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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소녀와 소년과 소년의 사정청취 (1) (204/208)


외전. 소녀와 소년과 소년의 사정청취 (1)
2022.04.14.


이우라는 기분이 꽤 언짢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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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입구에 데려가주세요.”

15살이 된 유니가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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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 그건가?”

이우라는 기가 막힌다는 듯 중얼댔다.

말마따나 무려 2년 만이었다.

2년 전, 레나 루벨이 살아 있다는 소식에 그쪽으로 홀라당 넘어가버린 유니는 그간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오늘에야 대뜸 황궁으로 찾아왔다.

그래놓고 덜컥 한다는 말이 무덤 입구로 데려가 달란다.

이우라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보자, 옆에 있던 18살의 엔지 루벨이 유니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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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는데 안부 인사부터 해야지…….”

엔지가 무척 상식적인 말로 핀잔했다. 하지만 유니는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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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아저씨는 용건만 간단히 하는 거 좋아해.”

맞는 말이긴 하다만, 아무리 그래도 2년 만에 나타나 용건만 던질 일인가?

이우라는 입을 꾹 닫은 채 속으로 반박했다.

실은 유니와 엔지가 온다고 해서 없는 시간을 억지로 만들고 기다렸다.

그래서 반가워할 겨를도 없이 용건부터 집어던진 유니가 은근히 섭섭했지만, 그렇다고 애들이나 기사들 앞에서 티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이우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리를 꼬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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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용건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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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사겸사 아저씨 얼굴도 볼 겸요.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죠?”

이우라가 나름 의미심장하게 물었지만 유니는 싹 무시하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이우라는 다시금 할 말을 잃었다.

어른과 달리 아이들에게 2년의 시간은 매우 컸다.

허약하던 엔지는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됐다. 아직 하얗고 여리한 구석이 남아 있지만 소년 시절에 비하면 제법 듬직하다. 게다가 사제복을 벗고 정장을 차려입은 모습은 어디 내놔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유니 역시 그간 무럭무럭 자라서 옛날 그 가소로운 크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검을 배운다는 얘기가 허풍은 아닌지 자세도 곧고 단단했다.

숙녀복 대신 차려입은 제복이나 높이 묶은 머리는 남부공 대리 시절의 레나 루벨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말마따나 이우라는 그들의 모습이 새삼스럽고 반가웠다. 하지만 동시에 유니가 얄밉기도 해서, 그는 시치미를 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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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을 모르겠군. 무덤의 입구라면 레나 루벨이나 동부공이 더 잘 알 텐데 왜 여기서 부탁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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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가 안 가르쳐줘서요. 린 씨는 아가씨 편이고요.”

유니의 불만 섞인 대답에 이우라가 시선으로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엔지가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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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살아 있는 사람이 망자와 접촉하면 안 된다고 해요. 그래서 저희가 무덤 입구로 가는 것도 허락해주질 않아요.”

엔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양옆을 번갈아 보았다.

그가 말한 ‘저희’에는 오른쪽에 앉은 유니 뿐만 아니라 왼쪽에 앉은 소년도 포함되어 있었다.

엔지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과 같은 색 눈동자를 지닌 이국의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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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이 친구는 진이라고 합니다. 서부 접경지에서 린 씨와 함께 지냈던 친구예요.”

이우라가 쳐다보자 엔지는 서둘러 소개했다.

유니가 다짜고짜 본론부터 꺼내는 바람에 진은 인사할 기회를 놓치고 줄곧 꿔다놓은 보리 짝처럼 앉아 있었다.

서부 접경지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반응했던 이우라는 최대한 침착한 눈으로 진이라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접경지의 까마귀 무리라면 북부공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는데, 그 소년은 이우라 앞에서도 퍽 해맑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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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라는 아까부터 정체가 궁금했던 소년과 짧게 목례한 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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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레나 루벨이 타당하게 반대한 사안을 내게 다시 부탁하러 왔다는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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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그렇게 말하면 저희가 꼭 아가씨를 배신하는 것 같잖아요.”

