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71화 (72/939)

제71화.

정한백이 대련장 위로 올라오는 것 을 보는 영찬은 빙긋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더 크게 웃고 싶었 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잠시 뒤에 있을 재미를 위해서.

“오! 날아라 슈퍼맨님이 도전하시 는군요. 현재 3승 2패. 1패만 더하 시면 복면투사 자격을 잃고 정체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은 아시겠지요?

“네, 알고 있습니다.”

정한백의 대답에 영찬은 짓궂은 표 정을 지었다.

마치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표정이 었다.

‘그래? 그럼 흑역사 한 번 만들어 보자.’

영찬은 정한백을 향해 듣기에 따라 서는 불쾌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졌 다.

“그런데도 나왔다. 그렇다면 낭만 파 자객을 확실히 이길 자신이 있으 시다는 말이시군요.”

영찬의 의도를 모르는 정한백은 그 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인 방송 진행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원래 이런가? 뭐, 방송이니까. 이 슈가 필요하겠지.’

“그렇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꼭! 이기시길 바 랍니다.”

영찬은 몸을 돌려 현우를 바라봤 다.

“낭만파 자객님은 지금 기분이 어 떠시죠?”

“무슨 기분이요?”

“지금 슈퍼맨님이 자객님을 이길 수 있다고 해서 올라왔잖아요?”

“그런가 보죠. 저는 신경 안 씁니 다.”

‘이 새끼가?’

영찬은 이를 빠득 갈았다.

현우는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만담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놀리는 형태로.

그렇지 않다면 이런 태도는 말이 되지 않았다.

‘한 번만 참는다. 내가.’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바 로 경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찬은 속이 터지기 전에 경기를 시작했다.

[낭만파 자객 vs 날아라 슈퍼맨] 현우는 어느새 거인의 힘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온 것을 깨달았다.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나.’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일이 술술 풀렸다.

덕분에 현우가 예상했던 것보다 복 수가 쉬워졌다.

아니, 복수는 원래 쉬웠다.

다만 복수의 강도가 생각보다 높아 졌을 뿐.

‘평생을 이고 갈 흑역사를 만들어

주지.’

그 순간 탱이의 손이 움직였다.

[곰의 기세를 받으셨습니다.]

[체력이 상승합니다.]

[힘이 상승합니다.]

[숲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체력이 지속해서 회복됩니다.] 현우는 버프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 고는 바로 거인 스킬을 사용했다.

[거인의 힘을 사용했습니다.]

[힘 스탯이 상승합니다.]

[거인의 기상을 사용했습니다.]

[힘 스탯이 상승합니다.]

현우는 정한백을 향해 돌진해 들어 갔다.

그리고 그 순간 현우의 스킬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전투의 달인이 활성화됩니다.]

[스탯이 상승합니다.]

[스탯 ‘투기’로 인해 스탯이 상승합 니다.]

[상대방이 플레이어보다 강합니다.]

[추가로 스탯이 상승합니다.]

[학살자의 마음가짐이 활성화됩니 다.]

[모든 스탯이 15% 상승합니다.]

현우는 움직일수록 뺄라졌다.

마치 자동차를 보는 것 같았다.

달릴수록 가속도가 붙었다.

이윽고 정한백의 눈앞에 나타난 현 우가 부러진 도를 휘둘렀다.

도가 휘둘러지는 순간 현우의 도에 서 선명한 빛무리가 나타났다.

콰앙!

현우의 공격을 막아낸 정한백은 날 아가지는 않았지만, 쉼 없이 뒷걸음 질을 쳤다.

파바바박.

공포영화에서 귀신을 본 사람처럼 말이다.

물론 그 모습은 매우 우스꽝스러웠 다.

‘오늘 한 번 제대로 놀아 보자. 정 한백.’

현우는 정한백의 뒷걸음질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

- 三7 三7 弓 三7 三7

- 누군지 모르겠는데 겁나 웃기네.

- 개그맨인가?

- 인터뷰 패기는 어디 가고 이렇 게 발리냐.

‘젠장, 아까보다 더 세졌어. 무슨 스킬이야. 도대체.’

정한백은 기겁했다.

공격의 위력이 전보다 강했다.

잘못 했으면 또 허무하게 패배할 뻔했다.

‘어? 근데 왜 멈춰 있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보통이라면 낭만파 자객이 뒷걸음 질 치는 날아라 슈퍼맨을 따라와 후 속 공격을 이어야 했다.

그러나 낭만파 자객은 그저 제자리 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왼손을 들었다.

까딱까딱.

그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가장 강 력한 도발이었다.

‘저 새끼가!!!’

보는 사람들은 재밌었지만, 당사자 인 정한백은 화가 났다.

자신은 프로게이머다.

