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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감정의 이름 (53/208)

53화. 감정의 이름2020.11.02.

16562808772243.jpg“이번 초상화는…….”

뜻밖의 상황에 눈치를 보던 레나는, 고심 끝에 감상평을 말해보았다.

16562808772243.jpg“역시 인상적이네요. 무거운 망토가 보온에 적당할 것 같고 팔에 앉은 새는 전서구도 사냥매도 아니어서 용도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멋져 보여요.”

종합해보면 쓸데없이 폼만 잡았다는 말이지만, 레나는 최선을 다해 초상화 속 인물을 칭찬했다. 그러자 남부공은 성에 차지 않는 표정으로 비서에게 턱짓해 초상화를 교체했다. 벌써 세 번째였다. 남부공은 레나가 오자 가타부타 말도 없이 대뜸 초상화를 꺼내왔다. 그러곤 몹시 진지한 눈으로 평가를 촉구했다.

16562808772243.jpg“아까부터 뭐 하시는 거죠?”

시종들이 새로운 초상화를 낑낑대며 가져오자, 참다못한 레나가 영문을 물었다.

16562808772256.jpg“아가씨 초상화 그려주시게요?”

유니도 옆에서 궁금해하자, 고심하던 남부공이 치욕을 참는 얼굴로 대답했다.

16562808772259.jpg“혼기가 가까운 공자들의 초상화일세.”

16562808772256.jpg“어이쿠야…….”

유니의 가감 없는 추임새에 남부공의 얼굴은 더 딱딱하게 굳었다. 그럼에도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16562808772259.jpg“눈이 가는 이가 있다면 말하게. 내 직접 구혼장을 써주겠네.”

16562808772243.jpg“구혼장이요?”

레나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묻자, 꾹꾹 눌러 참던 남부공이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16562808772259.jpg“내가 오죽하면 이러겠나! 그놈은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거늘!”

남부공이 팔걸이를 내리치며 역정을 내자 레나는 얌전히 귀를 막고 유니는 노골적으로 귀를 막았다. 소녀들에게 농락당한 남부공이 재차 분통을 터트리자, 유니가 냉큼 종알댔다.

16562808772256.jpg“그러니까 동부공하고는 즐기는 선에서 끝내고 저 중에서 골라 정착하라는 말씀이세요?”

16562808772259.jpg“커흠!”

유니가 핵심을 짚자 남부공이 헛기침을 토했다. 자백이나 다름없는 반응에 레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건 상상도 못 했다. 당연히 반대할 줄은 알았지만, 설마 저 체면 차리기 좋아하는 영감님이 다른 남자를 만나라며 판을 깔 줄이야.

16562808772243.jpg‘저리도 싫으실까.’

레나는 동부공이라면 치를 떠는 남부공을 보며 쓰게 웃었다. 물론 이렇게 싫어할 줄 알았다. 레나가 약혼이라는 방법을 고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니까. 오늘 레나는 남부공에게 린을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할 생각이다. 물론 가짜로, 당연히 연기로. 늘 그랬듯 여유롭게 시치미를 떼면서. 내숭을 떠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레나는 여느 때처럼 태연자약하게 할 말을 할 셈이었다.

16562808772243.jpg‘그런데 왜…….’

불편하지? 레나는 운을 떼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었다. 사실 불편하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신경이 쓰였다. 오늘 새벽, 린이 안아서 옮기는 데도 깨어나지 않았던 자신이. 그래서 레나는 새로 온 초상화를 보는 척하며 자신의 마음을 되짚었다. 레나는 린과 약혼하기로 했다. 물론 단지 수단이었다. 린을 더 수월하게 도울 수단. 린이 자신의 약점을 모두 털어놓은 날 레나는 생각했다. 그를 돕고 싶다고. 그를 오해하고 매도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다고.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야, 린이 착하니까. 그 처지가 안쓰러우니까.

16562808772243.jpg‘그럼 이건 동정심이구나.’

레나는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조용히 끄덕였다. 썩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동정심, 그래. 이건 동정심이다. 그래서 구두 속 자갈처럼 불편했던 거다. 레나는 자신의 결론에 안심하며 다시 생긋 웃었다.

16562808772243.jpg“초상화는 더 안 봐도 될 것 같아요. 지금은 맞선도 중매도 필요 없거든요.”

그러자 초상화를 들고 있던 시종들이 주춤하며 남부공을 쳐다보았고, 남부공은 결국 이마를 짚으며 초상화를 물렸다. 그러곤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댔다.

