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편에서 계속) 제 26화.
“이거 지금 많은 사람이 보고 있 다? 말조심해야 해.”
“어디? 어디 있나?”
현우의 속삭임에 탱이는 고개를 휙 휙 돌렸다.
하지만 탱이의 눈에 사람들이 보일 리가 없었다.
“망할 주인 놈이 또 날 속였다.”
탱이는 현우의 한쪽 다리를 잡고 흔들었다.
탱이의 행동에 반응을 보인 건 현 우가 아니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었다.
- 으윽, 내 심장이….
- 심쿵.
- 저도 펫 알 사러 갑니다.
- 내사랑탱이님이 금화 77개를 선 물하셨습니다.
‘탱이가 나보다 인기가 더 좋은 데?’
현우도 시청자들도 모두 잊고 있었 다.
지금 현우가 있는 곳이 투기장이라 는 것을.
[랭킹전을 시작합니다.]
“맞다. 탱이야, 얼른 버프 좀 줘.”
탱이는 현우의 재촉에 고개를 저었 다.
“싫다. 주인 놈아, 사과할 때까지 안 준다.”
현우와 탱이가 실랑이하는 와중에 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이따가 목마 태워 줄게.”
“알았다. 이번엔 내가 용서해 준다. 다음엔 얄짤없다. 주인 놈아.”
현우는 어쩔 수 없이 목마라는 조 건을 제시했다.
탱이는 그것만을 기다렸다는 듯 바 로 낚아챘다.
[곰의 기세를 받으셨습니다.]
[체력이 상승합니다.]
[힘이 상승합니다.]
[숲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체력이 지속해서 회복됩니다.] 현우는 차오르는 힘을 느끼고는 숨 을 골랐다.
“후. 마지막이니만큼 제대로 하나 만들어 보겠습니다. 여러분, 기대하 세요.”
현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대 편 전사가 현우를 향해 달려왔다.
‘5분은 충분히 싸워 볼 만해.’
시청자들에게 현우의 퀘스트는 이 미 안중에도 없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은 작은 곰 인형,
탱이에게 쏠려 있었다.
- 저렇게 귀여운 펫이 버프도 줌?
- n天 i= m天 0 최소 유니크 급인 드
- 탱이도 BJ 시켜야 하는 것 아 님? 금단 현상 을 듯.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랭킹전이 시작되자 현우에게로 눈 이 돌아갔다.
- 와, 저 긴 칼로 어떻게 저렇게 되냐. 이해가 안 되는데.
- 이해되면 최소 랭커일듯.
현우는 장담했던 대로 치열한 전투 를 치르고 있었다.
상대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이제 전투라는 것을 조금 할 줄 아는 플 레이어 였다.
110레벨에 투기장 백만 등대의 순 위.
결코, 딱지치기로 얻은 것이 아니 었다.
‘역시 여기서부터는 좀 힘에 부치 네.’ 애초에 50레벨로 110레벨과 싸우 는 것이 난센스였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단숨에 경 기가 끝났을 터였다.
하지만 현우는 그걸 해냈다.
오히려 비등하게 싸워 나갔다.
전사는 현우의 머리를 쪼갤 듯한 기세로 장검을 내리찍었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드워프의 도를 들어 막아냈다.
그리고 오히려 한 발 앞으로 나가 도를 튕겼다.
그러자 전사의 장검이 하늘로 향했 고 자세가 무너졌다.
현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손목의 스냅만을 이용해 도의 끝 부분으로 상대의 목을 노렸다.
회심의 일격이었다.
주륵.
‘옅었나. 역시 피하네.’
“이 정도로는 안 된다는 건가.”
상대방은 순순히 당하지 않았다.
그 순간에 스킬을 사용해 몸을 뒤 로 뺀 것이다.
“어떻게 나랑 매칭된 건가 했더니. 엄청나게 잘하잖아?”
뒤로 훌쩍 물러난 전사가 입을 열 었다.
“혹시 이건가?” 전사는 엄지와 검지를 맞대 o 문 양을 만들었다.
투기장 대리를 뜻하는 제스처였다.
“아닙니다. 스트리머죠. 골목대장이 라고 합니다.”
현우는 도를 들지 않은 손을 흔들 었다.
“지금 방송 중이고요. 당신만 이기 면 방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곱게 패배하시고 제게 칼퇴의 영광 을 누릴 기회를 주시죠.”
현우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상대를 향해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이렇게 시간을 끌 여유가 없었다.
거인의 힘이 남은 시간은 2분.
탱이의 버프는 4분이었다.
두 개의 버프가 사라진다면 승산은 더욱 희박해진다.