그것도 한국에서는 수위를 다툰다 는 JT 텔레콤의 선수였다.

저런 도발을 당하고 참을 수만은 없었다.

정한백은 낭만파 자객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에 불과했다.

쾅!!!쾅!!!

부딪칠수록 느꼈다.

놈의 스펙은 자신보다 뛰어났다.

레벨과 아이템으로 누를 상대가 아 니었다.

자신이 앞서는 것은 자객보다 약간 빠르다는 것뿐.

힘에서는 월등히 밀렸다.

압살당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속된 말로 ‘발렸다.’

‘숨겨 둔 스킬을 쓰면 이길 수도 있겠지만, 이걸 쓰면 팀에….’

정한백은 망설였다.

숨겨 둔 한 수는 있었다.

랭커라면 누구나 비장의 스킬을 가 지고 있었다.

그게 프로게이머라면 더더욱.

까딱!

‘씨발, 뭘 나중이야. 저 새끼부터 족치고 생각하면 되지.’ 현우의 계속된 도발에 결국 정한백 은 숨겨 둔 스킬을 꺼냈다.

‘요정의 축복’

요정의 축복은 민첩 스탯을 50% 상승시키고 이동속도를 20% 상승시 키는 버프 스킬이었다.

비장의 스킬이라고 불리기에 조금 도 아깝지 않은 수준이었다.

‘이제부터는 다를 거다.’

정한백은 현우를 향해 돌진했다.

- 아, 콘셉트가 날파리세요? 슈퍼 맨이 아니라?

- 빠르면 뭐하냐. 더 빠르게 튕겨 나가는 거? 그거 하나 좋네.

시청자들은 정한백을 보고 비웃기 바빴다.

한편으로는 정한백의 움직임이 달 라진 순간 시청자들은 기대했다.

슈퍼맨이 뭔가 보여주기를.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압살당하는 것이 아닌 반격하는 것을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여전히 슈퍼맨은 패색이 짙었다.

빨라진 만큼 빠르게 달려들었고 빠 르게 튕겨 나갔다.

‘어휴, 깜짝 놀랐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현우도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간신히 이기고 있었다.

하지만 보는 사람들의 입장과 당하 는 정한백의 입장에서는 압도적으로 패배하는 그림이었다.

손 하나 쓰지 못한 채 처참한 패 배.

그것이 현실이었다.

‘프로게이머라더니 장난 아니네.’

정한백의 실력은 뛰어났다.

현우도 모든 것을 꺼냈기에 망정이 지 뭐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졌을지 도 몰랐다.

‘하지만 내가 이겼어. 정한백.’

현우가 다시 정한백을 향해 돌진했 다.

‘이 개새끼야.’

‘젠장, 뭐가 문제야!!!’

정한백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자신이 지는가.

레이나에게 진다면 납득이 됐다.

그녀는 자신보다 강하니까. 그러나 모든 버프가 사라진 지금 정한백은 알 수 있었다.

낭만파 자객.

놈은 자신보다 레벨이 높지 않았 다.

아이템도 좋지 않았다.

놈의 스탯이 자신보다 못하다는 것 은 부딪치는 자신이 제일 잘 알았 다.

스트리머를 거쳐 프로게이머까지.

수없이 했던 것이 사냥이고 PVP였 다.

이 정도 감은 있었다.

초반에는 분명 놈이 강했다.

그러나 5분.

5분이 지나는 순간 놈은 약해졌다.

아마 그 5분이 놈의 최선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발악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왜!!!’

왜 이기지 못하는가.

분명 자신이 더 스탯이 높았다.

그런데 속수무책이었다.

귀신과 같이 움직이는 도를 막는 것조차 버거웠다.

반격해도 그 순간뿐이었다.

공격이 이어지지 못했다.

전형적인 패배의 시나리오였다.

그것도 매우 처참한.

“왜!!! 왜!!!”

정한백이 고함을 쳤다.

그리고 그런 정한백의 눈앞에 현우 의 도가 나타났다.

‘졌어….’

경기가 끝났다.

그리고 정한백의 자존심에 커다란 스크래치가 생겼다.

[낭만파 자객님이 승리하셨습니다.] “날아라 슈퍼맨님이 패배를 하셨습 니다. 전적은 2승 3패. 3패를 하셨 으므로 정체를 공개해 주시기 바랍 니다.”

영찬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말했 다.

정한백은 S모양의 가면을 벗었다.

- 와, 정한백이네.

- 프로게이다.

- 뭐, 2승 3패면….

- 1- 1- 정체 안 들켰으 니까 o X 함. 잘했음.

시청자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복면투왕 1회는 난장판이었다.

두 경기를 뛰고 탈주한 다니엘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정체를 들켰다.