유니가 뾰로통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작당은 모로 보나 배신이었다.

비로소 상황을 파악한 이우라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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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에 대해서라면 나도 레나 루벨과 합의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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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합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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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생과 사의 경계는 넘지 않는다. 그래서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면 무덤 입구에 접근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우라는 레나와 똑같은 이유로 아이들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러자 한 소녀와 두 소년은 말없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저들끼리 눈짓을 주고받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아, 이우라는 노파심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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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는 왜 가려는 거지? 이젠 접근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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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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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동부공을 만나고 싶습니다.”

유니와 진이 차례로 대답했다.

그리고 이우라의 시선은 진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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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동부공이라면 나자 아이테르너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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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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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지?”

이우라가 까닭을 묻자 진이 대답하려고 입을 벌렸다. 그런데 직전에 유니가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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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죠? 그럼 아저씨, 우리 내기할까요?”

내기라는 말에 이우라의 눈썹이 굽었다. 그러자 유니가 방긋 웃으며 이우라를 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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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해서 이기는 쪽이 원하는 거 들어주기요. 우리가 이기면 무덤 입구로 데려다주고, 아저씨가 이기면 물어보는 거 다 대답할게요.”

아주 건방진 제안이다. 지켜보던 기사들은 저도 모르게 실소했고, 유니는 조금 더 얄밉게 웃었다. 설마 피하진 않으시겠죠, 라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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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한다.”

하지만 이우라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피했다.

그는 자신에게 백해무익한 내기를 단지 자존심 때문에 받아들일 만큼 어리석지도 혈기왕성하지도 않았다.

단칼에 거절당한 유니는 발끈해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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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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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할 대로 생각해라.”

이우라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찻잔을 들었다.

그 완고한 모습에 유니와 진은 재빨리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유니는 다시 표정을 바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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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사실 무덤 입구가 어디 있는지는 우리도 알아요. 우리가 아니라 얘가 알죠.”

유니는 그렇게 말하며 엔지를 가리켰고, 덕분에 엔지는 억울한 눈이 되었다.

마지막 토벌에 참여했던 엔지는 당연히 입구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때 이미 마음을 정리한 터라 유니와 진처럼 굳이 무덤에 갈 이유도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엔지는 이 두 친구에게 반쯤 끌려온 상황이었다.

엔지가 눈으로 결백을 주장했지만, 유니는 그러거나 말거나 당차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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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끼리 갈 수도 있지만 거기가 북부 영토라서 아저씨한테 도와달라고 한 거예요. 우리끼리 가기엔 위험하니까요. 하지만 끝까지 안 된다고 하시면 우리가 알아서 하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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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걸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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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수 있나요. 하, 나는 나중에 친절한 어른이 되어야지.”

유니는 그렇게 말하며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었고, 이우라는 조용히 이를 갈았다.

사춘기를 헐레벌떡 지나고 있는 이 애송이들은 자신감과 반항기로 똘똘 뭉쳐서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할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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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조건을 추가하지.”

결국 이우라는 한 수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유니의 눈이 반짝 빛났고, 이우라는 꼬마의 농간에 놀아나는 걸 알면서도 마지못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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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기면 묻는 것에 답하고 무덤으로 가는 걸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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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우리 둘이 덤벼도 되죠?”

유니가 기뻐하며 소리쳤다. 그때 유니가 말한 둘은 유니 본인과 진이었고, 이우라는 일말의 틈도 없이 끄덕였다. 실은 둘이 아니라 셋이 덤벼도 상관없었다. 아무리 참격이 사라졌다한들, 이런 애송이들쯤이야.

잠시 후 기사들이 연습용 목검을 가져와 건넸다.