16562808772259.jpg“요새 같이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16562808772243.jpg“사실이에요.”

16562808772259.jpg“그 금수 놈이 쫓아다니는 건가?”

16562808772243.jpg“별로 금수 같진 않던데요.”

남부공의 물음에 레나가 살포시 웃으며 대답했다. 레나가 은근히 동부공의 편을 들자 남부공의 눈썹이 도로 뒤틀렸다. 하지만 레나는 모르는 척 말을 이었다.

16562808772243.jpg“친절한 분이셨어요. 여러 가지 도움을 받기도 했고요.”

여러 가지 도움. 동부공이 레나에게 망토를 가져다 준 일은 남부공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레나의 애틋한 속삭임에 그저 탄식했다.

16562808772259.jpg“그래서, 계속 놈을 가까이하겠다는 건가?”

16562808772243.jpg“그러면 안 될 이유가 있나요?”

16562808772259.jpg“어찌 된다고 생각하나!”

남부공이 벌컥 화를 내자 옆에 있던 비서가 거들었다.

16562808830062.jpg“동부공은 남부를 업신여기며 불손히 굴어온 자입니다. 경이 그런 자에게 마음을 주면 남부의 입장이 우스워집니다.”

16562808772243.jpg“하지만, 저는 그분과 이미 장래를 약속했어요.”

레나가 눈 하나 까딱 않으며 거짓말을 했고, 그 순도 높은 뻥에 남부공의 눈은 빠질 듯이 커졌다.

16562808772259.jpg“그게 무슨 헛소린가,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다고……!”

16562808772243.jpg“마음을 확인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어요.”

레나는 그렇게 말하며 수줍게 웃었고, 천상 사랑에 빠진 모습에 남부공은 그만 말을 잃었다. 그래서 비서가 대신 물었다.

16562808830062.jpg“그럼 남부의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는 레나가 동부로 가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전긍긍하며 묻자, 레나는 오히려 그게 뭔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16562808772243.jpg“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것과 누군가의 연인이 되는 건 별개일 텐데요.”

16562808830062.jpg“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여성들은 대개 자신의 일보다 연인의 일을 우선시하지 않습니까?”

16562808772243.jpg“글쎄요, 만약 그렇다면 그건 대개의 남성들이 연인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겠죠?”

레나는 말짱히 웃는 얼굴로 비서의 말을 받아쳤다. 그러곤 덧붙였다.

16562808772243.jpg“다행히 제 연인은 그렇게 이기적이지 않아서, 남부공 대리로 일하는 것엔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레나는 온화한 목소리로 단언했다. 실상은 선언이었다. 천하의 남부공도 집행자 앞에선 종이호랑이나 다름없음을 이 자리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집행자가 결정하면 남부공은 허용한다. 이미 침묵 전쟁 때부터 암묵적으로 지켜진 규칙이었다. 그러니 레나가 남부공 대리 노릇을 하며 동부공과 사귀겠다고 해도 남부에선 할 말이 없었다. 오히려 레나가 냉큼 돌아서지 않고 신의를 지켜주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남부공은 수긍하지 않고 오만상을 찌푸렸다.

16562808772259.jpg“역할을 하고 말고를 떠나, 왜 그리 경솔한가?”

그러더니 정말 답답해 죽겠다는 얼굴로 레나를 다그쳤다.

16562808772259.jpg“놈의 포악함을 직접 보지 않았나? 그런데 겉모습에 혹해 장래를 약속하다니! 친절? 누구나 잠깐쯤은 얼마든 친절할 수 있다. 특히 환심을 살 생각이라면. 왜 그렇게는 생각을 안 하나, 놈이 경을 이용할 마음이면 어쩌려고!”

남부공은 그 말을 시작으로 동부공의 욕을 한참 하고, 젊은 사내들의 욕을 한참 하고, 이어서는 남자에게 속아 고생한 여자의 이야기를 한참 했다. 말이 길어질수록 그것은 경고에서 훈계로, 훈계에서 잔소리로 결을 바꿔갔고, 덕분에 레나는 내심 얼떨떨해졌다. 주절주절 떠드는 남부공의 말에 레나를 붙잡아두려는 의지는 없었다. 그 안에 담긴 건 그저 나쁜 남자 만나서 신세 망치지 말라는 다그침뿐이었다. 그 앞에서 레나는 잠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힘없이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레나의 주변에 남부공 만큼 정 깊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더 그랬나 보다. 그래서 남부공이 린에게 가진 오해를 풀고 싶었나 보다. 둘 다 나쁘지 않은 사람이어서. 한쪽은 상냥하고, 한쪽은 정이 깊은 사람이어서. 나중에, 자신이 떠난 후에 이 둘이 잘 지내면 좋겠다 싶어서. 레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없이 길어지는 남부공의 말을 끊었다.