‘아쉽네. 스킬이 적은 게.’
현우는 전투가 이어질수록 자신의 스킬이 적은 것이 아쉬웠다.
스킬 자체는 적지 않았다.
단지 즉발형 스킬이 없었다.
배쉬와 강타.
이동 스킬이 한 개만 더 있었다면 승리는 진작에 현우의 손에 들려 있 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아쉬움을 토로할 수는 없었다.
보완은 지금 이 랭킹전이 끝난 뒤 에 하면 됐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랭킹전의 승 리다.
2개의 퀘스트가 걸린 이 경기의 승리.
현우는 남은 시간을 체크했다.
30 초.
이제는 최후의 도박을 걸어야 할 때였다.
지금 당장은 우세했다.
현우는 제대로 타격을 당한 적이 없었다.
상대는 몸 이곳저곳에 옅고 자잘한 상처들이 많았다.
이대로만 유지돼도 승리는 현우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버프가 끝난 후에도 이런 접전이 가능하다고는 장담할 수 없 었다.
‘이번 한 번에 모든 걸 건다.’
25 초.
현우의 도가 상대의 검을 두들겼 다.
지금까지와 같은 패턴이었다.
하지만 전사의 대응이 달랐다.
현우의 사정을 모르는 전사는 이대 로 가다가는 자신이 진다는 생각을 했는지 스킬을 쓰며 치고 나왔다.
20초.
전사의 장검에서 영롱한 빛이 뿜어 져 나왔다.
검기 였다.
현우도 그에 질세라 짙푸른 도기를 만들어 냈다.
이제는 뒤가 없는 싸움이었다.
15초.
현우와 전사는 잠깐의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각각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는 듯싶 었다.
10초.
현우와 전사가 다시 서로에게 뛰어 들었다.
5초.
전사의 도가 허공을 갈랐다.
현우의 도는 전사의 목을 갈랐다.
0초.
[플레이어 강현우님이 승리하셨습 니다.] 현우의 눈앞에 메시지 알림 폭탄이 터졌다.
모든 스킬이 1개의 랭크가 올랐다.
현우의 승리는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다.
[스킬 웨폰 마스터리의 랭크가 E+ 로 상승했습니다.]
[스킬 전투의 달인의 랭크가 E로 상승했습니다.]
- 투기장에서의 승리 100/100
- 상대와의 결투에서 승리 1/1
‘내가 이겼어!!!’
현우는 승리했다는 사실에 자신이 스트리밍을 하는 것을 망각할 뻔했 다.
하지만 폭탄처럼 터지는 금화는 현 우의 현실감을 지독히도 깨웠다.
- 이기면만개쏨님이 금화 9999개 를 선물하셨습니다.
- 100연승축하님이 금화 1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이기면만개쏨님 금화 9999개 감 사드립니다. 100연승축하님 금화 100개 감사드립니다. 잘 쓰겠습니 다.”
현우는 반쯤 믿지 않았던 금화 만 개가 터지자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 은 잊히고 몸에서 힘이 솟아나는 느 낌이 들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힘!’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벌써 10 시간이 넘게 랭킹전을 치른 현우였 다.
피로가 없을 리가 없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스트리밍을 종 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스트리 밍은 금요일 6시에 하도록 하겠습니 다.”
- 곰 인형을 보여 줘!!!
- 곰만이라도 제발!!!
시청자들은 탱이를 보여달라고 아 우성 쳤다.
하지만 현우는 이미 스트리밍을 종 료한 후였다.
***
“어우야, 힘들어 죽겠다.”
첫 실시간 스트리밍을 끝낸 현우는 거실의 소파에 드러누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 다.
스트리밍을 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 보다 큰 스트레스를 동반했다.
뭐 하나 편하게 할 수가 없었다.
아레나면 아레나, 채팅이면 채팅, 언행이면 언행. 모든 것을 신경 써 야 했다.
“왜, 힘드냐? 그래도 한 1〜2주면 적응된다.”
영찬은 뻗어버린 현우를 향해 물을 건넸다.
자신도 저 느낌을 안다.
지금도 가끔 스트리밍을 끝내고 나 면 온몸이 땀으로 젖을 지경이니까.
그냥 아레나를 즐기는 것과는 명백 히 달랐다.
하지만 실력과 운만 뒷받침된다면 단순히 아이템을 팔고 동영상을 올 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입을 올 릴 수 있었다.
그래서 현우에게 추천한 것이다.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가능성이 있 는 길은 이뿐이었으니까.
“그래도 돈은 많이 벌었겠지. 아냐?”
“맞다, 내 금화!!!”