이우라는 기사들 앞에서 재주를 부려야 하는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유니의 실력을 가늠해볼 생각에 내심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응접실 한가운데 자리를 만들고 검을 드는데, 진이 돌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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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국 검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빠지겠다는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청소년의 패기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곧 이어진 말은 이우라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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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제 활로 하겠습니다!”

이 좁은 곳에서 활을 쏘겠다니 미친놈인가.

이우라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이우라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진은 부산스럽게 제 활과 화살을 챙겨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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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은 뺄 테니 안심하십시오!”

화살촉을 빼도 이 거리에서 쏘면 박힌다.

이우라는 저 광기의 동부인을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대련 구도는 만들어졌고 꼬마들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눈치 없는 기사들은 이우라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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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지.”

결국 이우라는 분위기를 거스르지 못하고 이를 악문 채 중얼댔다.

그 말을 신호로 진이 진짜로 화살을 쐈다. 이우라는 진이 시위를 놓기도 전에 몸을 피했고, 그쪽으로 유니가 기다렸다는 듯 목검을 앞세우고 달려들었다.

자세는 제법이지만 위력은 아직 턱없이 부족해 유니의 검격은 이우라의 목검에 손쉽게 막혔다.

그러나 제대로 압박할 겨를도 없이 다시 화살이 날아와 이우라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아슬아슬하게 활을 피한 이우라는 가슴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검과 활을 쓰는 두 놈과 대련이라니, 듣도 보도 못했다. 그리고 이 거리에서 쏘는 화살은 확실히 반칙이다.

그런데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기사들은 북부 대공께옵서 당연히 승리하시리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여기서 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거라는 확신에 이우라는 식은땀을 흘리며 목검을 고쳐잡았다.

그때 유니가 다시 덤벼들었다.

유니의 검은 가벼운 반면 정교하고 대범한 구석이 있었다. 유니는 겁도 없이 이우라의 안으로 연신 파고들었고, 이우라는 공격을 쳐내며 품 안의 사각을 노리는 유니를 피해 뒷걸음질 쳤다.

그 순간을 노려 진이 활시위를 당겼다.

이러다 당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게 생각한 이우라는 잠시 호흡을 멈췄다.

그리고 화살이 날아오는 순간 목검의 손잡이로 날아온 화살을 쳐내고 그대로 몸을 횡으로 돌려 검을 뻗었다.

빠르게 돌아간 검이 허공을 가르며 진의 활대를 부러트렸다.

콰직 소리가 나며 부서진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진이 놀라서 넘어지는 사이 이우라는 다시 반 바퀴 돌아 뒤에서 달려들던 유니의 목 아래로 검 끝을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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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이우라의 뒤를 노리던 유니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그로써 결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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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

짝짝짝.

앉아서 지켜보던 엔지가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기사들도 북부공에게 존경의 시선을 보냈고, 간신히 체면을 지킨 이우라는 여느 때처럼 멋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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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이 났군.”

유니는 분한 표정을 지을 뿐 더 이상 반항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우라는 부러진 활을 잡고 망연해하는 진에게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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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 아이테르너를 만나려는 이유가 뭐지?”

진은 놀란 듯 이우라를 쳐다보더니, 이내 한층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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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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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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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식민은 끝났지만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제국의 뒤를 잇는 그라샤가 유감을 표하고 재건을 돕기로 약속은 했지만, 그 역시 당사자에게 받은 진짜 사과는 아닙니다.”

진은 그렇게 말하며 무척이나 속상한 표정으로 이우라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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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직접 사과받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를 빼앗아갔던 침략자에게요.”

이우라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아마 입이 열 개라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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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드는 기분이 꽤 언짢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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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북부 엄청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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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북부……!”

15살의 유니와 17살의 진이 뒤에서 호들갑을 떨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18살의 엔지가 미안한 듯 눈치를 봤지만 그건 그닥 위안이 되지 않았다.

황궁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루비드는, 형의 명령으로 세 애송이와 함께 무덤 입구에 막 다다른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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