16562808772243.jpg“걱정하시는 마음은 알겠지만 저하, 동부공은 저를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16562808772259.jpg“그걸 어찌 확신하느냔 말인가!”

16562808772243.jpg“그럼 저를 적으로 돌리게 될 텐데, 생각이 있다면 안 그러겠죠.”

너무 맞는 말에 호통치던 남부공의 얼굴이 일순 온순해졌다.

16562808772243.jpg“그리고 저하. 동부공이 저하께 보인 모습이 그의 전부는 아니에요. 저하께서 동부공을 대할 때의 모습이 저하의 전부가 아닌 것처럼요.”

레나의 은근한 설득에 남부공이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감언이설엔 넘어가지 않겠다는 투였다. 그래서 레나는 웃으며 덧붙였다.

16562808772243.jpg“그러니 제가 동부로 가는 것만 걱정하지 마시고 동부공이 남부로 오는 것도 고려해보시면 어떨까요?”

16562808772259.jpg“뭐?”

16562808772243.jpg“동부공은 생각보다 세심해요. 그래서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주고 싶어 하는데, 만약 저하께서 허락하시면 균열의 경계 임무를 동부와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레나의 말에 남부공의 표정이 더 무시무시해졌다.

16562808772259.jpg“놈이 우릴 돕겠다고 했다고?”

남부공이 못 믿겠다는 듯 중얼대자 레나는 가볍게 대꾸했다.

16562808772243.jpg“왜요, 전에도 도움을 받으셨잖아요.”

전에, 무덤을 열던 날, 두엄의 궁에서. 리그난 아이테르너는 망자에게 먹힐 뻔한 남부공을 몸소 구했었다. 그 일을 똑똑히 기억하는 남부공은 도로 말문이 막혔다.

16562808772243.jpg“동부공은 우리 편이에요.”

레나의 속삭임에 남부공은 입을 꾹 닫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표정은 솔직했다. 그는 동부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내심 설렌 얼굴이었다. 열 받지만 혹한다는 그 눈빛에 레나는 몰래 웃었다. 은근히 호락호락한 남부공도 웃기고, 아무렇지 않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스스로도 웃겼다. 장래를 약속했다니, 마음을 확인했다니, 하물며 연인이라니. 전부 우습기 그지없는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이 마음은 어디까지나 동정심이니까. 그를 향한 마음은 그저 연민에서 비롯된 애정이니까. 레나는 자신의 결론에 만족하며,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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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시간, 동부에서도 비슷한 화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16562808830062.jpg“어제 새벽에 들어오셨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16562808888259.jpg“그래서?”

다만 그 분위기는 남부에 비해 훨씬 더 살벌했다.

16562808888259.jpg“내게도 보고를 받아야 하나?”

16562808830062.jpg“아닙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이유인즉 괜히 날 선 동부공 때문이었다. 동부공 리그난 아이테르너는 전날 외박을 했다. 예기치 않게 벌어진 일에 린 본인도 꽤 당혹스러운 기분이었고, 그래서 비서의 물음엔 괜히 칼질을 했다. 동부공의 지랄에 데카의 눈초리가 가련해졌다. 하지만 린에겐 그 얼굴이 보이지도 않았다. 머릿속이 어제 일로 온통 어지러웠기 때문이다.

16562808888259.jpg‘거기서 잠들 줄은.’