정한백은 정체를 숨긴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날아라 슈퍼맨의 정체는 JT 텔레 콤에 소속된 정한백 선수였습니 다!!! 정한백 선수는 시청자 여러분 을 향해 인사를 해주세요.”

“네, 안녕하세요. JT 텔레콤의 정 한백입니다.”

영찬은 끝까지 정한백에게 골탕을 먹였다.

“그럼 가장 먼저 탈락하신 정한백 선수께서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네, 일단 조금 아쉽고요. 시즌 준 비 열심히 해서 리그에서는 조금 더 나아진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 다.”

정한백은 영찬의 질문에 표정이 살 짝 일그러졌으나 이내 웃으며 대답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정한백의 표정 을 본 이후였다.

♦ ** 이후 현우는 또다시 기권을 외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수습은 역시 골목대장의 역 할을 맡은 영찬의 몫이었다.

‘개새끼, 끝나면 죽여 버릴 거야.’

영찬은 현우를 죽일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복면투왕 도전자로 뽑힌 것은 백작 가의 여주인, 레이나였다.

현우가 대련장을 내려간 직후 올라 온 미스터 모아이를 시작으로 프레 데터와 조커를 내리 격파 5승으로 복면투왕 도전자의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복면투왕 결정전에서도 20 분이 넘는 격전 끝에 두 주먹 불끈 쥐고를 꺾어 2대 복면투왕의 자리에 올랐다.

“이 순간 제2대 복면투왕이 탄생했 습니다!!!”

- 레이나 클라스 나왔네요.

- 역시 투기장 랭킹 10위.

- T0P 10은 달라도 달라.

- 17위쯤은 가뿐히 이기는 클라 스

이제 남은 것은 남은 복면투사들의 정체를 공개하는 것이었다.

“그럼 이제 복면투사들의 정체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1대 복면투왕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영찬의 말이 끝나자 두 주먹 불끈 쥐고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거침없이 복면을 벗었다.

- 와, 진 쉬종이다.

- 역시 리루 몽크 1위답다. 격투가 키우는 입장에서 자랑스럽다.

- 뭐, 뻔하긴 했는데. 그래도 직접 확인하니까 또 느낌이 색다르네.

“안녕하세요. 신대륙의 길드장 진 쉬종입니다. 반가워요.”

“네, 진 쉬종님. 일주일 만에 투왕 의 자리에서 내려오셨는데.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진 쉬종은 영찬의 두 눈을 지긋이 쳐다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꼭 붙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 데 붙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그가 나왔을 때 다시 한 번 나오고 싶습니다.”

“그렇군요. 누군지 몰라도 그분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대 투 왕과 겨루지 않았으니까요.” 하하.

영찬은 웃었다.

진 쉬종이 말하는 그가 누구를 지 칭하는지도 모른 채.

“그럼 바로 다음 분들의 정체를 공 개하겠습니다. 조커님, 정체를 공개 해 주세요.”

영찬의 말에 조커는 머뭇머뭇 가면 을 벗었다.

승리 없이 패배만 두 번.

창피했다.

“안녕하세요. 스트리머 이치노입니 다.”

- 역쉬 닌자다.

- 닌자는 일종의 이벤트 섭외 아 닌가? 그그긔그

- 겉멋이 중요하지. 결과가 뭐 중 요해.

- 멋있으면 장땡. 오늘 수고했음.

시청자들의 반응은 정한백이 복면 을 벗었을 때보다 더 호의적이었다.

누구도 이치노에게 못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치노는 랭킹도 달리고 직업도 암살자 클래스다.

레이드나 공성전이면 모를까 1:1

PVP에서는 전사들 사이에서 버티기 가 쉽지 않은 것을 아는 탓이었다.

이어서 안드로메다 프레데터가 정 체를 공개했다.

그 역시 이치노와 비슷한 레벨의 스트리 머 였다.

그리고 그에 대한 관심은 금방 꺼 졌다.

미스터 모아이가 정체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 와, 모아이….

- 모아이가 진짜배기네.

- 와…. 모아이짱.

- 핡핡, 날 가져요. 모아이찡….

밝혀진 모아이의 정체는 여자!

그것도 미녀였다.

울끈불끈했던 몸은 아이템의 효과 였다.

레이나 정도는 아니지만 이치노 정 도는 되는 랭커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낭만파 자객이 정체를 드러냈다.

— ???

_ 뭐여?

- 가면을 벗었는데 왜 또 가면이?

- 바보도 아니고 왜 두 개를 썼 지?

시청자들은 언뜻 비치는 실루엣을 보고 실소했다.

낭만파 자객이 바보처럼 가면을 겹 쳐서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낭만파 자객이 고개를 들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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