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왜 이 고생을 했는가.
모든 것은 금화에 있었다.
현우는 영찬의 노트북을 통해 A-월드에 접속했다.
“어딨지? 어딨지? 이건가?”
현우는 다급한 마음에 정산 페이지 를 찾지 못했다.
그때 영찬이 손을 뻗어 정산 페이 지를 클릭했다.
“어?”
“뭐냐 이거? 뭐가 이렇게 많아?”
금화의 개수를 본 현우는 말을 잃 었다.
영찬은 황당함에 갱신 버튼만 누를 뿐이었다.
“이거 오류 아냐? 왜 이렇게 많은 데?”
1골드당 1천원.
금화 573847fl.
57,384,000원.
대박이 터졌다.
그것도 초대박이.
“영찬아, 오늘 짜장면에 탕수육이 다. 아니 깐풍기, 양장피 다 시 켜!!!”
“내가 쏜다!!!”
현우는 기쁨에 소리쳤다.
다음 스트리밍 때도 이 정도의 금 화가 터질지 안 터질지는 누구도 몰 랐다.
하지만 걱정은 일렀다.
“탕수육, 양장피, 깐풍기, 고추 잡 채….”
영찬은 이미 중국집에 주문하는 중 이었다.
***
현우의 첫 실시간 스트리밍은 성공 적으로 끝났다.
골목대장의 스트리밍이 가지고 온 파도는 그 누구의 예상보다도 거대 했다.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쓰나미였다.
기존의 영역을 구축한 이들의 영역 을 처참하게 부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득권 층이 지게 되었다.
피해를 입은 기득권층 중 하나인 거대 길드 ‘마노’의 길드장 마르코 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침부터 썩 좋지 않은 소식을 들 었다.
“후원금도 줄고 스폰서들도 재계약 하지 않거나 계약 금액을 줄이겠답 니다.”
“이유가 뭐지? 우리가 요새 지분이 줄었나?”
마노의 실질적인 살림을 담당하는 패트릭은 마르코의 물음에 현우를 거론했다.
“골목대장 때문입니다. 스폰서들이 그쪽으로 기웃거린다고 합니다. 그 리고 우리의 주 콘텐츠는 투기장과 공성전인데 투기장 쪽은 아예 돌아 선 것 같습니다.”
마르코는 이마를 두들겼다.
“골목대장이라 골목대장….”
한참을 생각하던 마르코는 입을 열 었다.
“그놈 레벨이 몇이라고 했지?”
“50이랍니다. 어제 밝혀진 것이니 아마 오차 범위는 3레벨 이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쪽으로 영입하던가, 아니면 밟아버려. 다시는 얼씬도 못 하게.”
“알겠습니다.”
현우를 노리는 자들이 다시 나타나 기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은 기득권이거나 기득 권이 되고 싶은 자들이었다.
*** 현우는 르브론의 저택 구석에 앉아 있었다.
현우의 어깨 위에는 곰 인형이 올 려져 있었다.
현우가 여기 있는 이유는 간단했 다.
현우는 황제를 만나러 가기 위해 르브론을 찾았다.
그런데 르브론에게 가는 도중 생각 이 났다.
“아, 나 보상받았지. 퀘스트.”
주위를 살핀 현우는 곧바로 구석에 주저앉아 칭호와 인벤토리를 확인했 다.
[100연승을 달성한 자]
투기장에서 최초로 100연승을 달 성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칭호
효과 : 인간형 몬스터(PVP 포함) 와 전투 시 공격력이 20% 증가한 다.
“오, 좋아.”
현우는 물개 박수를 쳤다.
그러자 덩달아 탱이도 박수를 쳤 다.
칭호는 상당히 괜찮은 옵션이었다.
아레나에서 인간형 몬스터는 꽤 많 았다.
특히 퀘스트를 진행할 경우에 자주 만났다.
거기다 PVP가 포함이니 투기장을 비롯한 공성전에서까지도 효과를 톡 톡히 볼 게 분명했다.
현우는 부푼 마음을 안고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을 확인했다.
“반지?”
현우의 손에 들린 것은 거무튀튀한 작은 반지였다.
현우의 인벤토리에서 현우가 알지 못하는 아이템은 오로지 이 작은 반 지뿐이었으니 이게 보상이 분명했 다.
2차 전직을 마치기 전까지는 반지 는 한 손에 한 개씩 총 두 개를 낄 수 있었다.
2차 전직 후에는 2개가 늘어 4개 를 착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현우는 촌장 델의 반지를 빼고 이 작은 반지를 꼈다.
그때 현우의 눈을 의심케 하는 메 시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