레나의 곁에서 잠든 건 그에게도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어젯밤, 레나와 린은 나란히 앉아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좀 그치면 가요, 언제쯤 그치려나. 대충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그러다가 동부의 이야기가 나왔다. 제국의 동부가 아니라 그보다 더 동쪽, 린의 고향 이야기였다. 레나가 그 지역이 무척 아름답다고 들었다며, 기회가 되면 한번 가보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래서 린은 레나에게 고향 이야기를 해주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세나 그 사이로 두루두루 흐르는 맑은 계곡, 기와를 겹쳐 지은 지붕과 처마 끝에 달린 물고기 모양 풍경, 마당에 가득하던 도라지 꽃……. 그런데 어느 순간 레나의 대답이 멈췄고, 혼자 너무 떠들었나 싶은 찰나 레나의 몸이 스르르 기울어 어깨에 닿았다. 가만히 다가온 레나의 체온과 무게에 린은 놀라서 굳었다가, 그 차분한 숨소리를 듣고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밖에는 비가 내렸고, 어둠이 깊었다. 곁에 잠든 사람은 너무나 예쁘고 마음에 겨웠다. 생각해보면 린이 늘 바란 건 단지 이런 거였다. 좋아하는 사람과 어깨를 기대고 고요히 쉬는, 이런. 그래서 린은 문득 궁금해졌다. 레나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레나는 린에게 늘 호의를 보였지만, 그 결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점들은 많았다. 늘 예쁘다며 웃어주는 것도, 머리를 손수 말려주는 것도. 상대를 아끼지 않으면 하지 않을 일이었다. 물론 그 감정은 우정일 수도 있고 친애일 수도 있다. 동시에 린이 이미 엄중히 경고한 바 있는 연애감정일 수도 있다.

16562808888259.jpg‘연애감정을 느끼면 말해달라니…….’

린은 다시 한번 자신의 과거 발언을 저주했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너무 섣불리 말을 꺼냈다. 사실 린은 그때도 레나가 좋았다. 다만 아직 얕은 호감이어서, 이 이상 마음을 키우면 안 될 것 같아서 먼저 선을 그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틀 전의 일로 어쩌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나는 강했다. 린이 날뛰면 더 훌륭하게 날뛰어 그를 제압할 만큼 강했다. 그러니 어쩌면, 더 좋아해도 괜찮지 않을까?

16562808888259.jpg‘미쳤군.’

린은 데카가 아직 앞에 있는 걸 깨닫고 생각을 떨쳤다. 그때 마침 데카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16562808830062.jpg“정말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혹시 어젯밤 남부공 대리를 만나신 건지요.”

그에 린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며 시치미를 뗐다.

16562808888259.jpg“어떻게 알았지?”

16562808830062.jpg“최근 가깝게 사귀시는 듯해서, 역시 그러셨군요.”

사실 데카는 린이 매일 밤 자리를 비우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래 밤 산책을 좋아하는 성미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언젠가부터 외출 시간이 길어져 의아하게 여기던 차였다.

16562808830062.jpg“그럼 남부공 대리와는 혹시…….”

16562808888259.jpg“혼인을 약속했다.”

린의 가감 없는 대답에 데카가 눈을 크게 떴다. 그래서 린은 무덤덤하게 덧붙였다.

16562808888259.jpg“동부의 안주인으로 그 이상의 인물은 없다고 보는데.”

16562808830062.jpg“아, 예. 실례했습니다.”

데카는 놀라면서도 린의 말에 동의했다. 동시에 의아했다. 그렇게 말하는 린의 얼굴은 사랑하는 남자의 표정이라기엔 너무 차가웠다. 때문에 데카는 정말 마음이 닿아 연인이 된 건지, 정무적인 판단이었는지 조금 의심스러워졌다. 그 사이 린은 내친김에 말을 이었다.

16562808888259.jpg“차주 균열 감시를 지원할 예정이니 준비하도록.”

16562808830062.jpg“지원이라 하심은…….”

16562808888259.jpg“북부의 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남부를 지원한다.”

남부의 약점을 보완해주라는 뜻이었다. 꽤 세심한 명령에 데카는 다시 헷갈렸다.

16562808830062.jpg“알겠습니다. 경계에 공백이 생기지 않게 감시대를 재편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데카는 눈치를 보다 넌지시 물었다.

16562808830062.jpg“레나 루벨 님과는 언제 그런……. 실례했습니다.”

동부공이 차가운 눈으로 자신의 비서를 바라보았고, 데카는 선을 넘은 걸 깨닫고 공손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데카가 즐거움을 감추며 다시 말했다.

16562808830062.jpg“실은 그분이 저하를 바라보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16562808888259.jpg‘레나가?’

데카는 그렇게 말하며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레나가 이따금 린을 바라보았고, 그러다 린이 고개를 돌리면 아닌 척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고 말했다. 뜻밖의 말에 린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데카는 미처 모르고, 연인이니 당연하다 생각하며 덧붙였다.

16562808830062.jpg“왜 그러나 했는데, 이미 전부터 마음이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린은 마른침을 삼키며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심장은 이미 아프도록 쿵쿵 뛰고 있었다. 린은 더더욱 궁금해졌다. 레나가 자신에게 가진 감정의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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