…….’

린은 저게 과연 성이 맞나 고민하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망자는 살지 않는다. 그러니 잠을 자거나 밥을 먹거나 농사를 짓지도 않는다. 그저 덧없이 몰려다니며 살아 있는 것을 사냥할 뿐이다. 그런 존재들의 성이니 길이나 문 같은 합리적인 구조물이 없는 게 당연했다. 오히려 왕이 존재하고 성이 남아있는 걸 희한하게 여겨야 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린은 또 다른 문제를 떠올렸다.

16562800799454.jpg‘생존을 위한 거점이 아니면 저 성은 왜 존재하는 거지?’

그때 성 저편에서 굉음이 일었다. 큰 소리가 무수한 메아리와 함께 울리자, 성에서 망자들이 일시에 쏟아져 나왔다.

16562800799454.jpg‘갑자기 무슨……!’

린은 이를 악물며 말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몸을 피하는 와중에도 린의 시선은 흉하게 솟구친 성과 끊임없이 기어 나오는 망자들을 향하고 있었다. 린은 그 모습을 망막에 새겨 넣으며 생각했다. 망자들은 저 성에서 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 성의 존재 이유는?

16562800799454.jpg‘설마, 성에서 망자를 만드는 건가?’

린은 저도 모르게 생각하고 자신의 발상을 저주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추측은 사실과 매우 근접해 있었다. *** 한편 남부의 상황은 동북부와 사뭇 달랐다. 동부와 북부는 이미 무덤을 정찰 중인데, 남부에서는 지휘관과 기사단의 첫 만남이 겨우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16562800887208.jpg“우리는 당신을 지휘관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기사는 한 명이지만, 그것은 단지 개인의 의견이 아니었다. 그 곁에 선 팔십여 명의 기사들은 짙은 침묵으로 그의 뜻에 동조하고 있었다. 레나는 무수한 거절을 앞두고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16562800887212.jpg‘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레나 경은 아직 첫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입을 열기도 전에 거부당하고 말았다. 레나는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이내 미소 지었다. 남부 기사단이 귀족 가에서 차출된 도련님들인 것을 알았을 때 레나는 이들을 연민했었다. 괜한 짓이었다. 누가 누굴 동정하나, 선발된 희생양들에게도 배척되는 게 본인인데.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레나는 자조를 삼키고 해사하게 웃었다. 그러곤 순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16562800887212.jpg“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16562800887208.jpg“당신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16562800887212.jpg“그야 아직 초면이니까요. 신뢰는 차차 쌓아가는 거예요.”

레나가 곱게 웃으며 말하자 기사들의 얼굴이 굳었다. 레나의 대답은 지나치게 원론적이라 오히려 엉뚱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기사는 눈썹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16562800887208.jpg“신뢰를 쌓는 것도 최소한의 가망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16562800887212.jpg“그 말은, 제게 아무 가망도 없다는 뜻일까요?”

기사가 애써 완곡히 말했지만 레나는 눈치도 없이 핵심을 짚었다. 때문에 말하던 기사의 심기도 슬슬 불편해졌다. 상황 파악을 못하는 건지, 현실을 외면하는 건지 마치 일곱 살 난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말꼬리를 잡고 늘어진다. 기사는 이런 여자가 남부공의 대리로 위임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반감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16562800887208.jpg“우리의 판단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 자리에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16562800887212.jpg“이건 남부공 저하께서 결정하신 일이에요.”

레나가 남부공을 언급하자 기사가 주춤했다. 그 모습을 보며 레나는 재차 물었다.

16562800887212.jpg“설마 저하의 뜻에 반대하시는 건가요?”

16562800887208.jpg“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16562800887212.jpg“그럼요?”

16562800887208.jpg“그래서 스스로 퇴진하시길 요청드리는 겁니다.”

기사의 비겁한 대답에 레나는 저도 모르게 끄덕였다. 수수께끼가 풀렸다. 다른 건 몰라도 남부공이 직접 세운 인물에게 어찌 이러나 싶었는데.

16562800887212.jpg‘다 뒤집어씌우고 쫓아낼 생각인가 봐.’

그런다고 남부공이 모르진 않을 텐데? 레나는 속으로 중얼대다 명부에서 본 이들의 나이를 떠올렸다. 명문가에서 차출된 스무 살 남짓의 사내들. 레나는 이들이 아직 철없는 도련님들인 것을 새삼 깨닫고, 다시 조곤조곤 물었다.

16562800887212.jpg“하지만 납득이 안 되네요. 왜 제게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반복되는 질문에 기사는 결국 이를 악물고 직언했다.

16562800887208.jpg“당신은 출신이 불분명하고 나이도 너무 어립니다.”

16562800887212.jpg“그게 다인가요?”

16562800887208.jpg“그리고 여자입니다.”

16562800887212.jpg“혹시 검은 고양이가 불길하다고 생각하세요?”

뜬금없는 물음에 기사의 눈썹이 물결무늬로 휘었다.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레나는 친절히 설명했다.

16562800887212.jpg“미신을 신봉하시냐는 뜻이에요. 출신이 모호하고 나이 어린 여자는 지휘관이 되면 안 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계신듯해서.”

기사는 레나의 말을 거의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레나는 웃으며 부연했다.

16562800887212.jpg“차라리 좀 더 솔직하게 말씀하시면 어떨까요? 내 선입견에 당신은 약하고 무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남부공은 무서우니 당신을 괴롭혀서 내쫓을 작정입니다, 라고.”

레나의 목소리는 여상히 부드러웠다. 그래서 기사들은 그 말에 담긴 신랄한 조롱을 한발 늦게 깨달았다. 레나의 심한 비약에 기사가 울컥해서 되물었다.

16562800887208.jpg“이게 선입견이면 실제는 다르다는 뜻입니까?”

16562800887212.jpg“그러니까 지휘관이 됐겠죠?”

16562800887208.jpg“그럼 증명해보십시오.”

16562800887212.jpg“못 하겠어요.”

16562800887208.jpg“자신 없습니까?”

16562800887212.jpg“네.”

레나의 단호한 대답에 기사들은 또 한 번 당황했다. 건방지게 굴던 것에 비해 항복이 너무 빨랐다. 기사들은 레나가 꼬리를 내린 줄 알고 맥 빠진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레나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16562800887212.jpg“여기서 자질을 증명할 방법은 기껏해야 여러분을 때려눕히는 건데, 그걸로 무슨 증명이 되겠어요. 어제처럼 남부 기사단의 면만 상할 거예요.”

레나의 말에는 악의가 없는 듯 가득했다. 때문에 기사들의 분노도 천천히 치밀었다. 기사들이 이를 갈았다. 대놓고 레나를 쏘아보는 이도 있었다. 어제 두엄의 궁에서 보인 추태는 이들에게 아픈 상처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꼴사나웠는지 스스로 알았고, 수치심과 절망감을 느꼈다. 지휘관의 교체를 희망하는 것도 사실 그 때문이었다. 자신이 없어서, 불안해서,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한편 레나는 도발하면 도발하는 대로, 놀리면 놀리는 대로 꿈틀대는 기사들을 보며 한숨을 삼켰다.

16562800887212.jpg‘이 애들을 어쩌면 좋지?’

실력도 예의도 없는데 군기마저 빠져서 당당하게 하극상을 저지르는 도련님들. 이대로 무덤에 가면 변명 많은 시체밖에 되지 않을 텐데. 레나는 남부공이 너무 어려운 숙제를 내줬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숨을 삼킬 때였다.

16562800887208.jpg“혓바닥을 잘 놀리는 건 확실하네.”

누군가가 투박하게 지껄였다. 소리를 따라 돌아보니 목이 굵고 어깨가 유독 다부진 기사가 레나를 향해 이기죽대고 있었다. 레나가 쳐다보자 그 기사가 중얼댔다.

16562800887208.jpg“난 좋아. 혀 잘 쓰는 여자 지휘관.”

경박한 발언에 기사 일부는 당황하고 일부는 질색했다. 하지만 일부는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소리에 기고만장해진 듯, 그 기사의 발언은 더욱 저급해졌다.

16562800887208.jpg“죽으러 가는데 그런 낙이라도 있어야지, 안 그래?”

확실히 선을 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레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 기사에게 물었다.

16562800887212.jpg“경은 이름이 뭐죠?”

16562800887208.jpg“왜, 이르게?”

16562800887212.jpg“뭐 하러 그래요.”

기사의 물음에 레나는 맑게 웃었다. 그러곤 덧붙였다.

16562800887212.jpg“나도 손이 있고 발이 있는데.”

16562800970341.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